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네이버 스포츠 토론장에 올린 글입니다. 지금 이 글은 스틸러스 홈페이지 자유게시판과 이 카페에 올라 있습니다.
자신있게 여기저기 퍼뜨리고 다닐 글이 아님은 알지만, 졸필이나마 기왕 쓴 글 여러 분들께 접하게 해서 제 부족함을 지적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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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포항은 화끈한 공격축구를 표방하며 4강 플레이오프에 오르는 기염을 발했다. 중상위권 전력으로 분류되기는 했지만, 이동국 외에 특별한 스타 선수를 보유하지 못한, 게다가 그 이동국을 시즌 초반에 잃어야 했던 포항이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하리란 것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 후 포항은 이동국마저 해외로 이적시키고, 그로 인한 스트라이커의 공백을 다소 네임밸류가 떨어지는 이광재로 메우며 07시즌을 대비했다. 이런 포항을 언론과 전문가들은 '5강'의 끄트머리 혹은 여전히 '4강'보다는 조금 아래의 전력으로 치부하였고, 그런 그들에게 보여주기라도 하듯 포항은 7R 기준으로 2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4월 1일 전북전 승리를 끝으로 그 후의 모든 경기(정규리그 4경기, 컵대회 4경기)에서 승리에 실패하며 소위 '잔인한 4월'을 보내고 있다.
작년, 그리고 이번 시즌 초반까지 일으켜온 공격 축구의 돌풍이 좀처럼 이어지지 않는 원인은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극심한 골가뭄을 들 수 있다. 포항은 4일 전북전에서 29일 대구전까지 8경기 동안 4골밖에 만들어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경기 내용만을 따졌을 때는, 크게 패한 몇 경기를 제외한 대부분, 포항의 공격적인 경기운영은 여전했다는 것이 중론인데, 이 사실은 오히려 포항 공격진의 치명적인 마무리 부족을 문제삼게 되는 요인이다. 위의 4골 중 포지션상 스트라이커가 이뤄낸 득점은 15일 성남전에서 터뜨린 황진성의 1골 뿐이다.
실제로 이번 시즌동안 정규리그와 컵대회를 합쳐 포항이 낸 12득점 중 스트라이커에 의한 득점은 5득점 뿐(황진성 2골, 이광재 2골, 고기구 1골, 프론티니 0골)으로, '득점 루트가 다양하다'는 점은 장점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스트라이커의 골결정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단점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포항의 넘버원 스트라이커로 자리잡은 고기구의 부진은 이런 현상을 부추기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고기구는 정규·컵대회를 통틀어 11경기(교체 포함)에 출장해 골 1개만을 기록하는 빈공을 보여, 지난 해 이동국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아쉽다.
다음으로, 골기근에 허덕이는 포항을 더욱 어렵게 하는 수비불안에 있다. 포항은 8경기에서 4골을 넣는 동안 자그마치 12골을 실점하는 극도의 수비불안을 보이고 있다.
포항은 예전부터 탄탄한 대인방어 중심의 스리백을 편성하고 있다. 선수진을 살펴보면 주장 김성근과 황재원이 사실상 주전을 낙점하고 남은 한 자리를 조성환과 이창원, 그리고 마우리시오가 경쟁하는 형국이다. 사실상 조성환에게 추가 기우는 현 상황에서 포항은 수비진을 김성근, 황재원, 조성환의 베스트멤버로 이루어낸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다.
3월에는 주로 김성근, 황재원, 이창원의 스리백이 가동되었는데, 사실상 로테이션 멤버로 분류되는 이창원이 선택된 것은 다른 두 선수의 부진에서 온 어부지리적 성향이 짙다. 조성환은 해외 진출에 실패하고 뒤늦게 재합류하면서 3월 한 달을 2군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쓰고, 마우리시오는 시즌초 부상으로 거의 뛰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4월에 들어서면서, 마우리시오의 회복이 더딘 반면 김성근과 이창원이 부상으로 결장한 점이 포항에게 큰 악재가 되었다. 조성환과 황재원은 출전이 가능하나 남은 한 자리를 메울 선수가 없었던 것. 이에 김수연을 백업으로 기용하고 있으나 젊은 김수연은 아직 거칠기만 할 뿐인 미숙한 수비를 보이고 있다. 또한 조성환과 황재원, 마우리시오는 비교적 장신인 대신 스피드가 느린 편이라, 대구전에서 발빠른 루이지뉴와 이근호를 막지 못하고 무려 3골을 내주고 말았다.
