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기원
개의 기원은 약 사천만년 전 족제비처럼 생긴 '마이어서스'가 오늘날 갯과에 속해 있는 동물들의 조상이 되었다. 그 후 '마이어서스'는 여러 종류로 진화되어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는 개 1,2000~ 1,4000년 전에 유라시아 대륙에 나타난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구석기시대 말기에 해당한다.
오늘날 세계의 동물학자들은 개의 조상을 인도에 살고 있는 소형 남방계 회색늑대로 보고 있고, 그밖에 인도 북부와 티베트에 서식하는 털 많은 늑대, 중동 사막지방의 사막늑대를 개의 조상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개가 하나 내지는 두 종에서 파생되었다는 것에는 이론이 없다고 한다. 고대의 머리뼈나 화석의 발견으로 전문가들은 다음의 다섯 가지 유형에서 개의 품종이 분파되었다고 현재까지는 보고 있다.
(1) 갯과 이노스트란제비(마스티프 유형);
티베탄 마스티프 에서 시작된 마스티프 유형의 개들은 석기시대에 가축화되어 바빌로니아인. 앗시리아인. 페르시아인. 그리이스인에 의해서 군용견으로 이용되었고 넓은지역으로 퍼져 나갔다. 진돗개의 유래를 말할 때 꼭 등장하는 몽골견 '노호이'는 털이 길고 귀가 늘어진 티베탄 마스티프이다. 그 용맹성으로 인해 전 세계의 대형 사역견. 경비견. 투견의 조상이 되었다.
(2) 갯과 팔루스트리스(늑대 유형):
귀가 직립한 모습의 늑대를 닮은 이 개의 계통에는 울프 라이크 독. 엘크 하운드. 사모예드. 시베리안 허스키. 챠우챠우 등이 있다.
생긴 모습이 늑대와 비슷하기 때문에 이런 유형의 개를 기르는 곳에서는 주민들 사이에 늑대 기원설이 구전되어 내려오고 있다.
(3)갯과 레이네리(그레이하운드 유형):
그레이하운드나 살루키. 아프칸하운드 등이 이 계통에 속한다.
그레이하운드는 8000년 전의 메소포타미아의 도기에 묘사되어 있을 정도로 고대부터 사육 되었다. 가장 오래된 개 품종에 속한다.
(4)갯과 인터메디우스(포인터 유형):
포인터를 닮은 이 종류의 개는 작은 동물을 사냥하는데 이용했고 그레이하운드로부터 발전한 것으로 추측한다고 한다.
(5)갯과 메트리스 옵티매(시프독 유형):
수 천년 동안 양떼를 보호하는 목양견으로 사용된 개들이 이 계통에 속한다.
원산지는 유럽이고 콜리 등이 이에 속한다.
오래된 개의 화석은 유럽과 근동에서 고고학자들에 의해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중 가장 오래된 화석은 최근에 서독의 유적에서 출토된 단일의 턱뼈이며 대략 1,4000년 전의 것으로 생각된다고 한다. 그 외에는 이스라엘이나 이라크에서 발견된 대략 일만 이천년 전의 화석, 북아메리카에서 출토된 1,0000년 전의 화석, 덴마아크와 영국에서 출토된 9500년 전의 화석이 있다고 한다.
그 외 10000년 전에 태어난 고대견으로서 '딩고'가 있다.
딩고의 생김새는 '울프 라이크독' 류에 해당하지만 북부 유럽과는 상반된 지역인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에 살고 있다. 현존하는 고대견인 이 딩고에 관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이 유럽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 393년 전의 일이고 약 200년 전부터 영국 이민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에는 이미 원주민이 살고 있었는데 이들을 '에버리지니'라고 부른다.
에버리지니는 약 4,0000년 전부터 아시아 대륙에서 오스트레일리아대륙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건너 왔다고 하며, 딩고는 최소한 플라이스토세 이후(오천년 내지 팔천년 전) 이주하는 원주민에 의해서 오스트레일리아대륙에 유입되었음이 틀림없다고 한다. 최소한 팔천년 전의 고대견이 딩고인 것이다. 유럽 사람들이 오스트레일리아대륙에 왔을 때 에버리지니들은 약 1,0000년 전의 옛날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인류학자 크로에버(Kroeber)박사는 미국 인디언의 조상들이 기원전 1,5000년경에 베링해협을 건너면서 갖고 온 물건 중에는 이미 활이 들어 있었다고 본다. 그렇다면 기원전1,5000년전에는 동북아시아에서 활과 화살이 사용되었고 동남아시아에서도 쓰였을 것이다. 그런데 호주의 에버리진들이 활을 사용하지 못한 것을 보아서 그 시기 이전에 이미 아시아대륙을 떠났다고 보는 견해를 갖고 있다.
딩고는 최소한 약 1,0000년 전에 아시아대륙에서도 인도 이리로부터 진화된 원시적인 개이고 현존하는 고대견 중에서 가장 오래된 개의 하나이다. 딩고라는 이름은 대개 오스트레일리아에 있는 야생의 개를 가리키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고대 남몽골인 계통의 아시아인들이 주변으로 이주하며 데리고 가면서 퍼져 있는 아시아 지역의 딩고와 유사한 개의 집단까지도 포함하는 경우가 있다.
딩고가 발생지인 아시아대륙에서 오스트레일리아에 일부가 이동하고, 많은 딩고가 원산지인 아시아에 남아서 번식하였을 것임은 자명한 일인 것이다. 그 아시아의 딩고에 관해서는 생리와 생태, 역사와 분포 지역에 대한 해부학적인 연구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정확한 분포가 나와 있지 않으나, 현재까지 알려진 것은 중국에서 근동에 이르는 동남아시아 대륙부와 인도네시아, 태국, 버어마, 말레이지아, 캄보디아, 뉴기니, 필리핀(필리핀 와일드독)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먼 지역까지 퍼져 나간 것으로 되어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와 아시아에 딩고류의 개 집단이 '딩고'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도 극히 최근의 일이고, 딩고에 대한 정보 도 거의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실시한 연구뿐이라고 한다. 이 딩고는 유럽이나 중동의 고대견과 달리 쌀문화의 발생지와 그 기원의 장소를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동남아시아지역에서 개를 기르고 쌀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이동한 역사를 해명해 주는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서, 오스트레일리아의 에버리지니가 딩고를 가지고 이동을 했으면서도 쌀농사를 짓지 않는 것은 그들이 아시아대륙에서 쌀농사가 시작되기 전에 이동한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딩고가 오스트레일리아대륙에는 서식하고 남동쪽으로 조금 떨어진 태즈메니아섬에는 없는 것을 보아서 다음과 같은 추측이 가능하다고 한다.
'지금부터 약 2,0000년 전 지구는 빙하기였고 해수면은 현재보다 150m 정도 낮았다. 오스트레일리아대륙은 태즈메니아와 하나의 대륙이었고 아시아와는 좁은 해협을 사이에 두고 근접해 있었다. 1,2000년 전 빙하기가 끝나면서 태즈메니아는 바다에 의해 오스트레일리아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 이후에 딩고가 유입되었기 때문에 태즈메니아섬에는 가지 못했다.'
나는 학자들의 추측에 하나를 더 붙이고자 한다.
'그러나 에버리지니가 쌀농사를 가지고 가지 못한 것을 보아서 그들은 일만이천년 전과 쌀농사 기원 연대 사이에 이동하였다. 그리고 아시아 딩고류의 개들이 서식하는 곳에는 반드시 쌀농사가 있으며, 쌀농사가 들어간 곳에는 남몽골인의 얼굴 특징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고, 남방문화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일치한다.'
위와 같은 사실에 대해서 여러 분야의 학문에서 앞으로 많은 연구가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딩고의 털빛은 대개 오렌지 갈색이며, 엷은 갈색에서 짙은 붉은색, 검은색, 흰색, 검은색과 엷은 황갈색, 검은색과 흰색, 검은 갈색과 흰색 등이 섞인 것도 가끔 볼 수 있다고 한다.
사육개보다는 머리뼈가 튼튼하고 송곳니와 열육치가 크며, 중이골이 크다. 수컷, 암컷이 모두 분명한 번식 주기를 갖고 있지만 사육개나 잡종은 그러한 패턴을 전혀 나타내지 않는다.
