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패수행의 근거와 의미
2)경론의 근거
①기악(伎樂)
『법원주림』 권36을 보면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악기를 연주하며 성문(城門)을 지나다가 부처님 일행을 만나서 환희심에 기악으로 공양을 올린 인연공덕으로 모두 백겁동안 복락을 받고 이후에는 성불하여 묘성불(妙聲佛)이 된다는 내용이 있다.
또 『백연경(百緣經)』에 이르기를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에 사위성에 여러 사람들이 각자 노래와 기악으로 장엄하며 성문을 나와 성문 앞에 도달하였는데 마침 성문으로 들어오며 걸식하시는 부처님과 제자들을 마주쳤다. 그 사람들이 부처님을 보고는 기뻐하며 예배하고 이내 기악으로 부처님과 제자들께 공양하고 발원하며 지나갔다. 부처님께서 웃으시며 아난에게 말씀하시기를 "저 사람들은 나와 제자들에게 올린 기악공양의 인연공덕으로 인해 내세의 일백겁이 지나도록 악도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며 천상사람들 중에 태어나서 항상 쾌락을 얻을 것이다. 백겁이 지나서는 벽지불(僻支佛)이 될 것이며 다함께 호(號)를 묘성불(妙聲佛)이라 할 것이니 곧 이 인연인 것이다. 만약 음악을 연주해서 삼보께 공양하면 그 얻는 공덕이 끝이 없어서 생각으로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하셨다'고 한다. 그러므로 『법화경』에 이르시기를 "만약 사람으로 하여금 북을 치거나 소라를 불거나 비파를 키거나 요발과 동발을 치는 등의 음악을 연주하게 하면 이와 같은 모든 묘한 소리들은 다 수승한 공양이어서 모두 성불하게 될 것이다."라고 하신 것이다.
이 내용에 의하면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과 부처님의 제자들께 올린 기악공양은 성불의 기약(期約)이 되는 공덕으로 생각으로 헤아릴 수 없는 무량한 공덕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여러 가지 공양 중에서도 특히 수승한 공양으로서 부처님께 칭송받는 공양임을 알 수 있다.
②가무(歌舞)
『방광대장엄경』 권3 「탄생품」을 보면 석가세존이 탄생할 때 그곳을 수호하고 장엄했던 모든 사람과 천(天)과 팔부중(八部衆)의 무리들이 부처님의 탄생을 기대하며 노래와 춤으로 공양했음을 전하고 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에 팔만사천의 코끼리병사들과 마병들과 전차병들과 보병들이 전부 단정, 용맹하게 에워싸서 대적할 상대가 없었으니 갑옷과 갑주 등 갖가지로 장엄하고 각자 무기를 들고 성스러운 왕비를 호위했다. 육만의 석가족 시녀들이 왕후를 시위하며 에워싸고 성숙하고 젊은 왕의 권속들이 공경하며 에워싼 가운데 다시 육만의 왕의 시녀들이 기악과 갖가지 가무를 연주했다. 또 팔만사천 모든 하늘의 천동과 천녀, 팔만사천의 용녀, 팔만사천의 건달바녀, 팔만사천의 긴나라녀, 팔만사천의 아수라녀 등 이와 같이 수승한 무리들이 스스로 장엄하고 모든 기악과 가무와 찬탄하는 노래를 연주했다...(후략)
또 『제불세존여래보살존자명칭가곡』 권12와 권13, 『제불세존여래보살존자신승명경』 권18에는 수많은 여래와 보살의 명호가 수록되어 있는데 그 중에 '금강무공양묘재보살(金剛務供養妙才菩薩)'과 '금강무공양묘안자보살(金剛舞供養妙眼慈菩薩)', '금강무공양보살(金剛舞供養菩薩)'이라는 보살 명호가 있어서 춤으로 올리는 공양이 보살행의 한 분야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미사새부화혜오분률』 권26에는 탑에 춤으로 공양한 비구들이 세인(世人)의 비난을 받은 일을 계기로 붇다가 사람을 시켜서 춤을 추도록 지시하여 의혹을 멈추게 한 내용이 있어 주목을 끈다.
