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브랜드는 변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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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브랜드는 변화 중!
1970년대 청담동의 고급 의상실에서, 1980~90년대에는 주요 백화점을 중심으로 전성기를 누렸던 디자이너 부티크. 이들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 신장률을 보이며 호황을 누렸지만 2003년 이후 시장 환경의 변화로 매출이 주춤하기 시작,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고급 소재와 유명 디자이너 이름을 앞세운 세련된 디자인으로 상류층 여성들의 패션을 책임지던 브랜드에서 고객들이 외면하는 ‘오래된 할머니 옷’으로 전락해버린 것. 실제로 고객 감소에 따른 매출부진 및 경영부재로 일부 브랜드는 전개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처럼 불황이 계속되자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브랜드들도 자구책을 마련하는 등 과거 디자이너 부티크의 영광을 되살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위기의 디자이너, 아~ 옛날이여!
디자이너 부티크의 쇠퇴는 오래전부터 예견됐던 상황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주 타깃층인 40~50대 고객들의 이탈과 수입 브랜드의 증가로 주요 백화점에 입점된 디자이너 브랜드 수가 갈수록 줄어들어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2000년 초반에 40여개에 달했던 브랜드가 2011년 10여개에 불과할 정도. 노후 브랜드의 퇴거로 ‘부르다문’, ‘루치아노최’ 등 리딩 브랜드 위주로 압축된 상황이다. 매해 백화점 MD개편에서 제일 먼저 축소대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게 디자이너 존의 현실이다.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시장과 소비자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고객들의 연령대 상승과 함께 상품도 노령화, 브랜드 이미지가 노후화된 것이다.
특히 최근 3~4년 전부터 중년여성들 사이에서 아줌마이길 거부하고 아름다움과 젊은 패션 감각을 추구하는 ‘루비족’ 열풍이 불면서 디자이너 부티크에 대한 고객들의 외면은 더욱 심해졌다.
기존 고정 고객이던 40~50대 여성들이 나이가 들어 구매력이 감소한 반면 새롭게 이 연령대에 편입된 소비자들은 트렌드에 민감해 커리어 브랜드나 수입,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게 됐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디자이너 부티크 특성상 안정을 추구해 고정고객 중심의 소극적인 영업을 펼치다보니 상품의 변화가 없다. 신규 고객 창출은 이루어지지 않고 기존 단골 고객들의 테이스트에 맞춘 상품이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환율 급등으로 소재 가격이 올라 제품 가격은 더욱 비싸지고 경기 침체로 기존 고객의 구매력도 줄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비자들이 디자이너 부티크와 가격대가 비슷하면서도 상품력과 마케팅이 강한 수입 브랜드를 선호한다”고 지적했다.
캐릭터 브랜드, 기를 불어넣다!
이처럼 디자이너 부티크존의 침체가 계속되자 백화점들은 매장 유동인구를 늘리기 위해 매장을 이동시키고 MD 구성을 새로이 하는 등 여러 가지 자구책을 마련, 매출 회복에 안간힘을 썼다.
백화점 관계자는 “2005년부터 고감도의 제품과 높은 액세서리 구성 비율을 자랑하는 수입 브랜드가 40대뿐만 아니라 20대 고객까지 흡수하며 시장을 잠식했다. 하지만 수입 브랜드는 사이즈와 피팅감에서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국체형에 맞는 패턴은 수입 브랜드가 국내 브랜드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입 브랜드의 한계가 드러나자 글로벌한 감성의 디자인과 하이퀄리티를 가진 국내 디자이너 캐릭터 브랜드가 대안 책으로 떠올랐다. 가장 먼저 변화를 시작한 것은 신세계백화점이다.
지난 2009년 디자이너 존 내에 ‘뉴어덜트’군을 형성해 ‘젊은 피’를 수혈했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에서도 디자이너 캐릭터 존을 구성해 활기를 불어넣었다.