오스트레일리아 오지에는 아직 순수한 딩고가 많이 살고 있으나 남부 고지에 서식하는 딩고의 약 사분의 삼이 딩고와 개의 잡종이며 이들이 순수 딩고의 혈통을 잡종화 시키는 것을 학자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개의 가축화와 고대 인류의 이동과 문화의 이동을 알려 줄 중요한 단서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스트레일리아는 대륙 자체가 393년 전까지는 외부세계와 단절된 체 독특한 생태계를 유지해 온 곳이다. 그곳에 사는 포유동물은 원시적인 유대류와 단공류들이었다. 사람 이외는 천적이 없이 살아 왔다. 종을 번식하며 살아가기 좋은 자연환경에서 원시의 순수 혈통을 오랜 세월 간직해 온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 대륙에 남아서 이주민들과 함께 여러나라로 퍼져 나간 아시아 딩고류는 사육 환경상 많은 특징을 잃어 버렸을 것이다. 아시아 딩고류는 동남아시아 각국의 오지나 뉴기니, 필리핀의 오지에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아서, 대륙과 동떨어진 섬이나 육지에서도 오지와 같은 자연환경이 그 개들의 형태나마 유지해 올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렇지 않은 곳에 들어 간 아시아 딩고류는 주변 개들과 많은 유전자 교환을 이루어 그 형태가 많이 변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제까지 우리는 현존하는 모든 개가 갈래를 이룬 고대견들을 알아보았다. 우리의 진돗개도 앞에 설명한 어느 한 가지 이상의 고대견종을 조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현존하는 모든 개는 이들 고대견에서 나왔다고 보는 것이 현재까지 많은 학자들의 연구 결과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일본의 어느 개품종이 일본 열도에서 태고적부터 자생한 산개의 후손이라는 말과 늑대의 후손이라는 말이 그 개의 원산지 주민들 사이에서 있어왔다. 그렇게 말을 한 주민들은 자기들의 개가 가지고 있는 매력에 심취되어 그런 전설을 믿을 수 있고 행복감에 젖어 개를 기를 수 있지만 학자들은 일본개의 원형을 말할 때 원산지 주민들의 말을 신용하지 않고, 앞서 설명한 고대견의 계통에서 갈래를 이룬 개 품종으로 정의한다.
만약 학자들까지도 일본 자생설을 주장한다면 국제적인 비웃음을 살 것이다. 이럴 때 학문이나 이성은 사람들의 감각에 의한 오류를 줄일 수 있게 해 주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존하는 개의 모든 품종에서 그 개의 머리뼈와 외형의 특징을 살펴보고 그 개가 만들어진 족보를 대략 알아낸다. 그 때 사용되는 것이 전술한 바와 같은 계통도이다.
이 고대견의 계통도를 살펴봄으로써 우리 진돗개는 어느 쪽을 조상으로 해서 태어난 개일까를 생각해 보자. 여귀산의 늑대에서 태어났다는 전설만은 제발 잊어버리고 여러분이 알고 있는 진돗개의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 주시기 바란다. 이 순간이야말로 진돗개를 기르는 것이 참으로 지적인 취미라는 것과 여러분의 진돗개에 관한 앎이 그 기초를 들어내는 때이다.
혹시 지금까지 이 글에서 지루함을 느꼈거나 앞으로 머리가 복잡해진다고 느끼시는 분은 애견의 품종을 잘못 선택하신 것이다. 외국개를 기르신다면 그런 머리 활동을 안 하시고도 즐거운 취미 생활을 하셨을텐데 말이다. 그러나 이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의 입장도 생각해 주시기 바란다. 이 일은 누군가 할 일이고, 가능하면 학자들이 하였어야 할 일이다. 그 분들이 하신다면 일반인들처럼 전설을 인용하거나 상상에 의존하게 하는 방법이 아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을 택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진돗개를 기르고도 순종, 잡종, 좋은 개, 나쁜 개의 분쟁 속에서 이나라 진돗개 기르는 사람들을 모두 우매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는 현실은 무언가 대단히 잘못 된 것이다.
세계 어느 곳에도 이런 애견 문화는 없다. 진돗개 잘 보는 것이 비법이 되고 자랑이 되는 풍토가 아니라 누구나 쉽게 알 수 있고 공유하는 지식이 되기를 바래서 이글을 쓰고 있다. 세상 모든 일이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해결 방법이 없거나 모를 때 비법만 난무하는 것이다.
진돗개에 입문하고 나서 애견가들이 당하는 머리훈련이 있다.
재래종 진돗개들의 다양한 형태가 모두 같은 순종이라는 것을 머리에 강제로 입력시키는 훈련이다. 오래 기른 분들은 당연하고도 쉽게 그 많은 개의 형태가 같은 진돗개라는 것을 알지만 처음에 배우는 분들이 쉽게 그런 생각을 못하는 것은 우리의 이성이 그 다양한 형태의 개들을 한 품종이라는 것에 거부감을 보내는 것이다. 마치 도베르만 핀셔와 로트 바일러와 보스 시프독이 한 품종이라고 할 때 오는 머리의 혼란같은 것이다.
오랜 시간 일종의 세뇌와 같은 과정을 거쳐서 그 다양한 개들이 같은 품종이라는 인식을 하고 나면 더 큰 난관에 부딪히게 되는데 어떤 형태의 개가 가장 우수하고 이상적이며 그것을 입증하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이론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나는 이글을 통해서 진도에 없었던 개를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또 알아들을 수도 없는 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도 아니다.
진돗개를 오래 기르신 내노라하는 분들의 마음속에 이상형으로 갖고 계신 그런 개들을 합리적인 이론으로 뒷받침해 드리고 모든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명분을 주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진돗개를 심사하거나 후배들에게 조언을 할 수 있는 분들이 혹시 지난 세월 바쁘게 살아오는 가운데 꼭 알아야 할 것인데도 불구하고 간과한 것이 있다면 대신 자료를 제공해 드리려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시골 저수지에서 어렸을 때 개헤엄을 배운 분들은 도시의 수영장에 와서 자유형, 평영, 접영을 멋있게 하는 사람을 보면 왠지 수영을 별로 못 하고 슬그머니 나가신다. 또 저수지 개헤엄은 얼마 못 가서 금방 지친다. 취미로 즐기는 모든 운동이 다 마찬가지다. 기초가 안 되어 있으면 발전의 한계가 일찍 온다. 운동을 좋아 하시는 분들은 다 이해하실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진돗개 글이 이렇게 길어졌으니 이해를 바란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고대견의 형태와 발생지를 살펴 진돗개의 조상을 찾는 길을 떠나보자.
첫째, 그레이하운드계통의 고대견이다.
이개는 생김새로 보나 발생지역으로 보나 진돗개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데는 모두 공감할 것이다.
그래서 긴 설명은 생략하고 필요한 것만 요약하면, 서남아시아의 고대 문화의 연대는 앞서 설명한대로 상당히 위로 올라간다.
이 그레이하운드에서 많은 품종이 갈래를 이루었고 체형과 머리 형태는 비슷하게 유전되었다.
둘째, 포인터 유형의 개도 진돗개와 무관한 것은 자명한 일이다.
오늘날과 같은 포인터가 만들어진 것은 몇백년 전의 일이고 포인터의 원형도 그레이하운드로부터 발전한 것으로 추측한다고 한다.
셋째, 콜리 유형의 목양견들이다.
이쪽 개들도 진돗개와는 무관하다고 보는데 이의가 없을줄 안다.
원산지는 포인터와 같이 유럽이다.
일부 대형 목축견 중에는 마스티프의 혈통을 이어 받은 것도 있다.
넷째, 마스티프 유형의 개들이다.
학명은 이노스트란제비. 원산지는 티베트 . 석기시대에 가축화 되었다.
이개는 대단히 용맹스러워서 전세계의 모든 투견들은 이개의 혈통을 이어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돗개의 유래를 말할 때 반드시 나오는 몽골견 '노호이'는 티베탄 마스티프와 거의 같은 개다. 그래서 진돗개의 유래설을 말하는 분들이 몽골견, 남송견 할 때 몽골개가 어떻게 생긴 줄 아시느냐고 물어 본적이 여러 번이다. 내가 이 몽골견 '노호이'의 사진을 본 해가 1990년이었다. 몽골과 한국은 미수교 국가라서 몽골견을 못 본 것은 누구나 당연한 일이었다. 몽골견 '노호이'의 조상견에 해당하는 티베탄 마스티프에 관해서는 좀 뒤에 자세히 설명하겠다.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엘크 하운드 유형의 개다.
지금까지 북반구에 있는 귀가 직립하고 모질이 긴 개들은 모두 여기서 나온 것으로 되어 있다. 진돗개도 예외가 아니다. 내가 갖고 있는 십 수 년 전의 계통도에는 진돗개의 가문을 무시해서인지 외국에서 발행하는 계통도에 빠져 있고 일본개들은 세 마리나 나란히 올라가 있다.
