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 수퍼 렉스톤, XDi200 XVT

[연료와윤활]

시장의 요구에 맞춰 렉스턴이 XDi200 XVT 엔진을 라인업에 더했다. 기존 270 XVT 엔진에 비하면 힘이 떨어지지만 연비가 향상되고 세금부담이 줄어드는 장점을 지녔다.

잘 정리된 실내 인터페이스

고급트림과 큰 차이가 없는 외관

3열 시트를 접으면 넓은 실내가 연출된다.

RX4의 핵심은 148마력 XDi 200 XVT 유닛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인셉션’은 사람의 무의식에 접속하는 이야기로 인기를 끌었다. 주인공이 꿈을 통해 누군가(타겟)의 무의식으로 들어가 특정 대상에 호감을 갖도록 조작하고 탈출한다는 스토리. 누군가의 머리로 접속하는 것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나 특정 대상의 이미지를 은연중에 인지하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다.

‘대한민국 1%’라는 문구를 보면 대부분은 남성들은 렉스턴을 떠올린다. 쌍용이 다년간 쌓아온 고급 SUV 브랜드 이미지가 확고히 자리잡았다는 뜻. 하지만 쌍용이 강조하던 SUV 전문 브랜드는 SUV 홍수와 맞물려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쌍용차는 새로운 브랜드에 치중하기보다 렉스턴의 고유 브랜드 가치를 확대하는 데 힘을 쏟았다. 자동차시장 트렌드가 다운사이징(Down Sizing)으로 흐르는 요즘 렉스턴도 2.0L 디젤 라인업을 추가하며 중형 SUV 사이를 파고든다.

중형 SUV시장까지 공략
렉스턴은 그동안 2.7L 엔진(XDi, XVT)을 기본으로 4가지 트림(RX5, RX6, RX7, 노블리스)을 운영해왔다. 액티언, 카이런과 달리 고급 SUV 이미지를 꾸준히 유지해 브랜드 가치를 굳히는 데 힘썼다. 허나 계속해서 바뀌는 시장 트렌드와 수요층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움이 필요한 시점. 쌍용은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효과적인 포지션 확대를 위해 2.0L 엔진을 얹은 신규 트림 RX4를 더했다.

렉스턴 RX4를 타고 시승행사의 목적지인 전북 완주군 대둔산으로 달린 지 서너 시간. 태풍 뎬무의 영향권에 든 하늘은 시커먼 구름으로 덮여 비를 내렸다 말았다 변덕을 부렸다. 비에 젖은 고속도로에서 시속 160km를 유지해 달리고 있지만 렉스턴의 육중한 차체 덕에 안정감 있고, 비가 몰아치는 창밖 풍경과는 달리 방음처리가 우수해 꽤나 정숙하다.

엔트리 트림이지만 실내는 허전하지 않다. 시승차는 RX4 최고급형으로 에코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 하이패스 룸미러, 인조가죽시트(운전석 메모리 전동시트, 1~2열 열선) 등 고급 편의장비가 기본이다. 편의장비도 그렇지만 해가 바뀔 때마다 짜임새가 좋아지는 인터페이스도 장점이다.

세이프티 선루프와 프라이버시 글라스를 제하면 외관은 고급 트림과 차이가 없다. 벤츠 ML 스타일 프론트 그릴과 18인치 하이퍼실버 휠 등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 포인트는 그대로 갖췄다. 눈에 보이는 고급성만 따진다면 저가의 수입 자동차보다 낫다. RX4 트림의 가장 큰 변화는 카이런에서 선보인 XDi200 XVT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얹었다는 점.

최고출력은 148마력이고 2,000~2,500rpm에서 33.7kg·m의 최대토크로 차를 이끈다. 토크가 높은 디젤 엔진인데도 2톤에 가까운 중량급 차체 덕에 움직임은 무게감이 있다. 출발 때 느껴지는 토크감만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1.6L 가솔린 승용차와 비슷한 수준. 부드럽게 반응하는 E-트로닉 6단 변속기를 사용해 꾸준히 가속하면 시속 160km까지 어렵지 않게 도달하고 이후부터는 오르막, 내리막에 따라 속도가 달라진다. 기존 XDi270(172마력), XDi270 XVT(186마력)에 비해 힘이 부족하지만 배기량이 700cc 가량 줄어든 만큼 연비는 0.7km/L 늘어난 11.4km/L(2WD)이다. 또한 배기량에 따른 세금이 줄어들고 분진필터(CDPF)를 기본으로 달고 있어 5년간 환경 개선부담금 면제 혜택도 받는다.

경제성이 좋아진 만큼 부족한 파워는 수긍이 가지만 아쉬운 것은 서스펜션. 승차감을 위주로 세팅한 서스펜션은 높은 차체와 만나 갸우뚱거리기 십상이었다. 스포츠 성능이 필요한 차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주행에서 안정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어느 정도 탄탄한 서스펜션 세팅을 해줄 필요는 있겠다.

요즘은 준중형 승용차도 고급형은 2,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2,500~2,655만원의 렉스턴 RX4는 매우 합리적인 구성이다. 게다가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차종과 비교할 때 더 많은 편의장비를 갖추고 있다. 우연이겠지만 시승 도중 길거리에서 렉스턴 RX4를 정확히 알아보고 말을 건넨 사람이 두 명이나 있었다. 이는 중형 SUV의 가격으로 렉스턴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원하는 소비자가 분명 있다는 뜻이다. 렉스턴의 가치를 다시금 검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