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학교 1학년 시절, 정양과 함께 강원도 정선에 있는 화암동굴로 놀러 간 적이 있어요.
1945년까지 순금을 캐내던 금광이었던 천포광산에서 금맥을 찾던 중
우연히 발견한 동굴로 석순과 석주, 종유석이 갖가지 모양을 하고 있어
저희 두 여자는 정신을 못 차리고 동굴 탐험을 했습니다.
그때 저희는 십 년 뒤에는 꼭 각자 남자친구와 함께 더블데이트로 다시 오자며
손가락을 걸고 다짐을 했답니다.
정확히 십 년 뒤 저와 정양은 오붓하게
슬로베니아로 동굴 탐험을 오게 되었다는 슬픈 전설이
있습니다.^^;;
동굴로 가기 전, 잠깐 소개드릴까합니다.
포스토이나 동굴은 중국 장가계 용왕굴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카르스트 동굴이에요.
여기서 잠깐, 추가 설명 들어가자면 카르스트 지형(Karst topography)은
석회암 지역에서 잘 나타나는 것으로, 화학적으로 용해하여 침식되어 나타나는 지형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하네요.
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빗물과
지하수에 쉽게 용해되면서
나타난대요.
포스토이나 동굴은 19세기 합스부르크 왕가가 동굴 안을 운행하는 열차를 개발하면서
전세계에 알려졌다고 합니다.
그 유명세가 지금까지 이어져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하루 평균 1만명이 넘는
슬로베니아의 간판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전날 블레드에 다녀온 저희는 멘붕 상태로 동굴을 찾았습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고 찾은 블레드에 한방 맞은 듯 정신을 못 차리던 저희는
블레드를 갈 때
이용했던 류블랴나 중앙역 앞에 있는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30분을
달려갔습니다.
![01_a](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insightofgscaltex.com%2Fwp-content%2Fuploads%2F2012%2F11%2F01_a.jpg)
포스토이나 동굴로 가는 열차표!
포스토이나 동굴 안으로 열차 타고 고고씽!
동굴은 현재 20km까지 개발되어 있으나 일반인에게는 5.2km만 개방하고 있었습니다.
매시 정각에 시작하는 투어 시간에 맞춰 입구로 들어서자
가슴을 설레게 하는 동굴열차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보기와 다르게 겁이 많아서 놀이동산 한번 가지 않는 저는 순간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자이로드롭이 우습다며 세 번씩 타는 정양은 전혀 쫄지 않았죠.
원하는 자리에 앉으면 열차는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동굴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달립니다.
옛 철로를 그대로 쓰기 때문에 들어오고 나가는 열차가 같은 시간에 지나가면 부딪힐 것 같은
아슬아슬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빠른 속도로 갈리는 열차를 타고 동굴 깊숙이 들어가면 바깥세상과는 너무 다른
환상적인 동굴세계가 펼쳐집니다.
저희 두 명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기이한 풍경에 푹 빠져
전날에 이어 또다시 정신을 차리지 못하기 시작했습니다. 답답한 심정에 동영상을
올려봅니다.
좀 더
생생하게! 동굴열차 영상
본격적인 동굴 투어
시작!
열차를 타고 10분 정도 지나면 모두 열차에서 내리게 되고,
여기서부터 각 나라 언어 표지판을 들고 있는 가이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국어 가이드가 없어 아쉬운 대로 영어 가이드와 함께 걸으며 본격적인 투어에
들어갑니다.
![02](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insightofgscaltex.com%2Fwp-content%2Fuploads%2F2012%2F11%2F0214.jpg)
드디어 포스토이나 동굴에
도착했습니다.
좁은 터널을 달려 도착한 동굴 안은 그야말로 판타스틱합니다.
은은하게 조명을 받은 동굴 생성물들이 신기하게 비쳐져 그야말로 별천지를 연상케
하죠.
동굴 생성물은 보통 10년에 0.1mm씩 자라는데 사람의 손길이 한 번이라도 닿으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대요.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자제하느라
힘들었답니다.
동굴 투어에 앞서, 중학교 과학 시간에 달달 외웠던 용어 정리
들어갑니다.
![]()
포스토이나 동굴에는 물론 이 세가지를 모두 보실 수 있는데요,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굴생성물들이 많아서 저희는 우와, 우와를
연발했습니다.
![03](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insightofgscaltex.com%2Fwp-content%2Fuploads%2F2012%2F11%2F0312.jpg)
천장에 매달려 있는 종유석입니다.
유럽 사람들이 즐겨먹는 훈제햄인 프로슈토라는 별명을
얻었다네요.
/ Mark Iverson님이 플리커에 올린
사진
![04](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insightofgscaltex.com%2Fwp-content%2Fuploads%2F2012%2F11%2F0412.jpg)
동굴바닥에서 위로 올라가며 자란 석순들입니다.
/ Sebastian Bergmann님이 플리커에 올린 사진
![05](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insightofgscaltex.com%2Fwp-content%2Fuploads%2F2012%2F11%2F055.jpg)
종유석과 석순이 만난 석주입니다. 센스있는 가이드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만났다고 하더군요.
/ Mark Iverson님이 플리커에 올린
사진
![06_d](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insightofgscaltex.com%2Fwp-content%2Fuploads%2F2012%2F11%2F06_d.jpg)
너무나 멋진 광경의 포스토이나 동굴
이 밖에도 사진이 결코 담아 내지 못하는 정말 기가 막힌 거대한 동굴 투어였습니다.
정말 좋은데 말로 표현은 못 하겠고
답답합니다. 꼭 한번 가보시길 바랍니다.
인간 물고기가 사는
동굴?
인간물고기, 듣기만 해도 토쏠리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동굴 속의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눈은 도태되고, 피부색이 백인처럼 하얀데다
수명이 100년이나 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슬로베니아의 화폐에도 등장했었다고 하니 매우 희귀한 물고기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지금은 포스토이나 동굴의 마스코트로 엽서뿐만 아니라 인형으로 만들어 지고,
시내 곳곳의 휴지통과 간판에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07](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insightofgscaltex.com%2Fwp-content%2Fuploads%2F2012%2F11%2F072.jpg)
포스토이나 동굴의 마스코트!
인간물고기
부푼 기대를 안고, 인간물고기를 보기 위해 가이드를 따라 갔습니다.
언뜻 보면 작은 도마뱀처럼 생겼어요.
어둠 속에서 완벽하게 적응하며 살아온 물고기는 눈이 퇴화되어 앞을 볼 수 없다고
하네요.
외부 아가미를 통해서 숨을 쉬고, 먹지 않고도 1년 정도를 살 수 있다고
합니다.
대자연 앞에 무릎
꿇다
포스토이나 동굴 관람을 마치고 어안이 벙벙해진 저희는
다시 한번 위대한 자연 앞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수백만년의 시간 동안 물과 석회물질이 이루어낸 장관 앞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동굴을 떠나 류블랴나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문득 정목 스님의 시가 생각이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