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리어드 =
- 전염병. 아킬레우스와 아가멤논의 언쟁 -
Girardon, Apollon and the Nymphs, 1666-73
오 여신이시여,
그리스 사람들에게 헤아릴 수 없는 재난을 가져다 준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말해 다오.
수많은 용사들을 하데스로 다투어 보냈으며,
수많은 영웅들을 개와 독수리의 밥이 되게 하였으니,
이토록 제우스의 조언이 아트레우스의 아들 아가멤논 대왕과 아킬레우스가
언쟁을 처음으로 시작하던 날부터 실현된 것이다.
그러면 어느 신께서 그들에게 불화를 가져다 주었단 말인가?
그것은 아폴론 신의 탓이니, 아가멤논이 자기의 사제인
크리세스를 불경했었기 때문에 그는 왕에게 분노가 치밀어
민중에게 경고를 보내고자 그의 군주에게 전염병을 보냈던 것이다.
크리세스가 딸을 찾고자 그리스 함대로 귀한 보석을 가지고 왔었다.
더욱이 그는 손에 애원자의 화환을 아로새긴 아폴론의 홀을 들고 와서
그리스 국민들에게 간청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간청은 누구보다도 그들의 군주인 아가멤논과 메넬라우스에게 했다.
"아트레우스의 두 아드님이시여,
그리고 모든 다른 그리스 인들이시여.
올림포스에 居하시는 諸 신들께서 당신들이 트로이 市를 정복하고,
무사히 귀향하게 해 주시기를 축원합니다.
그리고 저의 딸을 놓아주시고 대가로 이것을 받으시어
제우스의 아드님 아폴론에게 경의를 보여 주십시오."
이에 모든 그리스 인들은 입을 모아 사제에게 경의를 표하고
그가 올린 것을 받기로 했으나, 아가멤논 왕만은 달갑지 않은지
심한 언사로 그 사제를 맹렬히 물리쳤다.
"늙은이 "
왕이 입을 열었다.
"우리 함대에서 빈둥거리는 꼴을 다시는 보이지 않도록 하고,
앞으로는 이 곳에 얼씬거리지 않도록 하여라.
그대가 가져온 신의 홀이며 화환 따위는 그대에게 이롭게 해 주지 못할 것이다.
내가 그대의 딸을 놓아주지 않을 테니.
그녀의 집에서 멀리 떨어진 내 집에서 길쌈도 하고
내 잠자리 시중도 들면서 해로하게 될 테니까.
자, 비켜라. 성미 돋우지 말고. 그렇지 않으면 그대에게 해로울 것이다."
노인은 공포에 질려서 명령에 복종했다.
한마디 말도 없이 출렁이는 해변을 따라 걸으며
레토께서 친히 낳은 아폴론 신에게 기원을 올리는 것이었다.
"간청합니다, 오 크라이세와 성스러운 킬라를 보호하시고
그대 힘으로 테네도스를 통치하신 은활의 신이시여, 간청합니다.
오, 스민티안이시여!
제가 일찍이 신께 영광을 드려 신전을 이룩하였다면,
황소와 염소의 살찐 고기를 구워 올린 것을 기억하신다면,
저의 소원을 들어 주십시오.
그리스 사람들로 하여금 신의 화살로써 저의 눈물의 대가를 받게 하십시오."
이렇게 기도를 올리자 아폴론 신이 이를 들었다.
그는 어깨에 활과 화살통을 메고 노한 나머지 올림포스 정상에서 내려왔다.
그의 등에서는 화살이 떨리는 노여움과 더불어 덜거덕거렸다.
밤처럼 어두운 얼굴을 하고서 자신의 함대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앓았다.
그들 중간을 향해 화살을 날리니 그의 은활은 죽음의 소리를 냈다.
처음에는 그들의 개며 노새를 쏘아 죽였으나,
이젠 사람들을 겨누어 살을 날리니 종일토록 화장더미가 타올랐다.
꼬박 아흐레 동안 군중을 향해 화살을 날리니,
열흘째 되던 날 아킬레우스는 전군을 소집했다.
그리스 사람들이 몰살되는 광경을 보고,
그들에게 연민을 느낀 헤라 여신에 의해 감동을 받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모두가 모이자 그는 일어서서 그들을 향해 말했다.
"아트레우스의 아드님이시여,
우리가 멸망을 피한다면 이제 귀향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내 소견입니다.
전화와 역병으로 전멸되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사제나 잠언자 혹은 어떤 해몽가에게 묻도록 하심이 어떨지,
그들은 우리에게 아폴론 신께서 왜 그토록 화를 내시고 계시는지
알려줄 수 있을 것이며, 아마도 약속을 어겼거나
우리의 축원이나 제물이 부족해서 마음이 상한 것이나 아닌지.
그렇다면 신께서 구운 양이며 큰 염소의 향기로운 제물을 올려
질병에서 사람들을 구해낼 수 있을 것인가를 말해 줄 것입니다."
이러한 말을 남기고 그가 자리에 앉자,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만사를 다 알고 있는
가장 현명한 복점관인 테스토르의 아들 칼카스가 일어나서 입을 열었다.
아폴론 신께서 내려준 예언에 따라 그리스 사람들의 함대를
트로이로 안내해 온 자가 바로 이 사람이었다.
모든 성실과 호의를 기울여서 그는 이렇게 좌중을 향해 말했다.
"신의 총아이신 아킬레우스 장군.
그대께서 제게 아폴론 신의 분노에 대해 말씀하라고 명하시니
일러 드리겠습니다. 하오나 먼저 말이나 행동으로 진정
저를 지켜주실 것을 유념하시는 맹세를 해 주셔야겠습니다.
저는 힘으로써 국민들을 통치하고,
모든 그리스 사람들이 종속되어 있는
어느 한 분을 손상시키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평민이 한 왕의 노여움을 거스릴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왕께서 당장은 자기의 불쾌함을 참고 있다지만
그 일을 성취하는 날까지는 원한을 품을 것입니다.
하오니 저를 보호해 줄 것인가를 맹세해 주십시오."
"두려워하지 마라."
하고 아킬레우스가 대답했다.
"신의 뜻에 따라 말해 주시오, 칼카스.
아폴론 신의 이름을 따라 그는 기원하고 우리에게 그의 신탁을 밝히는 것이니,
내가 살아서 세상을 대하고 있는 한 우리 함대에 있는
어느 사람이든 두려하지는 마시오.
그대가 우리 그리스 국민의 대군주이신
아가멤논 대왕을 뜻함이 아닐진대 말이오."
드디어 예언자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신께서 분노하심은 맹세에 대한 것도, 황소 백 마리에 대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아가멤논 왕께서 사제를 모욕하여 몸값을 물리치고
그의 딸을 풀어주지 않은 데서 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 분께서는 우리에게 이와 같은 재난을 내리시고
앞으로는 또 다른 재난을 면치 못하게 것입니다.
활의 신께서는 대왕께서 그 총명한 여성을 돌려보내되,
보상금도 몸값도 없이 할 뿐더러 크리세스에게 고귀한 선물을 올릴 때까지는
사람들을 이러한 재난에서 헤어나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그를 위로할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말을 마치고 칼카스가 자리에 앉자, 아가멤논은 화가 치밀어 일어섰다.
그의 심장은 분노로 먹칠이 되었고, 그의 두 눈은 불꽃을 튀겼다.
그는 찌푸린 얼굴로 칼카스를 응시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앵그르Ingres,[아킬레스 천막에서 아가메논왕의 대사]
The Ambassadors of Agamemnon in the Tent of Achilles
흉악한 예언자여,
그대는 나와 관련된 유리한 소리는 한마디도 해 본 적이 없소.
불리한 말만 골라서 지껄이기를 좋아했단 말이오.
좋은 말이라고는 한번도 들려준 적이 없소.
그래 이젠 사람들간에 일장의 예언을 하였는데,
아폴론 신께서 내가 크리세스의 딸,
그 여자의 대가를 바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리에게 화를 내리셨단 말이오.
그 여자를 집으로 데려갈 결심이었오.
얼굴이나 몸매, 이해심과 사람됨이 내 부인과 흡사해서
부인 클뤼타임네스트라보다 더욱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오.
아직도 사람은 살리고 보아야 할 일,
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그녀를 포기할 것이오.
그러나 그대는 내게 대신 전리품을 찾아주어야 하오.
그렇지 않을 경우 나만이 빈손이 될 터이니 말이오.
그것은 잘 되지 않을 거요. 모두들 들으시오. 내 전리품이 사라질 모양이니."
이 때 아킬레우스가 답했다.
"모든 인간 중에서 욕심이 많고 가장 점잖은 아트레우스의 아들이여,
우리 그리스 사람들이 어떻게 그대에게 다른 전리품을 드리리까?
하나쯤 가져갈 공동 비축물이 없습니다.
여러 도시에서 얻은 것들은 분배하였으니,
이젠 무더기로 모으기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 소녀를 신께 돌리지요.
그리고 만일 제우스 신께서 우리로 하여금 트로이 성을 함락케
은혜를 베풀어주신다면, 우리는 그대에게 세 곱절, 네 곱절로 보답하겠소."
하자 아가멤논이 응수하였다.
"아킬레우스, 그대가 용감하다지만 이렇게 나를 속이지는 못하리다.
나를 속인다든지 설득하지는 못할 것이란 말이오.
자신의 전리품은 간직하면서 나는 빈손으로 멍청히 앉아
그대의 말을 따라 그 소녀를 단념하란 말이지요?
그리스 사람들이 내게 좋을 대로 공정한 교환품을 보내도록 하시오.
그렇지 않을 경우 내가 가서 당신 자신의 것을 가져가겠소.
아니면 아이아스나 오딧세우스의 전리품을 가져가겠소.
그렇게 되면 내가 누구에게 가든 그는 내가 가는 것을 유감스럽게 여기리다.
그러나 이 문제는 재고토록 하시죠.
현재로선 바다에 배를 띄워 적당한 사공을 찾아내서
황소 백 마리의 제물을 싣고 크리세이스 또한 태워 보냅시다.
나아가 우리들 중에서 어떤 분을 우두머리로 동승케 합시다.
아이아스나 이도메네우스, 오딧세우스 혹은
힘센 장사 아킬레우스 당신 스스로 나서든지 합시다.
제물을 올려 신의 분노를 진정시키도록 말입니다."
아킬레우스가 그를 쏘아보며 말했다.
"그대 거만하고 탐욕에 빠진 자여,
무슨 심사로 그리스 사람들이 그대의 명을 받아들일 수 있으리오.
침략과 공공연한 싸움에서 말이오.
난 트로이 사람들이 나에게 해 주었던 푸대접 때문에
이 곳에 원정을 온 것은 아니오. 그들과 말다툼할 일도 없다오.
그들은 내 송아지 한 마리, 망아지 한 마리 건드리지 않았소.
아니 오곡이 풍성한 평원에 있는 곡식 하나 꺾어내지 않았지요.
나와 그들 사이에는 산과 거센 바다로 된 커다란 공간이 있기 때문이오.
우리는 당신을 따라왔지요, 이 오만한 양반아!
우리가 아니라 당신의 쾌락을 위해서,
메넬라우스와 당신 자신에 대한 과오를 씻고자
트로이로부터 만족을 얻기 위해서 말이오.
이러한 사실을 잊은 채 내가 혈전 고투해서 얻은 것과
그리고 그리스의 아들들이 준 전리품을 훔쳐가고자 위협을 한단 말이오.
그리스 사람들이 트로이의 부자 도시를 점령하였을 때,
훌륭했던 싸움이 내 손에서 끝났는데도 난 그대가 차지했던
그런 훌륭한 전리품을 받지 못했던 것이오.
분배를 할 때 그대의 몫은 가장 훌륭한 것들이었단 말이오.
그러니 이젠 내 함대로 돌아가서 손에 들어오는 것이나 가지고
싸움이 끝나는 것에 감사나 드려야겠소.
자, 난 프디아로 돌아갈 것이오.
그대를 위해 황금이나 귀물을 모으느라 여기에 머물면서
수치스러운 짓을 하느니, 내 함대를 거느리고 귀국함이 훨씬 낫겠소."
이러자 아가멤논이 대답하였다.
"가겠다면 썩 물러가시오.
내가 무릎을 꿇고 머물러 주십사 하고 애걸치는 않겠소.
이 곳에는 내게 영광을 베풀 사람들이 많소.
그 중에서도 조언의 군주이신 제우스 신께서 같이 하시지요.
여기엔 당신과 같이 증오스러운 사람은 없지요.
당신은 늘 언쟁이며 싸움질만 일삼으니 말입니다.
그대가 용감한들 무슨 상관이오?
그대를 이렇게 만드신 것이 신이 아니었소?
그대의 함대와 동료들을 이끌고 고국으로 돌아가
뮈르미돈에 대해 뽐내기나 하시오.
난 당신에 대해서도, 당신의 분노에 대해서도 상관치 않소이다.
나는 이렇게 할 것이오.
아폴론이 내게서 크리세이스를 빼앗아 가니 난 내 함대와
추종자들과 더불어 그녀를 보낼 것이로되,
나는 당신의 진영으로 가서 그대의 전리품,
아리따운 브리세이스를 데려갈 것이오.
그러면 당신은 내가 당신보다 얼마나 힘이 더 센지를 알게 될 것이며,
다른 자들도 감히 나와 동등하게 놓는다든지 비교를 하려고 들지는 않을 것이오."
아킬레우스는 분노를 금치 못하고 거센 심정은
칼을 뽑아 상대방의 옆구리를 찔러 아가멤논을 죽여 버릴까
아니면 스스로 억제하여 자기의 분을 참을 것인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렇게 두 갈래의 길에서 망설이다 칼집에서 칼을 뽑는 순간
아테나 여신이 천국에서 내려와 아킬레우스의 아름다운 머리를 잡아당기니
그의 눈에만이 여신의 모습이 비칠 뿐, 다른 사람들은 볼 수가 없었다.
아킬레우스는 놀라며 돌아서서 두 눈에서 번쩍이는 광채를 보고는
그녀가 아테나 여신임을 즉석에서 알아보았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곳엔 어쩐 일이십니까,
방패의 주인 제우스 신의 따님이시여 ?
아트레우스의 아들 아가멤논의 허식을 참관코자 오셨습니까?
제가 말씀드리건대, 분명히 그렇게 될 것이지만
그는 이 오만에 대한 대가를 목숨으로 보상하게 될 것입니다."
아테나 여신이 대답했다.
"난 그대의 분노를 말리고자 천국에서 왔소.
그대 둘 모두를 보호하시는 헤라 여왕께서 나를 보낸 것이라오.
언쟁을 거두고 칼을 뽑지 마시오. 정히 하겠다면 그를 말로 꾸짖으시오.
그대의 꾸짖음은 헛일이 되지는 않을 테니까요.
내가 말하지만, 분명 그렇게 될 것이니
그대는 이후 지금과 같은 봉변 때문에 세 번의 훌륭한 선물을 받게 될 것이오.
그러니 칼을 거두고 내 말에 복종하시오."
Erasmus II QUELLIN(1607-1678),
Achilles among the Daughters of Lycomedes
"여신이시여,"
하고 아킬레우스가 대답했다.
"화난 자가 누구일지라도 그대 두 여신의 명을 따라야 하겠지요.
신들께서는 일찍이 자기들을 숭배하는 자의 기원에 귀를 기울이시니
그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길이겠지요."
그는 은빛 칼자루에 댄 손을 멈추고
아테나 신의 명에 따라 칼집에 도로 밀어넣었다.
그러자 아테나 여신은 방패의 주인 제우스 신이 계신 곳,
올림포스를 향해 신들에게로 돌아갔다.
그러나 아킬레우스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다시 아가멤논을 꾸짖기 시작했다.
"개의 얼굴에다 암사슴의 심장을 지닌 주정뱅이여."
그가 고함을 쳤다.
"그대는 대군을 이끌고 싸움에 감히 나가본 적이 없고
선발된 전사와 함께 공격에 참가한 적이 없지요.
이러한 일은 마치 죽음을 멀리하듯 피해 온 것이오.
그대는 마냥 돌아다니며 그대에게 반대를 하는 사람에게서
약탈이나 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오.
그대는 연약한 무리의 왕이라서 백성의 피나 빨아먹고,
한편으로 아트레우스의 아들이시여,
이러한 모욕을 할 기회는 이제 마지막이 될 것이오.
