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제 4회 중국 이싱 “Hong Guang Zi Qi”(宏光紫气) 심포지움 도예가 신정순
온 세상이 푸른 새싹으로 생기를 찾는 계절, 남경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기내 멘트를 들으며, 내려다 본 난징은 곳곳에 연못이 있고 저수시설이 많아 물이 많은 지역임을 실감했다. 이곳 장쑤성(江蘇城)의 성도(城都)인 난징( 南京)에서 1시간여를 달려 자사차호의 본고장이며 도자기의 도시라는 의미의 타오두(陶都)라는 애칭을 지닌 이싱(義興)으로 이동하였다. 인구 200만 명 정도의 소도시이지만 26만 여명이 자사(紫紗) 관련된 일에 종사하고 있다고 하며,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사차호(紫砂茶壺)하면 떠오르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이싱(宜興)시에서 국제도예문화교류주간을 맞이하여 제 4회 "Hong Guang Zi Qi" international Ceramic Art Cultural Exchange week of Yixing China 심포지엄이 국제도예가협회(International Ceramic Artists Association) 가 주축이 되어 22개국 70여명의 도예가들이 참여한 행사가 열렸고, 한국에서는 이복규, 심재천, 신영택, 김영수, 이택수, 신정순 여섯 명의 작가가 참여해 2017년 4월 15일부터 4월 29일까지 2주일간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이싱은 전통이 깊은 차와 도자기를 특화사업으로 정해 자사차호를 만드는 예술가와 차茶사업이 지방과 중앙정부의 지원 하에 지역 경제와도 긴밀하게 연관시켜 발전시키고 있으며, 행사도 그에 맞게 워크숍, 장작가마 소성, 이싱미술관에서 참여 작가 작품전과 지역 및 중국도자전시, 자선파티와 옥션, 무석공예기술학원 교류, 장쑤성 차 엑스포 가든에서의 교류행사, 주변 사찰 관광 등으로 진행되었다.
이싱지역의 특화 문화 자산인 도예문화를 통해 외부와의 소통은 물론 지역의 자사도자문화와 차문화 그리고 지역 대학과의 문화교류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교육할 수 있는 기회로 이싱시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며,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2017 “Hong Guang Zi Qii”(宏光紫气) 심포지움에 참여한 작가들 단체사진) 워크숍 Kaihongtang art exchange center가 새로운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는 거대한 영화 세트장 내에서 세계 22개국에서 참여한 70여명의 작가와 중국 참여 작가들의 워크숍이 열렸다. 도예에 대한 참여 작가 개개인의 기법들을 나눔은 물론, 문화적으로나 생활환경도 다른 가운데 형성되어진 가치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각국 작가의 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 나눔의 장이었다. 다양한 분야의 작업들이 한 공간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은 공유의 폭이 넓게 펼쳐진 배움의 장이기도 했다 . 워크숍이 진행되었던 작업공간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참여 작가들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에 여념이 없었으며, 작업과정 중에도 서로 배울 수 있는 것들도 많지만, 매일 저녁 시간에 진행되어진 작가들의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진지한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었다. 근작은 물론 작가들의 작업 변화 과정을 본다는 것은 작가들의 내면세계에도 한 발자국 다가서는 즐거운 시간이기도 했다. 다른 워크숍과는 달리 참여 국가 수나 참여 작가 수가 많은 것도 있지만, 그 만큼 다양한 작품들과 기법들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 대단히 유익하고 흥미로운 일이었다.