우리 진돗개 애견가들이 누구나 갖고 있는 진돗개의 인상은 북방견종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세계적인 개전문가들도 일본개들을 그렇게 보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위의 개들이 속한 그룹을 북방스피츠그룹이라고 한다.
진돗개는 귀가 직립해 있는데 북방견에 속한다고 하면 자동적으로 북방스피츠그룹에 속하게 되어있다.
이제부터 정말 본론에 들어가서 진돗개의 뿌리 찾기 작업을 함께 해 보자. 엘크하운드 유형의 개속에 진돗개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있다. 그것은 원하던 원하지 않던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먼저 세계의 견계는 이런 유형의 개들을 스피츠견종그룹으로 분류해 놓았다. 이 개들이 속한 그룹에서 고대견에 속하는 개인 사모예드에 대해서 세밀히 알아보자. 진돗개도 이쪽에서 나왔다고 보는 것이 위의 분류 방법이기 때문이다.
진돗개를 간단하게 북방견이라고 단정하셨던 분들은 누구보다 이 작업에 참여해 주시기 바란다. 이것은 이글 초입에 지루하리만치 설명한 좌표를 찾아 갈 바를 정하는 작업에 들어 갔기 때문이다. 사모예드는 소련의 오브강과 예니세이강 지역에 사는 사모예드족이 길렀던 사역견이다. 사모예드 사람들은 이 개를 썰매용, 애완용, 순록경비로 썼다. 체격이 튼튼하고 허스키와 비슷한 개로 귀가 쫑긋 서 있으며, 아몬드 모양의 눈은 검고 독특한 웃음을 머금고 있다. 길고 무성한 털은 흰색, 크림색, 담갈색이나 흰색 섞인 담갈색을 띤다. 어깨 높이 48 내지 60Cm, 몸무게는 16 내지 30Kg, 유순하고 용맹스러우며 총명한 개다. 알라스카 말라뮤트, 포메라이언과 같은 개의 조상이라고 생각된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털이 길게 뻗히고 귀가 직립한 개들의 중간 조상이라는 뜻이다. 중국의 챠우챠우나 일본이나 독일의 스피츠가 이쪽에 속한다.
진돗개를 조금만 아셔도 이쯤되면, '우리 개들과 많이 다르다.' 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해부학적인 자료가 없어도, 그야말로 감각에 의한 좌표 설정이라고 해도 사모예드계통은 아닌 것이다. 그러면 고민이 생긴다. 가까운 곳에 조상으로 모실만한 개가 없게 된다. 이것은 참으로 판단하기가 곤란한 일인 것이다. 그래서 찾아낸 비슷한 개의 그룹이 노르웨이, 스웨덴, 러시아 지역에서 사육되는 엘크하운드쪽에 갖다 올려놓은 것이다.
마치 조선시대가 끝나고 반상의 계급과 적자와 서출의 구분이 없어질 때나, 한국 전쟁이 끝나고 가문마다 없는 족보를 새로 만들려고 할 때 적당히 비슷한 쪽에 갖다 붙여 놓는 식이다.
진돗개나 일본개나 모두 그쪽으로 갖다 올려놓았다. 일본개들은 '일본 스피츠그룹'으로 묶어서 아키다, 기주, 가이, 시바견이 지면도 넓게 유럽에서 나온 책에 분류되어 있다.
진돗개는 그 책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시고 싶은 독자가 계시면 한 번 더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오죽하면 거기에도 못 올라갔을까?'
다시 말해서 그 귀퉁이에 이름이 올라가고 안 올라가고가 문제가 아니라 진돗개는 같은 계통으로 보는 것이다. 설마 여러분 중에 이런 것을 알고도 기계처럼 북방견을 주장하는 분이 계실지 걱정스럽다. 진돗개를 정말 사랑하시는 분이라면 지금쯤 고민을 하셔야 정상이라고 본다. 그러면 당신 생각은 어떤가 말해 보라고 묻고 싶으실 것이다. 여러분 말이 맞다. 나도 그런 고민을 했다.
그렇지만 지금 하는 것이 아니고 아주 오래 전에 했다. 나뿐만 아니라 일본의 동물학자들도 오래 전부터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었던 흔적이 보인다. 엘크하운드나 라이카 유형의 개들과 형태의 유사성도 있지만 그것은 멀리서 보는 사람들의 생각이고 진돗개를 아시는 분은 전혀 다른 개라고 하실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진돗개가 이 계통에서 왔다고 한다면, 먼저 신석기시대 이후 북유럽지역과 한반도 남쪽지역이 역사적인 연관성이 성립되어야 한다.
개는 신석기시대에 이르러서 사람이 가축화한 동물이므로 사람의 도움없이 고대의 어느 시기에 개가 스스로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하여 이동하였다면 들개 상태로 서식하며 이동하였다는 것이다.
역사적 연관성도 없고 제 스스로 이동한 것도 아니라면 고대의 어느 시기에 그곳에 살던 주민들이 그들의 문화를 가지고 한반도로 이주해 올 때 따라왔을 가능성을 생각해 보는 것인데, 그와 같은 역사의 자취나 문화의 흔적은 전혀 없으며, 더군다나 북유럽인들의 유전인자가 한반도 주민들에게 나타난다는 것은 앞서 살펴 본대로 조금도 없는 것이다.
이제까지 진돗개가 속할 수 있는 닮은 모양의 북방견을 살펴보았으나 연관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그런 류의 북방스피츠견이 아닌 북방견을 찾아보니 티베탄 마스티프를 닮은 몽골견 '노호이'가 남았다. 진도에 내려오는 전설도 있고 진도와 역사적인 연관성도 있고 해서 알리바이는 입증되는데 개가 전혀 다른 것이다. 진돗개는 귀가 서있고 노호이는 완전히 늘어진 귀이다. 노호이가 귀만 서있으면 복잡하게 오래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진돗개를 그 쪽 족보에 올려놓으면 진돗개도 별로 섭섭해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정말 결정적인 것이 다르다.
참으로 복잡하다고 느껴지는 분도 계실 것이다.
그 일이 그렇게 쉬웠다면 여태까지 진돗개가 족보를 못 만들었겠는가?
진돗개 애견가들이 어떤 분들인가? 대단한 열정을 갖고 계신 분들이 아닌가?
이글 앞부분에서 장황하게 예를 들었던 많은 부분에서 진돗개를 찾는 좌표를 설정해 보자.
살펴 본 바와 같이 북방 쪽에서는 심증이 가는 곳도 있지만 결정적인 신뢰가 가는 곳이 없으므로 일단 유보하고, 마지막 방법으로 남방 쪽을 살펴보자. 첩첩 산중에 산봉우리의 숲속에 갇혀 있을 때도 단 하나의 좌표라도 찾으면 현재의 위치와 찾아낸 좌표를 맞추어 지도 정치(지도를 동서남북에 맞추어 바르게 놓는다는 오리엔티어링 용어)를 하면 앞으로 나갈 길을 알아낼 수 있다. 그 천금의 좌표를 남방에서 찾아보자는 것이다.
이글 전반부에 많은 예를 들어 설명해 놓았기 때문에 남방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래도 왠지 싫다고 생각되면 여러분의 얼굴을 한 번 보시고, 그래도 없으면 우리의 쌀 문화를 생각해 주시기 바란다. 우선 북방스피츠견에서 진돗개의 조상을 찾아보려 했으나 딱 맞아 떨어지는 개가 없었다.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신석기시대에 유입된 가축을 북쪽에서 먼저 찾으려 했으니 당연히 없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이 내가 최초가 아니고 나는 다만 먼젓 분들의 자료를 찾아 여러분 앞에 내놓는 것뿐이다.
여러분만 처음 듣는 것처럼 느낄 뿐이다.
먼저 1978년도에 이란 제목으로 책을 쓰신 김정호님께서 책 26쪽 하단에서 언급하시기를, '다만 진도견이 현지에서 구전되어 오는 것처럼 몽고견이냐 아니냐는 남방계의 인도견과 북방계의 몽고 및 만주견과 비교해 보아야 알 일지만 여러 개가 혼배된 고유견이지 어느 개의 자손이라고 단정짓기 어려울 것이다.' 고 하였다. 같은 책 86쪽에는 일제 때 진돗개를 천연기념물로 정할 때 보고서를 쓴 모리라는 사람의 글이 나오는데 그 보고서의 한 부분이 다음과 같다.
