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기아에게 베스트셀러 자리를 빼앗긴 현대가 신형 아반떼를 투입해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불과 4년 만에 모델 체인지된 신형은 플루이딕 스컬프처 디자인을 발전시킨 역동적인 외형에 최신 1.6L 직분사 가솔린 엔진으로 성능과 연비를 잡았다. 승차감과 정숙성은 합격점이지만 불안정한 서스펜션과 어색한 핸들 감각은 감점 요인이다.
드라마틱한 라인의 센터페시아는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액티브 헤드레스트를 갖추어 후방추돌 때 승객을 보호한다
휠베이스가 늘어난 만큼 뒷좌석 레그룸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연료를 절약할 수 있는 액티브 에코 버튼을 갖추었다
천장의 독서등과 선글라스 홀더
화려하고 시인성 높은 인스트루먼트 패널
아반떼의 모습은 작은 쏘나타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현재는 1.6L 한가지 엔진만 고를 수 있다
바닥이 높긴 하지만 깊지 않고 넓어서 쓰기 편한 트렁크
1.6L 직분사 엔진은 140마력의 최고출력과 17.0kgm의 최대토크에 16.5L/km의 연비가 조화를 이룬다
아반떼? 20대의 팔팔한 외모로 돌아섰는데 하체는 여전히 50대 무드로 흘렀다
아반떼와 스마트폰을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전화, MP3 연동은 기본. 스마트폰의 흔들기(음악스킵)기능, 전파수신율, 배터리양 등 세밀한 정보를 공유한다
지금은 평행주차 중! 운전자는 느긋한 마음으로 기어 변속과 브레이크만 조작해 주세요~
윈드 크래프트를 컨셉트로한 곤충룩이라고? 그럼 이건 바람에 날리는 더듬이쯤 되려나?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수는 과연 누구일까? 성적과 팬 충성도에 따라 논란은 있겠지만 선동렬 선수를 최고로 꼽는 데 주저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는 단조로운 구종에도 불구하고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구 수준의 슬라이더와 강속구로 프로야구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소방수로 전업했던 말년에도 활약이 대단했다. 1점 차에 주자 2, 3루 상황이라고 해도 선동렬이 불펜에서 몸을 풀면 상대팀이 짐을 싼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지금 현대자동차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선동렬급의 최정상 소방수. 아반떼에 거는 기대가 바로 그런 것이다.
현대 디자인의 새로운 진화 한국 자동차시장의 반을 점유하고 있는 현대는 기아와 합칠 경우 거의 2/3에 이르는 독과점을 형성한다. 쏘나타가 무려 11년간 한국시장 베스트셀러 자리를 독점해왔고 아반떼, 그랜저, 싼타페 등 잘 팔리는 모델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리 좋아보이지만은 않다.
역전 쐐기타를 날린 선수는 한 지붕 아래 기아에서 나왔다. 스타일을 새롭게 다듬은 기아차들이 서서히 인기를 끌더니 급기야 K5가 대박을 터뜨린 것. 부동의 1위였던 쏘나타를 밀어내고 6월과 7월 내수판매 1위에 올랐다. 물론 K5의 멋진 디자인과 상품성 개선도 큰 영향을 미쳤지만 신형 쏘나타에 대한 고객들의 실망감이 대체 모델로 쏟아져 들어갔다고도 볼 수 있다. 르노삼성 SM5의 판매가 거의 변화 없는 가운데 쏘나타/K5가 시소놀이를 하고 있는 형국이 재미있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현대로서는 당장 내밀 카드가 마땅치 않다. 쏘나타가 워낙 센 카드인 데다 신모델이기 때문. 더구나 SM3이 안정적인 판매량으로 아반떼까지도 위협하는 상황이다보니 2006년 선보인 현행 모델을 불과 4년 만에 풀 모델 체인지하는 해법을 선택해야만 했다.
신형 아반떼 디자인을 사진으로 보았을 때 느낀 첫인상은 ‘작은 쏘나타’였다. 쏘나타를 통해 선보이기 시작한 현대의 디자인 언어 플루이딕 스컬프처는 무서운 인상과 지나친 캐릭터라인 사용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투싼 iX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신형 아반떼는 쏘나타와 비슷한 이미지임에도 불구하고 보다 정돈된 느낌을 준다. 물론 쿠페를 연상시키는 루프라인과 흐르는 듯한 램프 디자인 등 플루이딕 스컬프처 특유의 역동성은 여전하다.
