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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法古創新 원문보기 글쓴이: 鄭白山
<난득호도難得糊塗, 탁본, 43.5x10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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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afe.naver.com/sinchonksc.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671%26boardtype=L%26clubid=11028510%26menuid=3 난득호도(難得糊塗)의 처세술
능력을 감추고 사는 것도 힘들다 상대방 안심시킨 뒤 공격해야 효과 커
'난득호도(難得糊塗)'는 한자 그대로 풀이해서,
‘糊塗’란 중국어에서 어리석음, 흐리멍텅함, 똑똑치 못함, 엉망임, 분명치 못함, 애매모호함을 가리키는 단어라고 하니 ‘난득호도’란 바보인 척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처세술 중에 가장 힘든 것이 자신의 능력을 감추고 바보인 척하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내가 만났던 중국 지식인들이 자주 하던 말이다. 이 것을 가리켜 난득호도(難得糊塗)라고 한다.
원래는 청나라 문학가 중 8대 괴인으로 알려진 정판교(鄭板橋, 1693-1765 : 본명 鄭燮)라는 사람이 처음 사용한 말인데, 혼란했던 당시 상황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이면 화를 당할 것이기에 그저 바보인 척하고 인생을 살아가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러한 난득호도의 철학이 중국 일부 지식인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인생 철학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자신의 본래 생각을 잘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아무리 훌륭해도 남에게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는 중국 사람들을 보면, 어쩌면 생존을 위한 고도의 위장술일 수도 있고, 상대방을 안심시켜 좀 더 강한 공격의 효과를 기대하는 전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능력을 남에게 자꾸 보이려 하면 상대방이 나를 시기하거나 경계할 것이고, 결국 나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는 계산이다. 병법에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아무런 여과 없이 드러내 보이는 사람을 하수라고 한다. 손자병법에서는 자신의 모습과 의도를 상대방에게 보이지 말라고 충고하면서 ‘상대방의 의도와 모습은 밖으로 드러나게 하고, 나의 의도나 모습은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가장 유능한 장군이다’라고 말한다. 상대방의 의도는 거울을 보듯이 뻔히 알고 있고 나의 의도를 상대방이 전혀 모를 때 나의 힘은 적보다 압도적으로 커진다는 것이다. 이것이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시형법이다. 시형법이란 상대방에게 내 모습이 자유자재로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나를 상대방에게 유능한 사람으로 보이게 할 수도 있고 바보 같은 사람으로 보이게 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솔직함은 하수(下手)의 미덕일 뿐, 자신의 패를 있는 대로 보여주는 건 고수라 할 수 없다. 그래서 손자는 ‘상대의 의도를 드러나게 하고 나의 의도는 안보이게 해야(形人而我無形)’ 이길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병법서인 육도에는 이런 말이 있다. ‘매가 먹이를 채려고 할 때는 날개를 움츠리며 나직이 날고, 맹수가 다른 짐승을 노릴 때는 귀를 세워 엎드리고, 현명한 사람이 움직이려고 할 때는 어리석은 듯한 얼굴빛을 한다.’ 이것과 관련한 고사가 있다.
춘추전국시대 때 정나라 왕인 무공은 이웃 나라인 호나라에 욕심이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침략 의도를 감추고자 자신의 딸 중에서 한 명을 호나라 왕에게 시집을 보내 그들을 안심시켰다. 그리고 신하들을 불러 회의를 하며 이렇게 물었다.
‘과인이 다른 나라를 공격하려고 하는데 어떤 나라를 가장 먼저 공격하는 것이 좋겠소?’ 이때 관기사란 신하가 왕의 의도가 호나라에 있다는 것을 꿰뚫어 보고 호나라를 먼저 공격하여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왕은 화를 벌컥 내며 “저 신하는 과인에게 사돈 나라인 호나라를 공격하라고 부추기고 있다. 호나라는 내 사위의 나라이거늘, 싸움을 부추기는 저 관기사는 마땅히 참수하는 것이 옳다!”라며 자신의 의도를 정확히 말한 관기사를 참수하고 말았다. 호나라를 공격하자고 주청하였던 관기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호나라는 완전히 경계를 풀고 안심하였고, 그 틈을 타서 정나라는 호나라를 공격하여 멸망시켜 버렸다.
먹잇감 앞에서 자신의 의도를 감춰 상대방으로 하여금 경계를 풀게 하고 결국은 한순간에 상대방을 제압하는 전술을 사용한 것이다. 처절한 생존을 위한 섬뜩한 전략과 전술이 아닐 수 없다. 가능하다면 이런 위장술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를 상대방에게 보여 주며 잔꾀 부리지 않고 살고 싶은 것이 모든 사람들의 꿈일 것이다.
아, 그런데 어쩌랴! 나는 순진하고 솔직하게 살고자 하나 세상이 나를 가만두지 않는 걸! 똑똑하면서 바보처럼 살기는 정말 힘들다는 난득호도의 처세술. 하루하루 생존의 벼랑 끝에 처절하게 매달려 살아가는 우리 중생들이 한 번쯤은 생각해 볼만한 인생 철학이다.
----- 청나라 때의 서화가이자 문학가였던 정섭(鄭燮·1693∼1765)은 어려서 집이 가난했지만 과거에 응시하여 관직에 올랐다. 그는 난과 죽을 잘 그려 세상은 그를 ‘양주팔괴’의 한 사람으로 꼽았다.
그는 관직에 있는 동안 농민들을 힘껏 돕고 어려운 일을 처리해주었으나, 그것이 도리어 권력가의 미움을 사 관직에서 쫓겨났다. 그때 그는 난득호도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총명하기도 멍청하기도 어렵지만, 총명함에서 멍청함으로 바뀌기란 더욱 어렵다.”
이 책에서는 모략과 관련된 현대사 하나를 끄집어낸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군 정보부는 미드웨이 해전에 앞서 일본군의 암호 해독에 성공했다. 그러나 특종에 눈이 어두운 한 신문기자가 이를 신문에 보도하고 말았다. 그러나 미국은 이 심각한 사고에 대해 철저하게 멍청이처럼 행동했고 그 결과 일본의 정보기관도 더 이상 이 사건을 중시하지 않게 되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미국은 미드웨이 해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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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法古創新 원문보기 글쓴이: 鄭白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