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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한천서원 화전놀이에서 전시, 낭송했던 화전가입니다.
내용이 궁금하신분을 위하여 전문을 올립니다.
덴동어미 화전가
2022 용학도서관
<내방가사즐기기> 동아리
권숙희 편집
가세가세 화전가세 꽃지기전 화전가세
이때가 어느땐가 때마침 삼월이라
동군이 포덕택하니 춘화일난 때가맞고
화신풍이 화공되어 만화방창 단청되네
이런때를 잃지말고 화전놀음 하여보세
불출문외 하다가서 소풍도 하려니와
우리비록 여자라도 흥체있게 놀아보세
어떤부인 마음커서 가루한말 퍼내놓고
어떤부인 마음적어 가루반되 떠내주고
그렁저렁 주어모으니 가루가닷말 가옷일래
어떤부인 참기름내고 어떤부인 들기름내고
어떤부인 많이내고 어떤부인 적게내니
그렁저렁 주어모으니 기름반동이 실하구나
놋소래가 두세채라 짐꾼없어 어이할고
상단아널랑 기름여라 삼월이불러 가루여라
취단일랑 가루이고 향단이는 놋소래여라
열여섯열일곱 젊은색시 갖은단장 옳게한다.
청실홍실 감아들고 눈썹을 지워내니
세붓으로 그린듯이 아미팔자 어여쁘다
양색단 겹저고리 길상사 고장바지
잔줄누이 겹허리띠 맵시있게 잘끈매고
광월사치마에 분홍댕기 툭툭털어 들쳐입고
머리고개 곱게빗어 잣기름발라 손질하고
공단댕기 갑사댕기 수부귀다남자 딱딱박아
청준주홍준주 곱게붙여 착착접어 곱게매고
금죽절은죽절 좋은비녀 뒷머리에 살짝꽂고
은장도금장도 갖은장도 속고름에 단디차고
은조롱금조롱 갖은패물 겉고름에 빗겨차고
일광단월광단 머리보는 섬섬옥수 감아들고
삼승버선 수당혜를 날출자로 신었구나
반만웃고 썩나서니 일행중에 제일일세
광한전선녀 강림했나 월궁항아 하강했나
있는부인은 그렇거니와 없는부인은 그대로하지
양대포 겹저고리 수품있게 지어입고
칠승포에 갈마물들여 일곱폭치마 떨쳐입고
칠승포 삼베허리띠를 제모만있게 둘러띠고
굵은무명 겹버선을 쑬쑬하게 빨아신고
돈반짜리 짚세기라 그도또한 탈속하다.
열일곱살 청춘과녀 나도같이 놀러가지
나도인물 좋건마는 단장할맘 전혀없어
때나없이 세수하고 거친머리 대강만져
놋비녀를 슬쩍꽂아 눈썹지워 무엇하리
광당목 반물치마 끝동없는 흰저고리
흰고름을 달아입고 전에입던 고장바지
대강대강 수습하니 어련무던 관기차네
건넛집의 덴동어미 엿한고리 이고가서
가지가지 가고말고 낸들어찌 안가릿가
늙은부녀 젊은부녀 늙은과부 젊은과부
앞서거니 뒤서거니 일자행차 장관이라
순흥이라 비봉산은 이름좋고 놀기좋아
골골마다 꽃빛이요 등등마다 꽃이로세
호랑나비 범나비야 우리와같이 화전하나
두나래를 툭툭치며 꽃송이마다 종구하네
사람간곳 나비가고 나비간곳 사람가니
이리가나 저리가나 간곳마다 동행하네
꽃아꽃아 두견화꽃아 네가진실로 참꽃이다
산으로일러 두견산은 귀촉도귀촉도 관중이요
새로일러 두견새는 불여귀불여귀 산중이요
꽃으로일러 두견화는 울긋불긋 만산이라
곱도곱다 참꽃이요 사랑하다 참꽃이요
탕탕하다 참꽃이요 색색하다 참꽃이라
치마앞에도 따모으며 바구니에도 따모으니
한줌따고 두줌따니 바구니가득 봄빛이라
그중쌍송이 뚝뚝꺾어 양쪽손에 갈라쥐고
잡아뜯을맘 전혀없어 향기롭고 이상하다.
손에답삭 쥐어보고 몸에툭툭 털어보고
낯에살짝 문대보고 입에함박 물어보고
저기저새댁 이리오게 고와고와 꽃도고와
오리불실 고운빛은 자네얼굴 비슷하이
방실방실 웃는모양 자네모양 방불하이
앵고부장 속수염은 자네눈썹 똑같으네
아무래도 딸맘없어 뒷머리살짝 꽂아놓니
앞을보니 화용이요 뒤로보니 꽃이로다
상단이는 꽃데치고 삼월이는 가루풀고
취단이는 불넣어라 향단이가 떡굽는다
청계반석 너른곳에 노소갈라 좌차리고
꽃떡을일변 드리나마 노인먼저 드리어라
엿과떡과 함께먹으니 향기감미 더욱좋다.