낮은 전고와 쿠페 스타일의 루프 디자인은 필연적으로 헤드룸 감소를 가져온다. 신형 아반떼 역시 뒷좌석에 앉으면 정수리가 천장과 닿는다. 하지만 이것은 최근 세단 디자인의 거역할 수 없는 유행이기 때문에 현대로서도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전체적인 공간은 준중형차로서는 충분히 여유롭고 디자인도 고급스럽다. 스티어링 휠과 센터페시아에서는 중간이 잘록한 콜라병 라인이 눈길을 끈다. 특히 센터페시아 디자인은 호불호가 크게 갈릴 만한 부분. 잘록한 부분 덕분에 무릎공간은 늘어났지만 스위치 배치와 디자인이 너무 조밀해져 버렸다.
또 센터페시아 양쪽에 달린 에어벤트(공기 토출구)가 너무 아래 달려 있는 데다 바람 세기나 조절이 자유롭지 못해 불편하다. 그래도 부품간의 피팅감이나 소재의 질감은 동급차 중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고 수납공간을 여기저기 마련해 활용성이 좋다. 적당한 착좌감을 가진 시트는 액티브 헤드레스트를 갖추어 후방 추돌 때 목뼈 부상을 예방하고, 뒷좌석은 헤드룸이 빡빡한 대신 휠베이스가 늘어난 만큼 레그룸이 여유롭다. 클러스터 이오나이저와 뒷좌석 열선, 하이패스, 자동주차장치 등 다양한 고급장비도 준비하고 있다.
고급스러운 실내, 불안정한 달리기 수퍼비전 클러스터라 부르는 계기판은 대형 속도계와 타코미터, 고화질 LED로 구성되어 화려하며 시인성이 좋다. 그런데 미터를 둘러싼 크롬링이 어쩐지 찌그러져 보인다면 지나친 태클일까? 중앙 위쪽에 새로 추가된 순간연비 미터는 연료절약에 신경 쓰는 오너에게 반가운 장비. 오토케어 시스템은 복잡한 소모품의 관리주기를 알려주어 차의 상태를 최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한 스티어링 칼럼 왼쪽에 달린 액티브 에코 버튼을 누르면 자동변속기의 변속 타이밍 등을 조절해 연료소모를 최소한으로 줄여준다.
엔진은 직렬 4기통 1.6L 직분사 감마 유닛. CO2 배출규제의 바람은 어느덧 준중형차에까지 직분사 기술 도입을 불러왔다. 140마력의 최고출력에 최대토크는 17kg·m. 최신 엔진 대부분이 그렇듯 토크밴드가 넓은 회전수에 걸쳐 있어 일발 토크감은 없지만 레드라인 직전까지 꾸준한 힘이 느껴진다. 무려 16km/L를 넘어서는 공인연비는 실제 주행에서 경험하기가 쉽지 않다. 일상적인 출퇴근용 조건에서는 10km/L 전후를 기록했다.
엔진-변속기의 매칭은 상당한 수준으로 반응이 빠르다. 불필요한 움직임이 거의 없고 오르막 등에서 보이는 슬립현상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 6단인 데다 수동 모드까지 달려 있어 MT와 AT의 연비차이가 크지 않을 듯. 디자인과 실내 감성품질, 구동계와 비교해 핸들링과 운동성능은 평균치를 밑도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현대차의 서스펜션 세팅은 기본적으로 부드러움에 치중해왔다. 이것은 안락함을 추구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요구 때문. 분명 나긋한 승차감과 정숙성은 중형차 수준이라고 해도 좋을 수준이다.
