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해동안 언론과 세간의 초점을 받았던 ‘카파라치’가 올해 1월부터 사라졌다.
2001년 3월부터 시행되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카파라치…
카파라치란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고속도로 갓길 통행, 버스전용차로위반 등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사진 촬영하여 건당 2천원씩 보상받는 신고꾼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달 소득 1천여만원이 넘는 카파라치도 상당히 있었으며 그에 따르는 부작용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었다. 신고보상금제 시행으로 시민의 교통위반이 감소하기도 하였고, 불합리한 교통안전 시설을 개선하는 등의 효과가 있었지만 보상금만을 노린 전문 신고꾼이 양산되고, 국민 상호간에 불신감이 조성되는 등 부작용도 많아 2003년 1월부터 폐지되기에 이르렀다.
2003년 4월 현재, 카파라치는 사라졌다
그렇다고 신고꾼이 사라진 건 아니다. 뒤늦게 카파라치로 입문하기 위해 카메라 등 고가 장비를 산 사람들이 ‘쓰파라치’,’슈파라치’,’노파라치’,’자파라치’ 등으로 업종을 바꾸었다.
일터를 잃은 ‘카파라치’들이 또다른 보상금을 노리고 신종 파파라치 대열에 속속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쓰파라치’란 불법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장면을 촬영해 신고하여 과태료의 80%를 보상받는 것으로 1년 동안 한 사람이 받은 포상금만도 8,6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파라치에서 쓰파라치로 전환했다는 박모(32)씨는 “카파라치의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시 ‘쓰파라치’로서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며 이미 생계비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돈벌이는 하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 노래방·슈퍼 등이 신고꾼의 먹이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의 슈퍼 및 대형매장에서 불량식품이나 유통기간이 지난 식품을 적발, 신고해서 포상금을 받는 것을 ‘슈파라치’라고 말한다. ‘슈파라치 양성소‘를 차린 박모(36)씨는 “식품위생관련법을 숙지, 전국의 대형매장을 돌아다니며 터득한 노하우를 토대로 ‘슈파라치’가 될 수 있는 정보와 비법을 전수하고 있다”고 한다.
이밖에 노래방에서의 주류판매 등 불법 영업을 감시하는 ‘노파라치’, 불법자판기를 감시하는 ‘자파라치’ 등 정부 및 지자체가 시행중인 20여개의 신고보상금 제도를 노리는 신고꾼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지이후 감소한 교통사고
‘카파라치’의 폐지 이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었던 교통사고 발생건수와 사망자수가 감소했다.
지난 2월, 경기지방경찰청의 자료에 따르면 신고보상금제 해당 항목이었던 중앙선 침범 및 신호위반 사고건수(매년 1월 기준)는 2000년 4천300건(사망자수 137명)에서 2001년 3천726건(102명), 2002년 3천310건(93명)으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 1월에는 3천124건(74명)으로 줄어 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신고보상금제 폐지 이후 준법운전자들이 다시 위법운전자로 바뀔 것을 걱정했는데 교통사고 감소라는 결과가 나와 다행스럽다”고 밝혔으며 운전자들에게 월드컵 등으로 질서의식과 신고보상금제로 높아진 준법의식 등으로 교통사고가 감소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카파라치. 현재 그들은 사라졌다. 하지만 교통사고 발생건수와 사망자수는 감소하고 있다.
폐지 당시 일부에서는 신고보상금제가 사라지면 교통사고가 증가할 것이란 우려도 있었지만 그런 우려를 깨고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일터를 잃은 카파라치들이 또 다른 먹이감을 찾아 헤매고 있지만 시민들의 보다 높고 성숙한 시민의식과 준법정신이 있다면 신고꾼이 설 땅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