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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 장 생사결(生死決)
천번지복의 굉렬한 폭음이 석실을 뒤흔들었다.
"크아악-!"
처절한 비명과 함께 후조문의 몸이 허공으로 솟구쳤다가 사정없이 곤두박질 쳤다.
쿵……
석실의 벽에 부딪쳤다가 떨어져 나뒹구는 후조문은 그야말로 묵사발로 변해 있었다.
성한 곳이라곤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얼굴이고 몸이고 피로 범벅이 되어 벌레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또한, 놀랍게도 그의 검은 머리카락(黑髮)들이 서리가 내린 것처럼 새하얀 백발(白髮)로 변해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내공을 한꺼번에 모조리 쏟아냈다가 회수하지 못하자 발생한 현상이었다.
그런데, 그토록 엄청난 내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후조문은 벌레처럼 꿈틀거리면서 힘겹게 일어서고 있었다.
간신히 몸을 세운 그는 불신(不信)이 가득한 눈으로 당문우를 바라보았다.
"미…… 믿을 수 없다…… 파천구무(破天九武) 중의 하나인 천뢰신공이…… 이토록 허무하게 깨어지다니……"
"……."
"으으…… 대체…… 그 무공은……?"
"너는 말해줘도 모를 것이다. 내가 펼친 것은 발타성불께서 남기신 불법십완이라는 불문(佛門)의 선공(禪功)이다."
"불법…… 십완?"
당문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불법십완은 환우지간( 宇之間:우주)의 모든 정기를 인간의 체내로 끌어모은 뒤, 그것들을 열 개의 환으로 응축시켜 격출하는 불문기공(佛門氣功)이다."
"……."
"이 불법십완의 가장 큰 특징은 상대의 무공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 위력 또한 비례하여 가공스럽게 강해진다는 점이다."
"……."
"사실 이 불법십완은 인간으로서는 만들어낼 수도…… 터득하기도 힘든 무상신공(無常神功)이지. 때문에 내가 비록 그것을 익히기는 했지만…… 이성(二成) 이상의 경지를 이룰 수가 없었다."
"이성의 수준이라고?"
후조문의 두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단지 이성의 경지에 이른 무공으로 자신을 이렇듯 죽음의 길로 몰아넣다니?
어찌 그것을 인간의 무공이라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정말…… 무섭다……"
후조문의 얼굴에 마침내 죽음의 그림자가 깔리기 시작했다.
"당문우…… 네놈은…… 정말 무서운 놈이다…… 아버님께서…… 네놈을 모르고 계시는 것이…… 불안…… 정말…… 불안……"
털썩……
후조문의 고개가 힘없이 꺾어졌다. 비록 짧았지만, 파란만장 했던 삶을 마감시킨 것이다.
'……'
당문우는 잠시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는 후조문의 시신을 내려다 보았다.
덧없는 인간이 생명에 대한 허무감이라도 느낀 것일까?
당문우의 두 눈은 암울하게 젖어들고 있었다. 허무의 빛으로……
그러던 한 순간, 그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 하나가 있었다.
-아가씨는 안쪽에!
바로 하상군이 죽으면서 남긴 말이었다.
당문우는 재빨리 안 쪽에 있는 석실로 신형을 날렸다.
바로 그때였다.
번-쩍!
그가 들어가려던 석실 안에서 바늘처럼 눈을 찌르는 극렬한 광채 한 줄기가 화살처럼 쏘아져 왔다.
'헉!'
몸을 피하고 자시고 할 겨를도 없이 그 광채는 그대로 당문우의 단전 근처에 깊숙이 박혔다.
도(刀)!
그것은 반월(半月) 형(形)의 기형장도(奇形長刀)였다.
'이것은…… 곤오신도……!'
그렇다. 그의 단전에 깊숙하게 박힌 것은 틀림없이 자신이 광마천에게 주었던 곤오신도였다.
"……."
당문우의 시선이 천천히 석실의 입구를 향했다.
한 사람이 거기에 서 있었다.
전신에 무려 열 여덟 종류의 각기 다른 무기(武器)를 매달고 있는 노인(老人)이었다.
'광마천!'
그렇다.
무려 열 여덟 종류의 병기를 장식품(裝飾品)처럼 몸에 주렁주렁 매달고 다닐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오직 하나, 광마천 뿐이었다.
"흐흐흐…… 정말 대단하구나."
광마천은 당문우를 직시하며 음산하고 잔혹한 웃음을 흘렸다.
"직접 보지 못했더라면…… 네놈이 이렇듯 가공할 실력을 지니고 있으리라고 아예 믿으려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
당문우는 대답 대신 자신의 복부에 깊숙하게 박혀있는 곤오신도를 뽑아들었다.
푸아앗……!
