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에 다시 훈풍이 불고 있다. 파주 운정신도시와 서울 은평뉴타운이 불러온 고분양가에 자극을 받아 집값이 더욱 오를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신규 분양시장으로 실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수도권 미분양 물량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서울 등 인기지역에서는 새 아파트 견본주택을 찾는 방문객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수도권 미분양 빠르게 소진 = 경기도 고양시 벽제동에서 분양중인 동익미라벨 아파트는 북한 핵실험 이후에도 하루 10여 가구 이상씩 꾸준히 팔려 나가고 있다.
총 26~48평형 705가구 가운데 파주 운정지구 고분양가 논란이 불거진 9월 초부터 한 달 보름간 신규 계약한 물량만 200여 가구에 달한다.
회사 관계자는 "계약률이 9월 초 30%에서 지금은 60%까지 껑충 뛰었고 100만원씩 예약금을 걸어둔 가계약자까지 합치면 90%에 육박한다"며 "북핵사태 초기에 잠시 주춤했지만 지금은 거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용인 공세지구에서 분양중인 2000가구 대단지 '대주 피오레'도 7월 분양 때 10%에 그쳤던 계약률이 지금은 65% 선까지 높아졌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대주건설 관계자는 "판교와 파주ㆍ 은평뉴타운의 고분양가 논란을 계기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초 평당 1200만~1400만원에 달한 분양가가 높다며 미분양 물량이 쏟아졌으나 최근에는 판교 낙첨자들도 속속 계약에 나서고 있다.
◆ 향남지구 분양 거의 끝나 = 올해 5월 동시분양에 나섰던 화성 향남지구도 분양이 거의 마무리 단계다.
일신건설산업이 내놓은 '에일린의 뜰' 33~35평형 506가구는 지난달 말 이미 계약이 완전히 끝났다.
신영 관계자는 "향남지구 내 중대형 평형 분양은 대체로 끝났고 일부 중소형 물량이 남아 있는 정도"라며 "파주에서 평당 1300만원, 은평뉴타운에서 평당 1500만원 안팎에 분양가가 정해지면서 중대형 평당 분양가가 750만원 안팎인 향남지구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서울 도심에서도 미분양 물량이 속속 소화되고 있다.
지난 6월 말 분양에서 40평형 이상 중대형 위주로 미분양을 겪었던 서울 충무로 GS자이도 최근 계약률이 92%로 높아졌다.
GS건설 관계자는 "SK건설 등이 인근 회현동에 평당 2000만원이 넘는 주상복합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평당 1351만~2035만원인 충무로 자이의 분양가가 높지 않다는 인식이 퍼진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는 5059가구로 전월에 비해 10.7%(608가구) 줄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 수도권 견본주택도 북적 = 북핵사태에도 불구하고 최근 문을 연 수도권 아파트 견본주택에는 방문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17일 1순위 청약을 받은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롯데캐슬에는 이날 청약자 500여 명이 몰렸다.
재개발 단지로 11~41평형 총 435가구 가운데 일반분양분은 316가구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지난 13일 문을 연 모델하우스에는 휴일까지 사흘간 7500여 명의 방문객이 찾았다"고 말했다.
13일 문을 연 서초구 방배동 금호어울림(분양 64가구) 모델하우스에도 사흘간 2000여 명이 방문했다.
한화건설에는 20일 인천 소래 논현지구의 한화꿈에그린월드 에코메트로 분양을 앞두고 하루 평균 500여 통, 많을 때는 1500여 통의 문의전화가 걸려 오고 있다 인천 남동구 서창 GS자이는 지난달 20일부터 계약에 들어가 열흘 만에 계약률이 80%를 넘어섰으며 최근에는 90%를 육박하고 있다.
평당 900만원대에 달하는 분양가가 높다는 지적이 무색할 정도다.
◆ 지방 분양시장은 여전히 썰렁 = 부산 정관신도시 분양에 나섰던 H사는 계약실적이 워낙 저조해 분양을 무기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분양이 연기되면 계약자들에게 계약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관보다 일찍 분양한 신호ㆍ명지지구에서는 최근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지방 미분양 아파트는 모두 357개 단지 4만596가구로 전월보다 12.5%(4526가구)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