백화점마다 존 구성은 다르지만 대표적인 디자이너 캐릭터 브랜드인 ‘미스지컬렉션’, ‘앤디앤뎁’, ‘손정완’, ‘이상봉’등은 ‘쁘렝땅’, ‘닥스숙녀’, ‘르베이지’와 함께 확실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전달하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명품브랜드와 수입브릿지 사이에서 감도 높은 상품과 합리적인 가격대로 40~50대 고객 뿐만이 아니라 더 젊은 층까지 흡수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1.5세대 혹은 2세대 격인 이상봉, 지춘희, 손정완 등 중견 디자이너들이 이끄는 디자이너 캐릭터 브랜드는 국내외컬렉션을 통해 글로벌한 감각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확실하면서도 백화점의 유통시스템에 맞춘 브랜드로 상업성까지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디자이너, 비즈니스마인드가 필요해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해외 럭셔리브랜드 ‘구찌’, ‘샤넬’과 같은 ‘패션 하우스’가 될 수 없는 한계점으로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것이 바로 비즈니스력이었다. 회사 경영에 있어 체계화된 시스템과 전문가 없이 디자이너의 명성에만 의지한 비즈니스 구조를 가졌다는 것. 따라서 경영과 디자인이 엄격히 분리돼 전문적인 비즈니스 구조를 갖춘 해외의 ‘패션하우스’와는 달리 아직까지 한국 패션계는 디자이너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현실이다. 디자이너들은 상업성보다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예술성에 더 집착하고 있어 변화가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1세대 디자이너들의 이러한 한계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디자이너 캐릭터 브랜드는 좀 더 전문적인 경영체제를 도입해 예술성과 상업성을 모두 충족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디자이너 한혜자의 ‘이따리아나’는 디자인과 사업을 분리 경영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2년전 생산과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한혜자 크리에이션즈와 백화점 영업을 전문으로 하는 (주)한혜자로 회사를 분리해 전년대비 10% 가량 매출이 신장하며 효율을 높이고 있다.
김석원, 윤원정 부부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앤디앤뎁’ 또한 생산, 영업, 기획 등에 전문적인 인력을 투입해 디자이너도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특히 이들은 다양한 홍보, 마케팅을 통해 과거 디자이너들과는 달리 대중성을 확보하며 단기간에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소극적으로 전개하던 유통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개인숍과 백화점 중심으로 영업을 하던 유명 디자이너들이 온라인, 홈쇼핑에 대거 진출한 것. 지난해 디자이너 최복호는 롯데홈쇼핑을 통해 디자이너 브랜드의 고급스러움과 대중적인 아이템을 선보여 30만개 이상의 상품을 판매, 40~50대 여성 고객들에게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디자이너 이상봉은 현대홈쇼핑을 통해 ‘퍼스트 컬렉션’ 언더웨어를 단독으로 런칭했다.
디자이너 박윤수는 현대홈쇼핑과 손잡고 ‘피 플러스 바이 박윤수(P+by 박윤수)’라는 감성 아웃도어 브랜드를 선보였다. 디자이너들의 이와 같은 적극적인 행보는 좀 더 다양한 고객들을 흡수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디자이너들이 홈쇼핑 진출을 많이 했다. 성공사례도 많지만 부작용도 많다. 고가의 디자이너 브랜드를 입으며 특권의식을 가졌던 소비자들이 홈쇼핑을 통해 저렴한 가격대로 브랜드를 접하자 가치하락을 문제 삼았던 것이다. 무턱대고 홈쇼핑에 진출했던 예전과는 달리 요즘에는 정확한 타깃을 설정해 홈쇼핑용 세컨 라인을 선보인다던가 이너웨어 등 다른 컨셉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디자이너들도 생겨났다. 그동안 국내외 패션쇼를 통해 작품을 선보인 중견 디자이너들이 파리와 뉴욕 무대를 통해 시장성을 인정받은 것.
디자이너 이상봉, 박윤수는 런던에서 런칭쇼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현지 유력 멀티숍, 백화점에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
디자이너 박춘무가 이끄는 ‘데무’는 해외 수출용 라인 ‘데무 블루라벨’을 통해 홍콩, 일본 등 전세계 53개 편집숍에서 판매가 되고 있다. 디자이너 박춘무는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하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한국 디자이너들은 오랫동안 옷을 만들었고 특히 하이퀄리티의 제품을 만들 능력이 있기 때문에 해외 시장에서도 충분히 인정받을 것이다. 국내 디자이너들은 한국 시장만을 고집할게 아니라 세계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화, 필요 아닌 필수!
1세대 디자이너들과는 달리 다양한 행보를 통해 디자이너 캐릭터 브랜드가 활약을 하자 철옹성 같던 ‘루치아노 최’, ‘부르다 문’ 등 디자이너 부티크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됐다. 백화점은 부티크 존을 살리기 위해 유동인구를 늘리려 매장을 이동시켰고 브랜드들도 정체성을 살리고 고객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상품기획에 변화를 시도했다.
