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주민들은 옥녀봉을 각시산이라 부르지만 이 산은 이름과는 달리 곱거나 편한 산은 아니다. 아직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서 등산로도 확실히 나있지 않고 길을 잃을 염려도 많은 데다가 곳곳에 가파른 바윗길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새침떼기 각시처럼 잔뜩 약을 올리다가 산행의 참맛을 알려주려는 듯하다.
그러나 산에 오르는 도중 보게 되는 소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진 풍경, 따먹는 사람이 없어 잔뜩 익었다가 제풀에 떨어지는 갖가지 열매들은 어려운 길도 쉬엄쉬엄 갈 수 있을 만큼의 힘을 준다.
#산행코스 옥녀봉 산행은 화북리(인각)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옥녀봉 좌측 능선으로 접어들면 희미한 길이 이어지고 작은 무덤이 한 기가 있다. 이 무덤부터 길은 정상으로 잘 나있다. 그러나 정상에 거의 가서는 급경사가 이어지므로 약간 돌아가야 한다.
하산하는 길은 올라갔던 길로 다시 내려오거나 의흥면 매성리로 벋어있는 길이 가장 잘 드러나 있다. 우리 일행은 인각사 우측으로 난 능선길을 택했다가 길을 잃고 헤맸으나 그 길도 잘만 찾으면 내려갈 만하다.
아직 옥녀봉 산행길은 미답지나 다름없기 때문에 경험 많은 산악인과 동행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옥녀봉 산행 시간은 길을 잃지 않는다면 2시간 30분에서 3시간 30분정도 소요된다.
#들머리안내 *대구 - 군위(또는 의성) : 28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고로교에서 꺽어져 908번 지방도를 따라 가다보면 덕천교에 이른다.
ㅇ대구 북부시외버스터미널(☎053-357-1851)에서 05:25에서 12:20까지 10분 간격으로 군위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있다. ㅇ군위 시외버스터미널에서 11:00, 13:20, 14:30, 15:30에 출발하는 화수리행 버스를 이용한다. [한국의 산하] **********************************************************************************
국제신문
근교산&그너머 <1029> 군위 옥녀봉
가파른 바윗길 고단함 잊게 하는 짙은 녹음·그윽한 솔향
- 풍수상 '각시가 앉은 형상'이라 - 본디 '각시산'이라 불렸던 산 - 총산행거리 약 3.6㎞로 짧지만 - 경사가 가팔라 초행자 주의해야 - 정상표시 리본·비석 없어 아쉬워
차량으로 대구-포항고속도로 청통와촌IC에서 내려 28번 국도를 타고 경북 군위군 고로면으로 들어가는데 우뚝 솟은 산이 보인다. 자연스럽게 차를 멈춘다. 아주 높지는 않지만 경사가 가팔라 보이는 산으로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이번에 만난 옥녀봉(564m)이다. 풍수지리상 '각시가 단정히 앉은 형국'이라는 이 옥녀봉은 본디 각시산으로 불렸으며 아직도 각종 자료에는 각시산이라고 표기돼 있다. 거제 가조도 옥녀봉 편(근교산 1018회)에서 소개했듯 옥녀봉은 옥황상제의 딸인 옥녀가 약수터에 내려와 목욕한 뒤 사슴과 놀았다 해서 부르는 경우가 있고, 산세가 여성을 닮았거나 주위에 여성 관련 지명이 많을 경우 붙여지기도 한다고 한다.
군위 옥녀봉 산행 코스는 짧지만 급경사를 오르내려야 해 결코 쉽지만은 않다. 사진은 옥녀봉으로 가는 오르막길. 사진 오른쪽의 잘린 듯한 경사는 실제 경사를 표현한 것이다.
현재 이 옥녀봉의 한쪽으로 터널이 뚫리고 있다. 부산에서 서울 청량리로 향하는 철로를 놓기 위해서다. 옥녀봉의 신령한 기운이 사라질까 봐 마을 사람들이 제사를 지냈다는 말도 들리는 걸 보면 첫 번째 이유로 옥녀봉이라 불리는 것 같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옥녀봉과 맞은편 화산을 합치면 여성의 신체를 연상하게 한다며 두 번째 설을 지지하기도 한다.
