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아, 마라톤대회 나갈건데, 5km는 메달이 없고, 10km는 메달이 있데, 어떻게 할까? 5km뛸까, 이왕하는거 메달따게 10km뛸까?'
이렇게 내가 묻자, 메달딸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10km를 신청했고, 거금 75,000원을 투자했다.
내돈내고 생고생할거 왜 이러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메달도 탐이 나고, 옷도 탐이 나고, 경품으로 주는 참외도 탐이 나고..ㅋㅋ
대구국제마라톤은 10km에 1시간 30분의 제한시간이 있고, 성주마라톤은 제한시간이 2시간이다. 설마 10km를 뛰는데 두시간이면 충분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성주마라톤대회를 신청하게 되었다.
내내 꾸물거리고 추운 봄날이었지만, 이날만은 햇님이 화창하고 바람도 적당한 정말정말 반짝거리는 일요일이었다.
성주마라톤대회는 5km, 10km, 그리고 하프달리기만 있다.
42.195km의 풀코스의 준비는 힘드려나? 아님 참가선수가 있을까라는 기우탓으로 준비하지 않은걸까?
반짝거리는 햇님과 많은 사람들, 그리고 웬지 나들이 나온 느낌이 드는 탓에, 달리기를 하기 전까지는 기분좋은 두놈이다.
아직 10km의 거리개념이 서지않은 놈들이 그 거리가 얼마나 먼지 아직은 알지 못한다..그러나~~
개인의 기록을 위해 참석한 사람들도 있고, 여러 단체, 회사에서도 참석을 하였다. 그리고 강아지랑 같이 뛰신 분도 있고, 요 조그만한 강아지놈이 울꼬맹보다 더 잘달리더라는...
식구들이 나온 팀들도 있는듯 보였지만, 대부분이 아버지랑 아들인 듯 보였고, 우리가족들처럼 모두가 함께 뛰는 이들은 보지 못하였다.
가족들이 함께 하는 추억만들기가 몇년후 딸아이가 조금 더 자라면 어려울 것이다. 아이가 조금 더 자라기 전에, 그리고 내가 조금 더 늙기 전에 많은 것을 같이 할 수 있고, 공유할 추억을 만들기 위해 몸이 고달프더라도 가족들이 같이 할 수 있는 이런저런 것들을 찾아헤메이고 있다.
언젠가 아이가 자라고, 내가 늙어지면 이런 고달픔도 아련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단체를 위해 준비도니 천막도 보였고, 뜀박질 후 허기진 배를 채워줄 음식을 준비하는 천막도 보였다.
그런데, 과연 이 많은 사람들을 위한 음식을 다 준비하였으려나?
여러단체들을 위해 일렬로 세워진 천막을 보니 지난해 수영대회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에도 저런 천막들이 세워졌었고, 우리 팀들로 자리를 잡았었는데라며. 그리고 그때 물에 발을 담그며 두근거렸던 기억까지도..
비록 같은 종목은 아니더래도 준비하는 모습은 비슷하다는..
10km를 뜀박질하기 위해 출발점으로 가는 우리 가족들..
'식구들이 가족티를 이쁘게 맞추셨네요.' 라는 칭찬도 듣고, 아직은 힘들지 않기에 기분 좋게 출발선으로 입장하는 꼬맹이들..
하프마라톤을 위한 사람들은 이미 출발하였고, 10km를 달리기 위해 준비중인 모습이다.
저 시계가 2시를 나타내기 전에 다시 이 출발점으로 들어와야지만 한다. 그래야지만 또다시 메달하나가 현관문에 달랑거릴 것인데...
10km쯤이야라는 자신감을 내비치며 작년에 12km걷기대회도 나갔었는데라며 살짜쿵 우습게 여기고 출발을 하였다.
같이 출발을 하였는데, 벌써나 저 멀리로 사라지는 사람들..
저렇게 빨리 뛰어도 힘이 들지 않으려나? 그러나, 우리는 빨리가 목적이 아니다. 완주가 목적이다.
덩달아 후다닥 뛰어가는 꼬맹이들에게 그렇게 뛰면 힘들어서 완주 못해, 꾸준히 같은 속도로 뛰어야해..
진작에 달리기 연습 좀 할걸.. 딱 이틀 걸으면서 운동장 10바퀴 돈게 이 마라톤 10km를 위한 준비였다.
항시 뒤늦게 후회를 하지만, 이제서야 어찌하랴~ 그냥 넘들 따라서 뛰는 수밖에는 없다.
