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전투인지는 잘모르겠음

[밴드오브바캉스전투]

1977년에 캠브리지 대학 출판부에서 펴낸 "Supplying War: Logistics from Wallenstein to Patton"이라는 책의 제 5 장, Russian roulette 부분을 번역한 것이다. 문서 정리에는 하이텔 군사동호회 및 2차대전사연구 작은모임 톰과제리(wwii) 등에서 활동 중이신 신수기 님께서 수고해주셨다. 신수기 님에 의하면 이 책은 우리나라 육군 병참학교 전투발전부에서 내부자료로 1982년에 번역-출간하였으며, 이 번역판본을 참고로 하여 번역상의 오류를 수정-정리하신 것이라고 한다. 수고해주신 신수기 님께 다시금 감사의 말씀을 올리는 바이다.

대개의 분들이 유사한 경험을 가지고 계시겠지만, 2차대전사 유럽전사를 점점 접해나가다 보면 처음 눈이 돌아가게 되는 부분은 역시 전장에서 발휘되는 독일군의 우수한 전투능력이다. 독일군은 분명히 어떠한 기준에서 살펴보더라도 다른 열강 국가들에 비해 우수한 전투력을 자랑했다. 독일군이 대전 초기 질풍노도와 같이 유럽의 상당 부분을 석권하는데는 얼마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전황이 반전된 이후 독일이 완전히 붕괴되기까지는 그 몇 배의 시간과 엄청난 희생이 연합군 측에게 강요되었다. Dupuy 등 전장의 여러 상황, 부대의 능력 등을 계량화하는데 공을 들인 연구자들도 1인당 전투력은 독일군이 영미연합군과 비교하더라도 최소 1.3~1.5배 이상이었다고 평한 바 있다.

그러나 2차대전사를 깊이 알아가다보면 이러한 "독일군의 우수한 단위전투력"이 거꾸로 독일군을 패배하게 만든 중요한 요인이라는 묘한 딜레마를 인식하게 된다. 독일군은 단위부대별 야전 참모부를 보더라도 제 1 참모장교(Ia)가 작전담당 참모일 정도로, 전통적으로 다른 어느 부서보다 작전부서를 중시했다. 특유의 임무형전술(Auftragstaktik)에 맞게 참모장교들은 다양한 규모의 각 제대를 통솔하는 능력, 자주적인 판단으로 전장의 난국을 타개하는 역량을 교육받으면서 열강의 어느 군대보다도 전장에서 우수한 간부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심각한 부작용 또한 따랐다. 엘리트 참모장교들의 역량이 모두 전투병과에 집중되다보니 전투지원, 근무지원 담당 병과의 위상이 격하되고 상대적으로 능력 또한 떨어졌던 것이다. 전장이 넓어지고 참여하던 병력 또한 재무장 이전의 10만명 수준에서 대전기 최고 1000만명 수준으로 팽창되다보니 보충, 수송 등 전방 전투부대들의 활력을 유지시켜주는 능력의 중요성은 계속 증가해가는데 반해 독일군은 그러한 부분을 효율적으로 뒷받침해줄 수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전투에서는 승리하고서도 전쟁은 지고 말았던 것이다.

이 글에서는 바바롯사 적전에서 독일군이 6대 포위전(민스크 포위전, 스몰렌스크 포위전, 우만 포위전, 키예프 포위전, 비야즈마 포위전, 브리얀스크 포위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음에도 왜 1941년 중에 독소전을 끝낼 수 없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중요한 실마리를 읽어낼 수 있다. 독일군에서 이처럼 거대한 규모의 전쟁을 치루면서 보급의 문제를 얼마나 경시하였는지를 지적하고, 그로 인해 전장에서 발생한 총체적인 난맥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흔히들 바바롯사 작전에 대해서 많은 분들은 독일군이 여러 전투에서 승승장구했는데 스몰렌스크 포위전 이후 히틀러가 엉뚱하게 구데리안의 제 2 기갑집단을 키예프 포위전으로 돌려서 모스크바 함락의 기회를 놓쳤다, 즉 히틀러가 패배의 원흉이다.... 등의 의견을 제시하고는 한다. 이러한 의견에 숨어있는 많은 문제점들은 차차 여러 글들을 통해 지적하겠지만, 이 글에서도 이와 관련하여 상당한 인상을 받으실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찬찬히 숙독해보실 것을 적극 추천한다.

참고로, 이 책은 바바롯사 작전을 언급한 제 5 장 이외에도 롬멜의 북아프리카 전선에 대해 언급한 제 6 장, 패튼의 북프랑스 전선에 대한 언급한 제 7 장 등 3개 장에서 2차대전과 보급전의 문제에 대해 논하고 있다. 이들 모두는 상당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글들로서 앞으로 계속 신수기 님의 협조를 얻어 모두 올려보고자 기획 중이다. 그리고 2차대전사 부분 이외에도 이 책 자체가 상당히 재미있으며, 세간의 평가도 매우 좋다. (아마존에 가보시면 별 다섯 개의 평점을 얻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02년 현재에도 온라인 서점들에서 쉽게 영어판을 구할 수 있는만큼 관심있는 독자 분들은 구입해서 완독해보실 것을 아울러 권한다.