'오히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동남아 석기시대의 옛 개가 극히 닮은 것은 개를 가축화한 지방이 동남아 오지로써 인도의 쟈칼과 같은 것을 가축화 하였고, 다시 다른 근사한 것이 혼혈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 개는 석기시대 사람들이 동남아에서 이주할 때 반드시 가축으로써 데리고 왔을 것으로 생각한다.' 모리가 이 보고서를 쓴지가 63년이 지났건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몽골견설, 남송견설, 이조목장설, 늑대교잡설, 토종개설에서 진보가 없이 일본개의 조상이라는 것만은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최근에 이태리에서 원판이 발행되고 일본에서도 고급스럽게 번역판으로 나온 '세계의 명견'이란 책에는 일본개 중에서 세 가지 품종의 기원을 '고대'로 명시해서 그 개들이 신석기시대부터 길렀다는 주장을 분명히 해 놓았다. 그 책에 진돗개의 기원은 '중세'로 적혀 있었다.
어이없는 이 일은 우리들 스스로가 몽골이나 남송에서 왔다고 하니까 반박도 못 할 일이다.
남송이면 동남아형의 남방견이고, 몽골견이면 티베탄 마스티프형의 북방견이다.
남송견설은 남송 원년인 1127년으로 보아도 872년 밖에 안된다.
몽골견이라면 고려의 배중손 장군이 삼별초를 이끌고 1270년에 항전을 일으켰던 해를 유입된 해로 해도 729년이다. (배중손 장군과 삼별초군들의 영혼들이 몽골에 대해 사무치는 원한을 갖고 계시더라도 진돗개가 몽골견이라면 그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를 드리고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진돗개가 몽골에서 왔다고 말하겠다.)
모리의 학문적인 접근 방법에 비해서 우리의 진돗개 애견가들은 원형을 찾아보려는 접근 방법을 잘못 선택한 면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김정호님이 '진도견' 이란 책에서 그런 내용을 언급한 이후, 같은 내용의 진돗개 설명이 나온 책이 있다. 원병오 박사가 쓰신 '천연기념물' 동물 편에서 진돗개를 설명하기를 '확실한 유래는 알 수 없으나 석기시대의 후예라고 할 수 있는 개 가운데서 동남아계의 중형 종에 속하는 품종이다. 대륙과 격리된 채 비교적 순수한 품성을 그대로 보존하여 오늘의 진돗개가 되었다.'고 하였다. 진돗개와 동남아형의 개들과 비교하여 내린 결론이었을 것이다. 견본으로 보여 준 진돗개의 사진도 토종 진돗개답다.
다음은 '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진도의 진도견을 설명한 곳의 기록을 보면, '석기시대의 후예에서 발달된 개 중에서 동남아시아계의 중형종에 속하는 품종의 하나로....'라고 하였다.
동남아시아계에 속하는 품종'이라고 이분들이 정의한 이면에는 역사적 연관성을 비롯한 두 지역의 개를 상호 비교한 결과의 답이었으리라 생각된다. 만약 반대되는 생각을 갖고 계신 분이 계시면 흥분하지 마시고 기왕에 읽었으니 끝까지 읽어 주시기 바란다. 결코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여러분은 참아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처음에 찾던 북방견의 내노라하는 혈통에서도 못 찾지 않았는가.그리고 지금하는 작업은 독도법에서 좌표찾기라고 하지 않았는가. 나는 이글에서 총결론만은 안 내리려고 한다. 그런 일은 개인이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는 훌륭한 분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분들의 조수 역할만으로 족하게 생각한다. 마무리는 오랜 세월 그 분들이 해주시길 바란다. 흥분하는 분들의 모습이 떠올라 진정시켜 드리느라 말이 길었다.
우리나라의 신석기문화가 시베리아에서 왔다고 헀을 때 이 학설은 주로 외국인 학자들에 의해서 반론이 제기되었다는 말과 오산리 유적의 발굴로 시베리아 기원설은 더욱 퇴조했다는 말을 했다. 최근에 발견된 오스트레일리아의 딩고는 일만년 전에 생겨난 아시아대륙의 고대견의 한 무리가 그쪽으로 건너가서 오늘날의 오스트레일리아의 딩고가 되었고, 아시아에 남아서 주변 넓은 지역의 오지에서 살고있는 '아시아 딩고' 라는 개의 집단이 있다고 앞서 설명했다.
일본인 모리가 63년 전에 동남아형개의 유입설을 말할 만큼 주변 학문이 발전했던 일본이다.
그후에 일본에서 발간된 '시바견'의 책에는 석기시대개의 머리뼈 사진을 실어 설명하고, 그런 뼈의 모습을 가진 동남아형의 개를 복원시켜 태고적 일본견의 모습이라고 예를 들어 놓았다. 덕천시대의 일본견의 그림사진과 명치와 대정 사이에 나타난 일본견의 사진을 비교하는 것도 있다. 수백 년 전의 일본견의 모습은 귀가 직립한 소형 그레이하운드같은 모습이다.
그대로 동남아 형이다.
이런 기초 연구를 해 놓은 일본의 학자들이 아시아 딩고라는 개집단이 넓은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는 것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고나니 기다렸다는듯이 신석기시대의 개 머리뼈를 견본삼아 동남아의 인도네시아를 찾아가는 다큐멘타리 필름을 만들었다. 이야기를 다해 버리면 끝까지 안 읽으실테니까 다시 우리쪽 이야기를 하자.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는 동남아형 개들의 사진이나 화면을 못 보신 분들이 많아서 이해가 빨리 안 되겠지만 색깔만 조금씩 다른 후두부가 발달된 딩고를 연상하시면 된다.
대영박물관의 자연사분과연구원인 J.C.블록이 쓴 '인간과 가축의 역사' 라는 권위있는 책이 있다. 그는 가축사를 연구하며 세계각지의 고고학적 유적과 고대동물에 대한 연구업적 때문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분인데 그 책에서 딩고에 대해 말하기를 '형태학적으로는 인도를 기준으로 해서 서쪽과 아시아의 서쪽 및 남쪽에 주로 분포하는 파리아개와 뉴기니개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 선사시대에 서아시아와 동아시아 일대에 널리 분포했던 것이 확실한 개의 매우 흥미로운 후손으로 보호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였다.그 책에 실린 사진은 1937년에 'Illustrated London News'에서 촬영한 것인데 뒤에 있는 원주민 에보리지니들만 없으면 아주 우수한 원산지 진돗개일 수 밖에 없다. 발달된 후두부와 역삼각형 두상과 얕은 액단의 긴 주둥이는 적어도 형태학적으로는 완벽한 진돗개의 두상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형태학적으로 진돗개와 이보다 더 닮은 개는 있을 수 없다.
유럽의 동물학자들은 전체 스피츠견종을 정의하기를 매우 오래전 개의 형태라고 했고, 아시아의 마을이나 거리에 다니는 개들을 원종에 가까운 스피츠개라고 했다. 그리고 선사시대에는 딩고와 같은 형태의 개들이 서아시아와 동아시아에 널리 분포했었다고 했다. 세계적인 동물학자들이 모두 위와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우리 나라 진돗개 전문가들의 북방견설이나 늑대기원설과는 너무 판이한 학설인 것이다.
늑대기원설은 논외로 하고, 엘크하운드 계통의 북방스피츠견이 들어 올 역사적 개연성은 전혀 없어도, 동남아계통 아시아딩고의 역사적 연관성은 앞서 긴 설명을 한 바와 같다. 신석기시대에 우리나라에서 개와 돼지를 기르던 시기에 몽골에서는 양과 염소를 많이 길렀다는 유물 발굴의 예까지 말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몽골쪽이 아니며, 벼농사를 갖고 온 사람들이 데리고 온 고대의 아시아딩고이다. 내 생각에는 고대의 아시아딩고집단이 그 주인들을 따라 한반도에 이주할 때 일부는 남고 일부는 다시 일본으로 건너갔다고 본다.일본의 벼농사 기원은 그와 같은 경로를 거쳤다. 소도 마찬가지의 경로를 거쳤다. 한우의 기원에서 본 바와 같이 한우에서 갈래를 이룬 일본소가 네 종이나 되는 것을 참고하기 바란다.
다음은 재래종 진돗개에 나타나는 많은 유형들과 오스트레일리아의 딩고를 비교해 보자.
