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출판사 서평
* 오페라 〈죽음의 도시(Die Tote Stadt)〉 원작
*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준 이미지 문학의 시초
* 벨기에 상징주의 문학, 심리소설의 걸작
* 초판본 사진 35컷 모두 수록
* 국내 첫 소개
문학사상 사진을 사용한 최초의 소설
조르주 로덴바흐(Georges Rodenbach, 1855-1898)의 소설 『죽음의 도시 브뤼주(Bruges-la-Morte)』(1892)가 국내 처음으로 번역 소개된다. 이 작품은 문학사상 사진이 수록된 최초의 소설로, 처음 소설에 사진을 등장시켜 주인공의 내면 풍경을 직관적이자 비유적으로 그리는 수법을 보여준다. 조르주 로덴바흐의 이 과감한 시도는 사진과 문학의 충격적 만남으로, 전혀 다른 두 장르가 함께 분출하는 낯선 에너지로 오늘날까지도 혁신적이라 평가받는다. 또한 이 작품은 19세기 상징주의 문학의 모범을 마련하여 다가올 20세기 모더니즘의 초석을 쌓았다. 오페라, 영화, 사진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예술가, 문학가들에게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작품이다. 한국어판에는 초판본 사진 35컷을 전부 수록했으며, 세부적인 보정 작업을 거쳐, 보존된 사진 크기에 가장 적합한 책 판형으로 제작되었다.
벨기에 상징주의 문학의 걸작
조르주 로덴바흐는 19세기 상징주의를 이끈 벨기에의 시인이자 비평가, 소설가로 『죽음의 도시 브뤼주』는 그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은 벨기에 문학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바로 로덴바흐가 이 소설에서 그리는 죽음의 도시 ‘브뤼주(Bruges)’가 실제 벨기에의 지명이며, 지금까지도 이 소설이 도시의 이미지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죽음의 도시 브뤼주』는 도시 브뤼주의 독특한 역사적 사료이기도 한 것이다. 로덴바흐는 19세기 말 사진술이 발명된 이래 정통 회화와 사진 간의 대립 속에서 일찍이 사진 이미지의 힘을 목격한다. 그는 주인공의 심리를 대변하고 서사의 진폭을 증대시키는 수단으로써 소설에 사진을 활용하여 그때까지 아무도 보지 못한 새로운 유형의 문학을 발표한다.
죽은 아내와 죽은 아내를 닮은 신비한 여인
위그 비안은 아내가 죽은 다음 날 브뤼주에 정착한다. 아내와의 행복했던 결혼 생활은 십 년, 그가 이미 브뤼주로 와 홀로 지낸 지도 오 년이다. 외로움에 파묻히다 못해 자살까지 생각한 그가 이상하게 집착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죽은 아내의 옷, 편지, 초상 사진 등 아내의 흔적이다. 특히 그는 죽은 아내의 머리카락에 집착한다. 어느 11월 흐린 날씨 속에서 산책을 하던 그는 아내와 똑같은 여인을 보게 된다. 그녀는 오페라 무용수, 제인 스코트이다. 위그 비안은 그녀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어느덧 그는 제인을 통해 아내를 연상하는 것을 넘어 죽은 아내의 드레스를 그녀에게 입히는 지경까지 이른다. 이제 그는 매일 저녁, 제인에 대한 사랑 때문에 겪는 고통, 죽은 아내에 대한 회한 속에서 살게 되는데… 그는 제인에게 구애하지만, 자신의 기대와는 매우 다른 제인을 발견하고 그들의 관계는 비극으로 치닫는다.
등장인물로서의 도시
“우리가 기꺼이 선택한 이 브뤼주라는 도시는 현실에서는 거의 인간처럼 보인다.”-「서문」에서
이 소설의 목적은 단순히 치정을 그리는 데 있지 않다. 『죽음의 도시 브뤼주』는 이미지로 쓴 소설이며, ‘브뤼주’라는 도시는 주인공의 마음 상태를 나타낸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실제 장소와 건물들은 전체적인 소설의 분위기를 이끌고, 소설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운하, 굴뚝, 교회, 부둣가, 종소리 같은 요소는 단순한 도시의 배경을 넘어 점점 고뇌로 증폭되어가는 주인공의 심리를 대변한다. 특히 35컷의 사진에 13번이나 등장하는 브뤼주의 종탑은 기념물만큼이나 도시를 상징하는 동시에 보는 사람에게 신성하며 때론 어지러운 복잡한 마음을 겪게 한다. 이처럼 이 작품에서 이미지는 책과 글 위로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것은 흐린 날씨, 침묵하는 강물, 겨울이 주는 어둑한 분위기와 더불어 정신적 갈망 상태를 지시하는데 죽은 아내를 의미하는 도시에서, 이 이미지들은 우울하고 완전히 혼자인 주인공의 생각이기도 한 것이다.