1. 반(半) 차량화된 군대의 문제점

히틀러가 1933년 1월 집권하였을 당시 그 뜻은 비록 명확한 것이 아니었으나 독일 국민생활의 현대화와 기계화에 대한 확고한 공약을 하였다. 그러나 그 서약은 경제적, 전략적인 근거에서 볼 때는 유용하고 필요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실용적인 측면에서는 충분히 이해될 수 없었다. 민족사회주의노동자당은 자동차에 대한 관심을 항상 가졌으며 정당대회, 가두행렬, 정치적 선전 등에 자동차를 많이 이용했다. 또한 이 정당은 특별히 운전수를 위한 단체인 NSKK까지 조직케 하였다. 히틀러 자신도 자동차를 좋아하였고 자동차에 관한 기술이나 구조, 자동차를 운전하는 인원, 자동차도로 등에 높은 식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한 국가의 운송수단의 일부에 불과하며 더욱이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닌 것에 관해서 일국의 국가원수가 상식 밖의 지나친 관심을 나타내었던 것이다. 백색의 아우토반(Autobahn)과 곤충 모양의 폴크스바겐(Volkswagen)은 민족사회주의노동자당(나찌당)의 대단한 자랑거리였으며, 자동차는 제 3 제국의 손아귀에 쥐어진 단순한 도구가 아닌 나라의 상징으로서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독일육군의 입장, 특히 보급과 수송에 책임이 있는 관계 기관의 입장에서 이러한 상황은 일종의 행운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히틀러가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이 분야에 있어서도 행정적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전혀 흥미를 갖지 않았으며 또한 장기계획을 수행할 인내심도 갖고있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만약 그러한 인내력이 있었더라면 결과적으로 그는 균형잡힌 차량화된 군대를 보유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단지 거창한 구경거리만 찾아내기를 바랐으며 조급한 결과만을 기대했던 것이다. 그로 인해 그는 먼저 장식적, 상징적인 측면과 다른 면에서는 전술적인 측면, 이 두가지 가치적 목적에 치중하는 경향을 강하게 보였다. 이러한 정책의 결과는 민족사회주의노동자당이 집권한 후 몇 년이 지나서 거의 매일이었던 수 많은 가두행렬과 군대의 분열행진에서 나타났다. 나찌 고관들을 태운 자동차의 행렬과 함께 전차와 전투용차량으로 편성된 장갑부대와 차량화된 부대가 등장하였다. 이러한 전시는 화려하기는 하였으나 그 영화의 뒷면에는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 중 일부는 정책적 시행착오에 기 인한 문제였지만 어떤 것은 독일 국방군(Wehrmacht)이 구상한 진로 전체에 관해서 극히 회의를 품게 할 정도의 근본적인 문제들이있다.

† 빌헬름 그뢰너 중장 (WW1)

아마 가장 중요한 문제는 철도에 대한 도로의 역할이었을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 중 독일은 철도에 의해 국내전선을 총동원할 수 있었으며 이로써 거의 전세계의 자원 전체에 대항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후 이 공적을 인정받은 것이 한 요인이 되어 그뢰너는 슐리펜 때의 철도청장에서 바이마르(Weimar)공화국의 국방장관이 되었다. 그러나 1914년도에도 증명되었고, 그 후의 서부전선의 모든 공격에서도 입증된 바와 같이 철도는 융통성이 적기 때문에 작전 지역에 있어서의 기동작전을 지탱할 수 없었으며 전술적으로 적진돌파에 성공하였어도 보급이 지속되지 못하였다. 그런 까닭에 히틀러와 그의 휘하 장군들은 장차전의 전승을 장갑차량에 기대하면서 트럭에 의한 보다 융통성 있는 보급 수단을 궁리하게 되었다.

보급부대의 차량화가 장차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데 있어 중요하고도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라 할지라도 전략적인 이점은 매우 의심스러운 것으로 생각되었다. 1939년 당시의 기술적 조건하에서는 단 하나의 복선철도의 능력에 버금가기 위해서는 1600대의 트럭이 필요했으며 더욱이 실질적재량을 비교하기 위해 연료, 인원, 예비부속품 유지비 등을 고려한다면 300km 이상의 거리에서는 철도가 유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차량화는 작전과 전술적 목적에는 매우 중요한 반면 전략적 효과에 있어서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아무리 많은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독일군의 주요운송수단으로서 자동차가 기차를 대체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사실 히틀러의 군대를 차량화하려는 결정은 그로 하여금 두가지 문제에 봉착하게 만들었다. 관계경비의 지출에서도 철도가 상대적으로 경시되었기에 1914~1934년 사이의 기관차와 화차의 총합계대수는 감소하기에 이르렀지만 동시에 독일의 자동차 산업도 민간수요에 추가하여 새로이 군대의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발전되지 못하였다. 1939년 9월 1일 현재 모든 종류의 사륜자동차 100만 대가 독일의 도로 상에 산재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인구비율로 1:10이었던 미국에 비교하여 1:70의 비율이었다. 더욱이 차량화로 인하여 독일이 소유하고 있던 석탄과 철강보다는, 독일에는 없었던 고무와 기름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제 2 차 세계대전 발발 전에도 이와같은 천연자원에 대한 수입정책에 대하여 회의의 소리가 높았다. 합성화학공업의 발전과 영웅적인 생산성 향상에도 불구하고 고무와 기름을 얻는데 있어서의 어려움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끊임없이 문제를 야기시켰다. 이리하여 차량화의 문제는 1914~1918년 사이의 전술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을지라도 보급의 견지에서 볼 때 그 이점은 의심스러운 것이었다.

히틀러가 재무장에 착수하였던 1933년과 1939년 사이에는 독일 자동차산업의 능력은 필요한 규모로 군대를 장비시키기에는 전반적으로 불충분하다는게 입증되었다. 전쟁 전야에는 사용가능한 103개 사단 중 16개의 기갑사단, 차량화사단, 경사단은 완전히 차량화되어 전술적, 전략적 이동에 있어서 어느 정도 철도로부터 독립할 수 있었다. 나머지 사단은 전부 도보로 이동하게 되어 있었으며 오토바이를 제외한 총 942대의 자동차가 각 보병사단에 정식 편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보급물자는 1200대의 마차에 의해 운반되었다. 더구나 이들 차량은 모두 각 부대에 분리되어 소속되어 있었고 주로 작전지역 내에서의 임무에만 할당되었다. 물자집적소에서 철도까지의 거리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전 육군에서 총 9000명의 인원과 6600대의 차량을 보유한(그중 20%는 항상 수리중이라고 생각되었다) 단지 3개의 자동차 수송연대가 19,500톤의 수송능력을 제공했다. 독일국방군의 전 부대가 동시에 작전을 하는 것은 아니므로 19,500톤이라는 수송능력과 소비량을 당장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1944년 연합군은 프랑스에서 47개 사단을 유지하기 위해 69,400톤 이상의 수송차량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물자부족을 겪었던 것은 주목할만 하다.

