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리히에서 야간열차 타고 베네치아로 간다. 쿠셋에 탄 이후 처음으로, 아침을 준다.
'스위스 야간이 비싼 값을 하는구만.'
크로와상, 오렌지쥬스, 커피, 초코렛 뿐이지만, 안 먹는 것보단 낫다.
기차에서 한국인 남자 한 분과 여자 두 분을 만났다.
내가 여행지에서 만난 한국인들...
남자분들이 여행을 오게 된 사유는 제각각이었지만 여자분들은 거의 100% 같았다. 일단 지금이 비수기이기 때문에, 나이 어린 대학생들보다는, 남자고 여자고 서른 이상 되는 분들이 많다. 덕분에 79년생 27살인 난 항상 영계(?)였다. 내가 봤던 여자분들은 전부 직장을 때려치고 여행을 온, 서른살 이상의 누나들이었다.
내가 만난 세 분 모두 30대다. ㅡ ㅡ 근데 내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연배가 비슷해져서 그런지, 그들이 그다지 나이 들어 보이질 않는다. ㅡ ㅡ 이런. 이거 심각한건데. ㅋㅋ
100배 책에는 유인락커 비용이 12시간에 3유로라고 되어 있지만 ㅡ ㅡa 전혀 아니다.
아무래도 100배 책은 정말 오류 투성이거나, 무성의하게 만들어진 책 같다.
기본 5시간에 3.8유로고, 1시간 초과할 때마다 0.6유로다. 켁! 이것들이 관광객을 봉으로 아나.
이탈리아의 첫 관광지인데 벌써부터 실망을 했다, 관광객을 돈으로 아는 그들의 행동에.
모처럼 한국인 4명이 같이 다니게 되었다. 나쁘지 않다.
다음 목적지가 피렌체로 같아서, 내가 알아온 피렌체 숙소로 오늘 밤에 간다고 전화를 하고 이른 아침부터 물의 도시 베니스를 거닐었다.
아름답다. 어릴 때 읽었던 "베니스의 상인" 이라는 책이 떠오른다. 여기가 바로 그 베니스다.
골목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길을 찾는 게 쉽지만은 않다. 표지판을 따라가면 되지만, 가끔 그 표지판이 없는 곳도 있어서 당황스럽기도 하다.
출장오신 33살의 형, 학원을 그만두고 오신 32살의 누나와 30살의 누나.
배가 고프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이 곳 베네치아에, 배고픈 배가 넷이다. 배 넷이야. ㅡ ㅡa
빵을 비교적 싸게 사 먹고, 리알토 다리를 건너서 쭈욱~ 돌았다.
여럿이서 같이 여행하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해 보지 않아서 그런지 더더욱. 의지도 되고 외롭지도 않고. 근데 누나들은 로마가 마지막 목적지여서, 여기서도 쇼핑을 한댄다. 같이 다니다보니 꽃가루 인생 이 되고 말았다. 33살의 형도 "난 선물 사는 덴 워낙 쥐약이야" 하며 묻어가셨고..^^;; 난 한 번도 그런 적 없다가, 오늘 꽃가루가 되었다. 알록달록 이쁜 액자가 있어서 하나 샀다.
베니스의 명물이라면, 가면과 유리공예 제품이다. 정말 예쁘고 사고 싶은 것들이 많다.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물가도 싼 편이고. 그치만 나 같은 거지여행 여행객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만약 산다고 해도 아직 1달도 더 남은 일정동안 어떻게 무사히 보관할 수 있겠는가. 불가능하다. 골목골목에 있는 물 위를 떠 다니는 곤돌라. 돈 많은 사람들만 타는 거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바퀴 달린 차가 없다. 물에 잠긴 도시. 버스고 택시고 모두 배다.
순간 그런 생각을 해 봤다.
'하늘에 도시를 건설한다면, 배고 버스고 모두 비행기겠다.'
베니스의 하늘은 정말 맑은 하늘색이고, 물은 푸르다.
베니스... 베니스...
베니건스 ㅡ ㅡ 배고프다. 켁.