그래서 말하는데,
그리고 산 위에 있는 몸체에서 잘려진 날부터
잎도 싹도 돋지 않는 홀을 두고 맹세코 단언하지만, 도끼로 잎과 껍질을 벗겨,
지금은 그리스 자손들이 하늘의 율령이오 심판관으로
그것을 지니고 다니는 내가 분명히 그리고 솔직히 맹세하니
온 동포가 아킬레우스를 그릴 날이 올 것이나 만나지는 못할 것이다.
그대 부하들이 살인마 헥토르의 손에 쓰러져 죽어갈 때면 그대는
그리스 사람들 중에서 가장 용감한 자에게 모욕을 퍼부었던 날을 후회하며
분한 마음을 되씹을지언정 그들을 도와줄 방도는 알지 못하리라."
이 말을 마치자 아킬레우스는
금징을 박은 홀을 땅바닥에 내던지고 자리에 앉았다.
한편 아트레우스의 아들은 자리에서 다른 쪽으로 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때 필로스 사람 중에서도 달변가인 유연한 입의 소유자 네스토르가 일어나고,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은 칼맛보다도 더욱 달콤했다.
필로스에서 사람들이 두 세대를 살다가 그의 통치하에서 사라져 갔으며,
지금 그는 삼대째를 통치하고 있었다.
그는 정성과 호의를 다하여 그들을 향해서 다음과 같이 토로했다.
Pompeo Batoni, Achilles at the Court of Lycomedes, 1745
"분명 커다란 고뇌가 그리스 땅에 떨어졌습니다.
전쟁이나 상담에 있어 그토록 탁월한 그대들의 언쟁을 들을 수 있다면
분명 프리아모스 족은 자손들과 더불어 기뻐 날뛸 것이며,
트로이 족도 내심 기쁨을 감추지 못할 것이오.
난 그대들보다는 연상이오. 그러니 나의 뜻을 따르시오.
더욱이 난 그대들보다도 훨씬 위대한 사람들과 친숙했었는데,
그들도 나의 조언을 무시하지는 않았다오.
이제 다시는 피리도우스와 드리아스의 지도자와
카에니우스, 엑사디우스, 신과 다름없는 폴리페무스, 테세우스와 같은
그런 분들을 쳐다볼 수는 없을 것이오.
이들이야말로 이 지구상에 태어나신 최강자, 절대의 강자들이시며
가장 억센 산악 야만족들과 싸워서도 일격에 그들을 넘어뜨렸다오.
난 머나먼 필로스에서 그들의 청을 받고
그들과 합류해서 마땅한 일인 것처럼 맞서 싸웠죠.
지금 생존해 있는 뉘라도 그들에게 대항할 자는 없다오.
그러나 내 말에는 순응해서 따랐습니다.
이게 보다 탁월한 길이니 그대들 자신도 내 말을 유념토록 하시오.
그러니 아가멤논이시여,
그대가 강자일지라도 이 여자를 빼앗아 가지 마시오.
그리스 자손들은 그녀를 이미 아킬레우스께 상납했기 때문이오.
그리고 그대 아킬레우스여, 더 이상 대왕과 겨루기를 삼가시오.
제우스의 은총으로 왕권을 쥔 왕이란
일반적인 권리를 중히 여기지 않기 때문이오.
그대는 강자요, 그대 모친은 신입니다.
그러나 아가멤논 대왕께서는 그대보다 더욱 강자십니다.
슬하에 보다 많은 국민을 거느리고 계시기 때문이죠.
아트레우스의 아드님이시여,
내가 간청하니 분노를 거두시고 아킬레우스 장군과의 언쟁을 멈추시오.
그 분께서는 전쟁이 있을 때는 그리스 국민들을 위한 힘의 아성입니다."
이에 아가멤논 대왕이 대답하였다.
"그대가 하신 말씀 모두가 지당하오.
하지만 이 친구는 우리의 군주가 되고자 바라고 있으며 주인이
그리고 만인의 군주가, 만인의 왕이, 만인의 우두머리가 되고자 소망하오.
그렇지만 어디 될 법이나 한 말이오.
불멸의 신들께서 그를 위대한 전사로 만드셨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또한 그에게 그토록 무례한 말을 지껄이도록 권리를 주셨단 말입니까?"
아킬레우스가 말을 가로챘다.
"내가 당신의 말만 모두 듣고 있다가는 천박한 겁쟁이가 될 것 같소.
명령은 내가 아닌 딴 사람에게나 하시오.
더 이상 순종하지 않을 테니 말이오.
더욱이, 지금의 내 말을 새겨 두시오.
이 여자 문제로 당신하고 또는 다른 어느 사람하고도 싸우지는 않을 젓이오.
주었던 것들을 다시 찾아가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내 함선에 실린 기타 어느 것도 강제로 가져가지는 못할 것이오.
자, 다른 사람들이 목격할 것이오.
만일 그대가 그 따위 짓을 한다면 나의 창이 붉게 물들리란 것을 말이오."
그들이 분에 못이겨서 이토록 언쟁을 벌인 끝에,
그들은 일어나서 그리스 함대에서의 회합을 해체했다.
아킬레우스는 파트로클로스와 동료들을 동반하고 함대의 진지로 돌아갔다.
한편 아가멤논 대왕은 물에 배를 피우고 스무 명의 선원을 선정했다.
그는 크리세이스를 배로 호위해 와서 신에게 올릴 제물을 실었다.
그리고 오딧세우스가 지휘를 하고 출범했다.
이리하여 일행은 함선에 올라 길을 따라 항해를 했다.
그리고 아가멤논이 사람들에게 스스로 속죄하기를 명하자,
이를 따라서 모두가 속죄를 하고 제물을 바다에 던졌다.
그들은 해변에서 깨끗한 소와 염소의 제물을 올리고,
제물을 그을린 향긋한 연기가 망울져서 하늘로 오르게 했다.
이런 예식에 대군은 쉴 줄을 몰랐다.
그러나 아가멤논은 아킬레우스에게 퍼부어 주었던 위협을 잊지 못해,
자기의 심복인 텔디비오스와 에우리바테스를 불러서 명령했다.
Jacques-Louis David, The Anger of Achilles 1819
"아킬레우스의 진지로 가서 브리세이스의 손목을 끌어 이 곳으로 데리고 오너라.
만약 그가 그녀를 보내 주지 않을 경우,
짐이 부하들을 이끌고 가서 그녀를 빼앗아 올 테니,
그렇게 되면 그를 보다 난처하게 만들게 될 것이다."
그가 그들에게 엄한 명령을 내려서 물러가도록 하자 두 전령은
슬피 해변을 따라가서는 막사와 뮈르미돈 사람들의 함대가 있는 곳에 다다랐다.
그들은 막사와 함대 곁에 앉아 있는 아킬레우스를 발견했다.
그러나 그가 두 전령을 보았을 때는 달갑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들은 공포에 차서 공손히 그의 앞에 섰지만 한마디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그러자 아킬레우스가 그들을 알아보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령이여, 어서 오시오. 신과 인간의 전령이여, 가까이 오시오.
나의 이 말은 그대들을 두고 함이 아니라,
브리세이스 여인을 데려오도록 그대들을 보낸 아가멤논에 대한 것이오.
자 파트로클로스, 그 여자를 데리고 와서 이들에게 넘겨주시오.
하지만 만일 파멸로부터 동포들을 구하는데 또 다시 나를 필요로 할 경우
그들이 나를 찾되 결코 발견치를 못하리라는 사실을 영광된 신들 앞에,
속된 인간들 앞에서 그리고 아가멤논의 성난 열기 앞에
입증할 증인이 되도록 전령들에게 이르시오.
아가멤논은 격분에 못이겨 미친 사람이며 앞뒤를 분간치 못하는 사람이니
그리스 장정들은 함대 곁에서 안전하게 싸움에 임할 수 있을 것이오."
파트로클로스는 사랑스러운 동료의 명령에 따랐다.
그가 진지로부터 브리세이스를 데려와 전령들에게 넘기니,
그들은 그녀를 데리고 그리스 함대로 향했다.
여인은 싫은 길을 떠나는 것이었다.
아킬레우스는 끝없는 망망대해를 바라보면서
눈물을 흘리며 홀로 잿빛 해변으로 나갔다.
그는 두 손을 높이 들어 불멸의 어머니를 향해 기도를 올렸다.
"어머님이시여,
당신께선 저를 요절할 운명으로 낳으셨습니다.
올림포스를 다스리는 제우스 신께서
조그마한 영광을 베풀 수도 있으실 텐데 허사로군요.
아트레우스의 아들 아가멤논이 저를 모욕하는가 하면
무력으로 얻은 내 전리품을 빼앗아 갔습니다."
Giovanni Battista TIEPOLO (1696-1770),
Thetis Consoling Achilles
이렇게 기도를 올리면서 아킬레우스는 흐느껴 울었다.
어머니는 거친 바닷속에서 늙은 아버지 곁에 앉았다가 그의 기원을 들었다.
그녀는 파도를 헤치고 잿빛 안개처럼 솟아올라
울면서 서 있는 아들의 앞에 앉아 손으로 어루만지며 물었다.
"내 아들이여, 무슨 연유로 울고 있느냐?
무엇이 너를 슬프게 한단 말이냐?
숨김없이 말해 주렴. 우린 서로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
아킬레우스는 깊은 한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어머님께서도 알고 계실 것인데 그런 것을 왜 말씀드리겠습니까?
우리는 에티온의 강력한 도시 테베로 진주하여 점령하였고
이 곳으로 전리품을 실어 왔었습니다.
그리스의 용사들은 그 전리품을 골고루 나누어 가졌는데,
아가멤논은 몫으로 아리따운 크리세이스를 택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아폴론의 사제인 크리세스가 딸을 구하고자
거액의 몸값을 가지고 그리스 함대로 왔습니다.
더욱이 손에 애원의 화환을 둘러 아폴론의 왕홀을 가져와서
그리스 국민에게 특히 그리스의 영주인 두 아트레우스 아들들에게
간청을 올렸던 것입니다.
그리스 사람들은 입을 모아 그 사제를 중히 여기고
올린 몸값을 받아들였던 것입니다만,
아가멤논은 그렇지 않고 그에게 심한 말을 하여 거칠게 쫓아보낸 것입니다.
그리하여 노인은 화가 치밀어서 돌아갔는데,
그를 지극히 사랑하던 아폴론 신께서 그의 기원을 귀담아 들으신 것입니다.
신께서 우리 병사들을 향해 죽음의 화살을 날리니,
화살은 그리스 대군이 있는 곳 어디에나 쏟아져서
사람들이 인산을 이루며 죽어갔습니다.
드디어 다재한 예언자가 아폴론 신의 뜻을 우리에게 전했으며,
우리가 그의 노여움을 풀어야 한다고 처음으로 주장한 장본인이 바로 소자입니다.
그러자 아트레우스의 아들은 화가 치밀어 일어나더니
예나 다름없이 위협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스 사람들이 함대에 있던 그 여인을 크라이세로 데려가서
신에게 제물의 선물을 보낸 것입니다.
전령들이 와서는 그리스 동포들이 소인들에게 갇힌 브리세이스를
내 진지에서 방금 데려가 버리고 만 것입니다.
그러니 가능하시다면 당신의 용감한 아들을 도와주세요.
올림포스로 가셔서,
일찍이 언어와 행동으로 섬기신 제우스 신께 도움을 간청하십시오.
소자는 아버님 거처에서 어머님의 영광된 칭송을 많이도 들었습니다.
헤라며 포세이돈, 아테나 신께서 크로노스의 아들을 묶어 놓았을 때
불멸의 신들 중에서 어머님께서 단신으로 그를 고역으로부터
구해 주셨다는 것을 말이옵니다.
신들은 브리아레우스라 부르고,
인간들은 자기 아버지보다 강하여 아이가이온이라 부르는
백 개의 팔을 가진 괴물을 올림포스로 불러들인 분이 바로 어머님 여신입니다.
그 괴물이 당당히 크로노스의 아들 곁에 앉자,
다른 신들이 겁을 먹고 그를 묶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러니 그 분께로 가셔서 이 모든 일들을 상기시키시고,
발 아래에 매달려서 트로이 군에 구원을 내리시도록 간원하여 주십시오.
그리스 군이 그들 함대의 고물에서 포위를 당해 해변에서 멸망케하시고,
그들에게 왕의 맛을 보게 하십시오.
그리스 인들 중에서 으뜸가는 사람에게 모욕을 주었으니
아가멤논으로 하여금 자기의 무례함을 깨닫게 해 주십시오."
그러자 테티스는 눈물을 흘리면서 답했다.
"내 아들아, 내가 너를 낳아 무서운 운명으로 길러 왔구나.
인생은 그다지도 짧고,
슬픔일랑 그토록 지루하고 모든 것이 일장춘몽이거늘
네 함대에서 슬픔을 잊고 살아온 것이 그렇게도 짧은 기간이란 말이냐.
너를 낳은 순간부터 괴로움을 같이 했단 말이구나.
그렇지, 내가 올림포스 설봉에 올라가서 우리 기도에 응하시도록
모든 사실을 제우스 신앞에 아뢰겠다.
한편 너는 함대에 남아서
그리스 병사들에 대한 화를 달래며 싸움을 멀리하고 있거라.
제우스 신께서는 어제 이디오피아 사람들의 향연에 임하고자
오케아노스로 떠나셨단다.
여러 신들이 그 분과 동반을 했지.
그 분께서 열이틀 만에 올림포스로 귀임하실 터이니,
그때 나는 청동으로 덮인 전당으로 가서 축원을 올릴 것이다.
내가 신을 설득할 수 있으리라는 것은 의심치 않는단다."
이렇게 말하고 어머니는 떠나갔다.
아직도 자식이 빼앗긴 브리세이스의 손실에 분개하고 있었다.
이즈음 오딧세우스는 황소 백 마리의 제물을 가지고 크라이세에 도착했다.
일행은 입항을 하자, 돛을 말아서 창내에 놓았다.
앞돛의 밧줄을 늦추고,
돛대를 낮추어 제자리에 꽂고는 정박할 곳을 향해 서행을 했다.
여기서 그들은 닻을 던져 줄을 단단히 맸다.
그리고는 뭍에 올라 아폴론 신에게 올릴 황소 백 마리의 제물을 상륙시켰다.
크리세이스 또한 하선을 하니 오딧세우스는
그녀를 아버지의 품에 전하고자 제단으로 데리고 갔다.
LASTMAN, Pieter Pietersz(1583-1633),
Odysseus and Nausicaa
오딧세우스는 입을 열었다.
"아가멤논 대왕께서 따님을 돌려보내도록 나를 보냈고,
그리스 사람들을 위해 아폴론 신께 올릴 제물을 가져왔소.
한많은 슬픔을 가져다 준 신에게 우리 모두는 화해를 하는 바입니다."
이렇게 말을 하고 오딧세우스는 기꺼이 맞아들이는 아버지에게 그녀를 넘겼다.
일행은 성스러운 제물을 신전에 고이 정돈해서 올렸다.
손을 씻고 제물에 뿌릴 보릿가루를 집어들었다.
한편 크리세스는 손을 높이 치켜들어 그들의 안녕을 축원했다.
"오! 은활의 신이시여,
당신은 크리세스와 성스러운 킬라를 보호해 주셨으며,
당신의 영도로 테네도스를 다스려 왔습니다.
제 축원에 가히 응하셔서 그리스 사람들에게 심히 곤욕을 겪게 하셨듯이
이제 다시 저의 축원을 어여삐 여기시어 그리스 사람들로부터
이 무서운 전염병을 물리쳐 주십시오."
이처럼 기도를 올리자 아폴론 신께서 그의 청원에 귀를 기울였다.
일행은 기도와 보릿가루를 뿌리는 예식을 마치고
황소 제물의 목을 끌어와서 도살하여 가죽을 벗겼다.
허벅지의 뼈를 잘라내서 두 개의 비계포에 둥글게 싼 다음, 위에 날고기를 얹었다.
크리세스가 그것들을 장작불에 올려놓고 위에 포도주를 붓는 동안
젊은이들은 다섯 개의 발이 달린 꼬챙이를 손에 들고 그의 곁에 서 있었다.
허벅지가 익자 일행은 맛을 보고는 나머지 고기를 잘게 썰어
꼬챙이에 꿰어서 익을 때까지 구우며 날랐다.
이 작업이 끝나고 연회가 마련되자 일행은 충분한 몫을 받아서 만족하게 호식했다.
