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님의 저서 130쪽과 131쪽에 나오는 의신면 초중리에 살던 '신균'씨의 증언을 읽어 보시기 바란다. 소화 13년부터 5년간 가죽을 공출해 갈 때 좋은 종자는 일본 큐슈와 시코쿠에 보내 연구대상으로 가져갔다고 했다. 신균씨는 자신의 개도 당시 황소 두 마리 값인 12원에 진돗개 한 마리를 빼앗겼다고 했고 가져간 일본인의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시코쿠는 일본 '시코쿠견'의 원산지이고 현재의 시코쿠견을 진돗개의 모습과 비교해 보시기 바란다. 피식민국가에서 행정력을 동원해 5년 동안 가져간 진돗개의 숫자가 일이십 마리였겠는가? 그리고 가져간 개들은 그들에게는 없는 종자였을 것인데 그것은 홑개와 겹개중에서 어떤 개였겠는가? 판단해 보시기 바란다.
다음 몽골견 '노호이' 를 주체로 봤을 때, 노호이는 아시아 딩고의 유전인자를 받아 어떤 변화가 일어났나를 알아보자.
1. 숙였던 귀가 직립함으로서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기능이 생겼다.
2. 액단의 경사도가 낮아졌다.(부드러워졌다.)
3. 주둥이가 길어졌다.
4. 선꼬리가 많아졌다.
5. 털이 짧아지고 체형이 날씬해졌다.
6. 고대견에 근접한 형태를 갖게 됐다.
7. 눈이 작아졌다.
8. 귀가 커졌다.
9. 큰 얼굴에 좁은 귀폭이 만나 팔각형의 두상이 됐다.
10. 큰 머리에 작은 키가 되기도 했다.
대략 위와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몽골견이 귀가 섬으로서 완전히 다른 개로 바뀐 것이다. 현재 겹개를 선호하는 애견가의 입장에서 보면 귀가 섰다는 것과 액단이 살아났다는 것과 주둥이가 길어졌다는 것은 아시아딩고에게서 큰 결점을 보완 받은 것이다. 주체가 다른 입장에서 다른 시각으로 보면 위와 같이 달라지는 것이다.
진돗개의 순종은 겹개 하나뿐이라는 기존의 시각을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아시아딩고라는 고대견의 혈통이 먼저 있었다는 것은 모르고 귀가 선 겹개가 북방에서 내려 왔다는 시각에서 볼 때, 털이 짧은 개와 날렵한 개는 골격이 빈약하거나 퇴화한 것이고, 큰 귀와 얕은 액단의 긴 주둥이는 십대쯤 위에 세퍼트가 섞인 것이다. 그러나 위와같은 시각은 진돗개를 북방스핏츠그룹에서 나온 개로 만들때만 가능하다는 것을 미쳐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늑대설이라고 본다. 겹개쪽에 정통성을 주자니 북방에 있는 어느 쪽에도 조상으로 모실만한 개 품종은 없고 해서 만든 것이 늑대설이라고 본다. 그래도 무조건 북방견이라는 것보다는 상당히 고민한 결과인 것이다.
진돗개에 유전인자를 제공해 준 양쪽 개가 속한 가문이 다 훌륭한 가문이다. 거기에다 아시아딩고는 삼천년이 넘는 석기시대인고로 고대견이 바로 들어온 것으로 보는 것이 맞고, 티베탄 마스티프도 그 형태와 성품이 거의 그대로 몽골견 '노혜'를 통해 들어 온 것이므로 족보상 항렬은 아주 높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진돗개의 성품과 유전에 있어서 자연의 야성과 강한 유전력이 나온다는 것은 아는 분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 이유는 진돗개의 두 조상견이 늑대나 이리에서 분화된 이후 다른 개와의 교잡이 없는 고대견의 상태로 진도에 유입된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개의 세계에서도 사람의 세계처럼 인연이란 것이 있나 보다. 여러분 중에 몽골견이라면 이해가 가겠지만 티베탄 마스티프라고 하니까 다소 생소해 하실 분을 위해서 티베트 이야기를 조금 하겠다. 티베트인의 얼굴은 한국인과 너무 비슷하다. 우리 진돗개 애견가식으로 표현하면 분위기가 같고, 맛이 같다. 사람의 얼굴에 맛이라는 표현을 써서 너무 죄송하지만, 한국말의 맛이 그렇게 다양하니 이해를 바란다.
몽골과 수교 후에 우리 방송사에서 몽골과 티베트를 취재차 방문한 후에 표현한 말에 모든 분위기가 함축되어 있다. '일본인이 사춘 형제라면 몽골인은 배다른 형제같은 느낌이고, 티베트인은 한 형제같은 느낌이다.'
우리는 상고시대부터 김치를 먹은 것으로 추측되고 삼국시대에는 일본 문헌을 통해, 고려시대부터는 우리 문헌을 통해 김치의 기록이 나오고 있다. 오늘날과 같이 고추를 김치에 넣은 것은 1766년 문헌에 처음 나오고 그 이전까지는 고추가 들어 온지 백오십년이 지났어도 고추를 쓰지 않고 소금에 절이거나 여러 가지 향신료를 이용해 담갔다. 용어는 한자말의 '저', '침체'가 '팀체'로, 다시 '딤체'로 변하고, 딤체는 구개음화하여 '김채'가 되고 '김치'가 되는데, 이 티베트인 들이 딤체와 비슷한 발음의 소금에 절인 김치를 먹는다는 것이 더욱 친근감이 들게 한다. 근세에 와서는 중국에 복속하지 않고 끈질기게 독립투쟁을 하는 것도 비슷한 면이 있다. 티베트의 개가 진돗개의 한쪽 조상이라는 것이 북유럽의 개들이 조상이라는 것보다 훨씬 친근감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세상에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 그러나 항상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진돗개의 현재 위치 찾기를 재미를 위해서 산행의 독도법을 인용해서 설명을 했고 현재의 위치도 알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진돗개들의 두상과 체형과 털의 길이 등을 살펴보고 어느 쪽이 어떻게 부분적인 이동을 하였는지 각자가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티베트와 인도의 북부는 지리적인 위치로 보면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일만년도 넘는 까마득한 옛날 이곳에서 발생한 두 고대견의 품종들이 한 갈래는 중국의 남부 해안을 따라, 다른 한 갈래는 중국의 북부에 있는 몽골을 통해 한반도 남쪽의 작은 섬에서 만나서 새로운 품종을 만들고, 다시 일본 열도에 그 유전인자를 전파시켜 세계에 널리 알려진 여러 품종의 개들을 만든 것을 보면 한편의 드라마 같은 감도 든다. 그러나 두 계통의 유전자 교환이 이루어진 상태가 진돗개에서 어떤 상태로 나타나고 있는지 알아보고 여러분이 판단하실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보겠다.
조선시대 말기 한의학자인 '이제마' 선생께서 창안하신 학설인 이 있다. 이는 사람의 체질을 성격에 따라 태양. 태음. 소양. 소음의 네 가지로 나누고 각 체질에 따라 적절한 치료법을 써야 한다는 학설이다. 체질에 따라 생긴 모습도 다르고 먹어서 이로운 음식과 해로운 음식이 있다. 한 노교수님은 우리 민족이 추운 곳에서 내려온 사람과 더운 곳에서 올라 온 사람의 두 계통의 사람들이 만났기 때문에 나온 현상이 '사상체질'이라고 하였다.
여러분도 그 이유를 나름대로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진돗개도 서로 너무나 다른 유전인자를 가진 두 계통의 개들이 만났으니 중간형이 다양한 형태를 보일 것은 당연하리라고 본다. 이제 그 다양한 현상들을 한 번 알아보자. 한국인과 중국인과 일본인이 한사람씩 있는데, 이들을 구분할 때 신체의 어느 부위로 구분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할까를 생각해 보기 바란다. 바로 얼굴이다. 반대로 얼굴을 제외한 신체의 아랫부분만 가지고는 식별이 곤란하리라고 본다.
진돗개의 경우도 그 특징을 가장 많이 나타내는 부분이 얼굴이라고 하는 것이 거의 틀림없다고 본다. 그런 특징을 오랜 세월 연구해서 세 가지 형태로 분류하신 분이 원로 중에 한분 계시다. 이제마의 으로 크게 네 가지형의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듯이 진돗개에도 체형상으로는 겹개와 홑개의 두 가지, 머리형으로 크게 세 가지 형태의 진돗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것은 진돗개의 어느 한 가지를 순종이라고 규정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나타나는 여러 유형들을 기초조사해서 분류해 놓은 것 정도로 반대하시는 분들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겹개와 홑개가 분명히 현존한다는 것은 각 유형을 선호하는 그룹과 배척하는 그룹의 애견가들이 뚜렷하게 양분되어 있는 가운데에도 불구하고 이 글에서처럼 진돗개의 원형을 찾아가는 반드시 필요한 좌표를 설정하는 데 큰 힘이 되어 준 것이다.
만약 그런 구분법이 없이 진돗개는 하나라는 생각을 모든 애견가들이 하고 있었다면 지금 이글은 아무 설득력을 갖지 못할 것이다. 여러분 중에 그 세가지 구분법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구분할 수 있으면 여러분은 진돗개에 대해서 대가 소리를 들어서 손색이 없는 분이다. 진돗개의 세 유형을 충분히 구분할 수 있게 되면 선호하는 취향은 있어도, 인정하는 폭이 넓은 진돗개관을 갖게 될 것이다. 그 세 가지 유형의 진돗개를 세밀하게 구분한 내용의 글을 구해서 읽어 보시기 바란다.
그 글에 첫 번째 나오는 후두형의 개는 아시아 딩고의 다름 아니다.
두상과 체형까지 전형적인 동남아 유형의 개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세 번째 나오는 통골형의 개는 몽골견 노호이가 중형의 아시아딩고와 유전자 교환을 통해 작게 축소된 모습과 비슷하다.
그리고 두 번째 나와있는 각골형의 개는 양쪽의 싸움을 말리기라도 하는 듯 적절히 중간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실재하는 중간형들은 몽골견을 많이 닮은 유형과 아시아딩고를 많이 닮은 유형이 있어서 여러 모습을 나타내는데 예민한 부분이기에 이글에서는 언급을 안 하는 것이 좋겠다.
이것이 전혀 다른 두 계통의 개가 만나서 낳아놓은 후손들의 세 가지 모습이다.
(통골형이란 이름이 주는 느낌 때문에 전하고자 하는 개의 두상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함.)
이 세 가지 분류법은 진돗개의 현상을 있는 그대로 분류한 방법이고, 진돗개의 두 조상견을 알고 보면 겹개와 홑개라고 나눈 것은 원형에 근거한 분류법으로서 옛 진도분들의 심안이 뛰어났다고 생각된다. 여기서 잠깐 개를 번식하거나 심사하시는 분들에게 참고가 될 만 것을 하나 말씀드리고 말을 해야 이해가 편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기도 하다. 여러 나라의 동물학자들이 고대견의 머리뼈를 발굴해 본 결과 고대견의 머리뼈는 후두가 발달되어 있고 액단의 각도가 아주 완만하며 주둥이가 짧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고대의 이리에서 개품종이 분화된 이후 가축화의 영향으로 변해가는 퇴화의 과정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첫쨰, 귀가 숙여진다.
둘째, 이마가 작아지고 둥그스름해진다.
셋째. 주둥이가 뭉툭하게 짧아지고 액단이 많이 꺾어진다.
위와 같은 모습을 하고도 당당히 명견의 대열에 올라 있는 개품종도 많이 있다.
그러나 진돗개처럼 일반적인 모습이 위의 퇴화 단계에 들어가기 전에 놓여 있는 개에 있어서는 퇴화의 양상을 보이는 두상을 선별해 내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고 할 것이다. 적어도 진돗개가 일본개의 조상이라고 주장함에 있어서는 주장에 맞는 두상의 개를 진돗개라고 해야 그쪽도 조상으로 인정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이 오래 전부터 답답했다.
요즈음 많이 사용하는 용어 중에 퇴화라는 말은 위와 같이 학문적인 기준이 있는 것이다.
털의 길이는 품종을 구분하는 것이지 가축화의 과정에서 나오는 퇴화를 알 수 있는 단서는 아닌 것이다. 요즘 진돗개처럼 단모가 많아지는 현상이 홑개가 많아지는 현상과 비례하는 것을 볼 때 몽골견의 유전인자가 적어지고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지, 단모종이 많아지는 것이 진돗개가 퇴화하고 있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진돗개에서 나타나는 퇴화는 콧등이 짧아지니 주둥이가 답답하게 짧아지고, 액단의 각도가 심해지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진돗개의 여러 유형은 나름대로 선호하는 애견가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
그것은 어느 것을 남기고 다른 유형은 모두 없애 버리자는 주장을 할 문제가 현재로서는 아닌 것이다. 나는 이글의 내용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된 십년 전부터 진돗개의 혈통이 어느 하나로 고정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무슨 뜻인가 하면 마치 허물어진 문화재를 당시의 안목으로 시멘트로 보수해 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서 날렵한 홑개인 노루 수렵견을 진돗개로 정의하고 다른 개는 혈통 고정을 위해서 도태시키는 일이 여러분들이 진도 애견가가 되기 전인 삼 사십년 전에 있었다면 어떻겠는가?
반대로 겹개만 남고 모두 없애 버렸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라진 진돗개에 대한 이야기는 전설이 되어 큰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는 각 유형의 선호도에 따라 '무슨 말인가, 벌써 진돗개는 하나로 고정되었어야 한다.' 고 생각하실 줄 안다. 그렇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분들이 두 그룹으로 양분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일본견은 혈통 고정이 우리보다 훨씬 먼저, 그리고 빨리 이루어진 것이다. 1940년대에 들어와서 작출된 기주견과 시바견이 현재의 모습을 갖고 있다. 그리고 1970년대 말에 나온 '시바견'이란 책에는 덕천시대에만 해도 아시아딩고를 연상케 하는 남방형의 개가 일본의 소형견이고 요즘의 시바견은 명치와 대정시대 사이에 출현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일본의 고대견들은 지역의 관계없이 소형견이라고 한다.