도를 뽑기가 무섭게 핏물이 솟구쳐 나왔다.
당문우는 재빨리 그곳을 지혈(止血)시킨 뒤 광마천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비겁한 놈! 이런 비열한 짓을 저지르고도 네놈이 천하를 오시하는 절대고수라고 자처할 수 있느냐?"
"흐흐흐…… 애송이 놈! 착각하지 마라!"
광마천은 음산하게 웃었다.
"승리(勝利)는 희열(喜悅)과 기쁨을 안겨주지만…… 패배(敗北)는 오직 비참할 뿐이다."
"……."
"나 광마천은 싸움에 있어서 만큼은 정당함과 비겁함이 무엇인지 모른다. 오직 승리 만을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
"네놈은 강하다!"
"……."
"솔직히 말해 본좌는 지금까지 네놈처럼 강한 놈을 본 적이 없다."
"……."
"흐흐흐…… 그런 네놈을 완벽하게 죽여버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난 아직 죽고 싶은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흐흐흐…… 멋진 말이다."
이번에는 당문우가 음산하게 웃었다.
그의 눈에서는 섬뜩하리만치 냉혹잔인한 광채가 불꽃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도 한 마디 하겠다!"
"……?"
"나 역시 아직까지는 죽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다!"
당문우는 천홍검을 뽑아들었다.
챙……!
천홍검이 검집을 빠져나오기 무섭게 무지개빛 찬란한 광채가 석실을 밝혔다.
당문우는 천홍검을 광마천에게 뻗어보이며 소리쳤다.
"오너라! 단숨에 네놈의 숨통을 끊어 놓으리라!"
"……."
광마천은 흠칫했다.
당문우의 기세가 너무도 패도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마치 죽음을 초월한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자 그의 뇌리에 문득 떠오르는 한 가지 불길한 생각이 있었다.
'어쩌면…… 형님들처럼…… 나 역시 저놈에게 죽음을 당할지도 모르겠구나……'
하지만 그는 이내 그 생각을 지워버렸다.
'말도 안된다!'
그렇다.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첫째부터 네 번째 사형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여섯 사람 중에서는 그가 가장 강한 무공을 지니고 있었다.
거기다가 그에게는 열여덟 가지 무기와 열여덟 종류의 가공스럽고도 잔인한 비장(秘藏)의 살인수법들을 지니고 있지 않은가?
"흐흐흐……"
광마천은 나직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자신의 승리에 대한 확신의 웃음이었다.
그것은 사실 당연한 생각이었다.
이 순간 당문우는 곤오신도에 의해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있지 않은가?
필승의 자신감이 팽배해지자 광마천도 열여덟 종류의 병기 중에서 검을 뽑아들며 소리쳤다.
"놈! 어디 한 번 덤벼봐라! 본좌야말로 단숨에 네놈의 숨통을 끊어주리라!"
대결(對決)!
개천십마왕과의 네 번째 운명의 대결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쾌애애액!
광마천이 가장 먼저 사용한 것은 장창(長槍)이었다.
여섯 자(六尺) 길이의 장창은 예리한 파공음과 함께 당문우의 목덜미를 향해 화살처럼 뻗어오고 있었다.
쾌애애액!
광마천의 창술(槍術)은 괴이악랄하기 이를데 없었다.
분명 일직선으로 곧장 날아오는 것 같았는데 유심히 살펴보면 창끝이 끊임없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치 가느다란 버드나무가 흔들리는 것처럼 창끝은 상대로 하여금 도중에 어떻게 변화를 일으켜 어느 곳을 찔러올 것인지를 도저히 예측할 수 없게 만들었다.
"……."
당문우는 무거운 안색으로 창끝을 노려보고 있다가 번개같이 천홍검을 종횡(縱橫)으로 휘둘렀다.
"차앗!"
까까까-깡!
천홍검은 정확하게 광마천의 장창과 부딪쳤다.
바로 그때였다.
천홍검과 격돌했던 장창이 마치 미꾸라지처럼 천홍검의 검신(劍身)을 타고 미끄러지듯 흘러내리더니 더욱 현묘한 변화를 일으키면서 빛살처럼 당문우의 심장을 향해 악랄하게 파고드는 것이 아닌가!
"앗!"
당문우는 짤막한 경호성을 터뜨리며 황급히 옆으로 이 장이나 움직였다.
찌익!
하지만 어느 사이엔가 그의 옆구리가 길게 찢기며 한 줄기 선혈이 뿜어나왔다.
어느 틈엔지 광마천의 장창이 크게 회전을 일으키면서 그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던 것이다.
당문우는 신음을 흘릴 사이도 없이 다시 안색이 변한 채 뒤로 물러났다.
이번에는 창이 아니라 채찍(鞭)이었다.