마음껏 먹고 마시자 시동들이 포도주와 물을 섞어서 일행에게 돌리고,
모두가 고수레를 올렸다.
이리하여 젊은이들은 종일토록 신께 바치는 송가와
위무의 찬가를 읊으니 신은 그들의 찬가에 기뻐했다.
해가 기울고 어둠이 찾아들 때 젊은이들은
삼대의 고물 밧줄 가까이에 누워서 잠을 청했다.
아침의 자식 새벽이 장미빛 손을 드리울 때
그들은 다시 그리스 진영을 향해 항해를 시작했다.
아폴론 신께서 그들에게 순풍을 내리니
그들은 돛대를 세우고 백색 돛을 높이 펼쳤다.
바람이 돛에 안기니 함대는 깊은 창파를 헤치며 질주했다.
함대가 속력을 내며 질주함에 따라 놋자국에 거품이 일었다.
그들이 넓게 펼쳐진 그리스 진영에 이르자 함대를
높게 건조한 모래 위의 해변에 끌어올려서 함대 밑에
단단히 버팀목을 놓은 다음 그들 자신의 막사와 함대 쪽으로 길을 재촉했다.
그러나 아킬레우스는 자기 함대에 남아서 분노를 달래고 있었다.
그는 영광된 회의장에도 나가지 않고 전장에도 출범치 않았다.
싸움과 전쟁을 동경하는 터라 가슴만 태우고 있는 것이었다.
Jean-Auguste-Dominique Ingres, Jupiter and Thetis
이제 열이틀이 지나자 불멸의 신들께서 한 덩어리가 되어 올림포스로 귀환하니,
제우스 신께서 길을 인도하신 것이다.
테티스 여신은 아들의 간곡한 청원을 잊을 리가 없는지라
바다에서 일어나 이른 아침 웅대한 하늘을 따라 올림포스로 향했다.
그 곳에서 여신은 맨 상봉에 홀로 앉아 있는
전능한 크로노스의 아들 제우스 신을 찾아냈다.
여신은 왼손으로 그의 무릎을 움켜쥐고,
오른손으로는 그의 턱을 만지며 앞에 앉아서 간청하였다.
"제우스 아버지시여,
모든 신들 중에서 당신에게 바친 제 언행을 가엾게 여기신다면,
제 기원을 들으시고 제 자식에게 영광을 내려 주십시오.
그 애는 요절할 운명으로 태어났나 봅니다.
아가멤논 왕께서 그 애의 전리품을 빼앗아 그녀를 데려감으로써
그 애에게 명예롭지 못한 행동을 했습니다.
올림피아의 영도자이신 제우스 신이시여,
그 애에게 몸소 영광을 내리시고,
그리스 동포들이 내 아들에게 당연한 것을 바치고,
보상으로 큰 재산을 줄 때까지 트로이 군에 승리를 허락하십시오."
제우스 신은 잠시 동안 묵묵히 앉아 있었다.
한마디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그러나 테티스 여신은 여전히 그의 무릎을 움켜쥐고, 두 번째의 간청을 올렸다.
"승낙을 하시겠다고 저에게 분명히 약속해 주십시오.
아니면, 당신께서는 두려워할 것이라고는 없으니 저의 청원을 거절하시고
저로 하여금 당신께서 얼마나 저를 멸시하고 계신지를 보여 주십시오."
이 말을 듣자 제우스 신은 심히 고통스러워하며 말했다.
"그대가 나를 헤라와 언쟁을 벌이게 한다면 난 심히 고통을 받을 것이오.
헤라는 나를 힐책하는 언사로 노하게 만들 테니까 말이오.
지금 그녀는 다른 신들 앞에서 나에게 늘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트로이 군을 돕는다고 비난을 거침없이 한다오.
이젠 그녀가 눈치를 채기 전에 돌아가도록 하오.
다시 그 문제를 고려하여 그대가 바라는 대로 성사되도록 할 것이오.
자, 그대가 믿도록 머리를 숙이리다.
이는 내가 어느 신에게나 표할 수 있는 엄숙한 표시라오.
내가 고개를 끄덕였을 때는 내 말을 다시 돌이킬 수 없을 뿐더러,
속일 수도 없고 내뱉은 말에는 실패란 있을 수가 없는 것이오."
이렇게 말할 때 제우스 신은 자기의 검은 눈썹을 수그렸다.
그리고 거룩한 그의 머리타래가 불멸의 두상에서 흔들리자
거대한 올림포스가 진동했다.
두 신이 이렇게 계획을 의논하고 헤어졌다.
제우스 신은 자신의 궁으로,
여신은 찬란한 올림포스를 떠나 깊은 바다로 뛰어들었다.
모든 신들이 아버지를 맞아 자리에서 일어섰다.
감히 한 명도 앉아 있는 신이란 없었고,
제우스 신께서 그들 중에 임하니 모두가 일어섰다.
제우스는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헤라는 제우스를 보자 그와 은발의 테티스가
계략을 꾸민 사실을 알아차리고 즉시 제우스를 꾸짖기 시작했다.
James Barry,Jupiter & Juno on Mount Ida (detail)
헤라 여신이 외쳤다.
"어느 신이 그대와 협의를 나누었습니까?
당신께선 늘 나에게는 한마디 말도 없이 비밀리에 모든 일들을 결정한단 말이오.
할 수만 있다면 당신은 단 한마디도 말해 주지 않으십니다."
"헤라 여신이여."
신과 인간의 아버지 제우스가 답했다.
"내가 의논한 바를 모두 알려고 들지 마시오. 당신은 내 부인이오.
하지만 그걸 이해하기가 곤란하리란 것을 알리다.
당신이 들어 마땅한 일이라면 신이나 인간이나를 막론하고
그대보다 빨리 전해 들을 자는 없는 것이오.
그러나 내가 간직할 일이라면 들추어낼 생각도 물을 생각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이오."
"지독스런 크로노스의 아들이시여,"
헤라가 말을 받았다.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나요? 저 말씀이신가요?
들추지도 묻지도 말라구요? 저는 그런 적이 결코 없습니다.
만사를 당신이 하시는 대로 버려두었습니다.
아직도 저는 늙은 인어의 딸 테티스가 당신에게
감언이설을 늘어놓은 점이 심히 의혹스럽습니다.
그녀가 당신과 함께 있으면서 이 아침에 당신의 무릎을 잡고 있었으니 말이에요.
보아하니 전 당신께서 아킬레우스에게 은총을 베풀 것을 그녀에게 약속하고,
그리스 함대에서 많은 병사들을 희생시키리라 언약했음을 의심치 않습니다."
"부인!"
제우스가 입을 열었다.
"당신이 나를 의심하고 감시하다니. 그래도 아무런 소득이 없을 것이오.
내가 그대를 더욱 미워하게 될 뿐, 당신에게도 더욱 곤란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오.
당신 말대로라면 좋으련만. 내가 명하노니 잠자코 앉아 있기나 하오.
내가 한번 당신에게 손을 뻗치기 시작하면 온 천상의 신들이
당신편에 선다고 해도 이로울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을 거요."
이 말에 헤라는 깜짝 놀라서 완고한 고집을 꺾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러자 천상의 신들은 제우스의 궁전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되었다.
그 때 노련한 일꾼 헤파이스토스 신이 애써 어머니 헤라 여신을 진정시켰다.
"만일 두 분께서 인간들 때문에 다투시고
천국을 소란 속에 휘몰아 넣으시는 것은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러한 옳지 못한 대좌가 빈번하다면 우리는 호의호식을 한들 기쁘지 않습니다.
어머님, 제 충언을 받아 주세요.
그게 보다 좋으리라는 것을 알고 계실 테니,
다시는 아버님께서 어머님을 견책하시지 않으시고,
우리의 연회를 망쳐놓지 않으시도록
존경하는 아버님 제우스 신과 화해를 나누십시오.
올림포스의 뇌성벽력의 제우스 신께서는 가장 전능하신 분,
우리 모두를 자리에서 던져내시고자 하시면 능히 그러실 수 있으니
그 분에게 말씀을 곱게 하십시오.
그 땐 곧 그 분께서도 저희들에게 유쾌히 대해 주실 것입니다."
말을 마치고 그는 두 손잡이의 넥타르 잔을 들어 어머니의 손에 쥐어 주었다.
그가 말을 계속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하십시오. 소생은 어머님을 지극히 사랑합니다.
그리고 어머님이 매를 맞는 것을 본다는 것은
너무나 유감스러운 일이 될 것입니다.
제아무리 슬프더라도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제우스 아버님 앞에 대적할 자는 없습니다.
언젠가 제가 어머님을 도와드리려고 했을 때,
아버님은 제 발을 나꿔채어 천국의 문으로부터 던져버렸던 것입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온종일 떨어져 해질 무렵 렘노스에 도달해서
거의 숨이 끊겨 누워 있었습니다.
그 때 신티아 사람들이 몰려와서 저를 보살펴 주었습니다."
이 말을 듣고 헤라 여신은 미소를 머금으며 아들의 손에서 잔을 받아 들었다.
그 때 아들 헤파이스토스가 술독에서 달콤한 넥타르를 따라와서
좌우로 잔을 돌리며 신들에게 권했다.
그가 천상의 왕실을 분주히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신들은 폭소를 터뜨리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처럼 낮부터 밤에 이르기까지 향연을 베풀고,
모든 신들은 충분히 만족했다.
아폴론이 거문고를 뜯고, 무사이 여신들이 주고 받으며
그들의 달콤한 목청을 돋우었다.
그러나 태양의 찬란한 빛이 물러나자 그들은 각기
절름발이 헤파이스토스 신이 교묘한 재주를 부려
그들을 위해 마련한 거처로 잠을 청하러 떠났다.
그러나 올림포스의 뇌성벽력의 주신 제우스는 항시 눕던 침대에 몸을 눕혔다.
금관을 쓴 헤라 여신을 곁에 하고서 잠을 청했다.
= 일리어드(2) =
- 아가멤논 왕의 꿈, 함선의 목록 -
모든 신과 무장한 지상군은 깊은 잠에 빠졌지만,
제우스 신은 깨어서 아킬레우스에게 영광을 내리고
그리스 함대의 많은 전사들을 멸망에 빠뜨릴 방도를 궁리하고 있었다.
결국 그는 아가멤논 왕에게 꿈을 보내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 꿈을 불러서 타일렀다.
Sir James Thornhill, Thetis Accepting the Shield of Achilles from Vulcan
"꿈이여, 그리스 함대로 가서 아가멤논 왕의 막사로 들거라.
그리고는 내가 지금 그대에게 명한 대로 말을 전하여라.
즉시 트로이를 점령할 운세이니 그리스군대에 무장을 하도록 하고,
신들 중에는 더 이상 의견이 분분치가 않으며 헤라 여신이
그 자신의 마음에다 불러들인 것이니 재앙이 트로이에 덮쳤노라고 전하여라."
꿈은 그러한 전갈을 듣고는 길을 떠나 곧 그리스 함대에 이르렀다.
꿈이 아트레우스의 아들 아가멤논 왕을 찾으니
왕은 막사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꿈은 흡사 넬레우스의 아들, 아가멤논 왕이 모든 늙은 의회 의원들 중에서
가장 존경하는 네스토르로 변신하여 고개를 숙이고 말하기 시작했다.
"아트레우스의 아드님이시여, 주무시고 계시군요.
걱정이 태산 같고, 나라가 그대의 어깨에 걸려 있는데
온 밤을 잠만 주무시다니 안 될 일입니다.
저는 가까이에 계시지는 않지만 당신을 동정하시고,
당신에 대한 염려가 떠날 날이 없으시는 제우스 신이 보내신 전갈인데,
저의 말씀을 유념해 들으십시오.
신께서는 당신께서 트로이를 점령할 것이니
그리스군대에 즉시 무장을 시켜서 전투 준비를 하라시는 분부입니다.
신들 사이에 더 이상 의견이 분분치 않고,
헤라 여신께서도 신들을 자기 자신의 마음으로 끌어들여
트로이군대의 운명을 제우스 신의 손에 맡기셨다오.
이를 명심하여 잠에서 깨어나더라도 잊지 말도록 하십시오."
꿈은 그의 곁에서 떠나가고 왕은 분명히 성사되지 못할 일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어리석게도 그는 그 날로 프리아모스를 점령할 수 있으리라고 믿었고,
제우스의 심중이 어떤가는 알지 못하고 있었다.
제우스는 그리스와 트로이군에 대해 어려운 다른 전화를 가져왔던 것이다.
드디어 왕은 아직도 귀에 쟁쟁한 신의 전갈을 간직한 채 눈을 떴다.
벌떡 일어나서 앉아 호사하고 새로운 푹신한 웃옷을 입은 다음,
그 위에 묵직한 외투를 걸쳤다.
예쁜 발에 신발을 신고, 어깨에는 은박이 검을 맸다.
그리고는 부친의 불후의 왕홀을 집어들고 그리스 함대의 틈으로 나갔다.
이 때 새벽의 여신이 장엄한 올림포스로 가서
제우스 그리고 다른 여러 신께 날이 밝았음을 알렸다.
아가멤논 왕은 전령을 보내서 집합 신호로 장정들을 모이도록 했다.
전령들이 고함을 지르자 장정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그러자 아가멤논은 먼저 네스토르 왕의 함대에서 노장들의 회의를 주관했다.
그리고는 그들이 모인 앞에서 하나의 교활한 계교를 제의했다.
"동지들."
왕이 말했다.
"나는 죽은 듯이 고요한 밤에 하늘로부터 보내준 꿈을 꾸었소.
그의 얼굴과 모습은 그 누구도 아닌 분명히 네스토르의 것이었소.
내 머리맡에서 몸을 굽혀 말했다오.
"아트레우스의 아드님이시여,
주무시고 계시군요. 걱정이 태산 같고,
나라가 그대의 어깨에 걸려 있는데 주무시다니 안 될 일입니다.
저는 가까이에 계시지는 않지만 당신을 동정하시고
당신의 염려가 떠날 날이 없으시는 제우스 신이 보내신 전갈인데,
저의 말씀을 유념해서 들으십시오.
신께서는 당신께서 트로이를 점령할 것이니
그리스 전 군대에 즉시 무장을 시켜 전투 준비를 하라시는 분부입니다.
신들 사이에 더 이상 의견이 분분치 않고,
헤라 여신께서도 신들을 자기 자신의 마음으로 끌어들여
트로이군대의 운명을 제우스 신의 손에 맡기셨습니다.
이를 명심하소서"라고 말이오. 꿈은 사라지고 나는 잠에서 깨어났소.
자, 이제 그리스 장정들에게 무장을 시킵시다.
그러나 먼저 내가 그들을 시험해 보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그런 끝에 그들에게 배를 달려서 진격하라고 명할 테니
그대들은 대군에 접근해 가서 그들을 제지하시오."
Gavin Hamilton , Priam Pleading with Achilles for the Body of Hector
왕이 자리에 앉자, 필로스의 군주 네스토르가 정중하고 친절하게 이렇게 말했다.
"동지들, 군주들 그리고 고관들이시여,
그리스 사람들 중에 다른 누가 이런 꿈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면
우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이었을 것이오.
그러나 꿈을 꾼 분이 우리의 영도자시니,
우린 장정들을 무장시켜야 할 줄 압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네스토르가 앞장을 서서 회의장을 빠져나가자,
다른 왕들도 아가멤논 대왕의 말에 순종하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병사들은 말을 듣고자 앞을 다투어 몰려왔다.
벌집에서 나와 꽃밭으로 떼를 지어 몰려오는 윙윙대는 벌떼와도 같았다.
여기도 벌 저기도 벌,
끝없이 나는 봄동산의 벌떼와도 같이 강인한 병사들이 함대에서
그리고 막사에서 쏟아져 나와서는 회의장으로 몰려들었는데,
망망 해변에서 스스로 정렬을 하였다.
이처럼 그들이 모여들어 수라장을 이루자 대지는
그들이 자리를 잡으려고 법석을 떨 때 사람들의 발 밑에서 신음을 했다.
아홉 명의 전령들이 법석을 중지하고 왕에게 귀를 기울이라고 외치고,
드디어 몇몇 장소로 그들이 안내되자 그들의 소동은 멈추었다.
아가멤논 왕이 자기 왕홀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왕홀은 헤파이스토스의 작품인데 그는 이를
크로노스의 아들인 제우스 신에게 가져다 주었다.