함포고복 실컷먹고 서로보고 하는말이
일년일차 화전놀음 여자놀음 제일일세
노고지리 쉰길떠서 빌빌밸밸 피리불고
오고가는 벅궁새는 벅궁벅궁 벅구치고
봄빛자는 꾀꼬리는 좋은노래로 벗부르고
호랑나비 범나비는 머리위에 춤을추고
말잘하는 앵무새는 잘도논다 치하하고
천년화표 학두루미 요지연인가 의심하네
어떤부인은 글용해서 내칙편을 외워내고
어떤부인은 흥이나서 칠월편을 노래하고
어떤부인은 목성좋아 화전가를 잘도보네
그중에도 덴동어미 멋나게도 잘도놀아
춤도추며 노래하네 웃음소리 낭자한데
그중에도 청춘과녀 눈물콧물 귀쥐하다
한부인이 이른말이 좋은풍경 좋은놀음에
무슨근심 대단해서 눈물한숨 웬일이오
수건으로 눈물닦고 내사정을 들어보소
열네살에 시집올때 청실홍실 늘인인정
원불상리 맹세하고 백년이나 사쟀더니
겨우삼년 동거하고 영결종천 이별하니
임은겨우 십육이오 나는겨우 십칠이라
선풍도골 우리낭군 어느때나 다시볼고
방정맞고 가련하지 애고애고 답답하다
십육세요사 임뿐이요 십칠세과부 나뿐이지
삼사년을 지냈으나 마음에는 안죽었네
이웃사람 지나가도 서방님이 오시는가
새소리만 귀에 오면 서방님이 말하는가
그얼굴이 눈에삼삼 그말소리 귀에쟁쟁
탐탐하면 우리낭군 자나깨나 잊을손가
잠이나 자주오면 꿈에나 만나지만
잠이와야 꿈을꾸지 꿈을꿔야 임을보지
간밤에야 꿈을꾸니 정든님을 잠깐만나
만담정담 하쟀더니 일장설화 채못하여
꾀꼬리소리 깨달으니 임은정녕 간곳없고
촛불만경경 불멸하니 아까울던 저놈새가
자네는듣고 좋다하되 날과백년 원수로세
어디가서 못울어서 하필내잠 깨우는고
정정한맘 둘데없어 이리저리 재던차에
화전놀음 좋다하기 심회조금 풀까하고
자네따라 참여하니 촉처감창 뿐이로세
보는족족 눈물이요 듣는족족 한숨일세
천하만물 짝있건만 나는어찌 짝이없나.
새소리도 회심하고 꽃핀걸봐도 비창한데
애고답답 내팔자야 어찌해야 좋을거나
가자하니 말아니요 아니가고 어찌할꼬
덴동어미 듣다가서 썩나서며 하는말이
가지마오 가지마오 제발적선 가지말게
팔자한탄 없을까만 가단말이 웬말이오
잘만나도 내팔자요 못만나도 내팔자지
백년해로도 내팔자요 십칠세청상도 내팔자요
팔자가 좋을라면 십칠세에 청상될까
신명도망 못할지라 이내말을 들어보소
나도본래 순흥읍내 임이방의 딸일러니
우리부모 사랑하사 어리장고리장 키우다가
열여섯에 시집가니 예천읍내 그중큰집
치행차려 들어가니 장이방의 집일러라
서방님을 잠깐보니 준수비범 풍후하고
구고님께 현알하니 사랑한맘 거룩하되
그이듬해 처가오니 때마침 단오더라
삼백장 높은가지 추천을 뛰다가서
추천줄이 떨어지며 공중에다 매박으니
그만에 박살이라 이런일이 또있는가.
신정이 미흡한데 십칠세에 과부됐네
호천통곡 슬피운들 죽은낭군 살아올까.
한숨모아 대풍되고 눈물모아 강수된다.
주야없이 하슬피우니 보는이마다 눈물내네
시부모님 하신말씀 친정가서 잘있거라
나는아니 가려해도 달래면서 타이르니
할수없어 허락하고 친정이라 돌아오니
삼백장 높은남기 나를보고 느끼는듯
떨어진곳 임의넋이 나를보고 우는듯해
너무답답 못살겠네 밤낮으로 통곡하니
양곳부모 의논하고 상주읍내 중매하니
이상찰의 며느로 이승발후취 들어가니
가세도 웅장하고 시부모님도 인자하고
낭군님도 출중하고 인심도 거룩하되
매양앉아 하는말이 포가많아 걱정터니
해로삼년 못다가서 성쌓던조등내 도임하고
엄형중에 수금하고 수만냥이포를 추어내니
남전북답 좋은전지 추풍낙엽 떠나가고
안팎줄행랑 큰기와집도 하루아침에 남의집되고
압다지붕 맞은켠뒤주며 큰황소적대마 서산나귀
대양푼소양푼 세수대야 큰솥작은솥 단밤가마
놋주걱술국이 놋쟁반에 옥식기놋주발 실굽다리
개사다리 옷걸이며 대병풍소병풍 산수병풍
자개함농 반닫이에 무쇠두멍 아르쇠받쳐
쌍용그린 빗접고비 걸쇠동경 놋동경에
백통재판 청동화로 요강타구 재떨이까지
용두머리 장목비를 아울러훨쩍 다팔아도
수천냥돈 모자라서 일가친척에 일족하니
삼백냥이백냥 일백냥에 그중적게 쉰냥이라
어느친척 좋다하며 어느일가 좋다하리
사오만냥 출판하여 공채필납 하고나니
시아버님 장독나서 일곱달만 상사나고
시어머님 화병나서 초종후에 또상사나니
근이십명 남녀노비 시실새실 다나가고
시동생형제 외입가고 다만우리 내외있어
남의건너방 빌어있어 세간살이 하자하니
콩이나 팥이나 양식이 있나
질노구 바가지 그릇이 있나.
누가날보고 돈줄손가 하는두수 다시없네
하루이틀 굶고보니 생목숨죽기 어려워라
이집에가 밥을빌고 저집에가 장을빌어
추위더위 피할집없이 그리저리 지내가니
일가친척 나을까하고 한번두번 세번가니
두번째는 눈치다르고 세번째는 말을하네
우리덕에 살던사람 그친구를 찾아가니
여러번도 안왔건만 안면박대 바로하네
무슨신세 많이져서 그저께오고 또오는가.
서방님은 울적하여 이녁서럼 못이겨서
그방안에 궁글면서 가슴치며 통곡하네
서방님아서방님아 울지말고 우리둘이 가다보세
이게다없는 탓이로다. 어디로가든 벌어보세
전전걸식 가노라니 경주읍내 당도하여
주인불러 찾아드니 손군노의 집이로다
둘러보니 큰여각에 남래북거 분주하다
부엌으로 들이 달아 설거지를 걸신하니
남은밥을 많이준다. 양주앉아 실컷먹고
아궁에나 자려하니 주인마누라 후하기로
아궁에어찌 자려는가 방에들와 자고가게
중노미불러 당부하되 아까그사람 불러들여
봉놋방재우라 당부하네 재삼절하고 치사하니
주인마누라 긍측하여 곁에앉히고 하는말이
그대양주를 암만봐도 걸식할사람 아니로세
본디어느곳 살았으며 어찌하여 저리됐나?
