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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정다운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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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 후기방 ◈ 스크랩 2011년 4월 23일 금귀봉 보해산 (경남 거창)
바위산 추천 0 조회 60 11.04.24 14:59 댓글 11
게시글 본문내용

2011 4 23일 금귀봉 보해산 (경남 거창)

 

코스: 거기2구마을-내장포-금귀봉-보해산-외장포-거기2

 

 

 

바위산을 좋아한다.

오랫동안 비워둔 내 나라로 돌아와 처음 가본 산이 영암 월출산이다.

10년 전에 가 본 그 산이 아주 나를 녹였다.

뽀얀 우유빛으로 빛나며 만지면 마치 살아있는 영혼이 느껴지던  

그 바위덩어리들이 그 후로 수많은 산을 다니며 흐려진 기억에도

가장 확실하게 살아남는다.

그 후로 까끌하고 맨질한 온갖 바위를 더듬고 기어오르길 좋아하게 됐다.

 

진달래가 듬성거리는 바위산을 간댄다.

거창에 있는 금귀봉과 보해산으로

아직도 내가 들어보지 못했던 바위산이 있다니!!

나서봐야지.

안가 본 길을 걷고 기억을 더하고 망각하는 것이 살아가는 일이지.

 

거기마을 밭둑에 함부로 널려있는 새하얀 조팝나무꽃이 눈부시다.

그들의 시절이 온 거다.

산으로 올라서면 이건 바위산이 아니다.

소나무가 우거진 숲이다.

소나무가 벗어던진 솔갈비가 수분을 가득 머금고

걸음을 탄력있게 되돌려주는 포근한 흙길이다.

 

숲은 포근하고 완만하다.

소나무 사이사이의 진달래가 꽃을 가만히 내려 놓았다.

모진 겨울을 견디며 온 힘을 다해 피워낸 귀한 꽃이지만

꽃을 보내야 잎을 내밀 수 있기에 나무는 조심스럽게 꽃을 벗었다.

 

바람이 몹시 분다.

남풍이다.

봄바람이란 뜻이다.

그 바람에 소나무가 아주 천천히 흔들린다.

견딜 수 있고 자신이 있고 바람을 즐긴다는 말이겠지.

한참을 그런 길을 타박거리며 오른다.

금귀봉 바로 밑의 710고지 근처만 아니라면 완만한 경사다.

 

금귀봉을 오르는 본격적인 능선은 가파르고

그 능선엔 분홍 진달래가 절정이다.

얼마나 올랐을까?

한시간 반 아니면 두시간을 오르면 금귀봉이다.

금귀봉에서 세상이 깨끗하다.

어제 내린 비가 허공의 먼지를 끌고 내려갔다.

 

북서쪽으로 높고 든든하게 뻗어진 능선이 눈에 익어 있다.

아 저게 덕유산능선이구나!!

가까이는 보해산이 바위절벽으로 솟아 있다.

금귀봉은 바위산이 아니었다.

보해산은 순전히 바위덩어리다.

이 동네도 산이 엄청나다.

산사이에서 짓눌려 터질까 걱정되는 마을을 제외하곤 모두가 산이다.  

크고 많은 산들이 좁은 마을을 위협하며 삥 둘러싸서 이어진다.

 

보해산쪽으로 간다.

금귀봉에서 보해산 쪽으로 내려가는 경사는 대단하다.

가야 할 보해산이 낮은 몇 개의 언덕을 건너 바위덩어리로 된

몇 개의 봉우리로 뚜렷하게 솟아 있다.

멀어보여도 금방일 것이다.

사람 걸음이란게 얼마나 무서운지 이미 안다.

 

그 낮은 언덕에서 같이 간 사람들이 두릅도 뜯고 엄나무 순도 뜯는다.

두릅이야 가시가 있으니까 그렇다지만

겨울가지에 새순뿐인 나무를 알아보고 순을 뜯는다는 게 쉽지않을텐데……

혹시라도 그게 독이 있는 나무라면……

난 엄두를 못낸다.

누가 그런다.

초봄에 나는 모든 새순들은 독이 없으니 다 먹을 수 있다고

그 말은 맞는 거 같다.

그 말랑한 새순들이 얼마나 보드라운가?

원추리 순도 먹는 줄은 몰랐다.

 

그런 편한 숲길을 건너면 바로 그 바위산 암릉이다.

무서운 절벽에 바위가 울퉁불퉁하다.

그 절벽 사이사이에 진달래가 흘린 핏물이 번진다.

 

바위를 오르고 내리고 손에 잡고 디디고 서며

6개의 봉우리를 차례로 지난다.

아래는 까마득한 절벽이다.

이 암릉을 설악산 용아장성릉의 축소판이라 하지만

그게 칭찬이더라도 산을 같은 산에 비교하면 기분 나쁘지.

그냥 보해산 암릉이지.

그게 더 보해산답고 자랑스러울 것이다.

그렇게 정상에 닿는다.

 

절벽엔 봄이 기어오르며 진달래를 피우고

지나온 금귀봉이 이미 저만치 멀어져 있고  

좁은 마을을 건너 동쪽으로 뾰족한 능선이 굽이친다.

누가 말 해 준다.

저게 우두봉이라고 우두산의 다른 이름이 별유산이라하니

그럼 내가 와봤던 산일까??

