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또르님과 헤어지고 숙소에서 바로 기절하듯이 잠이 들었다. 새벽에 눈이 떠져서 밤에 못쓴 답사기 쓰고 다시 잠이 들었다. 다른 날보다 조금 늦게 첫번째 답사지인 가곡리로 향했다.
곡성 가곡리 석장승
가곡리를 두번이나 왔었는데도 석장승에 대한 기억이 없다. 그 때는 오로지 탑만 생각하고 다녀서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 것 같다. 가곡리 석탑으로 올라가는 길에 있다. 잠시 주차하고 몇 컷 찍었다.
곡성 가곡리 오층석탑
몇 년전에 드론으로 찍었는데 참 많이 부족하게 찍었다. 드론을 자주 날리다보니 이제는 어떤 부분을 찍어야 할 지 대충 감이 잡힌다. 햇빛이 좋고 바람도 세게 불지 않아서 촬영하기에는 그만인 날이다. 며칠간의 답사내내 추위에 시달렸는데 오늘은 날이 조금 풀린 것 같다. 이 근처 석탑의 상륜에 찰주가 없이 호리병같은 형태들이 많은데 처름 탑을 만들때부터 저런 것인지 아니면 어느시기에 보수과정에서 저렇게 된 것인지 궁금해진다. 우동마루가 선명하게 보인다.
담양 언곡사지 삼층석탑
수해복구가 덜 되어서 개울을 건너는 다리가 사라졌다. 언곡사지 안내판은 개울가에 처박혀 있다. 지난번에 힘들게 찾아서 길을 기억하고 있어서 어려움 없이 만났다. 해가 구름속에서 나왔다 숨었다를 반복한다. 3층 옥개석에 찰주공이 보이지 않는다. 이 탑도 3층이 아닐까? 아님 찰주가 없는 상륜을 만들었을까? 3층 탑신석에 불상이 있는데 만약 5층 석탑이라면 어색하지 않을까? 여러 생각들이 든다.
담양 남산리 오층석탑, 석당간
탑 주변을 어마어마하게 정비하는 중이다. 차도를 대칭선으로 양쪽으로 잔디를 깔아놨다. 주차할 곳이 없어 석당간 근처에 겨우 주차하고 살폈다. 옥개석의 우동이 그냥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조금 볼록하게 내려온다. 대부분의 찰주공이 둥근 모양인데 여기는 사각형의 홈이 있다. 그럼 상륜이 가곡리처럼 그런 형태일 가능성도 있을까? 여기서부터 바람이 세게 불기 시작한다. 석당간 상부에 명문이 있는 것 같은데 역광이라 사진이 찍히지 않는다. 몇 번이나 왔던 탑인데도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다시 탑돌이를 해야 될 것 같다.
담양 연동사지 삼층석탑, 석조지장보살입상
불상이 있는 곳까지 차로 갈려고 했으나 일주문 옆으로 가는 길에 눈이 얼어붙어 있다. 따뜻한 남쪽나라에 살아서 눈길 운전은 공포 그 자체이다. 일주문에 주차하고 잠시 걸어갔는데도 숨이 차오른다. 햇빛은 좋은데 바람이 분다. 우동마루가 아주 두툼하다. 올까말까 망설였는데 지장보살님도 다시 만나서 좋다.
함양 승안사지 삼층석탑, 일두 정여창묘역, 석조여래좌상(?)
여기도 전에 드론촬영을 했는데 제대로 된 사진이 없어 다시 촬영했다. 지난번에는 비가와서 드론을 날리지 못하고 하루에 세번이나 와서 조명신공을 했었다. 오늘은 햇빛이 좋다. 상륜의 부재가 불에 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돌의 종류가 다른 듯하다. 만약 불을 맞았다면 돌이 폭발하듯이 깨진다는 것을 얼마전에 다큐를 통해 알게 되었다. 애초에 상륜은 다른 재질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는 듯 하다. 늘 그냥 상상만 하게 된다. 정여창 묘역은 올 때마다 다음에 보지 했는데 오늘도 그런 마음이 들었으나 의무감에 잠시 들렀다. 귀부가 있다. 다른 글자는 모르겠고 유명조선국은 보인다. 석불은 하체가 여전히 미완성의 느낌이다.