옥녀봉과 학소대를 연결해 환종주를 하는 코스가 널리 알려졌지만 취재팀은 터널 오른쪽에서 시작해 옥녀봉에 오른 뒤 터널 왼쪽으로 내려오는 다소 짧은 코스를 택한다. 옥녀봉 자락에 자리 잡은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를 집필했다는 인각사, 김수환 추기경 생가 등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코스는 군위군 고로면 인각마을 주차장에서 시작해 산길 진입~쌍무덤~삼각점(351.7m봉)~Y자 갈림길~363m봉~송이 움막~두 곳의 전망바위~옥녀봉~돌탑~두 곳의 전망바위~쌍무덤~임도 만남~갈림길~인각마을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다. 총산행거리는 약 3.6㎞로 순수 산행시간은 3시간가량 걸린다. 에둘러 가지 않고 곧바로 된비알을 치고 오르는 데다 내리막에선 아찔함까지 선사하기 때문에 거리와 시간만으로 판단하면 산행이 힘들 수 있다.
이창우 산행대장이 정상을 지나 아찔한 급경사길을 내려오고 있다.
군위군 고로면 인각마을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화북1길 33의 2 가옥이 있는 곳으로 정자와 주차공간이 있다. 가옥 왼쪽 길로 들어서면 100여 m 앞에 들머리가 보인다. 대추나무밭으로 직진하지 않고 오른쪽 공터로 방향을 잡는다. 잠시 뒤 무덤 2기가 나란히 모셔진 쌍무덤을 만난다. 10여 분을 오르면 삼각점이 나타난다. 351.7m봉이다. 삼각점 뒤편에 서서 조망을 보면 가장 뒤에 희미하게 보이는 산이 선암산이다. 그 앞으로 옥녀봉 환종주 능선이 지나간다.
다시 10여 분을 걸으면 Y자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꺾는다. 363m봉에 정상석처럼 물탱크가 서 있다. 여기부터 내리막으로 옥녀봉에 오르기 전 숨 고르기를 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 나무는 조금 특이하다. 야생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듯 나뭇가지가 제멋대로 뻗어있다. 땅바닥에 누워 기어가는 듯한 가지도 있다. 전망바위가 보인다. 전망바위 왼쪽에서 오르는 길도 있다. 산행 초기 봤던 대추나무밭에서 그대로 직진해 오르는 길인 것 같다. 가파른 경사를 알리듯 밧줄이 길에 늘어져 있다. 또 다른 전망바위를 지나면 옥녀봉에 도달한다.
비석이 보이길래 정상석인가 했더니 박씨묘 비석이다. 평소에 많이 보이던 정상 알림 리본조차 없고 나무에 가려 조망도 없다. 왼쪽 인각마을 방향으로 꺾는다. 오른쪽으로 가면 옥녀봉 환종주 코스가 이어진다. 약 100m를 이동하면 산꾼이 정상석만큼 반기는 돌탑이 나온다. 내리막길을 이어가면 또다른 전망바위가 나온다. 바위 위에 오르려니 위태롭다. 전망 왼쪽으로 군위댐과 인각사가 보인다. 전망바위 아래로 내려서는데 사람 얼굴을 한 각시바위(취재팀 작명)가 전망바위를 받치고 있다.
하산길이 만만찮다. 오를 때보다 더 가파른 내리막이 이어지는 데다 바위 사이사이 자잘한 돌멩이와 흙이 섞여 미끄럽다. 아찔하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 착시 현상이 생기나 싶어 선글라스를 벗었지만 별반 차이는 없다. 초행자들은 겁날 수도 있겠다. 거대한 절벽의 위용을 느낄 수 있는 전망바위를 지난다.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를 탄생시킨 인각사.
한동안 이어지던 급경사가 완만해지면서 쌍무덤이 나온다. 밀양박씨묘와 진영김씨묘다. 임도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원래는 임도 왼쪽으로 인각마을까지 연결돼 있었지만 터널 공사 때문에 길이 막혀버렸다. 그 덕분에 멋스러운 바위를 만나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관로 위를 지나가는 행운을 얻는다. 오른쪽으로 미니 절벽이 보이고 그 앞으로 물놀이하기에 좋은 정도로 물이 머물다 간다. 이 물은 위천을 이룬다. 미니 절벽은 운치가 있지만 흰 페인트로 쓰인 한자 이름이 옥에 티다.