하지만 승차감이라는 달콤한 열매에는 주행안정성의 파탄이라는 독이 들어 있다. 구형 아반떼도 마찬가지였는데 신형 역시 해결되지 않았다. 좌우 롤링은 물론 제동 때 급한 노즈 다이브도 꽤나 강한 편. 하중이 앞으로 몰린 FF인 데다 브레이크도 민감한 편이라 특히 내리막 제동 때는 휘청거리기 일쑤다. 내리막에 코너가 이어지는 도로에서는 아반떼의 이런 문제점이 가장 두드러진다. 연비개선을 위해 채택한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의 어색한 감각도 개선되어야 할 부분. 스티어링 방향을 바꿀 때의 멈칫거리는 느낌이나 일정하지 않은 어시스트량 등 민감한 운전자라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아반떼의 이름값을 보여 줄 때 신형 아반떼는 선주문만 2만5,000대가 몰리며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부산모터쇼에서 겉모습만 공개하는 등 시장 기대감을 높이는 전략이 잘 먹혀든 덕분이다. 기아 포르테와 르노삼성 SM3을 제치고 클래스 톱에 여유 있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K5에 빼앗긴 국산차 베스트셀러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는 쉽게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렵다. 선주문량의 효과는 분명하겠지만 꾸준히 판매량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이름값 덕분에 초반 주문량이 많았던 쏘나타가 급격하게 판매하락으로 이어진 전례가 있으니 말이다. 현대차가 뛰어난 품질임에는 틀림없지만 이제 라이벌들 역시 만만치 않다. 실력 있는 구원투수가 위기의 순간에 실력을 발휘하듯 지금이야말로 아반떼가 실력을 발휘해야 할 순간이다.
1 준중형 엄친아의 어설픈 진화 프로젝트명 MD로 알려졌던 새 아반떼가 등장했다. 곡선 위주의 외부 스타일링은 쏘나타보다 안정적이지만 실내는 혼란의 연속이다. 직분사 엔진과 6단 변속기의 성능도 몸으로 느끼기에 제원표의 숫자를 살짝 밑돈다.
현대가 어지간히 압박을 받은 모양이다. 최근에 등장한 기아의 신병기(K7, 스포티지R, K5)들이 차례로 현대의 주력모델을 점령해 버렸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코드명 MD로 알려진 새 아반떼가 당초 예상보다 두어 달 앞당겨 출시되었다. 현대 입장에선 분위기 전환용으로 가장 확실한 카드를 뽑아든 셈이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작은 쏘나타로 불러도 좋을 만하다. 커다란 헥사고날 그릴 좌우로 날카롭게 치켜 뜬 헤드램프가 공격적이다. 일명 ‘곤충룩’이라 불리는 쏘나타에 비해 안정적으로 진화했지만 여전히 호감형의 얼굴은 아니다.
반면 쿠페를 닮은 옆모습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A필러의 시작점을 앞쪽으로 당겨 예전 크라이슬러의 캡포워드 디자인이 떠오르지만 루프를 완만하게 꺾어 놓고 벨트라인을 치켜 올려 훨씬 스포티하다. 연료주입구 근처까지 파고든 테일램프 디자인은 헤드램프와 같은 맥락. 공격적인 디자인에 비해 휠과 배기파이프의 형태가 무난해 아쉽다. 반대로 말하면 오너의 입맛에 따라 이 두 가지만 바꿔줘도 훨씬 더 개성적인 아반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거리에서 드레스업한 아반떼를 많이 만날 수 있을 듯하다.
전체적으로 만족스런 외관과 달리 실내 디자인은 혼란스럽다. 시승차는 수퍼비전 클러스터와 운전석 10웨이 전동시트, 7인치 인텔리전트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편의장비를 담은 최고급형. 내장재의 질감은 구형에 비해 나아졌지만 쓸데없는 선들이 많다. 특히 센터페시아의 디자인은 마치 스타크래프트의 프로토스 종족을 보는 듯 괴기스럽기까지 하다. 반면 조수석 쪽에 마련한 전원 공급장치와 도어의 수납공간은 쓰임새가 있다. 자가진단, 운행정보, 소모품관리 등 자동차를 운행하면서 도움될 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오토케어 기능도 칭찬해주고 싶다. 센터콘솔박스의 윗커버를 앞쪽으로 밀면 장거리여행 때 오른 팔을 편안하게 걸칠 수 있어 좋다.
휠베이스가 50mm 늘었지만 뒷좌석에서 체감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엉덩이를 받히는 부분이 좁게 느껴지고 헤드룸도 넉넉지 않다. 키 170cm의 성인이 시트의 가운데에서 허리를 곧추세우면 머리카락이 천장에 닿을 정도다. 뒷좌석에 몇몇을 번갈아가며 태웠는데 높은 벨트라인 덕에 포근하다는 의견과 답답하다는 의견이 반반. 운전석에서 바라본 후방 시야가 구형에 비해 좋지 않다는 데는 모두 동의했다.
