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더부리 카페에 들어왔네..
소중한 친구들의 이야기는 켜켜히 쌓여있는데 그 위로 다시 흐른 시간의 흔적이 제법 내려 앉았다.
미국에서 지내느라 한국과의 시차로 밤과 낮이 바뀐 중 밤새 승윤이가 세상을 떴다는 '부고'가 카톡 방으로 전해져왔다.
**부고**
동기 박승윤 임종.
발인: 2018년1월24일..
장례식장: 도봉구 한일병원 장례식장4호실.
오늘(2018년1월22일 임종).
박승윤은 나와 우이국민학교 6학년3반 동기이고 또 신일 고등학교를 함께 다녔다.
'모두가 가난했던' 우리들의 어린 시절이지만 그는 부잣집 아들로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 그러면서도 티내지 않고 깔보지 않았다. 키도 제법 크고 축구도 잘해서 어릴 적 그는 나의 '작은 우상'이었다. 소심하고
조용하고 작은 체구였던 나는 승윤이 덕분에 축구를 배우며 조금은 더 씩씩하고 활발한 성격으로 바뀌어갔다. 승윤의 축구 사사를
받으며 거의 매일 학교와 솔밭에서 뛰어논 덕인지, 축구는 이후 내가 40대 중반까지 가장 즐겨하고 가장 잘하는 운동이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한 두번 스치듯 만났을 뿐이었지만 그로부터 40년이 훌쩍 지나서 더부리 덕분에 그를 다시 만났다. 수소문끝에 더부리 카페지기 덕희가 알려준 전화번호로 연결이 되어 마침내 통화를 했고
그를 찾아가 만났던 것이 2014년...동작구 사당 부근 (남성역) 어느 건물 1층과 지하층이 스튜디오 작업실이자 그의 생활공간이었다.
그때 승윤에게 들은 이야기로 짐작컨대, 그는 대학 졸업후 제법
사업을 크게 하다가 IMF 즈음에 큰 어려움을 겪으며 좌절했고 이후로는 회복하지 못한 것 같다. 그는 망해가면서도 회사
종업원들의 밀린 임금을 체불하지 않으려 최선을 다했다. 내게 들려준 얘기로, 당시 그는 회사를 떠나는 젊은 회사직원에게 '너는
그래도 집이 남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자신은 정말 최선을 다해서 회사직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그래서 자기에게는 결국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고 인근 식당에서 생태찌게가 끓는 식탁을 사이에 두고 내 눈을 응시하며 말했다. 그의 검은 눈동자 속이 한없이 깊고 투명하다고 느꼈다!
다시 만난 당시, 그는 제법 많은 단골학교가 그에게 졸업사진 촬영과 앨범제작을 맡겼다고 들려주었다. 성실하고 책임감있는 그의 성품 덕분이리라 생각했다. '몇 년만 더 일하고 원주에 내려가서 개 데리고 살겠다'고 한 그의
말이 특히 인상적으로 들렸다. '난 개가 좋아, 개는 절대 배신하지 않아'라며 혼잣말처럼 되뇌이는 그를 보며 속으로 '믿는 사람(들)에게 받은
마음의 상처가 있는가 보다' 짐작했지만 더 묻지는 않았다.
(지금 찾아보니 그를 만난 후 올린 글이 두 편 더부리에 남아 있다: (<우리들 이야기> 1422, <우리들 이야기> 1470).
그 후로 간간이 몇 번 통화하며 '한번 갈게', '그래 언제든
와라' 인사말로 나누었을 뿐 실행하지 못했다...이렇게 속절없이 떠나보내고 나니, 그때 다시 한번이라도 더 찾아가 만나지 않은 것이 아쉽고 또
아쉽다!!....
승윤아,
이제, 네가 좋아하는 조용하고 전원적인 숲속 마을에서,
좋아하는 개들과 함께,
오래오래
편안하게, 즐겁게 지내기
바란다.
우이초등학교 19회 동기인 친구, 박승윤의 명복을 빌며,
너와 친했고 너를 좋아했고 너를 보고싶어 하는 친구, 건화가....
첫댓글 초등학교를 떠나 한번 본적없이 통화를 한번 한적이 있었지. 그런데 2018년 새해에 이런 비보를 들으니 놀라움을 금할길이 없네. 시간을 내서 한번이라도 찾아볼걸이란 후회를 해본다.
이제 힘들고 무거웠던 어깨를 훌훌 털어 버리고 편안한 세상에서 잘 지내길 바라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박승윤.. 이름은 귀에 익는데.. 어른이 되어 더부리의 인연으로 통화를 한번 했던 기억이 전부인 친구..
그런데도 떠났다는 말에 왜이리 목이 메이는 지 모르겠다. 건화의 추억이 내 추억인 것 처럼 투영이 되며.. 아쉽고 슬프네.
산다는 것은.. 시간의 격차를 두고 이별을 한다는 것인가 보다.
그리고 어쩌면.. 영원이 잇대어 있는 피안의 곳에서 또 다시 만날 수도 있다는 것인가 보다.
지난 시간이 아쉽고 미안한 채로 친구를 보내네..
승윤아.. 잘 가..
내이름과 4학년 담임선생님의 성함을 기억하는걸 봐서 같은 반이였던거 같았어~
졸업사진 얼굴도 이유없이 기억이 나고...
한번 나눈 쪽지에 깍듯한 존댓말이 예의가 바른 친구임을 느끼게 했지~
건화 글을 읽고 한번 꼭 만나보고 싶었는데...
좋은 곳으로 갔겠지?ㅠ
명복을 빈다...
어릴적 솔밭에서 축구로 친해졌던 친구...
세련된 외모에 축구 스타일도 매너있고 세련된 친구였는데...
2년전 쯤 전화통화를 한번 했고...이제 연락처를 알았으니 자연스럽게 만날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비보를 접하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네...
부디 좋은 곳에서 영면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