왼쪽 공사 구간으로 들어가 그네가 매달려 있는 당수나무를 지난다. 왼쪽으로 꺾은 뒤 20m 앞에서 오른쪽 시멘트 길을 따른다. 양쪽 터널을 잇는 고가도로가 생기는지 다릿발이 몇 개 서 있다. 출발할 때 봤던 정자가 보인다. 주차장 옆 복숭아밭에서 탐스럽게 익어가는 복숭아를 보면서 산행을 마무리한다.
◆주변 가볼 만한 곳
- 일연스님의 삼국유사 태어난 인각사 - 소박한 김수환 추기경 초가집 생가
- 위천 끼고 있는 바위절벽 학소대 - 삼층석탑 유명한 지보사도 볼 만
인각사 맞은편 학소대.
산행지인 인각마을에서 일연공원으로 가다 보면 도로변에 있는 인각사(사적 제374호)를 만난다. 신라 선덕여왕 때 원효대사가 세운 고찰로 고려 시대에 크게 고쳐 지어졌다. 인각사라는 이름은 사찰 남쪽에 위치한 화산의 화려하면서 기품 있는 모습이 상상의 동물 기린을 닮았는데 절이 앉은 자리가 기린의 뿔에 해당하는 지점이라고 해서 붙여졌다.
이곳은 보각국사 일연이 만년에 머물면서 삼국유사를 완성한 곳으로 유명하다. 절 입구에서 정면에 있는 일연선사생애관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일연의 보각국사비와 부도가 남아있으며 경내의 당우로는 명부전 산령각 국사전이 있다. 이 외에 고려 시대의 삼층석탑과 석불 등이 있으며 1991년 발굴 조사로 고려 시대뿐 아니라 통일신라 시대의 유구가 오른쪽에 전시돼 있다. 인각사 맞은편에는 위천을 끼고 있는 학소대가 있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아름다운 바위 절벽으로 옛날부터 학이 살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좌우의 짙은 송림과 석산의 조화로 풍광이 아름다워 시인묵객들이 음풍농월하던 곳이란다.
용대리에 있는 김수환 추기경 생가.
이곳에서 30㎞가량 떨어진 용대리에는 고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이 다섯 살 때 이사해 군위보통학교를 마치고 대구가톨릭대(당시 성유스티노 신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살았던 생가가 있다. 김수환 추기경도 생전에 가끔 이 집을 찾아와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고 한다. 소박하기 그지없는 초가집 생가는 방 2칸과 부엌만 있다. 방 안에는 김수환 추기경의 사진이 있다. 생가 뒤편에서는 김수환 추기경 기념관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생가 인근에는 삼층석탑(보물 제682호)이 유명한 지보사가 있다.
◆교통편
- 대구북부정류장까지 간 뒤 군위버스터미널로 이동, 화북1리행 군내버스 이용
부산동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대구북부정류장까지 시외버스로 간 뒤 다시 시외버스(오전 6시, 7시10분, 8시, 9시10분, 10시10분, 11시10분)를 타고 군위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한다.
이어 학암·낙전행 군내버스를 타고 화북1리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한 후 인각교를 건너 인각마을 주차장(화북1리 33의 2 가옥)으로 옮긴다. 이 버스는 군위에서 출발해 화수를 거쳐 화북1리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산행을 마친 뒤에는 화북1리 버스정류장에서 인근 고로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하는 군내버스(낮 12시15분, 오후 1시30분, 4시, 5시30분)에 승차해 군위터미널에 내린다. 대구북부정류장으로 가는 막차는 밤 11시20분에 있다.
부산동부터미널에서 경북 영천을 경유하는 안동 일직행 시외버스(완행, 오전 10시45분, 오후 3시50분)를 타고 군위 고로면 화수버스정류장에서 내린 뒤 군위터미널에서 출발하는 학암·낙전 행 군내버스를 타고 화북1리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는 방법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