기대가 너무 컸던 파워트레인 최근 유행에 따라 아반떼의 스티어링 휠은 전동식이다. 유압식에 비해 이질감이 컸던 초기 모델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2% 부족한 감성품질이다. 가끔씩 정차해서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 ‘끄르릭’ 하는 소음(모터 돌아가는 소리는 아니었다)까지 내 아쉬웠다.
국산차 처음으로 달린 주차 어시스트 기능(톱 모델의 스마트팩을 골라야 한다)은 센터페시아의 스위치를 누르면 작동시킬 수 있다. 스위치를 누르자 계기판에 주차방식이 표시된다. 한 번 누르면 오른쪽, 두 번 누르면 왼쪽에 주차할 수 있다. 스위치를 누른 상태에서 시속 30km 이하로 달리면 스스로 주차할 곳을 찾고 기어 변속과 브레이크는 운전자 몫이다. 실제로 테스트한 결과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지만 폭스바겐 골프의 주차 어시스트 시스템에 비해 정교함은 떨어졌다.
가속 페달의 감각은 나무랄 데 없다. 구형에 비해 출력이 19마력이나 오른 엔진은 현대의 첫 1.6L 직분사 유닛이다. 여기에 6단 자동변속기를 물려 라이벌 중 가장 뛰어난 16.5km/L의 공인연비를 실현했다. 이전보다 조금 더 높은 회전수에서 들리는 엔진음이 배기량 이상으로 묵직해 마음에 든다.
풀 가속 때 1단은 거의 스킵모드로 흐른다. 2단의 존재감이 뚜렷하지만 3단이 제대로 받쳐주지 못한다. 제원표상의 제로백은 10.2초로 나와 있지만 체감 스피드는 12초 후반대로 느껴진다. 시속 100km의 크루징은 5단 2,900rpm 정도로 해낸다. 길들이기가 끝나지 않은 상태의 시승차로는 시속 170km 이상은 버겁다.
앞 스트럿, 뒤 토션빔 타입의 서스펜션 세팅은 구형과 비슷하다. 혹자는 토션빔이라면 무조건 승차감이 떨어진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타보면 그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오히려 토션빔은 작은 차에서 공간 활용과 원가절감을 고려할 때 상당히 효과적인 방식이다. 문제는 세팅 방법. 외형과 실내 모두 젊은층을 겨냥해 스포티함을 추구했는데 정작 서스펜션은 50대 중년을 타깃으로 한 듯 편안하기만 하다. 급차선 변경에서도 차체의 움직임이 HD와 큰 차이가 없고 30km, 60km, 80km의 슬라럼 테스트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이왕 젊은층을 겨냥했다면 조금 더 타이트하게 죄어도 좋을 듯하다.
298km를 달리는 동안 계기판에 표시된 평균연비는 9.7km/L. 몇 번의 고속도로 주행을 빼곤 줄곧 꽉 막힌 서울 도심을 헤집고 다닌 결과다. 테스트가 끝난 후 기록된 총 주행거리는 2,017km. 길들이기가 끝나면 나아질 테지만 조금 아쉽다.
2 1톤짜리 스마트폰 현대자동차의 개성을 듬뿍 담은 새 아반떼는 최신 스마트폰처럼 똘똘하고 매끈하다. 아반떼라는 아이콘은 애초부터 이런 감각이 필요했다.
그동안 한국 자동차의 대표 격인 현대자동차 라인업들은 너무 무난하거나 반대로 너무 과했다. 그들은 한국차라는 느낌보다 그저 어디선가 만들어진 공업제품이었다. 개성과 감성이 충만한 유럽과 일본 자동차처럼 자신의 색깔을 표현하지 못했다. 이것저것 합친 혼탁한 색깔이 한국차의 개성이라면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주춤하던 현대차가 꺼내든 비장의 카드 신형 아반떼(MD)는 완전히 새로운 색깔이다. ‘이 녀석 괜찮다.’ 국산차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기는 처음이다.