제우스는 그것을 아르고스의 살해자요
안내자, 수호자인 헤르메스에게 주었던 것이다.
헤르메스 신은 유능한 전차의 역장 펠롭스에게,
그리고 펠롭스는 국민의 목양자인 아트레우스에게 넘겨주었고
또 그가 세상을 떠날 때는 그것을 많은 양 떼를 소유하고 있는
다이에스테스에게 물려주자 다시 아가멤논에게 돌아온 것이니,
그는 모든 아르고스와 섬들의 영주가 되었다.
자기의 왕홀에 기대어 아가멤논 왕은 그리스 사람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동지들이시여."
그가 말했다.
"영웅들이시여, 아레스의 사도들이시여,
운명의 손길이 지금 나에게 뻗치셨소.
무정하신 제우스 신께서는 내가 귀향하기 전에
프리아모스 시가를 빼앗게 해 주실 것을 엄숙히 약속하셨습니다.
하지만 신은 나를 우롱했던 것,
이젠 무수한 전화를 안은 채 불명예스럽게 그리스로 돌아가라는 명령이십니다.
수많은 당당한 도시들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던 제우스의 뜻이 그렇듯,
신은 다른 시가들을 그렇게 하실 것이오.
그 분의 힘이란 무한하기 때문이오.
그리스 대군의 장기 성전이 이처럼 실패를 맛보아서 수포로 돌아가고
하나도 볼 만한 공적을 남길 수 없었다는 것이 청사에 남는다면,
더구나 약소한 적과 싸워서 겨우 이 정도의 결과라면
우리의 업적이란 누대를 두고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겠는가.
그리스군과 트로이군이 휴전을 맺어 병력의 수를 조사한다고 생각해봅시다.
트로이 시민을 총동원시키고 우리는 열 명씩 짝을 지어 한 팀이 되어서
트로이 사람 하나씩에게 술을 붓게 한다고 할지라도
우리의 열 사람 부대에게 술을 부을 사람이 없을 거요.
우리의 인원이 이렇게도 많다는 것을 단언하는 바요.
하지만 그들은 타지로부터 많은 동맹군들을 보유해서,
내가 부유한 트로이를 정복할 수 있는 것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오.
제우스의 아홉 해는 지나간 것이오.
우리 함대의 선재는 썩었고 용구는 더 이상 여의치 못하고,
집에 있는 우리의 처자들은 우리의 귀향을 간절히 고대하고 있지요.
그러나 우린 이 곳에 와서 할 일을 전혀 성취하지 못한 것이오.
자, 이젠 모두들 내 말대로 하도록 합시다.
고국으로 뱃길을 돌리도록 하시죠.
우리가 트로이를 함락하지는 못할 터이니 말이오."
이렇게 열변을 토해 대웅의 마음을 동요시켜 놓으니,
무수한 사람들이 아가멤논의 간교를 알아채치 못했다.
그들은 동남풍이 천상의 구름에서 몰려와 휩쓸 때
이카리아 해의 파도처럼 사방으로 날뛰었다.
혹은 서풍이 옥수수밭을 휩쓸어 귀를 요란하게 만들 때처럼
그들은 동요가 되어 함대를 향해 고함을 지르며 돌진해 갔는데,
발 밑에서는 먼지가 일어 구름을 이루었다.
서로 희희낙락하며 함선을 바다로 끌어들였다.
그들 앞의 널빤지를 말끔히 치우고, 밧줄을 밑에서 걷고,
즐거운 환호로 창공을 진동시키며 귀향 길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스군은 분명히 그럭저럭 숙명에 없는 귀향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헤라 여신이 아테나 여신에게 이르기를,
"저런…… 방패의 주인 제우스의 양양한 딸이여,
그리스군이 망망대해를 건너 그들의 고향 땅 집으로 돌아가고,
헬레네를 위해 수천리 떨어진 트로이에서 수많은 그리스군이 목숨을 잃었건만
아직도 그녀를 보존하고 있는 영광된 트로이 국민과 프리아모스를 떠날 것인가?
즉시 병사들에게 가서 그들의 항해를 거두도록
한 사람 한 사람 고이 타이르도록 하여라."
아테나 여신은 헤라 여신의 명을 거역할 리가 없었다.
올림포스 최정상으로부터 급히 내려와, 잠시 동안 그리스 함대에 머물렀다.
그 곳 회의장에서 여신은 홀로 서 있는 제우스 신의 동료 오딧세우스를 찾아냈다.
그는 슬프고 안타까워서 아직도 함선에 손을 대지 않고 있었다.
여신이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라에르테스의 귀동자 오딧세우스여.
그대는 몸소 함선에 올라 이런 식으로 고향 땅의 집으로 떠날 것입니까?
그대는 수천리 타향 트로이에서 수많은 그리스군이 목숨을 잃었건만,
아직도 헬레네를 보호하고 있는 영광된 트로이 사람들과
프리아모스를 떠나버릴 작정입니까?
즉시 병사들에게 달려가서 항해를 거두도록 한 사람씩 잡고 설득을 하시오."
오딧세우스는 그 목소리가 아테나 여신의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는 외투를 벗어던지고 달리기 시작했다.
이다케 출신 그의 동료 에우리바테스가 기다리고 있다가 외투를 받아 맡으니,
오딧세우스는 그 길로 곧장 아가멤논 왕에게 달려가서,
여러 대를 거친 왕홀을 받아들고 그리스 함대로 갔다.
오딧세우스는 왕이나 지휘관을 만날 때마다
옆으로 가까이 가서 좋게 타이르는 것이었다.
"왕이시여."
그가 말했다.
"이 귀향은 어리석고 값이 없는 것이오.
당신의 진영으로 가셔서 그대 병사들에게 위치를 지키도록 명하시오.
당신께선 아직도 아가멤논 대왕의 깊은 저의를 알고 계시지 못하오.
그 분께서는 우리의 마음을 떠보았을 뿐,
머지않아 언짢은 마음으로 그리스 병영을 찾아올 것입니다.
회의에서 그 분께서 하신 말씀을 우리 모두가 듣지를 않았소.
대왕의 긍지는 대단하며,
제우스 신의 손길이 그의 곁에 있으니 대왕으로 하여금 화가 난다든지
우리에게 위해를 미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그러나 오딧세우스는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있는
일반 병사들을 만날 때면 왕홀로 그를 두들기며 꾸짖어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었다.
"시끄러워, 조용하고 보다 고명한 사람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거라.
그대는 비겁자, 군인이 아니다. 그대는 입도 힘도 쓸모가 없는 자,
우리 모두가 왕이 될 수는 없는 법,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법이다.
지고한 왕은 단 한 명이어야 한단 말이야.
명석한 크로노스의 아들께서 여러분 모두의 통치권을 대표할
왕홀을 넘겨준 한 분의 왕 말이오."
이렇게 만류를 권하며 돌아다니자,
병사들은 함대와 막사로부터 마치 성난 물결이 포효하고
기슭을 쳐서 깨뜨릴 때와 같이 고래고래 법석을 떨면서 회의장으로 되돌아갔다.
모두가 몇 개의 장소를 지정해서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데,
테르시테스는 아직도 난폭한 혀를 휘두르고 있었다.
이 사람은 입심 좋고 말이 많은 자로,
체모도 주책도 없이 권위를 내세우고 사람을 비웃기나 하고,
자기 입에서 떨어진 말을 탈피지 못하고 그리스 사람들을 웃기기나 한 사람이다.
이 사람이 트로이에 나타난 가장 추악한 사람으로,
굽은 다리며 한 쪽은 절고, 꼽추에다 두 어깨는 오므라들었다.
그의 머리는 위로 올라갈수록 뾰족하고, 머리 꼭대기에는 머리가 없었다.
아킬레우스와 오딧세우스는 그를 제일 싫어했는데,
그가 늘 말썽을 부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젠 이 사람이 째지는 듯한 목소리로 아가멤논 왕을 힐책하는 것이었다.
그리스 사람들이 몹시 화가 치밀어 넌더리를 냈다.
그러나 그는 아트레우스의 아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아가멤논이시여, 무슨 번민이 있습니까?
더 바랄 게 무엇입니까?
우리가 저자를 점령할 때마다 전하께 상납해서 당신의 막사에는
청동과 예쁜 여인네들로 가득합니다.
나 혹은 다른 그리스 사람들이 포로로 잡아놓은 아들의 몸값으로
어떤 트로이 사람이 가져다 줄 많은 황금을 갖겠다는 것입니까?
아니면 젊은 색시를 숨겨 동침을 하겠다는 것입니까?
그리스 국민의 영도자이신 당신께서
그들을 비탄 속으로 집어넣는다는 것은 그릇된 처사입니다.
당신네들은 연약한 비겁자, 사내라 할 수 없는 부인네들입니다.
자, 뱃머리를 고향으로 돌립시다.
그리고 이 사람만 이 곳 트로이에 남겨놓고 자신의 전리품을 궁리토록 합시다.
우리도 자기에게 봉사가 되는지 안 되는지를 깨닫게 합시다.
아킬레우스라는 분은 저 양반보다는 월등히 훌륭하신 분이지요.
자, 그가 아킬레우스를 어떻게 대했는지 봅시다.
아킬레우스의 전리품을 빼앗아 착취를 한 것이오.
아킬레우스는 그것을 양순하게 받아들이고는 격분도 보여주지 않으신 분이오.
만일 아트레우스의 아들이여,
그 분이 그런 태도로 나온다면 그대는 그 분을 다시는 모독치는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델니테스는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오딧세우스가 즉시 그에게로 다가가 그를 엄숙히 꾸짖었다.
"테르시테스, 그대의 넉살좋은 주둥이를 닥치시오."
오딧세우스가 말했다.
"더 이상 한마디도 지껄이지 마시오.
그대를 후원해 줄 자가 없는 이때
왕들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떠들지 말란 말이오.
아트레우스의 자손들과 더불어
트로이에 온 병사들 중에 비열한 친구들은 없소.
왕들에 대한 그 따위 소리는 집어치우시오.
그들에게 다시는 비열한 짓을 하지 말 것이며,
고향으로의 귀국 운운은 삼가시오.
우린 아직 형세를 점칠 수도 없고,
그리스군이 훌륭한 성공을 거두고 돌아올지 패하고 돌아올지도 모르는 것이오.
다나아 병사들이 아가멤논 대왕에게 그렇게 많은 전리품을 진상했다고 하여
그 분에게 감히 조롱한단 말이오? 그대에게 내가 말하겠소.
이건 분명한 사실입니다만,
내가 만일 당신께서 다시 그런 허튼소리를 하는 걸 본다면
난 내 자신의 체면을 잃어 다시는 텔레마코스의 아버지라 부르게 하지 않을 것이며,
그대 옷을 벗겨 벌거숭이로 매질을 해서 회의장에서 쫓아내어
울면서 함대로 쫓겨나게 할 것이오."
이렇게 말하고 오딧세우스는 그의 등과 어깨를 갈기니,
나가떨어지며 눈물을 흘렸다.
황금 홀이 그의 등에 핏자국을 남기니 놀라고 아파서 주저앉았는데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내는 꼴은 어리석게만 보였다.
사람들은 의기소침해졌지만 아직도 마음껏 희희덕거리고 있었다.
누군가 옆사람에게 돌아서서 다음과 같이 수군거렸다.
"오딧세우스는 전쟁과 의회에서 좋은 일을 많이 했단 말이야.
하지만 이 자의 입이 수다를 떨지 못하도록 틀어막아 놓았을 때보다
알지브 사람들에게 보다 훌륭하게 해 주지는 못했단 말이오.
그는 왕들에게 더 이상의 오만한 행동을 하지는 않을 거야."
그 자가 이런 말을 하자,
오딧세우스가 왕홀을 손에 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테나 여신이 전갈자의 모습으로 그 자에게 입을 다물 것을 명하니
멀찍이 떨어져 있던 사람들도 그의 음성과 충고를 들을 수가 있었다.
그리하여 오딧세우스가 온갖 정성과 주의를 기울여
좌중을 향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는 것이었다.
"아가멤논 대왕이시여,
그리스군이 전하를 사람 대접받지 못할 웃음거리로 만들고자 합니다.
그 자들은 전하께서 아르고스를 출발하실 때 트로이를 점령하실 때까지는
귀향하지 않으리라는 저들의 언약을 잊고 있습니다.
그래서 철없는 어린애들이나 남편을 잃은 부인네들처럼
그들은 쑥덕대고 또 귀향코자 합니다.
그들이 낙담할 정도로 충분히 애를 썼음은 사실입니다.
사람이란 풍파의 처분대로 선상에서 한 달만 지내게 되면 초조한 법이지만
우리가 이 곳을 고수한 지가 아홉 해라는 긴 세월입니다.
그러니 만일 그들이 반항적으로 기운다해도 저는 그리스군을 책할 수는 없소이다.
아직도 우리는 기나긴 객지생활 끝에
맨 손으로 귀향한다면 치욕적인 일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동지들이시여, 조금만 더 참으시오.
그래야만 칼카스의 예언이 거짓인지 참인지를 우리가 알 수 있으리다.
아직도 살아 남은 모두는 우리 프리아모스와 트로이를 쳐부수고자
이 곳으로 뱃머리를 돌렸을 때 그리스 함대가 아올리스에서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리게 된 점은 엊그제 일이라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오.
우리는 성스러운 제단 위에다 신들께 바칠
황소 백 마리의 제물을 올리면서 우물 주위에 도열하게 된 것이오.
그곳에는 훌륭한 플라타너스가 한 그루 서 있는데,
그 밑에서는 맑은 물이 샘을 이뤄 흐르고 있었소.
그 때 큰 전조가 나타났소.
제우스 신께서 내려보내신 등이 얼룩진 무서운 뱀 한 마리가
신전 밑에서 나타나 나무 위로 올라가는 것이었소.
이 나무 맨 위 가지에 아주 어린 참새떼가 모여서
잎 사이로 상황을 살피고 있었는데 어미까지 합쳐 아홉 마리였소.
그 뱀이 불쌍하게 짹짹거리는 새끼들을 잡아먹자,
어미는 새끼들을 탄식하며 이 가지 저 가지로 날아다녔다오.
그러나 뱀은 둘둘 말린 몸둥이를 풀어 던져서
짹짹대는 어미참새를 잡아먹었던 것이오.
뱀이 새끼들과 어미를 모두 잡아 삼켰을 때,
뱀을 내려보냈던 신이 그 뱀을 하나의 징후로 삼았던 것이지요.
교활한 제우스가 그 뱀을 바위 틈 속으로 돌려보냈으니까요.
우리들은 벌어졌던 일을 유심히 보면서 서 있었다오.
그러한 무서운 전조가 우리가 올린 제물 위에서 일어난 사실을 보았을 때,
칼카스가 즉석에서 그 신명을 우리들에게 해명한 것이오.
"아니, 그리스 시민이여, 어찌하여 그대들은 묵묵부답이오?
제우스 신께서 오랜만에 이 징후를 우리에게 보낸 것이오.
길이 청사에 빛날 일이지만 오랜 세월을 두고 성취가 될 수 있는 일 말이오.
그 뱀이 새끼와 어미를 합쳐 아홉 마리의 참새를 삼킨 것처럼,
그토록 우리는 트로이에서 아홉 해를 싸워서
다음 해에야 트로이를 점령하게 되리라"라고 말이오.
그의 해명이 이럴 바엔, 이제는 모든 것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오,
자 그대들, 우리가 프리아모스를 함락할 때까지 이 곳에 머무릅시다."
이 설득에 그리스군이 함성을 지르니,
함대는 또다시 고함 소리로 뒤덮였다.
그 때 네스토르가 좌중을 향해 몇 마디 일렀다.
"그대들 수치로다.
사내답게 싸워야 할 판에 이 곳에 남아 이러쿵저러쿵 애들마냥 떠들고 있다니.
우리의 서약은 이제 어디로 갔으며, 우리가 맺은 맹세는 어디에 있는 것이오?
우리의 의회가 제주나 믿어왔던 우정의 손을 들어 맹세하는 것으로
전화 속으로 던져질 것이오?
우리는 말만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며,
우리가 여기서 떠드는 것은 모두에게 더 이상 이로울 게 없는 것이오.
그러니 아트레우스의 아드님이시여,
확고한 결의로 일어나 용사들을 전쟁터로 인도하시오.
그리고 이 귀찮은 작자들은 파멸토록 버려두시오.