그것은 우리의 신석기시대에 해당되는 시기에 동남아형에 속하는 개들이 농경문화를 갖고 이주한 사람들과 함께 들어 왔음을 말해주는 것으로서 우리와 동일한 것이다. 학자들이 일본 고대견의 모습을, 다시 말해서 원형의 모습을 이론상 복원 시켜 놓았을 때는 일본 시바견의 모습은 이미 모든 두상과 체형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혈통 고정되었을 때이다. 일본 고대견의 모습을 알았을 때는 훨씬 오래 전에 이미 그런 개들은 없어져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새옹지마 같은 것이다.
여러분들이 영화 '부시맨'에 나오는 주인공을 볼 때 고대인류가 연상되듯이 개에도 고대견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진돗개에는 일본의 경우와 달리 멸종된 유형이 없이 여러 형태가 고루 보존되어 있음으로 해서 애견가들의 안목이 높아졌을 때 후회없는 보존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진돗개가 일본개의 조상이 될 수 있는 것은 양쪽에 기존부터 있었던 남방형 개의 종자가 아니고 티베탄 마스티프의 대담한 용맹성과 튼튼한 골격을 진돗개를 통해서 받았다는 뜻인 것이다. 진돗개는 몽골의 최고 전성기에 최상의 혈통을 가진 몽골견 노호이의 성품이 들어 왔다고 봄이 틀림없다.
그런데 일본에 우수한 성품과 튼튼한 골격을 전해 준 진돗개의 요즘 사육 실태는 어떠한가.
홑개가 주류이고 모습이 왜곡되지 않은 이상적인 겹개들의 유전인자가 많이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우리 옛 조상들이 수천 년간 이 땅에 만들어서 남겨준 문화재들과 주변국의 것들을 비교해 볼 때 자연스러움을 최고의 가치로 삼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문화재뿐만이 아니고 우리 생활 주변 곳곳에 남아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개 이야기에서 왜 그런 말이 나오는가 하면 세계 여러 민족을 볼 때 그 민족이 좋아하는 취향의 개를 기르고 있다는 것이 입증되기 때문이다. 개의 외모라고 다를 것 없다.
중국인과 챠우챠우, 독일인과 세퍼트와 로트바일러, 프랑스인과 푸들, 일본인과 시바견, 영국인과 불독 등은 닮아도 참 많이 닮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를 써서 전 국민의 우리 문화유산을 보는 안목과 관심을 높여 준 유홍준 교수는 책 곳곳에서 현대인들의 안목으로 하는 문화재 보수에 대해서 찬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있다. 그 문화재를 만든 이도 한국인이요 보수하는 이도 한국인이지만 살아가는 시대가 다르고 정서와 안목이 다르고 정신세계가 다르므로 문화재에 닿는 손길이 다르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분의 책에서 나온 말이 "아는 만큼 본다"이다. 진돗개도 절대 이에 다름 아니다. 개 이야기를 하면서 참 별 거창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처음에는 인류의 기원과 개의 기원을 이야기할 때 꿈같은 과거의 이야기를 했는가하면, 이제는 민족의 정서 이야기까지 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이 반드시 참고가 되어야만 바람직한 진돗개를 보존하고 창출해낼 수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를 사는 사람들의 안목이 조상들의 안목과 반드시 같지는 않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 있다. 한국인의 얼굴을 연구하시는 교수께서 남자들에게 실물대 조각으로 만든 현대미인상과 전통미인상에 대한 선호도 조사를 하였는데, 나이가 들수록 전통미인상을 좋아하고 젊은 층일수록 현대미인상을 좋아하되, 38세 이상의 전후에서 갈등이 심하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여러 사람이 선호하는 진돗개의 유형이 반드시 우리 조상들이 좋아 했던 개라고는 볼 수 없다. 요즘 사람들이 초가집이나 전통기와집에서 살려고 하지 않고 한복 입기를 좋아하지 않듯이 어쩌면 진돗개를 선호하는 안목에서도 우리는 현대에 맞는 개를 선호하고 진짜 우리 민족정서에 속하는 개는 거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몽골견을 몰랐다. 몽골견도 귀가 직립한 개인 줄 알았다는 것이 오류의 시작이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내가 몽골견의 사진을 본 것이 1990년이었다. 김정호님의 책에 도 그분이 몽골견의 귀가 직립한 것으로 아시고 진도견과 몽골견이 사모예드에 속한다고 하신 글이 22쪽, 23쪽에 실려있다. 사실인즉, 날카롭게 직립한 귀와 여우처럼 뾰족한 입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우리 민족의 대표적 정서라고 하신다면 우리의 정서를 잘못 알고 계신 것이다. 서양의 문화는 직선의 문화이고 동양은 곡선의 문화라고 한다. 그리고 동양 삼국의 곡선 문화를 선으로 표현했을 때 중국은 과장된 큰 곡선이고 일본은 직선에 근접한 곡선이고 우리는 자연스러운 부드러운 곡선이다. 우리 민족의 정서에 합일하는 곡선의 이해야 말로 우리 문화의 전반을 이해하고 진돗개를 쉽게 배우는 것이다. 우리의 불상, 도자기, 건축물, 조각, 탈, 춤, 소리, 가락, 의복과 생활, 풍습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정서와 합일하는 고유의 선이 있다.
사회적으로 많은 교육을 받지도 않은 조선의 도공들이 빚은 '이도다완'의 아름다움이 일본에서 최고의 가치로 평가되고 있는 것을 보아서, 우리 조상들은 누구나 가장 자연스럽고 안정적인 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거나 선호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도자기는 가장 선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이기 때문에 진돗개를 비유할 때 적합할 것 같다. 일화가 있다. 영국도 도자기의 나라다. 한 영국인이 일본에 도자기 수업을 하러 와서 오랜 세월동안 동양의 도자기를 배우고 한 말이 한국의 옛 도자기는 도예의 완성이며 가장 높은 단계에 이른 도공만이 빚을 수 있는 모습이라고 했다는 말이 있다. 독일의 철학자 야스퍼스가 '인간 존재의 가장 청정한, 가장 원만한, 가장 영원한 모습의 표징.' 이라고 예찬한 일본의 국보 1호 고류사의 미륵반가사유상은 한국의 적송으로 우리 기술자들이 만든 것이 밝혀졌고, 그것과 거의 동일하며 먼저 제작된 우리의 국보 83호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이 있다.
우리의 것보다 일본의 것이 먼저 세상에 알려짐으로서 예찬을 그쪽이 먼저 받은 것뿐이지 사실은 똑같은 불상이다. 그것이 우리 조상들의 솜씨이다. 우리 민족의 정서를 길게 설명할 수도 없어서 간단한 예를 들었다. 우리 조상들은 자연과 합일되는 가장 안정적인 곡선을 추구했고 그 선이 만들어내는 작품이 가장 아름답고 자연스러우며 안정적이라는 것을 많은 외국의 석학들도 인정했던 것이다. 완벽하다고 느끼게 하는 것보다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분위기, 자연스러우며 긴장되지 않는 넉넉한 분위기에서 오히려 만족을 추구한 조상들의 안목을 요즘을 사는 진돗개 애견가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까?
진돗개의 가지 유형이 동남아에 있었다면 동남아인들은 그중 자기들의 정서에 가장 맞는 개를 선호했을 것이다. 중국에 있었어도 그들의 정서에 맞는 개를 가장 우수한 개라고 했을 것이고, 일본에 있었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각국의 사람들이 선호했을 유형의 개들을 한 번 상상해 보시기 바란다. 여기서는 선호하는 애견가들의 비율을 생각해서 언급은 삼가겠다. 좋은 개와 덜 좋은 개라는 것이 절대적인 평가 기준 밖에서 정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진돗개의 원산지가 강원도와 같은 산간지방이었다면 겹개가 맹수 수렵견으로 명성을 날렸을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 최남단의 섬이 원산지인고로 노루나 고라니 수렵견으로 적합한 날렵한 개들이 명견으로서 전설같은 일화를 남겼다.
강원도와 같은 산세에서는 노루 수렵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서 겹개와 통골형의 의미 전달을 위해서 부연 설명을 하고 싶다. 일반적으로 통골형이라고 불려지는 아기곰 얼굴을 한 비대한 개들은 고대 품종의 개들과 비교해 볼 때 개과동물의 상징인 주력으로 사냥감을 쫓아가 잡을 수 없는 모습으로서 사람 손에 의해 사육된지 오래되어 관상견화 된 모습이다. 여기서 겹개란 몽골견 노호이가 겹개이면서도 말이 달리는 속도를 따라잡는 체형을 가진 그런 겹개를 말하는 것이다. 마라톤 선수는 엄청난 장거리를 뛰면서도 체형은 가장 최소의 산소 소모량만 필요하게 건조되어 있다. 그리고 근육의 발달에 있어서도 절대 부피가 늘지 않는다. 그러나 백 미터 달리기 선수의 경우는 순간적으로 최대의 근육사용을 하기 때문에 다리에서는 마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현상이 일어나서 보디빌더처럼 근육의 부피가 는다. 그리고 두 경우 모두 지방은 없다는 것이고 체형은 지극히 건조되어 미관상 비대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 이글을 쓰는 사람도 보디빌딩을 17년간 운동했고 등산은 25년간 했기 때문에 보디빌더의 체형과 등산의 관계에 대해서 직접 경험이 있다.)
노루 수렵을 할수 있는 지형과 멧돼지 수렵을 할수 있는 지형의 개의 모습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에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겹개와 홑개를 구분할 수 있는 안목과 기준을 세워 놓으면 어느 한쪽을 선호하는 절대 평가는 하지 않을 것이다. 겹개를 선호하는 분이 있는데 홑개에 속하는 잘 생긴 암컷을 보고 아주 좋다고 하는 것을 봤다. 반대로 노루 수렵견을 최고로 평가하는 분이 겹개의 두상을 갖고 체형은 잘 건조된 숫컷을 보고 좋은 평가를 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의 눈은 알게 모르게 두 가지 유형에 익숙하도록 길들여져 있는 것이다. 착시가 아니라 훈련을 통해서 두 가지 유형의 아름다움을 다 볼 수 있는 안목과 감상법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오래 하다보니 인체 근육의 발달 과정이나 운동 방법 등에 관해서 약간의 지식을 갖고 있다. 그 전에는 육체미라고 하던 보디빌딩을 요즘에는 '헬스'라는 용어로 사용하고 있어서 헬스크럽에 다닌다고 하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것으로 알아듣는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모든 운동의 기본으로서 다른 종목의 운동선수들도 기초체력을 다지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운동인 것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보디빌더의 전유운동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지만 농구나 배구 또는 수영이나 탁구 선수들이 중량을 들어서 몸의 근육이 크게 붙는다면 자신의 전공 운동에 막대한 지장을 줄 것이다. 또 역도 선수들은 보디빌더보다 더 무거운 중량을 들면서도 근육의 발달모습은 섬세함에서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운동방법이 인체에 주는 영향은 실로 엄청나게 다양해서 중량, 횟수, 자세, 프로그램, 인터벌 타임(휴식시간), 영양 등이 조금씩 바뀔 때마다 근육의 모습과 발달 성과가 달라지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몸을 갖고 있는 보디빌더라고 해도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보통사람과 똑 같았다. 여기서 머리식히는 질문을 하나 하겠다.
세계적인 보디빌더가 운동을 한 십년동안 하지 않으면 그의 몸은 어떻게 될까? 여러분도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해 봤을 것이다.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의 엄청난 몸이 늙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엉뚱한 생각같은 것 말이다. 해답은 '원래의 유전인자대로 돌아간다.' 이다. 뚱뚱한 사람은 뚱뚱한대로, 마른 사람은 원래 마른대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디빌더가 낳는 아이들도 평범한 보통아이를 낳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보디빌딩의 역사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선수가 늙으면 그 몸이 어떻게 될 것인가가 확실히 알려져 있지 않았던 것이다. 마라톤 선수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다고 할 만큼 장거리를 달리는데도 몸이 날렵하고 밴 존슨 같은 100m 달리기 선수는 단거리를 뛰는데도 불구하고 거의 보디빌더의 몸과 같은 근육질을 갖고 있다. 원인은 무얼까?
마라톤 같은 장거리 운동은 적정한 힘을 사용해서 장시간 운동하게 되므로 근육의 부피가 늘지 않는 반면 100m 달리기는 아주 짧은 시간에 최대한의 근육을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몸에서는 마치 보디빌더가 최대한의 중량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효과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세계적인 100m 달리기 선수들의 몸이 하나같이 근육질인 것은 위와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이유인 것이다. 또 보디빌더가 높고 가파른 산을 장시간 오르면 일반인에 비해서 얼마나 잘 오를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 해답은 '일반인보다는 잘 오르고 등산 전문인보다는 숨이 차한다' 이다. 과거에 1500cc 엔진을 장착한 중형승용차들이 있었다. 싼 값에 중형승용차를 팔려는 제조회사의 상술이었다.