북유럽에서 봤던 으르렁거리는 비둘기. 여긴 그 수준까진 아니었지만, 비둘기가 수 천마리가 떼로 몰려서 산 마르코 광장에서 달려든다. 켁. 장난이 아니다. 날아가다가 나한테 슬쩍 부딪힌 비둘기. 꽤 아펐다. ㅎㅎ 디룩디룩 비둘기 같으니라구.
도시에 가득한 물이 정말 환상이다. 건물들이 어떻게 저렇게 서 있을 수 있을까. 물이 별로 깊지 않은건가. 물은 안 새나. 우리 집은 비만 오면 물 새는데. 언젠가 한국에서 본 뉴스가 생각난다. 베니스의 물이 범람해서 물을 퍼내고 장화를 신고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 늘상 있는 일이라는 듯 안내판에도 써 있다. 그것마저도 재미있을 것 같다.
노아의 홍수도 생각나고. 영화 딥 임팩트도 생각난다. 만약 그 물이 더 높게 넘쳐서 도시가 잠긴다면? 일본이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다면? 알 수가 없다. 정말 영화 아마겟돈처럼 그런 소행성이 돌진해 올지.
하루 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고 그 날 그 날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야겠다.
육체적으로 죽는다 해도, 한 점 부끄럼 없고 못한 일이 없어서 아쉬운 것이 없도록.
유인락커 비. ㅡ ㅡ^ 아까 기본 5시간에 3.8유로였는데, 우린 베니스를 당일치기로 9시간을 봤기 때문에 4시간 x 0.6유로=2.4유로. 유인락커 비로 각각 6.2유로를 내야 했다. 켁. 이런 순 날강도들 같으니라구!!! 4명이면 24.8유로. 거의 25유로 아닌가, 짐 맡기는 비용만으로 ㅡ ㅡ
'이런 개...그맨들.' 분노가 치민다. 이탈리아, 관광객=돈 인가보다.
피렌체로 이동했는데, 누나들이 숙소를 전혀 모른다고 해서 같이 갔다. 형은 다른 지역으로 갔고.
밤 늦게 들어갔는데도 저녁을 준다. 감동이다 ㅠ ㅠ 파리 숙소와는 전혀 대조적이다.
일행들을 만나 행복한 하루였다.
첫댓글 ㅎㅎ 배네치아에서 길 잃어서진짜 큰일날번 했었는데 ㅎㅎ
ㅎㅎ베네치아에 비둘기 정말 많았져~다 잡아먹고싶었답니다~ㅋㅋㅋㅋ
ㅎㅎㅎ 아프던데요. 부딪혔더니. 켁.. 비둘기가 으르렁 거리는 소리 들어보셨나요? ㅡ,.ㅡ
저기 아기독수리님~피렌체 어느 숙소 머무셨나요? 정보 좀..어떻게 찾아가는지도 자세히 안내 부탁드려도 될까요? 혹 아르키로시라는 유스위치 아시면 그것도 부탁~~~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전 한인민박에 묵어서, 유스위치는 잘 모르겠네요... 죄송해요^^;; 전 피렌체에서 외가집에 있었는데, 화장실+욕실이 하나라서, 아마 성수기인 여름엔 불편하실 거에요.. 사람이 많아서. 저는 봄에 갔었지만요.. 도움이 안 된것 같아 죄송합니다.. 만약 외가집 가실거면, 전화거시면 아주머니가 기차역으로 나오세요,.
재밌게 잘읽었어요~~~베네치아 잠시 경유했었지만... 거기서 점심으로 먹은 피자~~~정말 맛났어요!!!
ㅎㅎ 저두 직장을 때려치고 비수기인 4월에 유럽엘 갔었어요 70일정도..가보니 다들 언니들뿐..;; 용감한 언니들이 많더라구요..저두 한번 더 가고싶어지는;;
4월에 유럽이요? 올 해 4월이라면... 잘~ 하면... 우리 마주친 적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ㅎㅎ 게다가 70일이라니... 저도 70일이었는데.. 3월부터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