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취미 별난인생]옥상텃밭 농사꾼.
“IT분야 등 다방면 경험, 텃밭 가꾸는데 도움”우연히 화분에 상추 심었더니 쑥쑥…흥미느껴 옥상서 채소 20여종 재배
통에 빗물 모아 채소 키우는데 활용…올 도시농업 옥상텃밭분야 최우수상
올해 7월 서울시가 주최한 ‘2014 서울시 도시농업 최고텃밭상 공모’에서
옥상텃밭 분야 최우수상을 수상한 박기홍씨(42). 1일에는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의 스타도시농사꾼
퍼레이드’에서 자신의 노하우까지 발표했다. 그런 그의 텃밭이라면 뭔가 달라도 다르겠지.
기대에 부풀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그의 집으로 향했다.
“여기가 제 텃밭입니다. 마음껏 구경하세요.”
116㎡(35평)쯤 되는 옥상에는 토마토·청둥호박·부추 등 20종이 넘는 채소가 자라고 있다.
그런데 조금 의아했다.
서울 한복판 강남 땅에서 다양한 채소가 자라고 있긴 하지만 상을 탈 만큼 특별한 구석이 없다.
“생각보다 평범하죠? 제가 상을 받은 이유가 텃밭이 화려하고 예뻐서는 아닌 것 같아요.
아마 이것 때문일 거예요.”
박씨를 따라가보니 평범한 원형 물탱크가 하나 있다. 그런데 이 물탱크에는 여러개의 관이 연결돼 있다.
옥상에 떨어진 빗물이 관을 통해 탱크 안에 들어가도록 설치한 것.
이렇게 모은 빗물을 텃밭 채소에 공급한다.
건물 1층에도 서울시에서 설치비를 지원한 소형 탱크가 또 하나 있다.
옥상에 떨어진 빗물뿐 아니라 옥상텃밭 화분에서 나온 배출수가 관을 통해 그곳에 모이도록 돼 있다.
물은 펌프로 다시 옥상으로 올려 보내 텃밭을 가꾸는 데 사용한다고.
설명을 듣고 나니 그가 왜 최우수상을 탔는지 이해가 갔다.
다음으로 그가 안내한 곳은 옥상 한편에 있는 작은 창고.
텃밭농사와 전혀 관련 없는 듯한 각종 기기가 쌓여 있고 커다란 컴퓨터 모니터가 두 대 있다.
“제 작업공간입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한때는 관련 분야 연구원으로도 일했습니다.
지금도 여러 회사의 서버 유지·보수, 보안시스템 구축 등 IT(정보통신기술)업종에 종사하고 있고요.”
다른 직업이 있겠거니 짐작은 했다.
하지만 IT전문가라니. 게다가 몇년 전에 자격증을 따고 부동산경매전문가로 종종 강의도 나간다.
그런 그가 대체 농(農)과 어떻게 인연을 맺었을까?
8년 전, 그의 부모님이 이사를 가면서 박씨 가족이 이 집에 들어왔다.
두분은 화분 몇개를 두고 갔는데 거기에 그가 우연히 얻은 상추씨 몇개를 심었단다.
의외로 상추가 쑥쑥 자랐다.
다음번엔 열무를 심었는데 이번에도 성공. 재미를 붙여 화분 수를 늘려갔고
옥상은 점점 다양한 채소로 가득 찼다.
자연스레 그의 삶에서 농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시민단체와 농업기술센터에서 도시농업 관련 수업을 듣고 500평대 주말농장 관리자로도 일했다.
신재생에너지에도 관심이 있어 이 분야 연구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가끔은 주변에서 “한번에 한우물만 파라”고 조언하기도 한단다. 하지만 그의 지론은 확고하다.
“우물을 판다면 한우물이 아니라 여기저기 파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물이 나올 확률이 높아지고, 땅 파는 다양한 방법도 알 수 있죠. 일도 마찬가지예요.
다방면의 일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그 일들이 반드시 서로 도움이 될 겁니다.”
그의 말이 틀리지만은 않은 듯싶다. 빗물탱크만 봐도 그렇다.
농(農)과 공(工)의 만남 아닌가? 또 머잖아 그의 손에서 농과 IT도 만날 것이다.
최근 그는 옥상텃밭 농사정보를 활용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중이란다. 출처 농민신문 김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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