딩고의 어깨높이가 44~65Cm로(평균55Cm) 발표되어 있는데 아시아 딩고류도 고대에는 그와 같았다고 보았을 때, 그 중에서 중소형견이 유입되었다고 보면 진돗개와 동일하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같은 체고이며, 두상에 있어서 얕은 액단과 긴 주둥이, 직립한 큰귀, 발달된 후두부가 육안 비교로서는 진돗개의 홑개 느낌과 거의 같고, 체형도 역시 진돗개 홑개와 똑같이 잘 건조된 날렵한 체형이며, 꼬리 역시 진돗개에서 많은 선꼬리 계통이 많다.
털의 길이도 동남아형은 짧은 털이고 진돗개도 현실적으로는 짧은 털이 많다. 북방스피츠견들의 장모는 대단히 긴 털로써 일반적인 진돗개의 털과는 다르다. 진돗개에는 중장모를 권장하고 이상형으로 정해 놓았지만, 현실적으로 짧은 털의 유전인자가 많다는 것은 이쪽 계통의 개를 생각할 때만 풀리는 것이다. 현존하는 개 중에서 가장 오래된 원시견이 딩고인고로 일부 동물학자들은 딩고가 세계의 개들의 조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딩고는 인도 북부의 회색늑대에서 진화되었고 티베탄 미스티프는 티베트의 털 많은 늑대에서 진화되었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딩고가 유일한 개의 조상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학자들은 하나 내지 두 종에서 진화한 것으로 보는데 그 하나가 딩고이고 화석으로서가 아니고 아직도 원시견의 형태와 성품과 생육패턴을 유지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딩고의 형태를 연구하는 것은 야생에서 살아가는 원시견이 그 지형에 맞게 최상의 상태로 진화된 모습이 어떤 것인가를 알아보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야생딩고는 일부에서 인식하는 것과는 달리 체격이 건장하고 성격은 대담하고 의심이 많다고 되어 있다. 어려서부터 길들이면 애완동물이 될 수 있지만 야생의 성품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길들여도 훈련은 잘 되지 않는다고 말하여지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1830년대에 한목동이 오스트레일리안 캐틀 독이라는 사역견을 개발했는데 오스트레일리아의 개 품종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역사가의 말을 빌리면 이 개의 혈통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용한 개 품종은 블루멀 콜리, 달마티안, 오스트레일리안 켈피, 올드 잉글리쉬, 그리고 세상에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튼튼한 품종인 스미스필드를 혼배했는데 건강하고도 조용한 성질을 갖추기 위해 딩고의 피를 섞었다고 되어 있다.
모습은 원시견인 딩고의 강한 유전력을 받아서 딩고와 같은 모습이고 크기는 수컷이 46~51Cm , 암컷은 43~48Cm 라고 되어 있다.
특징은 물어뜯는 힘이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머리는 폭이 넓고 힘이 세며 콧등의 선은 부드러우며 아래턱의 힘이 세다고 한다.
직립한 귀는 큰 편인데 무두질한 두꺼운 가죽과 같으며 안쪽에 털이 자라나 있고 두 귀의 폭이 넓으며 눈은 중간 정도의 크기로 짙은 다갈색의 타원형이고 등은 수평이며 가슴이 두텁고 상당히 넓으며 성질은 영리하고 경계심이 강하다고 한다.
딩고의 혈통이 일부 들어가서 만들어진 개의 형태를 참고하기 위해 적어 보았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딩고가 귀가 직립하였으면서도 북방스피츠그룹에 속하지 않는 인도북부의 회색늑대에서 분화된 고대의 원시견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1986년도 당시 문화공보부에서 진돗개의 유전자 보존과 문화재로서 순도 높은 진도개를 보존할 목적으로 전남 진도군을 통하여 '진돗개 보호육성위원회'에 조사용역을 의뢰했고 동 위원회에서는 60쪽이 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진돗개 보호육성에 관한 기초 연구로서, 우리처럼 후대에 이를 참고하라는 뜻도 있을 것이다. 연구진은 다섯 분이고 그중 세 분이 전남대학교 농대 교수들이었다.
정부의 문화체육부와 문화재관리국에서 발행하는 '문화재 대관' 이라고 있는데, 천연기념물 2 (증보)편에 "4. 진도의 진돗개" 에는 진돗개의 유래에 대해서 '석기시대 사람들이 기르던 개의 후예가 전해 내려오면서 진도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토착화한 우리나라 고유의 개라고 생각한다.' 고 정의했다. 이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석기시대라고 하면 앞서 반복해서 설명했으므로 더 말 안하고 읽는 분의 판단에 맡기겠다.
그런데 문화재대관에 기록된 주요내용에 위의 보호육성회에서 보고한 사항들이 적혀 있다.
형태항의 제 4번에 이르기를 장대꼬리가 전체의 49.6%, 한쪽으로 넘긴 형이 20.63%, 말린 꼬리가 29.37%, 짧은 꼬리가 0.4%이다. (장대꼬리의 개체수를 참조바람.)
제5번에는 털 색깔은 황색이 54.77%, 백색이 38.56%, 흑색이 3.27%, 적색이 1.03%, 기타 2.37%이고,
'긴 털의 개체도 전체의 8.33%나 된다.' 고 기록되어 있다.
그렇다면 긴 털이 아닌 진돗개가 통계상으로도 90%이상이라는 뜻이니 진돗개의 전체적인 특징은 긴털이 아니고 짧은 털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개량 방향은 현상 보호 유지와 새로운 계통(진돗개의 수렵견 계통과 번견 계통)육성의 이원적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말은 정부의 견해를 문화재대관에 언급한 것이니 읽는 분들 중에 다소 의견이 다른 분이 계시더라도 참고해 주시기 바란다.
어쨌든 정부의 의견이고 정부에서도 분명히 전자 쪽으로만 통일하자니 너무 많은 수의 개들이 후자 쪽의 형태를 갖고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기에 앞으로의 육성방안을 밝힌 것뿐이고 그 방안이 현실화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살펴본 바와 같이 역사적 연관성과 양쪽 개들의 특징 등을 비교해 봤을 때 진돗개의 귀가 직립하게 된 유전인자의 유입은 북방 스피츠견에서 온 것이 아니고 아시아딩고에서 온 것이 확실하다.
따라서 진돗개는 북방스피츠그룹에 포함될 개가 아니고 최근에 새로 발견되어 고대견의 명단에 오른 딩고 계통의 혈통으로 들어가야 한다. 진돗개를 포함한 몇 종의 일본개도 북방스피츠그룹에 분류하는 것은 앞으로 일본 학자들에 의해서 시정될 것으로 안다. 오스트레일리아대륙, 중국에서 근동, 동남아 대륙부와 주변 여러 섬, 뉴기니, 필리핀까지라면 이 '딩고'라고 부르는 개의 분포도는 실로 엄청나게 넓은 지역에 퍼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거의 모든 지역의 개들이 국제적으로 이름이나 형태가 알려져 있지 않다.
필리핀의 와일드독이라는 용어를 자료 조사 중에 처음 들었을 뿐이다. 각 지역의 사육하는 오지에는 나름대로의 이름이 있을지 모르나, 짐작하건데 과거의 우리나라의 토종개를 사육하는 분위기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 같다. 그리고 진돗개의 경우도 이름이 생기고 세상에 모습이 알려지기 전에는 그쪽과 별 다름 아닌 환경에서 사육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1980년대에 '일본이 미국을 추월하고 한국에 지게 되는 이유' 라는 책을 써서 한동안 우리를 희망에 들뜨게 했던 대만 출신인 일본 동해대학 교수 '사세휘(한국발음)'씨가 쓴 '세계사를 서양인의 눈으로 보지 말고 동양인의 눈으로 보자' 라는 책이 있다. 동양인의 관점에서 세계사를 보면 세계사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같은 뜻으로 '동양의 개를 서양인의 눈으로 보지 말고 동양인의 눈으로 보자.'라는 말을 하고 싶다. 동양에도 귀가 직립한 고대견종이 있는데 서양인들이 연구한 자료를 근거하여 동아시아 지역의 귀가 직립한 개들을 서양인의 시각으로 스핏츠그룹으로 분류하려 했으니 이것이 오류의 시작이었다.
동아시아의 토종개들은 주로 이름도 없이 살아가는 개들이기 때문에 서양인들의 개 계통도에서도 빠져있었고 그것에 근거하여 진돗개의 기원을 찾으려 했다는 것부터가 착오였다.
말이 난 김에 우리 토종개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우리 육지의 토종개들은 귀가 내려 온 관계로 똑같이 똥을 먹어도 똥개란 이름으로 종을 마감한 것에 대해 토종개에 대해서 안스럽게 생각이 된다.