소문은 이리저리 내어놓았으니 중도에 포기할 수도 없고... 에공~
'흐미~~ 그 옷 입고 뛰면 덥지 않나요?'라는 나의 질문에 뻘뻘 땀흘리며 미소를 짓고선 그냥 휙 스쳐 지나가버리는 얼룩소의 옷을 입은 사람이다.
이 날 최고 기온이 22도였으니 도로위의 온도는 더 높았을 건데..
도장을 홍복하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도복을 입고서 달리는 사람도 보였다.
열심히 달리는 사람옆에서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 꼬맹이들.. ㅡ.ㅡ
헤이!! 스파이더맨~~~ 덥지 않나요? 그냥 손목에서 거미줄을 쏘아내어서 바람을 타고 날려가심이...
스님도 열심히 달리고 계시고, 이왕 달리실거면 체육복으로 갈아입으시징.
저 옷은 땀배출이 쉬우려나?
이렇게 열심히 달리는 사람들을 여유있는 모습으로 지켜보며 사진찍어주시는 팅이님.ㅋㅋㅋㅋ
역시나 달리지 않고 걸어갔음이 들통이 나버린다.
5km를 달리는 사람들의 반환점이다. 우리는 10km이기에 조금 더 가야만 한다.
여기에서 꼬맹이들이랑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다. 힘들어서 가지않겠다는 꼬맹이들캉 이왕한거 10km를 완주해야만 한다는 울낭군캉..
나도 여기에서 반환점을 돌아서 그냥 가기에는 코스가 너무 짧은 듯 느껴졌다. 그러나, 작은 놈들에겐 이것도 먼거리인데..
얼르고 달래고 협박해서 5km반환점에 앉아있던 꼬맹이들을 데리고 오는 낭군..
'현정아, 정말 가기 싫으면 가지마!! 괜히 툴툴거리며 기분나쁘게 완주할거면 차라리 완주안하는게 더 나아. 그러나, 엄마는 이제껏 온게 아까워서 10km반환점까지 돌고 갈거야, 넌 그냥 돌아가서 기다리고 있어.'
내가 이렇게 말을 하니 나랑 끝까지 같이 갈 수 있다고 대답은 하였으나, 여기부터 10km반환점을 돌때까지 내내 툴툴거리고선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현정아, 이왕 하는거 기분좋게 할거야, 아니면 울면서 할거야, 차라리 엄마가 돌아올때까지 여기서 기다리던지, 아님 기분좋게 가든지..'
에공~~ 내가 미쳤었나보다. 요놈들을 데리고 10km를 달릴 생각을 했었던게, 차라리 그냥 혼자 뛸걸..
이렇게 툴툴거리며 우는 동안 하프를 뛰었던 사람들은 벌써나 되돌아오고 있었고, 난 엉엉 큰소리를 내며 우는 꼬맹이땜시롱 나쁜 엄마가 되어 있었다.
내가 한참을 먼저 와서 기다리는 동안 조카놈이 뛰어따라오고,,
엉엉 울다가 나를 따라오며 사진찍는 날 보더니 심통이 생겨서 '사진찍지마~~'라며 뛰어오는 현정이. ㅋㅋㅋㅋ
이제 조금만 더 가면 5km의 반환점인데 거리개념이 없고 목표지점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 심통만이 그득이다.
드디어 10km반환점이다.
이제 돌아서 가기만 하면 된다. 반환점을 보더니 큰소리로 한번 더 울어주시는 울꼬맹이, 그리고 기분좋게 랄랄라 노래부르던 조카놈..
그러나 되돌아갈적에는 흥이 났었던 현정이, 심통이 나 울먹이던 조카놈..
에휴~~! 다시는 너희들 델고 마라톤하나봐라, 그러면 내가 팅이가 아니다. ㅡ.ㅡ
10km반환점에서는 운다고 사진찍지 못했으니 5km반환점에서라도 찍자라면서 한컷..
뛰랴, 꼬맹이들 달래랴, 사진찍으랴, 많이 바빳다. 참, 손에는 카메라와 더불어 아이들을 위한 물병도 들고 있었다. 참으로 대단한 팅이..
에공, 드디어 종착역이다.
두시간안에 들어와야만 하는데, 두시간이 넘게 걸렸다.
내가 현정이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현정이가 골인하는 모습을 찍는다며 현정이보다 늦게 입장.
종점이 보이니 웃음지으면서 후다닥 뛰어들어가는 놈.. 좀전에 울던 놈이랑 같은 놈이 맞던가~~
오는 길이 힘들다며 울고 있는 놈을 중간중간 대회준비하셨던 분 중의 한분이 손잡고 데리고 오셨다.
'심통이 많이 났어요, 잘 달래주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어요.."