그런 차를 운전해 보신 분은 언덕을 오를 때나 에어컨을 켤 때 엔진이 힘들어 하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반대로 외제 스포츠카나 일부 고급승용차에서 작은 차체에 배기량이 큰 엔진을 장착한 경우에는 차의 힘이 넘치고 엔진은 여유가 있게 되는 것이다. 보디빌더는 근육을 인위적으로 크게 부풀려 놓은 것이기 때문에 심폐운동을 별도로 해서 심폐의 기능을 함께 발달시켜 주지 않으면 등산이나 장거리 달리기 같은 유산소운동에서 심장은 부피가 늘어난 몸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너무 많은 부담을 갖게 되어 혈압은 오르고 숨은 가빠지게 되는 것이다. 엑셀엔진을 그랜져에 얹은 격이 되는 것이다. 마라톤 선수의 날렵한 몸은 최소한의 산소를 사용하도록 부피를 줄인 것이고 따라서 심폐의 부담은 적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날씬한 사람은 다 장거리를 뛸 수 있다고 할 수 있나? 그렇지 않다. 운동으로 다져진 날렵함과 허약한 날씬함과는 다른 것이다. 심폐운동을 함께 한 보디빌더의 넘치는 힘과 육체의 아름다움은 본인에게는 삶의 질을 한 차원 높여 주고 보는 이에게도 넘치는 삶의 의욕을 전해주는 힘이 있는 것이다. 진돗개의 겹개와 홑개를 선호하시는 분들이 참고하셨으면 좋겠다. 역도선수의 몸과 씨름선수의 몸과 보디빌더의 몸은 다르다. 마라톤 선수의 몸과 100m 달리기 선수의 몸도 다르다. 보기 좋기는 100m달리기 선수의 몸이고 오래 뛰기는 마라톤 선수의 몸이다. 마라톤 선수와 100m 달리기 선수가 격투를 하면 누가 더 유리할까? 그것도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 엄청난 크기의 근육을 가진 보디빌더는 의외로 신체의 일부가 근육의 부피로 인해 역기능적일 수 있다. 근육이 기능을 수행하는 역할보다 보여주는 역할로 바뀐 것이다. 진돗개를 번식하거나 심사하는 자리에 있는 분들이 참고하셔도 괜찮을 내용이라 생각되어서 적어 보았다. 한국에는 아프리카의 초원과 같은 곳이 없다는 것도 염두에 두시고 아프리카의 사냥개 '리카온'처럼 생긴 개를 이상형으로 삼는 것도 재고해야 하리라고 본다.
부잣집의 고래등 같이 잘 지은 기와집이 있는데 일부러 대들보를 자연스럽게 휘어진 것을 얹어놓아서 운치를 즐기는 멋을 가진 나라가 우리나라다. 서울의 고궁 안에 한 고목이 있는데 뿌리 윗부분이 썪어서 큰 구멍이 생겼고 궁궐 안에 음기가 생기는 것을 막는다고 화강암을 잘 깎아 구멍을 막는데 일부러 비스듬히 눕혀서 틀어막아 자연스러움을 살리는 멋을 우리말고 누가 갖고 있는가? 자연스러움은 부족한 것이 아니고 가장 완전하다는 것을 오랜 세월 생활 속에 간직해 온 것이다. 춤의 대가는 춤을 추되 긴장감이 없이 자연스럽게 추고, 원로 시인은 가장 자연스러운 단어를 사용해서도 심금을 울리고, 무술의 고수는 춤추듯이 자연스럽게 칼을 쓴다. 어느 분야이던 대가는 동작이 긴장감이 없이 자연스럽다. 공자도 나이 일흔 살에 마음 내키는대로 좇아 행해도 법도를 넘어서지 않게 되었다고 했으니 자연스러움이란 공자의 사상에서도 최고의 경지였던 것이다.
지구가 종말을 맞으면 지구 밖으로 반출할 제일의 보물을 말하기를 앙드레 말로는 와 일본에 있는 을 들었고 철학자 야스퍼스는 역시 일본에 있는 일본 국보 제1호 을 들었으며 일본의 미술사가인 유종열은 을 들었다고 한다. 일본의 반가사유상은 신라의 과 동일한 것이며 모두 삼국시대 우리 조상들의 솜씨라는 것을 앞서 말했다.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감각적으로 보면 웃지 않는데 심정적으로 보면 웃고 있는 오묘한 미소라고 한다. 나라도 작고 민족의 숫자도 적고 유적의 규모도 작지만 마음을 표현하는 예술 작품의 수준은 가히 세계 최고의 경지에 올라갔던 옛 조상들의 정신세계를 우리는 가늠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지금 서양식 옷과 머리 모습을 한 사람들만 있는 서울 한복판에 시골에서 때묻은 바지저고리를 입고 머리에 광목수건 질끈 동여매고 나뭇짐 지게 하나 지고 올라온 머슴같은 분위기의 진돗개, 시골에서 나물 캐던 촌색시 같은 순수한 표정의 진돗개라면 그 개가 어느 개하나 물어 죽일 것같은 긴장감이 없어도 우리 초가집에 어울리고 우리 논밭과 산하에 가장 어울리는 개인 것이다. 지금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개들은 각자 그분들이 사는 환경에 어울리는 개를 추구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그런 모습이 되는 것이다.
진돗개는 진도 맛이 나야 하되 옛 진도 맛 일 때 더욱 진돗개다울 것이다.
등산을 처음 하시는 분은 가까운 뒷산부터 간다. 제대로 된 장비도 없이 아무 산 아무 길로 막 올라 간다. 그래서 초보이다. 그 다음에는 경치 좋고 유명한 국립공원을 간다. 거기서는 누구나 산이 아름답다고 느낀다. 그러기에 국립공원이다. 그 다음에는 도립공원 수준의 산을 다니고 이름있는 산들을 모두 다닌다. 그렇게 십년, 이십년 세월이 가면서 갔던 산이라도 사람이 많이 안다닌 등산로를 다니고 싶어 한다. 사람의 흔적이 별로 없는 산길이 얼마나 좋은지를 깨닫게 된다. 자연 속에서 인위적인 것은 표지리본까지도 거슬리는데, 자연 그대로의 것들은 숲속에 아무렇게나 쓰러져 있는 썪은 고목까지도 거슬림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다음에는 이름 없는 산, 사람 발길이 없는 능선과 계곡을 찾아 독도를 하며 산을 오르면서 거칠지만 때 묻지 않은 자연에서 마음의 안정과 평화스러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 길도 모르고 아무데로나 올라 갈 때처럼 다시 길 없는 산길을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처음처럼 돌아가는 이 자연의 섭리가 참으로 오묘하지만 처음과 나중이 다른 것은 나중에는 길을 알고 자연스럽게 간다는 것이다.
우리 옛 조상들에게 마음에 드는 진돗개를 골라 보시라고 한다면 분명히 자연스런 선으로 이루어진 진돗개를 고르셨을 것이다. 자연스러운 선에도 굵고 강한 선과 부드럽고 섬세한 선이 있을 것이다.
김정호님의 저서 '진도견'에는 당시 진도 현지의 원로 애견가들의 우수한 진돗개에 대한 설명이 실려 있다.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현지인들의 진돗개의 설명 중에는 가장 오래 됐고 신뢰해야만 되는 내용들이다. 단 하나로 진돗개를 고정시켜야 한다고 하면 그분들의 말씀을 따랐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기도 했다. 그분들의 설명을 신체 부위와 설명자의 이름을 가로와 세로로 쓴 도표를 만들어서 주변에 나누어 준 적이 있다.
중요한 신체 부위별로 그분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키는 클수록 좋고 잘 달려야 하며, 귀는 큰놈이 좋고 머리는 복개뚜껑 같아야 하며, 주둥이는 명주꾸리 같아야 하고, 털은 길고 거친 것이 좋으며, 눈은 작거나 세모진 놈이 좋고, 다리는 달리기 선수 같아야 하고, 꼬리는 장대꼬리이거나 꼿꼿하게 생겨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것을 도표로 만들어 봤는데 이해하기가 쉬웠다. 위에 나타난 개에서 가장 중요하고 특징적인 표현을 고르라면 , 복개뚜껑 머리와 명주꾸리 주둥이이다. 개의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가장 중요한 것이 얼굴이라고 할 때 이 두 가지 표현은 진돗개의 모든 특징을 함축시킨 가장 짧은 말이고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나타내 주는 진돗개를 표현한 말이다. 이래서 같은 한국인이라도 옛날 분과 요즘 사람들의 정서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위에 설명한 진도의 원로들의 설명을 종합하여 본 진돗개는 아시아딩고와 몽골견 노호이의 장점만을 골라서 모자이크한 개임을 이글을 처음부터 읽은 분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위와 같은 개가 나타날 확률은 지극히 적은 것이다. 그런 개가 보편적으로 있던 일명 '순종'이었다면 상당한 비율의 개체수로 남아 있었어야 할 것이다. 계획적으로 번식시켜도 나오기 어려운 형태인 것이다.)
복개뚜껑 머리가 만들어진 과정은 이렇다고 생각된다. 아시아 딩고 유형은 개의 체고가 50Cm 밖에 안되는 날렵한 체형이기 때문에 후두부가 튀어 나왔어도 두 귀의 폭은 그리 넓지 않다. 그런데 몽골견 노호이는 뒤로 튀어 나온 부분은 미약해도 폭이 아주 넓다. 그것은 티베탄 마스티프의 설명을 인용한 추정이다. 이 돌출한 후두와 넓은 광두의 이상적인 만남이 복개뚜껑머리라는 우리 정서에 딱 맞는 진돗개의 두상을 만들어 주었다고 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을 매도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명주꾸리 주둥이도 긴 주둥이와 굵고 둥근 주둥이가 만나서 이상적인 조화를 이룬 것이라고 본다. 위의 설명이 맞다고 생각되는 이유가 첫째, 원형의 모습이 그러하고 둘째, 현실적으로 한쪽에 치우친 유전인자를 가진 개들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이어령 교수께서 쓰신 ' 축소지향의 일본인' 이란 책을 다 읽어 보셨을 줄 안다. 한국과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던 책이다. 작은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작게 만드는 것에서 편리함을 느끼고, 무엇엔가 복속하려는 성향이 일본인에게는 있다고 되어 있다. 서양인의 시각에서 일본인을 연구한 책은 수없이 많았으나 이웃한 한국인의 입장에서 일본인의 숨겨진 면을 파헤친 일본문화 비평서라고 할 수 있다.
이와같은 일본인의 정서, 다시 말해서 직선을 선호하는 성격과 작은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민족성이 만들어 낸 대표적인 개가 바로 '시바견'이다.
진돗개의 크기 논쟁은 아직까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그런 논쟁의 참고 자료가 될 만한 내용을 이 글에서 찾아 볼 수 있다고 본다. 아시아 대륙에서 건너간 오스트레일리아의 딩고의 어깨 높이가 평균 55Cm(44~65 Cm) 이고 티베탄 마스티프의 어깨높이가 61 ~ 71Cm이다. 진도에 유입된 아시아 딩고형 개의 크기를 50Cm정도의 작은 키로 보고 몽골견 노호이는 티베탄 마스티프보다 약간 작은 것 같을 뿐 통계 자료가 없다. 위의 두 종의 개가 만나서 유전자 교환을 했다. 거기서 태어나는 자견은 작은 쪽의 유전인자라 해도 50Cm 이상이다. 이론적으로는 분명히 그렇다. 그러면 소형은 왜 나와 있는가? 그런 형을 주장하시는 분들도 봤으니까 주장하시는 것이다. 1986년 현재 진돗개의 보편적인 어깨높이는 숫컷이 48.07+_4.13Cm 이고 암컷이 45.30+_3.21 Cm이다. 이 속에는 겹개도 있고 홑개도 있지만 체고만큼은 동남아 유형이다. 위의 통계는 믿을 만한 것이다. 정부의 위촉을 받고 '진도개보호육성위원회'에서 기초 조사한 수치이다. 그리고 위의 수치 속에는 아주 작지는 않지만 소형도 분명히 들어있다. 이제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다.
진돗개의 체고가 위와 같이 아시아 딩고의 평균 높이보다 사실상 작아지고 거기에 맞춰 우리의 시각까지 변하게 된 이유를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서 생각해 볼 일이다.
가정을 해보자. 몽골견이 압도적으로 많은 가운데 적은 수의 동남아형의 개가 진도에 유입이 되었다. 그 후손의 키는 여러분 생각에 얼마나 될 것이라고 보는가? 또 반대로 동남아형이 주류를 이루는데 적은 수의 몽골견이 진도에 유입되었다면 그 후손의 키는 얼마나 될 것이라고 생각되는가?
진돗개는 나보다 여러분이 더 잘 아시니까 판단도 더 잘 하시리라고 본다. ' 진도개보호육성위원회'에서 기초조사하고 정부의 문화재대관에도 분명하게 적혀 있는 진돗개에 나타나는 장모를 가진 개체수는 8.33%였다. 그런 개체 수의 비율 때문에 동남아형의 키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본다. 남방형의 평균 치수인 50Cm보다 소형화되는 현상은 원형의 치수를 기준으로 봤을 때 진도라는 고립된 환경이 만들어낸 현상이고, 사육조건의 열악한 환경이 원인이라고 본다.
일반적으로 먹을 것이 충분한 조건에서도 계속된 근친 교배는 동물을 소형화 시킨다. 그리고 먹을 것이 부족한 상태에서 살아도 소형화되고 그것이 계속되면 유전이 된다. 후자의 경우를 입증해 주는 것이 남북한의 아이들의 키이다. 같은 민족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다른 민족인 것처럼 키가 달라졌다. 그렇게 되면 성격도 변하고 여러 세대 내려가면 유전이 된다. 소형 진돗개가 나타나게 된 이유는 최소한 위의 둘 중에 하나라고 본다. 그래도 소형의 진돗개를 선호하는 것은 기르시는 분의 취향이나 선호도가 많이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먹을 것이 충분치 못한 환경이 원인이 되어서 소형화 된 개들이 정상적인 조건에서 제대로 성장한 개들에 비해서 더 영악하고 사나워진다는 것은 살아남기 위한 개들의 본능일 것이다.
