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Imperatore 입니다. 미국 속어에는 Beltway Bandit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Beltway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나, 서울지하철 2호선처럼 환상체계의 길을 말하는 것이고 Bandit는 도적떼거리들을 말하는 것인데요. 이 단어는 무엇을 나타내는 것일까요? Beltway Bandit는 미국의 정책수립에서 싱크탱크 역할을 맡는 민간 국책연구소를 나타내는 대명사입니다.
그럼, Beltway는 어디있을까요?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는 환상형태의 495번 고속도로가 있는데요. 이를 Capital Beltway(수도 환상선)이라고 합니다. 이 도로 주위에 Bandit라고 까이는 민간 국책연구소들이 우글우글 몰려있습니다. 미국 연방정부나 주정부가 어떠한 국책사업의 연구용역 프로젝트를 내걸때, 도적떼처럼 몰려들기 때문에 Bandit라고 불리는 거지요.
![](https://t1.daumcdn.net/cfile/cafe/12019A444F9527CF0B)
미국의 한 사설교통연구기관 홈페이지. 이들은 도시내 자전거 교통에 특화된 연구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Beltway Bandit들의 역량은 어느정도일까요? 미국의 국가정책에서 1급 X-Files을 보려면 미국 정부문서 보관소가 아니라 사설연구소들의 문서고를 뒤져야 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이들은 연구소가 연구하는 카테고리에 대한 엄청난 고급정보와 솔루션을 축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들이 정부보다 더 많은 고급정보와 솔루션을 가지게 되었고, 이들이 왜 생기게 되었을까요? 미국의 프로젝트 연구용역체계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1. 미국 연방정부, 주정부의 국책 프로젝트 연구용역은 철저한 경쟁입찰제 -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교통관련 연구는 대부분이 한국교통연구원(KOTI)가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미국은 철저한 경쟁입찰로 움직입니다. 저번 지하철 수요예측 연구용역에 A라는 회사가 입찰을 따냈더라 할지라도, 이번 버스 수요예측 연구용역에 있어 A가 아닌 B나 C가 입찰을 따낼 수도 있는 것입니다.
2. 국책 프로젝트 연구용역은 2개 이상의 연구소가 수행 - 또, 이렇게 프로젝트를 따낸 연구소는 혼자서 연구를 하며 연구비를 타먹을까요? 아닙니다. 10개의 연구기관을 경쟁시킨다면, 그중에 2~3개의 연구기관을 합격시키며, 이들에게 '자신만의 노하우'를 발휘해 연구과제를의 정답을 제출하도록 합니다. 또한, 주기적인 프리젠테이션을 요구하여 연구소가 놀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감시하며, 연구기관 뿐만 아니라 공무원들의 전문성도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연구소의 심사를 맡은 공무원들은 과제수행의 오류를 찾아내 탈락시켜야 하기 때문이거든요.
이렇다보니, 우리나라 교통분야에서 늘 드러나는 '허수'와 '뻥튀기'가 미국에서는 존재할수가 없습니다. 상대방 연구기관이 오차가 거의 없는 연구용역과제를 가지고 오면, 프로젝트를 심사하는 연방정부 혹은 주정부의 공무원들은 내가 아닌 상대방 연구기관의 연구용역을 채택하기 때문이거든요.
3. 경쟁에서 탈락한 연구기관이 쇄신하지 않으면 도태 - 경쟁전에서 노하우와 솔루션이 부족해 탈락한 연구기관은,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해 고급인력을 스카우트해오든지, 새로운 솔루션을 개발하여 정부기관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쇄신해야합니다. 쇄신하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자신의 책상이 없어지고, 연구소의 간판이 내려갑니다. 따라서,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들은 더욱 정확하고, 효율을 창출하고, 지속가능하고, 국가의 아젠다에 부합하며, 공무원들과 국민을 설득시킬 수 있는 신뢰성있는 과제물을 제출하기 위해 박터지게 불을 밝히며 연구에 몰두합니다.
우리나라 연구기관의 현실은 어떤가? - 철도교통을 중심으로
자, 이제 바다건너 우리나라의 상황을 살펴봅시다.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연구소들이 있으며, 연구용역을 따내기 위해 미친듯이 매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연구기관들은 신뢰성을 의심받고 있습니다. 교통분야는 어떨까요?