독일군은 차량을 구하기가 매우 힘들었기 때문에 민간부문에서 대부분의 양을 끌어오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 결과 자동차는 매우 종류가 다양해졌고 더욱이 그 자동차는 모두가 예비부품을 계속 공급받을 필요가 있었으나 그것은 보급면에서 매우 곤란하게 되어 있었다. 차량에 대한 보급활동만도 너무나 거대한 것이었기 때문에 제 2 차 세계대전 초기에는 이미 이루어진 차량화 조치마저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따라서 1939-1940년의 겨울과 1940-41년의 겨울 사이에 각 부대와 보급부대는 자동차 수를 일부 감소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 1940~41의 겨울까지 전체의 40%나 되는 88개 사단이 프랑스군으로부터 노획한 물자로 장비되어 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독일군이 부분적으로만 차량화되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또다른 문제는 동질성의 결여였다. 독일군의 군용차량은 전 군부대에 골고루 널리 분배되었다기 보다는 몇몇 부대에 편중 보급되어 있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두개의 색다른 군대가 존재하였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나는 신속하고 기동성있는 군대이며 또 하나는 느리고 도보에 의존하는 군대였다. 전자가 후자를 추월하는 경우 이러한 이질적인 양 부대가 서로 협동하게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또 후자의 부대가 후방에 처졌을 경우에는 가장 중요한 선두의 기갑부대를 위한 호위보급대의 통과를 보병부대가 방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보병부대의 이동을 엄격히 통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즉, 도로를 선택하고 이동할 시간을 계산하고 교통규칙을 유지시키는 일이 군수 상의 중요한 문제점이 되었다.

† 루돌프 게르케 보병대장

† 에두아르트 바그너 포병대장

만약 독일국방군의 군수부분이 하드웨어에서 결점이 있었다고 본다면 마찬가지로 편성에도 결점이 있었다. 전시에는 철도에 의한 모든 교통이나 국내수로에 의한 모든 수송은 게르케 장군의 지휘 하에 있었다. 그의 직위는 육군총사령부(OKH)의 수송국장이었고 동시에 국방군총사령부(OKW)의 수송국장이었다. 하지만 병참선(line of communication)에서의 차량운송은 그가 아닌 바그너 장군에 의해 통제되었고, OKH의 병참감(Generalquartiermeister)이었던 그는 물론 수송될 보급품에 대해서도 책임이 있었다. 이러한 방법으로 육군에 대한 보급임무는 두 당국에 의해 분담이 되었는데 그중 하나는 보급 파이프의 양끝을 통제하고, 다른 하나는 그 중앙지구를 장악하고 있었다. 더구나 게르케의 권한은 해군이나 공군에까지는 미치지 못하였다. 해군과 공군에 관한 그의 역할은 단순한 연락임무에 불과하였고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의 의사에 따라 수송부대를 통제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것이었다.

1939~1940년의 작전은 비록 그 시간이 짧고 비교적 단거리의 작전에 불과했으나 지금까지 기술한 모든 문제들이 두루 명백하게 드러난 사건이었다. 폴란드에 대한 작전에서는 피아 양군에 의한 철도의 파괴가 너무나 심해서 보급조직은 폴란드의 조기항복으로 겨우 붕괴를 모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도로는 극히 불량한 상태로 변했기 때문에 자동차 수송중대의 차량 손실은 50% 이상에 달하였다. 이러한 손실을 보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각 지구의 지상부대에 새로운 트럭을 1000대씩 할당했으나 이 수준의 보충으로서는 정상적인 소모에 의한 손실을 충당하기에도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차량의 급격한 감소에 직면한 육군 최고사령부(OKH)는 1940년 1월 각 보병사단의 자동차보급부대의 수를 반으로 줄이고 나머지는 마차로 대체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단호한 수단을 강구하였어도 다음 군사행동이 개시될 때는 각 부대의 편제상 정수의 90%에 도달하기도 힘겨울 정도였다. 서부유럽을 뒤흔들어 놓은 독일육군도 식량을 획득하기 위해서 배회하는 군대에 불과하였다. 승리에 대한 희망은 프랑스, 네덜란드 및 벨기에의 차량을 포획, 이용하는 것에 의존하는 것이었다.

Figure 1.1. 1940년 서부전역에서 나타나는 독일군의 이질적인 두 모습. 화려한 기동부대의 선전 이면에는 대다수가 도보와 마필로 이동하는 현실이 도사리고 있었다.

서유럽에서 전개된 전쟁 중에는 독일군의 차량화가 너무 불완전하였기 때문에 전진속도 뿐만 아니라 그 형태조차도 그에 좌우되었다. 육군이 두 이질적인 부분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보병사단에 의한 공격을 개시하고 기동부대(Schnelle Truppen)는 적진돌파와 그 확대에 이용하기 위하여 아껴두었다. 이 전법은 독일군의 통상적인 전술이며 훗날 러시아 및 발칸반도의 전투에서 활용하게 된다. 그러나 프랑스의 경우에는 뮤즈(Meuse)강에 대하여 전형적인 공격을 하게되면 아르덴느(Ardennes)고원을 가로지르는 몇몇 도로가 보병사단에 의해서 차단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최초의 공격을 장갑부대와 차량화부대에 의해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선두 기갑부대가 너무 빨리 이동하였기 때문에 — 구데리안 장군은 계획된 5일을 3일로 단축하여 뮤즈강에 도착 — 전진부대와 보병사단에 간격이 벌어졌고 이러한 간격은 히틀러로 하여금 좌측의 방어미비에 대해 심한 불안을 느끼게 하여 결국에는 뎅케르끄에 못미쳐 전차부대를 정지시켜야 했다.

