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잘 타는 아이 하마터면 하늘을 날 뻔 했던 아이-
아이였을 때 하늘만 날았겠는가.
뭔가 될 줄 알았던 그 큰 꿈들을 접은 채
가슴을 쥐어뜯으며 좀머씨처럼 걷고 있다?-
아이가 본 좀머 아저씨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세 개의 다리로 걷는 남자(두 다리와 지팡이)
언제나 텅 빈 배낭을 메고 걷는다.
-화자는 빵이나 물, 우비가 들어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늘 큰 가방을 메고 다니는 사람은
마음이 허해 채울 것이 많다? ......)
세상이 바뀌어 걸어 다니던 길들은 버스가 다녔고
자가용이 굴렀고 오토바이가 날았지만
언제나 그는 ‘바빠서 가 볼 데가 많아서’라고
말하며 멀리 사라진다.
눈보라 치는 어느 날 광풍 속을 걷는 좀머씨를
발견한 아빠가 차에 태워주겠다고
정말 하기 싫은 말, 틀에 박힌 빈 말을 하게 되는데 ‘그러다 죽겠어요’ 다.
-우린 얼마나 많은 빈 말들을 빈 말인 줄도 모르고 하면서 살고 있는데-
그 말을 들은 좀머씨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 두시오’ 다.
카롤리나는 그 아이의 첫 번째 설렘이다.
남풍이 불 때나 카롤리나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그래서 가진 것을 모두 보여 주고 싶었던 아이
'월요일에 너랑 같이 갈 게’
아랫마을 자기네 동네에 함께 가기로 한 약속 때문에
하느님은 어찌나 마음씨가 좋아보였는지
그 아이는 순식간에 모범생이 되었다.
그러나 그 약속이 깨지자 행복은 그렇게 일순간 사라진다.
그 비참한 시점에 좀머 아저씨의 다리 세 개가
그 아이의 시야를 가린다.
우리는 모두 제각기의 길을 걷고 있다.
자기의 표정을 숨길 수 없는 사람, 그리고 ‘앗싸’가 안 되는 사람,
그런 사람 중의 한 사람인 나는 지금 어느 길로 접어들고 있을까.
내 이야기를 굳이 하고 싶지 않고 내가 누구라고 드러내고 싶지 않고
정말 어느 날은 조용히 숨어버리고 싶은
날마다 똑 같은 길을 누가 쫓아오지도 않는데 쫓기듯 살고 있어
‘저 사람은 늘 바빠’ 그래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아무도 쳐다보지 않고 늘 그 자리에 서있는 나무처럼 들풀처럼
하나의 풍경이 되어버린 사람들-
풍겔 선생(어른)의 횡포에 죽고 싶었던 아니 모든 걸 포기하고
죽는 상상을 했을 때 행복했던 아이, 죽은 뒤에 비로소 자신을
이해하고 슬퍼하는 사람들을 상상하는 일은 그 아이를 위로해 준다.
죽으려고 올라갔던 나무 위에서 우연히 좀머씨를 보게 된다.
좀머씨를 본 후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는 아이.
화자인 아이 뒤로 좀머씨의 영상이 겹친다.
세상의 많은 풍겔 선생 때문에 죽고 싶었던 사람들
오히려 자기 안에 갇힌 건 세상 사람들이다.
말하기 좋아 좀머씨를 향해 밀폐공포증이라고들 하지만
자기만의 세계를 고집하며 끊임없이 걸어가는 길은
좀머씨, 아니 작가 자신의 자유를 향한 여정이 아니었을까
그 길이 비록 죽음처럼 고통스러울지라도
가지 않을 수 없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작품은 잘 읽힌다.
글이 쉬워서가 아니라 소설작법이 그렇다?
그랬다. 좀머씨의 소문은 이미 듣고 있었지만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를 다룬
'향수'를 먼저 읽을 기회가 있었다..
조카가 건네 준 '향수'를 제목만 보고 밀쳐 놓았다가
책장을 넘겼는데......독일 작가들이 다 그랬지만
금세기 살아있는 최고의 작가라는데 동의한다 .
사람들이 극찬하는 언어의 연금술은 나대지 않고
드러내지 않고 은둔과 거절속에 꽃피고 있었다
첫댓글 젤 먼저 끄적거려 놓았던 좀머씨는 여러분들이 많이 올려서 올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불꺼진 방에 불때는 사람이 없어 군불 지피는 마음으로 올렸습니다.
소년의 눈으로 비춰진 모습을 그의 어조로 그려 동화적인 색감을 넣은 것과 좀머씨의 모습에서 그려진 어두운 모습, 이 두 가지의 색갈은 이 소설이 사회의 양면성을 그리고 싶은 작가의 생각이 담겨진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군불 지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군불 지피는 마음으로 올리는 대단한 글솜씨..불씨가 항상 있으니까 다시 장작을 넣어 오래오래 타오르는 독서모임 되길 바랍니다..우리 모두 불 꺼지지않게 땔감을 갖고 얼릉 오세요
되살아난 장작불에 고구마 구워먹고 언몸 녹이고 갑니다,,,불 지피느라고 고생하셨습니다,,,
물푸레님의 네공으로 쓰여서인지 많은 걸 생각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빨리 보고 싶지만 우선 읽어야 하는 책이 있어서 미루어야겠어요. 수고 많이 하셨어요.
아무도 쳐다보지 않고 주목하지 않아도 늘 그 자리에서 나무처럼 들풀처럼 아름다운 풍경이 되는 삶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늘 애쓰심에 감사드려요.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