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각사를 품은 비슬산의 추억
꼭두새벽 마누라가 잠에서 깰까 봐 아주 조용히 까치발로 주방으로 가
밥통을 열어본다
“아 불사! 밥이 없다 이를 어쩐담 이런 낭패가"
통상 산행 전날 찰밥을 한 팩씩 사다 밥통에 넣어놓는데
어제는 당연 밥이 있으려니 하고 준비를 안 했더니
이런 낭패가 없다 빈 밥통 이를 어쩐다...
“가? 마러?”
고민고민 하다가 그래 이제 와서 변명이 궁색해 염치없이 대모님께
편의 문자를 날리고 빈 도시락과 찬기를 챙겨 넣고 차에 올랐다
미안스럽기 짝이 없지만 뻔뻔스럽게도 아침 식사 중 밀패 두 개를 내미니
알았다는 듯 밥과 반찬을 담아준다
뒤 꼭지가 가렵지만 이리 감사할 대가!!!
오늘의 산행은 대구 달성군내에 있는 비슬산 진달래 축제날 산행인데
대모님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산행에 참여할 수가 있었다
입구 수키로 전부터 차량이 통제돼 상당히 걸어서 초입에 다 달았다
임원진도 초행이라 약간에 혼선을 그리며 길 따라 오르고 또 올랐다
오르막만 이어지는 천 미터가 넘는 높고 가파른 산이다
입에 거품을 물고 숨을 몰아쉬며 정상에 다다르니 이거 머야 대각사라는
사찰이 떡 하고 전망 좋은 자리에 찬란히 자리하고 있지 않은가?
아니 이 높은 곳에 절이라니 참 기가 차 많은 생각이 얽힌다
대개 신도들은 여성이 많고 게다가 할미들이 많은데 우찌 공을 들이러
예까지 온단 말인가 아무리 공은 고행이 수반돼야 더 높은 공줄을 탄다고는 하지만 글 새다
나같는 범인이 그 높은 뜻을 우찌 알리오
배도 곱고 힘도 빠지고 지쳐있는 내 눈앞에 사람들이 줄 서있어 가보니
가래떡을 구워서 파는 게 아닌가 대모님께 폰을 하니 다 와 간단다
나는 열개를 주문해 놓고 기다렸다
조금 있으니 지친 기색이 완연한 선 여사님을 선두로 절 광장으로 입장한다
찬 바람을 피해 우리는 절 모퉁이에 늦은 점심을 꺼냈다 지금 시각이
1시 30분 “나도 모처럼 밥과 반찬을 당당하게 꺼내 펼쳐놓고”,,,,,
먼저 도착한 나는 절 뒤편 진달래 군락지를 봤지만
회장님과 다른 일행은 식후에 가보고 온다 하여 혼자 남아 기다렸다
아무리 기다려도 안 오길래 왜일까 하는 순간 폰이 울린다 일행들은
절 반대쪽으로 하산 길이 있어 그쪽으로 가고 있으니 혼자 하산하란다
갑자기 힘이 빠진다 요즘 무릎도 안 좋아 망설이다가 차가 있어 차를 타고 가려고 번호표를 받으니
한 시간은 기다려야 된단다 걸어서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린데 무릎은 내리막이 쥐약이라 망설여진다
우물쭈물하는 사이 시간은 흐르고 기다린 김에 “그래 타고 가자”
하고 차를 타고 하산했다
이름 있는 곳은 다 그러듯 전국 각지에서 사람이 모였으니 주차한 차도
찾기 힘들다 다행히 집행부의 헌신적인 수고로 큰 시행착오 없이 낙오도
없이 귀갓길에 올랐다
거창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는데 반찬이 진수성찬이다 마치 잔치집에
온거 같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이렇게 여러 가지 많은 반찬을 만들어오니 편히 맛있게먹는 주제지만
밤잠 설처가며 애쓰게 만들어 무겁게 지고온분들을 생각하면 미안스럽기 그지없다
이래 저래 오늘은 비슬산의 진달래 추억이 올봄 마지막 추억이 되려나
산우님들 담에 또 뵐게요...!!!
2023. 4, 16 일요일 명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