모든 비구들이 노래하고 춤추며 탑에 공양하므로 속인들이 "속인들이 춤추는데 사문 불제자들도 마찬가지니 우리와 다를 것이 없구나" 하면서 의혹하고 비난했다. 모든 비구들이 이 사실을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이여 마땅히 스스로 노래하고 춤추면서 탑에 공양하지 말고 사람을 시켜서 노래하고 춤추게 할지니라." 하셨다. 이 말씀을 듣고 비구들이 기쁘게 부처님을 찬탄하고 향을 뿌리고 번과 장식으로 탑에 공양하였다.
이 내용을 보면 부처님 재세시에도 비구들에게 불탑에 대한 여러 가지 공양을 권장하였으나 춤에 대해서는 세인들의 비난을 받았다고 하므로 붇다가 사람을 시켜서 공양하도록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원시불교의 상황을 전하는 이러한 율장의 내용은 붇다가 비구들의 춤을 금지한 내용이지만 전반적인 상황을 음미해 보면 공양의 의도였던 비구의 가무(歌舞)를 경계(警戒)했다기보다는 시대상황에 맞게 중재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내용은 원시불교에서부터 시작한 불교의 역사적 흐름에서 제불찬탄과 공양의 본질은 변함이 없으나 그 범주는 소극적인 형태에서 적극적인 형태로 발전되었을 것을 유추할 수 있는 자료라고 볼 수 있다.
③염불(念佛)
『불설심심대회향경』 권1을 보면 보살이 모든 수행의 공덕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신(身)ㆍ구(口)ㆍ의(意)를 다해 정념(正念)으로 염불해야 함을 설하고 있다.
부처님께서 명천(明天)에게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보살마하살이 과거, 미래, 현재에 모든 부처님의 처소에서 자비로운 몸과 자비로운 말과 자비로운 행을 닦아서 염불공덕을 이루는가? 선남자여, 보살마하살이 깊이 여래를 생각하며 견고사(堅固士), 무상사(無上士), 최승사(最勝士)로서 사자왕의 용맹함과 두려움 없음으로 스스로 해탈하고 타인을 해탈시키고 스스로 멸도(滅度)하고 타인도 멸도하게 하며 진리를 설하여 중생을 편안하게 하며 마음에 아첨과 꾸밈이 없이 정계(淨戒)를 구족하고 힘써 두려움 없는 말로 장애와 습기를 제거하며 법에 자재하여 비교할 바 없게 되는 것은 이와 같이 온 마음으로 염불한 공덕이니라. 오른 무릎을 꿇고 꽃을 뿌리고 향을 사루며 비단 깃발과 일산(日傘)과 기악으로 공양 올리는 것이 보살의 자비한 몸의 수행이며, 미묘한 소리로 노래하며 심오한 의미의 게송으로 여래의 무량한 공덕을 찬탄하는 것이 보살의 자비로운 입의 수행이며, 저 몸과 말의 착한 선근인 염불공덕으로 인해 지극한 정성으로 공경함이 보살의 자비로운 마음의 수행이니라. 명천이여! 이는 곧 보살마하살이 과거, 미래, 현재의 부처님 처소에서 자비로운 몸과 말과 뜻으로 실천하는 보살의 바른 생각이니라."
위 내용은 몸과 말과 생각으로 공양하고 찬탄하는 수행의 근본은 지극한 정성으로 부처님을 공경하는 염불임을 설명하고 있다. 또, 염불하는데 건성으로 하지 않아야 하며 신ㆍ구ㆍ의(身ㆍ口ㆍ意)를 다 기울인 정념(正念)으로 오직 부처님을 공경하여야 진실한 염불이 되는 이치를 설명하고 있어 염불수행의 적실한 원리를 알 수 있다.
④범패(梵唄)
『불설인연승호경』 권1에는 승호비구의 범패소리에 선인들이 불환과(不還果)를 얻고 출가하여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었다는 내용이 있다.