유감없이 보여준 현대차의 현주소 새 아반떼는 디자인부터 매끈하다. 그간 현대차가 실패를 거듭하면서 연습(?)한 곤충 룩의 새로운 결과다. 자칫 해괴한 디자인이 나올 수 있는 디자인 요소를 정확히 끼워 맞춰 얼굴부터 엉덩이까지 세련되게 연결했다. 전 모델(HD)과 나란히 놓으면 두 세대쯤은 진보한 미래적 디자인. 현대가 내세운 새 조형철학(Fluidic Sculpture)이 신선한 이미지를 만들고 구석구석 현대식 패밀리룩을 충분히 담았다.
길이, 너비, 휠베이스가 늘어난 결과 실내공간은 1~2열 모두 충분하고 트렁크도 넉넉하다. 굴곡을 대거 사용한 실내는 과하다 느끼기 직전에서 심플하게 마무리했다. 스티어링, 계기판, 기어 레버와 시트 등 운전에 필요한 도구들이 올바른 위치에 자리해 운전할 때 거부감이 없다. 계기판과 내비게이션에서 나오는 정보는 한글(음성)을 사용해 인지가 쉽고 음성인식을 더해 운전자와 차가 커뮤니케이션한다. 많은 기능이 들어간 센터페시아는 터치스크린(7인치)을 통해 세부기능을 조작하므로 외부버튼들이 간소화됐다. 블루투스로 스마트폰을 연결하면 전화는 물론 스마트폰 속 음악도 오디오가 컨트롤한다. 게다가 스마트폰 배터리 잔량, 전파수신율, 기타 상태를 모니터에 표시해주는 등 1톤짜리 스마트폰을 타고 있는 느낌.
신형 아반떼에는 국산차 최초인 주차 조향 보조 시스템(SPAS)이 더해졌다. 자동 일렬주차를 해주는 SPAS는 좌우 어느 쪽이든 주차공간을 알아서 찾아 들어가고 장애물 판단이 정확해 정교한 움직임을 보인다. 게다가 한번에 일렬주차가 불가능한 좁은 공간에서 앞뒤로 두어 번 움직이며 일렬주차를 완성하는 등 수준급 주차 솜씨를 자랑한다.
1.6L 감마 GDI 엔진은 140마력(17.0kg·m)을 내고 6단 자동변속기와 만나 부족함 없이 달린다. 가속 페달을 밟아도 rpm만 치솟는 기존 1.6L 준중형차에 비하면 가속과 크루징 경계가 명확하다. 앞바퀴가 앞머리와 가까워 핸들링이 유연한 반면 구조적으로 떨어지는 커플드 토션빔(CTBA) 리어 서스펜션이 민첩한 움직임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허나 퍼포먼스라는 측면으로 심각하게 접근하지 않으면 일상주행에서는 무리가 없는 정도이고 고속주행이나 산길에서 예상치 못한 움직임이 나오더라도 자세 제어장치(VDC)가 일찌감치 개입해 거동을 추스른다.
시승차는 최상급인 TOP 버전에 옵션까지 모두 갖춰 약 2,200만원 선. 기존 준중형차 기준으로 본다면 비싼 가격이다. 허나 새 아반떼는 세계 어디에 이 가격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현대차의 현주소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신형 아반떼는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탁월한 능력을 갖추었다.
3 대중차, 이제 새로운 길을 가련다 현대에게 한줄기 빛이 되어줄 아반떼는 철갑 두르기까진 아니어도 전투에 필요한 필수장비는 모두 갖춘 듯싶다. 허나 뚜껑은 열어보고 음식은 먹어봐야 맛을 알듯, 무너진 현대의 자존심 회복에 신형 아반떼가 얼마만큼 부응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듯.
언덕길에서 필히 에어컨 OFF의 센스를 발휘해야 하는 나의 구형 아반떼 대신 뉴 아반떼(MD)와의 3일은 너무도 반가운 제안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남보다 먼저 새로운 차를 탄다는 것, 그것도 현대의 광고처럼 ‘세상에 없던 아반떼’(당시는 일반인에게 인도된 차가 한 대도 없었음)를 탄다는 것은 나름 행운이라면 행운. 키를 받아들고 주차장 구석에서 번쩍이고 있는 아반떼로 달려갔다. 갓 구운 빵처럼 뽀송뽀송한 아반떼의 때깔은 ‘클린 블루’. 아마도 세라믹 화이트와 함께 가장 잘 팔리는 색상이 될 듯싶다.