제 1 단계의 작전에서 독일군은 벨기에 내의 영불연합군을 포위 섬멸함으로써 웨이강 라인(Weygand Line)에 대한 진격을 계속할 수 있었으며 따라서 각 부대에 대한 재보급을 실시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이를 위한 브뤼셀(Brussels)-릴(Lille)-발렌시안느(Valenciennes), 샤를르와(Charleroi)-나뮈르(Namur)지역에 전진보급기지를 설치하려 하였다. 그러나 철교나 터널, 고가도로의 파괴가 1914년 때 만큼이나 극심했기 때문에 보급기지 실치계획은 더욱 어려워졌다. 따라서 5월 20일경 바그너는 독일제국운수장관으로 승진하자 독일의 모든 트럭을 즉각 자기 지휘하에 둘 것을 요구하였다. 그는 트럭들을 엑스 라 샤펠르(Aix-la-Chapelle)로 보낼 예정이었고 그곳에서는 지휘관이 대기하였다가 트럭 대열을 편성하고 운전수들에게 "독일국방군(Deutschen Wehrmacht)"이라고 쓰여진 완장을 지급할 계획을 하고 있었다. 벨기에에 세워질 새로운 전진보급기지의 건설을 감독하기 위해 특별참모가 브뤼셀에 파견되었으며 5월 22일에는 작업개시준비가 완료되었다고 보고되었다. 바로 그날에 총 12000톤(네덜란드로부터 수송된 2000톤을 포함하여)의 물자가 차량 수송대에 의해 운송되었다. 그와 동시에 바그너는 안트워프 행의 열차(5월 24일부터 1개월 당 15회)와 뒤스부르크(Duisburg)에서 브뤼셀까지의 수상수송망을 이용했다. 그리하여 그는 독일군이 6월 5일 공격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하였다.

대 프랑스 작전은 단지 6주일 만에 사상 최대의 승리로 끝났지만 육군의 근본적인 보급 취약점에 히틀러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많은 물자들의 소비량(특히 탄약)은 비록 정상적이었지만 급속 전진 중인 기갑부대에 대한 보급의 어려움은 상당한 것이어서 공수를 하거나 적절한 시기에 적의 연료를 대량으로 노획하지 못하면 기갑부대의 공격을 멈추어야만 할지도 몰랐다. 또한 도보로 전진하는 보병의 대집단은 1일 40km, 즉 70년 전보다도 그 기동성이 모자람이 드러났다. 행군군기의 결여 때문에 마차와 자동차는 같은 도로를 사용하여야 했고 그 결과 도로는 혼잡하였으며 때로는 두절되기도 하였다. 파괴된 철도는 비록 빠른 속도로 복구되었지만 효율적으로 작업하기에는 철도부대가 양적으로 너무 적었고 철도청(Reichsbahn)에서 지원된 민간요원의 능력도 미흡함이 드러났다. 따라서 군사행동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에 히틀러는 육군의 보급제도를 완전 재편성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재편성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이 밝혀졌고 어떠한 수단을 쓰더라도 독일군의 근본적인 취약점을 보완하기는 힘들었다. 그것은 바로 충분히 발전하지 못한 자동차 산업과 불완전한 연료공급 등이 원인이었다.

2. 바바롯사(Barbarossa) 작전 계획

히틀러의 러시아진격에 관한 수천 권의 책 중에서 독일군의 실패를 최소한 부분적으로나마 보급적인 요인(주로 거리와 상태가 좋지 못한 도로에서 비롯되는 어려움들) 탓으로 돌리지 않은 책은 아마도 한 권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상에서 이루어졌던 것 중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이 군사작전에 대하여 보급적 측면에서 상세한 연구를 시도한 일은 거의 없었다.

히틀러의 소련 침공결정의 정확한 날짜는 학자들 간에도 상반된 견해가 많은 문제였다. 그러나 그 문제에 관한 최초의 상세한 연구 — 그것을 작전계획으로 보든 혹은 예비계획으로 보든간에 — 는 1940년 8월에 OKH와 OKW에서 동시에 시작되었다는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러한 양자의 연구에 있어서 보급상의 요소가 당연히 크게 부각되었지만 흥미있게도 처음부터 그 역점은 전혀 다른 곳에 기울여졌다.

Figure 2.1. 바바롯사 작전 상의 독일군 진격계획.

