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첫 답사지는 북지장사. 구불구불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가니 아담한 사찰이 하나
보인다. 입구가 참 예쁘다.
(북지장사 입구)
솟을 대문 가운데로 들어가니 양 옆에 사천왕상이 벽화로 그려져 있다. 지금 대웅전으로
쓰고 있는 정면 1칸 짜리 자그마한 건물은 원래 지장전으로 쓰던 건물인데 대웅전이 소실
되어 대웅전으로 쓰고 있단다.
대웅전 안에 들어가는 입구가 특이다.백조님과 안에 들어가 삼배를 하고 가려는데 입구
가 안보였다. 한참보니 저 뒤에 있다.그래서 대웅전 문을 열면 부처님 옆면이 보인다. 대
웅전 안에 최근에 발굴되었다는 화강암으로 만든 석조지장보살상이 있다. 그런데 머리카
락이 없었다.그래서 백조님 보고 그랬다. “혹시 스님 아닐까요?” 나와서안내문을 읽어보
니 ‘머리는 소발’(素髮-머리카락이 하얗게 센 머리) 이란다. 마당에 계시던 보살님들께서
쑥떡이랑 수박을 주셔서 먹으면서 둘러보니 마당에 있는 건물들은 낡아 천막천을 쓰고
있고, 원래 금당이 있던 자리는 방치된 채로 있다.
(북지장사 금당터)
‘복원할 계획이라면 부인사 같이 기막힌 짓은 하지 않기를’
3층석탑을 보고 내려오는 길에 보니 스님들이 땡볕에 밭을 매고 계신다. ‘부인사 같이 기
막힌 짓은 안할 것 같다.’
(북지장사에 있는 3층 쌍탑 중 왼쪽에 있는 탑)
북지장사를 나와 방짜유기 박물관에 갔다.
(방짜유기 박물관 측면 전경)
이곳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 77호로 지정된 유기장 이봉주 선생님이 평생 수집.제작한
방짜유기 등 275종,1480점을 기증 받아 소장하고 있는 곳이다.
(방짜유기로 만든 궁중 오배잔-경사스런 날 임금이 직접 이 잔에 신하들에게 술을
따라 하사했단다)
입구에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특대징’이 좌우에 매달려 있다. 방짜유기를 만들는 과정,재
료,유기 제품들 등에 관한 설명을 소장님께 듣고(어찌나 말이 빠른지 숨가프게 돌아봤다)
징소리 체험장에 들러 징을 치고 놀았다. 재료의 비율에 따라 높은 음이 나는 것도 있고
낮은 음이 나는 것도 있었는데 낮은 음이 오히려 울림이 맑고 멀리 퍼져 나가는 것 같았
다.관람객들이 징을 하도 쳐 대서 밑에 있는 동네에서 시끄럽다고 난리를 친다는데 암튼
우리도 이징 저징 돌아가며 쳐봤다
(징소리 체험장에서 꿈꾸는 백조님과 지제이님)
방짜유기는 구리 78%,주석 22%의 비율로 만든단다. 이 그릇에 음식을 담으면 불순물을
제거해 주어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는데 이러한 효능을 알아본 외국인들이 이 그릇
을 많이 주문하기 때문에 수요해 비해 공급이 딸린단다.
마지막으로 부인사엘 갔다.
(아름드리 나무 뒤로 복원중인 부인사 건물 지붕들이 보이고 있다)
부인사는 위치가 평지도 아닌 것이 산 속도 아닌 것이 애매하다. 그래서 평지 가람에서
산지 가람으로 바뀌는 시기의 양식으로 추정된단다. 안내판을 읽어보니 7세기 무렵에 세
운 사찰로 선덕여왕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세운 사찰이자 초조대장경을 보관하던 곳이란
다. 그런데 몽고의 침입으로 경판도 절도 다 타 버렸단다. 입구 부재들 앞에 서서 고개를
쭈욱 빼고 ‘그러면 저 지붕만 보이는 건물들은 최근에 복원한 건물들인 모양인데...’ 이러
면서 경내로 들어갔는데...
‘......차라리 폐사지로 있었더라면 내 나름대로 옛님들과 대화나 하고 올텐데..’ 하는 아
쉬움이 남는다. 해설사님도 지금 복원되고 있는 부인사의 모습이 참 갑갑한 모양이다. 이
사찰 안에 일명암지 석등,배례석, 석등 같은 문화재들이 있다.
