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칭, 코칭, 컨설팅
늘 우리 가까이 존재하는 익숙한 단어들이다. 어딘가 비숫하지만 무엇이 다른지 잘 모르는 사교육의 삼총사들!
아마 학부모들이 가장 궁금해하고 가장 잘 알고 있는 영역일 것이다.
티칭(teaching)은 학습의 가장 기본이다.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와 과외 등에서는 강사가 주로 하는 학습법이 티칭이다. 가장 오래된 학습방법이며, 그 영역 또한 명쾌한 학습방법이기도 하다.
공교육에서 학교 선생님들에게서 충분히 채우지 못한 부족한 부분을 사교육에서 메우는 가장 고전적인 학습 방법이며, 우리는 주로 티칭에 의존한 학습법을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그만큼 학습방법에 있어서는 중요한 영역이기도 하다. 나역시 티칭하는 쌤이 본업이다.
코칭(coaching)은 '자기주도학습'과 '복습'을 통해 학생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과 태도를 익혀가도록 옆에서 길을 찾도록 해주는 역할을 말한다. 아마 학부모들이 가장 좋아할 단어가 아닐까 싶다.
학생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공부의 재미를 깨우쳐 좋은 고등학교나 소위 명문대에 입학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사교육비도 적게 들고 학부모도 학원 찾느라 돌아다니는 수고로움도 덜고...
그러나 코칭의 역할은 누가 하겠는가? 바로 학부모가 될 확률이 90% 이상일 것이다.
하지만 또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사교육이 이런 빈틈을 놓칠리가 없다.
요즘 학원가에서는 자기주도학습 관리, 학습 매니저, 학습 플래너... 등의 이름이 붙어 있는 학원과 유사한 곳을 자주 접하게 된다. 티칭은 기본적으로 해주면서 아이 혼자 할 수 있도록 학습 플래너도 짜주고 매니저 처럼 관리도 해주는 일종의 학원인 셈이다.
말이 코칭이지, 사실 엄마가 매니저가 되어보니 너무 바쁘고 골치 아프니 그냥 학원에 엄마 매니저 역할을 맡기는 것이다. 최근 몇 년전부터 유행하는 사교육 시스템이고, 알게 모르게 벌써 우리 생활 깊숙히 들어와 있다.
이런 코칭 베이스 학원은 기본적으로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수업료를 결제하기 때문에 학부모의 사교육 부담이 보통 티칭 학원보다 부담스럽다.
그러나 학부모는 끌린다. 북한 공산당도 무서워한다는 그분?이 오신 중2병 걸린 아이를 부모가 어떻게 코칭한단 말인가? 쉽지 않은 일이다. 처음엔 부모도 쉽게 접근했겠지만 곧 포기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무서운 단어인 컨설팅(consulting)이다. 우리 말로 굳이 번역하자면 '자문' 정도에 해당하는 단어인데, 사교육 외에도 이전에는 많은 곳에 쓰이던 용어다.
나도 대학원 석사 이후 잠시 경영 컨설팅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공인회계사, 변호사, 변리사, 금융 전문가들과 함께 하는 재무 컨설팅을 주로 하는 회사였다.
난 경제학 전공자라서 경영 컨설팅은 내 적성이 아니라는 사실은 금새 드러났고 난 1년 정도 다닌 후 퇴사했다. 아마 적성이 잘 맞았다면 지금쯤 주식투자의 귀재?가 되어 있을지도 ㅎㅎ
사교육에서 컨설팅이란 부분은 학생부종합전형이라는 새로운 전형이 생길 무렵 본격 등장한 것 같다.
내가 <진로진학 상담사>과정을 공부할 때 배운 것이 바로 컨설팅이다. 컨설팅은 주로 고등학생의 생활기록부의 기재 사항들을 점검한다. 진로희망사항, 자격증, 세부능력 및 특기 사항, 자동봉진(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독서 활동 등을 학생 진로에 맞게 컨설팅해 주는 영역이다.
대학 입학 수시 원서를 쓸 때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자기소개서와 면접까지 모두 컨설팅의 영향이 미친다.
지금은 그 유명한 '조국 사태'와 '코로나'로 인해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내신성적과 세특, 그리고 담임교사의 행동발달상황 이외에는 큰 의미가 없어서 컨설팅의 영역이 많이 줄어들었다.
컨설팅은 정해진 법규가 명확하지 않아 보통 연간 회원으로 운영되어 컨설팅 비용이 천차만별이다. 소위 명문대 자소서나 의대 면접은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아마 이러한 여러 이유로 학생부종합전형이 깜깜이 전형이며, 불평등을 양산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뭐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이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을 쉬이 포기하긴 어려울 것이다. 경제적 여력이 있다면 당연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불평등한 교육 생태계가 더 원망스러운 영역이 바로 컨설팅 영역이다.
대입에서 수시는 이제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크게 양분화되었다. 비교과 영역의 평가가 줄어든만큼 내신이라는 교과 영역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많은 고등학생들이 내신에 목을 매는 이유다.
내신이 받쳐주지 않으면 수시에서는 희망이 없다. 그리고 정시는 올해 같은 불수능이면 상위권 반수생이나 문제풀이에 특화된 재수생(N수생)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대입 제도는 어떻게 바뀌어도 수험생들은 힘들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등학교 교육 이후 살아가는 길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대학 진학이 대부분이고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 출신 학생들이 취업에 나가는 것이 보통이다.