이러한 공격진과 수비진에 비해 미드필드진은 어느 팀에게도 밀리지 않는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이 역시 전혀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양 옆에서 측면 공격을 이끈 주전 윙백 박원재, 오범석이 모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것이 아쉬운 부분. 중앙과 왼쪽에 모두 설 수 있는 오승범과 인천에서 영입한 최효진이 공백을 메우고 있으나, 대구전에서 부상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오범석을 선발로 세운 것으로 볼 때 감독이 느끼고 있는 아쉬움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또한 K리그 정상급의 기량을 뽐내고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 따바레즈의 존재는 오히려 포항에게 새로운 '딜레마'를 제시하고 있다. 올해 포항의 공격은 대부분 따바레즈의 발에서 출발한다. 따바레즈가 보여주는 브라질 특유의 개인기와 날카로운 패스는 현재 도움 순위 1위(5도움)의 기록이 보여주듯, 포항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고 지난 해 황진성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린 그는 단숨에 포항의 키 플레이어로 우뚝섰다.
허나 이러한 그의 존재는 포항의 공격 루트를 단순화시키는 역효과 역시 불러오고 있다. 특히 주전 선수의 부재로 측면 공격이 시들어진 4월에는 따바레즈에 대한 의존도가 극도로 높아진 것이 눈에 띈다. 쉽게 말해서 현재 따바레즈의 존재감은 작년 서울의 공격을 책임진 히칼도의 그것과 비슷하다. 히칼도 역시 날카로운 패스로 서울 중원의 핵으로 부상했으나, 이는 상대팀의 히칼도 집중 견제로 이어졌고, 히칼도가 봉쇄된 경기에서 서울은 크게 힘을 쓰지 못하곤 했다. 한 선수에게 집중된 혹은 한 가지 전술만을 고집하는 플레이는, 카카 정도의 레벨이 아닌 이상 상대에게도 나쁠 것 없는 전술이다. 대응책이 간단하기 때문이다. 여러 공격 루트를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중앙으로 집중된 플레이는 공격 방법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기구는 제공권이 좋은 대신 발재간이 스스로도 단점으로 꼽을 만큼 다소 못미친다. 그런 그에게 측면에서 오는 크로스보다 중앙에서 오는 짧은 패스의 비율이 높아진 것이다. 지난 시즌의 활약 덕분에 상대방의 견제가 늘어난 상황에서 자신의 강점을 활용하기 힘들어진 것이 부진의 원인이 아닐까 짐작하는 부분이다. 뛰어난 발재간으로 수비수를 농락하는 스타일인 황진성이 포항 공격수 중 가장 높은 득점 포인트를 기록한 것도 이런 공격 방법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포항이 부진하는 원인 중 대다수가 '부상'이라는 점에서, 이번 시즌에 새로이 영입된 이적생들의 활약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적잖은 아쉬움을 준다. 올해 포항으로 이적한 선수는 김광석 차철호 최종범(이상 전역 복귀) 권정혁 최효진 마우리시오 이광재(영입) 이승렬(드래프트) 프론티니(임대 복귀후 재영입)다. 이 중 김광석, 차철호, 권정혁은 2군 전력으로 분류되었고, 심지어 이승렬은 2군에서도 많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마우리시오와 최종범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이광재 역시 초반 경남전에서 2골을 몰아친 이후로는 주로 교체 혹은 로테이션 출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나마 오범석의 부상으로 기회를 잡은 최효진만이 활약하고 있을 뿐이다. 임대에서 복귀시켰다가 마땅한 외국인 공격수를 찾지 못해 다시 불러온 프론티니의 부진이 아쉬울 뿐이다.
앞에서도 말했듯, 제시된 원인들은 많지만 궁극적인 원인은 대개 한 단어, '부상'으로 집결된다. 안 그래도 포항은 선수진 자체로는 수원, 서울 등 다른 강팀에게 밀린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선수들을 내보내고 싶은 경기에 세울 수 없다는 점이, 또 그런 선수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 파리아스 감독에게는 무엇보다 4월을 '잔인하게' 만드는 원인이 아닐까.
첫댓글 님의 분석처럼 발빠른 중앙수비가 없다는 측면에서 역습에 의한 수비불안을 가증시키고 그결과 윙처럼 움직이던 윙백들이 거의 5백의 모습을 보여주며 후반에가서 체력적인 측면에서 문제를 보이고 그결과 장신을 이용한 공격을 하나 측면크로스가 잘 올라오지 않는 이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현재의 포항의 모습인것 같군요..
발빠른수비수있었죠 헤딩쩌는 이정호...전북으로이적했지만.,.그리고이광재는찬스를너무많이놓치는듯넣을거넣었으면 6골은예상
그립다 그리워 이동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