본사에 윗선에 있는 사람이 오면 그저 각자 자기가 맡은 자리에서 맡은 일만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윗사람 맞이할 준비를 하느라, 시간과 경비를 낭비하지 않아도 될 일을 쓸데없이 소비해버린다. 가정과 사회 일터 직장 공공기관 분야에 현 상태 그대로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옳다. 갑을관계 그리고 상하관계가 없어지고 인격을 존중해주고 예의를 지키고 서로 신뢰하면 얼마나 좋을까.
영구가 일하는 공사현장에 많은 업체들이 하청 받아 일하고 있다. 업체에 몇몇 분야들은 개인 전문직종의 사람들에게 공사 금액을 계약하고 일을 다시 맡긴다. 공사 현장에서 사용하는 일명 돈 내기라는 명칭이다. 돈내기라는 단어가 무슨 말인지 설명하라면 딱히 뭐라 설명하기 곤란하지만, 굳이 나름대로 설명한다면 시공 중인 아파트에 도배를 해주기로 약속을 하고 얼마를 주고받는다는 상과 하가 맺는 계약이다. 갑과 을이 계약한 하나의 책임할당제라 하면 맞는 말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 공동으로 일하면 자기 나름대로 터득한 방법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책임자의 생각과 다를 수도 있겠고 일을 진행하는 방법과 취향이 맞지 않다. 그저 시간만 때우는 식이 된다. 일에 능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책임량을 부여해 주는 이 방법이 효과적이다. 갑과 을이 모두 만족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옛날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군사독재 시절에 울력이란 이름하에 산에 조림사업을 하고, 학교나 면사무소나, 어떤 기관의 건물 짓는 일을 하며 신작로에 흙이나 모래자갈을 운반해 와서 보수하는 일과 조림사업에 울력이라는 명목으로 끌려가 인권을 유린당하고 노동력을 착취당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때도 책임할당제인 돈내기로 일을 맡겨주면 보름 걸릴 일을 열흘 만에 해치우기도 했다.
영구가 진주에 토박이 친구들과 가끔 술자리를 하면서 옛날 농촌에 살 때 울력이라는 이름으로 무임금 노동착취를 당한 얘기를 했다. 자기들은 무임금 울력이란 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도시에 살았던 사람들은 농민들처럼 울력이란 이름으로 무임금 일을 시키면 데모나 시위를 하고 반항하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나라에 억대 연봉자가 많다고 한다. 웬만한 40~50대라면 연봉이 5~6천만 원 된다고 한다. 거기에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연금이란 좋은 제도가 있어 정년을 채우고 퇴직을 해도 노후를 보내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동안 높은 임금을 받아 부를 쌓아 놨을 것이며, 매달 2~3백만 원의 연금을 받고 있으니 평생을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비정규직이나 가난한 자영업자들이나, 늙어서까지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고 아파트 경비원이나 청소미화원과 요양보호사의 궂은일을 하는 사람들을 위로는 못 할망정 근로기준법이나 만들어져 있는 법에 의지해야 할, 하위 계급에 속해 있는 사람들에게 기본법을 무시해서 되겠는가.
힘 약한 하위직 근로자도 국민이다. 근로기준법도 헌법의 테두리 안에 있는 법이다. 법은 만인이 똑같이 누려야 한다. 그러나 갑인 상류층만 보호를 해주면서 을인 힘 약한 자는 근로기준법에 고루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노가다 현장, 아니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경비원을 제한, 노동자들에게는 국가에서 펼치는 하루 8시간 주 40시간과 토요일, 일요일과 달력에 빨간 글씨로 표시된 날짜에는 일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었다. 감시단속적 근로자와 청소부와 경비원들도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이 초과 되지 않 고 토 일요일이나, 달력에 빨간 글씨인 국가기념일이나, 설과 명절날에 쉴 수 있는 날이면 우리나라도 떳떳하게 선진국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내년에 2015년부터는 경비원이나 청소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에서 10%를 삭감하고 주던 시간당 임금 5210원을 삭감하지 않고 그대로 적용해준다는 말이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할 것이다.
초전지구 주택단지조성 해맞이 아파트신축현장 공사장에는 낮 동안 각종 기계 돌아가는 소리, 아파트 창살 재단해서 맞춰 철재를 자르는 소리, 대형드릴이 콘크리트 바닥을 뚫는 소리와 각종소리에 난장판이던 공사 현장이 조용해졌다.
각 동마다 다니면서 출입문을 닫고 나면 캄캄해진다. 입주 예정일인 8월까지 빠듯하겠다 싶은 분야의 작업장에는 밤에도 작업하는지 불이 켜져 있는 곳들도 눈에 띈다.
영구가 근무하는 아파트신축 공사현장에는 하루 저녁에 4번씩 순찰을 했지만, 공사현장 외곽에 각이 진 모서리마다 1번, 2번, 3번, 4번 외곽 구역과 야간 순찰이 늘어났다. 지하주차장에 들어서는 입구에 5번, 205동 지하출입구 쪽에 6번, 여기서 계단을 타고 내려가서 지하주차장 2층에 7번, 208동 지하 쪽에 마지막 8번, 구역순서로 순찰함 열쇠가 걸려 있다.
이렇게 한 바퀴씩 돌아오면 30분씩 이상 걸리던 시간이 15분정도 더 늘어났다. 자투리 잠을 자기는 어중간한 시간이다. 잠깐씩 눈을 붙이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아침 5시가 되면 아파트 각 동의 현관 출입문을 개방하고 현장사무실 보안 경비장치를 해제한다.
조간신문을 현장사무실에 갖다 놓고 나서 정문과 도로와 주차장을 그리고 단지 내를 빙 돌면서 담배꽁초나 오물을 주우면 야간 경비원의 임무는 끝이 나고 06시 30분이면 영구와 교대할 이영곤이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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