그 자들은 제우스 신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알아보기도 전에
귀향키 위해 헛된 꿈을 꾸리다.
고명하신 크로노스의 아드님께서는
그리스군이 트로이를 죽음과 파멸로 몰아넣기 위해 침공을 한다면
성공하리라는 사실을 분명히 약속했기 때문이오.
그 분께서는 우리의 오른손에 번개를 내려쳐 길조를 보여 주었지요.
그러니 어느 트로이 부인과 동침을 해서
헬레네의 눈물과 투쟁의 복수를 할 때까지는
아무도 서둘러 빠져나가도록 하지는 마십시오.
하오나 누군가 다시 귀향을 성급히 재촉한 자가 있거든,
함대에 손을 묶어 눕히고 만인 앞에서 운명을 맞도록 하시오.
그러나 왕이시여, 십분 고려하시어 제 말씀에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제가 드리려는 말씀을 가볍게 넘겨 버릴 수는 없습니다.
아가멤논 대왕,
당신의 군대를 몇 개의 족속과 혈통별로 서로 뭉쳐 돕도록 분류를 하십시오.
그렇게 하면, 그리고 그리스군이 당신의 뜻에 따른다면
왕께서는 대신들과 국민 모두 누가 용감하며,
누가 비굴한지를 알게 되시리라.
그들은 자기들의 단독 동료들로서 싸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리하면 왕께서는 또한 그 저자를 함락하는 것이 실패로 돌아감이
신의 뜻에서인지 아니면 인간의 비굴함에서인지를 아시게 될 것입니다."
아가멤논 왕이 대답했다.
"네스토르,
당신께서는 또 다시 회의석상에서 그리스의 장정들을 능가하셨구려.
아버지 제우스 신, 아테나 그리고 아폴론 신께서
내 나라에 이와 같은 고문을 열 분만 더 내리셨다면 얼마나 좋으리까!
프리아모스 왕의 저자가 삽시간에 우리의 손아귀에 들어올 것이며,
우리가 그 저자를 점령하고 말 것이오.
하지만 크로노스의 아드님께서는 소용없는 논쟁과 반목만을 내리신 겁니다.
아킬레우스와 나는 이 여자로 언쟁을 하고,
내가 먼저 화근을 일으켰다니 만일 우리가 다시 일체가 될 수 있다면
트로이군은 하루 동안 파멸을 면치 못할 것이오.
그러니 이에 아침 식사를 하고 전쟁 채비를 차리도록 하오.
창을 갈고 방패를 보살피시오.
말에 여물을 족히 먹이고, 전차를 세심히 점검하시오.
온종일 싸울 수 있도록 말이오.
밤이 찾아와 우리를 떼어놓을 때까지 우리는 단 한 순간도 쉴 틈이 없을 것이오.
그대들의 방패를 묶어놓은 끈은 어깨 위에서 땀으로 흠뻑 젖을 것이며,
창을 쥔 손은 맥이 빠질 것이며, 전차 앞에서 말들은 헛김을 푹푹 내쉴 것이오.
만에 하나 어느 누가 전쟁을 게을리 한다든지
함대에서 꾀를 부리려고 하는 자가 보이면 그 자를 도와주기는커녕,
개와 독수리 밥을 면치 못하게 할 것이다."
그의 말이 끝나자 갈채의 함성이 진동했다.
마치 잔바람이 이는 대로 물결이 스쳐 조용할 적지 없는 절벽으로
갑자기 거센 남풍이 물결을 몰아칠 때 바위로 둘린 곶에서 일어나는
드높은 함성과도 같았다.
그리스군은 자리에서 일어나 모두들 서둘러 함대를 향해 길을 찾았다.
그 곳 진지에서 그들은 불을 밝히고 음식을 장만해
각기 섬기는 신에게 제를 올리고,
전쟁에서 살아 돌아오게 해 주십사 기원을 몰렸다.
아가멤논 왕은 살찐 다섯 살짜리 황소를 전능하신 제우스 신께 제물로 올리고,
영주들과 군중의 어른들을 초대했다.
먼저 네스토르와 이도메네우스,
그리고 두 명의 아이아스와 디오메데스,
그리고 여섯 번째로 회석에서 신들의 동배인 오딧세우스의 차례였다.
그러나 메넬라우스는 자발적으로 참석했다.
그는 자기 형이 얼마나 많은 고뇌를 갖고 있었는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손에 보릿가루를 쥐고 황소를 둘러싸고 서니
아가멤논 왕이 입을 열어 다음과 같이 축원을 올렸다.
"하늘에 계시며 풍운을 타고 다니시는 최대의 영광,
최고의 제우스 신이시여.
프리아모스 시가 내려앉아 성문이 화염에 싸일 때까지
태양이 서산에 기울지 않고 밤이 도래하지 않도록 은총을 내리소서.
내 검이 헥토르의 의복 심장부를 갈기갈기 찢어 놓을 수 있도록,
그리고 그의 많은 동지들이 그의 곁에서 죽어 쓰러질 때
먼지를 흠뻑 뒤집어쓰도록 하여 주십시오."
이렇게 기원을 올렸으나
크로노느의 아들 제우스 신은 그의 기도를 이행해 주지 않았다.
신은 그 제물을 받아들였지만 아직도 계속해서
그들의 고난을 줄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들은 기원을 올리고 제물 위에 보릿가루를 뿌리고 나서,
황소의 목을 끌어당겨 도살한 다음 가죽을 벗겼다.
허벅지 뼈를 잘라내 두 장의 기름 사이에 고기를 말고
그 위에다 날고기를 올려놓았다.
이것을 잎이 없는 장작 위에다 놓고 태워 속을 꽂아서 불 위에서 구웠다.
모두가 잘 구워지자 속고기를 먹고 나머지를 잘게 썰어서
꼬챙이로 저민 고기를 그을리니 모두가 먹기 좋도록 익었다.
그들의 일이 끝나자 식사가 마련되고 그들은 먹기 시작했다.
모두가 충분한 몫을 가지니 두루 만족했다.
그들이 마음껏 먹고 마시자 네스토르가 말하기 시작했다.
"아가멤논 대왕."
그가 말했다.
"이 곳에 모여 말만 늘어놓지 말 것이며,
신이 우리의 손에 쥐어 주신 성업을 지체하지 않도록 하시지요.
전령을 보내 병사들을 그들 몇 척의 함선에 모이도록 하시오.
우린 즉시 전쟁을 시작할 수 있도록 병사들에게로 갈 것입니다."
그가 이렇게 아뢰니 아가멤논 왕이 그의 말을 따랐다.
왕은 즉시 병사들을 회의장으로 불러 모이도록 전령을 보냈다.
전령들이 병사들을 외쳐 부르자 재빨리 모여들었다.
아트레우스의 아들 휘하 각료들이 자신의 부하들을 소집하기에 바빴다.
한편 아테나 여신이 횟수가 오래되고 망가져 없어질 줄도 모르는
값싼 방패를 손에 들고서 그들 사이에 끼여 있었다.
그 방패는 백 개의 순금 줄을 정교하게 꼬아 만든 것인데,
그 줄 하나하나 황소 백 마리의 값이 나가는 것이었다.
이것을 들고 여신은 화난 듯이
그리스군 틈을 누비며 전진을 재촉하는가 하면,
끊임없이 싸워 전쟁을 할 수 있도록 각자에게 용기를 불러일으켜 주었다.
이리하여 병사들의 눈에는 전쟁이 함대를 이끌고 귀향하는 것보다
훨씬 감미롭게 보이게 된 것이다.
어떤 엄청난 산불이 산꼭대기에서 일어나 그 불길이 충천할 때와 마찬가지로,
병사들이 진격해 나갈 때 그들의 병기가 광채를 내어 영원한 천상에까지 비쳤다.
병사들은 날개를 퍼득이며 이곳 저곳을 자랑이나 하듯이 날아다니는 것이
그들의 울부짖는 소리로 연못이 활기를 찾을 때까지 머물러 소리를 지르며 평원,
카이스테르의 호반에 모여든 거위나 학 그리고 백조의 대 무리와 흡사했다.
이처럼 동족들이 함대와 막사로부터 쏟아져 나와
스카만데르 평원으로 돌진하니 대지가 병사들과 말발굽 밑에서 쇳소리처럼 진동했다.
그들은 여름철 녹음이 우거지고 꽃들이 만발한 것처럼
그렇게 빽빽이 초원에 들어서 있었다.
헤아릴 수 없는 파리들이 봄날에 우유가 통에 가득하자
양치기의 외양간 주위를 윙윙거리듯이 그리스군이 트로이군을 맞아
전멸시키고자 평원으로 물밀듯 돌진해 나갔다.
막료들은 이런 식으로 그들 부하들의 진영을 가다듬어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양들이 풀을 뜯는 동안 뒤섞였을 때
양치기들이 그 떼를 갈라놓듯이 쉽사리 병사들을 분산시켜 놓았다.
그리고 아가멤논 왕의 두상과 얼굴은 벽력의 주인 제우스 신과 같고
허리는 아레스 군신, 그리고 가슴은 포세이돈과 같은 모습으로
그들 중간에 군림해 있었다.
어언 커다란 황소가 무리들 중 평원에서 주인 노릇을 하듯이
제우스 신은 아트레우스의 아들 아가멤논 왕을
무수한 영웅들 중에서 돋보이게 한 것이다.
오, 올림포스 궁전에 유하시는 무사이 신들이시여, 말해 주시오.
그대들은 여신들, 어디를 가나 그대들은 우리가 들어서 알 뿐,
아무 것도 모르는 바를 빼놓지 않고 알고 계시니,
그리스 막료들은 그리고 영주들은 누구십니까?
일반 병사들로 말하자면,
그 수가 너무도 많아 혀를 열 개나 지녔다 해도 내 음성이 꾸준하다 해도
그리고 내 심장이 청동으로 되어 있다고 해도,
오 방패의 주인 제우스의 따님들 올림피아의 무사이신들이시여,
그대들이 저에게 상기시켜 주지 않으면
그들 단 한 사람의 이름도 호명할 수 없는 것이오.
그러나 내 함대의 함장들과 모든 함대들을 겸해 알려 드리리다.
페넬레우스, 알세실라우스, 프로피놀, 레이투스 그리고
클로니우스가 보이티아의 함장들입니다.
이들이 온 고장을 들어보면 히리아, 암석지대 올리스, 쇠누스, 스콜루스
그리고 고원지대 에테오누스, 데스페이아, 그라이아, 미스칼소스 평야,
할마 근방 지방, 에일레손, 에리드라이, 엘레온, 힐라에, 페테온, 오칼리아,
울창한 메돈 삼림지대, 코파이 유트레시스, 비둘기 고장 디스베,
코로네이아와 할리알토스 초원, 플라티아와 글리사스 하이포데바이,
온체스토스 성지, 영광의 포세이돈 삼림, 아른과 미디아 포도지방,
니사 성역 해안지대, 안데든 등지에서 온 것입니다.
15척의 함대를 이끌고 왔으며,
배마다 120명의 보이오티아 청년들이 타고 있습니다."
아레스의 아들 아스칼라푸스와 이말메누스가
아스플레돈과 미냐의 영역 올코메누스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인도한 것이다.
귀부인 아스티오케가 이 두 아들을 제우스 신의 아들 아크토로 집에서 낳았다.
그녀는 은밀히 아레스의 침실에 들어 그와 동침을 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30척의 함대를 이끌고 왔다.
포키아 족은 나우볼루스의 아들이자 고매한 이피투스의 두 아들
세피디우스와 에피스트로푸스에 의해 인솔된 것이었다.
그들은 사파리서스와 험준한 파이돈, 성역 크리시아, 다울리스
그리고 파노페우스 출신이다.
그들은 또한 아네모레아와 히암폴리스 그리고
강변 세피서스, 세피서스 강변 옆에 있는 릴리아에 거주한 족속들이다.
이들의 두목들과 더불어 40척의 함선이 합류를 했으며,
그들은 포키아 병사들을 정비하는데 보이오티아 다음으로 왼편에 배치되었다.
오일레우스의 날랜 아들 아이아스가 로크리아 족을 지휘했다.
그는 텔라몬의 아들 아이아스보다는 그렇게
거구도 어느 정도 비슷하게 크지도 않다.
조그마한 사람이며 그의 갑옷은 리넨으로 만들어졌는데,
창을 씀에 있어 모든 헬레네 출신이나 아카이아 출신보다 그 솜씨가 탁월하였다.
로크리아 족은 시노스, 오푸스, 칼리아루스, 스칼페,
아름다운 오게이아, 탈페 그리고 보아그리우스 강 유역
드로니움에 거주하던 종족들이다.
그와 더불어 유보이아 저쪽에 거주하던
로크리아 족의 함선 40척이 합류를 한 것이었다.
칼시스, 에레트리아, 포도원으로 풍성한 히스티에아,
해변의 세린투스 그리고 준엄한 디움과 같은 도성을 지닌
유보이아에서는 맹폭한 아반테스 족이 온 것이다.
그들은 또한 카리스투스와 스티라의 사람이며,
아레스 족의 엘레페놀이 이들 족속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그는 칼코돈의 아들이자 모든 아반테스 족속의 우두머리인 것이다.
그와 더불어 발이 날래고 머리를 뒤로 치렁치렁 늘어뜨린
용감한 창을 쓰는 병사들이 동반하였는데,
그들은 그들의 긴 잿빛 창을 가지고 적의 갑옷을 갈기갈기 찢어놓을 기세였다.
이들 뒤에는 50척의 함대가 따르고 있었다.
강력한 아덴스 시를 가지고 있는 그들,
흙에서 태어났으되 제우스의 따님 아테나 여신이 길러
그녀 자신의 성역인 아덴스에서 정주케 한 위대한 에레크데우스의 족속도 왔다.
그 곳에서 해가 거듭하자 아데니아의 젊은이들은
황소와 숫양을 제물로 바쳐 그를 존경하게 된 것이다.
이들은 페테오스의 아들 메네스테우스의 인솔을 받고 있었다.
전차와 병사들을 다스리는데 있어 어떤 생존해 있는 자도 그와 대적할 자는 없었다.
네스토르만이 그와 겨뤄볼 만한데 나이가 많았다.
그와 더불어 50척의 함대가 같이 하고 있었다.
아이아스는 살라미스로부터 12척의 함대를 이끌고 와서
아데니아 진영옆에서 머물렀다.
아르고스 족들은 티린스 성벽, 만 위에 위치한 헬미오네와 아시네를 지배하는데
트레제네, 에이오니 그리고 에피다우루스 포도원의 출신들이다.
더욱이 아에지나와 마세스에서 온 그리스 장정들은 전장에서
함성의 명수 디오메데스의 휘하에 있었다.
그리고 또 덕망이 높은 카파니우스의 아들 스테넬로스가 인솔하고 있었다.
그들의 지휘자로는 탈라우스의 아들 메시스테우스 왕의 아들 유리알루스였다.
그러나 디오메데스가 전군의 우두머리인 것이다.
그들에게는 80척의 함대가 따르고 있었다.
강력한 미케네 시에서도 병사들이 왔다.
부유한 코린드, 클레오니, 오리네이, 아레디레아
그리고 리카이온에서도 왔다.
이 곳은 옛적에 아드라스투스가 통치하던 곳이었다.
다음 하이페레시아와 고지대 고뇌사 그리고
펠렌네, 이지움 및 헬리스를 둘러싼 모든 해안지대에서도 정병이 왔다.
아트레우스의 아들 아가멤논은 휘하에 100척의 함대를 이끌고 있었다,
그의 권력은 넘쳐 가장 훌륭하고 가장 지대한 것이었다.
왕 중에서도 몸소 군림해 있으며 번쩍이는 찬란한 갑옷으로 단장을 하고,
그가 왕 중의 왕인지라 여러 영웅들 중에서 제 일인자요,
자기 휘하에 대부분의 영웅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계곡에 낮게 누운 라케다에몬에 살고 있는 병사들,
파리스며 스파르타, 비둘기의 고장 메세에서 정병이 들어온 것이다.
브리세이며 오우게아이, 아미클레아 그리고 해상의 헬로스 섬에서도 왔다.
더욱이 라아스며 오이틸러스에서도 참전했다.
이들은 아가멤논의 아우 메넬라우스의 지휘를 받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60척의 함대가 따랐으며,
다른 함대와는 멀리 거리를 두고 항해를 했다.
