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역잡아함경_158. 석마하남, 유학ㆍ무학의 계율ㆍ선정ㆍ지혜ㆍ해탈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가비라위국 니구타숲 속에 계셨다.
당시 석마하남(釋摩訶男)이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뜻을 제가 이해한 바로는 선정의 마음을 얻기 때문에 해탈을 얻게 됩니다.
그렇다면 먼저 선정을 얻고 다음에 해탈을 얻습니까, 먼저 해탈을 얻고 다음에 선정을 얻습니까, 선정과 해탈을 동시에 얻습니까?
일찍이 얻지 못한 것과 일찍이 행하지 못한 것은 과거와 미래에서도 일찍이 생기지 않은 것이며 현재에도 없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침묵한 채 대답하지 않으셨는데, 두 번째와 세 번째에도 역시 똑같이 여쭈었으나 여래께서는 침묵한 채 모두 대답하지 않으셨다.
존자 아난이 여래의 곁에서 부처님을 모시고 부채로 부채질하고 있었는데, 그는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지금 석마하남이 매우 깊은 뜻을 세존께 여쭈었지만, 세존께서는 병환이 막 나으셔서 기력이 아직도 미약해 설법하실 수 없으니, 내가 마땅히 그를 위하여 대략 적은 법이라도 말해서 그를 돌아가도록 하리라.’
존자 아난은 이렇게 생각하고는 즉시 석마하남에게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배우는 이의 계[學戒]를 말씀하시기도 하고, 저 배울 것 없는 이의 계[無學戒]를 말씀하시기도 하며,
배우는 이의 선정[定]을 말씀하시기도 하고, 저 배울 것 없는 이의 선정을 말씀하시기도 하며,
배우는 이의 지혜를 말씀하시기도 하고, 저 배울 것 없는 이의 지혜를 말씀하시기도 하며,
배우는 이의 해탈을 말씀하시기도 하고, 저 배울 것 없는 이의 해탈을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마하남이 아난에게 아뢰었다.
“어찌하여 여래께서는 배우는 이의 계와 배울 것 없는 이의 계, 배우는 이의 선정과 배울 것 없는 이의 선정, 배우는 이의 지혜와 배울 것 없는 이의 지혜, 배우는 이의 해탈과 배울 것 없는 이의 해탈을 말씀하십니까?”
아난이 말하였다.
“여래의 거룩한 대중이 계(戒)에 머물러 바라제목차(婆羅提木叉)를 지니고, 위의를 갖추어 행할 바를 행함으로써 작은 죄에 대해서도 크게 두려워하는 마음을 내면서 계율을 갖추어 지니나니,
이를 계행을 지님이 구족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애욕과 나쁜 짓과 좋지 못한 것을 싫어해서 기쁨과 즐거움의 생기(生起)를 여의고 초선(初禪)에 들어가며, 나아가 4선(禪)까지 들어가나니,
이것을 선정이라고 한다.
괴로움을 진실하게 알며, 괴로움의 쌓임을 진실하게 알며, 괴로움의 소멸을 진실하게 알며, 괴로움이 사라지는 도를 진실하게 아나니,
이러한 지견으로 신견(身見)과 계금취(戒禁取)와 의심함과 애욕과 성냄인 5하분결(下分結)을 끊는다.
그는 5하분결을 끊고 곧 화생(化生)하는데, 그 화생한 곳에서 열반을 얻기에 아나함(阿那含)이라고 하며, 다시는 이 욕심의 세계에 돌아오지 않는다.
이것을 배우는 이의 계와 배우는 이의 선정과 배우는 이의 지혜와 배우는 이의 해탈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다시 나중에 온갖 번뇌를 없애어 번뇌가 없게 됨으로써 마음의 해탈을 얻고, 지혜의 해탈을 얻으며,
현재의 법에서 증득하여 무생을 얻고,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고, 범행이 벌써 이룩되며, 할 일을 이미 끝내고, 다시는 후생의 몸을 받지 않는 것을 스스로 아나니,
이때가 되면 배울 것 없는 이의 계와 배울 것 없는 이의 선정과 배울 것 없는 이의 지혜와 배울 것 없는 이의 해탈을 얻는다.
마하남이여! 이러한 인연으로 부처님께서 배우는 이의 법과 배울 것 없는 이의 법을 말씀하신 것이다.”
마하남은 그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마하남이 떠난 후에 부처님께서는 즉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가비라위국에서 여러 비구들이 자못 석가족[釋種]들과 함께 그와 같은 깊고 깊은 법을 강설하였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가비라위국에서 여러 비구들은 늘 석가족과 함께 그와 같은 매우 깊은 법을 강설했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가비라위국에 있는 여러 비구들과 석가족들은 위대한 좋은 이익을 얻을 것이니, 그와 같은 성현의 혜안(慧眼)을 능히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