산청 대원사 다층석탑, 목조보살좌상, 신중도
대원사 계곡은 꼭 답사가 아니라도 오던 곳이다. 탑이 선방옆에 있어서 제대로 살필 틈이 없었다. 평일이라 사람도 없고 하여 종무소에 계시는 스님께 사정을 말씀드리니 드론촬영까지 허락을 해 주신다. 옆이 선방이라 최대한 빨리 끝내라는 당부와 혹시 선방에서 누가 나오면 종무소에서 허락받았다는 말을 하면 괜찮을 거라고 덧붙여 준다. 사실 선방 바로 옆에 있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운이 좋았다. 나무때문에 그늘이 지지만 이렇게라도 찍을 수 있는 것 만으로도 큰 행운이다. 선방으로 가는 문이 열려 있고 출입금지 팻말도 없어 떠들지만 않는다면 평소에도 조용히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목조보살과 신중도가 있는 줄도 몰랐다. 지리산 대원사는 오로지 탑을 어떻게 다시 볼 수 있을까만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목조보살님은 매우 작지만 매우 아름답다는 느낌이다. 내원사 탑을 찍으러 갈까 여기로 올까 망설이다 이상하게 들러야 할 것 같아서 들렀는데 횡재를 했다.
산청 삼장사지 삼층석탑
몇 년전에 와보고 처음이다. 주변이 조금 정비된 것 같고 괘불대는 기억에 없다. 오늘보니 괘불대가 있다. 원래부터 있었을 텐데 신경을 쓰지 않은 탓이다. 혹시 내원사 석탑을 찍을 수 있을까하여 아껴둔 배터리를 다 소진했다. 특별한 것은 없는데 여기가 마지막 탑사로 이리저리 재미삼아 드론을 날리면서 찍는다. 원래 계획은 내일 저녁까지 답사를 하는 것이었으나 급한 일이 생겨서 여기까지 답사하고 이번 답사를 마무리한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세종아빠님, 또르님과 3명이서 답사를 했고 수요일은 또로님과 2명이서 답사를 했고 오늘은 혼자서 돌았다. 각각의 느낌이 참 다르다. 사람들과의 만남도 답사의 중요한 요소인데 2년 넘게 전체답사를 하지 못해 많이 아쉽다. 정기답사를 하는 그날을 애타게 기다려본다.
첫댓글 수고하셔서 찍은 사진
이리 편히 봅니다 감사합니다...^^
즐기면서 하는 답사의 결과물을 공유하는 것이라 저도 즐겁습니다..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날은 다채롭게 풍성하네요.
안전하게 다니셔요~
답사 끝내고 귀가함..여름이 와야 또 뵙겠네요.
연동사지도 높은 우동마루군.
추가합니다
꼼꼼히 살펴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드론님이 노마드님에게 여러 가설을 제시하네요.
석탑의 상부구조에 관해서 ...
-찰주 유.무
-찰주 구멍 유.무
-찰주 구멍의 크기에 따른 시대순 구별 가능 여부.
앞으로 노마드 님의 가설제시가 무척 기대 됩니다.
고수님들 중 누군가가 해답을 주시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제목에 빵터지고..ㅋ
굵은 우동마루는 그 동네의 특징인걸까요?
존재도 모르는 곳들을 올려주시니 가야할 곳들이 점점 늘어납니다~
글쎄요..굵은 우동마루가 지역의 특징인지 시대적 특징인지 잘 모르겠네요.여기에 대한 답은 달넘새님이 알고 계실텐데요..ㅎ
대충 읽으면 굵은 우동까지만 보고, 어느 동네 우동인가 궁금할 수도 있을 듯...
@별이 잠드는 바다 개그하신 것 맞죠? ㅋㅋ
정성스런 글과 사진 잘 보고 있습니다.
평소 보지 못한 것들을 보여 주셔서 더더더 감사드립니다.
늘 이렇게 꼼꼼하게 읽어주셔서 글을 쓴 보람이 있네요..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야~~~~ 대원사는 진짜 횡재하셨네요!! ㅎㅎㅎㅎㅎ 제겐..늘... 무서운 곳이었는데... ㅎㅎ
지금은 그냥 조용히 볼 수 있도록 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