모르겠다.

기억에 흐리니 언제 다시 가봐야겠다.

보해산을 내려오는 것도 급경사다.

바위밭에 줄줄이 진달래다.

 

꽃을 따먹었다.

분홍색 진달래를 한웅큼씩 먹었다.

어차피 곧 땅으로 보내질 꽃이기에

내게로 오면 내 속에 오래 기억될거라고 얼러서 내 속으로 넣었다.

어릴 땐 그랬다.

소년시절 하루종일 뒷산을 쏘아다니며 진달래를 혓바닥이 파래지도록 뜯어먹었다.

놀고 까불고 풀뿌리도 찾아보며 배고픔도 잊고 놀곤했었구나.

그땐 젊은 어머니가 개나리며 진달래를 꺾어 장독대에 꽂아두기도 했었는데……

그 가난한 시절에 삶에 쫓기던 젊은 엄마의 낭만이 그거였었군……”

그것 봐라.

보해산 진달래는 충분한 값어치를 했다.

몇 개의 꽃이파리를 먹여서 그 먼 어린시절까지 떠오르게 했으니……

급경사 바위를 내리고 다시 울창한 솔숲을 지나고 수북하게 깔린 솔갈비를 밟고

내려오면 시멘트로 된 마을을 만난다.

그러고도 20분은 내려오면 거기마을로 다시 돌아온다.

내려오는 비탈엔 늙은 사과나무가 꽃을 피운다.

늙은 나무가 빨간 꽃받침을 내밀고 그 속에서 하얀 꽃잎을 끄집어낸다.

그래서 사과꽃이 붉기도 하고 희기도 하다.

 

산에서도 마을에서도 봄은 계속된다.

살아가는 일도 계속된다.

산에서 들에서 여인들이 사진을 찍으며 깔깔거린다.

무엇이 저들을 저렇게 행복하게 할까??

나보다 나이든 어른들이 봄이 물든 세상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한다.

좋은 징조다.

나도 그 나이쯤에서 세상을 그런 눈으로 볼 수 있다는 희망이다.

 

 

 나무가 내려놓은 진달래

 

금귀봉에서 본 덕유산 능선

 

금귀봉에서 본 보해산

 

보해산 6개봉 암릉

 

 

 

 

별유산 능선

 

 

거창사과,,,,사과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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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11.04.24 15:07

    첫댓글 작은거인 대장님 총무님 소니대장님 그리고 친구님들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산도 좋았으며 간식도 밥도 맛있게 먹고 하루 잘 놀았습니다.
    사진은 작은거인대장님이 찍은 것을 감사하게 빌려서 사용했습니다..

  • 11.04.24 17:24

    교수님 후기 마음에세기고 다녀감니다
    초록도 천상에만남 행복들 수고했음니다

  • 작성자 11.04.24 19:11

    초록님 감사합니다. 자연을 보시고 감탄하시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초록님만큼 나이가 들면 나도 저럴 수 있을거니 생각을 했습니다.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 11.04.24 19:22

    한편의 시~ 이렇게 밖에는 표현할수가 없네요,,
    산행 만큼이나 아름다운 후기글에 감사하며 어제의 즐거운 산행과 함께 보해산의 바위가 아직도 눈에 아른거립니다^^

  • 작성자 11.04.25 06:50

    예 고바우님도 가만보면 산을 무지 좋아하는거 같습니다. 특히 바위산을....저도 좋아하는데 조심은 합니다. 산에 갈 때마다 아는분으로 있어주어서 감사합니다. 땡큐합니다.

  • 11.04.25 06:57

    멋진산세에 아름다운 대자연속에서의하루 같이했던멋진시간들
    함께했던 마음씨고운 산객들 그모두들의멋진 마음을
    후기글로 다시 표현해주시니 다시새롭습니다 멋진글 마음속으로 추심합니다

  • 작성자 11.04.25 08:19

    예 산이 꽤 좋았지요..바위도 좋고 바위에 메달린 진달래도 좋고 바람도 쉬원하고 사람들도 유쾌하고..동의합니다. 덕분에 저도 즐거운 산행이 되었습니다. 또 같이 하며 인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11.04.25 08:18

    바위산님의 산행기는 언제나 마음을 편안하고 숙연하게 합니다 아쉬운것은 바위산님의 카메라가 고장이 나서 안타까웠습니다
    산행후기 감사합니다

  • 작성자 11.04.25 10:15

    아 총무님..갈 때마다 편안하게 받아주셔서 무척 감사합니다..느릿하게 웃기는 말씀도 잘 하시고,,반딧불님 때문에 반은 간다고 봐도 됩니다. 마음이 편안하시면 제가 빚을 조금 갚은 겁니다. 잘 지내세요.

  • 11.04.25 17:01

    항상 후기글을 잘읽고있습니다.아름다운산도좋았고 글로다시한번정리된글읽노라면 산행맛을 오래오래기억이남을것같아요.
    또한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

  • 작성자 11.04.25 19:01

    아~예 갑자기 그게 꽁치가 아니고 뭐죠?? 얼른 생각이 안나서...
    큰일이네,,아 과메기 그거 먹고 힘내서 씁니다. 매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읽어주시고 즐겁다 하시니 저도 즐겁습니다.
    다음 산행때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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