츄리리릿!
마치 여인들의 장신구(裝身具)처럼 생긴 팔찌를 연결시킨 듯한 긴 채찍이 살아있는 영사(靈蛇)처럼 기기묘묘하게 꿈틀거리면서 당문우의 머리를 노리며 날아들고 있었다.
그 속도와 변화의 무쌍함은 형용조차 불가할 정도로 가공스러운 것이었다.
"차앗!"
한 소리 기합성과 함께 당문우는 다급히 몸을 비틀어 채찍을 피해냈다.
그런데, 피했다고 느낀 순간 그는 안색이 시퍼렇게 변해버렸다.
스읏!
분명히 그의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던 채찍이 어느 틈엔지 방향을 바꾸어 그의 두 다리를 노리며 휘감아드는 것이 아닌가.
"헉!"
당문우는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며 전력을 다해 천홍검을 휘둘렀다.
깡!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불똥이 퉁겨졌다.
찌르르르……
당문우는 천홍검을 쥐고 있는 손목과 어깨에 심한 통증을 느끼고는 자신도 모르게 짤막한 신음을 토해냈다.
"욱!"
그는 휘청거리며 다섯 걸음이나 뒤로 물러났다.
그의 어깨가 뻥 뚫린 채 시뻘건 선혈을 뿜어내고 있었다.
'정말 무서운 편법(鞭法)이다.'
당문우는 다급히 허깨를 지혈한 뒤 광마천을 바라보았다.
바로 그때였다.
츠츠츠츳!
이번에는 한 자루 장도(長刀)가 소름끼치는 괴음을 토해내면서 당문우의 머리를 향해 벼락같이 떨어져 내렸다.
그런데, 단순하게 일직선으로 내리찍는 것 같던 장도가 당문우의 눈에 무려 십여 개로 보였다.
(검보다 몇 배나 무겁고 둔한 칼을 이토록 패도적이고 쾌속하게 펼쳐낼 수 있다니…… 과연 광마천답다!)
비록 적이지만 당문우는 진심으로 광마천의 무예에 감탄했다.
하지만 감탄만 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쾌애애액!
광마천의 칼이 머리를 향해 낙뢰(落雷)처럼 떨어져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문우는 즉시 두 다리로 내공을 주입시킨 뒤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스스스!
그가 양 발을 서로 교차시키면서 움직이기 시작하자 갑자기 그의 모습이 안개처럼 흐릿해지면서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무영무쌍백팔밀허(無影無雙百八密虛)!
공전절후하고 고금제일이라 할 수 있는 개세무쌍의 보법(步法)이 펼쳐진 것이다.
"훌륭하다!"
광마천은 탄성을 불어냈다.
하지만 그의 움직임은 더욱 빠른 것 같았다.
그는 마치 그림자처럼 당문우를 따라붙으면서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공세를 펼치고 있었다.
쾌액!
한 자루의 삼 척 길이의 칼과 오 척 길이의 창이 사방으로 흩어진 채 움직이고 있는 당문우의 분신들을 무시하고는 미간과 심장을 노리고 정확히 쏘아져왔다.
당문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무영무쌍백팔밀허도 통하지 않는단 말인가? 이렇듯 정확하게 내 실체를 꿰뚫어 보다니!'
그는 재빨리 몸을 회전시켜 두 자루의 병기를 피했다.
바로 그때였다.
번쩍!
휘리리릭!
이번에는 여인의 장신구 같은 고리들을 연결시켜 만든 채찍과 삼척의 검이 각기 당문우의 양 옆구리와 목덜미를 향해 쏘아져왔다.
그 각도와 초식의 배합은 절로 탄성이 터질만큼 완벽한 것이었다.
'으음……'
그야말로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광마천의 다양한 공격에 당문우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당문우도 이번에는 더 이상 피하지 않았다. 그는 번개같이 수중의 천홍검을 휘둘렀다.
까까깡!
천홍검이 광마천의 검과 채찍을 정확히 퉁겨냈다.
당문우의 안색이 가볍게 변했다.
쾌쾌쾌!
검과 채찍이 퉁겨지기 무섭게 이번에는 무려 여덟 자루의 유엽비도가 폭우처럼 퍼부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문우는 재빨리 천홍사일을 펼쳤다.
번쩍!
무지개빛 검광이 햇살처럼 번져나가며 여덟 자루의 유엽비도를 휩쓸어 갔다.
까깡!
불똥이 일어나며서 여덟 자루의 유엽비도가 사방으로 퉁겨져 나갔다.
"욱!"
답답한 신음과 함께 당문우의 몸이 갈대처럼 휘청거렸다.
