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황폐해지는 피부에 비해 나이가 들어가도 사그라들지 않는 뜨거운 가슴이 있는데, 야속하게도 하느님은 여인에게서 나이와 함께 피부를 앗아가니 젊은 시절과 다름없는 그 더운 가슴은 누가 있어 식혀 줄까. 여인에게 영원을 살게 해준다 약속하느니 젊은 시절의 눈처럼 희게 아름다웠던 피부를 앗아가면 그 무슨 소용 있을까.
이상한 나라에서 붉은 여왕은 주변의 모든 것이 움직이고 변화하기 때문에 앨리스도 죽어라고 달려야지만 그나마 제자리에 머물 수 있다고 했다는데, 그런 이상한 나라 있음 어떻게 나 좀 데려가주면 안 될까? 붉은 여왕의 말대로라면 그런 나라에서는 움직이지 않는 게으름뱅이는 늙지도 죽지도 않을 것이니까 말이다. 뭐 골치 아픈 상대성 이론 따위는 개나 줘 버리고 그저 옛날 그리운 그 시절을 생각하며 하디(Thomas Hardy)의 시를 감상해 본다.
거울 속을 들여다보네
거울 속을 들여다보네.
황폐해지는 내 피부를 보네.
그리고 이렇게 말하네.
“하느님께서 차라리 내 심장을 저렇게 수척하게, 사그라지게 하셨더라면!”
그러면 차라리 점점 싸늘해지는 심장이
나를 괴롭힐 리 없으니,
나는 평온하게
영원한 안식을 외로이 기다릴 수 있을 텐데
그러나 세월은 나를 슬프게 하려고
어떤 부분은 빼앗아 가고, 어떤 부분은 남겨 두네.
그리고 한낮의 두근거림으로
이 저녁의 허약한 뼈대를 흔드네.
I look into my glass
I look into my glass,
And view my wasting skin,
And say,
“Would God it came to pass My heart had shrunk as thin!”
For then, I, undistrest
By hearts grown cold to me,
Could lonely wait my endless rest
With equanimity.
But Time, to make me grieve,
Part steals, lets part abide;
And shakes this fragile frame at eve
With throbbings of noont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