† 에리히 마르크스 포병대장

OKH에서의 바바롯사작전에 대한 초기 계획입안은 제 18 군의 참모장이었던 마르크스(Erich Marcks) 장군이 맡고 있었다. 그는 주로 러시아의 도로망에 관심이 있었다. 그리고 관심의 초점은 프리페트 습지대(Pripet Marshes)의 북부지방에는 많은 도로가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군사행동이 보다 적합했지만, 전투에는 남부지방이 더 적합한 곳이라는 사실에 있었다. 습지대 남쪽으로 진격한다면, 독일군은 우크라이나 지방으로 가게 될 것이며 그곳은 절호의 전차전지대이기는 하지만, 키예프를 경유하여 서에서 동으로 통하는 양호한 도로는 단 1개 밖에 없었다. 반면에 습지대(Marshes)의 북부지역은 도로가 많았지만 이 방향으로 진격하면 벨로루시(Belorussia)의 삼림지대에 이르게 되며, 이때 도로는 서로 멀리 분리된 몇 개의 축선에 한정시켜야만 했다. 이렇게 되면 축선과 축선 간의 접촉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었다. 마르크스 장군은 이 문제에 직면하여 주저했고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그는 전술 및 전략적으로 최선의 것을 택하기로 결정하여 공격을 습지대의 양측면을 따라 똑같은 전력으로 공격하여, 모스크바와 키예프에 동시에 도착하게 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OKW에서, 마르크스와 같은 작전기안의 임무를 맡은 폰 로스베르크(von Loßberg) 대령은 도로보다는 철도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처음부터 그는 작전지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철도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일단 독일 치하의 폴란드 국경 주변에서 멀리 떨어져 러시아의 무한히 넓은 공간으로 이동하게 되면, 이 철도의 상태가 양호하고 수적으로도 많은 바르샤바에서 모스크바에 이르는 자동차도로의 양쪽으로 공격면은 이루어져야 한다는 올바른 결론을 내렸다. 왜냐하면 병력전개는 철도에 의해서만 달성할 수 있는 거대한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폰 로스베르크는 남방으로부터의 진격의 이점을 모르지는 않았으나, 이 방향으로의 진격의 이점은 루마니아에서 거리가 가까우며 더욱이 공격 후 동부 갈리치아 유전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보았다. 이런 관점은 OKW에서 취해진 폭넓은 견해 중 대표적인 것이었다. 우크라이나의 광활함과 전차전에의 적합함에 무엇보다도 마음이 끌린 마르크스와는 달리 폰 로스베르크는 비가 오면 지면이 마치 늪처럼 진흙탕이 되는 혼란상태에 빠지는 우크라이나 지방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예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부차적인 문제였다. 전술상으로나 작전상으로는 독일군이 러시아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던 것이므로, 중요한 문제는 작전을 위해 보급을 유지시키는 일이었고, 또 이것은 오직 철도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었기 때문에 철도선을 따라 진격했어야만 했다.

† 프란츠 할더 상급대장

그런데 히틀러에게는 이러한 문제들이 어느 하나도 중요한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그의 참모 장군들이 기안했던 전술, 전략, 보급 문제에 대하여 히틀러는 경제적, 이념적 문제를 부가시켜 무엇보다도 먼저 우크라이나로의 진격은 식량을 확보하고 카프카즈에서 석유를 획득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동시에 볼셰비키적 세계관의 중심지인 레닌그라드의 함락을 필수적인 것으로 보았다. 그 결과 수천 km나 떨어진 두 축선을 따라 2개의 공격이 이루어지게 되었으며, 육군참모총장인 할더(Halder) 장군이 모스크바를 공격하기를 원하며 병력전개에 있어 자기 의향대로 배치함으로써 더욱 복잡하게 되었다. 따라서 히틀러가 내린 기본적인 작전명령 내용 중의 총통지령 제 21 호는 3개 집단군(Heeresgruppe)이 각각 축선을 따라 키예프, 모스크바, 레닌그라드를 향하여 드비나-스몰렌스크-드녜프르를 경유하는 선에 이르도록 명령한 복잡한 내용의 문서가 되고 말았다.

보급적 측면으로 돌아와서 볼 때에 이러한 문제는 과거는 물론이고, 어떤 점에서는 후세에도 경험할 수 없었던 거대한 것이었다. 거의 350만이나 되는 병력은 1812년 러시아의 니에멘(Niemen)강을 도강한 나폴레옹 군대의 5배가 넘는 숫자였다. 수십만의 말과 차량들을 포함한 거대한 집단이 출발지점에서 900에서 1100, 그리고 1400km 떨어진 목적지를 향하여 전진했으며 행군중에는 보급품이 계속 지원되어야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군사작전이 도로의 수가 적고 도로 상태가 나쁘기로 유명한 지역일 뿐만 아니라 철도는 궤도 간격을 전환하지 않으면 활용할 수 없는 지역에서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더욱이 독일군이 지원받도록 계획된 상당한 양의 주요 전략물자들(석유에서 고무까지)의 공급이 작전 개시와 동시에 단절되어야 하는 그러한 지역에서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물자를 충분히 확보하는 방법은 러시아 공격 입안자들에게는 중요 난제 중 하나였다. 항상 그렇듯이 첫번째의 어려움은 얼마나 많은 양이 필요한가를 결정하는 것이었지만, 이것은 예측할 수 없는 많은 요인들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었으며 이들 요인들에는 작전의 전개속도(이것은 연료소비량에 영향을 준다), 적의 저항(이것은 탄약의 양에 영향을 미침), 작전의 지속시간이 포함되었다. 사실 담당 참모들은 낙관적인 가정을 많이 세웠는데, 예를 들면 탄약의 소비량은 서부 작전 때와 비슷한 정도로 예측한 점과, 러시아군은 드비나 - 스몰렌스크 - 드녜프르 전선의 서쪽에서 패할 것이라는 가정이 그런 것이었다. 그렇게 낙관적으로 가정을 세웠다 해도 여전히 구하기 힘든 물자가 있었다. 예를 들면 타이어는 공급이 극히 부족하였기 때문에, 어떤 차종은 강철 바퀴로 대치하는 것이 고려되었으며 고무 구두창의 생산이 정지되기도 하였다. 비록 당시의 연료소비량을 독일군이 필요로 하는 최저선이라고 여겼던 수준 이하로 줄인다 하더라도 소비량의 3개월 간 양(경유의 경우 한달)을 겨우 비축할 수 있는 정도였을 것이다. 비록 루마니아의 유전에서 러시아에 있는 독일 원정군에게 직접 수송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은 있었으나 작전이 6월에 개시될 예정이었으므로 이미 7월에 어느 정도의 연료 부족이 예상되었다. 노획한 연료의 활용에 대해서도 별로 기대할 게 없었다. 왜냐하면 러시아 군의 휘발유는 옥탄가가 낮았기 때문에 독일군 차량에 사용하려면 특별하게 건설된 시설에 의해 벤졸을 첨가한 후에야 사용이 가능했다. 바바롯사작전을 위한 준비에는 육군 규모의 대확장(기갑사단은 9개에서 19개로, 모든 종류의 총 사단수는 120개 사단에서 180개, 그 후 207개 사단으로)이 포함되었기 때문에 현존 부대는 예비품을 손에 넣기가 거의 불가능하였다. 이러한 문제는 러시아 진격군이 2000여 종의 각기 다른 형태의 차량을 사용하였다는 사실로 더욱 어려워졌다. 거기에 중부집단군 지역의 차량이 필요로 하는 예비부품만도 100만 이상을 헤아리고 있었다. 더욱이 문제는 필요로 하는 양이 아니라 오히려 수송가능 여부가 소요를 최종적으로 결정짓는다는 데 있었다. 이러한 판단으로 볼 때 예비군(Ersatzheer) 총사령관이 요구한 것과 같은 12개월 분의 전투용 예비량 확보는 엄두도 내지 못하였고, 독일군은 단지 기본휴대량(Ausstattungen)의 2~3배의 양에다가 20개 사단분의 미확정 예비량만으로 러시아에 진격해야만 했다. 이렇게 물자가 부족하다면 독일군 수뇌들도 모든 작전을 재고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는게 당연하지만, 독일군 수뇌부는 오히려 최초에는 5개월에 달성되리라고 판단할 것도 실전에선 4개월, 심지어는 1개월 이내에 목적이 달성되리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였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독일참모본부 요원들은 이론적 사고를 포기한 것 같았다. 그들은 최초의 목표를 제한된 수단에 맞추어 하향조정하기 보다는 오히려 그들의 최초 추산이 지나칠 정도로 신중한 것이었고, 그들의 목적달성은 처음 예상한 것보다 훨씬 간단하게 달성된다고 자만한 것이다.