그들 중간에는 메넬라우스가 보모도 당당히 다니며
부하들을 싸우도록 독려했다. 그는 헬레네를 빼앗긴데 대한
눈물과 투쟁을 복수코자 염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필로스며 아테나 알피오스 저류 지방 드리온이며,
살기 좋은 아이피, 사이파리소스, 암피게니아, 프테레오스, 헬로스,
드리온 병사들도 참전을 했다.
드리온은 드라키안 다미리스가 오이칼리아에 있는
유리토스의 집에서 길을 가는 도중에 무사이 신을 맞아 그로 하여금
마지막 노래의 끝을 막게 한 곳이다.
그 연유를 보자면,
그 자가 교만하게도 큰소리로 만일 자기와 노래를 겨눈다면
전능하신 방패의 신 제우스의 따님 무사이 여신들을 굴복케 하겠노라 뻐기자,
여신들이 노하여 그를 불구로 만들어
영감에서 우러나는 노래의 근원을 뽑아 버리고,
거문고를 타는 재주도 잊게 했던 것이다.
이들은 그레네의 왕 네스토르가 인솔하고 있으며,
90척의 함대가 그를 지원하고 있었다.
병사들이 맨주먹으로 싸우는 곳,
에피투스의 무덤 근처 실레네의 고산 밑에 자리잡은
아르카디아 족도 참전을 하고 있었다.
또한 페네우스의 병사들도, 가축떼가 가득한 올코메누스, 리페,
스타라티아, 바람 고지 에니스페, 테게아 및 아름다운 만티네아,
스팀파울루스와 팔라시아의 병정들도 참전한 것이다.
이들의 지휘자는 안케아우스의 아들 아가페놀 왕이었다.
그들은 60척의 함대를 몰고 왔다.
훌륭한 병사들인 수많은 그리스 장정들은 각기 배에 나눠 승선해 있었다.
아가멤논 대왕이 대양을 건너도록 그들에게 명령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대양과 연관된 족속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버프라시움과 엘리스의 장정들도 왔다.
그 지방 대부분은 높은 해안지대 힐미네와 밀시누스 사이에서
밤석지대 올레네와 알레시움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들은 4명의 지도자를 모시고 있으며,
그들은 각기 10척의 함선을 가지고 수많은 에페아 병사들을 승선시키고 있었다.
그들의 함장은 암피마쿠스와 달피우스인데,
전자는 세아투스의 아들이며, 후자는 유리투스의 아들로
둘 다 악토르의 종족이다.
다른 두 함장은 아카린세즈의 아들 디오레스와
오우게아스의 아들인 아가스데네스 왕의 아들 폴리센누스였다.
다음으로 바다 멀리 엘리스에 떨어져 거주하고 있던
성스러운 에치네아 섬들을 지니고 있는 달리치움의 종족들이 참전한 것이다.
아레스의 동배이자 용맹스런 펠레우스의 아들인 메게스가 지휘했다.
아버지 펠레우스는 제우스 신에게 총애를 받던 사람으로
아버지와 언쟁을 벌여 달리치움에 정착케 되었던 것이다.
그 지휘자는 40척의 함대를 이끌고 있었다.
오딧세우스는 용감한 케팔레니아 병사를 지휘했다.
이들은 이다케, 삼림이 무성한 네리툼, 크로실레아, 아이질립스 고원,
사모스 그리고 자신투스를 장악하고 있으며,
본토 역시 이 섬들의 반대편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들은 제우스 신의 지혜를 지닌 오딧세우스가 지휘했으며,
12척의 함대를 동반하고 있었다.
아이톨리아 족은 안드레몬의 아들 도아스가 지휘했다.
이들은 플레우론, 올레누스, 필레네, 바다 옆의 칼치스 그리고
바위의 고장 칼뤼돈에서 온 병사들이었다.
위대한 세네우스 왕이 계승할 아들을 낳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금발의 멜레아겔 또한 고인이 되었으니,
도아스가 아이톨리아 족을 다스려 왔었던 것이다.
그는 40척의 함대를 이끌고 왔다.
유명한 창잡이 이도메네우스는 크레탄 족을 이끌고 있었다.
그들은 크노서스 그리고 성벽이 잘 쌓여 있는 골티스 시의 출신들이며,
또한 릭토스, 밀레투스 그키고 백악질 지대에 위치한 리카스투스 출신인가하면,
그레테에 산재해 있는 수많은 저자들에 살고 있던 사람들과 더불어
페스투스 및 리티움의 부유한 고장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이 모든 병사들을 살인자 아레스의 동배인 메리오네스가
그리고 이도메네우스가 지휘했다.
이들은 80척의 함선을 이끌고 참전했다.
용맹스럽고 건장한 몸매 모두를 겸비한
헤라클레스의 아들 틀레폴레무스는 로데스로부터
당당한 전사들이 이끄는 9척의 함대를 거느리고 왔다.
이들은 린두스, 이알리수스 그리고 카메이루스 세 저자로 나뉜
로데스에서 거주했으며,
헤라클레스와 어머니 아스피오케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틀레폴레무스가 이들을 지휘했다.
그런데 헤라클레스는 용감한 전사의 많은 도시들을 함락한 후
에피라에서 그녀를 데려왔던 것이다.
틀레폴레무스는 성장하자
당대에 명성을 날린 전사였던 리킴니오스 종조부를 살해했는데,
그 때 종조부는 늙어 있었다.
그러자 그는 몸소 함대를 건조하고,
수많은 추종자들을 모아 바다 멀리 떠나갔던 것이다.
그는 아버지 헤라클레스의 다른 아들들과 손자들에 의해 위협을 당했기 때문이다.
심한 고난을 겪는 동안 항해를 마치고 로데스에 도착하자,
그 곳에서 그들은 종족에 따라 세 개의 집단으로 갈라졌으며,
신과 속세의 인간의 주인이신 제우스 신의 은총을 지극히 받았던 것이다.
그래서 크로노스의 아들은 그들에게 커다란 부귀를 퍼부어 주었다.
아울러 니레우스가 시메로부터 3척의 함대를 이끌고 왔는데.
니레우스는 아글라이아와 카로포스 왕의 아들로서,
모든 그리스 사람들 중 트로이에 이른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 다음 가는 제일의 미남이었다.
그러나 힘이 부족한 사람인지라 소수의 추종자밖에 갖지 못했다.
그리고 니시루스, 크라파두스, 카수스, 에우리필루스의 도시 코스,
칼리돈의 여러 섬에서도 전사들이 와서 합류했다.
이들의 지휘자는 헤라클레스를 아버지로 모신
데살루스 왕의 두 아들 페이디푸스와 안티푸스였다.
이들의 함대는 30척이었다.
다시 펠라스기안 아르고스, 잘로스, 알로페 그리고
트라키스를 장악한 사람들, 뮈르미돈, 헬레네 그리고
아케안이라 불리우는 미녀의 나라 프디아와 헬라스의 사람들,
이들은 아킬레우스의 지휘하에 50척의 함선을 몰고 왔다.
그러나 그들을 인도할 자가 없는 한,
그들은 전쟁에 참여하고 있지 않았다.
왜냐 하면 아킬레우스가 릴네서스와 테베를 정복하고,
세레푸스의 아들 유에누스 왕의 아들인
미네스와 에피스트로푸스를 넘어뜨렸을 때 목숨을 걸고
릴네서스로부터 빼앗은 브리세이스를 잃어버린 데 화가 치밀어
자기 함대 곁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를 위해 아킬레우스는 아직도 슬픔에 젖어 있었지만,
오래지 않아 다시 그들과 합류하게 되었다.
필라스와 피라서스의 화원지대, 데메텔의 성역에서 병사들이 오고,
양의 원산지 이톤, 해상의 섬 안트론, 그리고 초원지대에 자리잡은
프텔리움에서도 병사들이 물려왔다.
이들 중 용맹스러운 프로테실라우스가 살아 있는 동안 함장을 맡았지만,
이젠 지하에 잠들고 있다. 그는 필라스에 부인을 두고 세상을 떠났는데,
부인은 슬픔에 묻혀 뺨이 눈물에 젖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저택은 절반쯤 미완성인 채였는데,
트로이 땅에서 그리스군의 앞장에 서서 뛰고 있을 때
다르다니아 전사에 의해서 살해되었기 때문이었다.
아직도 그의 병사들은 그들의 지휘관을 비탄해 하고 있지만 후임이 없었다.
그러나 아레스 군신의 후계인 포다르케스가 인도를 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는 양의 부자 이피클로스의 아들이고 필라쿠스가 할아버지이다.
그리고 아버지는 프로테실라우스의 친동생이오,
프로테실라우스는 훌륭한 무사였다.
이처럼 그들은 지휘자를 얻지 못하고,
이미 잃어버린 지도자를 슬퍼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 병사들에게는 40척의 함대가 있었다.
그리고 보이비아 호 근방 페리아, 보이베, 글라필리아,
이올쿠스의 번창한 도시들에서 몰려든 병사들,
이들은 11척의 함대를 이끌고 아드메투스의 아들 에우멜로스의 지휘를 받았다.
에우멜로스의 어머니는 펠리아 사람들 중에서
가장 사랑스런 여자 알케스티스이다.
다음으로 멜리보아와 험준한 올리존과 더불어 메도네와
다우마키아 출신의 병사들은 활의 명공 필록테테스의 지휘를 받고 있었다.
7척의 함대를 이끌고 왔는데 배마다 훌륭한
활의 명수 50명의 궁수들이 승선하고 있었다.
그러나 필록테테스는 렘노스 섬에서 심한 고통을 겪으며 누워 있었다.
그가 독사에 물렸기 때문에 그리스군이 그를 그 섬에 남겨둔 것이다.
그는 그 곳에서 고통과 안타까운 마음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곧 알지브 사람들이 그를 찾았다.
한편 그의 부하들은 그의 손실을 예지하고 있으면서도
지휘자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오일레우스와 레네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 메돈이
그들을 다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트리카와 암석지대 이도메 병사들,
세칼리아 유리투스 시를 장악하고 있는 병사들은 의술에 뛰어난
아스클레피우스의 두 아들 포달리리우스와 마카온의 지휘하에 참전하였다.
그들은 30척의 함선을 보유하고 있었다.
더욱이 올메니움의 병사들 그리고 히페레이아 수원 근방의 병사들이
아스테리움 및 티타누스의 흰 암석지대의 병사들과 더불어
유에몬의 아들 유리필루스의 지휘하에 40척의 함대를 이끌고 왔다.
알기사와 길토네, 올데, 엘로네 그리고
백설의 올르웨손에 사는 병사들도 합류를 했다.
이들 중에 용맹스런 폴리포에테스가 지휘자였다.
그는 제우스의 친자식인 페이리토스의 아들이다.
히포다메이아가 페이리토스에게 털이 많은 산악 야만인들에게 보복을 하여
펠리온 산으로부터 아이디세스로 그들을 끌고 왔던 날 그를 낳아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폴리포에테스는 지휘를 독점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와 더불어 세네우스의 아들인 코로누스의 아들
아레스 족 레온테우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40척의 함대를 이끌고 온 것이다.
구네우스는 키푸스로부터 40척의 함대를 이끌고 왔다.
그는 에니에네스 그리고 용감한 페라이 족의 호위를 받고 있었다.
그들은 한대 도도나 근방에 거주한 사람들이며,
페네우스로 물을 대주는 아름다운 강변 티타레시우스 주위의 땅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들은 페네우스의 소용돌이와 합류하지 않고,
기름처럼 그들 위에서 흐르고 있었다.
티타레시우스는 맹세의 무서운 강 스틱스 강의 줄기이기 때문이다.
마그네테스 족 중에서 텐드레돈의 아들 프로도우스가 사령관이었다.
그들은 페네우스와 강과 펠리온 산 주위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며,
걸음이 빠른 프로도우스를 지휘자로 모시고 40척의 함대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상 열거한 장수들이 그리스군의 지휘자들이다.
그런데 오 무사이여, 아트레우스 후손들을 따르는 자들 중에
인간과 말 중 그 누가 최상의 지휘자이던가?
말들 중에서 페레스 후손의 말들이 월등히 훌륭한 말들이었다.
그들은 에우멜로스가 이끌고 날쌔기가 새와 같았다.
그들은 연령이나 색깔이 같고, 체구도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은활의 신 아폴론이 페레아에서 그들을 길렀는데,
두 마리 모두가 암말이며 전쟁터에서는 아레스처럼 사납기만 했다.
인간들 중에는 텔라몬의 아들 아이아스가
아킬레우스의 화가 지속하고 있는 한은 최대의 무사였다.
아킬레우스는 그를 월등히 능가하며
또한 보다 훌륭한 말들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그 때는
아가멤논과의 언쟁이 화근이 되어 배에서 초연히 지내고 있으며,
그의 부하들도 원반을 던진다든지 창으로 표적을 맞추고 활을 날리며
해변에서 소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군마들은 연이나 야생 화란반디 풀을 우적우적 뜯으면서
그의 전차 곁에서 한가롭게 서 있었다.
전차들은 덮개로 씌워져 있었지만 주인들은 통치력의 부족으로
병사들 주위를 맴돌 뿐, 전쟁에 참가하지는 않았다.
이리하여 전군이 요원의 불길처럼 진군을 하니,
대지가 그들의 발 밑에서 요동을 했다.
마치 우뢰의 주신 제우스께서 티페우스가 누워 있다고 하는
아리미 산 위를 분노의 위세로 돌진해 갈 때와 흡사했다.
그들이 평원을 이처럼 질주해 나가니 대지는 그토록
그들의 발 밑에서 진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때 바람처럼 날랜 이리스를 제우스 신이
트로이 진영으로 보내 불길한 소식을 전하게 했다.
그들은 노소를 불문하고 프리아모스 성문에 모여 밀회를 하고 있었다.
그 때 이리스가 프리아모스 왕에게 접근해 와서,
프리아모스의 아들 폴리테스의 음성을 빌려 말하는 것이었다.
폴리테스는 발이 빨라서 그리스군의 접근을 감시하기 위해 세상을 떠난
아이시에테스의 무덤 위에서 트로이를 위해 망을 보도록 배치된 사람이다.
그의 목소리로 이리스가 말을 하는 것이었다.
"전하시여, 당신께선 평온시 때처럼 말씀이 안이하시기만 합니다.
전화가 촌각에 이르렀습니다. 허다한 전쟁에 참전했으나,
지금 진군해 오고 있는 것과 같은 대군을 맞아 본 적은 없습니다.
그 자들은 풀잎과 같고 바다의 모래와도 같이 빽빽이
이 도시를 공격하고자 평원을 넘어 오고 있습니다.
헥토르여, 그대야말로 기대하는 장사칩니다.
우리 편에는 트리이시 주변에 동맹군이 많이 있습니다.
이 천지 전역에서 모여들어 각기 자기 지방의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모든 지휘관들에게 명령하여 부
하들의 전열을 가다듬어 각기 전쟁에 임하도록 합시다."
이렇게 말을 하니 헥토르는 그것이 여신의 말임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즉시 회의를 해산시켰다.
장정들은 서둘러 무장을 했다.
모든 성문이 열리고 장정들이 떼를 지어 몰려서 나갔다.
보병, 기마병, 대군의 발소리도 요란했다.
그 시 앞에는 높은 산이 우뚝 솟아 평원 위로 나와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미리네라고 불렀다.
그러나 신들은 이것이 미리네의 무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 곳에서 트로이군과 그들의 동맹군들은 전력을 배치했다.
번득이는 투구를 쓴 위대한 헥토르,
프리아모스의 아들이 트로이군을 지휘했다.
그는 자기 휘하에 무장한 창기병과 정예의 병사들을 제일 많이 거느리고 있었다.
다르다니아 병사들은 용맹스런 아이네이아스가 맡고 있었다.
아프로디테가 안키세스에게 낳아 준 아들이다.
아프로디테는 여신이지만 아이다 산 기슭에서 그와 잠자리를 같이 했었던 것이다.
그는 비단 혼자가 아니었다.
전술에 능란한 안테노르의 두 아들
알킬로쿠스와 아카마스가 그와 더불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다 산 가장 낮은 골짜기 아드레스 테이아에서 온 동맹군은
트로이의 일부로서 부유한 백성이며, 아이시포스의 물을 마시는데,
이들은 아폴론 신이 활 쓰는 법을 가르쳐 주었던
리카온의 아들 판다루스의 지휘를 받고 있었다.