(부인사에서 200미터 떨어진 이름모를 절터에서 발견되었다는 화창이 두개이나 옆
면에서 보면 하나의 화창만 보이는 석등)
그리고 대웅전 네 기둥을 바치고 있는 주춧돌이 거북이다
대웅전이 반야용선을 나타낸다던가...백조님은 이 거북을 보고 그랬다. 지난 번 경주 시
대별 능 답사 갔을 때 해설사님이 무열왕릉 귀부를 보고 찬사를 보내는데 자기는 별 느낌
이 오지 않았다고. 그런데 이 거북을 보니 무열왕릉의 귀부가 얼마나 입체적이고 매력적
인지 알겠다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다. 아무튼 거북을 주춧돌로 쓴 것은 좀 특
이했지만 밋밋하고 표정이 재미가 없다.
내려오는 길에 부도를 보러 갔다.
기단부에 두꺼비,암모나이트 화석 비슷하게 생긴 무늬,동자상 등이 새겨져 있다. 바로
뒤 잡초가 부성한 대구 최씨 무덤이 있다. 부도 옆에서서 이 무덤을 보며 ‘옛날에는 정일
품 이상의 벼슬을 한 사람일 경우에만 무덤 앞에 석등을 놓았다는 것, 혼유석은 신이 쉬
는 곳이라는 것,망주석은 어부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하는 등대와 같이 혼령이 바깥 세상
에 나갔다는 자신의 무덤을 헷갈리지 않고 찾아들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등’의 설명
을 해설사님께 들었다.
*답사마무리
부인사 답사를 마치고 염색 박물관엘 갔더니 문을 닫았다.
에고~부인사 근처에 있는 신무동 신라 마애불좌상 보고 오자고 할 걸.그래서 예정했던
시간 보다 좀 빨리 발촘촘네 가게로 갔다. 발촘촘이 만드는 다양한 파이들을 시식하고 점
심 때 미리 주문한 파이들을 사서 식사를 하러 갔다.
이 글을 쓰면서 26일 하루를 찬찬이 돌이켜 보니 여운이 오래 갈 것 같다. 하루종일 웃음
이 끊이지 않았고 문화시민 운동가 프라나님 인맥 덕분에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금당선
원을 답사하는 귀한 경험까지 했으니. 우리가 26일 답사한 곳은 팔공산 지역 문화재들
중 1/4에 해당한다고 한다. 생각보다 팔공산 자락이 넓게 펼쳐져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나머지 3/4은 언제? 그래서 개인적인 바램이 있다면 이번 해는 팔공산 자락 답사에 집중
하면 어떨까 ^^싶다.
첫댓글 답사후기에 다시한번 박수를 보냅니다 앞으로도 잊어버리지 않고 계속 기억할수 있는 계기가 될듯합니다 감사합니다
ㅎㅎㅎ~
음.. 점점 깊어지는 내공이 느껴 집니다...^^.. 부인사 얘기는 너무 길어서 다음에 얼굴 뵐때 해드릴께여..너무 안타까워 마시길......
다음에 언제요? ^^부인사지로 알고 있었는데...되도록이면 방학 때 날 잡읍시다. 라피오님 입담으로 부인사에 얽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날 기다리겠습니다
다음에 언제요?? 너무 기다려지네요 책방언니 우리 빨리 날 잡읍시다..
저요!저요!빨리 날 잡읍시다ㅎㅎㅎ 저도 라피오님 입담 기대 됩니다 함도 못들어봐서말이죠!!!!라피오님 인상도 좋으시던데??????보고잡다.......
해설사 설명에 착오가 있는 듯 ? 혼유석은 능에서만 가능하고, 일반인 무덤에는 상석이라 합니다. 상석에는 제물을 차리지만 왕능에서는 제물을 丁字閣에 차립니다. 혼유석에는 신이 머무는 곳.
혼유석과 상석은 '능'과 '일반인의 무덤' 앞에 놓는 신분(?)에 따른 차이도 있지만 역할도 다른가 보네요. 상석은 음식을 차리는 곳이고 혼유석은 신이 머무는 곳.
후기 잘봤슴다ㅎㅎㅎ 팔공산 자락 훌터봅시당
ㅋㅋㅋ 두번째 답사도 열씸히 따라다니기만 했읍니다... 그래두 첫번째보다는 해설해주신 분들이야기도 잘 들어오고 파계사 동화사 등등 기억으로 남아있기도 합니다^^ 새삼 그날 일들이 떠올라 잠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내요... 잘 읽고 갑니다^^
엔야님, 만나서 반가웠어요. 담에 팔공산 자락 답사 가면 가고 싶어 했던 염색 박물관 갑시다
책방언니.. 올 한해는 팔공산 완전~히 답사다하는해로 하는게 어떨지.. 저두 시간될깨 꼽사리 낄게요.. 3일날 파계사가요..
파계사 성전암 못 갔는데 딴 날 잡자. 팔공산 집중 답사 안되면 날 잡아 팔공산 자락에 있는 사찰 중 볼거리 많은 사찰 한 한두군데 만이라도 깊이있게 돌아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