(워크숍 행사장, 李梓源 국가미술대사(오른쪽) , Xin Desheng 중국 도자대사) (작업중인 신정순작가)
(작업중인 심재천작가)
(작업중인 이택수작가) 작품전 이싱 시 박물관에서 전시회 겸 이번 행사 오프닝이 있었다. 이싱 신시가지에 위치한 박물관은 규모도 컸지만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는 주변 환경과 더불어 이싱 시에서 문화지역Culture Area)으로 만들어 여러 분야의 문화공간들이 모여 있어 시민을 위한 휴식처로 조성되어 있었다. 이싱박물관에서는 70여 작가들이 1인당 2점씩 전시하는 그룹전이 있었고, 위층에서는 중국 도자예술 대사 리지웬(李梓源)선생과 그의 아들 이신이 (李新一)작가의 개인전 그리고 다른 공간에서는 클레이 아크 김해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던 아르헨티나의 빌마(Vilma Villaverde) 선생의 개인전이 있었다. 지역적으로는 가깝지 않아도 도예라는 공감이 가능한 매체를 통해 만난 작가들의 작품전시는 동료의식을 느끼게도 하고, 나아가 글로벌 시대를 실감하게 하였다. 흙 한줌이 작가의 마음과 손을 거쳐 다시 생명을 부여받고, 작품으로 탄생된 각 작품들에는 작가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싱박물관 전시관 전경) ( (전시된 작품 앞에서 ) 자선파티와 옥션 오프닝 행사가 있던 날 저녁, 이번 행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행사인 Bamboos internationa l conference center 에서 오프닝 축하파티로 자선 경매 만찬이 있었다. 참여 작가들은 자기 나라 고유의 전통의상을 갖춰 입고 자선 디너파티에 참석했다. 우선 전통의상이 주는 독특한 분위기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자선파티라는 형태를 빌어 참여 작가와 도자기 애호가, 수집가들이 한자리에서 식사를 하면서 옥션을 통한 작품 경매였다. 이번 자선파티에는 일곱 작가 작품이 선정되어 옥션에 참여케 되었다. 중국 도자예술 대사 리지웬 선생님의 그림이 가장 비싼 가격에 경매되었고, 도자기는 우리나라 이복규작가의 작품이 가장 고가에 경매되었는데 그 가격이 중국 위안화로 6만5천 위안 (한화로 약 1천70만원)에 낙찰되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경매 가 진행되면서 호가가 상승할 때마다 모두 자신의 작품인양 환호하는 모습이 작품을 구매하는 수집가에게도 작품을 만든 작가에게도 의미 있는 자리가 되게 하였다. ((도자기 옥션행사가 이루어졌던 자선 디너파티) (자선파티에서의 옥션 결과 :이복규작가외 2분과 작품 소장자들) 한국식 칸가마 축로와 소성 이번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주최 측은 작년 11월, 한국 거창에서 작업하는 신영택 작가를 초청하여 한국식 망뎅이 칸가마를 축조하였다. 자신의 가마는 물론 여러 기의 장작가마를 축조한 경험이 있는 신영택 작가는 설계에서부터 축조까지 전 과정을 중국 기술자 · 학생들과 함께 완성함으로서 한국 도예가의 작업 기저에 쌓인 탄탄한 면을 보여주는 기회가 되었다. 중국 도자문화를 상징하는 도도(陶都) 이싱 시에 한국 전통 망뎅이 가마 축로는 도자문화 교류에 한 발 더 내디디는 의미를 가진다 하겠다. 또한 요즘과 같은 한중관계의 어려움 속에서 도자를 매개로 하는 학술, 문화교류 등으로 소통의 창을 마련하는 계기가 됨은 물론 도자문화의 소통을 통해 도예의 발전과 질적 향상을 지향하는 역할을 했다고 본다. 주최 측에서는 자선 옥션에서 신영택 작가의 가마 축로 과정을 배경으로 행사의 취지를 알리는 퍼포먼스로 의미를 부여했다. 일주일간 만들어진 작품을 가마가 있는 곳까지 이동하는 일은 참으로 조심스러운 일이었다. 작업장과 장작가마까지의 거리가 1킬로 정도의 거리였다. 비포장 도로였던 관계로 탑 차 바닥에 스펀지를 깔고 그 위에 작품을 적재해서 그야말로 천천히 조심스럽게 이동해야 했는데, 작품을 탑 차에 실어놓고 보니 그 또한 장관이었다. 규모가 큰 작품들을 이동하는 데는 작품의 고정이 쉽지 않았으나 손실된 작품이 거의 없이 가마터에 이동 후 재임 또한 한국 작가들에 의해 마칠 수 있었다. 한국작가들의 주도적인 가마 쟁임과 소성을 위한 준비가 끝나고, 가마고사를 올렸다. 중국은 문화혁명을 겪으면서 문화적 전통을 잃어 가마 고사와 같은 의식이 없어져, 이 고사를 치루기 위해 이복규 작가가 제문을 쓰고, 한국전통식에 그나마 남아 있는 중국식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를 지켜보면서 문화는 시간과 환경에 따라 변화하지만 오랜 세월 이어 내려온 전통이 있다는 것은 후세들에게는 지적 재산임과 동시에 자긍심을 갖게 하는 무형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한 한국 작가들을 주축으로 소성을 하고, 성공적인 소성결과를 보여줌으로서 한국도예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고 본다. 참여 작가들이 한국 작가를 가리켜 모두 마스터라고 엄지 척을 할 때, 나 또한 한국도예작가라는 자부심 같은 것을 느꼈다. 소성 전 과정은 장작가마 소성 경력을 가진 작가를 팀장으로 열 명씩 한 팀이 되어, 3시간씩 교대로 불을 땠는데 장작가마 소성을 처음 해 보게 된 도예가들에게는 색다르고 신선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가마가 위치한 곳은 호수처럼 넓은 저수지 옆 언덕배기에 자리 잡고 있었다. 가마에 불을 지핀지 이틀여의 시간이 흐르고 석양빛이 호수를 붉게 물들일 때, 가마 속의 기물들도 붉게 물들면서 마무리는 한국작가들이 맡아서 칸 불로 넘어갔다. 사흘 후에 기물을 요출 했다. 세 칸의 가마에서 꺼낸 기물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으니 대단했다. 신영택 작가는 본인이 축로한 가마에 첫 불을 때는 기대감과 우려감에 긴장하고 며칠을 보냈을 텐데, 가마 소성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으며, 주최 측도 만족감을 표시했다. 모두들 들뜬 마음에 작품을 살펴보는 눈길은 호기심이 가득한 어린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빛이었다. 이와 더불어 신영택 작가가 직접 편집한 축로 전 과정을 기록한 비디오를 작가들에게 프레젠테이션 함으로서, 한국 장작가마에 대한 인식은 물론 한국 도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각국 작가들에게 깊게 심어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본다.