승호(僧護) 비구가 선인에게서 나무 한그루를 빌려서 하루를 묵게 되었다. 날이 밝으면 일찍 떠나려고 했는데 무리 중에서 가장 상수(上手)의 선인이 큰 자비심이 있어서 모든 젊은 선인들로 하여금 사문에게 나무를 빌려주라고 했다. 승호비구가 선인들의 허락으로 나무를 얻어서 그 아래서 자리를 깔고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초야(初夜)에는 5개(五蓋)를 조복하고 중야(中野)에는 휴식을 취했으며 후야(後夜)에는 다시 앉아 고성으로 범패를 했다. 모든 선인들이 범패소리를 듣고 성품의 공(空)함을 깨달아서 불환과(不還果)를 증득하고 법을 보아 환희하니 사문에게 다가와서 그 발에 머리를 대 고 예배하며 삼귀의계를 받고 불문(佛門)에 출가하기를 청했다. 그 때에 승호비구가 선인들을 바르게 출가하게 하여 선정(禪定) 닦는 방법을 가르쳤다. 그들이 선정에 든지 오래지 않아 아라한과를 증득하니 전단(栴檀)에 전단을 에워싼 것과 같아서 비구들 중에서도 현성(賢聖)의 무리가 되었다.
이 내용은 한 나무 아래서 하루를 묵고 다음날은 다른 나무로 유행(流行)하며 수행하는 초기불교적 환경을 배경으로 한 범패수행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수행형식은 『유교경』에서도 보인다. 따라서 이 내용을 통해 초기불교교단의 범패수행 활용상과 공능을 볼 수 있다.
➄재공(齋供)
『북방비사문다문보장천왕신묘다라니별행의괘』 권1을 보면 부처님께서 다양한 종류의 찬탄과 공양과 진언수행을 병행할 것을 권선하시며 이와 같은 형태의 수행에 대해서 부처님의 특별한 보호를 약속하시는 내용이 있다.
만약 여래의 마음인 나의 진언을 받아 지니고 염송하되 모든 공양을 행하는 이는 오직 내 몸과 마음이 그의 몸 위에 있으면서 그를 아끼고 염려하기가 끝이 없을 것이다. 만약 어떤 이가 재물을 구하고 벼슬을 구하고 또 일체 마음을 써서 밖으로 구하면 그 구하는 일들이 자연히 그의 바램대로 만족하게 될 것이며 악인이 그를 해치지 못할 것이다. 그대들이 나의 법을 받아 지닌다면 능히 그대들로 하여금 부귀와 안락을 얻도록 할 것이다...(중략)...갖가지 향이 나는 과자와 음식과 얇은 과자와 숙성한 우유와 연유와 약과 등으로 여법하게 공양하고 음악과 범패와 범음으로 찬탄하여 매월 일일(一日), 십오일(十五日)과 정월(正月) 칠일에 나의 형상 앞에서 온 힘을 다해서 염송하면 나의 불신(佛身)을 보일 것이다.
이 내용에는 부처님의 다라니(陀羅尼)를 수지(受持)하고 다양한 형태의 찬탄과 공양으로 지극한 정성을 다 바치는 수행이 설해지고 있어서 대승불교 교단에서 발달한 재공(齋供)의 표현으로 볼 수 있는 내용이다. 또한 이러한 형태의 찬탄과 공양 및 진언수행(眞言修行)의 과보를 불신출현(佛身出現)의 약속으로 설하고 있어서 재공양의 공덕이 매우 적실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내용으로도 볼 수 있다. 따라서 과거로부터 국가적 재정 및 종단적 역량을 기울이면서 특설했던 수륙재(水陸齋) 및 영산재(靈山齋)의 신앙적인 근거로 볼 수 있는 내용이라고 사료된다.