『죽음의 도시 브뤼주』는 사진을 이용한 최초의 소설이면서, 동시에 문학에서 최초의 이미지, 즉 인간의 정신적 이미지를 끄집어낸 결과물을 주인공과 죽은 아내, 죽은 아내와 똑같은 여자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구현해낸다. 그것은 소설 속 모든 순간이 끝나고 남은 이미지를 바라보았을 때 역으로 텍스트와 단절된 최초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성당, 호수, 거리의 종탑을 보게 만든다.
『죽음의 도시 브뤼주』의 현대적 의미
이 소설에 실린 사진들은 몇 시간 혹은 며칠 간격으로 촬영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비슷한 이미지를 선택하고, 책에 실으면서 로덴바흐는 어떤 효과를 노렸을 것이다. 그것은 작품에 집중되는 효과이면서, 독자들에게 몇 가지 특정한 차이점을 보여주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비슷한 두 이미지를 마주했을 때 독자는 이미지를 비교하면서 소설을 앞뒤로 돌아보게 된다. 죽은 아내의 이미지가 브뤼주에서 어디에 어떻게 나타날지 몰랐던 것처럼, 독자는 주인공의 시선으로 비슷한 이미지와 시공간을 배회하며 죽은 아내의 흔적과 주인공의 황량한 내면을 반복적으로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우리가 주인공이 경험하는 대로 도시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러한 이미지를 주인공의 마음속 내용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현대적이며, 이 작품의 모더니즘적 특징이 여기에 있다.
『죽음의 도시 브뤼주』는 사진으로 이야기하는 소설의 출발점으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앙드레 브르통의 소설 「나자(Nadja)」에서 펼쳐지는 황량한 거리의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또한 ‘나자’라는 여자와의 만남을 사진과 함께 서사화하는 수법에 영감을 주었다.
W. G. 제발트에게도 깊은 영향을 주었는데 그의 대표작 「토성의 고리(Die Ringe Des Saturn)」, 「현기증. 감정들.(Schwindel. Gefühle.)」, 「아우스터리츠(Austerlitz)」 등이 그것이다. 제발트는 많은 작품에 사진을 활용해 텍스트를 풍성하게 했으며, 그것은 로덴바흐의 지대한 영향에서 비롯되었다. 특히 제발트는 사진을 소설에 이용해 주인공의 방황과 슬픔, 애도의 심리를 극대화하고 반영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을 전범으로 삼고 있었다.
오르한 파묵의 자전 에세이 「이스탄불(Istanbul)」에서도 로덴바흐의 그림자를 엿볼 수 있다. 「이스탄불」은 작가의 고향에 대한 향수가 진하게 배어 있으며, 유년기의 얘기를 하고 있음에도 그 포커스가 유년기가 아니라 유년이 자랐던 도시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을 연상시킨다. 파묵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대표적인 촉매제 역할로 사진을 사용했고, 이는 로덴바흐가 이 작품에서 활용한 기법이다.
이 작품은 특히 독일의 작곡가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E. W. Korngold)가 원작을 개작해 만든 오페라 〈죽음의 도시(Die Tote Stadt)〉로 잘 알려져 있다. 1920년 초연한 이 오페라는 1차세계대전 뒤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도 유럽 전역에서 매우 큰 성공을 거두었다.
북부의 베네치아, 벨기에 ‘브뤼주(Bruges)’
브뤼주는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북서쪽으로 2시간쯤 거리에 있는 도시로 (플라망어로 브뤼허, 네덜란드어로 브루게, 프랑스어로 브뤼주로 발음) 브뤼셀이 벨기에의 수도인 반면 브뤼주는 벨기에를 대표하는 도시라고 불릴 만큼 그림 같은 운하와 중세도시의 멋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또한 이 도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아름다운 구시가지가 있어 관광지로 이름이 높으며 ‘북부의 베네치아’라고도 불린다. 중세에는 유럽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였다. 브뤼주는 ‘다리’라는 뜻으로, 운하가 도시 전체를 빙 둘러싸고 도심까지 이어져 있어 물의 도시를 연상시킨다. 이 소설에도 등장하는 ‘베긴회 수녀원’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대표적인 브뤼주의 명소로 손꼽힌다.
죽음의 도시 브뤼주 | 조르주 로덴바흐 - 교보문고 (kyobo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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