그러나 이상에서 기술한 문제점에 암운을 던진 것은 작전유지에 필요한 충분한 수송력을 얻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 독일군의 기본적 딜레머에 직면하고 있었다. 그것은 작전의 규모가 컸으므로 오직 철도에 의해서만 유지될 수 없기도 하거니와, 더욱이 러시아 철도는 독일의 레일폭과 똑같지 않았기 때문에 철도 이용이 불가능하였다. 레일 폭을 바꿀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였다. 그렇게 되면 러시아군은 광대한 영토 속으로 깊숙히 퇴각할 수 있었으며 독일국방군은 승리의 기회를 놓치고 말 것이었다. 그래서 1년 전 서부전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모든 것을 트럭에 의한 보급에 의존하여야 했으나 트럭은 변함없이 공급부족이었다. 후방보급부대를 재편성하여 그 차량을 거두어들이고, 스위스에서 트럭을 사들이기도 하며, 민간용 트럭을 프랑스의 노획차량과 교체하기도 하면서 OKH는 3개의 집단군 후방에, 각기 평균 2만톤의 능력을 가진 자동차 수송연대에 필요한 최소조건을 그런대로 충당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예비품을 전혀 확보할 수가 없었고, 수송력의 극심한 부족으로 인해 75개 보병사단은 각기 200대의 짐차(Panje wagon: 농업용 달구지의 일종)를 지급받지 않으면 안될 실정이었다.

차량부대가 한계에 도달하기 전에 러시아의 영토 내로 어느 정도 깊숙히 군대를 진격시킬 수 있었을까, 그리고 새로운 보급기지를 건설할 수 있었을까에 관해서는 답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연료소비량과 탄약소비량에 관한 수치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만약 러시아군이 패한다면 그것은 전쟁 개시 후 500km 내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실제 OKH에서 만들어진 계획에서는 국경에서 스몰렌스크까지의 거리는 단숨에 통과할 수 있을 것이나 그 후는 잠시 쉬어 철도수송이 뒤쫓아 오는 것을 기다린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짐을 싣고 내리는 시간을 포함하여 차량 수송대는 6일 이내에 왕복 1000km를 달린다고 한다면(이것은 매우 낙관적인 가정이긴 하지만) 114개 사단으로 구성되는 군을 지원하기 위한 하루 수송 가능한 톤수는 60,000톤 / 6 = 10,000톤이 될 것이다. 이것은 1개 사단당 평균 70톤의 공급에 달하지만 이중 3분의 1이상은 식량이 될 것이었다. 문제를 다른 측면에서 고찰하면 33개의 고속기동사단의 필요량(지원부대, 사령부 등을 포함)은 1일 평균 각 사단 당 300톤으로 추산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출발점에서 500km 떨어진 지점에서는 전군의 자동차 수송연대를 전부 합하더라도 그 33개 사단에의 보급이 겨우 될 정도였고, 나머지 111개 사단에는 완전히 아무 것도 공급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에 관한 좀더 상세한 증거는 아직 아무 것도 없으며, 위에 열거한 수치는 초보적 계산에 의존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수치들은 OKH의 기대가 너무나 낙관적이었다는 것과 모든 사단이 러시아 영토 깊숙히 500km를 진격하기 훨씬 전에 보급난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사실 OKH도 선두 기갑 및 차량화부대들을 이 부대들과 국경 사이에서 차량수송대를 왕복시킴으로써 보급을 지속할 의도는 아니었다. 비록 대량의 차량이 이용가능했다 하더라도 그렇게 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독일군이 이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작전에서도 2개의 상이한 부대가 앞뒤로 서로 연결되어 전진했기 때문이다. 전진부대에 보급지원을 하는 차량이 그 후속 보병사단의 대열 중간을 통과하여 지나간다면, 이미 대혼란에 빠져 있는 도로를 한층 더 혼란하게 만들 것은 필연적이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작전의 초기단계에서 전진하는 기갑부대가 기지로부터의 재보급 없이 전진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었다. 이 때문에 기갑/차량화사단 당 정상적인 연료탑재/수송량 430톤 이외에 400~500톤의 소위 휴대용 연료 탱크(Handkoffer)가 추가되었다. 이것은 용기에 넣은 연료였으며 이 추가량에 의해 도합 800~1000km의 거리를 주파할수 있게 하려고 했다. 진격군 차량은 1km를 점령하기 위해 2km를 주파하는 걸로 간주되어 있으므로 800~1000km를 주행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반경 400~500km의 지역을 점령할 수 있다는 것이 되었다. 재보급물자는 기갑/차량화부대와 그뒤를 따르는 보병사단들 사이의 중간지점에 내려놓을 예정이었으며, 기갑부대는 부대 소속의 자체 차량수송대를 이용해 보급받을 예정이었다. 또한 중간의 물자집하지점에 감시병을 배치할 책임은 보병사단에 의해 먼저 파견된 특별분견대가 맡도록 되어 있었다. 이와같이 OKH는 차량수송부대의 대부분을 선두 기갑/차량화부대의 보급에 집중시킴으로서 장기간에 걸쳐 쉬지 않고 드비나-스몰렌스크-드녜프르 선에 도달하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달성가능한 최대한의 한계라는 것은 명백하였다.

