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中年)사랑-07
"괜찮아. 가다가 너무 졸리면 차를 세워 두고 좀 자면 되고, 차 트렁크에 쌍금탕하고 밀크 씨슬이 있어. 그걸로 커버가 가능해. 결혼? 그것도 가능해."
"여보~ 우리 진짜 결혼해요. 나 당신과 떨어지기 싫어요."
"오케이. 노 프라블름(no problem). 그러니 어서 샤워하고 나와. 내 준비 다 해 놓을 테니."
"예. 알았어요."
그녀가 샤워룸으로 들어가자 제임스는 마른 타올 몇 장을 준비해 초희가 입을 옷과 부츠와 함께 쇼파에 준비해 두고 침대 정리를 했다. 역시 흔적이 흥건히 남아 있었다. 그는 CD20- 두장을 각각의 침대위에 놓았다. 그리고 환기를 위하여 베란다 문을 조금 열고 빠진 것들이 없나 살폈다.
"여보~ 아 시원해요. 하늘로 날아 갈 것 같은데요~ 너무 좋아요."
"어이구, 그러십니까? 여왕님. 감기 들지 않게 어서 옷 입으시지요~"
"알았다. 내관. 뒤로 돌아 서지 말고 내 몸을 봐도 된다 ㅎㅎㅎ."
"내관이 진짜 고추가 없을까? 가짜였다면, 당장 잡아 먹겠다 ㅎㅎㅎ. 내가 다 살피고 챙겼으니 초희는 옷 입고 부츠신고 가방만 메고 나가면 돼. 오케이?"
"옛썰~ 써~"
게다가 경례까지. 너무 사랑스러웠다. 60대 중년을 잊어 버려도 좋을 것이다.
그들은 가다가 중간쯤 에 있는 깨스 스테이션에 들러 충전하고 커피와 비프 타코 2개를 사서 먹으며 마시며 눈 잘 닦인 Trans Canada Highway를 거침없이 달려 나아 갔다.
차창 밖으로 하얀 눈세계를 보며 타코를 먹던 장 초희가 입을 열었다.
"여보, 제임스"
"와이(why). 허니(Honey)"
"아하하하~ 허니. 멋져요. 그런데요, 벤쿠버까지는 며칠 동안 가야대요?"
"아마도 8 밤은 더 자야 될 것 같은데. 벌써 한국이 그리워진 거야. 원하면 더 빨리 갈 수도 있고 비행기 타고도 갈 수 있어. 아직 에드몬튼이나 켈거리를 가자면 2-3일 걸리지마는..."
초희는 말이 없었다. 제임스도 말을 하지 않았다. 각자 생각 모드로 들어간 것이다. 이건 파토의 시작이 될 수 있다. 그럼, 지금까지는 완전 쇼였던가? 그건 아닐 것이다. 길이 원체 멀어서 하는 말일 것이다.
"제임스, 왜 당신은 제가 듣기 좋은 이쁘거나 멋진 말은 안 하세요?"
"ㅎㅎㅎ 잘 이해 안 되는데요. 뭐가 예쁜 말이고... 저는 속된 말로 '미사려구' 같은 건 잘 모르고, 안다고 해도 이곳 캐나다에서는 있는 대로 만 영어로 표현하고 말 하기 때문에 그런 쪽은 잘 모른다고 봐도 괜찮습니다. 대신 한국말을 할 때면, 사투리가 자꾸 나와서 문제가 될텐데... 한국 사람들 하고는 거의 교류가 없어서 그것도 저는 잘못인지 잘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지적해 주는 사람이 없었으니 까요."
"여보~ 캐나다는 얼마나 큰 가요? 한국 사람들은 왜 당신을 모른 척 한데요? 감이 잡히질 않아요. 여보~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에 보이는 것들은 눈과 들판 뿐이예요."