아드라스테아와 아페서스의 땅,
피티에아 그리고 테레아의 고산지대에서 참가한 병사들,
이들은 리네르로 만든 갑옷을 입은 아드라스투스와 암피우스의 휘하에 있었다.
이들은 펠코테의 메로프스의 아들들로,
메로프스 부친은 누구보다도 출중한 예언자였다.
메로프스는 그들에게 그 전쟁에 참전하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운명이 이미 그들의 멸망을 덮친지라 두 아들은
아버지 말에 순순히 응하지 않았던 것이다.
펠코테와 프락티우스, 세스토스, 아비도스 그리고 아리스베에 거주한 병사들,
이들은 용감한 지휘관인 힐타쿠스의 아들 아시우스의 지휘를 받고 있는데,
힐타쿠스의 아들 아시우스는 밤색 말을 끌고 셀레이스 강변 아리스베에서 왔다.
히포도우스는 펠라스고스 창잡이 종족을 끌고 왔는데,
그들은 기름진 라릿사에 살고 있었다.
아레스 족 히포도우스와 필레우스는 펠라스기아 레두스의 두 아들이었다.
아카마스와 페이로우스 전사는 트라시아 족을 지휘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헬레스폰드의 웅장한 시내 멀리에서 온 병사들이었다.
케아스의 아들인 트레제누스의 아들 에우페모스는
시코니아 창잡키들의 우두머리였다.
피라이크무스는 지구상에 흐르는 가장 아름답고 확 트인
악시우스 강변에 자리잡은 아득한 아미돈에서 온
페오니아 궁사들을 인도하고 있었다.
파플라고니아 병사들은 에네테에서 온
강심장을 지닌 필레메네스의 명령을 따르고 있었다.
그 곳은 나귀들이 떼를 지어 난폭하게 달리는 곳이다.
파데니우스, 크롬나, 이기알루스 그리고
우뚝 솟은 에리디니 강변 도시들과 더불어
시토루스와 세사무스의 주변 고장을 장악하고 있던 사람들이다.
오디우스와 에피스트로푸스는
은광이 많은 아득한 알리베에서 온 할리조니 종족을 다스리는 우두머리였다.
크로미스와 예언자 엔노무스는 미시아 족을 지휘했다.
그러나 엔노무스의 점도 파멸로부터 자기를 구하지 못했다.
그는 에아쿠스의 손에 강 속으로 쓰러졌기 때문이다.
그 강에서 그는 또한 다른 트로이군을 익사시켰던 것이다.
다음 폴키스와 점잖은 아스카니우스는
아스카니아의 먼 고장 출신 마에오니아 족을 인솔했는데,
그들은 전의와 적개심께 불타고 있었다.
메스들레스와 안티푸스는 기개이아 호반에서 태어난
탈레메네스의 아들들인데 마에오니아 족을 명령했다.
이들은 트몰루스 산 밑에 거주하고 있는 마에오니아 족을 지휘했던 것이다.
나스테스는 낯선 말을 하는 사람들, 카리아 족을 이끌고 있었다.
이들은 메아델 강, 높은 상봉의 미칼레 산을 포함해서
밀레투스와 숲이 우거진 프디레스 산을 점유하고 있었다.
이들은 노미온의 용감한 아들인 나스테스와 암피아코스의 휘하에 있었다.
그는 여자처럼 싸움터에 황금을 가지고 왔다.
어리석은 친구, 금은 그를 구원해 주지는 못했다.
에아쿠스의 손에 의해 강 속으로 익사를 하자,
아킬레우스가 그의 금을 빼앗아 갔기 때문이다.
사르페돈과 글라우코스는 크산도스의 소용돌이 물의 옆에 있는
아늑한 고장에서 온 리키아 족을 이끌고 있었다.
= 일리어드(3) =
- 파리스와 메넬라우스의 결투 -
이와 같이 각 부대가 각기 지휘관의 인솔하에 전열을 가다듬을 때,
트로이군이 돌진을 하니, 새나 학의 무리가 비와 겨울의 찬바람에 밀려
피그미 족에게 죽음과 파멸을 가져다주기 위해 오케아노스의 급류를 지나갈 때
머리 위에서 울부짖는 그들과 흡사했다.
그래서 이른 아침 그들이 전쟁을 개시하지만,
그리스군은 굳은 결의로 서로 어깨를 마주대고 말없이 진군했다.
남풍이 산꼭대기에서 안개의 커튼을 펼쳐 놓았을 때와,
목자에게는 틀렸지만 도둑에게는 밤보다 유리한 것인데,
그리고 자기가 던진 돌팔매를 볼 수 있는 거리보다
더욱 멀리 볼 수가 없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들이 평원을 질주해 갈 때는 군화 밑에서 먼지가 일었다.
그들이 서로 근거리에 이르자,
알렉산드로스가 트로이 편의 투사로 앞으로 나왔다.
양쪽 어깨에는 표범 가죽을 걸치고 활과 검을 차고,
한판 겨뤄 볼 가장 용감한 그리스군에 대한 도전자로서
한 두 개의 청동창을 휘두르며 나왔다. 메넬라우스가 이를 반기어 맞았다.
그리고는 굶주린 사자가 염소나 뿔달린 숫사슴을 보고 눈이 휘둥그래지듯이,
그리고 개나 젊은 장정들이 달려들지라도
그들을 우적우적 먹고 삼킬 때와 같이 반겼다.
이처럼 메넬라우스는 알렉산드로스를 보자 기쁨을 감출 길이 없었다.
지금이야말로 그가 도전을 받아야 할 때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갑옷을 입고 전차에서 뛰어내렸다.
메넬라우스가 이같이 도전해 오는 것을 본 알렉산드로스는 기가 질리고,
목숨에 대한 미련 때문에 자기 진영으로 쫓기듯 돌아갔다.
마치 숲 속에서 갑자기 뱀을 발견하고 와들와들 떨며
경악하여 달아나는 자와 같이 뛰어가서 숨었다.
헥토르가 이 때 욕을 퍼부으며 꾸짖었다.
"이 비열한 파리스야,
그저 멋내는 일과 계집에 미친 색한아!
이 세상엔 무엇하러 태어났더냐, 차라리 총각으로 죽어 버리지!
그래, 꼭 그래야 했어!
그랬더라면 여러 사람들에게 폐도 안 되고 욕도 보이지 않았을 텐데.
적들이 얼마나 비웃겠느냐!
네 말끔한 얼굴을 보고 가장 힘센 투사라고 생각했겠지.
그러나 네 놈은 용기도 배짱도 없단 말이냐!
네가 예쁜 여인을 반려로 유혹하여 깊은 바다를 건너
먼 나라들을 거쳐 고국으로 데리고 올 때도 그렇게 비열했던가?
그런 미인은 투지가 만만한 창병들 차지다.
넌 아버지와 전 국민을 욕되게 하고 적에겐 기쁨을 주고
네 자신에겐 굴욕을 보내기 위해서 태어났더란 말이냐?
그래 네 놈은 메넬라우스를 대항할 자신도 없단 말이냐?
네가 안고 있는 그 부인의 남편이 어떤 자인가를 알아볼 필요도 없단 말이냐?
네가 쓰러져 버리면 아프로디테의 선물도 너의 아름다운 머리도 얼굴도
모두 만신창이가 될 것이다. 자, 트로이군은 모두가 겁쟁이로다.
아니라면 넌 죄악을 저지르기 훨씬 전에 돌팔매질을 당했어야 옳았을 것이다!"
알렉산드로스가 그를 향해 말했다.
"헥토르 형님이여, 형님 말씀이 옳습니다.
형님의 심장은 변함없이 단단한 강철같군요.
조선공이 젖먹던 힘을 다 들여 나무를 다듬어서 배를 만들 때의 도끼와도 같군요.
정말 강철같은 심장이여!
아프로디테의 사랑스러운 선물을 빌려 나를 책망하지 마시오.
그대라 하더라도 신께서 주신 선물을 마다하지는 않을 것이오.
애걸해도 얻을 수 없을텐데 뜻밖에 얻은 선물이니 마다할 수 없으리라.
그렇다면 좋소.
나에게 싸우기를 원한다면 양군을 땅에 앉게 하고 그 사이로
헬레네와 그의 전 재산을 건 메넬라우스와 일전을 겨루게 하시오.
어느 편이 승리하든간에 승리자가 헬레네와 모든 재산을 차지하게 하시오.
그런 다음에 양군이 우의와 평화를 맺게 하시오.
우리는 트로이에 머물고 저들은 미인이 많은 고장 아르고스로 돌아가게 하시오."
그가 이렇게 말하자 헥토르는 자못 만족해 했다.
그리고 양군 진영 사이로 들어가 자기의 창자루 가운데를 잡고
자기 부대를 향해 흔들었다. 트로이군은 일제히 정연하게 앉았으나,
긴 머리의 그리스군이 여전히 활과 창을 쏘며 돌을 던지자,
아가멤논 왕이 큰소리로 외쳤다.
"멈추라, 쏘지 마라, 동지들이여. 자, 헥토르가 할 말이 있는 모양이오."
그가 이렇게 말하자 그리스 진중도 조용해졌다.
헥토르가 양군 사이에서 말을 시작했다.
"트로이군, 그리고 그리스군 여러분들이여, 잠
깐 내 말에 귀를 기울여 주시오.
이 전쟁의 장본인 알렉산드로스의 말을 전하겠소.
그가 청하기를 트로이와 그리스 양군이 모두 무기를 땅에 내려놓고,
헬레네와 메넬라우스의 전 재산을 걸고 그와 결투를 하고자 하오.
승리하는 자가 여인과 재산을 차지하게 될 것이오.
그런 다음 양군은 우의와 평화를 다짐하게 할 것이오."
헥토르의 말을 듣고는 모두가 쥐죽은 듯이 조용해지자,
이 때 메넬라우스가 굉장한 전의에 찬 큰소리로 외쳤다.
"나도 한마디하리다.
그 말씀은 진정 내 가슴에 울립니다.
내 심정은 이러합니다.
그리스군과 트로이군은 이제 평화를 회복해야 할 것입니다.
알렉산드로스가 불씨가 된 내 개인의 싸움 때문에
양군은 너무나 많은 고역을 겪었습니다.
둘 중 누가 죽을 운이든 죽게 하시고
그 다음 여러분들은 즉시 우의를 다짐하시오.
그리고 흰 숫양과 검은 암양 한 마리를 가져다 주시오.
태양과 땅에 바칩시다. 그리고 우리 제우스 신께 바칠 다른 것도 준비합시다.
위대한 프리아모스 왕을 모시고 친히 선서를 하도록 합시다.
그의 두 왕자는 교만하고 믿음이 없지만,
이 엄숙한 맹세를 위반할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젊은 사람의 마음은 항상 동요되기 쉬우므로,
노인이 계시면서 앞뒤를 잘 살펴서 양편에 가장 좋은 방법을 성찰하도록 합시다."
이 비참한 전쟁이 끝날 가망이 다소 엿보이자 양군은 모두 기뻐했다.
다들 전차를 정렬하고는 병사들이 무기를 던져 땅에다 모으니,
양군 사이의 거리는 조금 밖에 되지 않았다.
헥토르가 두 전갈인을 저자로 보내 양을 구해 오게 하는 한편,
프리아모스 왕을 모셔오게 했다.
아가멤논 왕도 텔디비오스를 막사로 보내어 양을 가져오도록 명하였다.
그러는 사이에 이리스는 헬레네에게 볼일이 있어서,
라오디케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라오디케는 헬레네의 시누이로, 프리아모스 왕의 가장 예쁜 딸이오,
안테노르의 아들 헬리케이온의 아내인 것이다.
이리스는 헬레네의 방으로 찾아가 그녀를 만났다.
헬레네는 두 폭의 자색 비단천을 짜서
그 곳에서 자기 때문에 저질러진 양군의 전투 모습을 수놓고 있었다.
이리스는 그녀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
"이리 와 보세요, 언니. 와서 놀라운 광경을 좀 보세요.
모두들 평원에서 맹렬히 싸우더니 이젠 갑자기 모두들 앉아서
싸우지도 않을 뿐더러 무슨 소리하나 들리지 않고 방패에 기댄 채로 있고,
창들도 땅에다 세워 놓고만 있어요.
그리고 알렉산드로스와 메넬라우스만이 당신을 걸고 결투를 할 작정이래요.
그래서 당신은 승리하는 쪽의 아내가 된다고 합니다."
이 말은 헬레네의 가슴을 저리게 했다.
그 옛날의 낭군, 고국과 가족들이 눈에 선하게 떠올랐다.
곧 횐 베일을 쓰고 집을 급히 나서는 그의 얼굴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아이드라와 클라이메니 두 시녀가 시중을 들었다.
성 서쪽의 스카이아 문을 향해 갔다.
프리아모스 왕은 문루에서 저자의 노인들에게 둘러앉아 있었다.
팬도스, 디모이티스, 램소스, 클리티오스,
일찍이 전장에서 명성을 떨친 히케타온과
믿음직하고 박식한 친구 우갈레곤과 안테노르 등이 있었다.
모두 옛 적에는 쟁쟁했던 투사로서의 관록이 있고,
지금은 뛰어난 언변을 가진 사람들이다.
모두들 누대에 앉아 시들한 늙은 소리로 지껄이는 것이
마치 풀숲에서 귀뚜라미떼가 우는 것 같았다.
헬레네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낮은 소리로 지껄였다.
"저 부인으로 말미암아
그리스와 트로이군이 수년간 싸워 온 것도 무리는 아니군.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오는 것 같다고 해도 과장된 말은 아니야.
그러나 역시 배를 타고 떠나가 버릴망정 여기에 그대로 머물러서
우리들의 자식과 함께 멸망의 골짜기에 들지 않게 하소서."
그러나 프리아모스는 그녀를 자기 가까이로 불렀다.
"이리 오거라.
내 곁에 앉아서 너의 전 남편과 가족들과 동포들을 보도록 하여라.
난 널 책망하지 않는다.
다만 원수의 대군을 보내어 우리의 옷깃을 눈물에 젖게 하는 신을 원망할 뿐이다.
저쪽의 놀라운 저 사나이의 이름은 무엇이냐?
저 깔끔하게 생긴 기골이 장대한 사나이는 또 누구냐?
아니 그보다도 머리 하나씩 더 큰 사나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나
저렇게 수려하고 기품 있는 사나이는 일찍이 본 적이 없다.
어느 모로 보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왕자의 위풍이로다."
헬레네가 대답했다.
"프리아모스 왕이시여, 영광스럽습니다!
제가 파리스를 따라 신방이며, 사랑하는 딸이며
소녀적 친구를 떠나 이 곳에 온다는 것은
오히려 죽음을 택하는 것만 같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렇게는 못 하고 그저 슬픔에 간장만 탔습니다.
그러나 물으심에 답해 드리고자 합니다.
저 분은 아트레우스가의 아들 아가멤논 대왕이시니,
탁월한 왕이시며 용감한 군인이며 몸서리쳐질 정도로 비참한
자신의 시아주머니가 되십니다."
노왕은 감탄하여 그녀를 보며 말했다.
"아트레우스의 후예라, 진정 영광이구나.
그대 취하에 있는 위대한 국민이여!
내 전에 포도가 무성하던 프리지아까지 출정하여
반점이 있는 망아지와 더불어 많은 프리지아 군과 아트레우스 백성과
훌륭한 미그돈 국민들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은 상가리오스 강변에다 진을 치고 있었는데,
당시 남자와 여자 모두가 용감한 아마존 족이 왔을 때,
나도 자원하여 가담한 적이 있었지.
그러나 그 때의 전 병력도
지금 우리가 눈앞에 보는 그리스군같이 대단하지는 않았다."
노왕은 또 오딧세우스에 대해 물었다.
"또 한 번 일러 다오.
저기 아가멤논 대왕보다 머리 하나쯤 작으나,
어깨가 넓고 가슴이 떡벌어진 저 사람은 누구냐?
무기를 땅에 내려놓고, 양의 앞잡이 모양 병사의 대오를 점검하고 있구나.
정말 횐 암양떼 속의 털복숭이 숫양과도 같구나"
헬레네가 대답했다.
"그는 라에르테스의 아들 오딧세우스로서,
모사에 궁한 적이 없는 지혜로운 자이며 암석지대 이다케 태생입니다.
세상에는 그가 모르는 지략이나 묘안은 없습니다."
이 때 안테노르가 말을 붙였다.