우리나라의 교통분야 대표 연구기관으로는 한국교통연구원(http://www.koti.re.kr/)이 있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1980년대 후반, 민법 제32조에 의거 설립된 비영리 연구기관으로, 우리나라의 도로, 철도, 항공, 해운 전반의 정책과 운영과 사후관리의 솔루션을 제시하는 독점적 교통연구기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반인에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한국교통연구원이 최근 유명해진 이유는, 바로 'KTX 민영화'의 이론적 근거를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실제 한국교통연구원은 국토해양부와 기획재정부의 연구용역을 맡으면서, KTX 노선에 민간사업자가 진출할 시 20%의 운임인하가 가능하다 라고 밝혔다가, 최근에는 15%으로 정정하기도 하고, 해외의 철도운영 현황에 대해 제대로 된 사례분석도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그럼, 과거의 철도교통 관련 연구의 신뢰도는 어떠하였을까요? 아래는 KDI와 국회예산처가 분석한 한국교통연구원이 제시한 수요예측의 정확도를 평가한 표입니다.
연구용역 대상사업 |
수요예측의 정확도 |
인천공항철도 |
7% |
부산김해경전철 |
17% |
용인경전철 |
20% |
서울~춘천간 고속도로 |
64% |
부산지하철 2호선 |
15% |
부산지하철 3호선 |
14% |
부산지하철 양산선 |
13% |
대구지하철 1호선 |
12% |
대전지하철 1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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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광주지하철 1호선 |
12% |
평균 수요예측정확도(철도사업) |
1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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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프게도, 한국교통연구원이 제시한 철도사업의 평균수요예측 정확도는 13.5%로 미국이였다면 연구소의 존재자체가 불가능한 정도입니다. 게다가, 검찰이 진행하고 있는 용인경전철 관련 비리 의혹에서는, 한국교통연구원이 봄바르디어에게 뇌물을 받아 봄바르디어사의 경전철 시스템을 무비판적으로 도입하도록 하고, 봄바르디어가 예측한 수요예측보다 더 뻥튀기하여 용인시의 판단력을 흐려버리는 만행까지 저질렀습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라는 것을 믿고 비리까지 저지르는 연구기관이 한국철도,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교통체계의 미래를 제시하는 두뇌가 될 수 있을까요?
한국철도의 발전을 위해서는 경쟁을 바탕으로 한 철도교통 연구기관의 쇄신이 필요
우리나라 철도의 발전을 위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까요? 국토해양부의 등을 업은 한국교통연구원의 독점체계가 아니라, 교통연구용역에 있어 복수의 연구기관을 바탕으로 한 경쟁체제를 도입하여, 정확하고 신뢰성있는 연구기관이 연구용역 프로젝트를 따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합니다. 정부출연의 형태로 되어 있는 한국교통연구원을 민영 연구기관으로 독립시키고, 국가 철도 연구용역에 있어 최소 2개 이상의 연구소가 동시에 과제를 수행하게 하여 교차검증이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도, 교통연구기관은 정확한 데이터 산출을 위해 경쟁시키고 있습니다.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마저 교통연구용역에 있어서 복수경쟁체제를 통해 정확한 연구결과를 산출해내도록 하고 있는 현실인데 반해, 우리나라의 교통체계는 한국교통연구원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습니다. 국가교통연구용역에 있어 한국교통연구원이 독점적으로 수행하는 교통연구용역체계는 신뢰성 의혹은 둘째치고, 공항철도, 용인경전철 사업처럼 철도기업과, 중소도시의 큰 짐을 만들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목격했습니다.
한국철도교통의 발전을 위해서는, 코레일을 경쟁체제로 내몰기 전에 경쟁체제 연구용역을 기반으로 한 철도교통 연구소들의 'Beltway Bandit'화가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첫댓글 다음철도동호회 Imperatore 님의 글입니다.
교통연구기관도 경쟁이 필요하겠네요...신뢰도 13.5%를 가지고 정부정책을 추진한다면 국민의 혈세만 낭비하는 꼴이겠지요..
경쟁은 아주 좋은 방법이지만 그것을 제대로 운영되도록 시스템이 갖추어 있어야 겠지요
우리나라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공공기업에서는 다양한 조건으로 필요한 사항들을 "나라장터"를 통하여 공개 입찰(경쟁 유도)을 하고 있지만
다수가 최저가(즉 돈이 가장 저렴한것)를 가장큰 요소로 낙찰 자를 정하고 있읍니다
물론 기술제안서등으로 기술력을 평가한다고 말하지만 언론에서도 간간히 보도 되는것처럼 팜가업체들이 제안서를 평가하는 사람들을 돈으로 매수하기에 평가의 의미가 많이 퇴색 하였읍니다
공군전투기등 국방물자와 건설턴키제도가 그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