진돗개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 중에 이 토종개에 대해서 약간 비하하는 선입견을 안 갖고 계신 분이 없으실 것이다. 긴장된 맛이 없는 분위기, 다시 말하면 귀가 축 늘어지고 편안한 인상, 거기에 따라오는 행동 등이 진돗개와는 사뭇 다르다. 그래서 이렇게 생긴 토종개들은 집에서 별로 큰 대접을 받지도 못하고 궂은 일만 하다가 그나마 하도 식용으로 사용해서 종까지 마감했다. 그런데 많은 분중에 이 토종개들이 싸움을 대단히 잘 했다던가, 사냥도 잘 했던 개가 있었다는 기억을 갖고 계신 분들이 의외로 많을 것이다.
사실인즉 지금의 진돗개도 약간 그런 분위기에서 오랜 세월 사육되어 왔다고 알고 있다.
모든 진돗개가 전천후 사냥개로 쓰이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개의 종자 중에서 마치 머슴같은 대접을 받아 온 이 토종개를 알고 싶으신 분들이 의외로 많아서 필자도 다는 모르고 또 알 수도 없지만, 궁금증이라도 풀어 드리고 그 불쌍한 토종개들을 좋은 가문의 족보에 끝에라도 올려주는 일을 하고 싶다. 우리의 불쌍한 토종개의 생김새와 털 색깔의 기억을 떠 올려서 이 글 중간에 써놓은 형태로 분류하는 개의 계통도를 찾아보시기 바란다. 사람의 족보를 보려 해도 족보 보는 법을 배워야 하는데, 이 계통도 찾는 법은 일차 설명을 해서 개의 조상이 되는 고대견 중에서 쉽게 찾으실 줄 안다. 세상 모든 것이 알면 쉽다.
어느 쪽에서 나온 개라고 생각하시는가?
오래 생각할 것도 없이 티베탄 마스티프이다.
아주 오랜 옛날 티베탄 마스티프 계통의 개들을 데리고 한반도에 들어오던 북방계 주민들에 의해서 따라들어 왔고 이땅에서 사육되는 환경에 의해서 크기나 성품이 열성화 되었다. 우리세대의 사람들이 기억하는 생김새보다 훨씬 오래 전 조선시대만 해도 지금의 몽골견 '노혜' 정도의 토종개들이 많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수한 가문에 혈통을 이어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생김새나 성품이나 쓰임새가 여러분이 아시는 데로 그러했기에 머슴 대접만 받았고 지금의 진돗개가 나타나면서 그 푸대접은 더욱 심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그 토종 똥개가 어디에선가 순수한 혈통을 유지하며 번식되고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은 이다음에 말을 해도 못 알아들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의 종자는 어떤 것이라도 당시의 시류나 잘못된 생각에 의해서 없어지면 안되는 것이다. 귀가 늘어지고도 대접 받는 개품종이 얼마나 많은데 그것이 토종 똥개의 결정적 흠이 되었다.
티베탄 마스티프는 우리 토종 똥개의 그대로 확대된 모습에 다름 아니다. 몽골견 노호이도 마찬가지다. 토종개와 비슷한 개들이 중앙아시아와 유럽에 당당히 이름을 갖고 살아가는 품종이 많다. 우리는 토종 똥개들 중에서 잘 생기고 우수한 놈을 골라 정예화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축 문화의 후진성이라고 하던가, 아니면 애견문화라는 것이 없었다고 보아야 하던가, 둘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것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 같다. 지금 동남아 각국의 오지 산골과 농촌에서 우리의 토종 똥개 대접을 받는 개들이 수없이 많을 것이다.
우리처럼 그 개들의 생김새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과는 너무 다른 가치관이다.
인도네시아의 한 산촌의 사람들이 사냥개들을 데리고 멧돼지를 몇 마리씩 잡아 오는 것을 테이프을 통해 보신 분도 계실 것이다. 그런 경우는 사냥개로 쓰이는 특별한 경우이고, 대부분 우리의 토종 똥개 대하듯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귀가 늘어진 것이 똥개 호칭을 얻는 결정적 원인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난한 나라의 개들은 똥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진작 알았더라면 그 개도 제대로 된 이름 하나 얻고 죽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제주도의 똥돼지도 비슷한 경우다. 똥돼지가 옛날에는 동아시아 전 지역에 널리 퍼져 있었던 것인데 우리는 이름을 그렇게 붙여 놓으니 영 느낌이 안 좋지 않은가? 토종 똥개의 족보 찾아 주다가 말이 너무 길었다. 혹시 더 좋은 쪽으로 족보를 찾아 주고 싶은 분들은 더 연구해 보시기 바란다.
지금까지의 긴노력 끝에 진돗개의 족보를 찾아 주는 데 결정적인 실마리를 잡았다. 독도법으로 비유하자면 전후좌우 수많은 산봉우리에 갇혔다가 확실한 좌표 하나를 발견한 것이다.
독도에서는 다음의 할 일이 현재의 위치 확인이다. 자기가 있는 정확한 위치를 모르면 찾아놓은 좌표도 별 도움이 안 된다. 현재의 위치를 지도상에서 찾아낸 후에 비로서 나침판을 놓아야 하는데 아직은 나침판을 놓을 때가 아니다. 이제 정확한 현재의 좌표를 알기 위해 다른 한 좌표를 찾아야만 한다. 그 일을 함께 해보기 바란다.
진돗개가 동남아형의 중형견이라고 한 여러 자료를 제시해 드리고 설명도 나름대로 지루하지 않은 선에서 했다고 생각하는데 풀리지 않는 것이 있다.
남방형의 개가 진돗개의 원형이라면 다음과 같은 진돗개는 왜 나오는가?
첫째, 골격이 충실한 겹개 체형은 왜 나오는가.
둘째, 중장모의 긴 털은 왜 나오는가.
셋째, 주둥이가 굵고 둥근 개는 왜 나오는가.
넷째, 대담한 투지와 용맹스런 개는 왜 나오는가.
다섯째, 긴 털의 말린 꼬리는 왜 나오는가.
여섯째, 귀 폭이 아주 넓은 개는 왜 나오는가.
일곱째, 동남아형은 귀가 일찍 서는데 귀가 늦게 서거나 안서는 개는 왜 나오는가.
여덟째, 뺨에 털이 뻗치는 개는 왜 나오는가.
아홉째, 대추씨눈과 살구씨눈과 둥근눈은 왜 나오는가.
열째, 큰 귀와 작은 귀는 왜 나오며, 토끼발과 고양이발은 왜 나오는가 등의 의문점이 남는다.
위에 대략 예를 들은 것들을 풀어주는 개 품종을 찾아야만 진돗개 찾기의 현 위치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현 위치라고 하는 것은 진돗개 전체의 위치를 말하는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기르고 있는 애견의 현재 위치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찾고자 하는 것은 진돗개 전체를 위한 좌표 찾기이다. 진돗개에는 아시아 딩고류와는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먼저 겹개라는 튼튼한 골격을 가진 진돗개가 있다는 것이다. 마치 북유럽의 엘크하운드를 닮은 개들이다.
그러나 진돗개를 아시는 분들은 그쪽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아실 것이다. 진돗개가 북방견이라고 하시는 분들은 이개의 형태에 의한 분류를 했을 때 엘크하운드유형에 속해야 한다는 것을 미쳐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진돗개에서 그와 다른 특징을 가진 더 많은 수의 개들은 퇴화견이나 잡종견에 해당되어야 한다는 중차대한 결론에 어쩔 수 없이 봉착하게 만드는 말이 일방적인 북방견 주장인 것이다.
진돗개에는 귀가 늦게 서거나 안서는 개가 상당수 있다. 진돗개의 귀 서는 시기에 대해서는 3개월에서 10개월로 되어 있고 일 년이 넘어 서는 경우도 있다고 되어있다. 이 귀서는 시기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고대에 이리나 늑대에서 분화된 첫 단계의 개들은 늑대처럼 귀가 일찍 섰다. 야생개들이 그렇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딩고는 인도 북부의 늑대에서 분화된 후에 다른 혈통의 교잡이 없이 고대견의 해부학적 특징과 생육 패턴을 갖고 있으며 늑대나 이리처럼 귀가 강아지 때부터 선다.
이런 종의 개들이 귀가 안서는 개들과 유전자 교환을 하면 귀 서는 유전자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도 강한 유전력을 갖는다. 아시아 딩고 계통의 개는 강아지 때부터 큰 귀가 바로 서는 것으로 알고 있다.