우리내외 본디는 청주읍내 살다가서
신명팔자 괴이하고 가화가 공참하여
다만두몸이 살아나서 이리게걸 하나이다
사람을보아도 순직하니 안팎담살이 있어주면
밧사람은 백오십냥 주고 자네사전은 백냥줌세
내외사전 합해보면 이백쉰냥 아니되나
신명은조금 고되나마 의식이야 걱정인가.
내맘대로 어찌하리 서방님을 불러내어
서방님사매 부여잡고 정다이일러 하는말이
주인마누라 하는말이 안팎담살이 있고보면
이백오십냥 주려하니 허락하고 있사이다
나는부엌 에미되고 서방님은 중노미되어
다섯해만 작정면 한만금을 못벌을까
만냥돈만 벌었으면 그런대로 고향가서
예전만치는 못살아도 남의천대 안받으리
서방님은 허락하고 지성으로 버사이다
서방님이 내말듣고 둘의낯을 한데대고
눈물뿌려 하는말이 이사람아 내말듣게
임상찰의 따님이요 이상찰의 아들로서
돈도돈도 좋지마는 내사내사 못하겠네
그런대로 다니면서 빌어먹다 죽고말지
암만신세 곤궁하나 군노놈의 사환되어
한수까딱 잘못하면 무지한욕 어찌볼고
내심사도 할말없고 자네심사 어떠할고
나도울며 하는말이 어찌생전에 빌어먹소
사나운개 무서워라 뉘가밥을 좋아주나.
밥은빌어 먹으나마 옷은뉘게 빌어입소
서방님아 그말말고 이전일도 생각하게
궁팔십 강태공도 광장삼천조 하다가서
주문왕을 만난후에 달팔십 하여있고
표모기식 한신이도 도중소년 욕보다가
한고조를 만난후에 한중대장 되었으니
우리내외 이리해서 돈벌어서 고향가면
이방호장을 못하리오. 부러울게 무엇이오
우리서방님 하신말씀 나는하자면 하지마는
자네는 여인이라 내마침 모르겠네
나는조금도 염려말고 그리작정 하사이다.
주인불러 하는말이 우리사환 할것이니
이백냥은 우선주고 쉰냥일랑 갈때주오
주인웃으며 하는말이 심부름만 잘하고보면
칠월벌이 잘된후에 쉰냥돈을 더주오리
행주치마 털트리고 부엌으로 들이달아
사발대접 종지접시 몇죽몇개 헤아려서
날마다 정리하며 솜씨있게 잘도한다.
우리서방님 거동보소. 돈이백냥 받아놓고
일수월수 놀이하니 내손으로 기록하여
주머니에 간수하고 수건으로 머리동이고
마죽쑤기 소죽쑤기 마당쓸기 봉당쓸기
상들이기 상내기와 오며가며 치워댄다
평생에도 안하던일 눈치보아 잘도하네
삼년일을 하고보니 만여금돈 되었구나
우리내외 마음좋아 다섯해를 갈것없이
돈추심을 알뜰히해 내년에는 돌아가세
병술년괴질 닥쳤구나. 남녀식솔 삼십여명
함박모두 병이들어 사흘만에 깨나보니
삼십명식솔 다죽고서 살아난이 몇없다네
이세상 천지간에 이런일이 또있는가.
서방님시체 틀어잡고 기절하여 엎드러져
아주죽을줄 알았더니 겨우정신을 차리었네
애고애고 어쩔거나 가엾고 불쌍하다
서방님아 서방님아 아주벌떡 일어나게
천유여리 타관객지 다만내외 왔다가서
나만하나 이곳두고 죽단말이 웬말인가
죽어도 같이죽고 살아도 같이살지
이내말만 명심하고 삼사년근사 헛일일세
귀한몸이 천인되어 만여금을 벌었더니
일수월수 장변책에 돈쓴사람 다죽었네
죽은낭군 돈달라나 죽은자가 돈을주나.
돈낼놈도 없거니와 돈받은들 무엇할꼬
돈은같이 벌었으나 서방없이 쓸데없네
애고애고 서방님아 살뜰이도 불쌍하다
이럴줄을 짐작하면 천한일을 아니하지
오년작정 하올적에 잘살자고 한일이지
울면서 마다할때 무슨대수로 세웠던고
군노놈의 무지욕설 꿀과같이 달게듣고
물과불을 가리잖고 일호라도 안어겼네
일정지심 먹은마음 한번살아 보쟀더니
조물이 시기하여 귀신도 야속하다.
전생에 무슨죄로 이생에 이러한가
금도돈도 내사싫어 서방님만 일어나게
호천통곡 길게한들 죽은낭군 살아오랴
아무래도 할수없어 그렁저렁 장사하고
죽으려고 애를써도 성한목숨 못죽을래
억지로 못죽고서 또다시 빌어먹네
이집가고 저집가나 임자없는 사람이라
울산읍내 황도령이 날더러 하는말이
여보시오 저마누라 어찌저리 설워하오
내신세하도 곤궁키로 이내마음 비창하오
아무리 곤궁한들 날과같이 곤궁할까.
우리집이 자손귀해 오대독신 우리부친
오십넘게 자식없어 일생한탄 무궁타가
쉰다섯에 날낳았네. 육대독자 나하나라
장중보옥 얻음같이 안고지고 키우더니
세살먹어 모친죽고 네살먹어 부친죽네
강근지족 본데없어 외조모손 커나더니
열넷먹어 외조모죽고 열다섯에 외조부죽고
외사촌형제 같이있어 삼년초토를 지나더니
남의빚에 못견뎌서 외사촌형제 도망하고
의탁할곳 전혀없어 남의집에 머슴들어
십여년을 고생하니 장가밑천 될러니만
서울장사 남는다고 사경돈말짱 추심하여
참깨열통 무역하여 대동선에 부쳐싣고
큰북둥둥 울리면서 닻감는소리 신명난다.