아무리 절세무적의 검법이라지만 천하고수의 가공할 내공이 실려있는 여덟 자루의 유엽비도와 정면으로 격돌하자 그 여파(餘波)를 감당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그의 몸이 멈칫하는 순간에 이번에는 장창과 칼이 빛살처럼 날아들었다.
당문우는 몸을 반쯤 굽히며 천홍검을 머리 위로 휘둘렀다.
카캉!
"우욱!"
다시 고통스런 신음을 토해내면서 당문우는 몸을 심하게 비틀거렸다.
천홍검을 움켜쥐고 있는 손아귀가 찢어질 것처럼 아팠다.
실전의 경험은 물론이고 내공까지도 광마천에게 밀리는 것이다.
이때였다.
당문우가 몸의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자 광마천이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음을 간파하고는 벼락같이 신형을 날렸다.
콰콰콰콰콰……
폭풍이 휘몰아치는 듯한 기세로 광마천이 검과 장도로 당문우를 휩쓸어 왔다.
파파파팍!
장도와 장검에서 일어나는 강기에 의해 당문우의 옷자락이 찢겨질 것처럼 펄럭거렸다.
또한, 전신의 피부가 쥐어뜯기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으음……"
당문우는 신음을 토해냈다.
이대로 가다가는 끊임없이 펼쳐지는 광마천의 다양무쌍한 연환공격에 의해 변변한 반격조차 해보지 못한 채 죽음을 당할 것임을 깨달았다.
그의 눈에 기이한 빛이 일렁거렸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몸을 바닥으로 뒹굴었다가 짓눌려 있던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면서 광마천을 향해 쏘아갔다.
동시에 그의 천홍검이 광마천의 단전을 향해 일직선으로 찔러갔다.
번쩍!
검은 육안으로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무지개빛이 일어나는 순간에 이미 천홍검은 광마천의 단전을 찌르고 있었다.
"헉!"
광마천은 헛바람을 토해내면서 다급히 뒤로 물러섰다.
설마하니 당문우가 이렇게 반격해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카카캉!
쇳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려퍼지면서 불똥이 피어올랐다.
광마천은 과연 천하의 절대고수다웠다.
그는 다급히 뒤로 물러나면서도 수중의 장도와 장검으로 빛살보다 더 빠르게 느껴지는 천홍검을 막아낸 것이다.
"으음!"
답답한 신음과 함께 천홍검이 허공으로 퉁겨졌다.
당문우의 안색이 뻣뻣하게 굳어졌다.
광마천의 두 자루 병기와 천홍검이 격돌하는 순간, 호구(虎口:손아귀)가 찢어지고 전신의 기혈이 한꺼번에 역류하는 듯한 고통을 느꼈기 때문이다.
과연 천홍검을 움켜쥐고 있던 그의 손아귀가 찢겨진 채 핏물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피가 문제가 아니었다.
뒤로 물러났던 광마천이 더욱 흉폭하고 가공할 기세로 공격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쾌애애액!
츄리리릭!
장도(長刀)와 장창(長槍)과 채칙(鞭)!
이번에는 아예 세 종류의 병기가 한꺼번에 폭풍처럼 휘몰아쳐 오고 있었다.
"천홍사일!"
당문우의 입에서 호통소리가 들리며 그의 천홍검이 신랄하게 허공을 절단시켰다.
번쩍!
츠츠츠……
천홍검이 소름이 끼칠 정도로 날카로운 음향과 함께 무지개를 피어올리면서 광마천이 일거에 펼쳐낸 세 자루 병기를 마주쳐 나갔다.
따따따따땅!
청명한 쇳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광마천의 세 자루 병기가 사방으로 퉁겨졌다.
"헉!"
광마천은 눈을 부릅떴다.
그는 뒤로 훌쩍 물러서면서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당문우를 바라보았다.
"으음……"
나직한 신음을 흘리면서 당문우는 뒤로 비틀비틀 물러서고 있었다.
그의 어깨부근과 장딴지에서 핏물이 흐르고 있었다.
각기 일도와 일검을 격중당한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눈썹 하나 찡그리지 않고 다시 천홍검을 힘주어 움켜잡고는 광마천을 무섭게 노려보며 소리쳤다.
"광마천! 네 실력이 겨우 이 정도라니 정말 실망이구나.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내 공격을 받아보아라!"
파파파팟!
달려온다.
당문우는 경공을 펼치지 않고 경주(競走)를 하는 것처럼 광마천을 향해 달려들었다.
내공을 이용한 경공을 펼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두 발의 근력으로 달려오는 것이었기 때문에 당문우의 달려오는 속도는 어설프게 느껴질만큼 느리기만 했다.
그런데, 그의 발치에서 누런 먼지가 뿌옇게 일어나면서 그의 전신을 뒤덮는 광경은 두 사람이 펼치는 생사결(生死決)의 긴박하고 살벌한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게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만 같았다.