500km의 한계를 넘어 전진하기 위해서 독일국방군은 철도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철도는 독일군을 러시아국경에 전개/배치시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했으며 따라서 철도 수송력을 증대시키는 작업은 1940년초 가을에 개시되었다. 다음해 4월에는 폴란드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철도의 전체 수송능력이 양 방향으로 420대까지 증가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이 수치는 실제로는 지나친 수치였으며, 그 능력을 완전히 이용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철도선 확장은 아무런 희생없이 달성할 수 없었다. 특히 독일의 철도부대는 그해 겨울동안 러시아의 철도를 표준 궤도로 변환시키는 훈련을 할 예정이었는데 다른 임무에 전용되는 바람에 충분한 훈련없이 러시아 작전에 투입되었다. 철도부대가 당면한 문제는 이것 뿐만이 아니었다. 철도부대는 전투부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보급의 우선순위에서 차례가 낮았고, 최종적으로 인가된 차량은 단 1000대에 불과했으며, 더욱이 그 대부분이 성능이 좋지 않은 프랑스 및 영국제였다. 그 때문에 철도부대에서 겨우 1/6만이 완전히 차량화되었으며, 전체의 2/3은 차량이 매우 부족했다. 연료 공급도 주로 전투부대에 배당되었기 때문에, 철도부대는 전투부대에서 연료를 얻어 씀으로 해서 종종 부족을 겪었다. 또한 철도부대는 신호나 통신시설도 부족했는데 그것들은 최초 100km를 진격할 때까지만 보급할 예정이었다. 더욱이 철도부대의 병력수도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1941년 7월에는 철도청(Reichsbahn)에서 인원을 보충받지 않으면 안되었다.

막중한 전체 작전을 지휘하고 감독하기 위해 새로운 조직이 만들어졌다. 이 조직은 재외기관(Aussenstelle), 즉 OKH의 병참감이 파견한 선견대(advanced detatchment)에 의하여 구성되어 있었다. 각 집단군에는 이러한 선견대가 1개씩 배속되었다. 그러나 이 선견대는 야전사령관으로부터 독립되어 있었고 바그너의 명령에 따를 뿐이었다. 이것은 이상적인 해결책으로 보이지는 않으나 아마 훈련된 보급장교가 부족하였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각 재외기관은 많은 보급창(depot)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었고, 보급창은 1개 집단군에 1개씩 만들어져 있던 보급지구 안에 집결되어 있었다. 이러한 보급지구는 최초에는 국경지대에 세워졌으나, 철도역보급소가 이용가능해지자 바로 전방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적 영토 내에서 획득한 공업 시설이나 보급 시설을 활용하기 위해 국방군에서는 새로운 조직, 속칭 기술부대(Technische Truppen)가 창설되었다. 병참감 및 그 부하들은 자동차 수송연대뿐만 아니라 보급창도 지휘 하에 두었으나, 위에 설명한 대로 철도에 대해서는 아무런 권한도 가지지 못했다. 이 권한은 국방군 수송국의 장악 하에 있었다. 그리고 매일 보내어지는 열차의 목적지 뿐만 아니라 열차의 수도 이 2개의 기관 사이의 협조를 통하여 결정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당연한 일이기는 하지만 이들 기관은 항상 자기만의 특별한 이해득실을 가지고 행동하려 하였다.

이와같이 러시아와의 전쟁에 돌입하였을 당시의 독일군의 보급조직은 인상적이라 할 수 없었다. 육군에서 대다수 부대의 자동차 수를 줄인 조치는 전략적 기동성을 희생시켰지만, 최초 500km까지의 진격에서 일부 고속기갑부대에 보급을 지속하는 문제는 다소간 해결되었다. 그러나 500km의 지점에서 군수적인 난제 때문에, 전황 여하에 관계없이 정지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놓일 것은 확실한 일이었다. 철도부대는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철도 수송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임무를 맡았지만, 이 목적에 비추어 보면 어떤 점에서는 장비가 빈약했고, 숫자 상으로는 여러가지 철도가 있다는 것이 필수조건이지만 동부전선에서는 각 집단군마다 후방에 철도를 겨우 1개 밖에 건설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가장 낙관적인, 낮은 소모율을 근거로 판단한다고 해도 어떤 종류의 물자는 위험할 정도로 재고가 적었으며, 그것을 전선에 보급하는 것도 불안정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는 모스크바에 도달하려는 계획 자체도(더 멀리 떨어진 목적지는 말할 것도 없고) 그 가능성이 의심스럽게 보였다. 독일군은 단기간에 국경 지대 근거리 내에서 적을 격파할 수 있다고 과신한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만일 계획대로 달성되지 않는다면 보급의 곤란 때문에 작전을 지속하는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되고야 말았다.

