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을 던져 엉겁을 한으로 토해 우리의 소리를 들려주고 춤사위를 보여주던
공옥진이라는 춤꾼이 있었습니다.
전남 영광에서 너무도 쓸쓸히 우리곁을 떠난 공옥진 여사를 그리며 오늘이 공옥
진 여사가 우리곁을 떠난 지 4주기가 됩니다. 2013년 7월 9일 공옥진 1주기를
맞아 저와 공옥진 여사와의 인연을 잠시 그리며 당시 한겨레 신문을 통해 칼럼
을 기고한 기사 전문을 발췌합니다.
2016. 7. 9
![](https://t1.daumcdn.net/cfile/cafe/2236024B51DB6B5D1C)
원주에서 만난 공옥진
- 공옥진 1주기를 맞아 -
한 필 수
전 원주문화방송편성부장
호랑이가 포효하고 곰이 뒹굴고 원숭이의 익살이 있고 학 한 마리의
섬세한 몸짓이 화면을 꽉 채우고 있었다. 심청전과 춘향전의 버전도
있다. 도저히 흉내 내기 어려운 미학적 아름다움의 정점이다.
1991년 6월, MBC TV는 <우리시대의 명인>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공옥진을 1인 창무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세상에 알리고 있었다. 저
녁상을 물리고 텔리비전을 시청하던 필자는 목덜미에 소름이 끼치는
전율을 억제키 어려웠다. 꾸물거릴 일이 아니어서 지체 없이 문화방
송 선배인 송창의 PD와 홍종명 PD에게 연락을 해 공옥진 여사의 1인
창무극을 원주에서도 볼 수 있도록 주선해 달라고 청을 넣기에 이른
다.
얼마 후 공옥진 여사와 통화를 할 수 있었다. 공옥진 여사의 답변이
걸작이다. “남도 촌에 사는 할망구 허는 짓거리가 뭐시 좋다구 여그
까지 전화한당가 ? "
그해 가을 <1인 창무극 공옥진> 이라는 타이틀로 원주공연이 확정
되었다. 춤사위가 꿈틀거리는 공연포스터가 붙여지고 자사 매체를
통한 공연광고가 송출되면서 공연 사흘을 앞두고는 매진사례를 이
루었다.
객석의 조명이 모두 꺼진다. 장고, 북, 대금, 징, 아쟁, 거문고, 꽹과
리를 치는 악사들이 무대 오른쪽에서 연주를 시작하면 한복 차림의
공옥진이 전통춤사위를 보여준다. 박수가 터져 나온다. 걸쭉한 사설
을 풀어놓는 심봉사와 심청의 이별장면에서는 객석 여기저기에서
훌쩍이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한다. 그러다가 치맛단을 겨드랑이 위
로 올리면 금세 난장이가 되고 허리를 바싹 오그려 곱사춤을 춘다.
춘향전의 이 도령과 성춘향이 만나는 대목에서 공옥진은 갑자기 객
석까지 내려가서는 남자 어린이를 무대로 올라오게 한다. “서방님?”
영문을 모르는 사내아이는 공옥진이 난데없이 서방님이라고 부르
자 민망해서 어쩔 줄을 모르는데 “서방님 올해 춘추가 얼매라우, 나
이가 얼맨기라우?” “열한 살이요.” “으따 이 옥진이가 오늘 횡재해
부렀네이" 객석은 또 까르르 웃는다. “서방님 아 글시 이 고을 사또
잡거시 자꾸 찝쩍대는디 어찌하면 좋은 게라우? ” 어린이가 대답을
미적대자 공옥진 여사는 치맛 속을 뒤져 만 원짜리 지폐 두 장을 어
린이에게 쥐어주며 대답을 재촉한다. “아니다 춘향아 나한테서 떠나
지 말거라 . 또 객석은 박장대소를 한다.
공옥진의 즉흥적인 연기이다. 공옥진의 끼는 끝이 없었다. 꽹과리
를 치며 이어지는 공옥진의 살풀이는 깊어가는 가을밤의 서사시였
다. 공연이 끝냈을 때, 막 회갑을 넘긴 공옥진은 온몸이 땀으로 뒤
범벅이었다. 관객은 모두 일어서고 기립박수가 끊이지 않는다. 공
옥진이 다시 무대에 나와 인시를 하지만 그래도 박수가 끝나지 않
자 힐끔 악사들을 쳐다보더니 무대를 겅중겅중 뛰기 시작한다.
“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 난데없이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
산항에> 를 부른다. 이 시대의 보기 드문 춤꾼이고 광대의 끼다.
다음날 공옥진은 남한강 인근의 수석가게를 꼭 들러 가겠다기
에 충주시 엄정면 목계리의 수석가계까지 동행하게 되었는데 한참
을 눈여겨보던 공여사는 자그마한 오석에 여인이 춤을 추는 듯한
소품을 들고 주인장을 찾는다. 돌 하나 가격이 이십오만 원이란다.
돌 값은 좀 깎아야 된다고 넌지시 귀뜸을 하자 “나 같은 춤꾼이 시
방 수석안에 또 있는디 값이 뭔 상관이여 ." 라고 말하며 맑게 웃는
다.
덩실덩실 춤을 추는 모습이 담긴 수석을 쓰다듬으며 차에 오르던
공옥진 여사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 후 몇 해 동안은 전남 영
광으로 공여사의 근황을 묻다가 언젠가부터 흐지부지하게 세월을
보냈다.
오늘이 81살로 타계한 공옥진의 1주기이다. “공옥진 여사시여
당신은 이 시대에 다시 보기 힘든 명인이었고 춤꾼이자 광대였습
니다. 그런 당신을 오랫동안 홀대해온 우리 모두가 한없이 부끄
러운 여름입니다.“
(2013. 7. 9일 공옥진 1주기를 맞아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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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멋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