"……?"
광마천은 움찔했다.
그는 참으로 의아했고, 그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금 당문우가 펼치는 공격법은 떠돌이 낭인(浪人) 무사들의 독특한 결투법이어서 상승의 내공을 익힌 무림의 일류고수들은 아예 흉내낼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공격을 펼치면 십중 십이 일합(一合)도 버티지 못한 채 죽음을 당하기 때문이다.
당문우 같은 고수가 그런 사실을 모를리 만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공격법을 사용한다는 것은 분명 상상할 수 없는 무서운 심기(心機)가 감추어져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깊어지자 자연 그의 몸은 경직될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파파파팟!
광마천과 일 장여의 거리까지 다가들던 당문우의 모습이 갑자기 흙먼지 속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동시에 흙먼지들이 더욱 무섭게 일어나면서 광마천을 휘감았다.
-무영무쌍백팔밀허(無影無雙百八密虛)!
당문우는 바로 그 전설의 보법을 펼친 것이다.
"이런, 교활한!"
광마천은 그제서야 당문우가 그런 공격법을 선택한 것은 일종의 속임수라는 것을 깨달았다.
휘리리릭!
그의 소매자락이 환상처럼 빠르게 허공을 휘저으면서 세찬 경풍을 일으켰다.
과연 그는 십팔반병기 모두에 달통한 개천십마왕의 다섯 번째 실력자다웠다.
슈슈슈슉!
소매자락을 휘젓기 무섭게 그 안에서 다섯 자루의 초록색 유엽비도(柳葉飛刀)가 화살처럼 쏘아져 나왔고,
번쩍! 번쩍! 번쩍!
파파파파팟!
곧장 그 뒤를 이어 장도와 장검이 패도적인 기세로 부챗살처럼 펼쳐지면서 사방에 흩어져 있는 당문우의 분신(分身)들을 향해 짓쳐들었다.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무서운 공격이었다.
하지만 당문우는 이미 광마천의 이런 반격을 예상하고 있었다.
"차앗!"
그는 다섯 자루의 유엽비도를 완전히 무시한 채 무영무쌍백팔밀허신법을 펼치면서 폭풍같은 기세로 짓쳐들고 있는 장도와 장검을 향해 천홍검을 휘둘렀다.
번쩍!
츠츠츠츠츳!
"이, 이런 미친 놈!"
광마천은 깜짝 놀랐다.
그는 당문우가 설마하니 다섯 자루의 유엽비도를 무시한 채 죽기살기로 덤벼들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실 그는 다섯 자루의 유엽비도에 전력을 기울였었고, 나중에 뻗어낸 장도와 장검의 공격은 허초(虛招)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것은 당문우의 신경을 교란시키고 정신을 흩어놓기 위한 전술이었다.
그런데, 당문우는 그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는 유엽비도들을 무시한 채 독사처럼 덤벼들고 있으니 어찌 가슴이 철렁 내려앉지 않을 수 있으랴.
그는 급히 장도와 장검에 내력(內力)을 주입시키고는 사력(死力)을 다해 휘둘렀다.
하지만 천홍검은 이미 영활한 뱀처럼 장도와 장검을 피해 광마천의 몸을 휩쓸며 지나가고 있었다.
츠츠츠!
"우욱!"
고통스런 신음과 함께 광마천이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그의 가슴과 옆구리가 길게 베어진 채 핏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당문우도 무사하지 못했다.
그는 양 쪽 옆구리에 다시 상처를 입었다.
비록 무영무쌍백팔밀허신법을 펼쳐 피한다고 피해 보았지만, 광마천이 한꺼번에 뿌린 유엽비도를 완전하게 피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정녕 죽음을 각오한 것일까?
당문우는 허옇게 뼈가 드러날 정도로 상처가 깊었음에도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그는 눈을 번뜩이며 다시 자세를 바로 잡고는 광마천을 노려보았다.
다시 공격을 펼치려는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이노옴-!"
상처입은 야수가 광분하는 것처럼, 광마천이 살기를 무섭게 뿜어내면서 메뚜기처럼 허공으로 솟구쳐 오르더니 당문우를 향해 폭풍처럼 덮쳐들었다.
쾌쾌쾌!
그 또한 이 한 수로 사생결단을 내기로 작정을 했는지 자신의 몸은 아예 돌보지 않은 채 당문우를 향해 벼락처럼 덮쳐들고 있었다.
번쩍! 번쩍!
콰콰콰콰콰……
주위 사방이 온통 검푸른 도영(刀影)과 검영(劍影)으로 뒤덮여 버렸다.
당문우는 이를 악문 채 도기(刀氣)와 검기(劍氣)의 폭풍 속으로 뛰어들었다.