진돗개에서 현실적으로 나타나는 다양한 형태와 성품의 원인을 이해한다면 진돗개의 발전을 위해서 의견의 차이를 좁힐 수 있을 것이다. 여러 형태를 하나로 단일화 시키는 것보다 세분화하는 것이 더 과학적일 듯싶다. 가능하면 이웃나라에도 있는 형태는 피해서 우리정서에 맞는 개로 유형을 정했으면 더 좋겠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개인 줄 알았는데 태국에도 있고 중국 남쪽에도 있거나 하면 어이없는 일이 될 것이고 일본에 있는 다양한 개 형태를 참고해서 같은 분위기의 개들은 피했으면 좋겠다.
앞서 야생이리가 가축화되는 과정에서 오는 얼굴의 퇴화 현상을 설명했다. 진돗개에도 그 퇴화 현상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아시아 딩고류의 개들은 후두부가 발달되어 있고 주둥이가 길고 액단이 아주 완만하다. 현재의 모습 자체가 고대견에 근접한 모습이다. 몽골견이 속한 티베탄 마스티프는 머리폭이 아주 넓고 액단은 부드러운 편이고 주둥이는 둥글고 굵다. 양쪽 모두 원형의 얼굴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원만함과 부드러움이고 순수함이다.
인위적인 작출에 의해서 자연스러움이 사라지고 긴장감이 넘치는 일본개들은 왠지 사무라이와 가부끼를 느끼게 한다. 우리도 지금 생활이 현대화되면서 개를 기르는 정서가 일본처럼 되어가고 있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정서가 바뀌면 물건을 고르는 눈도 바뀐다. 그것이 개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감각에 의존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다. 사실 이 글을 쓰겠다고 한 것도 여러분이 원형에 충실하고 우리개의 맛이 살아나는 개를 고르시는데 도움을 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겹개는 한반도 남쪽의 맛보다는 대륙의 맛이 나는 개를 상상시켜 드리고 싶었고, 홑개는 호주의 딩고를 능가하는 개를 마음에 두고 참고하시도록 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진돗개는 지금이 완성이 아니고 시작이며, 완성에 가까운 흡족함도 아주 먼 미래에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먼 길을 떠나는 이에게 조그만 약도 한 장 그려 드리고 살펴 가시라고 부탁하고 싶었다.
우리 토종개에 대해서 조금만 언급하고 풍산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똥개'란 닉네임이 붙은 우리의 토종개는 티베탄 마스티프라는 훌륭한 가문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말씀드린 바 있다. 나의 기억에도 있지만 연세 드신 다른 분의 말씀을 들어보면 털이 길고 영리하며 대단한 투지와 수렵성을 발휘했던 개들이 상당수 있었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오수의 개로 유명한 임실의 개도 털이 길고 귀가 늘어진 우리 토종개인 것으로 되어있다. 토종개 중에서도 털이 짧고 후리후리한 개는 순수한 티베탄 마스티프종이었다고 할 수 없고 남방견의 혈통이 많이 들어간 개로 보여진다. 세계의 모든 개품종이 혈통이 고정되기 전에는 여러 성품이 나오는 법이다. 이 토종개에도 다양한 성품의 개들이 있었을 것은 당연한 추측이다.
이 토종개처럼 생기고도 주인을 잘 만나 육용이 아닌 다른 용도로 쓰이는 개들은 얼마든지 있다. 개라는 것이 모두 투견일 수는 없다. 그리고 수렵종의 개는 세계에서 얼마 안 된다. 한 백 년 전에 토종개에서 체격이 크고 털이 길며 성격 좋은 놈을 골라서 계획적인 번식을 하는 안목이 우리 민족의 누구에게라도 있었더라면 이 토종개는 독일의 로트 바일러에 필적하는 개종자 하나로 태어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이 토종개는 귀만 늘어져 있었을 뿐 액단은 비교적 완만했다. 티베탄 마스티프의 한 갈래였던 이 개는 지금 북한의 아이들이 못 먹어서 작아지듯이 한반도라는 먹을 것이 풍족치 못한 나라에 와서 아이들 똥만 먹고 살다가 체형도 작아지고 좋지 못한 별명까지 얻어서 식용으로 전락한 후 종 자체를 마감한 것이다. 풍산개가 우리에게 직접 보여진 것은 십년이 채 안됐다.
그 이전에는 풍산개의 그림을 보고 풍산개의 모습을 상상했었다. 그러나 실제 우리 앞에 보여진 풍산개의 강아지나 그 강아지가 다 컸을 때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누구나 '이 개는 우리 개로구나.' 이다. 얼굴에서 풍기는 낯익은 모습, 체형, 꼬리, 성품도 우리가 늘 보던 개의 모습과 다름 아니었다. 거기다가 귀까지 안 서는 놈이 많다는 것은 역시 이개는 우리나라 개들이 들어오는 유입 경로를 그대로 밟아서 들어 온 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혹자는 그동안 진돗개의 귀가 안서는 현상을 토종개의 혈통이 혼혈되어서 그렇다고 말씀하시고는 했다. 그러면 풍산개에서 나오는 귀가 안 서는 것도 원인이 토종개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귀가 안 선다는 것은 품종이 다르다는 것이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진돗개는 귀가 대부분 섰으니 품종의 단일화를 위해서 귀를 세운 개로 선택 번식하는 것이고, 귀 숙인 개가 퇴출 대상이 된 것은 진돗개의 기준이 그렇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풍산개는 귀 안 서는 개의 비율이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여러분은 이글을 읽으시는 동안 개의 체형과 특징에 의해서 어느 계통에서 갈래를 이루었나를 분류하는 법을 배우셨으니 풍산개도 어렵지 않게 그 혈통의 뿌리를 찾아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안다. 귀가 안서고 골격이 좋고 외부로 뻗치는 긴 털이 아닌 것을 보아서 사모예드 계통이 일방적으로 들어 온 것은 아닌 것이 분명하며 얼굴의 모습도 그쪽이 아니다. 귀가 안 선 풍산개의 모습은 털의 모습을 참고해서도 티베탄 마스티프 계통이라는 것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그러면 귀가 선 풍산개에서 어떤 단서를 얻을 수 있을까? 사모예드 같은 북방스피츠그룹은 삼각형의 작은 귀가 서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그런 귀를 갖고 나오면 얼굴에도 같은 유전인자가 따라서 나타나게 되어 있고 몸의 털도 상당히 길어진다. 풍산개가 그렇지 않다는 것은 풍산개의 귀를 직립하도록 하여준 유전인자는 진돗개와 마찬가지로 아시아 딩고의 귀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북한에서 나온 풍산개의 사진 중에서 삼각형의 작은 귀가 아니라 외각있는 큰 귀를 가진 개의 모습이 있다. 아시아 딩고의 귀는 바로 귀의 바깥쪽에 외각이 있는 큰 귀이다.
진돗개의 겹개에도 이런 귀를 가진 개들이 많이 있다. 김정호님의 저서 '진도견' 의 사진에서 제 2회 대회 참피온 상을 탔다는 전영암씨의 백구의 귀가 그런 귀이다. 넓은 귀 폭에 완만한 액단, 여유있어 보이는 서글서글한 눈, 적당한 털길이, 서둘지 않는 대담한 성품 등은 북방형의 진돗개에서 보던 모습을 풍산개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진돗개도 홑개가 많이 있고 겹개도 홑개의 특징을 많이 갖고 있어 참고로 비교해 보기에 어려움이 많지만 풍산개는 진돗개와 같은 계통의 유전인자를 갖고 있는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한반도의 겹개들이 꼭 몽골견을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티베탄 마스티프의 유전인자를 갖고 있는 것은 주변국에서도 다 아는 사실이다. 거기에 귀를 직립시킨 유전인자가 어느 쪽이냐만 찾으면 되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풍산개는 진돗개에 비해서 북방견의 유전인자가 많이 섞여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풍산개에는 왜 주로 흰색개만 있을까?
실제 황색개도 극소수 나올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거의가 흰색 개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외국에는 한 개인에 의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경우 한 가지 색의 개들이 있을 수 있다. 풍산개의 경우는 같은 모습의 흰 색깔의 개가 오랜 세월 한 곳에서 자연적으로 살아 왔다면 풍산지방에 유입된 개의 조상견이 동일한 품종으로 한 쌍 정도의 적은 숫자를 들여와서 번식시켰기 때문에 똑같아진 경우와 그 개와 똑같은 한 쌍 이상의 개가 풍산에 들어 간지 얼마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겠다.
만약 풍산개의 조상개가 현재의 모습으로 만주에서 들어갔다면 이것은 우리에게 진돗개 보는 폭을 더 넓혀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왜냐하면 진돗개와 같은 분위기의 개들이 만주에도 있다는 것이고, 진돗개의 혈통을 말하는 기본틀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말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다음은 풍산개가 최소한 수백 년 전 진돗개와 같은 과정으로 만들어진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티베탄 마스티프 계통의 흰색개와 한국이나 중국에 있던 귀가 직립한 남방형의 흰색개가 인위적으로 사람에 의해서 풍산에 들어가서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것과 다음은 일이백년 전 진도 쪽에서 어떤 연유로 해서 함경도 풍산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산골에서 화전과 수렵이나 하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진돗개의 대형 겹개를 한쌍 정도 데리고 가서 오늘의 풍산개가 됐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확실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거의 같은 과정으로 만들어진 가까운 혈통의 개라는 사실이다. 구분되는 것은 진돗개에는 남방적 분위기가 많고 풍산개는 적은 개체를 가지고 번식을 해서인지 북방형의 분위기가 많다는 것이다. 초록이 동색이라는 말이 있다. 녹색계통의 색들은 파랑색과 노랑색이 배합되어 만들어지는 색인데 배합의 비율에서 파랑색의 비율이 많으면 녹색이 되고 노랑색의 비율이 높으면 연두색이 되는 것처럼 진돗개와 풍산개의 관계를 이해하시면 좋을듯 싶다. 풍산개의 유래를 설명한 평양 축견소 관리인의 말을 참고하고 여러분도 개에 관한 지식을 최대한 활용해서 풍산개가 만들어진 과정에 관해 나름대로 상상해 보시기 바란다. '
풍산개는 량강도 풍산군 광덕리의 한 늙은 농부에 의해서 이조시기부터 길러졌다. (1938년 일제 때 천연기념물로 정해지지 않았다.) 북한에서는 1975년에 이르러서야 전문 개 목장을 만들어 혈통 관리를 하고 있다.' 위의 내용을 참작하시면 어렴풋이나마 어떤 느낌이 드시리라고 생각된다. 진돗개와 풍산개는 서로 비슷하지만 두 품종 모두 많은 발전을 해야 할 것으로 안다. 만족이란 정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몇 년 전에 반입된 풍산개의 진위에 대해서 논란이 있는 줄 알고 있으나 긍정적으로 보면 북한에서 추려내는 개를 의도적으로 반출했을 수도 있다고 본다. 애완동물신문 제3호에 실린 풍산개는 북한에서 정식으로 반출되어 99년 2월25일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개의 모습인데 밀생된 단모와 긴 주둥이, 상당히 건조된 체형을 가지고 있어서 아시아딩고의 혈통이 들어갔음을 더 실감케 한다.)
여러 해전에 과천 국립미술관에서 고구려의 고분에 관해 전시회를 한 적이 있었다. 두 번을 관람했는데 거대한 중국과 호각지세를 겨루던 고구려 민족의 강인함과 웅장함을 느낄 수 있었다. 진돗개를 좋아 하는 사람이기에 전시장입구에 복원시킨 고구려의 개를 유심히 관찰해 본 적이 있다. 귀가 직립하고 늑대색의 털을 가진 개였다. 고구려에도 귀가 직립한 개가 있었다는 것은 진돗개를 보는 안목을 넓혀 줄 수 있을 것이다.
고구려개의 조상이 될 수 있는 직립한 귀를 가지고 있는 고대견은 사모예드와 엘크 하운드를 대표로 하는 북방스핏츠그룹과 최근에 알려진 새로운 고대견의 조상인 아시아 딩고가 있다. 그리고 만주지역은 칭기즈칸이 유럽을 평정하기 전에는 북유럽과는 주민의 이동이나 가축의 빈번한 왕래가 거의 없었던 곳이다.
티베트와 몽골과 만주 지역은 티베탄 마스티프종의 개들의 분포지역이고 이 견종의 매력을 넘어서는 더 강하고 성능이 좋은 고대견의 품종은 없다는 점이 고구려개의 혈통을 상상해 볼 수 있는 참고가 될 것이다. 그리고 아시아 딩고종의 분포지역은 동남아를 중심으로 하여 넓게 분포되어서 바다로는 필리핀과 파푸아 뉴기니까지 간 것으로 확인되었다. 육지로는 근동과 중국의 해안지대를 따라 분포되었다고 하였고 그 이동 루트가 벼농사 분포지역과 동일하기 때문에 중국의 산둥반도에서 한반도의 서남 평야지대에까지 퍼져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고구려의 고분이 축조되던 시기에는 당연히 고구려에도 벼농사를 짓고 있었다. 고구려견이 아시아딩고나 사모예드 단일견종이라고 보기에는 상기한 여러 점이 신뢰하기 어렵게 만들고, 진돗개처럼 두종 이상의 고대견이 유전자를 교환하여 만든 것이되 진돗개의 경우는 아시아딩고가 숫적으로 많은 가운데에 적은 수의 몽골견이 유입되어 체고에 큰 변화를 못 주었으나 고구려견의 경우는 그 반대였을 것이므로 체형이 상당히 큰 개였을 것이란 생각을 우선 해볼 수 있다. 다음은 예외의 경우로서 티베탄 마스티프종의 개와 늑대를 인위적으로 교잡시켜 귀가 선 개를 만들어 사냥개로 사용했을 때의 그림을 그려놓은 것일 수도 있겠다. 그 어느 쪽도 확인하기는 어려워도 우리 민족이 옛날 만주에서 기르던 개의 모습이나 체고를 알고 싶은 마음은 우리 모두 다 같을 것이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쓰는 것에 대해서 큰 나무람은 없기를 바란다. 한반도 북부 산악지대나 만주대륙 같은 곳은 사냥을 해도 노루 수렵이 아니기 때문에 한반도 남쪽 진돗개의 기준을 가지고 고구려개를 상상하시면 아마도 실제의 모습과 다른 개를 머리속에 그려 놓으실 것 같다.
