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는 장어초밥을 싫어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생각을 일깨워 준 사건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맛있는 장어초밥을 먹은 일이었다. 이날 이후 장어초밥은 나에게 있어 맛없는 음식에서 취향은 아니지만 맛있는 음식으로 바뀌었다. 당연한 일 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으로 내가 느낀 점이 있는데 바로 최고의 상태를 만나보지 않고서야 나의 취향과 선호를 결정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이다.
그런 나에게 있어 음악 장르의 취향과 선호를 알게 해주는 것은 바로 정세운이다. 그만큼 정세운이라는 아티스트는 다양한 음악장르를 최고의 상태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세운이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내가 이렇게 다양한 음악 장르를 사랑하게 될 줄 몰랐다. 재즈를 좋아하는것도 리드미컬하거나 혹은 어쿠스틱하거나 칠하거나 혹은 낭만이 있거나 너무도 다양한 장르와 분위기를 알게 해주는 정세운이란 사람은 어찌보면 나에게 음악적 취향의 지표라고 느껴지는 정도이다.
하지만 항상 최상의 상태의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며 매번 일취월장을 넘어서 이래도 되는 건가 싶게 다양하게 향상하는 세운이의 소화력과 실력을 보며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로인해 나의 눈높이는 높아지다 못해 천상계에 도달하였고 이제 정세운이 아니고서는 만족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어쩌겠는가 이것은 전적으로 정세운이라는 아티스트의 잘못이다. 매번 그렇게 기대 이상 상상 이상 예측불허 수준으로 다양하게 잘해버리면 나보고 어쩌란 것인가? 내 높아져 버린 눈높이와 기준치에 들어오는 사람은 정세운 뿐이다.
그러니 책임지고 음악을 오래 해줘야 하는 것이다.
이번 DIY콘을 보며 다시금 느꼈다. 솔직히 정제된 말로 정리하지 못할 정도로 조건 반사처럼 감탄만 나올 뿐이다. 어째서 보컬 성량이 그렇게 더 는 것인가? 어째서 그렇게 음을 디테일하게 부를 수 있는 것인가? 어째서 그렇게 다양한 악기를 다룰 수 있는가? 어째서 무대 매너와 진행이 재밌고 매끄러운 것인가? 어째서 그 모든 게 수준급인 것인가?
온몸으로 치는 드럼 연주와 건반 위를 날아다니는 손가락에 섬세해지고 디테일해졌지만 듣는 이로 하여금 속 시원하게 만드는 미친 성량 때문에 들리는 쿵쾅 소리가 드럼 소리 인지 내 심장 소리 인지 모를 정도로 정신을 못차릴 지경 이었다.
얼마나 많은 연습과 노력이 있었을까? 건반위를 저렇게 깃털같이 치려면, 드럼을 저렇게 파워풀하지만 리드미컬하게 치려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까? 또 새로운 모습이었던 Uptown funk를 저렇게 쫀득하게 부르는 모습에 다시금 내 취향과 눈높이가 높아졌다.
수많은 장치로 하여금 채울 수 있는 콘서트에 정세운이라는 음악으로 가득 채운 이번 DIY 콘서트는 정말 이름 그대로 였던 것 같다. 모든 것을 정세운으로 꽉 채운 그런 콘서트 말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이번 주에 앙콘으로 돌아오라고 억지를 부리고 싶지만 그게 어렵다면 어쩔수 없이 정세운은 책임지고 음악을 오래 해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