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스라엘은 왕이 없는 12지파 부족 연맹체였습니다. 이스라엘은 이집트에서의 탈출을 계기로 약자와 빈자를 착취하고 억압하는 군주제도를 거부하고, 예언자들과 사제들 그리고 판관들을 통하여 하느님의 법과 말씀으로 직접 통치되는 신앙공동체를 희망했습니다.
이러한 희망은 다윗을 통하여 이스라엘의 독특한 왕정제도로 발전하게 됩니다. 왕은 하느님의 말씀인 율법에 종속된 자로서 그 법을 따르고 실천하는 자이며 백성을 섬기는 종으로 규정됩니다. “다윗은 주님께서 자기를 이스라엘의 임금으로 튼튼히 세우시고, 당신 백성 이스라엘을 위하여 자기 왕권을 높여 주신 것을 알게 되었다(2사무5,12).” 솔로몬의 아들 르하브암도 이스라엘 12지파 연맹의 성소(聖所)인 스켐으로 가서 임금으로 승인받아야만 했던 것입니다. 백성은 이 자리에서 르하브암에게 자신들의 고역과 멍에를 풀어 주고 선정을 베풀기를 청원합니다. 원로들도 “오늘 임금님께서 저 백성의 종이 되어 그들을 섬기고자 하시면, 그들에게 좋은 말씀으로 대답해 주십시오. 저 백성이 언제나 임금님의 종이 될 것입니다(1열왕12,7).”라고 충언합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공생활을 이스라엘 백성이 애타게 대망하던 하느님의 통치, 하느님의 주권을 선포하는 일상으로 시작하셨습니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1,15).” 예수님은 비유말씀을 통해서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깨우쳐 주십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써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완성하셨습니다.
하느님 나라의 통치와 주권은 십자가에 매달려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통해서 완전하게 성취되었습니다. 이것이 아직도 세상 사람들이 깨닫지 못하는 신비입니다. 전능(全能)하시어 우주를 창조하신 하느님께서 무력하게 십자가에 매달리신 신비를 우리는 압니다. 전지(全知)하시어 모든 법의 제정자이신 지혜의 하느님께서 어리석게도 십자가에 매달리신 신비를 우리는 압니다. 전선(全善)하시어 거룩하시고 무죄하시면서도 죄인 중의 죄인으로 십자가에 매달리신 신비를 우리는 압니다. 이러한 구원의 신비에 하느님을 찬양합시다. 알렐루야!
무한하시고 무량하신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이 십자가를 통하여 하느님의 정의로운 심판으로 우리 앞에 놓여져 있습니다. 그리스도 왕의 이 정의로운 심판을 통과하여 하느님과 화해하는 길은 저 강도가 보여 준 믿음입니다.
동천 성 바오로성당 조한영(야고보)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