서예에 관해 말씀드리면서 여러분에게 진돗개에 관한 언중유골의 의미를 전해 드리려고 하는 것은 오랜 세월동안 진도의 어려운 환경에서도 살아남은 진돗개들이 인간의 얕은 생각과 특별한 용도 때문에 귀중한 종자 자체가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잘못된 진돗개관에 의한 의도적 번식도 귀중한 종자를 없애는 일에 다름 아니다. 잘 모르겠으면 그냥 진도에 있던 모습 그대로만 번식하기 바란다. 그 모습이 촌스럽고 어리숙하고 외모가 순해보여도 도시 맛이 나게 하지 말고 진도 맛이 나게 그냥 놓아두길 바란다. 그러면 이다음에 우리보다 진돗개를 더 잘 아는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유전자라도 남겨 놓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예에는 한자의 경우에 해서, 행서, 초서, 예서, 전서 등이 있으며, 서예의 기원은 한자의 시초인 은나라 시대의 갑골문자까지 올라간다.
요즘에는 묘비에도 전서를 쓰지 않으나 고대 중국에는 비문이나 인장의 조각은 물론 문서의 작성에도 전서를 사용했는데, 문서가 번잡한 것을 줄이기 위해 중국 진나라 시황제때 글씨를 단순화 시킨 예서가 생겨났고, 한나라때 전서를 대신해서 공식 문자로 통용되었다고 한다. 예서는 고예와 분예가 있는데, 고예는 전서를 빠르게 쓴 것으로 파책(삐침)이 없는 소박한 서체가 특징이고, 분예는 고예가 변한 것으로 파책(삐침)이 발달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에는 조선 말기의 완당 김정희의 추사체와 이광사의 예서가 대표적이다. 요즘 신문이나 잡지, 회사 이름 등에 사용하는 힘있고 굵은 글씨체가 모두 예서체이다.
예서는 위. 진 시대 이후에 파책이 약해지고 여기에 점. 탁. 도. 적을 더하여 더욱 유연하고 매끄러운 서체로 변형된 것이 해서체이다. 당나라때 전성기를 맞아 모든 공문서에 사용되는 가장 중요한 서체가 되었다. 해서는 글자의 모서리가 깔끔하고 방정하며 다양한 두께의 곧은 획이 특징이다. 한석봉 천자문의 글씨도 해서이고, 김정희의 ' 묵소거사자찬' , 안평대군의 ' 몽유도원도' 의 발문, 이이의 서간문 등이 대표적인 해서로 꼽힌다. 해서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표준서체와 인쇄체의 전형이 되었다.
초서는 여러 서체를 빠르게 쓴 초체를 가리키는 것이 넓은 의미이다. 예를 들면 전서를 빠르게 쓰면 '전초', 예서를 빠르게 쓰면 '예초' 라는 식이다.
한대 초기의 초서를 고초라고 하고, 후한 대에 완성된 글자체를 장초라고 한다. 장초는 글자가 모두 독립하고 이어지지 않으며 점획을 생략했다.
후한 말 금초가 나왔는데 오늘날 흔히 사용하는 초서로서 후한의 장지가 장초에서 파책을 제거하고 글자 상하의 혈맥을 이어 창안했다고 하며 동진의 왕희지, 왕헌지 부자가 완성했다. 당나라 때는 술과 자연현상으로부터 얻은 정취나 영감에 의해 극도로 자유분방하게 쓴 광초라는 것도 있었다.
이 초서는 쓰는 사람의 개성을 발휘하기가 용이하며, 문자가 실용적 성격에서 유희적 성격을 띤 예술의 영역에 도달하는데 교량역활을 한 것으로 서예사적 의의가 크다고 한다.
초서는 글자의 획과 점을 생략하고도 글자의 뜻을 전달하며 빠른 속도로 쓰기 때문에 글자가 서로 이어지고 빈 공간이 많이 남는다. 이 글자의 문외한은 글자를 알아 보지 못 할 정도로 글자가 단순화 되어 있다. 마치 서체에 맞는 초서를 쓴 것인지 글씨가 아니 붓놀림인지 문외한은 구분할 수 없는 서체가 바로 초서이며 기초부터 글씨를 배운 연후에도 대가가 아니면 완성할 수도 없는 서체가 바로 초서이다.
굵고 힘이 있는 예서체는 문장 전체에 사용하는 것보다 제목 글씨에 어울리는 안정감과 신뢰성이 있어 보여 진돗개의 통골형에 비유하면 알맞고, (통골형이라는 말은 개인적으로 싫어하지만 여기서는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것이니 겹개 정도로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단정하고 깔끔한 해서체는 문장 전체에 사용해도 좋은 평범하지만 무난하고 아름다운 표준 글씨체이기에 진돗개 각골형에 비유하면 알맞다.
초서체는 실용적이지 못하지만 가장 예술성이 높고 아무나 흉내 낼 수도 없는 전문성이 있다. 서예가 실용적인 글자 표시의 수단에서 예술의 단계에까지 올라 간 것은 초서의 공이지만, 가장 실생활에 이용되지 못한 것은 서체의 어려움에 있다. 이 초서는 진돗개의 후두형에 비교하고 싶다. 전설적인 노루 수렵견은 후두형이 많았고 그 전설로 인해 진돗개는 세상에 더욱 알려지게 된 것인데, 도시의 애견가들이 노루 수렵을 할 일이 없으니 실생활에 이용되지 못한 개도 바로 후두형 진돗개이다. 초서에 빈 공간이 많듯이 후두형 진돗개에는 허전함이 있다. 초서의 날아가는 느낌처럼 후두형은 유선형의 체형을 가졌다.
서예를 처음 배우는 분이 해서부터 배우고 대가가 된 후에 예서를 쓰고 초서를 쓰듯이 기초없이 예서를 쓰면 고딕체처럼 되고 초서를 모르고 흉내를 내면 낙서가 될 것이다.
여러분의 진돗개는 예서, 해서, 초서, 어디에 해당하는지
다시 한 번 살펴 보시기 바란다.
영화는 종합예술이라고 한다. 과학과 예술의 결합이라고도 한다. 영화제작에는 시나리오가 있어야 하고 배우의 연기가 있어야 한다. 세트와 미술이 있고 조명이 있다. 우수한 성능의 카메라가 있어야 하고 훌륭한 화면을 찍는 촬영이 있다. 효과적인 소리의 녹음이 있고 분위기를 살려주는 음악이 있어야 한다. 촬영된 많은 양의 필름에서 필요한 부분만 살려내는 편집이 있다. 이렇게 해서 한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는데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이 영화감독이다.
제작된 영화를 외국에서 수입해다가 극장에서 상영하게 해주는 영화수입업자가 있다.
요즘 한국영화계에도, 쿼터제 폐지나 제작사직배 등을 이유로 영화종사자들이 가두시위를하는 것을 보았다. 영화보급의 중간역할을 하는 영화수입업자들은 어떤 감독이 제작한 어떤 영화가 흥행을 할지 못 할지를 잘 아는 전문가들이다. 흥행을 예측 못하면 큰 손해를 보기 때문에 관객의 취향과 기호를 연구하고 예측하여 흥행에 성공할 영화를 들여와야 큰 이익을 남길수 있다. 이들은 영화를 제작할 수는 없어도 영화의 흥행수준을 알아내는 데에는 전문성을 가진 영화계에 없어서는 안될 한 부분을 차지하는 사람들이다.
다음에 영화 평론가가 있다.
감독이 여러 분야의 예술을 집합시켜 제작한 영화의 작품성을 보고, 배우들의 연기실력과 효과적인 배경음악과 효과음, 색채와 조명이 얼마나 아름다운 영상으로 촬영되었나를 보며 평을 하는 평론가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전 세계의 각 대륙마다 영화의 흐름을 이해하여야 하고 문학, 음악, 미술, 사진, 역사 등에 종합적인 지식을 갖고 있음은 물론 많은 영화를 보아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어느 쪽이 부족해도 훌륭하고 완벽한 평론을 할수 있는 평론가가 되지 못한다. 만약 비디오숖에서 많은 양의 비디오영화를 빌려다 보았기 떄문에 영화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영화 평론가가 된다면 그 신뢰성에 문제가 있을 것이다. 많은 영화를 보아야 함은 기본이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 각국에서 순수 작품성만을 갖고 제작되는 영화를 평론한다는 것은 지식의 한계에 도달할 것이다.
영화감독, 영화수입업자, 영화평론가라는 영화에 관계된 세 그룹 중에서 가장 대접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영화감독이다.
영화에 대해서 가장 많이 아는 것은 기본이요, 종합예술에 해당하는 영화제작에 많은 자본을 투자하여 명배우를 선정하고 촬영에 적합한 장소와 세트를 설정하는 등 오랜 세월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된 영화가 대작이 되었을 때는 그 영광은 모두 감독에게 돌아가야만 하고 사실이 그렇다.
그러나 영화와 똑같은 비유를 진돗개에 대비했을 때, 가장 큰 영광은 수입업자와 평론가에게 돌아가는 현실을 부인 할 수 없다. 수입업자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진돗개의 가치상승을 위해서 많아도 되지만, 평론가는 적어도 된다. 평론가가 영화를 잘 평한다는 이유로 대접받는 분위기보다는 감독이 대접받는 풍토라야 한다. 그리고 평론가의 역할은 아무나 하려고 하면 안 된다. 비디오숖에서 테이프를 많이 빌려다 본 것 하나로 영화평론가가 되는 식은 안 된다. 흥행은 안 되지만 대상을 받는 영화가 얼마든지 있는데, 그런 평론가는 순수 영화같은 진돗개를 놓칠 우려가 많다. 수입업자는 영화를 보는 안목과 돈이 있으면 되지만 영화감독은 자금만 갖고 되는 것도 아니다. 평론가는 자금이 없어도 되지만 전 세계의 영화에 철저한 전문지식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위의 영화를 진돗개에 대비하면 여러분은 세 그룹 중에 어느 그룹에 해당되시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혹시 감독하기가 어려우니까 수입업을 하고 계시지나 않는지 묻고 싶다. 영화의 고장에서 우수한 영화 한편 수입해서 본인이 제작한 영화처럼 자랑스러워하시지는 않는지 자성해 볼 일이다. 진돗개의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분들이 평론가에 해당되는 분들이라는 사실은 바로 진돗개에 대한 앎이 모두가 공유하는 지식이 되지 못했다는 것을 말한다. 이글을 여기까지 읽어 주신 분은 진돗개를 어지간히 좋아 하시고 많이 아시는 분인 것 같다. 그 지식이 우수한 진돗개를 직접 번식시키는데 쓰여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진도에서 좋은 진돗개를 가지고 오셨으면 그만한 개를 꼭 하나 이상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수한 개의 맥이 살아나가고 후손들이 그런 개의 얼굴이라도 볼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
나는 이름없는 영화감독으로 남아서 순수영화나 만들며 여생을 보내려는 사람이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신지 ......
이글을 읽는 분 중에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은 분은 1권 135쪽에 나온 '경주를 말해주는 세 개의 유물'을 상기해 주기 바란다. 1985년 어느 여름날, 유교수가 소불 선생을 찾아 갔다. 경주에서 좋아하는 유물을 차례로 대보라고 소불선생이 말했다. 유교수가 여러 가지를 대답하자, 진평왕릉과 장항사 절터와 에밀레종 치는 것을 직접 들어보라고 한다. 이 세 가지를 잘 음미해야 신라문화의 품격을 알 수 있다고 소불선생이 말한다. 유교수는 에밀레종 치는 것을 직접 듣고 위대함을 느꼈고 장항사 절터를 가보고 큰 감동을 받는다. 그러나 평범하게 보이는 진평왕릉에서는 위대하거나 멋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소불선생의 안목을 믿는지라 열번도 넘게 가 보았지만 전혀 느낌을 얻을 수 없었다. 소불선생과 세 번이나 함께 가 보았지만 "이 분위기 좀 좋아." 하시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7년 후 서울로 오는 고속버스 33번자리에서 소불선생의 말씀을 깨닫는다. "이 분위기 좀 좋아."가 답이었던 것이다. 소불선생이 제시한 세가지 유물들은 가시적인 형태의 미술사적 유물은 아니었지만 찬란한 신라문화를 창조해 낼수 있는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는 것들이었다고 유홍준 교수는 책에 썼다.
경주에 가본 분은 아시겠지만 김유신 장군의 묘도 12지상이 돌려 있는 왕릉에 버금가는 모습이다. 그런데 선덕여왕의 아버지 진평왕릉의 무덤을 그 따님이 아무런 치장도 없이 자연석을 12방위에 맞춰 묻어 놓은 것뿐이고 웅장하거나 호쾌하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했다는 것이다. 웅장하고 화려해야 눈이 휘둥그래지는 것은 누구나 당연히 느낄 수 있는 것인데 소담하고 온화한 격조의 분위기가 바로 찬란한 신라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는 것을 화두를 받은지 7년 만에 고속버스 안에서 느꼈다는 내용인 것이다.
진돗개에도 위와 같은 내용을 똑같이 대비해서 느낄 수 있는 "이 분위기 좀 좋아."가 있다. 나는 주변 분들에게 진돗개를 말하면서 종종 이 이야기를 하는데 듣는 분들이 아직 7년이 안되어서 생각 중인 모양이다. 말은 알아듣지만 떠올리는 진돗개는 사람마다 다른 것이 "이 분위기 좀 좋아."이다. 나는 소불선생님처럼 진평왕릉같은 진돗개에서 '분위기 좀 좋아'를 느낀다. 이글을 읽는 분들은 무열왕릉의 웅장함에서 느끼시는지 석굴암의 신비스러움이나 다보탑의 찬란함에서 느끼시는지 묻고 싶다.