도사공은 키만들고 임사공은 춤을추네
망망대해 떠나가니 신선놀음 이아닌가.
해남관머리 지나다가 바람소리 일어나며
왈칵덜컥 파도일어 천둥끝에 벼락치듯
물결은출렁 산더미같고 하늘은캄캄 안보이네
수천석실은 그큰배가 회오리바람 가랑잎뜨듯
뱅뱅돌며 떠나가니 살가망이 있을런가
만경창파 큰바다에 지망없이 떠나가다
한곳에다 부딪히니 수천석을 실은배가
편편파쇄 부서지고 수십명 적군들이
홀연다시 못볼레라 나도역시 물에빠져
파도머리 밀려가다 마침눈을 떠서보니
배쪽하나 둥둥떠서 내앞으로 들어오니
두손으로 덥석잡아 가슴에다 붙여놓으니
물을무수이 토하면서 정신을조금 수습하니
아직살긴 살았다만 아니죽고 어찌할꼬
오르는 물결더미 손으로 헤치고
내리는 물결더미 가만히 있으니
힘은조금 들으나마 몇달며칠 기한있나.
기한없는 이바다에 몇달며칠 살수있나.
밤인지낮인지 정신없이 기한없이 떠나간다.
풍랑소리 벽력되고 물거품이 구름되네
물귀신의 울음소리 응열응열 기막힌다.
어느때나 되었던지 풍랑소리 없어지고
만경창파 잠을자고 까마귀소리 들리거늘
눈을들어 살펴보니 백사장이 뵈는구나.
발로차며 손으로헤쳐 백사장에 가는구나.
엉금엉금 기어나와 정신없이 누웠다가
맘을단디 고쳐먹고 다시일나 살펴보니
나무도풀도 들도없고 해당화만 붉어있네
몇날며칠 굶었으니 밴들아니 고플손가.
엉금설설 기어가서 해당화꽃 따먹으니
정신이점점 돌아나서 또그옆을 살펴보니
절로죽은 큰물고기 한마리가 눈에띄네
불이있어 구울소냐 생으로실컷 먹고나니
본정신이 돌아와서 눈물울음도 이제나네
무인절도 백사장에 혼자앉아 우노라니
난데없는 어부들이 배를타고 지나다가
그꼴보고 괴히여겨 배를대고 나와서는
날흔들며 하는말이 어떤사람 혼자우나.
울음그치고 말을해라 그제야자세 돌아보니
육칠인이 앉았는데 모두가다 어부더라
그대들은 어디살며 이섬안은 어디인가.
여긴제주 한라섬이오. 우리들은 대정사람
고기잡으러 지나다가 울음소리 따라왔다
어느곳의 사람으로 무슨일로 예와우나.
나는본래 울산사람 장사길로 서울가다
풍파만나 파선하고 물결에밀려 내쳐놓으니
죽었다가 깨난사람 어딘줄을 아오리까.
제주도 우리조선이라 가는길을 인도하오
한사람이 일어서며 손을들어 가르치되
제주읍내 저리가고 대정은 이리가지
제주읍내로 가오리까 대정으로 가오리까
밥과고기 많이주며 자세일러 하는말이
제주읍내 가자하면 사십리가 넉넉하다.
제주본관 찾아들어 본사정을 발괄하면
우선호구 할것이오 고향가기 쉬우리라
신신이 당부하고 배를타고 떠나간다.
가리키던 그곳으로 제주본관 찾아가니
본관사또 들으시고 불쌍하게 생각하사
돈오십냥 지급하고 전령한장 내주시며
네이곳에 있다가서 왕래선이 있거들랑
사공불러 전령주면 선가없이 잘가거라.
그렁저렁 삼삭만에 왕래선이 건너와서
고향이라 돌아오니 돈두냥이 남았구나
사기점에 찾아가서 두냥어치 사기지고
촌촌가가 도부하며 밥을랑은 빌어먹고
삼사삭을 하고나니 돈열닷냥 남았구나
삼십넘은 노총각이 장가밑천 가망없네.
애고답답 내팔자야 언제벌어 장가갈꼬.
머슴살아 사오백냥 창해일속 부쳐두고
두냥밑천 다시번들 언제벌어 장가갈까.
마누라도 섧다하되 내서럼만 못하오리
여보시오 말씀듣소 우리사정 논하자면
서른넘은 노총각과 서른넘은 홀과부라
총각신세 가련하고 마누라신세 가련하니
가련한사람 서로만나 같이늙음 어떠하오
가만이솜솜 생각하니 먼저얻은 두낭군은
홍문안의 사대부요 큰부자의 세간살이
패가망신 하였으니 흥진비래 그러한가
저총각의 말들으니 육대독자 내려오다
죽을목숨 살았으니 고진감래 할까보다.
마지못해 허락하고 손잡고서 이내말이
우리서로 불쌍히여겨 허물없이 살아보세
영감사기 한짐지고 골목에서 크게외고
나는사기 광주리이고 가가호호 도부한다.
조석이면 밥을빌어 한그릇에 둘이먹고
남촌북촌 다니면서 부지런히 도부하니
돈백냥이 될만하면 둘중하나 병이난다
병구려약시세 하다보면 남의신세 지고나고
다시근사 또모아서 돈백냥이 될만하면
또하나이 탈이나서 한푼없이 다썼다네
도부장사 십년하니 장바구에 털이없고
모가지는 자라목되고 발가락이 부러졌네
궂은비실실 오는날에 건너동네 도부가서
한집건너 두집가니 천둥소리 볶아치며
한치앞을 분간못할 소낙비가 쏟아진다
주막뒷산 무너지며 주막터를 휩쓸어서
동해수로 달아나니 살아날이 누구일꼬
건너다가 바라보니 망망대해 뿐이로다
망칙하고 기막힌다 이런팔자 또있는가
남해수에 죽을목숨 동해수에 죽는구나
그주막이나 있으면은 같이따라 죽을것을
먼저괴질에 죽었으면 이런 일을 아니볼걸
곧죽을걸 모르고서 천년만년 살자하고
도부가다 무엇인고 도부광우리 무여박고
하염없이 앉았으니 억장무너져 기막힌다.
