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원정대
안상호 님 l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
2015년 10월, 70여 명의 선천성 심장병 환아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일본의 심장병 아이들이 후지산에 오른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럼 우리는 한라산에 올라가죠!”
나의 제안에 주위의 부모들이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렇게 ‘세상을 바꾸는 원정대’의 여정이 시작됐다.
이듬해, 등산 경험이 없는 아이들과 서울 등지의 산에 오르며 한라산 원정을 준비했다. 한라산은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원정대 가족 서른일곱 명은 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고 보무당당하게 백록담에 올랐다.
아이들과 함께 해냈다는 감동에 부모님들 모두 울음보를 터뜨렸다. 하지만 오르는데 힘을 다 쓴 우리에게 하산은 등산보다 길고 고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쏟아지는 비에 화산보다 뜨거웠던 감동은 차갑게 식어갔다.
“여기가 감히 어디라고 심장병 아이들을 데리고 올라와요? 제정신이야?”라고 힐난하던 국립 공원 관리인은 우리를 더 지치게 했다. 동행한 흉부외과 교수님과 함께 소리쳤다.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이 아이들도 무엇이든 꿈꾸고 도전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 우리는 심장병 환자는 산에 오르면 안 된다는 바로 그 편견을 없애기 위해 시작된 원정대였다. 당시만 해도 선천성 심장병 환아에게는 운동을 권하지 않았고, 환아 부모는 아이가 운동을 열심히 하려 해도, 하지 않으려 해도 불안해했다.
운동을 전혀 하지 않으면 운동 능력은 떨어졌다. 나아가 삶의 질도 낮아졌다. 아이들이 운동할 기회를 잃어가는 사이 사람들의 머릿속엔 편견이 자리 잡았다. 심장병을 가진 사람은 운동을 하면 안 된다고. 학교 체육 시간에는 “넌 힘들면 안 해도 돼.”라는 말로 환아들이 열외되기도 했다.
50년 전엔 치료 후 살아만 있어도 성공이라 말하곤 했다.
아이들과 처음 등산을 시작한 2016년만 해도 나 역시 아이들이 잘못되면 어쩌나 두려워하며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내디뎠다.
하지만 이젠 세상이 달라졌다. 의학은 눈부시게 발전했고, 적기에 치료받은 아이들은 여느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환우회와 꾸준히 등산한 환아는 건강한 심장을 가진 친구들보다 산을 더 잘 탄다.
운동이 금기시되던 복잡한 심장병인 단심실도 다르지 않다. 2016년 당시 부모님 등에 업혀 백록담에 오른 세 살짜리 단심실 꼬마는 부산 경남 지부에서 등산을 가장 잘하는 친구로 성장했다. 가장 험한 코스 중 하나인 설악산 대청봉도 거뜬히 오른다.
“학교에 나처럼 산에 잘 오르는 친구는 별로 없을 것 같다. 난 해냈다!”라고 일기에 쓸 정도로 아이는 자신감이 넘친다.
많은 이들의 우려 속에 첫발을 내디딘 한라산 원정대의 활동은 전국의 산을 넘나들며 8년째 이어지고 있다.
눈물 콧물 쏙 뺀 첫 원정대 활동을 마무리하며 “10년쯤 후에는 히말라야에 오릅시다.”라던 한 교수님의 말처럼, 올해 우리는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다 함께 네팔 카트만두로 향한다.
히말라야로 출발하는 자체만으로 아이들은 많은 것을 이루는 셈이다. 자신이 살아갈 세상을 스스로 바꿔 나가는 아이들이 자랑스럽다. “2024년 세상을 바꾸는 히말라야 원정대 파이팅!”
우리가 어디에서 태어날지 선택할 수는 없었더라도 어디로 향할 것인지는 택할 수 있습니다. _ 스티븐 크보스키
첫댓글 대표님의 글을 읽으며 2016년 물결이안고 처음 산에올라 감동의 눈물을 흘렸던 관악산을 시작으로 한라산.소백산.태백산등.. 환우회가족들과 세상을 바꾸기위해 함께한 많은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네요.