(한국 전통망댕이가마를 축조한 신영택작가의 작품 쟁임과 칸가마 불의 샹태를 살피는 중)
((가마에 기물 쟁임중인 김영수작가) (시편을 만들고 계시는 이복규작가) (가마 쟁임 전 시유를 마친 작품들과 소성 후 가마에서 요출한 작품들) (학생들과의 교류) 워크숍 기간 중 인근의 도예 관련 학과와 상하이 대학에서 학생들이 방문해 작가들과의 교류가 있었다. 특히 작품 소성이 끝나고 우시공예기술학원 초청으로 학교를 방문하게 되었다. 학생들이 집중적이고 체계적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과정과 작품전을 관람하면서 중국 공예의 섬세한 기술력에 대한 의문이 풀리는 듯 했다. 정교한 기술력은 이론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디자인에서 만드는 과정까지가 엄격한 실습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 실천되고 있음 느끼게 했다. 45미터는 족히 될법한 용가마(Dragon kiln)와 도자기를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다도(茶道)를 가르치는 공간이 따로 있었고, 그들의 전통 자사도자부터 3D까지 여러 분야의 디자인과 실습이 공존하고 있었다. 그런 교육과정은 연관 산업을 이해하게 하고, 사회에 나가 독립하기 위한 기본 구조가 된다는 생각에 이르게 했다. 이어서 대강당에서는 국제도예가협회 회원인 한국의 이복규, 미국의 리 미들맨, 아르헨티나의 빌마, 칠레의 소냐의 작품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이 학생들과 지역 작가들을 대상으로 있었다. 특히 이복규 작가의 프레젠테이션 내용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많은 외국작가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긴 듯하다.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후에도 많은 작가들이 이복규작가에게 작품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질문이 많았었다. 작가에게 있어서 작품은 자신의 분신임과 동시에 자신의 모든 것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기회가 되었다.
(우시공예기술학원 교정)
(우시공예기술학원 학생들의 실습수업과정) (이복규 작가 외 세분의 작가 프리젠테이션 ) 차문화 교류 이싱은 자사 차호만큼이나 차 산업이 오래된 지역이다. 과거부터 생산되어오던 녹차에 이어 지금은 홍차가 대세로 가는 곳마다 홍차를 내놓는다. 우리 일정 중에는 장쑤 Tea EXPO Garden 방문이 있었다. 차와 국제도예 교류라는 명제로 이루어진 행사지만 그 준비나 진행은 국제 행사를 방불케 했다. 차(茶)자 휘호 대회가 열려 학생들이 차(茶)자를 쓰고, 참여 작가들이 다양한 휘호와 그림들로 화답하는 행사를 시작으로 차밭에서 차를 따서 차를 만드는 전 과정을 체험하고, 중국 학생의 다예표현과 그곳 교수의 “도예와 차문화의 융합”이라는 주제 발표도 있었다. 또 들차 자리가 마련된 정원으로 나가서 학생들의 찻자리와 각국에서 준비해온 차로 작가들이 마련한 찻자리로 차문화를 교류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 장쑤 Tea EXPO Garden에서 진행된 야외 차회)
(소성을 마치고 작가들의 마지막 포즈)
심포지엄은 성공적으로 끝났으며, 이 행사를 기획하고 주관한 Kaihongtang art exchange center는 가마 옆에 상설 작업공간과 전시공간까지 만들 것이라고 하였다. 문화발전을 위해 기여한다는 것은 예술가의 힘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예술품이나 예술가들을 뒤에서 지원하고, 이러한 행사를 통해 교류의 창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든든한 지원을 해주는 사람과 단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지금도 국내외에서 많은 워크숍과 도자 행사가 열리고 있다. 이런 행사들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에 대한 파급력과 연관성이 전제되어야 함을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재확인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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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대단한 열정으로 활동하시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우리동네 이복규작가님도 계시네요 여기서 보니 더 반갑네요
감사합니다 착희님.
도예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올려보았습니다.
이 복규작가님과 함께 참여하는 행사가 가끔 있넉요
파아란님의 왕성한 활동으로 만들어지는 도예작품
그리고 이런 기회를 통해 구상하는 작품세계 또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