죽었으면 좋겠구만 산목숨이 못죽을래
굶어서나 죽으려니 그집댁네 강권하니
죽지말고 밥을먹게 죽은들사 시원할까.
죽어본들 쓸데있나 살기만은 못하리라
고생해도 살고보자 죽어지면 말이없네
훌쩍이며 하는말이 내팔자를 세번고쳐
이런액운 또닥쳐서 시체한번 못만지고
동해수에 영결종천 애고애고 어찌살고.
주인댁이 하는말이 팔자한번 또고치게.
세번고쳐 곤한팔자 네번고쳐 잘살런지.
세상일은 모르나니 그런대로 살아보게.
다른말은 할것없이 저꽃나무 두고보아.
이삼월에 춘풍불면 꽃봉오리 고운빛을
벌이는앵앵 노래하며 나비는펄펄 춤을추고
유객은왕왕 놀다가고 산조는영영 흥락이라.
오뉴월 더운날에 꽃은지고 잎만남아
녹음이 만지하여 좋은경이 별로없다.
팔구월에 추풍불어 잎사귀조차 떨어진다.
동지섣달 설한풍에 찬기운을 못견디다
다시춘풍 들이불면 부귀춘화 우후홍을
자네신세 생각하면 설한풍을 만남이라.
흥진비래 하온후에 고진감래 할것이니
팔자한번 다시고쳐 좋은바람 기다리게
꽃과같이 춘풍만나 가지가지 만발할제
향기나고 빛이난다. 꽃떨어져 열매열어
그열매가 종자되어 천만년을 전하나니
귀동자하나 낳으시면 수부귀다자손 하오리다
여보시오 그말마오 이삼십에 못둔자식
사오십에 아들낳아 뒤본단말 못들었네.
아들뒤를 볼터이면 이삼십에 아들낳아
사오십에 뒤보지만 내팔자는 그뿐이요
이사람아 그말말고 이내말을 자세듣게
설한풍에 꽃피던가 춘풍불어 꽃이피지
때아닌때 꽃피던가 때만나야 꽃이피네
꽃필때라 꽃이피지 꽃안필때 꽃피던가
봄바람만 들이불면 뉘가시켜 꽃피던가
제가절로 꽃이필때 뉘가막아 못필런가
고운꽃이 피고보면 귀한열매 또여나니
이뒷집의 조서방이 다만내외 있다가서
먼젓달에 상처하고 지금혼자 살림하니
저먹기는 태평이나 그도또한 가련하되
자네팔자 또고쳐서 내말대로 살아보게.
이왕사를 생각하고 갈까말까 망설이다
마지못해 허락하니 그집으로 인도하네
그집으로 들이달아 영감우선 자세보니
나이비록 많으나마 기상이든든 순후하다
영감생애 무엇이오 내생애는 엿장사라
마누라는 어찌하여 이지경에 이르렀나
내팔자가 무상하여 만고풍상 다겪었소
그날부터 양주되어 영감할미 살림한다
나는집에 살림하고 영감다니며 엿장사라
호두약엿 잣박산에 참깨박산 콩박산에
산사과질 빈사과를 갖추갖추 하여주면
상자고리 담아지고 이장저장 매매한다
의성장안동장 풍산장과 노루골내성장 풍기장에
한달육장 매장보니 엿장사조첨지 별호되네.
한달두달 이태삼년 사노라니 태기있어
열달배술러 해복하니 참말로일개 옥동자라
영감오십에 첫아들 나도오십에 첫아이라
영감할미 마음좋아 어리장고리장 사랑한다
젊어어찌 아니나고 늙어어찌 생겼는고
흥진비래 겪은나도 고진감래 하려는가
희한하고 이상하다 둥기둥둥 일이로다
둥기둥기 둥기야 아가둥기 둥둥기야
금자동아 옥자동아 섬마둥기 둥둥기야
부자동아 귀자동아 놀아라둥기 둥둥기야
앉아라 둥기둥둥기야 서거라 둥기둥둥기야
궁둥이도 툭툭치고 입도쪽쪽 맞춰보고
그자식이 잘도났네 이제한번 살아보자
한창이리 놀리다가 어떤친구 오더니만
수동별신 큰별신굿을 아무날에 시작하니
밑천이 적거들랑 뒷돈은 내대줌세.
호두약엿 많이고우고 갖은박산 많이하게.
이번에는 수가나리 영감님이 옳게듣고
찹쌀사고 기름사고 호두사고 추자사고
참깨사고 밤도사고 칠팔십냥 밑천이라
닷동이들이 큰솥에다 삼사일을 고노라니
한밤중에 바람일자 굴뚝으로 불이났네
온집안에 불붙어서 불빛이 치솟으니
인사불성 정신없이 그엿물을 다퍼얹고
안방으로 들이달아 아들안고 나오다가
불더미에 엎어져서 구부려서 나와보니
영감은 간곳없고 불만자꾸 타는구나
이웃사람 하는말이 아이살리러 들어가더니
아직까지 안나오니 벌써다타 죽었구나
한마루때 떨어지니 기둥조차 다탔구나
일촌사람 달려들어 다헤치고 찾아보니
포수놈이 불고기하듯 아주함박 구웠구나
이런망할일 또있는가 나도같이 죽으려고
불덩이로 달려드니 동네사람 붙들어서
몸부림을 암만쳐도 아주죽도 못하고서
온몸이콩 껍질이라 요런년의 팔자있나
깜짝사이 영감죽어 삼혼구백 불꽃 되어
불티같이 동행하여 아주펄펄 날아가고
귀한아들 불에데어 죽는다고 소리치니
엄마엄마 우는소리 이내창자 끊어진다,
세상사가 귀찮아서 이웃집가 누웠으니
덴동이를 안고와서 가슴헤쳐 젖물리며
지성으로 하는말이 어린아이 젖먹이게
이사람아 정신차려 어린아기 젖먹이게
우는거동 못보겠네, 일어나서 젖먹이게
나도아주 죽으려네 그어린게 살겠는가
그거동을 어찌보나 아주죽어 모르려네
데인다고 다죽는가 불에덴이 허다하지
어미라야 살려내지 다른이는 못살리네
자네한번 죽어지면 살게라도 아니죽나
자네죽고 아기죽으면 조첨지는 아주죽네
살아날게 죽고보면 그도또한 할일인가
조첨지를 생각거든 일어나서 아기살리게
어린것만 살고보면 조첨지사뭇 아니죽네
그댁네말 옳게듣고 마지못해 일어앉아
약시세 젖먹이니 서너달만에 나았으나
살았다고 할것없네 갖은병신 되었구나.