‘루치아노 최’는 2002년부터 이태리 명품 브랜드인 ‘피오니라세라’를 직수입, 밍크와 퍼 제품을 위주로 전개해 전체적인 브랜드 감도를 높임과 동시에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상품에도 변화를 줘 기존 예복 개념의 정장스타일에서 벗어나 크로스코디가 가능한 아이템을 다수 선보이며 재도약중이다. ‘부르다문’ 또한 기존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살리면서도 미니멀&모던시크 트렌드를 가미한 아이템을 선보여 변화에 앞장섰다.
디자이너 캐릭터 브랜드 내에서도 끊임없는 변화가 시도됐다.
‘이따리아나’는 모녀가 함께 입을 수 있는 컨셉으로 전환해 기존 단골 고객뿐만 아니라 신규 고객을 창출하는 효과를 얻었다.
‘최연옥’은 지난 2008년 BI작업을 통해 캐릭터가 강했던 과거 브랜드 컨셉에서 베이직한 상품 위주의 아이템을 확대했다.
‘앤디앤뎁’은 세컨브랜드 ‘뎁’을 런칭했다. ‘뎁’은 ‘앤디앤뎁’의 ‘Fun Littel Sister’로 클래식에 신선한 트위스트를 가미한 트렌디하면서도 위트 넘치는 스타일로 기존 ‘앤디앤뎁’ 고객보다 젊은 20~30대를 타깃으로 한다. 국내 디자이너가 전개하는 컨템포러리 브랜드로 아티스트와 콜래보레이션 및 액세서리 아이템 강화, 캡슐 스토어, 스타마케팅 등으로 디자이너 브랜드와 차별화한 것이 특징이다.
‘김영주’의 ‘케이수 바이 김연주’, ‘김영주’의 ‘셀렙 바이 김영주’ 등 기존 상품에 젊은 감각을 입힌 세컨 라인 출시로 브랜드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한 브랜드도 있다. 매장 내 세컨 라인 제품을 일부 구성하는 등 소극적인 변화라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변화를 시도하려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안혜영’, ‘울티모’등도 변화를 준비중이다.
그동안 변화에 주춤했던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올해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면서도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테이스트에 맞춘 다양한 변화를 시도,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해외시장 노크하는 중견 디자이너들
그동안 국내외 쇼를 통해 글로벌한 감각을 인정 받아온 중견 디자이너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해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를 얻고 있다. 특히 이들은 컬렉션을 통해 작품만 선보이던 과거와는 달리 철저한 시장 조사와 타깃팅으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맞춤형 브랜드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모습을 보였다.
◎ 이상봉 - LEE SANG BONG
해외 컬렉션에서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선보였던 디자이너 이상봉은 세계 고급 백화점의 대명사인 영국 헤롯 백화점에서 ‘한국특별전’을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헤롯 백화점에 단독으로 입점한 한국 브랜드가 삼성전자와 한국도자기에 불과할 정도로 입점이 까다로운데 이상봉이 선택됐으며 성공적인 전시가 이루어져 단독 매장 개설 시기를 논의중이다. 또한 이상봉은 ‘2011 컨셉코리아 뉴욕’을 통해 뉴욕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다.
◎ 박춘무 - 데무 블루라벨
캐릭터브랜드 ‘데무’의 디자이너 박춘무는 지난해 해외 수출용 라인 ‘데무 블루라벨’을 통해 해외진출에 성공했다.
그동안 수차례 참가했던 해외 컬렉션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 적합한 모던하고 심플한 감각을 더한 ‘데무 블루라벨’을 선보인 것. 철저한 시장 조사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홍콩, 일본 등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바이어들에게 호평을 얻으며 53개 편집숍에서 판매가 되고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데무 블루라벨’을 선보여 브랜드 이미지 업그레이드 효과도 얻고 있다.
◎ 박윤수 - BIG PARK
디자이너 박윤수는 국내에서 전개하고 있는 박윤수 컬렉션 라인을 리뉴얼한 브랜드 ‘빅박(BIG PARK)’을 선보였다. 타깃 연령층을 기존 컬렉션 라인보다 낮추고 라인을 새롭게 정비했다. 그의 해외 첫 컬렉션 라인인 ‘BIG PARK’은 스트리트 웨어다. 면과 실크, 가죽을 주 소재로 한 스트리트 재킷과 점퍼를 키 아이템으로 해 비비드한 컬러 블로킹 등으로 캐주얼하게 표현, 런던 현지 유력 멀티숍 바이어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이끌어 냈다.
성공적으로 런칭쇼를 마친 그는 런던협회 요청에 따라 올해 2월부터 런던 패션위크를 통해 지속적인 해외 활동을 전개하게 된다. 또 해외 시장의 성공을 토대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BIG PARK’을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