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억조가 서울이 적의 수중에 떨어졌다는 뉴스를 들은 것은
28일 방송 뉴스를 통해서였다.
같은 날 오후,
서울 세진물산 사무실에는 간부급을 비롯한 20여명의 직원이
나와 있었다.
그 속에는 면직공장 간부 등 계열회사 관계자의 모습도
보였다. 모두가 불안한 표정이다.
이 시간 이후 세진물산의 공식적인 업무는 모두 중단합니다.
나는 공산주의자들을 잘 압니다. 그들은 기업인을 박해할겁니다.
어떤 방법으로 건 서울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무사히 서울을
빠져나가 다음에는 부산 해진물산으로 모여 주시기 바라랍니다.
여러분의 행운을 집니다
정부가 대전으로 이동했다는 뉴스는 하카다에서도 전해졌다.
미군과 국군이 대전 이남인 금강에 방어선을 구축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대전도 함락되었다는 뉴스가 잇따랐다.
대전으로 이동했다는 대한민국 정부가 그 후 어디로
옮겨갔다는 뉴스는 없었다.
회장님 정부가 어디로 이동한 걸까요?
한경진은 쓸데없는 질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답답한 마음에서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7월16일 정부가 대구로 이동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그 날밤.
오꾸조. 꼭 돌아가야겠어?
시즈요가 애원하듯 하는 표정으로 박억조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박억조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부산 쪽 사람들이 밀항선을 타고 일본으로 피난 오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 미국과 한국군이 낙동강에 최후의 방어선을
구축하고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지만 그쪽도 위험한
모양이야
시즈요. 부산이 공산군 손에 들어가면 밀항선을 타고 다시
일본에 오는 한이 있었더라도 나는 일단 돌아가야 한다. 나는
아홉 개의 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회장이야. 모두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다. 나는 비겁한 인간이 되기는 싫다. 내 마음
알아주겠지?
박억조의 말에 시즈요가 눈을 감았다. 시즈요의 얼굴에는
절망적인 표정이 돌기 시작했다.
시즈요. 나는 여수에서도 무사히 살아 탈출했어. 어떤 일이
있어도 시즈요 너를 두고 내가 먼저 죽지는 않는다
오꾸조. 약속해 주어!. 날 두고 죽지 않는다고!
시즈요가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말했다.
그래 약속하지!.
아!. 오꾸조!
시즈요가 박억조의 품으로 와락 달려들었다.
두 사람은 한 동안 그런 자세 그대로 있었다.
오꾸조. 모래 시모노세키를 출항에 부산으로 가는 영국
국적의 화물선이 있어
시즈요가 박억조의 가슴에 머리를 묻은 채 말했다.
시즈요. 고맙다.
한경진 씨는 두고 가는 게 어때?
나도 그러고 싶지만 ...그건 본인이 결정할 일이야
그때 방밖에서
마님. 회사의 간다 상이 왔습니다.
하녀의 소리가 들려왔다.
회사의 간다 상이 이 밤중에 무슨 일이지?
부산서 전보가 왔다고 합니다
뭐?. 그럼 전신이 재개되었다는 건가? 들어 오라고해요
하녀가 가고 이어 간다 라는 이름의 젊은 사원이 들어와
전보를 전했다.
고진영 한정태 7월 10일 무사히 부산 귀환. 회장 계속 일본
체류 요망.
전보 내용이다.
당신 계속 여기에 있으라는 내용이군요
시즈요가 지옥에서 부처를 만나 표정으로 박억조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나 박억조는
고 사장이 나를 오지 말라고 하는 건 전황이 좋지 않다는
뜻이야. 그럴수록 나는 돌아가야 해. 알지?. 시즈요. 내가 왜
돌아가야 하는지
그래요. 당신은 회장이고 책임감과 의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예요
시즈요가 모든 것을 체념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즈요. 내가 약속했지. 나는 너 먼저 죽지 않겠다고
그래요. 오꾸조!. 당신은 시즈요와 한 약속은 한번도 어긴
적이 없어요. 나는 당신의 약속을 믿어요
시즈요가 박억조의 가슴에 머리를 묻었다.
박억조는 가기 가슴에 떨어지는 뜨거운 물방울을 느꼈다.
박억조와 한경진을 태운 영국 국적의 화물선이 글로리호가
시모노세키 항을 출항한 것은 7월19일 아침이다.
두 사람은 그날 해가 서산마루에 걸렸을 때 해진물산 사무실에
들어 설 수 있었다.
2권 끝
*이 작품은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재구성한 픽션이며 작품
중에 등장하는 인명 단체명 조직명등은 모두가 가공으로 실재의
단체 인명 조직명과는 일체 관계가 없습니다.
꿈과 사랑동산
첫댓글 즐독해요
감사합니다. 끝까지 잘 읽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정말잘읽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감사합니다!
열심히 잘읽고 있습니다.감사 드립니다.
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