한쪽손은 오그라져 조막손이 되어있고
한쪽다리 뻐드러져 장채다리 되었으니
성한나도 어렵거늘 갖은병신 어찌살꼬
수족없는 아들하나 병신을 볼수있나
덴자식을 젖물리고 달래안고 생각하니
지난일도 기막히고 앞의일도 가련하다
건널수록 물도깊고 넘을수록 산도높다
어떤년의 고생팔자 일평생을 고생인고
이내나이 육십이라 늙어지니 더욱 슬퍼
자식이나 성했으면 저나믿고 살지마는
나이점점 많아지니 몸은점점 늙어가네
이렇게도 할수없고 저렇게도 할수없다
덴동이를 뒤에업고 본고향에 돌아오니
이전강산 의구하나 인정물정 다변했네
우리집은 터만남아 쑥대밭이 되었구나
아는이는 하나없고 모르는이 뿐이로다
그늘맺던 은행나무 나오기를 기다렸나
난데없이 두견새가 머리위에 둥둥떠서
불여귀불여귀 슬피우니 서방님죽은 넋이로다
새야새야 두견새야 내가올줄 어찌알고
여기와서 슬피울어 내설움을 불러내나
반가워서 울었던가 서러워서 울었던가
서방님의 넋이거든 내앞으로 날아오고
임의넋이 아니거든 아주멀리 날아가게
두견새가 펄쩍날아 내어깨에 앉아우니
임의넋이 분명하다 애고탐탐 반가워라
나는살아 육신이왔네, 넋이라도 반가워라
근오십년 이곳에서 나오기를 기다렸나
어이할꼬 어이할꼬 후회막급 어이할꼬
새야새야 우지마라. 새보기도 부끄러워
내팔자를 생각하니 새보기도 부끄러워
처음당초 친정와서 서방님과 함께죽어
저새처럼 자웅되어 천년만년 살아볼걸
내팔자를 내가속여 기어이한번 살아보려
첫째 낭군은 그네에 죽고
둘째 낭군은 괴질에 죽고
셋째 낭군은 물에 죽고
넷째 낭군은 불에 죽어
이내한번 못잘살고 내신명이 그만일세
첫째낭군 죽을때에 나도함께 죽었거나
살더라도 수절하고 다시가지 말았다면
산을봐도 떳떳하고 새를봐도 염치가있지
살아생전 못된사람 죽어서도 악귀로다
내수절만 하였다면 열녀각은 못세워도
남이라도 칭찬하고 불쌍하게 생각할걸
남이라도 욕할게요, 친정일간들 반가울까
잔디밭에 퍼질러서 한바탕을 실컷우니
모르는 한노인이 어떤사람이 슬피우나
고만울고 말을하게 사정이나 들어보세
내슬픔을 못이겨서 이곳에서 우나이다
뭔설움인지 모르거니 어찌그리 서러하나
노인일랑 들어가오 내슬픔알아 쓸데없소
인사도 못차리고 땅허비며 자꾸우니
그노인이 민망하여 곁에앉아 하는말이
간곳마다 그러한가 이곳에서 더그런가
간곳마다 그러하나 이곳에서 더서럽소
저터의 임상찰이 지금어찌 사나이까
그집벌써 결단나고 누구하나 안남았네
더군다나 통곡하니 그집어찌 알았던가
저터의 임상찰이 우리집과 오촌이라
자시본들 알수있나 아무형님 아니신가
달려들어 두손잡고 통곡하며 슬퍼하니
그노인도 알지못해 형님이란 웬말인고
그나저나 들어가세 손목잡고 들어가니
청삽살개 웡웡짖어 나모른다 소리치고
큰대문안 거위한쌍 게욱게욱 달려드네
안방으로 들어가니 늙고 젊고 알수 있나
부끄러워 앉았다가 그노인과 한데자며
이전이야기 대강하고 신세타령 다못하네
명송이밤송이 다쪄보고 세상고생 다해봤네
억지로살도 못하겠고 재물도억지로 못하겠데
고약한신명 못고치고 고생할팔자 못고치네
고약한신명 고약하고 고생할팔자 고생하지
고생대로 할지경엔 그른사람 되지말지
그른사람 될지경엔 옳은사람 되지그려
옳은사람 되어있어 남에게나 칭찬듣지
청춘과부 가려하면 양식싸고 말리려네
고생팔자 타고나면 열번가도 고생이네
이팔청춘 과부들아 내말듣고 가지말게
아무동네 화령댁은 스물하나 혼자되어
단양으로 갔다더니 겨우다섯달 살다가
제가먼저 죽었으니 그건오히려 낫지만
아무동네 장암댁은 갓스물에 과부되어
제가춘광 못이겨서 영춘으로 가더니만
몹쓸병이 달려들어 앉은뱅이 되었다네.