"예, 부인이여, 그 말씀 다 사실인가 합니다.
오딧세우스는 전에 여기에 온 적이 있습니다.
부인과 관련된 임무를 띠고 메넬라우스와 함께 왔었습니다.
제가 오딧세우스와 메넬라우스를 다 제 집에서 대접하게 되어
용모며 그들의 지략을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들이 우리 회합에 참석했을 때,
서 있을 때 보면 메넬라우스가 오딧세우스의 어깨 위지만,
앉은 채로 보면 오딧세우스의 풍채가 더 위엄 있게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생각한 것이나 창안을 우리들 앞에서 말로써 나타내는데,
메넬라우스는 청산유수 같은 언변을 가졌으되 말이 많지 않고
그 속에는 분명한 뜻과 핵심을 빠뜨리지 않는 인물이며,
두 사람 중에 젊은 사람이었지요.
한편 오딧세우스가 말을 하려고 일어났는데
눈은 땅을 똑바로 보며 홀을 전후로도 좌우로도 움직이지 않고,
마치 돌부처처럼 빳빳이 붙잡고 있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미련하고 뚱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가 심장으로부터 흘러나오는 힘찬 목소리를 토해내기 시작하니까
소나기 같은 언변이 마치 겨울에 함박눈이 내리듯이
무게 있고 부드럽게 쏟아져 나오니,
천하의 인물 중 그의 추종을 허할 자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들 중 아무도 그의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노왕은 또 아이아스를 발견하고 물었다.
"저기 다른 사람 머리 위로 넓은 어깨와 머리 하나쯤 더 있는 미남은 누구냐?"
헬레네가 답했다.
"그 거인 남자는 진정 힘의 표상인 인물입니다.
그 맞은편에 마치 신처럼 모습을 하고
장사들 가운데 서 있는 사람은 이도메네우스입니다.
메넬라우스는 그가 크레테에서 가끔 찾아오면 집에서 대접을 했지요.
그 밖에도 아는 사람들의 얼굴이 보이는데,
이름은 알겠습니다만 두 젊은 왕자는 보이지 않습니다.
어떤 종류의 말이고 잘 다루는 카스토르와
권투가인 폴리데우케스, 두 동생이 보이지 않는군요.
혹시 라케다에몬을 영영 떠나 버렸을까?
분명히 왔을 텐데 혹 제가 이 전화의 원인이 되자 동료들에게
모든 고통을 주게 되어 전선에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헬레네는 모르고 하는 말이었다.
머나먼 그들의 고향 라케다에몬에서
어머니인 대지의 품으로 형제는 돌아간 것이었다.
이 때 전령은 저자에서 제물로 쓸 양과
염소 가죽으로 만든 주머니에 독한 술을 가져왔다.
이다이오스는 큼직한 병에 금으로 만든 잔을 들고
노왕한테 와서는 이렇게 전했다.
"전하, 일어나십시오!
트로이, 그리스 양군의 수령들이 평원으로 오셔서,
평화와 우의를 위한 서약을 하시길 청합니다.
알렉산드로스 왕자와 메넬라우스가
부인을 걸고 긴 창으로 싸우기로 한 모양입니다.
승리하는 사람에게 부인과 재산이 돌아가게 된답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름진 우리의 땅을 수호하고,
그리스군들은 그들의 빼어난 말과 미인의 본고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친선의 서약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답니다."
노왕은 약간 겁이 났지만 마구를 갖추게 하자 그들은 정성껏 채비를 했다.
왕이 수레에 올라 고삐를 잡았다.
안테노르가 그 옆자리에 탄 다음 수레를 급히 몰아 스카이아 문을 나섰다.
평원에 도착하여 양군 사이에서 수레를 내렸다.
이 때 아가멤논이 일어서고 오딧세우스도 따라 일어섰다.
전령이 함께 엄숙하게 제물을 내고 병에다 술을 따른 다음,
양쪽 왕의 손에 각각 물을 부었다.
아가멤논은 큰 칼집 옆에 달았던 작은 칼을 꺼내 양의 머리털을 밀어 버리자,
전령이 털을 주워 양쪽 수령에게 바쳤다.
다음 아가멤논은 양손을 들어 큰소리로 축원을 드렸다.
"오, 아버지 제우스 신이여!
전능하시고 최고의 영광이신 아이다의 주신이시여!
만물을 보시고 만사를 듣고 계시는 태양이시여!
거짓으로 맹세하는 자를 사후에 벌하시는 하계의 대지시여!
하천이시여!
굽어살피시어, 이 맹세를 성스럽게 지키십시오.
알렉산드로스가 메넬라우스를 멸하고, 헬레네와 그 재산을 차지하게 해 주십시오.
우리는 함대를 이끌고 고향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메넬라우스가 알렉산드로스를 멸한다면 트로이군은
헬레네와 그 재산을 포기하고, 널리 후세에 기릴 만한 알맞은 보상을
그리스군에게 지불케 하십시오.
만에 하나, 알렉산드로스가 져서 쓰러졌을 때
프리아모스 왕의 부자가 보상을 지불하지 않을 경우에는
우리는 보상을 위해 싸우겠습니다.
전쟁이 끝나는 날까지 머물러 있겠습니다."
그리고는 양의 목을 잘라 땅에 내려놓으니
칼에서 마지막 숨이 끊어질 때까지 헐떡거렸다.
병에서 술을 따라 칸을 채워 불사의 신에게 축원을 올렸다.
이것은 양군에 대한 기원이었다.
"오, 제우스 신이여!
전능하시고 가장 영광되신 주신이여,
모든 불멸의 제 신이시여!
양군 어느 편이고 이 맹세를 위반하고 상대방을 해치면,
그들의 머리와 자식들의 머리도 함께 하게 하십시오.
그들의 아내로 하여금 상대의 종이 되게 하십시오."
그러나 제우스 신은 이러한 계획을 달성시킬 의도가 아직 없는 듯했다.
이에 프리아모스 왕도 한마디 덧붙였다.
"양군 용사 여러분, 들으시오! 나는 저자로 돌아가겠소.
내 귀한 자식이 메넬라우스와 싸우는 것을 차마 지켜보고 있을 수가 없소.
제우스 신께서는,
아니 제 신께서는 둘 중 누가 죽을 운명을 지녔는가를 아실 것입니다."
하고 양을 집어 수레로 올라 고삐를 잡자,
안테노르도 옆에 앉아 수레를 몰고 가버렸다.
헥토르와 오딧세우스는 먼저 장소를 정하고
창을 던지는 차례를 정하고자 투구에 넣은 주사위를 던졌다.
양편에서는 손을 들어 축원했다.
"오, 전능하시고 지존하신 아버지 제우스 신이여,
아이다의 주신이여, 어느 편이 화근을 만들었습니까?
그 자로 하여금 멸하게 하여 하데스로 내려가게 하시고,
우리 모두 친선을 도모하여 이 맹세를 지키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다음에는 헥토르가 뒤돌아보며 투구를 흔드니까
알렉산드로스의 주사위가 튀어나왔다.
모두들 말과 무기 옆에 열을 지어 앉았다.
그 동안 알렉산드로스는 무장을 했다.
먼저 번쩍이는 각반을 치고 은제 착고를 붙였다.
다음에는 가슴에 갑옷을 입었다.
형제간인 리카온의 것인데 그에게 잘 맞았다.
어깨 너머로 은장식을 베푼 칼과 넓고 튼튼한 방패를 들고
다음엔 빛나는 투구를 머리에 올리니,
날리는 투구의 갈기털이 보는 이의 가슴을 놀라게 했다.
끝으로 그의 손에 알맞은 창을 잡았다.
메넬라우스도 같은 모양으로 무장을 했다.
둘이 뚜벅뚜벅 중앙을 향해 걸어나오자,
보는 사람들이 모두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는 무서운 표정들이었다.
정해진 자리에 마주서자 서로 대항하여 창을 흔들었다.
먼저 알렉산드로스가 창을 던지자, 메넬라우스가 방패로 날쌔게 막았다.
창은 방패를 뚫지 못하고 끝이 구부러졌다.
다음에는 메넬라우스가 창을 던졌다.
던지기 전에 제우스 신께 이렇게 기원했다.
"오 제우스 신이여,
알렉산드로스에게 복수를 허락하여 주십시오.
그는 까닭 없이 악을 저지른 자입니다.
그를 내 손으로 쓰러뜨리게 도우셔서,
예로써 대한 친구를 악으로 대할 마음을 먹는 자를
먼 후대까지 몸서리치며 두렵게 하십시오!"
그리고 창을 골라 던져서 알렉산드로스의 방패를 쳤다.
강한 창이 방을 뚫고 나가 보기좋게 갑옷을 가른 다음,
갑옷 속의 조끼까지 옆으로 찢었으나 빗나가서 죽음은 면할 수 있었다.
곧 칼을 뽑아 치켜들고 투구의 뿔을 치자
칼날이 투구에 맞아 서너 조각으로 갈라져 손에서 떨어졌다.
메넬라우스가 으르렁거리며 하늘을 향해 부르짖었다.
"오, 제우스 아버지 신이시여,
그대와 같이 무정한 신은 없었습니다.
그대는 만사를 그르치십니다.
저는 저 놈의 악한을 간담이 서늘케 해 주었거늘 하고 생각했는데,
내 손의 칼이 부러지다니, 내 창이 빗나가 그를 찌를 수 없습니다!"
그리고는 훌쩍 뛰어 말털의 깃을 잡아 끌어가지고
알렉산드로스를 자기 대열로 끌고 갔다.
투구 끈을 턱 밑에 바싹 죄어 숨을 막았다.
이리하여 메넬라우스가 그를 거의 쓰러뜨리고
영광의 승리자가 확실시되려고 했을 때,
아프로디테 신이 이를 보고는 투구 끈을 끊어주자 만사는 헛수고가 되었다.
잡은 것은 빈투구 뿐!
투구를 흔들어 자기 진영으로 던지고
다시 뒤돌아 뛰어들어 창으로 찌르려는 순간,
아프로디테 신이 이를 보고 짙은 안개로 알렉산드로스를 감싸서 데려다가
헬레네의 달콤찬 향기가 풍기는 방에 내려놓았다.
아프로디테는 헬레네가 라케다에몬을 떠나오기 전,
그 옛 고향에서 자기에게 털옷을 짜주던 늙은 부인의 모습으로 꾸미고 나타났다.
이 부인은 헬레네가 몹시 사랑하던 사람이다.
그 늙은 부인의 모습을 하고 여신은 헬레네를 찾아갔다.
헬레네가 많은 부인들과 더불어 망루 꼭대기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치맛자락을 건드리며 따라오도록 했다.
"파리스 왕자께서 궁으로 오시라고 합니다.
내실에 계십니다.
찬란한 의상과 고운 화장을 하시고 침대에서 기다리십니다.
싸우다 오셨다고는 믿기 힘들 것입니다.
마치 무도회에 가는 때나 막 춤을 추다 쉬고 있는 모습이죠, 아마."
이 말은 헬레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헬레네는 그 아름다운 목소리며 예쁜 가슴,
빛나는 눈을 보고 여신임을 알아차리고는 그래서 기뻐하며 외쳤다.
"정말 이상도 하다!
그대는 어찌하여 나를 놀려대려고 하는가?
그대는 날 또다시 더욱 먼 프리지아나 메이오니아 도시로 데려가려고 하는가?
당신 벗이 또 사람들 중에 섞여 거기에서 사는 모양이지요?
짐작하건대, 메넬라우스가 그를 죽여서 미워하는 여인인 나를 데려가고자 함이지요.
그대가 여기 지체하며 더욱 많은 책략과 계획을 꾸미는 것도 그 때문이겠지요.
그대가 가서 그를 보살펴 주시지 그래요.
올림포스 산으로 통하는 길을 잊어버리고 다시는
그대 발로 하여금 그 곳을 밟지 못하게 하시오!
그 사나이를 잘 얼르고 대접도 후하게 해 주시오.
아마도 그를 낭군으로 모시게 될 날이 있을 것이오.
아니면 최소한 그의 시중이라도 들 수 있게 될 것이오.
난 가지 않겠습니다. 수치입니다. 나는 그 잠자리를 펴지 않겠습니다.
트로이 여성들이 뭐라고 말들 한단 말이오.
이미 나는 말썽을 너무 부렸습니다."
여신은 벌컥 화를 냈다.
"인정머리 없는 부인이여, 나를 이 이상 더 떠보지 마라!
아니면 나도 화가 나서 그대로 돌아가서,
지금 내가 까닭없이 그대를 사랑한 만큼 미워할지도 모르는 일이오.
내가 트로이, 그리스 양군으로 하여금 죽음과 반목을 가져오게 하여
양군 가운데서 그대가 잔인한 운명의 쓴잔을 마시게 할지도 모르는 일이오."
겁이 난 헬레네는 잠자코 따라가며 옷으로 몸을 감쌌다.
다른 부인들은 아무 것도 몰랐다.
궁으로 돌아와 시녀는 일을 보러 가고 헬레네는 방으로 갔다.
아프로디테가 희색이 만면하여 알렉산드로스 앞에다
헬레네가 앉도록 의자를 가져다 주었다.
헬레네는 외면한 채 앉아 멸시하는 투로 말했다.
"그대, 전지에서 돌아왔군요.
그대가 거기서 쓰러지기를, 강자가 그대를 넘어뜨리기를 바랐는데,
그대에 앞서 내 낭군이었던 그의 손에!
정정당당한 싸움 앞에서 그대는 훌륭한 장부됨이 그대의 자랑이었습니다.
자, 어서 가서 메넬라우스와 겨루어 다시 싸우십시오.
하지만 그만두십시오. 그만두기를 권하겠어요.
메넬라우스와 더불어 결투를 하지 마오.
버려두오.
어리석은 짓 마오,
그렇지 않으면 아마 그대는 그의 창에 쓰러질지도 모릅니다."
알렉산드로스가 대답했다.
"나를 비웃지 마오.
이번엔 아테나 신이 메넬라우스를 도운 까닭에 그가 이긴 것이오.
다음엔 내 차례요.
나 역시 나를 도울 신들이 계시니까 우리 사랑하고 즐깁시다.
내가 이토록 그대를 그린 적이 없었다오.
라케다에몬에서 그대를 배에 태워
그 섬에서 처음으로 사랑을 주고받던 그 때도 이러지는 않았소.
지금, 어느 때보다도 그대를 사랑하오.
그대가 더욱 그리웠소."
이렇게 말하고 자리에 누우니 헬레네도 그에게로 다가갔다.
이들이 함께 누운 반면, 한편에서는 성난 맹수와도 같은 메넬라우스가
알렉산드로스를 찾아 사면 팔방으로 헤맸다.
하지만 아무도 트로이군 중에서나 이쪽 진영에서나
알렉산드로스의 그림자조차 찾을 도리가 없었다.
그를 위하기 때문은 결코 아니었다.
그들이 보기만 하면 숨겨 주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누구나가 그를 죽음과도 같이 증오하고 있었으니까.
이윽고 아가멤논이 전군 앞에서 말했다.
"들으시오, 트로이군 및 동맹군 여러분!
보시는 바와 같이 승리는 메넬라우스 편으로 오고 말았소.
그러면 그대들의 임무는 헬레네와 그의 재산을 이쪽으로 인도하고
후세에 길이 명예를 빛내는 데 충분하고,
또 당연한 보상을 무엇이든 지불할 일이오."
그 말에 전 그리스군이 갈채를 보냈다.
우리 님들 지루하시지는 않으셨는지요?
여러분들 모두 다 아시는 내용인 줄 알면서도
단 한 귀절도 놓치기가 아쉬워서 올려 보았습니다.
유익한 감상의 시간 되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늘 꿈처럼 행복한 나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 * * 마 리 아 * * *
= Remember =
Remember I will still be here As long as you hold me in your memory
Remember, when your dreams have ended
Time can be transcended Just remember me
I am the one star that keeps burning, so brightly
It is the last light, to fade into the rising sun
I'm with you Whenever you tell My story For I am all I've done
Remember, I will still be here
As long as you hold me, in your memory Remember me
I am that one voice, in the cold wind That whispers
And if you listen, you'll hear me call across the sky
As long as I still can reach out, and touch you Then I will never die
Remember I'll never leave you If you will only Remember me(Remember me)
Remember, I will still be here As long as you hold me In your memory
Remember When your dreams have ended
Time can be transcended I live forever Remember me
Remember me Remember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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