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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에서 생활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요양원은 정말 너무 조용했다. 차라리 개방을 해서 외부인들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요양원이 내 전용인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멍하니 침대에만 누워있기엔 몸이 너무 뻐근해서 건물 밖으로 나왔다.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다. 나는 미친듯이 뛰었다. 내 귀에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뜀박질을 멈추자 심장이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허리를 숙이고 숨을 고르고 있는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열심히 뛰시네요?"
갈색 머리 남자애가 서 있었다. 처음 보는 애 였다. 학교 전용 요양원이었으니 외부인일리는 없고 교복을 입은 것을 보니 우리 학교 학생인 것은 확실했다. 그리고 오른쪽 팔에 깁스를 한 것으로 보아 나처럼 요양원에 온 애 같았다. 이제는 혼자서 심심해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다행이었다. 넥타이를 보니 1학년이었다.
"1학년?"
"네, 이치긴 그레이디안이라고 합니다. 이치긴이 이름이예요."
이름을 들어보니 혼혈아인 것 같았다. 역시 혼혈아는 뭔가 달랐다. 눈이 회색이었다. 참 미묘한 외모를 가진 아이었다. 나는 내 소개를 했다.
"나는 2학년이고 이름은 강다희라고 해."
그러자 이치긴은 막 웃으면서 말했다. 뭐가 그리 웃긴걸까.
"내가 누나 이름을 모를 것 같아요? 누나가 얼마나 유명한데요! 2학년의 톱 강다희. 지금 학교가 난리가 났다구요."
내가 유명한 것은 익히 알던 사실이라 별로 놀랍지 않았다. 그런데 학교가 난리가 났다는 것은 의외였다. 나는 이치긴에게 물었다.
"왜 난리가 났는데?"
"'도도하고 차갑고 냉정한 강다희가 요양원에 가다니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라구요."
"...나 참 어이가 없어서."
도대체 나의 어디를 보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일까? 도도해? 차가워? 냉정해? 그런건 다 가식이었다. 나는 하찮은 인간일 분이었다. 내가 아무 말이 없자 이치긴은 화제를 돌렸다.
"누나 영우형이랑 사귀는 사이죠?"
쟤는 나의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일까. 내가 영우랑 사귄다는 것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애초에 학교에는 커플들이 많았고 우리도 그들 중 하나였기 때문에 그닥 관심을 받을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그런데 제 3자의 입에서 영우 얘기가 나오니 왠지 껄끄러웠다. 아니, 껄끄러웠다기 보다는 좀 오묘하달까.
"어, 맞아. 그런데 그걸 니가 어떻게 알고 있는거지?"
"제가 영우형의 직속후배거든요."
"아..."
이치긴이 자기가 영우의 직속후배라고 말할 때,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생각해보니 나는 영우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나는 애인 주제에 영우의 동생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새삼 내가 학교를 떠나던 날 영우가 나에게 화를 내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치긴, 저 아이 덕분에 일주일동안 잠잠했던 내 마음에 폭풍이 몰아쳤다. 나는 이치긴에게 인사를 하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오늘따라 영우가 더 보고 싶었다. 나는 영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은 수업중이라는 기계음만 들릴 뿐이었다.
"하아, 빨리 돌아가고 싶다."
침대에 누워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을 보았다. 둥실둥실 구름. 어릴 때는 구름까지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구름도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았다. 어느 순간부터 하늘을 보기위해 머리 위를 바라보면 회색빛 천장이 그것을 대신하고 있었다. 우주에도 사람이 사는 지금, 하늘은 이제 아이들의 이상이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스페이스 노이드, 우주 콜로니로 이주하여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어스 노이드라고 한다. 나는 어스 노이드이다. 몇 백년 전, 지구의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지구의 연방 정부는 반강제적으로 사람들을 콜로니로 이주시켰다. 그 때 지구에 남은 사람들은 소수의 권력층들과 군인들, 이주를 거부하는 불법 거주자밖에 없었다. 아마 그 때부터 스페이스 노이드와 어스 노이드 사이의 감정은 안 좋아진 것 같다. 우리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모두 그 사람들의 자손이다. 필연적으로 불특정다수에게 미움을 받고 사는게 우리이다.
우리 학교의 이름은 Dream Forest, 꿈의 숲이라는 뜻이다. 꿈, 꿈? 학교의 설립 취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름이다. 우리 학교는 스페이스 노이드를 견제하여 국가연방에서 만든 군인 양성 학교이다. 지구에 있는 나라들의 후원으로 유지되는 학교로 여러 나라의 아이들의 모여있다.
요새 우리 학교엔 비상이 걸렸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스페이스 노이드들이 우리 학교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콜로니도 정부를 만들어서 우리 학교 같은 군인양성학교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오랜만에 심오한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팠다.
"에라, 모르겠다!"
나는 이불을 발로 걷어차고 홀로그램 영상을 켰다. 허공에 스크린이 생기고 소리가 들렸다. 우리나라의 뉴스를 보기 위해 채널을 돌렸다. 뉴스엔 나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모든 나라는 시험을 거쳐 D.F.로 학생을 입학시킨다. 말하자면 국가대표인 셈이다. 나는 꽤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입학할 때 부터 우리나라의 관심을 받고 있었다.
"우리 나라를 대표로 D.F.에 입학한 강다희 양은 지금 요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오른팔의 부상이 꽤 심각하다고 하는데요, 빠른 완쾌.."
영상을 꺼버렸다. 여기저기 참 재미없는 일만 가득할 뿐이었다. 이치긴녀석 이라도 와서 옆에서 시끄럽게 떠들어 줬으면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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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어떻게 썼는지 모르겠네요ㅋㅋㅋㅋ
설정을 한 번에 뿜어내려고 하니 참 힘듭니다.
ㅋㅋㅋㅋㅋ 아오, 이래서 판타지는 안되요.
스페이스 노이드와 어스 노이드는 건담에서 쓰이는 용어구요.
그 외에도 달에 사는 사람[루나리안]이라는 용어도 있지만.
D.F.에는 등장시키지 않을 예정입니다.
첫댓글 와~~ 배경설명 무지맘에들어!+ㅁ+// 재밌으재밌으~ ............그레이디안 (번뜩)
ㅋㅋㅋㅋㅋ 그레이디안에 빠졌군 ㅋㅋㅋ 우리 사쿠라 ㅋㅋㅋㅋㅋ 그레이디안이랑 이어줄까?!<<<<왜이래
뭐랄까.. 대단한 설정같은 느낌이... 앞으로 열심히 봐야겠네요.. 정신 줄 놓지 않으려면.. [
ㅋㅋㅋ정줄을 놓다니요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