파파팟!
그의 옷자락이 힘없이 잘려지면서 종이처럼 허공에 나풀거렸고, 그의 전신은 한 순간에 거미줄에 휘감긴 것처럼 크고 작은 상처로 뒤덮였다.
(으으……)
당문우는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상처가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는 수중의 천홍검을 기이하게 회전시켰다.
콰콰콰……
천홍검의 움직임을 따라 거대한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그 소용돌이 속에는 물체를 무섭게 잡아끄는 흡입력(吸入力)이 깃들어 있었다.
사실 당문우가 지금 펼친 이 무공은 검법(劍法)이 아니었다.
소림사의 여래팔법을 검을 이용해서 펼쳐내자 그런 현상이 일어난 것이었다.
(헉!)
광마천의 눈이 부릅떠졌다.
자신의 장도와 장검이 어떤 가공할 흡입력에 의해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번쩍!
츄아앗!
천홍검의 검기가 소용돌이치는 허공을 미꾸라지처럼 허공을 마구 헤집으면서 광마천의 장도와 장검이 일으킨 폭풍 속으로 파고들었다.
카카캉!
요란한 쇳소리가 터지면서 광마천의 장도와 장검이 유리처럼 산산조각으로 박살나면서 그 파편이 사방에 뿌려졌다.
"크아악!"
처절을 극한 비명이 하늘을 뒤흔드는가 싶더니 피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
잠시 정적이 흘렀다.
사방으로 휘몰아치던 경력들이 한 순간에 씻은 듯이 사라지고, 허공 중에 자욱하게 뿌려졌던 피안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우욱!"
정적을 깨뜨리는 신음소리가 터졌다.
혈인(血人)으로 변한 당문우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비틀거리고 있었다.
이 순간 그의 모습은 참으로 끔찍스러웠다.
입고있던 옷은 이미 오래 전에 걸레처럼 너덜거려 입지 않은 것만 못했고, 반라(半裸)에 가까운 모습이 되버린 그의 전신은 한 마디로 만신창이었다.
상흔(傷痕)!
광마천의 다양한 병기에 의해 생긴 크고 작은 상처들이 마치 거미줄처럼 그의 전신을 뒤덮고 있었고, 그곳에서는 끊임없이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일견하기에도 그 상처는 거의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외부의 이 상처는 사실 별 것 아니었다.
그의 내상(內傷)은 외상(外傷)보다 훨씬 더 심각했던 것이다.
피를 과다하게 흘리면서 내공의 소모가 극심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진기를 끌어올려 공격을 펼치면서 일어난 진기의 역류는 그의 내공 뿐만이 아니라 본신의 선천진기(先天眞氣)까지 손상시킨 것이다.
오랜 시간을 통해서 얻은 후천진기(後天眞氣)는 요양을 하면 언제든지 회복시킬 수가 있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난 진기는 아무리 좋은 약물이나 영약(靈藥)을 사용해도 쉽게 회복시킬 수 없는 법이다.
때문에 지금 당문우의 상태는 최악이었다.
만약 누군가 이 자리에 있어서 그를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그는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곳에는 그럴 사람이 없었다.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변화무쌍한 공격을 폭풍처럼 펼쳐내던 광마천이 죽었기 때문이다.
광마천은 팔다리가 잘려지고, 전신 곳곳에 자신의 박살난 장도와 장검의 파편에 박힌 채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 있었다.
"……."
고통으로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 한 덩어리 혈괴(血塊:핏덩어리)로 변한 광마천을 바라보던 당문우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사실 그는 이 순간 몸을 지탱하고 서있을 힘이 조금도 없었다.
아니, 서있는다는 그 자체가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바닥에 주저앉기 무섭게 당문우는 수미개자신공을 펼쳤다.
한시라도 빨리 내공을 회복시켜야만 했다.
그에게는 지금 광마천보다 더 무서운 적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 적이 자신의 지금 상태를 알게 된다면, 그때는 신이라 할지라도 그를 죽음에서 구해줄 수 없는 것이다.
정적이 흘렀다.
숨막히는 정적과 고요 속에서 시간을 빠르게 흐르기 시작했다.
* * *
"……."
후난향은 나른한 표정으로 침상 위에 누워 있었다.
어지러운 옷차림에 머리는 헝클어질대로 헝클어지고, 입가에는 쾌락의 잔재가 연지자국처럼 남아 있었다.
그리고, 여미지 않은 앞섶 사이로는 풍만한 젖가슴이 거의 드러나다시피 했다.
그 아래 쭉 뻗은 다리 사이로 은은히 보이는 뽀얀 허벅지와 은밀한 방초(芳草)는 참으로 색정적이었다.
이 순간 그녀는 완전히 무방비상태였다.
