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 햇살이 쏟아지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흩날리는 날 우세환 선생 아들 장가가는 잔칫상에 끼려고 홍릉 숲속으로 들어섭니다.
언제나 느긋한 날이지만 토요일이라서 느긋하게 여유부리다가 혼사에 참석하려고 청첩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해보니 시간을 착각하였습니다. 통제에서 벗어나니 확실히 군기가 빠졌습니다. 몇 가락 남지 않은 머리카락 잘 빗어서 널어놓고 넥타이 두르고 뜀박질합니다.
혼주와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봉투 세 개 접수대에 등록하고 밥표 얻어서 부리나케 연회장에 들어서니 이미 엘에이갈비가 많이 축나고 식탁에 소주들은 반병씩 밖에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괜히 손해 본 듯한 기분이 듭니다.
명우회 회원님들은 회원님들끼리 두리회 회원님들은 회원님들끼리 또 그렇지 않은 선생님들은 선생님들끼리 유유상종해 앉아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문제가 가슴을 무겁게 만드는 짐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현명한 대화를 통해 현안 과제는 풀리리라 확신합니다.
뒤늦게 참석한 시간을 벌충하려고 접시판에 삼첩반상으로 엘에이갈비 위주로 쌓아들고 돌아가면서 선배님과 동료님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나서 소주를 대짜 컵에 가득 부어넣고 속전속결로 자부자처합니다. 옆에 그릇을 보니 얼추 비슷하게 비운 것을 보고 배가 만족해합니다. 손회장님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전갈을 받고 일어섭니다.
웨딩홀 야외정원 파라솔 밑에 손회장, 강동류, 분당신, 엄, 전틀, 포돌, 남양쏘가리, 손빳 회원과 대화의 잔치가 벌어집니다. 4월 20일 개교기념 58주년을 앞두고 외대역사보다도 더 깊은 외대야사가 술술 풀어집니다. 언제나 느끼지만 3공때 빛과 그림자 보다 훨씬 비하인드 스토리가 많습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얽히고설킨 관계를 확인하면서 입조심 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합니다.
알콜과 담쌓은 엄재천, 신희천, 손천수 선생은 빠지고 청량리로타리 2층 호프집에 자리를 잡고 노가리 안주를 시킵니다. 옆자리 감각이 이상해 흘낏 보니 외대야사에 감격했는지 전이 몰래 눈물을 훔치고 있습니다. 참 감정이 풍부한 사나이입니다. 젊어서부터 연극했더라면 대성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류재화선생이 뒤늦게 합류해 노가리를 들고 노가리를 까니 특유의 재담에 대화는 무르익습니다.
4월 번개팅으로 인천차이나타운 모임에 대한 얘기, 아라뱃길을 따라가는 자전거하이킹으로 인천까지 가기, 두리회 해외여행 프로그램으로 필리핀 보라카이 또는 태국 파타야 여행하기 등 어떻게 하면 백수생활을 즐기느냐 하는 얘기들이 쏟아집니다.
자리는 순간이동하여 석계역앞 포장마차에 전틀러, 포돌이와 앉아 있습니다. 뭔말이 뭔말인지 알 수 없는 소리를 제각각 떠들어대는 가운데 옆자리가 휑해 쳐다보니 전틀러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습니다. 지난번 남한산성 산행, 유기찬, 이종완선생 잔치, 산정호수에서 돌아오는 길에서도 번개같이 없어지더니 새로운 묘기대행진을 개발했습니다. 참으로 불가사의합니다. 아무튼 박수 받을 일입니다. 나도 개인적으로 사사받아야할 묘기이자 매너입니다.
역시나 포돌이의 ‘호텔 캘리포니아’를 끝으로 듣고 나서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징검다리를 디디면서 중랑천을 건너갑니다. 뚝방길에 벚꽃이 아까 낮보다도 더욱 하얗게 빛을 발합니다.
회원들이 경조사 참여에 많아지는 것을 느끼며 두리회가 한 몫 하면서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친구는 나의 기쁨을 배로하고 슬픔을 반으로 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매번 느끼지만 혼례축하 자리에 참석하면 모두들 혼주와 인사나누기 바쁘게 식당으로 직행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진 것을 봅니다. 최소한 신랑신부가 하객에게 인사를 드리기까지는 식장에서 축하의 자리를 같이 하는 것이 우리들의 묵계로 자리 잡기를 바랄뿐입니다.
첫댓글 현명한 대화를 아직도 기대합니까? 그만 기대 접으세요.. 이제는 각자가 잘사는 길밖에는 없어요. 누누이 말하지만...
그날 한7시가 다되어 이정규씨집으로 손회장,류재화씨가 얼큰히 취해 물어물어 왔더구만.. 하여튼 찾아오는데 일가견들이 있는 분들이야.. 끝나고 한잔하러 다시 뭉치는것보고 난 임홍순선생차타고 냅다 집에 왔지..손자왔는데 쏘다닌다고 야단맞았음.
한사람 한사람이 만나면 여러 사람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