아무마실 안동댁도 열아홉에 남편잃고
제가공연 발광나서 내성으로 간다더니
서방에게 매를맞아 골병들어 죽었다네
윗집에 월동댁도 스물둘에 과부되어
제집소실 모함하고 예천으로 가더니만
전처자식 구박하다 서방에게 쫓겨나고
아무곳에 단양이네 갓스물에 가장죽고
첩이되어 가더니만 큰어미가 사나워서
삼시사시 싸우다가 비상먹고 죽었다네
이사람네 이리된줄 온세상이 아는바라
그사람네 개가할때 잘되자고 갔지마는
팔자는 고쳤으나 고생은 못고치데
고생을 못고칠제 그사람도 후회나리
후회난들 어찌할고 죽을고생 많이하네
큰고생을 안할사람 상부부터 아니하지
상부부터 하는사람 큰고생을 하나니라
내고생을 남못주고 남의고생 안하나니
제고생을 제가하지 내고생을 누구줄꼬
역역가지 생각하되 개가해서 잘된이는
백에하나 아니되네 부디부디 가지말게.
개가가서 고생보다 수절고생 호강이니
수절고생 하는사람 남이라도 귀히보고
개가고생 하는사람 남이라도 그르다네
고생팔자 고생이니 수명과는 상관없지
죽을고생 하는사람 칠팔십도 살아있고
부귀호강 하는사람 이팔청춘 요절하니
고생해도 덜살잖고 호강해도 더살잖네
고생에도 한이있고 호강에도 한이있어
호강살이도 제팔자요 고생살이도 제팔자라
남의고생 꿔다하나 한탄한들 무엇할꼬
내팔자가 사는대로 내고생이 닿는대로
좋은일도 그뿐이오 그른일도 그뿐이라
봄삼월 호시절에 화전놀이 와서들랑
꽃빛일랑 곱게보고 새소리는 좋게듣고
밝은달은 예사로보며 맑은바람 시원하다
좋은동무 좋은놀이에 서로웃고 놀아보소
사람의눈 이상하여 제대로보면 상관없고
고운꽃도 새겨보면 눈이캄캄 안보이네
귀도또한 별일이지 그냥들으면 괜찮은걸
새소리도 고쳐듣고 슬픈마음 절로나니
마음심자 제일이라 단단하게 맘잡으면
꽃은절로 피는게요 새는예사 우는게요.
달은매양 밝은게요 바람은늘상 부는게라.
마음만예사 태평하면 예사보고 예사듣지
보고듣고 예사하면 고생될일 별로없소.
앉아울던 청춘과부 황연대각 깨달아서
덴동어미 말들으니 말씀마다 모두옳아
이내수심 풀어내어 이리저리 부쳐보세
이팔청춘 이내마음 봄춘자로 부쳐두고
꽃과같은 이내얼굴 꽃화자로 부쳐두고
술술나는 긴한숨은 세우춘풍 부쳐두고
밤낮으로 숱한수심 우는새나 가져가게
일촌간장 쌓인근심 도화류수로 씻어볼까
천만첩이나 쌓인설움 웃음끝에 하나없네
구곡간장 깊은설움 그말끝에 실실풀려
삼동설한 쌓인눈이 봄춘자만나 실실녹네
자네말은 봄춘자요 내생각은 꽃화자라
봄춘자만나 꽃화자요 꽃화자만나 봄춘자라
얼씨구나 좋을시고 좋을시고 봄춘자
화전놀이 봄춘자 봄춘자노래 들어보소
가련하다 이팔청춘 내게당한 봄춘자
늙어다시 고향의봄 덴동어미 봄춘자
장생화발 만년춘 우리부모님 봄춘자
계수나뭇잎 일가춘 우리자손 봄춘자
금지옥엽 구중춘은 우리군주 봄춘자
조운모우 양대춘 열왕묘의 봄춘자
팔선대혜 구운춘 이자선의 봄춘자
봉구황곡 곽래춘 정경파의 봄춘자
연작비래 보회춘 이소화의 봄춘자
삼오성희 정재춘 진채봉의 봄춘자
위기위선 보보춘 가춘운의 봄춘자
금대문장 자유춘 계섬월의 봄춘자
절색천명 하북춘 적경홍의 봄춘자
옥문관외 의회춘 심조연의 봄춘자
청수담의 음곡춘 백릉파의 봄춘자
삼십육궁 도시춘은 제일좋은 봄춘자
도중에 송모춘은 마상객의 봄춘자
춘래에 불사춘은 왕소군의 봄춘자
송군겸 송춘은 이별하는 봄춘자
낙일에 만가춘은 천리원객 봄춘자
등루만리 고원춘 강상객의 봄춘자
부지에 오류춘은 도연명의 봄춘자
황사백초 본무춘 관산만리 봄춘자
화광불감 옥양춘은 고국생각 봄춘자
낭음비과 동정춘 여동빈의 봄춘자
오호편주 만재춘 월서시의 봄춘자
회두일소 육궁춘 양귀비의 봄춘자
용안일선 사해춘 태평성대 봄춘자
주사도명 사십춘 이청영의 봄춘자
어주축수 애산춘 불변선원 봄춘자
양자강두 양류춘 문양객의 봄춘자
동원도리 편시춘 창가소부 봄춘자
천하의 태평춘은 강구연월 봄춘자
풍동하화 수전춘은 고소대하 봄춘자
화기혼여 백화춘 양과천봉 봄춘자
만리강산 무한춘 유산객의 봄춘자
산중산하 홍자춘 홍정골댁 봄춘자
일천명월 몽화춘 골내댁네 봄춘자
명사십리 해당춘 새내댁네 봄춘자
작작도화 만점춘 도화동댁 봄춘자
목동이요지 행화춘 행정댁네 봄춘자
홍도화발 가가춘 도지미댁네 봄춘자
이화만발 백동춘 회여골댁네 봄춘자
수양동구 만사춘 오양골댁네 봄춘자
홍교우제 갱화춘 홈다리댁 봄춘자
융융화기 영가춘 안동댁네 봄춘자
제조영영 성곡춘 소리실댁 봄춘자
채련가출 옥계춘 놋점댁네 봄춘자
제월교편 금성춘 청다리댁 봄춘자
강지남천 채련춘 남동댁네 봄춘자
영산홍어 화영춘 영출댁네 봄춘자
만화방창 단산춘 질막댁네 봄춘자
강천막막 세우춘 우수골댁 봄춘자
십리장님 화려춘 단양댁네 봄춘자
맑은바람 살살불어 청풍댁네 봄춘자
우로덕에 꽃이핀다 덕고개댁 봄춘자
바람끝에 봄이온다 풍기댁네 봄춘자
비봉산의 봄춘자 화전놀이 흥이나네
