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보약이다’는 말은 제때 끼니를 제대로 먹어야 건강하다는 말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먹는 이땅의 먹을거리들이 보약 못지 않다는 옛 어른들의 가르침이다.
요즈음 하나의 트랜드를 보이고 있는 TV 먹을거리 관련 프로그램들만 슬쩍봐도 우리가 일상으로 먹는 음식들에 그렇게 많은 영양학적 요소와 건강이 깃들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땅의 음식들은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제공해준다. 하물며 우리나라 의학서의 고전 동의보감에서 일렀다 하면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오늘 찾아갈 담양군 금성면 석현리에 둥지를 튼 ‘죽향골 청둥오리 전문점 유진정’도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지경이다. 이곳 청둥오리 요리는 음식과 보약의 경계를 넘나들며 깊은 맛과 향에 자연 풍광과 풍성한 여유를 덤으로 제공해주며 미식가들은 물론이고 먹을거리를 즐기는 일반 대중들에게도 이름이 알려진 곳이다.
동의보감서 꼽는 대표적 보양식
이 곳은 동의보감과 민간 전통으로 대표적 보양음식 중 하나로 꼽히는 청둥오리라는 점에서 일단 발길을 붙들어맨다. 그러나 이곳 청둥오리 요리는 깊은 맛과 향으로 말한다. 굳이 보양을 내세우지 않는다.
김인숙(62)씨가 30년 손맛으로 빚어낸 청둥오리 요리는 광주지역 청둥오리 요리를 새롭게 써내려간다고 할 정도로 독보적 존재를 자랑한다. 20여년전 기존 요리법에서 벗어난 독특하고 영양만점인 요리를 고민하던 김씨는 청둥오리의 육질과 보양성에 주목했다.
사람의 입맛은 냉정한 법. 깔끔한 손맛으로 단골이 끊이지 않았던 그녀는 영양이나 보양만으로 고객을 끌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았다. 청둥오리로 새로운 맛을 찾아나섰고 고객들에게 선을 보였다.
청둥오리 살을 발라내 양념을 하고 뼈는 가마솥에 장작으로 육수를 우려낸다. 이 육수로 탕을 끓이고 달여진 국물에 말린 2년생 쑥을 넣어 향과 영양을 더한 비빔밥으로 마감을 했다.
특허받은 '청둥오리 육골 쑥비빔밥'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고객들의 요청으로 아예 청둥오리 전문점으로 나섰다.
기존의 오리탕과 맛과 요리방식을 확 달리한 김씨의 독창적 요리는 금방 입소문을 탔고 고객들의 성화에 음식으로는 드물게 특허까지 냈다. ‘청둥오리 육골 쑥비빔밥’이란 이름의 특허를 낸 것이 지난 1997년의 일이다.
고기요리 특유의 냄새를 없애고 담백한 맛을 자랑하는 고기에 마지막 쑥향으로 미감을 마무리하는 김씨의 청둥오리 요리는 음식을 가리는 비위 약한이들의 입맛까지도 가볍게 돌려놓는다.
그녀가 굳이 원재료 값이 20∼30% 가량 더 들어가는 청둥오리를 쓰는 이유는 청둥오리가 갖는 다양한 보양적 특성 외에도 육질자체가 갖는 미감 때문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탕과 볶음 형태의 두가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우려낸 육수에 양념한 고기를 넣고 끓이다 야채를 데쳐 고기와 함께 먹는다. 겨울에는 미나리가 주를 이루고 부추와 산나물 등 각종 야채들이 철을 갈아가며 상에 오른다. 야채는 고객이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무한정 리필을 해주기 때문에 육식을 그닥 반기지 않는 이들이라면 뜨거운 국물에 야채만 먹어도 충분하다. 여기에 하루걸러 담은 싱싱한 김치는 기본이다.
어느정도 고기와 야채를 먹고 나면 남은 국물에 이집만의 별미인 말린 ‘쑥’이 제공된다.
제철 채취한 쑥, 향과 영양 더해
청둥오리에 쑥을 더해 향과 맛과 영양을 더한 것이다. 약재로 쓰이는 쑥은 예로부터 5월 단오에 채취해 말린 것이 가장 효과가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쑥 향도 이때가 가장 좋다. 하여 단오 무렵에 인근 동네 할머니들이 손수 따 모은 쑥을 사모아 특수가공 처리해 냉장보관해서 일년 내내 상에 내놓는다. 한 겨울에 들판의 쑥향을 입안 가득 머금는 기분이란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을 제공해준다.