여러분이 진돗개를 기르면서 궁금했던 점이 이글을 통해서 많이 풀리고, 알고 기르면 더 즐겁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본래 진돗개 기르시는데 내노라하시는 분들이었다면 호랑이가 날개를 달은 격이 될 것이다. 이 글에서는 몽골의 초원을 달리던 개가 진돗개의 한쪽 뿌리와 원형이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진돗개의 겹개는 갖춰야 할 조건이 홑개에 비해서 많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그런 대륙의 맛이 느껴지는 겹개를 거의 볼 수가 없게 됐다. 진돗개는 북방견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그런 외형과 성품을 갖춘 개이다.
독일에서 로트 바일러를 만들자 영국에서 에어데일 테리어를 만들었다는 말이 있다. 섬나라인 일본에서도 기주와 아키다와 시코꾸와 도사견을 만들어 내는데, 명색이 북방기마민족의 후예라고 입만 열면 말하는 우리가 얼마나 속이 왜소해 졌길래 50Cm만 넘어도 크다고 한다. 진돗개의 조상견들을 보라. 이 글에서 나는 여러분의 마음을 크게 해 드리고 싶었다. 진돗개를 기를망정 마음도 진도만 하다면 어디 기마민족의 후예라고 하겠는가.
그렇다고 내일 당장 대형 진돗개를 데리고 나오면서 북방형이라고 하면 안 된다. 무엇보다 이 글에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진돗개 겹개의 얼굴을 포함한 체형의 이미지를 여러분의 머리속에 떠올리게 하고 싶었다. 머리 따로 몸 따로 같은 진돗개가 아니고, 원산지는 작은 섬이지만 대륙에서 내려 온 분위기를 풍기고 초원을 힘차게 달리는 개를 상상하게 해드리고 싶었다. 진돗개에는 크게 두 계통의 개가 유전자 교환을 하여 만들어졌음이 확실하다는 것을 앞서 긴 설명을 통해 밝힌 바 있다. 현존하는 진돗개를 크게 두 가지로 볼 때 어느 쪽에 보존가치의 우선권을 주느냐는 문제는 중요한 문제이다. 전국적으로 양쪽 애견가의 비율도 만만치 않다고 본다. 그러나 여러분의 심장 속에 대륙을 누비던 북방기마민족의 웅지가 살아 있다면 몽골견 노호이가 귀를 세운 것 같은 겹개를 원할 것이고 농경민족의 섬세함과 아기자기함이 정서에 맞으면 아시아 딩고 같은 개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어느 쪽도 우리민족 고유의 정서를 나타내는 자연스런 분위기는 살아있어야 하며 원종의 유전인자에서 퇴화의 길로 들어간 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서예에 다양한 서체가 있음을 이야기 했다. 서체 이야기를 다시 함으로서 필자의 의견도 피력하려고 한다.
예서체는 글자의 원형을 그대로 살리면서 공간을 가득 채우는 중후한 맛이 일품이다. 그래서 타이틀에 사용하는 하는 예가 많은데 그 전하는 느낌이 강렬하기 때문이다. 서양의 글씨도 타이틀에 사용하는 글씨로 고딕체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그런 이유이다. 그러나 예서체와 같은 글씨를 서류나 책과 같은 곳에 전체적인 문장으로 사용했을 경우 시각적으로 어둡고 무거운 느낌을 준다. 진돗개도 마찬가지다. 겹개형의 진돗개들이 주는 강인한 느낌은 가히 일품이다. 진돗개의 강한 이미지를 만들어 준 이 개들이 세월이 지나면서 무거운 느낌의 개로 전락한 것은 번식의 어려움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말해 주는 것이다. 무거운 느낌이 드는 이상적인 겹개형 진돗개라면 전남 진도의 이미지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개로서 손색이 없을 것이다. 진돗개 겹개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몽골견 노호이의 얼굴을 꼭 참고하시기 바란다. 북방 스핏츠견종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분위기가 아니라 둥글고 넓고 강인한 분위기이다.
초서체는 서예가 문서 작성과 같은 의사 전달의 방법으로서가 아니고 예술과 유희적인 목적으로 발전한 서체인 것을 말했다. 초서체는 글씨를 쓰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점과 획이 거의 생략된다. 따라서 글씨는 극도로 간편해지고 중후한 맛이 없어진다. 그로 인해 초서체는 일반인들이 읽는 문장에 사용하면 의사 전달이 안되고 전하는 느낌이 가벼워서 타이틀의 글씨로도 극히 부적합하다. 초서체가 간결하다고 아무나 쓰는 글씨라고 하면 서예를 아예 모르는 사람이다. 서예를 기초부터 배운 사람이 오랜 세월 후에 서예의 대가가 된 연후에 써야 제대로 된 초서체를 쓸 수 있다. 붓 가는 대로 휘갈겨 쓴 것 같은 초서체에도 서법이 있다. 아무나 흉내 낼 것 같아도 흉내 낼 수 없는 글씨이다. 일반인은 초서체를 흉내 낸 글자도 아닌 붓놀림을 진짜 초서체와 구분하기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초서체는 실생활에 사용할 수가 없었고 서예의 대가들이 즐기는 예술과 유희의 성격을 띈 전문성을 가진 글씨였던 것이다.
그렇다고 누가 초서체를 글씨가 아니라고 하는가? 그 사람은 서예를 모르는 사람이다. 또 누가 다른 서체는 다 없애 버리고 초서체로 통일하자고 하는가? 그 사람은 글자가 왜 필요한지를 모르는 사람이다.
진돗개에는 분명히 후두형 홑개가 있다. 진도의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진돗개를 이용한 노루 수렵에 주력이 좋은 이런 개들이 사용됨으로서 전국에 다양한 형태의 홑개들이 유행을 타고 있다. 체형만 날씬하면 다 노루 수렵견이라고 하는 것은 휘갈겨 쓴 글씨는 모두 초서체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리고 모든 사람이 다 노루 수렵견을 선호하는 것은 모든 사람이 다 초서체를 터득한 경지에 이르렀다고 하는 것과 같다. 대가들은 아무나 초서체 흉내 내는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면 안 된다. 서예의 법도가 사라지고 있다. 서예의 법도가 사라지면 낙서 같은 글씨만 난무한다. 처음 서예를 배우는 사람에게는 쉬운 단계부터 배우라고 해야 나중에 서예의 대가가 된 연후에도 제대로 된 초서를 쓸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야 대가가 낙서처럼 습작한 초서체를 구분하는 안목도 생길 것이다.
누가 진평왕릉을 보존할 가치가 없는 문화재라고 하는가? 소불선생께서는 신라의 분위기를 진평왕릉에서 느낀다고 했는데 여러분이 소불선생보다 문화재를 보는 안목이 높은가?
또 누가 진평왕릉이 경주를 대표하는 가장 우수한 문화재라고 하는가? 그 사람은 신라를 모르고 문화재의 가치를 판단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소불선생의 흉내를 섣불리 내려는 사람이다. 진평왕릉에서 '분위기 좀 좋아.' 를 느끼시려면, 또는 소불선생의 행복한 마음을 이해하려면, 여러분은 이 나라의 고미술품을 보는 안목이 최고의 경지에 올라가야 할 것이다.
진평왕릉을 감상하려면 이곳저곳 뜯어보아서는 '분위기 좀 좋아.'를 느낄 수 없다. 뜯어보면 그 곳에서 큰 가치를 못 찾는다. 전체를 볼 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전체란 것은 진평왕릉이 조성된 역사적 배경까지를 모두 알고서 눈과 마음까지 동원하여 볼 적에 느껴지는 편안함을 말하는 것이다. 진평왕릉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웅장함에서 오는 위압감이나 완벽함에서 오는 긴장감을 주지 않을 것이다. 진평왕릉에는 직선이 없다. '분위기 좀 좋아.'는 그럴 때 느껴지는 평화스러운 마음인 것이다. 신라의 최고 문화재가 석굴암이라고 하면 세계인도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소불선생 흉내 내느라 진평왕릉이라고 하면 신라는 외면당할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개가 가장 세계적인 개다. 여러분의 안목이 가장 세계적인 진돗개를 태어나게 하는데 쓰여지기를 바란다. 농경민족이 야산에서 노루 수렵하던 개도 있어야 하지만, 세계 정복의 역사는 기마민족에 의해서 쓰여졌다는 것을 유념하시고 우리 민족의 얼굴에 걸맞는 개가 태어나기를 바란다.
아리아인이 말로 전차를 끌게 하고 전쟁터에 나타난 것은 기원전 17세기경이다. 그러나 고삐와 등자와 안장이 고안되어 '기마민족'이 최초로 나타난 것은 기원전 8세기경 우크라이나(남부러시아)에서 활약하던 킴메리아인(Cimmerians)이었다.최초 기마민족은 오래가지 못했고 기원전 7세기 중엽에 스키타이인이 남부러시아에 나타나서 킴메리아인을 추방하였다. 이후 유라시아대륙 도처에서 기마민족이 활약하며 남하하여 기존의 문명을 일으킨 대국들을 차례로 정복하고 지배하였다. 수년전 스키타이의 황금문화전을 국립박물관에서 개최한 적이 있는데 그때 학자들이 신라의 황금문화와 적석목곽총에서 스키타이문화와 공통점을 비교하기도 했었다.
북방유목민족이 초원에서 개를 기르는 까닭은 양과 겔을 습격하는 늑대를 물리치고 멧돼지같은 짐승을 사냥하기 위함이다. 그러기에는 티베탄 마스티프의 혈통이 가장 적합했던 것이다. 일본에는 이 개의 혈통이 한반도를 통해서 오랜 세월 동안 수시로 들어갔다. 십 단위가 아니라 백 단위 이상의 개가 들어갔다고 봄이 맞다.
일본인들에게 한국인에 대한 선입관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 중에 가장 많은 것이, ' 화끈하다' '강하다' 라고 한다. 우리는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축구나 권투, 프로레슬링, 태권도 같은 격투기 종목의 스포츠를 통해서 받은 한국인의 인상과 일제때 독립군의 활동, 한국전, 월남전 참전을 통해 알려진 한국군의 용맹성, 북한사람들의 국제적인 이미지 등이 일본인에게 준 느낌이 화끈하거나 강하다고 한 것은 한국인에게서 기마민족의 강한 느낌을 받았다는 뜻일 것이다.
진돗개를 보는 일본인들의 느낌도 그와 같았을 것이다. 일본에 진돗개의 종자가 일제 이후에 들어간 것만도 상당수로 짐작되는 것인데 이때 일본에 들어간 진돗개의 유형은 일본에도 기존에 있었던 홑개형이 아니고 겹개형 진돗개가 들어갔다고 봄이 여러 정황을 보아서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일본에 겹개형 유전인자를 전해준 우리의 진돗개는 요즈음 어떤 모습인가? 겹개는 왜곡되고 거의 홑개형 진돗개 일색이다. 홑개 중에서도 동남아 원산지보다 왜소한 쪽으로 가고 있고 노루 수렵견이라고 하여 키만 훤칠하게 크면 두상에 관계없이 우수한 개가 되고 겹개도 털이 짧아지고 있다. 겹개의 유전인자가 진돗개에서 사라지고 있다. 이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이와같이 된 원인을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진돗개는 본래 노루 수렵견이라는 말이 원산지에서부터 나오기 시작한 이후 겹개형 진돗개들이 용도폐기당한 분위기에서 진도를 포함한 전국에 걸쳐 퇴출 당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것도 상당한 이유가 있지만 그래도 원산지에는 많이 남아 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서 충분한 납득이 안 간다. 이글을 쓰는 사람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읽고 판단해 보시고 다른 생각도 한 번 해 보시기 바란다.
최근 약 삼십년 동안 진돗개의 순종을 발굴하고 혈통을 고정시키려는 사업이 진도군에서 대대적으로 있었고 그때에 잡종으로 몰려 도태된 진돗개의 대표적인 모습은 바로 귀가 안서는 개였다. 이십여 년 전에 한 수의사가 해준 말에 의하면 진도에 귀가 안서는 진돗개가 한 30%는 될 것이라고 했다. 나도 그 당시는 진도에도 잡종이 참 많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바로 이것이 겹개형 진돗개의 유전인자가 진도에서부터 사라지게 된 결정적 원인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글에서 누차에 걸쳐 말한 것이 겹개형 진돗개는 몽골견 노호이의 유전자를 받은 개라는 것을 말했고, 노호이는 북방스핏츠그룹의 개가 아니고 귀가 숙여진 티베탄 마스티프종이라고 했다. 진돗개에서 귀 숙인 개가 도태 대상에 올랐던 것은 당연한 것이었겠지만 그 귀숙인 유전인자가 바로 몽골견의 유전인자였기 때문에 해마다 계속되는 귀 숙인 개의 도태는 바로 모든 몽골견의 유전인자도 조금씩조금씩 사라지게 했다는 것이 내 생각인 것이다.
