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재경 통합종친회를 한다는 문자가 계속 왔다. 가봤자 어르신들만 많이 오시고 열심히 심부름이나 해야 할 것이 뻔하니 차라리 형이랑 산이나 가던가 아니면 집에서 편히 쉬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계속 나를 유혹한다. 그래도 남원파의 총무를 맡고 있으니 전부 연락은 해야겠지… 카톡으로 문자로 종친회원들에게 연락을 했다. 인원파악을 위해 참석여부를 알려 달라고 했으나 답이 없다. 다시 문자를 보내고 나서야 네 명이 참석하겠다고 답신이 왔다. 그나마 답을 주는 회원들이 있으니 다행이다. 회장님께 연락했더니 결혼식이 있다고 나에게 참석을 좀 해달란다. 하는 수 없이 산에 갈 마음을 접고 참석하기로 했다. 회원들께는 참석하라 해놓고서 회장과 총무가 모두 빠지면 원성이 클 것 같아서다.
모임은 11시까지 능동 어린이 대공원 후문이다. 아침을 먹고 서재에 잠시 머물다가 서두른다. 어린이대공원 입장료는 무료다. 오랜만에 찾아보는 대공원이 나름 한가롭고 운치가 있다. 도심에 있지만 교통도 편리하고 나무 그늘도 많아 한여름 시간을 보내기에는 제격이다. 어쩌면 모임도 이런 곳에서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20분 전에 도착하니 벌써 40~50여명의 종친들이 자리를 펼치고 있다. 난 접수를 하고 어르신들께 인사를 건넸다. 11시반쯤 되자 하늘이 어두워 온다. 아침엔 해가 쨍쩅 하더니 비가 내리려나 보다. 서둘러 총회를 진행한다. 대략적인 총회보고를 끝내고 각 지역 대표들의 소개를 한다. 편의상 출신지역 이름 뒤에 ‘~~파’라는 호칭을 붙이고 보니 내가 속한 남원파를 포함 24개파나 된다. 파가 많기는 하지만 인원은 많지가 않다. 참석인원은 동행가족 포함 대략 70~80여명쯤 되어 보인다.
12시가 넘어가자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우리는 서둘러 근처 ‘소한마리집’음식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식사를 하면서 어르신들의 인사가 이어졌다. 교장 선생님을 지내셨다는 한 어르신께서 수 없이 들어왔던 우리 가문의 역사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하신다. 당신께서는 나름 젊은 후손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교육이라는 신념이 강해 보이셨다. 30여분 계속 되었지만 대략 요약하면 이렇다.
우리 면천(沔川) 복(卜)씨의 시조는 복지겸 장군이다. 삼국사기, 동국통감, 왕조신록, 숭의전 등의 문헌에 의하면 고려 태조 원년 무인 6월 을묘일에 홍유, 신숭겸, 배현경과 함께 태조 왕건을 추대하여 고려 국을 건국한 개국공신이셨다. 시조는 태조 원년(918년) 8월에 개국 1등공신에 책봉되었고 면천지역의 토지 300경(약 180만평)을 하사 받았으며 자손대대로 세습되었다. 개국의 위업을 이룩한 장군은 고려왕조가 안정되자 고향인 면천(혜성·槥城)으로 낙향하여 지역 고을들을 다스리며 마지막까지 백성과 더불어 일생을 봉사하였다. 한편, 효성 지극한 장군의 딸 영랑은 전장(戰場)을 누비며 국사(國事)에 전념하는 동안 쇠약해진 아버지를 위해 정성으로 백일기도를 올렸다 한다. 이때 아미산(蛾眉山) 신령의 계시를 받아 마을에 은행나무를 심고 안샘의 물을 떠서 진달래 꽃으로 두견주(杜鵑酒)을 빚어 정성으로 봉양하니 장군이 완쾌되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도 구전(口傳)되고 있다. 복지겸 장군은 사후(死後)에도 배향공신(配享功臣)이 되어 고려왕조와 더불어 추앙을 받아왔으며, 후손들도 주요 직위에 등용되어 고려를 위해 충성과 봉사를 다하였다. 고려 광종과 조선시대에 고려 개국공신들과 왕족들에 대해 철저한 박해와 홀대가 있어 지금은 가문의 역사에 비해 자손의 수는 많지가 않다.
최근 국세청 조사에 의하면 현재 주민등록 상에 올라있는 우리 면천 복씨 수는 8600명 정도라고 한다. 이는 280여 성씨 중에 114번째이고 전체 인구의 5천분의 1이 안 되는 숫자이다. 그래도 지금은 많은 편이다. 이제는 어디 가도 복씨도 있냐는 말은 듣지 않는다. 현재 대중이 알만한 복씨 중에는 아산시장 복기왕, 생명공학연구소원장이셨던 복성해박사, 소설가 복거일, KBS 복창현기자, 시인 복효근, 영화감독이자 교수인 복환모 등등 과거 인물 중에는 영화배우 복혜숙, 공자님 제자인 복상 자하공 등등을 열거 하셨다. 그러면서 면천 복씨 1100년사 역사책을 저술했다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어르신의 말씀은 30분 넘게 계속되었다. 식사시간에 다소 지루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노구를 이끄시고 나오셔서 문중의 발전을 위해 애쓰시는 모습만큼은 존경스러워 보였다. 더불어 잠시나마 내가 맡고 있는 직분을 귀찮아 했던 것이 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을 읽은 것일까? 난 이번 총회에서 통합종친회의 이사로 선임되었다. 혹을 떼려다가 혹 하나를 더 붙인 격이다. 통합종친회는 1년에 네 번 열린다는데 어쩔 수 없이 또 봉사를 해야 할 것 같다. 여하튼 서울 종친회가 크게 번창하여 후대에까지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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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끼리 삼삼오오 모이기 모여서...
첫댓글 가슴 속에 품은 꿈이 있다면 비록 오늘은 넘어져 울고 있을지라도
내일은 일어나 다시 걸을 수 있잖아요.
가슴을 요동치게 만드는 조상님의 말씀을 따라 떼려다가 붙힌 혹
후손을 위해 잘 감당해보시지요
예, 그래야지요. 내게 주어진 봉사직분이려니 해야지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