대학 진학은 피할 수 없는 밥상인 셈이다. 4차 혁명시대고 디지털 시대에 스타트 업이니 뭐니 희망적인 얘기도 있지만, 아직은 가장 보수적인 부분이 교육이다. 나의 20여년 경험으로 봐서는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럼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키우란 말인가?
1% 학습 코칭
저자
박영호
출판
라즈베리
발매
2021.07.23.
저자는 아들을 직접 학습코칭한 이후 20여년간 학습코칭을 하고, 현재는 유튜브 채널 '잘 키우자 TV'를 운영 중이라고 한다.
나도 여러 학습코칭, 컨설팅 관련 책을 읽어봤다. 이 책은 읽어가면서 나와 학습에 관한 관점이 가장 비슷한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보통 코칭이나 컨설팅 책을 보면 너무 상위권 학생에게 집중되어 있거나 아니면 너무 어렵게 적어서 실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적절히 보통의 아이들도 충분히 접근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쓰고 있다. 아마 저자의 경험담이 담겨 있기 때문일거다. 모든 부모들의 희망처럼 우리 아이들이 자기주도적으로 학습을 척척 잘 해낸다면 전교 1등이 아니어도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그런 아이는 얼마 없다. 그리고 그런 아이가 내 아이일 확률은? ...
그래서 저자는 학부모가 코칭을 주도해야한다고 한다. 학습 매니저가 되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길을 찾도록 안내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국어, 영어, 수학 등 과목별로 학습 코칭을 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고, 학년별로 초등, 중등, 고등에 따라 코칭법이 상세히 적혀 있다.
난 사회쌤인지라 국영수 과목별 학습이나 초등 중등 교육은 잘 모른다. 그러나 고등교육에 있어서 내신관리와 인강, 학원 등 사교육 활용에 관해서는 저자와 맥을 같이 한다.
내신은 출제자가 학교 교사다. 학생은 출제자인 교사의 수업을 잘 듣고 필기와 프린트물 그리고 교과서나 부교재를 정독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학교의 교사가 부실한 수업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어도 그들이 출제자다. 무엇보다 학교 수업 충실이 우선이다. 그 다음 학교 수업에서 보충할 사항이 필요하면 학원이나 인강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목적없는 학원과 인강 수강은 의미가 없다.
특히 선행을 너무 많이 하는 학원과 너무 재미있어서 웃다가 볼일다 보는 인강 1타 강사는 경계 1순위다.
듣는 것은 쉽다. 그러나 스스로 글을 읽고 정리하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고된 일이다. 학생들 특히 고3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자꾸 편한 인강을 선호한다. 그러나 음성으로 들려주는 것은 진정한 내 것이 아니다.
인강은 개념편, 심화편, 문제유형편 등으로 커리큘럼이 짜여있고 한번에 결제하면 할인이 된다. 그러나 상술이 대부분이다. 컴퓨터의 유혹에 못이겨 제대로 해내는 학생이 소수인 경우가 많다.
인강은 개념편만으로도 충분히 선행이 된다. 그 이후에는 1타 강사의 경험이 축적된 교재를 중심으로 자기주도학습을 해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사탐 과목 같은 경우에는 암기가 많아 자주 잊어버리게 된다. 잊어버리면 또 듣는 것이 아니라 개념이 충실하게 이해가 된 후에는 본인 스스로 끊임없이 반복 학습을 해야 진정 자기 것이 된다.
난 고백하건데, 딸아이의 12년 학교생활 동안 한번도 공부를 봐준 적이 없다. 부모로서 자랑할 일은 아니다.
지금 대학에 보내고 나니 엄마로서 오히려 미안하다. 저자가 말한 소위 코칭도 한 적이 없다. 티칭은 말할 것도 없고. 집에서 나의 지위는 엄마다. 그저 아침밥이나 해주고 아프지 않는지 걱정해 주고... 친구나 학교 선생님 뒷담? 하면 말없이 들어주고. 그게 전부다.
딸아이가 소위 좋은 대학을 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기주도적인 학생이냐고 묻는다면 난 주저없이 대답할 수 있다. 그렇다고...딸아이의 장래가 어떠할지 모르지만 난 그냥 믿는다. 자신의 인생은 잘 판단해서 결정할 정도로 키웠다는 믿음은 있다.
저자는 학습코칭자가 부모가 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본다. 사교육의 힘을 빌릴 수도 있다. 모든 아이들이 다르게 생겼듯이 학습방법도 모두 같을 수 없다.
그러나 저자도 나도 같은 마음이다.
고등학교까지 12년 마라톤에서 선수는 학생이다. 학부모와 학교 교사 그리고 사교육의 많은 교사나 코칭, 컨설팅 분야 종사자들은 그저 학생을 도와주며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사람일 뿐이다.
뛰는 선수인 학생이 지치지 않게 각자의 방법으로 돕는 것이다. 학교 교사는 학교에서 티칭으로, 엄마는 집에서 밥을 해주고 마음을 다독이고, 학원에서는 부족한 부분을 보충시켜 주면서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내 아이에게 어떤 학원과 인강을 선택해줘야 할지, 무엇을 더 해줘야 할지 고민하는 학부모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찬찬히 읽다보면 본인만의 신념이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