➅찬탄(讚嘆)
『법원주림』 권36에는 『보살본행경』을 통하여 석가불이 과거불인 불사불(弗沙佛)을 찬탄하고 성불의 수기(受記)를 받은 내용을 전하고 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시되 "내가 기억하건데 과거 전생에 한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는데 불호(佛號)가 불사 다타아가도 아라하 삼먁삼불타'이셨느니라. 그 때에 부처님의 처소인 잡보굴(雜寶屈) 안에서 내가 부처님을 뵙고 환희심이 나서 열손가락을 합장하고 한쪽 다리로 서서 칠일 밤낮으로 이 한 게송을 가지고 부처님을 찬탄하였느니라. 게송을 말하노라.
천상천하에 부처님 같은 분이 없으며
시방세계에 부처님과 비교할 분 없나니
세상의 모든 존재를 내가 다 보아도
그 중에 부처님 같은 존재는 없나이다.
아난이여, 내가 이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여 마치고 부처님을 모시기를 발원하니 나의 발원을 들으시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이 사람은 구십사겁(九十四劫)이 지나서 부처가 되리니 불호를 석가모니라고 할 것이다.
내가 저 때에 수기를 얻고 정진하여 공덕 키우기를 포기하지 않고 무한히 하던 중에 한없는 세월동안 범천(梵天)과 제석천(帝釋天)과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되었으며 그 선업의 인연공덕으로 인해 나는 네 가지 변재를 구족 하게 되어 나와 대론하여 이기는 이가 한사람도 없었으며 나는 무상정각(無上正覺)을 이루었으며 나아가 위없는 법륜(法輪)을 굴리게 되었느니라."하셨다.
또『우바새계경』 권4 「18 육바라밀품」을 보면
"선남자야 무엇을 바라밀이라고 이름하는가? 베풀 때에 안팎의 과보를 구하지 않고 복전이 됨과 안 됨을 생각하지 않으며 일체의 재물을 보시하면서 아끼는 마음이 없으며 시절을 가리지 않으므로 이름하여 보시바라밀이라고 하는 것이다. 내지 작은 죄일지라도 신명을 다해서 범하지 않으므로 이름하여 계바라밀이라고 한다. 내지 악인이 와서 그 몸을 해치더라도 참고 성내지 않으므로 이름하여 인욕바라밀이라고 한다. 석 달 동안 하나의 게송으로 찬불하며 쉬지도 멈추지도 않으므로 이름하여 정진바라밀이라고 한다(중략)"
위 내용에는 보살의 6바라밀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한 게송으로 끊임없이 찬탄하는 것이 정진바라밀을 이루는 수행의 길임을 밝히고 있다. 이로서 비록 다양한 불교의 역사와 철학 속에서 찬탄만이 최상ㆍ유일한 정진바라밀의 방법이라고 주장할 필요는 없겠지만 찬탄은 경론에서 바르고 수승한 정진임을 밝힌 내용이므로 여기에 소개한다. 참고로 본론에서 범패적 수행에는 다양한 방법론이 있음을 살펴보고 있지만 그러한 다양한 수행의 본질적인 동기가 찬탄에 있다는 점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찬탄이라는 심리의 특성을 고찰하면 찬탄이란 순수하고 강력한 수행의 동기로 작용할 수 있음을 재고해야 할 것이다.
또, 『지관보행전홍결』 권4를 보면
"스물다섯 가지의 방편을 해석한다...중략...아홉 번째 이치를 논하면 작은 선행이 능히 큰 결과를 이루는 것으로 불과(佛果)를 구하여 하나의 게송으로 찬탄한다. 예를 들어 나무(南無)라고 찬탄하면서 한 개의 향을 사루고 한 송이의 꽃을 바친다면 이와 같은 작은 선행(善行)이 반드시 불과를 이룰 것이다."
라고 하여 천태지의(天台智顗; 538〜597)도 천태학 가운데 찬탄수행을 거론하며 불과를 이루는 수행임을 표명했다. 특히 "작은 선행이 큰 결과를 이루는 것..."이라는 서술은 부처님께 올리는 찬탄의 수행에 특수한 공능이 있음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볼 수 있다.
<범패의 수행원리와 활용방안 연구/ 덕림(이병진) 동국대학교 대학원 선학과 박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