봄춘자로 노래하니 좋을시고 봄춘자네
봄춘자가 못가게로 실버들로 꼭잠매게
춘여과객 지나간다 앵무새야 만류해라
바람아 부덜마라 만경도화 떨어진다
어여쁠사 소낭자가 의복단장 옳게하고
방긋웃고 썩나서며 좋다좋다 시고좋다
잘도하네 잘도하네 봄춘자노래 잘도하네
봄춘자노래 다했는가 꽃화자타령 내가함세
낙화수동류 흐른물에 만면수심 세수하고
꽃화자얼굴 단장하고 반만웃고 돌아서니
해당시레 웃는모양 해당화와 한가지요
오리볼실 앵도볼은 홍도화가 빛이곱다
앞으로보나 뒤로보나 온전신이 꽃화자라
꽃화자같은 이사람이 꽃화자타령 하여보세
좋을시고 좋을시고 꽃화자가 좋을시고
화신풍이 다시불어 만화방창 꽃화자라
당상천연 장생화는 우리부모 꽃화자요
실하만세 무궁화는 우리자손 꽃화자요
요지연의 벽도화는 서왕모의 꽃화자요
천연일개 천수화는 광한전의 꽃화자요
극락전의 선비화는 석가여래 꽃화자요
천태산의 노고화는 마고선녀 꽃화자요
춘당대의 선리화는 우리금주님 꽃화자요
부귀춘화 우후홍은 우리집의 꽃화자요
욕망난망 상사화는 우리낭군 꽃화자요
천리타향 일수화는 소인적객 꽃화자요
월중월중 단계화는 월궁항아 꽃화자요
황금옥의 금은화는 석가랑의 꽃화자요
향일하는 촉규화는 등장군의 꽃화자요
귀촉도귀촉도 두견화는 초회왕의 꽃화자요
명사십리 해당화는 해상선인 꽃화자요
석교다리 봉선화는 이자선의 꽃화자요
숭화산의 이백화는 이적선의 꽃화자요
용산낙모 황국화는 도연명의 꽃화자요
백룡퇴의 청총화는 왕소군의 꽃화자요
마외역의 귀비화는 당명왕의 꽃화자요
만첩산중 철쭉화는 팔십노승 꽃화자요
울긋불긋 질여화는 조카딸네 꽃화자요
동원도리 편시화는 창가소부 꽃화자요
목동이요지 살구꽃은 차문주가 꽃화자요
강지남의 홍연화는 권당지상 꽃화자요
화중왕의 목단화는 꽃중에도 어른이요
기창지천 옥매화는 꽃화자중 미인이요
화계산의 함박꽃은 꽃화자중 흠선하다
허다많은 꽃화자가 좋고좋은 꽃화자나
화전하는 꽃화자는 참꽃화자 제일이라
다른꽃화자 그만두고 참꽃화자 화전하세.
쌍저협내 함만구하니 이런꽃화자 복중전을
향기로운 꽃화자전을 우리만먹어 되겠는가
꽃화자 전을부쳐 꽃가지꺾어 많이싸다가
장생화같은 우리부모 꽃화자로 봉친하세
꽃다울사 우리아들 꽃화자로 먹여보세
꽃과같은 우리아기 꽃화자로 달래보세
꽃화자타령 잘도하니 노래속에 향기난다
나비펄펄 날아들어 꽃화자를 찾아오고
꽃화자타령 들으려고 난봉공작이 날아오고
뻐꾸기꾀꼬리 날아와서 꽃화자노래 화답하고
꽃바람은 실실불어 쇄옥성을 가져가고
청산유수 물소리는 꽃노래를 어우르고
붉은노을 일어나며 꽃노래를 어리려고
오색구름 일어나며 머리위에 둥둥뜨니
천상선관이 내려와서 꽃노래를 듣는가베
여러부인이 칭찬하니 꽃노래도 잘도하네
덴동어미 노래하니 우리마음 더욱좋다
화전놀이 이자리에 꽃노래가 좋을시고
꽃노래도 하도하니 우리다시 할길없네
궂은맘이 없어지고 착한맘이 돌아오고
걱정근심 없어지고 흥체있게 놀았으니
신선놀음 누가봤나 신선놀음 한듯하네
신선놀음 다를손가 신선놀음 이와같지
화전흥이 미진하여 해가벌써 석양일제
사월해가 길다더니 오늘해가 짧기만해
하느님이 감동하셔 사흘해만 겸해주소
사흘해를 겸하여도 하루해는 맛창이지
해도해도 길고보면 실컷놀고 가지마는
해도해도 자를시고 이내그만 해가가네
산그늘은 물건너고 까막까치 자러드네
각기귀가 하리로다 언제다시 놀아볼고
꽃없이는 재미없어 명년삼월 놀아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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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덴동어미 화전가>는 조선중기 작품으로 작자 미상이나 화전가의 백미로 불리는 걸작이다. 순흥에서 태어나 예천으로 시집간 새댁이 열입곱에 과부가 되어 이후 3번 재혼하며 살아가는 기구한 운명을 엮은 가사다. "덴동어미"란 불에 덴 아이의 어미"라는 뜻으로 마지막 재혼한 엿장수 서방이 엿을 곳다가 집에 불이나 신랑은 죽고 자식은 불에 타 불구자가 되었으나 어미는 굳건하게 살아가며 봄철에는 화전 날을 기다리며 긍정적인 삶을 산다는 이야기다. 이번 5회 화전대회에 권숙희선생이 지도하는 내방가사반에서 회원 18명이 한편씩 필사하여 이은 덴동어미 화전가는 그 길이가 무려 60미터나 되는데 한천서원 담벼락을 장식했다. 권숙희회장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행사를 더욱 빛내주어 고맙고, 이러한 퍼포먼스가 내방가사 외연 확충에 크게 기여할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