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까지 쌓인 눈을 내 키 보다 몇배로 긴 싸릿 빗자루로 마당과 대문 박 까지 쓸었다 어머니는 분주한 아침을 준비하면서 평소보다 일찍 버스를 타야된다며 밥 한 양푼과 엇저녁에 먹다 남은 감자 조림과 대가리도 안딴 멸치에 고추장만 바른 맛도 없는 반찬을 꺼 내 놓고 아침 밥이라며 대충 차려 놓으셨다 고소한 기름냄새는 코를 자극 시켰다 침만 꿀꺽꿀꺽 삼킬 뿐 오감에 발버둥 침은 소리없는 침묵뿐었다
밥상머리에 대기중인 양철 도시락 네개 가 두짝 두짝 사이좋게 짝지어 있다 눈치로 알고 있지만 정신없는 어머니는 구분하기 위함이다 아들과 딸의 차별의 실상이 비밀 현장이다 바로 계란이다 오빠 둘은 밥 위에 항상 계란이 먹음직스럽게 놓여져 있었다 여동생과 나는 멸치 한동가리면 밥 서너번 먹었다 육수용 멸치라 시커먼 내장의 쓴 맛은 왜 그렇게 싫었는지 아마도 소화된 찍거기라서 더 싫었을 것이다 동생과 난 이 억울함을 먼 미래에 보복할 기회를 노릴 수박에 없었다 나는 상고를 졸업하고 사촌 오빠가 근무하는 화물조합에 사회초년생 첫발을 디뎠다 첫월급 타면 계란 한판과 라면 한박스 사야지 옷장 속에 숨겨두고 동생이랑 나만 먹어야지 야심찬 꿈을 꾼지 첫월급 날이 온 것이다 남들은 첫월급 타서 어머니에겐 빨강 내복 아버지한테는 베지색 내복을 사 드렸다 하는데 난 계란과 라면 사는게 우선이였다 월급 날 하루 앞두고 같이 근무하는 사촌 오빠가 온 것이다 오빠는 눈치없이 경희 내일 월급날이네 첫 월급인데 오빠한테도 한턱 쏘아라 어이없는 한마디 던져 놓고 도망치듯 가 버린다 어머니는 이 광경을 놓칠새라 월급 한푼도 쓰지말고 갖고 오라는 것이다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다 계획했던 일들이 무너지는 순간 2만원 빼고 나머지 관리한다는 것이다 동생과 난 계란 스무개와 라면 한박스를 사서 실컷 먹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무엇이든 넘쳐나는 시대 계란 냄새가 싫어서 멀리 할때도 있다 스무살 때 계란 냄새는 초코렛처럼 달콤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