"넓은 땅을 달리다 보니 그게 궁금하셨군요. 아마도 남한의 100배는 될 겁니다. 인구는 약 3천 8백만 정도이고 한국이 5천 2백만 정도이지요? 지금 우리가 달리고 있는 이 도로가 세계에서 제일 긴 국도인 C.T.High way 입니다. 우리는 위니팩에서 하룻밤 묵고 르자이나 까지 가서 하룻밤, 그리고 켈거리나 애드몬튼까지 가서 또 하룻밤. 그 다음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고, 켈거리나 에드몬튼에서 비행기로 한국 갈 수 있어요. 저는 원래 이곳에 친구도 지인도 친척도 없었고 사업을 캐네디언 들을 상대로 했기에 말 할 한국 사람들이 없게 된 거지요. 당신은 친구가 그리워 한국에 가고 싶으면 그 전에 말해 주십시요. 미리 예약해야 하니까. 오케바리!"
그 마지막 말을 듣는 순간 장 초희는 섭섭한 감정이 가득했다. 내가 아까 궁금해서 물었는데, 오해한 걸까? 어떻게 해야 하나? 그만 걱정이 되었다.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에 즐거워 지지 않았다. 그는 마음이 이상하면 경어를 쓴다. 어쩧든 이번에 절대 경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못을 박아야 겠다. 다짐했다. 그런데, 간격이 생겨서... 어떡해.
"여보~ 제임스. 저는 한국에 안가요. 당신하고 살 거예요. 그런 말 다시는 하지 마세요. 궁금해서 물어 봤단 말이예요."
"초희야! 저~ 어기 깨스 스테이션이 보이지. 저기서 깨스도 넣고 커피도 마시자. 아~ 옆에 멕도날드도 있네. 잘 됐구나. 우리 멕버그 하나씩 먹을까? 엥거스 멕이 아주 맛있어."
그의 말에 장 초희는 웃고 말았다
"아하하하~~~ 당신 너무 코메디 잘 해요. 잘 웃겨요. 좋아요. 저도 멕 그 뭐야?"
"엥거스 멕 버거."
"예. 저도 그것 먹을 거예요."
"포테이도 프라이도 있는데..."
"예. 그것도 요. 다 사주세요."
"오케이. 옷 가슴 잘 여미고 내릴 준비~"
이 남자. 정말 괜찮은 남자 네. 속이 없어. 나만 좋다 하면 그걸로 다 되는 거네 ㅎㅎㅎ.
"뭐가 우스워서 혼자 그렇게 소리 없이 웃는 거야."
"아니 예요. 당신이 너무 단순해서 너무 좋아요. 여보~ 사랑해요~"
"에구~ 내릴 곳 지나치겠네. 자. 다 왔어. 준비~"
주차하자 곧 그가 조수석으로 와서 문을 열고 미끄러지지 않도록 부축해 주어서 초희는 안전하게 내렸다. 한국에서는 누가 이렇게 해 주지 않는데, 그가 잘 해주고 있었다. '내가 이런 사람두고 왜 떠나!' 혼자서 속으로 말했다. 그녀는 주저없이 그의 팔을 잡고 주유소 옆 멕도날드로 들어갔다.
2 테이블에 4명이 버그를 먹다가 눈 길을 헤쳐 들어오는 그들을 이방인같이 보았다.
"뷰티플 데이, 투데이. 하와유, 가이스. (It's beautiful day, today. How are you, guys?"
그가 주문 카운트로 가며 그들에게 인사를 했다. 초희는 도로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그들과 도로를 불안한듯 보고 있었다.
"헬로우~ 굿데이. 웨어 아 유 고잉 투? (Hellrow~ good day. Where are you going to?)"
"To Winnipeg with my wife. Have good time. (마이 와이퍼하고 위니펙까지. 좋은 시간 되라.)"