인상파로 돌아온 완전무장 엄친아 가까이서 본 아반떼의 첫인상은 강하고 공격적이다. 기존의 무난하고 대중적인 이미지의 ‘아반떼스러움’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 매끄럽게 앞뒤로 쭉 뻗은 헤드램프와 다크 크롬을 두른 라디에이터 그릴은 마치 누군가에게 흐뭇한 미소를 날리는 것 같다. 이 디자인이 일부에서 말하는 ‘곤충룩’인지 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얼굴만으로도 시선 끄는 데는 부족함이 없을 듯. 쿠페 스타일의 옆모습 역시 날렵하고 역동적이다. 아반떼 디자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으로 기존 모델보다 길이는 25mm 늘고 높이는 45mm가 낮아졌다(튜닝하면 스타일 꽤나 나올 듯). 힘껏 업(up)된 엉덩이까지 확인하고 나니 역시 낯설지 않은 이 익숙함. 누군가는 ‘쏘나타 주니어’라 표현하던데 개인적 소견으로는 싱크로율 50% 정도에 선을 긋겠다. 실제로 시승 내내 쏘나타로 착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아반떼 내부 역시 공들인 티가 난다. 동승자인 한 친구는 외관에서는 별 감흥이 없더니 실내 디자인에서는 ‘멋있다’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윈드 크래프트’ 컨셉트가 마음을 움직인 것인가……. 특히 눈 꼬리가 치켜 올라간 계기판은 사뭇 올빼미 눈을 닮아, 불이라도 켜지면 영락없다. 준중형같지 않은 넓은 실내에는 센터페시아 하단 포켓, 프런트 및 리어 도어 포켓, 시트백 포켓, 대용량 콘솔 트레이(넷북 수납 가능) 등 수납공간이 곳곳에 숨어 있어 실용적이다. 7인치 대형 컬러 LCD창을 단 ‘인텔리전트 DMB 내비게이션’은 화면 설정을 2D와 3D 중 선택할 수 있고, 화면 분할도 가능하다. 깊숙이 매립되지 않아 시인성도 좋고 버튼 조작도 편리한데, 단 맵의 정교함이 떨어져 음성안내가 없다면 초행길에서 당황하기 십상이다. 업데이트상의 문제인지는 몰라도 실제 인천 어디쯤에서 길을 잃었다가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해 한참을 헤맸다.
감마 1.6 GDI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한 아반떼의 달리기는 딱히 흠잡을 데가 없다. 승차감은 생긴 것 같지 않게 소프트, 다만 고르지 못한 과속방지턱이나 노면이 패인 길을 지날 때는 다소 격한(?) 반응에 깜짝 놀랐다. 국산차 최초라는 ‘주차 조향 보조 시스템’은 운전이 능숙한 이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시속 30km 이하로 달리며 주차할 곳을 찾아야 하고 그것도 평행주차만 가능, 성질 급한 이들에게는 ‘차라리 내가 하고 말지’다. 그래도 주차 성능으로만 본다면 아반떼를 첫차로 구입하거나 주차가 쥐약인 여성운전자에게는 추천할 만하다. 3일 동안 확인한 평균 연비(시내주행)는 10km/L를 넘지 못했다.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등을 넘나들 때는 12~13km 정도에 그쳤다.
아반떼 HD를 시승하는 동안 여러 동승자가 있었다. 차에 전혀 관심 없는 여동생부터 무척 매니아틱한 동네 아저씨까지. 디자인적인 면에는 대부분 후한 점수를 주었지만, “이렇게 개성이 강해서 예전만큼 팔리겠는냐”는 의견도 있었다. 우연히 만난 중년 남자는 “며느리한테 사주고 싶다”며 무척이나 호의적이다. 반면 한 선배 기자는 시승 후 계약을 취소해버렸다. 분명 아반떼는 과감한 디자인과 이전에 없던 스펙으로 실전 준비를 완벽히 마쳤다. 그럼에도 이토록 호불호가 분명한 것은 아마도 ‘대중차’라는 타이틀과 기대감 때문이 아닐까. 폭발적인 선주문을 받았다는 아반떼. 자존심 구겨진 YF 쏘나타의 전적을 따르게 될 것인지 아니면 ‘역시 아반떼’로 가문의 자존심을 회복시킬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