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는 인간을 혐오하지 않았다
나치가 자유주의적 인본주의, 인권, 공산주의와 싸운 것은
그들이 오히려 인간을 찬양하며 인류의 위대한 잠재력을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다윈의 진화론에 따라 자연 선택이 작동하게 내버려두어서
능력 없는 자들을 도태시키고 가장 우수한 자들만 생존하고 번식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주의와 공산주의는 약자를 원조함으로써 적응하지 못한 개인의 생존을 허용할 뿐 아니라
번식할 기회를 주어 자연선택을 약화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면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인간은 적응하지 못한 퇴화자들의 바다에서 필연적으로 익사할 것이며,
세대를 거듭할수록 인류의 적응력은 점점 떨어져 멸종에 이를지도 모른다고 그들은 주장했다.
1942년 독일 생물학 교과서의 '자연과 인간의 법칙' 장에서는
모든 존재는 무자비한 생존 투쟁을 결코 벗어날 수 없으며, 이것이 자연의 최고 법칙이라고 설명했다.
교과서는 식물이 어떻게 땅을 두고 싸우고
딱정벌레가 짝을 찾기 위해 어떤 투쟁을 하는지 설명한 다음 이런 결론을 내린다.
"생존을 위한 투쟁은 힘들고 가차 없지만, 그것은 생명을 유지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이 투쟁은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을 모두 제거하고 생존능력이 있는 것을 선택한다{....}
이 자연법칙은 논의의 여지 없이 명백하다 살아 있는 존재가 지신의 생존을 통해 이 법칙을 보여준다.
이 법칙은 용서가 없다. 여기 대항하는 자들은 싹쓸이를 당할 것이다.
생물학은 우리에게 동식물에 대해 알려줄 뿐 아니라 우리가 살면서 다라야 할 법칙도 보여준다.
이 법칙에 따라 살고 투쟁해야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굳건하게 만들어 준다.
섦의 의미는 투쟁이다. 이 법칙을 어기는 죄를 짓는 자에게는 화가 있을진저!"
그다음에는 히틀러의 《나의 투쟁》에서 인용된 문구가 나온다.
"자연의 강철 논리와 싸우려는 사람은 자신에게 인간으로서 생명을 부여한 바로 그 원리와 싸우는 것이다.
자연과 싸우는 것은 스스로를 파괴하는 행위다."
▲ 1933년의 나치 만화, 히틀러가 초인을 창조하는 조각가로 묘사되었다
안경을 쓴 자유주의적 지식인은 초인을 창조하는 데 필요한 폭력에 질겁하고 있다.
(인체를 에로틱하게 미화한 것에도 주목하라).
세 번째 밀레니엄의 여명기인 지금, 진화적 인본주의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히틀러와의 전쟁이 끝난 후 60년간, 인본주의를 진화와 연관시키는 것은 금기였다.
생물학적 방법에 의해 호모 사피엔스의 '업그레이드'를 옹호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프러젝트가 다시 유행하고 있다.
하급 인종이나 열등한 집다을 멸절시키자고 말하는 사람은 없지만,
많은 사람이 인간 생물학에 대한 우리의 해박한 지식을 이용해
초인간을 만드는 문제를 심사숙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유쥬의적 인본주의 신조와 생명과학의 최근 발견 사이에 엄청난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이 간극을 그다지 오래 무시하고 있을 순 없을 것이다.
우리의 자유주의적 정치.사법제도는 모든 개인이 신성하 내적 본성을 지니고 있으며,
더 나누거나 바꿀 수 없는 이 본성이 세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모든 윤리적 .정치적 권위의 근원이 된다는 믿음에 기반하고 있다.
이것은 모든 개인의 내면에 지유롭고 영운한 영혼이 거한다는 전통 기독교 신앙의 환생이다.
하지만 지난 2백 년에 걸쳐 생명과학은 이런 믿음을 철저히 약화시켰다.
인간이라는 유기체의 내적 작동방식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거기서 아무런 영혼도 발견하지 못했다.
인간의 행동은 자유의지가 아니라
호르몬, 유전자, 시냅스에 의해 결정된다는 주장을 펴는 과학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침팬지, 늑대, 개미의 행동을 결정하는 바로 그 힘 말이다.
우리의 사법 정치쳬계는 그런 불편한 발견을 대체로 카펫 밑에 쓸어 넣어 숨겨두려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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