4명 모두 부근에 사는 사람들 같았다. 나이든 부부였거든. 그들은 제임스의 덩치와 걸음걸이를 보자 다시 먹는데 열중했다. 그가 곧 2 츄레이를 가지고 왔다.
"여기 엥그스가 마침 있어서 다행이야. 내가 물어봤어. 좋은 거냐고? 그랬더니 동네사람들이 와서 즐기니 걱정말라 더라 ㅎㅎㅎ."
"히야~ 먹음직스럽네요. 프렌치 프라이도 좋아 보여요"
"캐나다는 양질의 감자가 많이 생산되고, 대부분 식당에서는 바로 캔 감자를 통째로 잘라서 깨끗한 기름에 튀겨 내놓기 때문에 항상 맛있어. 그리고 엥거스도 야생에서 방목하면서 기른 고기의 한 부위이기 때문에 정말 먹을 만 해. 어서 먹어봐."
"그런데, 당신은 어떻게 그런 걸 다 잘 알아요 ㅎㅎㅎ. 박사네요."
"이것 저것들에 관심이 많고 아는 것에는 제대로 알려고 노력하지. 그런데..."
"그런데 뭐 예요, 여보?"
장 초희는 틈만 나면 제임스 이름을 부르기 보다는 '여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였다. 그렇게 함으로서 스스로도 제임스에 동화되고 싶었고 관계도 더 친밀해 질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아~ 그거. 이제는 나이가 너무 많아. 그런 것들을 어디라도 사용하기에는. 당신이 아니면 아는 것을 말할 기회도 없으니 금방 그런 것들은 잊고 말아. 지금 그렇게 물어주니 지난 것들을 소환해서 당신에게 말하는거지."
"아니 예요~ 당신은 뭐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런 지식으로 저를 기쁘게 해 주시니 저는 고마운데요~"
그가 혼자 나가서 깨스를 채우는 동안 장 초희는 멕 안에서 커피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픽업 트럭 같은 차를 창가에 세우고 발에 붙은 눈을 털며 건축 노동자 같은 두 사람이 들어왔다. 한사람은 주문대로 갔고 한 사람은 장 초희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았다.
그녀는 그들을 못 본 채 하였다. 그러자 그가 뭐라고 말을 하였다. 아마도 인사일 것이지만, 알아 듣지 못하였다. 그러자 그가 다시 말했다.
"Hey, Chinese. What are you doing here? Do you need me?(헤이, 중국인 여기서 뭐하 노? 내가 필요하냐?)"
"I am Korean, do you have a mother? ( 나 한국사람이고 너 엄마 있냐?)"
그가 그 말을 듣고 일어나려 하고 그때 그의 친구가 햄버그를 가지고 초희 옆을 지나며 큰 소리로 웃었다. 그리고 햄버거 든 녀석이 말했다.
"Taekwondo!"
그때 마침 제임스가 들어오는 것을 본 초희가 그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Do you know, Taekwondo?"
"What's happening? Hey, you wanna get Taekwondo? She is a Taekwondo master. Are you okay?(무슨 일이야? 헤이, 너 태권도 배우고 싶냐? 이 사람이 태권도 사범이다. 알았냐?)"
"Okay, okay. I am sorry and no problem. Have good day.(아니다. 아니야. 미안하지만 문제없다. 좋은 날 보내라.)"
그들은 왼쪽 창가의 테이블로 옮겨 앉았다. 제임스가 그들보다 나이도 많고 키도 컸거든. 초희는 우쭐하여 그들에게 손을 들며 웃어 주었다.
"별 문제 없었지? 젊은 애들은 낯선 사람을 보면 말 걸고 싶어해. 특히 예쁜 여성을 보면."
"우하하하~ 제가 예쁜 여성인가요?"
"맞지."
"흐흐흐~.말 도 잘 하셔. 그래도 좋고 재미있어요. 뭐라도 사주고 싶어요."
"어~ 됐네요. 나중에 그럴 기회가 있겠지."
