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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로다 (3)/일타스님
살짝도인의 신통함이 점점 소문이 나서 마침내 임금님에게까지 알려지게 되었고,욕심 많기로 유명한 임금님은 살짝도인을 불러 그날부터 자기의 옆을 떠나지 못하도록 하였다. 수라상도 겸상으로 차려 같이 먹고옷도 임금님과 같은 옷을 입는 등 임금으로부터 지극한 대접을 받으면서 지냈다.
그런데 마침 대신들 가운데 역모를 꾀하는 사람이 있었다. 대신은 임금의 이발사를 꾀어 이발을 할 때 임금님의 목을 면도칼로 찔러 죽일 것을 사주하였다. '고관대작의 벼슬에 백만금을 주겠다.'는 말에 현혹되어죽이겠다고는 하였지만, 이튿날 아침에 면도를 하면서 막상 임금님을 죽이려고 하니가슴이 심하게 뛰고 손은 벌벌 떨리기만 할 뿐이었다.
마침내 칼이 임금님의 목에 이르렀는데 옆에 앉아 있던 도인이 중얼거리는 것이었다."살짝 살짝 하는구나. 암만 그래도 나는 안다." 이발사는 황급히 칼을 던져버리고 석고대죄를 하였다. "저는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살려주십시오. 아무개 대신이 시켜서 그랬습니다.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옛부터 전해오는 이 이야기가 매우 허황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 이야기 속에 깊은 도리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꿈속에서도 생시에도 한결같이 염할 수 있는 삼매의 경지에 이르면, 그 삼매로부터 무한의 능력은 저절로 샘솟게 되는 것이다.
살짝도인이 결정적인 순간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살짝 살짝 하는구나."를 말한 것이 아니다. 24시간 중에 단 1초도'살짝' 화두가 떨어지는 때가 없이 언제나'살짝' 화두를 속으로 염하고 있기 때문에가끔 입으로 나오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그런데도 가끔 튀어나오는 그 말이 모든 문제를 해결짓는다. 왜? 살짝도인은 그 깊은 삼매 속에서 이와같은 경지를 얻었던 것이다. 내 얼굴을 보는 사람이나 내 이름을 듣는 사람이
모두 해탈의 경지에 이르는 동체대비의 경지. 바로 관자재한 관세음보살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우리가 염불을 하든 참선을 하든 주력을 하든,
꿈속에서도 생시에도 한결같이 염할 수 있는 삼매의 경지에 이르면, 그 삼매로부터 무한의 능력은 저절로 샘솟게 되고 모든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
이것은 우리 모두가 원래부터 갖추고 있는 본연의 자아에서 우러나오게 된다.'영원생명, 무한능력'의 마음을 바깥세계로 흩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마하의 마음을 집중하고 한 곳으로 모아 삼매를 이룰 때반야의 지혜는 용솟음치게 되며, 그 반야는 모든 중생을 해탈의 길로 인도하는
관세음보살의 동체대비로 이어지는 것이다.
구도자는 거듭거듭 이것을 마음에 새기면서 수행하여야 한다. 오매일여의 삼매야말로 자타일시성불도로 나아가는 참 해탈의 길임을 불자들은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