살아남은 겹개형 진돗개도 예전에 보았던 그런 거칠고 강한 맛의 겹개가 아니고 짧고 부드러운 털을 가진 예쁜 모습의 겹개가 된 것이다. 이글 전체의 중요한 내용 중의 하나가 진돗개의 가장 매력적인 장점은 몽골견 노호이를 통해서 왔다는 것이었다. 그 말이 맞았다는 입증이 바로 귀 숙인 개의 도태와 함께 진돗개의 겹개 종자가 사라지는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보기 좋고 용맹스런 겹개형 진돗개를 도태시키라고 강요해도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런데 어느 날 갑자기 자세히 보니 예전의 겹개가 안 보이는 이 안타까운 현상의 원인을 밝혀내지 않으면 대책도 못 세울 것이다. 예전에 진도에서 참피온을 했던 한 겹개가 육지에 올라와서 많은 자견을 배출했는데 그 자견 중에 귀가 안서는 개가 상당수 나오게 되니까 주변의 있는 분들이 그 개는 육지 토종개의 혼혈견인 잡종이었다고 말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잡종은 아니었던 개였는데 귀가 안서는 후손이 많이 나오는 것도 지금까지 이유를 알 길이 없었다면 그것에 대한 해답은 이글 안에 있는 것이다. 귀 안서는 개의 도태와 함께 몽골견의 유전인자인 넓은 귀 폭, 길고 거친 털, 둥글고 굵은 주둥이, 용맹한 성품으로 대표되는 겹개들도 점차 사라지게 됐다고 보는 것이다. 내 생각은 위에 말한 대로이니 여러분도 한 번 생각을 해보시기 바란다.
독일의 세퍼트가 국가에서 다양한 개품종을 이용해서 만든 개라는 것과 그런 작업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아는 분은 다 아는 사실이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진돗개에 관한 육종연구소 같은 것이 있어서 진돗개에 영향을 준 두 고대견의 뿌리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면 독일의 세퍼트처럼 연구소에서 전문학자들이 사라진 유전인자를 강화시키기 위해서 몽골견 노호이 중에서 가장 이상적인 개를 들여다가 일부 종견으로 사용한다 해도 일반 애견가들은 알 수도 없는 일이고 사회 도덕적으로도 문제될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을 개인의 안목이나 주관을 가지고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진돗개가 짧은 시간 동안에 비약적인 발전을 하기에는 우리 민족의 정서와 진돗개가 처한 현실 등을 감안해 볼 때 요원한 일이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이상적인 겹개형 진돗개를 많이 발굴하고 계통 번식하는 일에 많은 애견가들이 관심을 갖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이글에서 많은 부분을 말했던 진돗개의 두 가지 모습은 어느 쪽을 보아도 우리 개의 모습이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같은 진돗개로 알고 있었던 것을 이글에서 서로 다른 두 품종이라고 해서 구분할 수 있게 된 것 뿐이다. 이 두 품종을 하나로 뭉뚱그리는 일을 지금까지 해 왔지만 아시는 바와 같이 되지 않았다. 앞으로 여러분이 의견을 모아서 하실 일은 두 가지 유형 중에서 어느 한쪽에 진돗개의 정통성을 주는 것과 두 유형을 다 육성하느냐는 것을 결정하시는 일이 남았다.
예를 들어서 진돗개는 진도에 있을 때에 천연기념물인고로 원산지에 계신 분들의 의견이 절대적이다. 그분들이 진돗개는 노루 수렵에 적합한 홑개형으로 해야만 가장 이상적이라고 하신다면 육지에 계신 분들의 의견이 겹개형 진돗개에 절대적인 신뢰를 하고 있어도 이것은 양분할 수밖에 없는 일인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겹개형 진돗개를 전남 진도의 개가 아니고 우리 민족이 대륙을 말 타고 달리던 기상을 담은 개로 이름을 붙여 새로 태어나게 할 용기와 결단이라도 있어야 할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홑개형 진돗개를 노루 수렵견에 알맞는 이름을, 겹개형 진돗개는 멧돼지 수렵견으로 알맞는 이름을 '진돗개' 앞에 붙이는 방법이다.
멧돼지 수렵견도 아무 개나 하는 것이 아니다. 겹개를 선호하시는 분들도 노루 수렵은 몸이 무거워서 못하고 멧돼지 수렵은 개가 능력이 모자라서 못하고 약수터에 가서 싸움이나 시키고 관상용으로 보려고 겹개를 선호하지는 않을 것이다. 모두 우리의 개인고로 개를 기를 수 있는 명분을 주어 목표를 상향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리라고 본다. 그리고 큰 협회에서 기준을 만들어 수용하는 것이다. 두 고대견의 특징이 밝혀지면 외형을 나누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진돗개의 두상, 체고, 모질 등이 어렵지 않게 나누어질 수 있다고 본다. 협회간의 이견도 좁힐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의 성격이 하나로 뭉뚱그리려고 하지 않고 그 복잡한 과정의 이원화의 작업을 하려고 하는냐가 관건이라고 본다.
가축을 특징과 용도별로 유전자를 세분화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문화민족이 하는 일이다. 우리라고 못 할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서두에 우리의 한우가 일본에 가서 네 가지의 종으로 분화된 것을 예로 들었다. 진돗개 닮은 개도 여섯 종이나 된다고 말했다. 영국의 리트리버는 '라브라도 리트리버'와 '컬리코티드 리트리버'와 '플랫트코티드 리트리버'와 '골든 리트리버'의 네종이 있다. 스파니엘에도 '크럼버스 스파니엘' 과 '잉글리시 콕카 스파니엘'과 '서섹스 스파니엘'과 '잉글리시 스프링거 스파니엘'이 있다. 리트리버와 스피니엘 모두 영국이 원산지로 알고 있다. 독일에는 '져먼 숏헤어드포인터'와 '져먼 와이어헤어드포인터'의 두 종이 있고 우리의 겹개와 홑개같은 '로트 바일러'와 '도벨만 핀세르'가 있다.
선진국에서 개의 여러 품종을 세분화한 예를 들은 것이다. 조금만 특징이 달라도 종이 다른 것으로 인식하고 새로운 품종으로 분류하여 번식하는 유럽의 애견 문화를 우리나라 사람들이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 우리도 그만큼 지적이고 과학적인 민족이다. 영국이 리트리버와 스파니엘을 각각 네 가지씩 분류해서 부르는데 우리라고 두뇌가 명석치 못해 두 가지도 구분 못할 리는 없다. 문제는 진돗개의 뿌리가 두 가지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자존심이다. 우리는 엄연히 얼굴에 북몽골로이드와 남몽골로이드의 특징이 함께 나오는 모습을 하고도 절대 단일민족이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구분해서 따로 살수 없지만 진돗개는 사람과 다른 기준으로 생각해야 하리라고 본다.
두 가지 유형을 다 살리는 명분을 주느냐, 아니면 하나만 살리고 또 다른 하나는 아주 없애 버리느냐, 아니면 현존하는 모든 진돗개에 이름을 붙여서 서너 가지 품종으로 세분화하느냐 하는 것은 모든 진돗개 애견가의 마음에 달려 있고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민족성에 달려 있다고 본다. 아마 여태까지 해 온대로 가리라고 보는 것이 글쓴이의 생각이다. 민족성은 하루아침에 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예측이 틀리기를 간절히 바란다.
끝으로 진돗개의 두상으로 유형을 구분하는 법에 대해서 나름대로 설명을 하고 싶다. 진돗개를 오래 기르신 분들 중에도 유형을 구분하지 못하시는 분들이 상당수 계신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겹개형을 기준으로 하는 잣대를 가지고 홑개형을 평가해서 골격이 빈약하다던가 주둥이의 힘진 맛이 적고 털이 중장모가 아니며 퇴화견이라고도 한다. 반대로 홑개형의 잣대를 가지고 겹개형을 평가하기를 몸이 무거워서 노루 수렵에 부적합한 체형이라고 한다. 서로 다른 잣대를 가지고 서로 다른 개를 재려고 하니 말이 안통하는 일이 많았다.
눈이 약간이라도 삼각목이라고 보여지면 기주견 잡종이라서 불안하고 귀가 조금이라도 크거나 주둥이가 길면 세퍼트 물이 들어간 것 같고 이것 피하고 저것 피해서 안전하게 가자니 평범한 진돗개가 되는 것이다. 겹개와 홑개라는 말과 통골형, 각골형, 후두형이라는 말은 마치 애견가의 입장에서 진돗개의 실태를 기초조사해 놓은 것과 같은 것이기에 그 분류법 그대로 진돗개에는 여러 유형이 있구나 하고 이해하면 된다.
나는 이글을 쓰면서 어떤 진돗개를 표현하는 용어가 마땅치 않아서 겹개와 통골형과 북방형 진돗개라는 말을 섞어서 사용했다. 남방형 진돗개와 홑개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개인적으로는 통골형이라는 명칭에 불만이 있지만 겹개를 통골형이라고 알고 있는 분들을 위해 통골형의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에 양해를 바라며 진돗개의 유형에 따른 호칭은 많은 분들이 의논해서 공감이 가는 호칭으로 정해 주시길 바란다.
약 칠팔년 전부터 진돗개를 처음 배우시는 분들에게 통골형과 후두형의 진돗개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말을 생각해 냈다. 진돗개를 오래 기른 사람들도 내심 이해를 못하고 있는 통골형과 후두형 진돗개를 이해하기 좋게 주석을 하나 더 붙인 것이다. 통골형이라는 이름은 여기에 해당되는 개들의 골격과 다리뼈가 사람의 통뼈처럼 굵고 힘지게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리고 거기에 맞추어서 통골형 개들의 두상이 따라온다.
그러니까 애견가들이 골격이 굵고 힘지게 생긴 개들을 두상이 전혀 다른데도 불구하고 통골형이라고 하며 기르는 현상을 많이 보아 왔다. 이름대로라면 통골형에 속하는 개가 맞지만 이 개들은 전문가들에 의해서 두상 심사를 한 번 더 거쳐야 진짜 통골형이 될 수 있다. 처음부터 명칭에 두상의 정보를 담아서 붙여 주었더라면 많은 애견가들이 좀더 쉽게 이상적인 통골형 진돗개를 기르고 번식할 수 있지 않나 해서 생각해 낸 말이 '웅두형'이다. 진돗개의 겹개는 곰 두상을 연상시킬 때 가장 겹개답다는 뜻이다. 곰 중에서도 북극곰의 두상은 참고할 만하다. 이 생소한 말에 거부감이 생기실지 모르지만 참고는 될터이니 한 번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몽골견 노호이처럼 통골형 진돗개에서도 아주 좋은 개는 두 귀의 폭이 넓다. 귀 폭이 좁은개도 있지만 남방형의 귀폭이나 다른 종의 혈통이 들어간 잘못된 만남인 것이다. 귀 폭이 넓고 후두부가 정면에서 봤을 때 위로 솟아 오른 것이 아니고 지평선 같은 완만한 선을 그리며 이마가 둥글고 훤하게 넓다. 뺨은 발달해 있다. 주둥이는 발달된 뺨에서 한 번 조였다가 둥글고 굵게 튀어 나온다. 이마에서 콧등으로 내려오는 액단선은 완만하게 부드러우며 북방견의 이상적인 두 귀는 크지 않다. 가끔 외각을 가진 남방형 귀도 있지만 북방견의 귀는 크지 않은 귀이다.
위의 진돗개의 머리를 연상해 보면 곰의 머리가 떠오르지 않는가? 그렇다고 아기곰의 머리는 절대 아니다. 아기곰의 머리를 갖게 되면 거기에 따라오는 체형은 아기곰과 같은 체형이 된다. 위와 같은 머리를 가진 진돗개는 체형도 거기에 맞게 갖추게 된다. 또 몽골견 노호이의 두상도 사모예드와 같은 북방스핏츠 그룹의 개들처럼 두상에서 날카로운 분위기가 나오는 것이 아니고 귀가 숙여졌을 뿐 웅두형이다. 곰머리에는 직선의 분위기가 없다. 진돗개 겹개 중에서 아주 우수하다고 평가되는 개들이 있으면 위의 설명을 대비시켜 보라. 여러분은 갑자기 전문가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진돗개의 겹개는 곰머리를 닮은 개가 좋다던가 참고하라던가 했다면 몸따로 머리따로 붙은 개들을 기르는 노력이 많이 줄어 들었을 것이다.
종교에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에게 포교를 할 때 조각상이나 그림을 만들어 보여주어서 전하고자 하는 것을 쉽게 떠올리게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개의 머리와 곰의 머리가 꼭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람도 돼지같은 사람이 있고 원숭이도 개코원숭이가 있듯이 종이 전혀 달라도 서로 비슷한 점이 있다면 어느 한쪽의 설명을 위해 모두가 알고 있는 형상을 떠올리게 하여 이해를 돕게 하는 일이 비난받을 일만은 아닐 것이다.
후두형 진돗개라는 이름은 뒷머리가 솟아오른 개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고, 이에 따라 이목구비와 체형과 성격까지 다른 진돗개와 차별화된다. 후두형 개도 귀 폭이 충분히 넓은 개와 평범한 귀 폭을 가진 개가 있는데 전자는 북방형의 영향을 받은 후두형으로 보인다. 그러나 후자는 동남아형에 속하는 아시아 딩고와 거의 유사하게 생겼다.
동남아에서 기르는 아시아 딩고형의 개 사진을 일방적으로 겹개형 진돗개를 선호하는 애견가들에게 보여주며 우리 진돗개의 맛이 나느냐고 물어보면 모든 분이 그렇다고 한다. 혈통의 순도가 높은 우수한 진돗개를 연상한다. 후두형 진돗개의 원류는 아시아 딩고라는 남방견이라고 볼 때 그 개들의 사진을 참고하면 쉽겠지만 사진이 없던 때는 뿔이 없는 소의 머리를 연상시키는 우두형이라고 말해 주고는 했다. 왜냐하면 소는 두 귀 사이의 머리가 위로 둥글게 솟아 있고 두 귀는 솟아오른 머리 양옆에서 앞을 향해 숙여 있기 때문이다.
