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는 신랑신부들이 꽃송이를 들고 엄숙하게 서 있는데 밖에서는 부모들이 몰려와 아우성을 치고 난동을 부렸습니다.심지어는 연탄재를 던져 아름다운 신부가 뒤집어쓴 일도 있었습니다.
1960년에 처음 통일교회 합동결혼식이 열렸을 때 세상은 깜짝 놀랐고, 반대하는 부모들로 인해 축하받아야 할 신성한 결혼식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그때 받은 핍박과 비난은 필설로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만큼 험악했습니다. 그러니 그 아픔과 반대를 딛고 합동결혼식은 반세기 넘게 지구촌 곳곳에서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통일교회 합동결혼식은 희생과 배려의 또 다른 상징입니다. 원래 사랑에는 희생이 따릅니다. 어느 시인은 "사랑은 나를 버리는 아픔"이라고 노래하기도 했습니다. 나를 버리지 않으면 참된 사랑을 이루지 못합니다. 남자는 여자를 위해서, 여자는 남자를 위해서 태어났습니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나 자신을 기꺼이 희생해야 합니다.
"너는 좋은 대학을 졸업했고, 좋은 직업도 가졌다. 그러나 네 신부될 여인은 학교를 제대로 나오지 못했고, 집안도 가난하다. 결혼하겠느냐?"
이렇게 물으면 대부분 "싫습니다"라며 고개를 좌우로 젓습니다. 그러나 통일교회 식구들은 큰 소리로 대답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결혼은 나보다 못한 사람을 만나서 그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것입니다. 신랑신부는 그 진리를 감사히 받아들이지만 부모는 결사 반대합니다. 반대가 가장 극심한 경우는 한국과 일본의 신랑신부입니다.
"내가 일제시대에 받은 고통을 생각하면 지금도 치가 떨린다. 그런데 그런 원수 나라의 딸과 결혼을 하겠다니······우리 가문에 일본 며느리는 절대 들일 수 없다! 절대 안된다."
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원수를 사랑해야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실행하기 쉽지 않은 말입니다. 입술을 깨물며 합동결혼식을 올린 신랑신부들은 결혼 후에도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누구 하나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아들딸을 낳고 행복하게 잘 살아갑니다.
2018년 가을, 희망전진대회가 청평수련원 내 청심평화월드센터에서 열렸습니다. '효정 스피치'로 무대에 오른 전남 장성교회의 고바야시 게이코의 간증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일본에서 공무원으로 남부럽지 않게 지내다가 1998년 한국으로 시집을 왔습니다. 결혼을 하면서 여느 가정처럼 달콤한 신혼생활을 기대했지만 그런 평범한 행복조차 그녀에게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간질병 환자였습니다. 평소에는 얌전하다가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발작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다 보니 갈수록 삶에 무기력해지고 매사에 무관심했습니다. 어떤 일에도 감동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남편과 이혼하고 일본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했습니다. 가기 전에 청평수련원에 들렀습니다. 속죄기도라도 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습니다. 그녀는 하나님께 매달려 기도했습니다.
며칠 후 갑자기 하늘에서 음성이 들렸습니다.
"사랑하는 내 딸아! 내가 너를 사랑하는 만큼 나는 네 남편도 사랑한단다. 몸이 약하고 외롭게 사는 불쌍한 내 아들을 네가 내 대신 보살펴 주면 안 되겠니?"
그녀는 그 자리에서 진심으로 회개하고 통곡하며 용서를 빌었습니다. 그 후 마음의 문을 열어 점차 남편을 사랑하자 하나님은 그녀에게 사랑스러운 아들을 허락해 주셨습니다. 그러자 남편에게도 변화가 생겨 몸이 건강해지고 일자리도 찾아 집안이 안정되었습니다. 지금은 부부가 열심히 5남매를 키우며 행복한 삶을 꾸려 가고 있습니다.
대회가 끝나고 며칠 후 나는 일본 선교사 모임을 가졌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4천여 명이 넘는 일본 부인들이 청평에 모였습니다. 마침 생일을 맞은 몇몇 부인에게 작은 선물을 전해 주면서, 지금까지 남편에게 생일선물을 받아 보았느냐고 물었습니다. 시골에서 바쁘게 살아가느라 생일을 잊고 지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것에 불만을 가진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들은 지난 30년 동안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하나님의 뜻과 참부모님을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나아가 일본의 과거 잘못을 대신 탕감하겠다고 참고 희생해 온 이들의 마음이 얼마나 귀한지 모릅니다. 유관순 열사의 정신을 기리며 기모노를 입은 채 엎드려 사죄하기도 했습니다.
행복은 모든 것이 갖춰진 상태에서 찾아오지 않습니다. 부족한 가운데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때 나도 모르게 찾아옵니다. 나보다 한참이나 못한 사람, 오히려 원수의 집안과 결혼할 때 바로 그곳에서 하나님의 역사가 이루어지고, 나아가 천운이 함께하는 행복이 출발합니다. 돈의 많고 적음을 따지지 말고, 직업이 무엇인지 헤아리지 말고, 외모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아야 합니다. 진정한 인성을 갖춘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가 최고의 배우자입니다. 그런 배우자를 만나 내 사랑을 다 줄 때 가치 있는 삶이 됩니다.
한국과 세계 곳곳에서 열린 통일교회의 합동결혼식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신성하고 보배로운 행사입니다. 지금까지 축복결혼을 받은 신랑신부는 수억 쌍에 이릅니다. 그 축복가정은 세계 어느 나라에 가든 반드시 있습니다. 한국 신랑과 일본 신부, 미국 신랑과 독일 신부, 세네갈 신랑과 필리핀 신부가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말이 다르고 생활습관이 다른 것이야 금방 극복됩니다. 중요한 것은 부부가 서로 사랑하며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