"진짜요? 제가 ㅎㅎㅎ. 어디서요?"
"혹 알아. 벤쿠버나 벤프 혹은 앨버타 혹은 켈거리에서. 됐고요. 지금 출발해야 늦지 않게 위니팩 경치 좋은 곳에 있는 Ridges Wellington Hotel에 가서 첵크인하고 529 웰링튼 식당으로 갈 수 있어. 그 레스토랑은 적당한 값에 멋진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는 곳이야."
"와아~ 저는 입이 벌어져 다물 수가 없네요. 어떻게 그런 곳을 다 찾았어요?"
"안가르켜 주지요. 비밀."
"에이~ 저에게만 가르켜 줘요~"
그때 벨이 울렸다. 틀림없이 미나일 것이다. 그는 스위치를 눌렀다.
"헬로우~ 디스 이즈 미나. 엄마 거기 있어?"
"그래. 엄마다. 별 일없지?"
"우린 집이니까 별 일없어. 엄마는 지금 어디야? 아저씨는 옆에 계셔?"
제임스는 자기가 말하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했다.
"어~ 미나. 우린 별 일없는데, 지금 위니펙으로 가고 있는데, 호텔도 예약했 오. 좋은 곳에 싼 가격으로. 릿지 웰링턴 호텔."
"예. 잘하셨어요. 엄마가 좀 힘들게 해서 어떡해요. 잘 좀 봐주세요."
"어머~ 얘는. 내가 좀 전에 멕도널드에서 버그를 먹는데 어떤 젊은이 2 사람이 시비 걸려 하길래 태권도 이야기했더니 슬그머니 가더라."
"아하하하~ 엄마도 공갈칠 줄 아시네. 제임스 아저씨가 쫓아 내였겠지. 그렇지요?"
"애는 참, 그래 맞다. 아저씨가 덩치로 밀어 붙이니 가더라. 이제 됐니?"
"예. 됐어요. 아저씨 운전 조심하시고 재미있는 시간 보내세요."
장 초희가 뭐라고 하려는 데 제임스가 말했다.
"그래요. 너무 걱정마십시요."
그는 말과 함께 보턴을 눌러 전화를 끗다. 장 초희가 아쉬운 듯 제임스를 봤다. 그는 모른척하고 조금 더 악세레이터를 밟았다.
"한국에서는 어떻게 지내시는지..."
그가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초희는 그의 얼굴을 보며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에 대하여 어느 정도 아시는지 짐작하시는 지는 모르겠으나 지금부터 틈나는 대로 말씀 드릴께요. 저는 장 초희이고 나이는 65세, 고향은 강원도 태백시이고요, 강릉 고등학교 그리고 연대에서 국어 국문학을 전공하여 마쳤고, 12년 전에 이혼하였어요. 전 남편은 9년 전에 교통사고로 죽었어요. 지금 저는 서울대학교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어요. 집은 걸어서 약 15분 거리에 있는 방 1개 거실 1 그리고 화장실과 욕탕이 각 각 1개씩 있는 연립주택에서 10년 째 살고 있어요. 올해 정년 퇴직을 하게 되었어요. 혈액형은 B형이고 키는 165cm, 성격은 제 스스로 잘 몰라요."
그는 눈 잘 치워진 도로를 따라 잘 운전해서 가고 있었다. 구름은 거의 보이지 않았으며 햇볕은 눈이 부셔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로 강렬했다. 주변 나무들은 전날 내린 눈을 뒤집어 쓰고 있었다. 그야말로 겨울 캐나다의 전형적인 전경이었다. 초희는 잠깐 말을 멈추고 그를 보았다. 그는 눈이 피로한지 오른 손바닥으로 눈을 비비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있었다. 젊은 사람들도 장시간 특별히 변화 없는 길을 운전해 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그는 그래도 잘 하고 있었다.
"제임스, 제 말 듣고 있는 거지요?"
그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