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다섯의 아름이 넘는 교정의 느티나무,
그 그늘 면적은 전교생을 다 들이고도 남는데
그 어처구니를 두려워하는 아이는 별로 없다.
선생들이 그토록 말려도 둥치를 기어올라
가지 사이의 까치집을 더듬는 아이,
매미 잡으러 올라갔다가 수업도 그만 작파하고
거기 매미처럼 붙어 늘어지게 자는 아이,
또 개미 줄을 따라 내려오는 다람쥐와
까만 눈망울을 서로 맞추는 아이도 있다.
하기야 어느 날은 그 초록의 광휘에 젖어서
한 처녀 선생은 반 아이들을 다 끌고 나오니
그 어처구니인들 왜 싱싱하지 않으랴.
아이들의 온갖 주먹다짐, 돌팔매질과 칼끝질에
한 군데도 성한 데 없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가지 끝에 푸른 울음의 별을 매달곤 해도
반짝이어라, 봄이면 그 상처들에서
고물고물 새잎들을 마구 내밀어
고물거리는 아이들을 마냥 간질여댄다.
그러다 또 몇몇 조숙한 여자 아이들이
맑은 갈색 물든 잎새들에 연서를 적다가
총각 선생 곧 떠난다는 소문에 술렁이면
우수수, 그 봉싯한 가슴을 애써 쓸기도 하는데,
그 어처구니나 그 밑의 아이들이나
운동장에 치솟는 신발짝, 함성의 높이만큼은
제 꿈과 사랑의 우듬지를 키운다는 걸
늘 야단만 치는 교장 선생님도 알 만큼은 안다.
아무렴, 가끔은 함박눈 타고 놀러온 하느님과
상급생들 자꾸 도회로 떠나는 뒷모습 보며
그 느티나무 스승 두런두런, 거기 우뚝한 것을.
- 」, 『쪽빛문장』, 문학사상사, 도종환의 문학집배원에서 펌
느티나무가 있어야 사람 사는 동네 같고, 느티나무가 있어야 학교 같습니다. 아이들이 기어오르기도 하고, 잠을 자기도 하고, 선생님도 아이들을 다 끌고 나와 놀고 싶게 만드는 나무, 돌팔매질과 칼질에 상처투성이가 되어도 봄이면 새잎을 내어 아이들을 간질여대는 나무, 아이들의 함성만큼 제 꿈과 사랑의 우듬지를 키우는 나무, 그런 우뚝한 느티나무야말로 우리들의 스승입니다. 느티나무 잎 반짝이는 오월, 아이들도 선생님도 모두 나뭇잎처럼 싱싱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