특히 쑥은 약으로도 쓰이는데 항균소염 작용에 여성들의 냉증이나 생리불순, 갱년기 장애 증후군을 치료하는데도 탁월하고 만성소화불량, 신경통 요통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도 좋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인근에서 난 최고급 쌀로 갓 지어 손님 상에서 직접 담아주는 밥맛은 따로 반찬이 필요없다. 누룽지 향도 일품이다.
음식만 먹기에 지나는 바람이 아쉽거든 인근 금성산성을 한바뀌 휘돌아 자연을 품에 안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또 산행이 버겁다면 인근 대나무 박물관이나 관방제림 등을 찾아 사랑하는 가족들과 마음을 나눈다면 더 없이 좋을 법하다.
마당에 자리한 다양한 조각품 눈길
김인숙 사장
이처럼 먹을거리에 볼거리를 더할 수 있으니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이집 마당에서는 기다리는 일이 다반사이지만 그마저도 즐거움이다. 눈만 돌리면 너른 들판에 인근 금성산성이 한눈에 들어오고 마당에서 정현우씨(39)씨의 조각작품을 비롯한 다양한 조각품들이 손님들의 눈을 즐겁게한다. 조각가인 정씨는 어머니 김인숙씨를 도와 반은 요리사로 활동중인 전형적인 투잡족이다.
바빠서 담양까지 나들이하기가 어렵다면 광주시 서구 금호지구에 있는 유진정을 찾으면된다. 음식의 맛 저하를 우려해 체인점을 하지 않는 김씨가 유일하게 운영하는 분점이다. 두곳 모두 그녀의 직접 빚어낸 음식들이 제공된다. 조덕진기자
팁
청둥오리 요리는
본래 청둥오리는 잡식성의 강한 체력을 지닌 동물로 ‘레시틴’이라는 해독물질을 체내에 보유하고 있어 청산가리 양잿물 등 독극물을 섭취하여도 해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 해독물질이 있어 청둥오리에 한약재 등을 더해 복용하면 체내의 포화지방을 분해 배출시키며 각종 공해독을 해독시키며 맑고 건강한 혈액을 생성하게 된다고 한다.
또 다른 자료에 따르면 ‘동의보감’을 비롯한 옛 의학책에 청둥오리가 중풍, 고혈압을 예방하고 혈액순환을 좋게하며, 몸을 보양하고, 빈혈을 없애며 대소변을 잘 나가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적혀있습니다.
청둥오리는 체내에 축적되지 않는 불포화 지방산 함량이 45%로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보다 월등히 높고 필수 아미노산과 각종 비타민이 풍부하며 중요한 광물질 공급원이기 때문에 훌륭한 보양제다.
청둥오리는 인체에 필요한 지방산인 리놀산이나 리노레인산을 함유해 콜레스테롤 형성을 억제하고 강알카리성 식품으로 산성체질인 현대인의 체질개선에 도움이 된다.
인터넷 등에는 청둥오리가 “폐와 신장을 보하고 기침과 천식을 가라앉히며 도한이나 큰병을 앓고 난 후, 그리고 식욕이 떨어지면서 정신적으로 피로감이 심한 경우에 좋다”고까지 나와있어 거의 만병통치약에 가까운 설명과 찬사가 잇따를 정도다.
가는길
광주에서 동광주 톨게이트로 빠지거나 북구 농수산물센터를 지나서 국도로 가거나 소요되는 시간은 얼추 비슷하다.읍내에 들서면 표지판을 만날 수 있고 초행길이라면 금성중학교를 찾아가면 바로 인근에 있다. (문의 061-381-8500, 062-372-5289)
<사진설명>정성과 영양을 담은 맛에 자연의 풍광이 함께 어우러진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라랴. 초행길 나그네를 단골로 만드는 것은 자연과 김인숙씨의 30년 손맛의 어울림이다. 마당의 조각작품은 음식점에서 만날 수 있는 이집만의 독특한 즐거움 중 하나.
첫댓글 담양이 본점이고, 광주 금호동에 분점이 있네요.... 광주 간김에 들렀다 올걸 후회가 되요.... 이렇게 유명한 집인줄 몰랐어요...
언제 올리셨어요??? 첨 들어와서 보았네요..^^ 담에 오시면 꼬옥 대접해 드리고 싶어요.. 사진은 담양 어머님 댁이예요..저희는 금호동에 있답니다.. 담에 꼬옥 한번 오세용..
위치가 금호동 어디쯤일까요?...함 먹으러 가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