방금 전에 혼자 만의 쾌락(快樂)의 절정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꽝-!
방문이 산산조각으로 박살나더니 한 사람이 번개같이 뛰쳐들었다.
당문우였다.
그런데, 그의 모습은 참으로 처참했다.
아니, 끔찍하기 이를데 없었다.
놀랍게도 그의 전신에 무려 열여덟 개의 병기가 고슴도치의 털처럼 박혀있는 것이 아닌가?
어디 그뿐이랴.
그 외의 나머지 부분들은 온통 상처로 뒤덮여 있었다.
마치 핏물로 목욕이라도 한 것 같은 그의 모습은 흡사 혈신(血神)을 보는 것만 같았다.
"……."
그 모습을 본 후난향은 소름이 쭈욱 끼쳤다.
하나, 그녀는 곧 매혹적인 미소를 떠올리며 상체를 비스듬히 일으켰다.
"상처를 입었군요?"
당문우는 싸늘히 그녀를 응시했다.
"대가가 충분한 상처다."
"……."
후난향은 두 눈을 크게 뜨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 가벼운 동작 하나하나에도 천성적인 염기(艶氣)가 숨막히는 유혹과 함께 물씬 배어나오고 있었다.
"후조문은 어떻게 됐죠?"
"죽었다."
살기가 물씬 배인 당문우의 냉랭한 대답에 후난향은 오히려 비음이 섞인 교소를 까르르 터뜨렸다.
"호호호…… 그렇다면…… 하상군인가 뭔가 하는 계집도 죽었겠군요?"
"죽은 사람은 그녀만이 아니다."
"또 누가 죽었나요?"
"광마천! 그 자도 죽었다."
"……."
후난향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웃음이 사라졌다.
대신 그녀의 얼굴은 온통 경악과 불신의 빛으로 도배가 되었다.
그녀의 표정을 날카롭게 쏘아보며 당문우는 음산한 어조로 말했다.
"후난향, 너의 도박은 결국 너의 패배로 끝났다."
"……."
"이제 남은 일은…… 네가 죽는 것 뿐이다!"
"……."
후난향은 잠시 당문우를 빤히 응시하더니 곧 어두운 표정으로 탄식을 불어냈다.
"당신이 광마천 사제까지 죽이다니…… 정말 대단하군요. 나 후난향…… 진심으로 당신의 그 실력에 감탄해요. 하지만……"
"……."
"당신은 정말 잔인하군요. 죽인다는 말을 그토록 함부로 사용하다니…… 그것도 연약한 여인에게 말이에요."
"……."
"아아…… 당신에겐 여자를 아끼고 보호하는 마음이 전혀 없단 말인가요?"
나직하게 탄식까지 터뜨리는 후난향의 모습은 참으로 처연하기 이를데 없었다.
그러나 당문우는 여전히 살기가 이글거리는 시선으로 그녀를 쏘아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자 후난향이 고개를 들어 지극히 매혹적인 눈빛으로 그를 마주 보았다.
흡사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몽롱하고 축축하게 젖어있는 그녀의 눈빛은 참으로 아름답고 신비로웠다.
'……'
당문우는 일순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의 심혼이 모조리 몽땅 그녀의 눈빛 속으로 빨려드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것은 결코 어떤 요공(妖功)이나 색공(色功)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후난향에게는 천성적으로 그런 마의 기운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얼음처럼 차가운 정심(定心)과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분노와 살기에 의해 비정해질대로 비정해져 있는 당문우였지만, 후난정의 그런 눈빛을 접하자 마음이 무섭게 뒤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넘어가면 안된다! 마음이 흔들리면 끝장이다!'
당문우는 이를 악물었다.
비록 쉽지는 않았지만, 잠시 시간이 흐르자 당문우는 요사한 힘을 뿜어내는 후난향의 눈빛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
당문우의 눈빛이 맑아지는 것을 본 후난향의 눈 속에 놀람의 빛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녀는 곧 생긋 웃으면서 어깨를 슬쩍 흔들었다.
스르르……
그러자 그녀의 망사의가 어깨에서 힘없이 흘러내리더니 터질 것처럼 풍염한 젖가슴이 그대로 드러났다.
새하얀 박을 반으로 쪼개 엎어 놓은 듯 후난향의 가슴은 실로 수밀도처럼 탐스럽고 아름다웠다.
그 위에 그를 유혹하듯 수줍움도 없이 열린 두 개의 연분홍 과실(果實)은 또 어떠한가?
거기에는 인간의 마음을 무섭게 끌어당기고 제압하는 악마의 유혹이 깃들어 있었다.
순간이었다.
"요부(妖婦)-!"
당문우가 얼음장처럼 차가운 대갈을 토해냈다.