김웅한교수님과 한라산하산하며 국립공원관리인에게 직접 들었던 그말은 그자리에서 눈물을 쏟으며 흐느낄만큼 상처였고 우리사회는 아직 선천성심장병아이들에대한 인식과 이해가부족해서 편견과 차별이 존재하는구나 뼈져리게 느꼈던날이었어요.
한해한해 우리 아이들과 함께 꾸준한 등산을 하며 체력을길러 아이들이 그걸 증명해내었고 히말라야원정대에서는 단 한명의 낙오자도없이 안나푸르나에 오르는 결과를 보여주었네요. 원정대원들 정말 너무너무 자랑스럽습니다. ㅜㅜ
히말라야원정대원들의 이야기가 더 많은분들에게 널리널리 알려지길바라며
더불어 첫원정대를 계기로 중증장애를 가진 물결이가 집밖으로나와 저희 가족에게 숨을 불어넣어주셨던 환우회가족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긴호흡으로 준비했던 원정대원들의 마음의 짐과 노고들 잘푸시고 또 반갑게만나요. 대표님 건강좀 챙기시고요..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
우리가 함께했던 수많은 추억들을 하나하나 잊지 않고 기억해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그동안의 추억 만큼 아니 더 많은 추억을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 가요!
힘들면 안 해도 돼.
제가 학창시절 내내 듣던 말인데 지금은 원장대를
통해
너도 힐 수 있어.
가 되었네요!
그간 넘 고생하셨어요. ♡ 두고 두고 읽을 멋진 글입니다.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부모님들과 아이들이 중심이 되어 바꾸는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기쁨 중의 큰 기쁨이네요!
대표님의 글이 좋은생각에 실렸다고 유진이에게 이야기해줘서 같이 보았습니다~
위에 물결엄마가 말한것처럼 그간 대표님의 노력이 스쳐 지나가더라구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앞장서 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솔직히 설악산 원정대에서 너무 힘들어서 다음 원정대는 힘들어서 못할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생각한게 부끄러워지네요.
히말라야 원정대의 성공이 앞으로 우리 심장병아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리게 될 계기가 분명 될거라 믿어요!!
고생하셨습니다.그리고 감사합니다^^
푹 쉬시고 다음에 반갑게 뵙길바랍니다🫡
의료대란이라는 이슈로 원정대를 크게 알리고자 했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지만 이또한 하늘의 큰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기회가 열릴거라 믿어요!
첫 발걸음을 내딛어주신 덕분에 뒤따라가는 건 그렇게 크게 어렵진 않았어요.
그 발걸음의 무게를 감히 상상조차 못 하지만, 함께 하는 것으로 조금이나마 같이 짊어지고 갈게요.
늘 감사합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박영석 대장님 추모비로 이동하는 길이 눈으로 덮여있었어요. 길도 찾을 수 없고 쌓인 눈으로 걷기도 힘든 상황이었는데 가이드께서 껑충껑충 뛰며 눈길을 헤쳐나가며 길을 내어 주셨지요.
이걸 러셀이라고 하는데 정말 고되고 힘든 일이에요. 100m만 쉬지 않고 러셀을 해도 쓰러질 지경이 될거에요.
김웅한 교수님께서 우리 다섯 명의 아이들을 보고 "너희들은 지금 선천성 심장병 아이들이 가지 않은 길에 새로운 길을 내는 러셀을 하는 것과 같다"라고 말씀해 주시며 "큰 의미를 부여해 주셨어요.
과거 부모님들과 우리는 화장실이 없어 길바닥에 오줌똥을 눠야 했다면 적어도 다음에 올 환아 부모들을 위해 먼저 아팠던 우리가 똥구덩이는 파주자고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어느덧 22년이 지났네요. 그리고 이제 부모님 뿐 아이라 아이들도 앞장서서 다음에 올 아이들과 부모님들을 위해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