진돗개의 이해를 돕기 위해 붙여진 이름에 또다른 이름을 붙여서 처음 배우는 분들의 이해를 도왔으니 이런 것을 '이이제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이런 희한한 일이 우리의 진돗개 말고 어느 나라의 개에서 있겠는가? 진돗개 기르기는 정말 지적인 취미인 것 같다. (위에 예를 들은 것은 통골과 후두라는 이름 외에 새로운 이름을 붙이자는 것이 아니고 진돗개를 배우는 분들의 애로를 말한 것이다. 진돗개에 많은 유형이 있다고 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진돗개의 혈통이 고정되지 않았다고 자인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모두는 앞 못 보는 분들처럼 코끼리를 더듬고는 서로 내말이 맞다고 우기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두 눈을 뜨고 코끼리를 보는 사람들이 다른 나라에서 우리를 본다면 무슨 말을 할까 생각해 본다. 진돗개에 대해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전문가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진돗개의 원형을 밝혀서 기초하지 않으면 이 땅의 많은 전문가들은 개 관상가의 수준을 벗어날 수가 없다. 사람의 관상학도 그 정확도가 상당히 높다. 얼굴을 통해 인간의 심성이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을 '면상'이나 '인상'이라고 한다. 관상학은 얼굴뿐만 아니라 손과 발, 온몸을 보고 그 사람의 인생을 판단하는 점법이다. 인상의 기본원리는 음양오행을 바탕으로 하여 여러 구분법이 있다.
관상학도 상당 부분 인간의 성격과 능력을 알아내고 미래를 예지하는 적중률이 있었기에 이 사회에서 오랜 세월동안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관상학으로는 민족의 원형을 찾아 낼수 없다. 지금 진돗개의 관상보는 법과 진돗개의 원형을 찾는 일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생각해 볼일이다. 원형을 찾아놓아야 여러분들이 오랜 세월 이룩해 놓은 관상보는 법도 그 가치를 발할 것이다.
서로 낯선 수십 명의 등산객이 깊은 산속에서 함께 길을 잃었다. 산속에서 길을 찾을 수는 없고 날은 저물어 간다. 일행 중에 지도도 없고 나침판도 없을 때 이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을 상상해 보시길 바란다. 이럴 때의 해결 방법은 정확한 독도법으로 모두의 신뢰를 얻는 일 뿐일 것이다. 갈 길만 정해지면 뛰어가던 걸어가던 등산의 방법은 등산객 상호간의 논쟁거리가 아닐 것이다.
인간의 불치병을 병원에서 해결해 줄 수 없을 때 사람들은 민간치료법이나 비방을 의존하게 된다. 이럴 때의 비방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지만 어느 하나 과학적인 근거에 기초하지 못하기에 모든 사람의 신뢰를 받을 수가 없게 된다. 무속인이 무속을 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고 그런 일은 우열을 가리는 기준도 없다. 일반인이 무속인에게 무속하는 법을 배우려 한다면 얼마나 많은 세월이 지나야 배울 수 있을까? 진돗개 관상보는 것을 배우는데 걸리는 시간이 이와 같을 것이다.여러분은 어디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앞으로는 진돗개 잘 보는 것이 자랑이 되지 않고 누구나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지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진돗개 잘 보는 것이 마치 무속인의 비법처럼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지식의 영역 밖에 있다. 지금까지는 진돗개의 원형을 아는데 사유나 직관에 의한 탐구를 해야 했다. 형이상학적인 위치에 있는 진돗개를 누구나 쉽게 보고 논하고 알아 볼 수 있는 형이하학의 위치로 끌어내려 놓아야 한다.
진돗개에 대해 관상보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백가쟁명을 멈추게 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이 나라의 모든 진돗개 애견가들을 우매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 기존의 관상법과 다른 새로운 방법을 찾는데 이글에서 작은 도움이라도 받은 분이 계시다면 대단히 만족스럽게 생각하겠다.
진도아리랑의 곡조를 바꾸고 가사를 고치면 그 다음부터는 진도아리랑이 아니다. 진도의 명창들은 가요풍으로 부르는 진도아리랑도 진도의 노래가 아니라고 한다. 진도아리랑은 진도 주민의 숨결이 느껴지도록 불러야 제 맛이 나는 진도아리랑이 된다. 진돗개도 마찬가지다. 옛부터 진도의 주민들이 진돗개를 길러 온 정서나 용도를 무시하고 새로운 모습과 용도를 육지에서 일방적으로 지정하면 그때부터는 진돗개가 아니고 새로운 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새로운 개 품종이 많이 만들어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새로 만들어진 개를 진돗개라고 한다면 위에 예를 들은 진도아리랑 격이 된다. 전국의 진돗개 애견인들이 모두 노루수렵을 할 수는 없지만 그것을 부정할 수도 없는 것이 노루수렵은 진돗개가 그 원산지에서부터 사용되어 온 용도의 하나이고 진도 주민들의 문화였기 때문이다. 진돗개의 머리뼈의 모습이 다르다는 것은 품종이 다르다는 것으로 인식해야 하리라고 본다.
진돗개에서 나타나는 서로 대립되거나 이원적인 특징도 서로 다른 품종의 유전인자라고 판단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서로 다른 유형의 진돗개를 평가절하하는 그릇된 애견풍토는 두 유형이 서로 다른 품종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데 원인이 있는 것이다. 각 유형을 선호하는 애견가들은 서로 그 생김새에 따라 쓰임새가 다르다는 중요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 민족의 기원을 밝히는 글에서 알아본 바대로 무문토기와 고인돌을 제작 사용한 사람들이 한국 농경문화를 만든 사람들이었다. 수도재배문화가 한반도에 들어 온 추정 루트가 몇 가지 있는 가운데 한일 양국학자들의 공동 조사보고서에서 가장 유력하다고 보는 루트는 화남지방에서 일년내내 동북상하는 구로시오(흑조)해류를 타고 동중국해를 횡단하여 한반도의 남부와 북큐슈에 거의 동시에 도착하는 길이라고 보았다.
진돗개와 동일한 유형의 개들이 진도를 포함한 한반도의 남부와 일본에 있었고 현재 재래종 진돗개의 홑개는 아시아 딩고의 유형과 육안에 의한 구분을 할 때 거의 유사하다. 따라서 진돗개가 무문농경인들이 수도재배문화를 갖고 올 때 함께 이동해 온 것으로 결론을 내리면 신석기시대 후기가 되고 최소한 약 30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다.
정부 간행 문화재대관에 나와있는 신석기시대 개의 후예가 대륙과 격리된 채 그 혈통을 유지해 왔다는 것과도 그 뜻이 일치한다. 이 땅에 들어온지 오백년이 채 안되는 남아메리카 원산의 고추가 우리 식생활과 체질이나 입맛에 끼친 지대한 영향을 생각한다면 약 730년 전으로 추정되는 몽골의 최전성기에 최상의 티베탄 마스티프의 혈통을 몽골견 노호이를 통해서 받은 진도의 겹개 종자는 그 보존가치를 높이 평가함에 있어 두말이 필요없을 것이다. 진돗개에 있어서는 겹개나 홑개가 좁은 땅 진도에서 서로 유전자 교환을 하며 살아 왔기 때문에 상대편 개의 유형에 대해서 비난을 할 만큼 그 유전인자가 순수하지 못하다. 진돗개의 원형에 해당되는 두 고대견의 모습을 참고하여 겹개와 홑개의 이상적인 형태를 정하는 것이 옳으리라고 본다.
두 계통의 유전인자를 분리하면 두 유형 모두 살아날 수 있어도 뭉뚱그리려 하면 모두 사라진다. 진돗개의 원형 유전인자를 이해하지 못하면 진돗개 보는 법이 해마다 변하면서도 내심으로는 불안한 것이다. 겹개는 원형의 유전인자가 귀가 숙였던 개이기 때문에 귀의 직립을 위해서도 반드시 홑개의 유전인자를 받아야 한다는 피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기 때문에 겹개에서는 털이 짧은 겹개가 나올 수 있다는 것과 홑개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된다. 만약 그것을 막으려고 겹개와 겹개를 계속 교배시키다 보면 귀 안서는 진돗개가 상당한 비율로 태어나게 될 것이다. 풍산개가 남의 일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귀 안선 진돗개를 과연 인정해 줄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홑개도 겹개에게서 넓은 귀폭과 용맹한 성품과 좋은 골격, 길고 거친 모질 등이 필요할 때에 유전인자를 받아서 약점을 보완해 나가는 관계로 나간다면 바로 곁에 두 품종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이겠는가? 독일의 세퍼트와 같은 품종이 그렇게 한다고 들었다. 다른 품종에게서 유전자 유입이 전혀 필요없는 개는 고대견 형태의 딩고같은 개들일 것이다. 위의 의견은 두 품종이 모두 좋은 명분을 가지고 살아 남기를 바라는 필자의 소망 때문에 나온 것임을 이해바란다. 이 어려운 문제에 현명한 분들의 지혜를 모아 노력하면 우리의 아이들 세대에 가서는 좋은 진돗개가 정립되리라고 본다.
진돗개 관상 보는 법을 가지고 글을 쓰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몇장 쓰지도 못한다. 진돗개의 관상 보는 신체의 특징이라고 해야 불과 몇십 군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 적은 분량의 앎을 가지고 천차만별의 등급이 나뉘어져 있으니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주장하는 유형의 개가 왜 순종이 되어야하는지를 설명하려면 성품의 우수성이나 능력의 우수성을 든다. 그러나 그것은 상대적인 것이고 순종이기 위한 충분조건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조건인 진돗개의 기원과 형성과정에 대해서 설명이 부족했다. 진돗개의 원형으로 모든 사람의 공감대를 얻고 난 다음에 순종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논해야 할 것이다. 고딕체를 쓰고서 예서체로 알고 낙서를 쓰고서 초서체로 알고 있는 경우는 서체의 근본을 모르기 때문이다.
긴 글을 읽어 주신 것은 진돗개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나같은 아마츄어가 이런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학문의 영역에서 진돗개의 기원과 원형을 다루어 주었으면 한다. 고대 아시아 딩고의 분포도와 벼농사의 분포도가 동일한 것으로 보여지는데 학문에서 이런 분야를 연구하면 진돗개를 학문의 차원에서 다루어 주는 첫 예가 될 것이다.
한국 민족의 기원을 밝히는 일은 많은 학자들 사이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리민족은 고대에서 일본의 역사와 연관되는 부분이 많다. 일본의 경우는 남방문화에 관한 연구 자료가 상당히 축적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도 앞으로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진척되리라고 보는데 식생대뿐만 아니라 가축의 이동에 대해서도 함께 연구하면 진돗개의 기원과 원형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연구하시는 분들이 재래종 진돗개의 다양한 형태를 폭 넓게 이해하고 있는 분이라야 한다는 조건이 있기는 하다.
일본의 야요이시대를 만든 사람들은 한반도에서 건너간 사람들이고 도래의 형식이 아니라 정복의 형식인데도 불구하고 일본에서는 도래인의 귀화라고 사실의 인정에 인색한 옹졸함을 보이는 것은 컴플랙스가 원인인 것이다. 한반도 남부지방에 수도재배문화와 남방 가축을 갖고 온 선주민들은 따뜻한 곳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한반도로 남하한 기마민족에게 정복되었지만 이들이 갖고 온 농경문화는 우리 민족문화의 원형이 되었다.
진도의 주민들 사이에서 전수되어 온 야산에서 진돗개를 사용한 노루수렵이나 넉사냥은 원산지 주민들의 문화이다. 서울을 비롯한 육지에서 진돗개는 하나라는 명분 아래 겹개의 외형만을 진돗개의 순종으로 인정하려는 분들은 앞에 예로 들은 진도아리랑의 비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시기 바란다. 노루수렵형 홑개만이 진돗개라고 하시는 분들은 독일이 로트바일러를 만들자 영국에서 에어데일 테리어라는 우수한 개를 만들어서 개를 통한 민족 간에 자존심 경쟁을 한 경우도 생각하자.(로트바일러는 고대 로마군단이 로트바일에 두고 간 소몰이 개에서 유래된 사역견 품종.)
일본은 진돗개를 통해 티베탄 마스티프의 혈통을 가져가서 남방견의 개들을 골격 좋고 성품 좋은 개들로 바꾸었는데 우리는 남방견 일색으로 되돌아가면 이것을 전통문화의 고수라고 해야 할지 애견문화의 무지라고 해야 할지 답답하다. 홑개는 숫캐도 홑개이고 겹개는 암캐도 겹개이다. 겹개가 퇴화된 것이 홑개가 아니고 홑개가 퇴화된 것이 겹개가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고대견의 형태인 아시아딩고 유형보다는 몽골견 노호이가 훨씬 오래 전에 퇴화과정에 들어갔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귀가 숙여지고 액단의 심도가 있는 것과 꼬리가 말리고 구열이 늘어지는 현상이 나오고 있는 것은 늑대에서부터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개를 기른다는 것이 늑대를 복원하려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이해해야 할것이다.
독일의 숏헤어드포인터는 털이 짧고 와이어헤어드포인터는 중간 길이의 털이 양이 많은 것이 특징이고 다른 품종으로 인정됨을 꼭 참고해 주면 좋겠다. 그리고 진돗개의 겹개와 홑개는 머리뼈, 귀의 크기, 눈의 모습, 주둥이의 길이, 털의 길이, 꼬리의 특징, 체형과 성격과 용도까지도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유전인자가 다른 품종이라는 것에 마음을 여는 분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다른 민족에게 배타적인 민족은 대국을 경영할 수 없다. 중국에 있는 조선족을 비롯한 수많은 소수민족들이 중국을 우리나라로 생각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동양에서는 중원을 지배하는 민족이 천하를 지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중원으로 들어간 민족은 모두 중원에 동화되었다. 우리는 중국의 한족에게서 그 점을 배워야 한다. 자기 땅에 들어온 것들을 모두 자기 것으로 만드는 힘, 마치 블랙홀과 같은 문화의 깊이가 거대한 땅과 인구를 분열 없이 이끌고 가는 중국민족의 위대함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에게 이 땅에 들어온 개의 유전인자조차 우리 것으로 소화할 문화의 깊이가 없다면 그런 얕은 문화를 만들어 낸 민족성을 탓해야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