그의 눈은 이제 영원히 녹여버릴 수 없는 빙정(氷晶)처럼 차갑게 굳어 있었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차갑고 섬뜩한 눈빛이었다.
'저 놈이?'
후난향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녀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는 표정으로 교태가 물씬 풍겨지는 달콤한 미소를 머금으며 당문우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장미꽃처럼 붉디 붉은 요염한 입술을 비집고 솜사탕처럼 달콤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당신…… 나를 갖고 싶지 않은가요?"
동시에 그녀의 허벅지가 살짝 벌어졌다.
'헉!'
여인의 가장 신비롭고 은밀한 곳이 고스란히 드러나자 당문우는 다시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니, 숨이 막혀 질식해버릴 것만 같았다.
'지독한 미혼공(迷魂功)이다!'
그런데, 무슨 생각을 떠올렸는지 표정이 경직되던 당문우가 달콤한 표정으로 속삭이듯 말했다.
"난향……"
그는 홀린 듯 멍한 눈빛을 한 채 후난향에게로 다가갔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당문우를 본 후난향은 내심 쾌재를 불렀다.
'호홋…… 드디어 걸려들었군! 아무렴…… 제까짓 놈이 제아무리 뛰어났다 하더라도 아직은 애송이가 아닌가?'
그녀는 더욱 고혹적이고 색정적인 자태를 취했다.
그 사이에 당문우가 그녀의 옆에 다가와 바짝 앉았다.
"정말…… 아름답군, 아름다워……"
당문우는 몽롱한 눈으로 후난향의 풍만한 젖가슴을 쓰다듬었다.
"아아…… 으음……"
자극에 약한 여자답게 후난향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그녀는 야릇한 비음을 토하면서 두 팔을 뻗어 당문우의 목을 휘감았다.
그러자 당문우는 저절로 그녀의 몸 위에 포개진 형상이 되고 말았다.
당문우는 계속 후난향의 젖가슴을 애무하며 그녀의 얼굴을 지그시 내려다 보았다.
"당신 같은 여자는…… 처음이야……"
후난향은 매혹적인 눈웃음을 쳤다.
"저도…… 당신 같은 남자는 처음이에요."
"흐음…… 그 말이 진짜든 거짓이든 기분은 좋군."
당문우는 그녀의 귓볼에 뜨거운 숨결을 불어넣으며 낮게 입을 열었다.
"난향……"
"말씀…… 아아…… 하세요…… 아아…… 으음……"
당문우의 손은 그녀의 두 젖가슴을 교묘하게 애무했다.
그때마다 후난향은 전신을 파르르 떨면서 격정적인 비음을 토해냈다.
당문우의 손은 그녀의 젖가슴을 벗어나 점차 아래 쪽으로 이동해갔다.
"아아……"
후난정은 미칠 것만 같았다.
방금 전에 이미 절정의 쾌감을 맛보았음에도, 그녀의 몸은 다시 무섭게 타오르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것은 모두 그녀가 선천적으로 뜨거운 육체를 타고났기 때문이었다.
이때, 당문우가 속삭이는 듯한 어조로 불쑥 물었다.
"난향…… 당신은 소림의 탄지신통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소?"
"……?"
밑도 끝도 없는 그의 말에 후난향은 어리둥절 했다.
"무슨 말이죠?"
당문우의 목소리가 한층 더 은밀해졌다.
"나는 탄지신통을 십성(十成)까지 익혔소. 과연 그것은 전해지는 소문대로 바위나 쇳덩어리를 두부처럼 가볍게 꿰뚫어 버리는 가공할 위력을 지니고 있더군."
"문우, 그런 말은……"
당문우의 손이 그녀의 가장 은밀한 곳으로 깊숙히 파고드는 바람에 후난향은 그만 말을 중단하고 헉! 하고 비음을 터뜨렸다.
"아아……"
당문우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그런데 한 가지 의아한 일은……"
"아아…… 나중에…… 있다가…… 말해요…… 아아……"
"나중에라니?"
당문우의 손 하나가 다시 위쪽으로 올라오더니 후난향의 백회혈에서 우뚝 멈췄다.
백회혈은 살짝 누르기만 해도 그 즉시 죽게되는 가장 치명적인 사혈(死穴)!
"……?"
그제서야 무엇인가를 깨달은 듯 후난향의 안색이 급변을 일으켰다.
"당신은 지금……?"
당문우는 씨익 웃었다.
"난 당신의 머리 속에 무엇이 들어 있기에 그토록 잔인한지 한 번 보고 싶은데……"
"……."
후난향의 두 눈에 크게 떠졌다.
당문우의 말인 즉, 너를 죽이겠다! 라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랴.
그러나, 후난향은 역시 보통 여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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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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