1959년 동아출판사 발행 '새백과사전'에는 진돗개의 설명에서 수컷과 암컷의 키를 각각 43Cm와 39Cm라고 했고 귀는 3개월 안에 서며 앞으로 숙여지고 두 귀의 사이가 넓다고 기록되어 있다. 만약 위와 같이 설명된 개가 북방견이 되려면 털이 스피츠만큼 길어야 그쪽 계통에서도 받아 준다. 그렇지 않으면 남방형의 개를 말한 것이다. 그러나 진돗개에는 귀가 늦게 서거나 안서는 개가 많이 나온다.
과거 수십년동안 잡견 도태가 있을 때마다 귀 안서는 개가 얼마나 많이 도태됐는지 모른다.
아마 그 개들이 모두 살아 있다면 진돗개의 통계 비율을 내는데 큰 도움을 주는 자료가 됐을 텐데 말이다. 귀 서는 진돗개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귀가 안서는 개가 있었다면 외형의 통일을 위해서도 도태되는 것은 당연했을 것이다.
그러나 귀가 안 선다는 것은 진돗개에 있어서는 도태의 대상이지만 세계적으로는 안선 귀를 가지고도 명견의 품종으로 인정받고 견주들의 사랑을 받는 개들이 너무 많이 있다. 진돗개에 좋은 골격과 용맹한 성품과 긴 털과 안서는 귀의 유전인자를 전해 준 고대견은 어떤 종일까? 위에 열거한 의문점 중에서 눈치 빠른 분은 일곱 째 항을 가지고 좌표 찾기를 하실 것으로 안다.
다른 계통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을 가지고는 찾을 수가 없다. 일곱째까지 만족 시켜줄 수 있는 고대견의 혈통은 바로 전 세계에서 골격이 좋고 용맹하거나 싸움 잘하는 개는 모두 여기서 나왔다고 하는 티베탄 마스티프이다. 티베탄 마스티프 계통이되, 그 개가 성품이 열성화되지 않은 상태와 약간 작은 상태로 들어 왔다고 보고, 진도와 역사적 연관성 등을 종합해서 판단할 때 어떤 개가 들어 왔다고 보이나 하면, 바로 몽골견 '노호이'이다.
몽골견 '노호이'의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가 1990년이다. 이 개의 사진이나 테이프를 보시면 더 이해가 빠르실 것이다. 머리속에 상상이라도 하게 해 드리면, 김정호님의 책 '진도견' 처음 부분에 사진을 예로 들은 것이 있는 데 사진 중의 제일 끝 사진 장모견이 있다. 그 개가 귀를 숙이고 말린 꼬리를 한 모습이다. 그것이 황구 '노호이'의 모습이다.
몽골견 노혜의 특징을 살펴보면 털은 길고 누운 털이며 꼬리는 말려 있고 체형은 크고 골격은 좋으며 성품이 아주 사납다. 머리의 생김새는 두 귀의 폭은 넓으나 귀는 늘어져 있다. 액단의 각도는 아시아 딩고류에 비해서 심도가 약간 있다. 주둥이는 둥글고 굵다. 중대형견이면서도 달리기를 매우 잘한다. 검은 바탕의 황색이나 검은 바탕에 흰색이 많은 것 같다.
티베탄 마스티프도 마찬가지다.
이제 찾아놓은 이 개에 대해서 깊이 알아보기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혹시 여러분 중에 기분 나쁜 분이 안 계신지 모르겠다. 혹시 진돗개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으로 신성시하시는 분들 중에는 진돗개도 땅에서 만들어졌고 우리가 다 알만한 개에서 나왔다는 것에 대해서 실망감이 드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몽골견 '노혜'는 티베탄 마스티프의 형태와 성품을 그대로 닮은 직계와 같은 개다.
'노호이'가 진도에 들어올 무렵에는 세계를 지배하던 몽골의 전성기였으므로 최상의 혈통이 들어 왔을 것임에 틀림없다. 1990년에 조선일보학술조사단의 일원으로 참여하여 몽골에 갔던 최길성교수께서는 (인류학. 당시 일본 주부대학교수) 보고서에서 '몽골개는 가축몰이 식구' 라는 제목하에 몽골개를 설명하였다.
대단히 사납고 달리는 말을 추월할 정도로 잘 뛴다고 했다.
개를 잡아 먹는 일은 절대 없고 죽으면 크게 슬퍼하여 초원 위에 좋은 곳을 골라 베개를 받쳐 머리를 서쪽으로 눕히고 꼬리를 잘라 묻어준다.
이는 신성한 서방으로 영혼이 가서 개의 일생을 끝내고 인간으로 환생하라는 뜻이라 한다.
몽골인들이 개를 식구처럼 위하며 살아가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몽골에서는 흰색을 신성하게 여긴다.
마르코 폴로도 동방견문록에서 말하기를 '새해가 돌아오면 황제는 물론 모든 신하와 백성들도 흰옷을 입는다.
흰빛은 행운을 나타내므로 한 해 동안 기쁨을 누리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고 하였다.
새해 첫 달을 '차라간사(흰달)'라고 하고 오보(우리나라의 서낭당과 같은 곳)가운데 흰 부처를 모신 곳을 첫손에 꼽는다.
흰색의 우유로 만든 술을 은잔에 담아내서 손님을 접대하는 것도 거짓없는 정성을 나타내는 것이고 처음 찾아온 손님에게 흰색 비단 천(하닥) 위에 잔을 올려놓고 술을 따르며 천 끝이 손님 쪽으로 가게 한다.
장례식 때도 죽은 사람의 얼굴을 흰 헝겊으로 덮고 시신도 흰천으로 싼다고 한다.
나그네가 길을 떠날 때 겔 앞에서 우유를 사방으로 뿌리고 세 번 도는 것도 흰빛이 앞날을 보살펴 주리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한다.
흰빛은 장수를 상징해서 정월 초하룻날 젊은이들이 노인들에게 흰 천과 우유를 바친다.
또 흰색을 어머니라 여기며 신성함, 무구함, 순수함, 처녀성 따위를 나타낸다고 여긴다.
말의 나라인 몽골에서 가장 신성시하는 말은 백마이다.
백마는 칭기즈칸의 상징이기도 하고 국가의 기반을 지키는 지도자의 상징으로 일반화되어 있다고 한다.
위와같이 흰색이 상징하는 의미가 몽골에서는 지대하다는 것을 알았으니 '노호이'에서 흰색 개가 있었다면 몽골인들이 흰색 개를 얼마나 신성시하며 보호했겠는가?
그러나 현재 몽골에는 내가 아는 한 흰색개가 없다.
그러면 있어도 그 수가 극히 적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반대로 우리의 진돗개에는 흰색이 상당수의 비율을 차지한다.
마르코폴로가 원나라를 방문했을때는 몽골의 전성기였다.
그는 동방견문록에서 칸이 사냥을 나갈 때는 일만명의 부하와 오천 마리의 사냥개를 이끌고 나간다고 하였다. 약 하룻길 정도의 지역 안에 있는 짐승들은 하나도 도망칠 수 없다고 했고 이 사냥광경, 사냥개와 사냥꾼의 활동상이 그야말로 경탄할 만하다고 했다. 칸도 이와 같이 개사냥을 즐겼는데 세계 최대 제국을 지배했던 그들의 땅에 최고의 사냥성능을 가진 맹견이 있었을 것이라는 짐작을 쉽게 해 볼 수 있다.
몽골견이 장모종의 말린 꼬리에, 골격이 좋고 매우 사나운 개라는 공통점이 진돗개와는 같으나 귀가 안서는 마스티프종이라는 것과 흰색이 거의 없다는 것과 단모종의 작은개들이 없다는 것 등이 결정적으로 몽골견 '노호이'가 진돗개의 직계 조상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다고 이미 버린 좌표인 엘크하운드같은 스피츠 그룹에 미련을 갖는 분이 없기를 바란다.
몽골견 '노호이'는 북방견에서 찾아낼 수 있는 가장 가까우며 대안이 따로 없는 품종이다.
이제 또 하나의 좌표를 북방에서 찾았다. 독도에서는 좌표 두 개를 찾으면 현재의 위치를 알아 낼 수가 있다. 현재의 위치에서 두 좌표가 보이는 각도를 측정해서 선을 그으면 두선이 교차되는 점이 현재의 위치가 된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쉽게 진돗개식으로 말하라고 하시면, 교배시켜 보면 된다.
그렇게 해서 잠정적으로 찾아낸 현 위치를 지도에 표시한 후 지도의 위치에서 보이는 주변의 모든 다른 위치들이 지도상의 지형과 맞아 떨어지면 정확한 위치를 잡은 것이다.