10km 마라톤의 꼴찌 1등 조카 오다은, 꼴찌 2등 팅이, 꼴찌 3등 울꼬맹이 이현정..ㅋㅋㅋㅋ
뭐 꼴찌면 어떠랴~~ 완주는 했고, 한가지 추억을 더 보태었으니...
완주를 하고 전자칩과 교환한 먹거리와 메달이다. 2시간이 넘으면 메달이 없을 줄 알았더니...
참외 두개, 빵과 음료수, 그리고 메달하나..
'현정아, 오늘 너때문에 엄마 부끄러워서 혼났다, 이놈아..다음에도 마라톤할래?'
'응. 10km는 안하고, 9km만 할거야.' 이런~~~
'다은아, 다은이집에서 메달은 다은이밖에 없다. 봐라, 힘들어도 메달도 타고 기분좋제?'
'난 다음부터 다시는 안해!!!'ㅋ
그리도 많던 사람들도 우리가 도착을 하니 사라지고 대회장소인 성주 성밖숲은 한산해졌다.
'우리가 언제 울었어??'
한시간반정도로 예상했었던 10km를 두시간을 훌쩍 넘긴 기록을 남겼지만, 두고두고 잊지못할 추억을 한가지 더 보태었다.
꼴찌 1, 2, 3등인 울가족들..ㅋㅋㅋ
마라톤을 위한 준비도 하지 않고 무작정 달려서인지 로보트처럼 걷는 오늘이지만, 현관에서 달랑거리는 메달을 볼때마다 울면서 뛰었던 현정이를 생각하며 키득거릴 우리 가족의 추억거리가 될것이다.
첫댓글 와우.. 꼬마들이 10km 완주 했네요.. 참 잘했어요~ 짝짝짝.. 가족끼리 참 좋은 추억이 되셨겠어요~ 저도 매년 대구마라톤을 뛰고 있는데.. 나중에 내아이가 뛸수 있는 나이가 되면 함께 뛰는게 소원이랍니다 ㅎㅎ
아이랑 뛰기에 10km는 비추이구요, 5km만.. ^^
10km..... 1km도 지금 나보고 뛰라하면 못 뛸것 같은데 ^^ 꼬마 아가씨들 대단하시네요^^
다 뛰고 나니 꼬맹이들은 괜찮고 어른들만 다리가 아퍼요. ㅜㅜ
팅이님 우리 토요일 보았나요? 샤인이는 봤다는데 저는 기억을ㅜㅜ;; 죄송^^
못봤어요~~ 그날 묵자님캉, 샤인님만 봤는데요..
형님 제 뒤에 계셨으면서 못보셨군요.. 뒤에서 봤을때 저의 오른쪽으로 쭈욱~ 3칸건너편에 앉아계셨어요 ㅋㅋ
ㅎㅎ 토욜날 팅이님 뵈서 반가웠구요 ^^ 꼬마아가씨들 대단하세요 ㅋㅋ 완주하시다니.. 난 엄두도(?) 못내는데 ㅎㅎ
반가웠습니다. 담번엔 사석에서 한번 뵙죠. ^^
사석에서... <-- 이말이 제일 무섭
잉?? 왜요??? 제가 설마 팔아먹기야 하겠습니까~~ㅋㅋ
설마 팔아 드시겠습니까? 그런거라면 걱정도 안하죠 ㅋㅋ
가족티... 보기 좋습니다...^^
글죠? 가족티 맞추었습니당.ㅎㅎ
오 저도 다음엔 이런 추억 남겨봐야겠어요. 도움이 되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
리틀어머군도 이제 뛸 수 있을걸요.. 가을에 걷기대회도 있어욤.. ^^
여기 5000명중에 아는 오빠 16등했다던데요~ㅎㅎ 애들이 대단한거 같아요~ 끈기,,,^^ 아무튼 보기 넘 좋아요^^
그분 대단하시네요. 뜀박질을 즐기시는 분인가벼~
그날도 자전거 타고 현풍에서 성주까지 왔다네요,,그리고 철인 4종경기 한다네요,,,,^^
사진 잘보고갑니다 ^^
감솨요.. ^^
좋은 경험 또 하나 추가 하셨네요... 성주 성밖숲 초등학교 때 소풍도 갔었는데,,, 저의 고향이걸랑요..ㅎㅎ 이렇게 보니 또 다른 느낌이네요...
가족과 함께 하는 좋은 경험 추가맞아요. 저도 성주가 고향이라는.. ^^
하여간, 부지런도 하셔라...내가 언니야 보면 항상럽다...
참, 남은 참외좀 나누어 묵었으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