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연 cmy98@hanmail.net
안동대학교에서 역사전공
전) 독립기념관 이사
현재 사)경북문화유산보존회 사무국장
<수상 소감>
돌이켜보니 내 삶은 게으른 천성과는 무관하게 뜀박질의 연속이 였습니다.
어느날 멈춰 서게 된 지점에서 사진을 만났습니다. 사진찍기는 내가 예상하지 못한 수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파트 화단의 꽃과 산책길의 나무 심지어 골목길의 연탄재, 버려진 운동화가 이야기를 걸어 오는 순간들을 만나게 됩니다. 낡거나, 작고,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에서 빛의 반짝임과 생성과 소멸을 보는 것은 실로 경이롭습니다. ‘알프레드 스티글리츠’가 말한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불가사의한 힘의 존재를 경험하게 되는 순간입니 다.
어떻게 찍을 것인가? 무엇을 찍을 것인가?의 고민은 짧았습니다. 그냥 찍었습니다. 바쁜 가운데, 많이 찍고 싶다는 욕망에, 일상의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습관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갖게 된 저의 첫 사진 전시는 시골 마을의 스피커가 소재였습니다. 무심한 듯 서 있는 무채색의 전봇대, 그 위에 커다란 입을 벌리고 매달려 있는 낡은 스피커, 무질서하게 헝크러져 있는 전기줄, 전봇대를 감고 있는 넝쿨 식물의 산만함 속에서 와글 와글 이야기를 쏟아내던 옛 마을의 공동체 삶을 생각했습니다.
과거에는 사람들로 북적였을 그러나 지금은 잊혀지고 있는 것에 대한 그리움을 사진에 담고자 하였습니다. 선과 선이 만나고, 소리와 소리가 만나 관계를 이루어 가고, 소통하는 마을의 이야기에 색과 빛을 입히고 싶었던 것입니다. 아직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나의 사진찍기는 앞으로도 지극히 일상적이고 소소한 것에 머물 것을 압니다. 그 행보를 이야기로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런 기회를 열어주신 에세이스트에 감사드립니다.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던 내 마음에 사랑과 희망의 싹이 움트기 시작 했습니다. 제 삶의 궤적에서 만나는 모두가 스승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특히 그대.
<당선작>
시 래 기 덕 장
덕장을 국어사전 검색해 봤습니다.
[물고기 따위를 말리려고 덕을 매어 놓은 곳. 또는 그렇게 맨 덕]
덕을 검색해 봤습니다.
따위를 검색해 봤습니다.
을씨년스런 마음이면 꽃 보러 가야지 시래기는 왜?
댕강 잘려 주르륵 꿰어진 시래기에 떨어지는 햇살이 눈물겨웠습니다.
찬바람 눈비 맞으며 겨울 벌판에
첩첩이 늘어서 얼었다가 녹았다가 또 얼었다가 녹았다가
또 또 얼었다가 녹았다가
누렇게 말라가는 그런 당신도 누군가에게는 따뜻함이겠지요?
배부름이겠지요?
그렇겠지요?
누가
나에게
한 줌의 시래기를 준다면…
*참고 :사진에 대한 글입니다. 사진은 책에 실렸습니다.
첫댓글 최미연작가님
청룡을 타고 비상하는 2024에 신인상에 당선되어 수필가로 등단하심을 축하드립니다.
세상이 쳇GPT를 말하지만, 그것의 결과물을 판단하는 것은 인간임으로,
글쓰기는 끝까지 희망을 줍니다.
수필가로 출발을 하게 됨을 축하드립니다.
안동세미나때 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