다시 진돗개식으로 표현하면 다수의 '아시아 딩고'와 소수의 '노호이'가 진도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만나서 유전자 교환을 했을 때 만들어질 수 있는 개의 다양한 형태들이 현재의 진돗개와 현실적으로 같다면 이 두 개의 좌표는 정확한 좌표이고 현재의 위치가 나왔으니 앞으로의 진행방향만 정하면 되는 것이다.
마스티프라고하면 도사견처럼 생긴 유럽의 마스티프를 연상하실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티베탄 마스티프를 조금 세밀하게 설명하겠다. 이 개는 고대에 털많은 티베트 늑대에서 분화된 품종이라고 한다.
원산국은 당연히 티베트이다.
어깨높이 61~71Cm, 체중 64~82Kg, 모양은 몽골견 노호이와 같다.
머리의 폭이 넓고 골격이 크고 주둥이는 굵고 액단은 부드럽지만 확실하다.
귀는 작지만 숙여 있다. 온몸에 긴 털이 덮여있고 꼬리는 말려 있으며 털색은 백색(미색), 황색, 흑황색, 진갈색, 흑색이다. 전 세계의 귀가 숙여지고 골격이 좋은 모든 투견과 경비견과 대형 사역견이 모두 여기서 갈래를 이루었다. 동아시아에서도 귀가 숙여진 개들은 모두 티베탄 마스티프 계통으로 보는 것이 당연하다.
마르코 폴로가 쓴 동방견문록에는 티베트에 관한 기술에서 다음과 같이 티베트개를 묘사했다. '주민은 야만적이다. 그들은 당나귀만한 크기의 맹견을 기르고 있다. 이 맹견은 그 중에서도 이 지방의 수많은 "베야지니"라는 사나운 대형 들소를 잡는데 신묘하게 뛰어나다. 그 밖에도 각종 사냥개도 기르고 또 비상하는 힘이 강한 조류를 잡는데 뛰어난 참매도 사육하고 있다.' 고 했다.
이 글에 나오는 당나귀 만한 맹견이 마스티프일 것은 거의 확실하고, 진돗개의 조상 할아버지들은 용맹스러운 들소 사냥꾼이었던 것이다. 몽골견 '노호이'도 초원의 늑대를 물리치는 경비견과 멧돼지 수렵이라는 두 가지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진돗개의 용도를 정할 때 이 용맹스러운 조상견의 혈통이 섞여 있다는 것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스피츠 그룹에 속하는 귀가 직립한 개들을 보거나 길러 보신 분들은 그 개들의 성품에서 대단한 용맹성이나 투지같은 것을 못 느껴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진돗개의 겹개들은 마스티프 계통에서나 볼 수 있는 성품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면은 아시아딩고 계통을 훨씬 능가하는 것이다.
우리의 진돗개 전문가들은 해부학적인 자료보다는 외부의 느낌에서 오는 감으로 거의 정확하게 감별하는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다. 마치 과거 한때 한국의 병아리 감별사들이 세계 최고 수준이었듯이 말이다. 사모예드, 엘크하운드, 챠우챠우, 말라뮤트, 허스키, 라이카 등에서 느껴지는 감과 진돗개의 홑개에서 느껴지는 감을 비교해 주시기 바란다. 위의 개와 교잡된 개도 확실히 다르다. 진돗개의 겹개도 위의 개들과는 다르다. 아시는 분은 다 이해하실 줄 안다.
그런데 진돗개의 겹개들과 몽골견 노호이의 모습은 귀가 서고 안서고의 차이일 뿐 느낌이 거의 같다. 달리는 개의 두상을 확대해서 보면 전체가 둥글고 넓은 곡면으로 이루어진 두상을 하고 있다. 주둥이도 보기 좋게 뭉툭하다. 북방 스핏츠그룹 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동질감이다. (일본의 아키다는 혈통고정 과정에서 북방 스핏츠그룹의 혈통을 많이 섞어서 본래의 모습에서 너무 멀어졌다.)
몽골견 '노호이'가 진도에 유입되면서 두 계통의 개들이 달라지는 모습을 글에서나마 만들어 보고자 한다. 사실 이 부분은 전국에 진돗개 관상 보시는 분들의 영역인데 감히 침범하는 것 같아 심히 걱정된다. 말 잘못했다가는 후환이 두렵기 때문이다. 서두에 이발사의 심정을 미리 말해 놓을 때도 이런 것이 염려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 말 안할 수도 없고 여러분의 넓으신 양해를 바랄 뿐이다.
우선 이 땅에 먼저 들어 온 아시아 딩고를 주체로 봤을 때 몽골견이 기존의 개에 어떤 변화를 주었는가를 보면,
1. 체형이 커지고 골격이 좋아졌다.
2. 용맹스러워지고 대단한 투지가 생겼다. 오늘날 진돗개의 상을 만들어 주었다
3. 뒤로 발달된 후두부와 넓은 머리가 만나 복개뚜껑머리가 되었다.
4. 긴 주둥이에 굵고 둥근 주둥이가 만나 명주꾸리 주둥이가 되었지만 구열 늘어짐도 생겼다.
5. 털이 길어지고 긴 털로 덮인 말린 꼬리가 나왔다.
6. 장거리 주력에 유리한 체형을 잃었다.
7. 귀가 작아졌다. 그러나 귀가 늦게 서거나 안서는 개가 나오게 되었다.
8. 아시아딩고의 좁은 귀 폭과 몽골견의 뺨에 갈기 털이 조화되어 팔각형의 얼굴이 나오게 됐다.
9. 둥근형의 눈이 나오게 됐다.
10. 액단의 심도가 생기고 짧은 주둥이가 나오게 됐다.
대략 위와 같은 변화가 나타났다고 보여진다.
오늘날 진돗개를 생각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강인한 느낌이 몽골견이 들어오면서 만들어졌다고 보면 틀림없다. 이것은 일본개도 마찬가지다. 동남아형의 개들이 주로 있었던 일본에 진돗개의 겹개 종자가 들어감으로써 일본개의 체형이 커지고 용맹스러워졌으며 티베탄 마스티프 가문에 자연히 입적이 된 것이다.
이말은 내 말이 아니고 일본의 원로 동물학자가 몇십년 일본개에 대해서 연구한 결과 방송사에서 다큐맨타리로 제작해서 방송한 프로그램에서 나온 내용이다. 진돗개의 겹개를 임진왜란 때 많이 가져갔을 것이고 일제 때 제일 많이 가져갔고 한일 수교 후에도 계속 가져간 것으로 안다. 그 테이프에는 분명히 마스티프의 혈통이 몽골견 노호이를 거쳐 진돗개를 통해 일본개를 개량시켰음을 시인했다.
그 시인의 진의는 진돗개의 예찬보다도 티베탄 마스티프의 우수한 혈통으로 일본개가 골량이 풍부하고 용맹스러워졌다는 뜻이다. 일본개 중에 특히 기주견같은 경우에는 처음에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던 해인 1935년에 천연기념물 제1호견, 제2호견, 하는 식으로 지정했다.
개체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정견의 얼굴을 보면 요즘 진도견에서 흔히 보는 뾰죽한 주둥이의 개들이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몇 년 지나면서 앞으로 쭉 빠지면서도 뭉툭하고 굵은 주둥이로 바뀌기 시작한다.
새로운 혈통의 유입이 있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 둥글고 굵은 주둥이는 진돗개의 겹개 중에서 상징과 같았던 것이다. 내가 지금 이말을 해도 못 알아들으실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조금 부연하겠다. 1979년도에 제2회 진돗개 대회때 국립영화제작소에서 촬영한 필름을 비디오 테이프로 만든 것이 있다. 여기에 나오는 진돗개의 주둥이는 둥글고 굵고 길다.
이것은 몽골견만의 것도 아니고 바로 진돗개의 독점적인 매력이었을 것으로 보여지는 데, 이유는 앞서 설명한데로 긴 주둥이와 굵고 둥근 주둥이의 유전자 교환에서 만들어진 환상적인 작품이었다고 보여진다. 요즘 주변에 있는 진돗개들을 보면 그런 맛을 가진 개를 별로 볼 수 없다. 만약 있어도 잡종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길고 굵은 주둥이는 본래 진돗개들이 오랜 세월 주인들이 별로 신경 써 주지도 않는데 저희들끼리 열심히 사랑하고 유전자 교환을 해서 만든 명품인 것이다. 일본개의 몽골견 혈통 유입경로는 진돗개를 통해서라고 했고 상식적으로도 그럴 수 밖에 없었으니까 당연한 시인인 것이다. 그러니까 이글을 읽는 분들은 내가 설정한 두 좌표를 아무 의심없이 믿어 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