3. 레닌그라드와 드녜프르 강

1941년 6월 22일 오전 3시 발틱해에서 헝가리 북부 국경지대에 이르는 1300km의 소련 국경지역을 따라 배치된 독일군 144개 사단의 포병대가 포격을 시작함으로써 사상 최대의 지상작전이 개시되었다. 독일군은 처음에는 전략과 전술 면에서 기습에 완전히 성공하여 적의 저항을 거의 받지 않았다. 브레스트-리토프스크와 같이 일부 고립된 요새를 제외하면 소련 국경수비대에 의한 저항은 수 시간 내에 무너지고 기갑사단에게는 전속력으로 전진할 수 있는 길이 열려서 최초에 계획한 포위에 성공했다. 그러나 보병과 마차수송대의 대집단은 열심히 전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뒤쳐지게 되었다. 이들 선두부대와 수속부대 사이의 완전히 장악되지 않은 점령지역은 이미 선두부대에서 보급을 위해 돌아오는 빈 차령대열 그리고 철도수리와 궤도변환을 위해 미리 파견된 철도부대로 메워졌다. 보급부대는 작전행동의 뒤를 따라가며 전진하지 않고 작전행동을 앞지르지도록 예정되어 있었다. 이것은 아마 근대전쟁사에서는 그 예를 찾아볼 수 없는 작전방식이며, 군대의 보급을 위해 독일국방군이 취하지 않을 수 없는 필사적인 방식이기도 했다.

철도를 이용할 수 없는 기간에는 거대한 작전에 대한 보급지원의 모든 책임이 대부분 자동차 수송연대(Großtransportraum)에게 지워져 있었다. 이 점에서는 당초부터 여러가지 문제에 부딪히고 있었던 것이다. OKH는 러시아에서는 도로의 수가 적으며, 더욱이 그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기존의 자갈길의 노면이 작전 3일만에 벌써 악화되기 시작한 사실에 놀랐다. 자갈을 깔지 않는 길도 있었다. 그러나 6월의 최초 1주일만에, 그 길들은 강우로 인해 진흙길로 변하여 1년 전 폰 로스베르크의 우려가 들어 맞았다. 이런 끔찍한 도로사정과 함께 전진하는 전차대가 미처 소탕하지 못한 적 소부대의 준동으로 자동차 수송연대의 소속의 트럭 손실은 19일만에 벌써 25%에 달했다. 그 다음 일주일 후에는 중부집단군 전체의 차량 손실이 1/3에 달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중요한 수리를 위한 설비들이 전방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후방 먼 곳의 폴란드나 혹은 독일국내에 머물고 있었기에 한층 더 악화된 것이다.

자동차 수송연대의 가동률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과 별도로, 러시아의 조건 자체가 나머지 트럭의 운행을 곤란하게 했다. 즉 도로상태가 나빴기 때문에 연료수요가 증가하여 당초에 예상한 1개월 당 25만톤에서 33만톤(1일 3000톤)으로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100km를 주파하는데 필요한 표준연료소비량으로는, 러시아에서는 단지 70km 밖에 못 달렸다. 엔진은 가혹한 가동상태로 인해 급격히 소모됐고, 가솔린에 비해 엔진오일 소비량은 2~5%, 또는 7%까지 늘었다. 독일 국내의 고무재고량이 급속히 저하되었기 때문에 예비부품 중에서 타이어의 수급이 극히 힘들었다. 이와 같은 상황 하에서 자동차 수송연대의 실제 가동률은 예상보다 훨씬 저하되어 전선이 철도선에서 100km 이상 떨어질 때마다 작전의 보급이 곤란했다.

Figure 3.1. 열차편으로 수송 중인 기갑부대의 모습.

러시아의 철도가 독일과 다른 궤도를 가진 점을 고려하여 OKH는 노획한 열차의 가동에 큰 희망을 걸었다. 그러나, 전투부대가 이 점에 대하여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OKH의 기대는 무너졌고, OKH는 육군 뿐만 아니라 육군을 지원하는 공군에게도 일일 철도수송목표를 주어 각자의 작전지구 내에서 독자적인 철도수송을 하도록 해야했다. 그러나 기존 철도의 대부분을 계획대로 활용하기란 불가능했다. 궤도 변환작업은 생각보다 어려웠고 그 작업을 맡은 부대는 철도 부근의 적부터 몰아내야했다. 이것은, 전술작전은 진보한 어떤 한 시대의 기술적 수단으로 행하면서, 반면에 보급은 낡은, 다른 한 시대의 기술적 수단으로 행하여졌기 때문에 일어난 결과였다.

러시아의 침목은 철이 아닌 목재였기 때문에 일이 수월해졌지만 궤도 변환에는 시간이 걸렸으며 이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었다. 독일식으로 궤도 변환을 수행하면서 재활용한 러시아의 레일은, 독일에 비해 단위당 중량이 가볍고 침목의 수는 1/3이 적었기 때문에, 변경된 궤도선 위로 대형 기관차를 달리게 할 수 없었다. 이것은 자재가 부족하여 기존의 낡은 러시아 철도 자재를 사용해 궤도변경작업을 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원래 소련의 기관차들은 물을 많이 적재했기 때문에 러시아 내에서는 급수역의 간격도 길었고, 더욱이 이들 중에서 대다수가 파괴되었다. 또한 러시아산 석탄은 질이 나빠서 독일 석탄이나 가솔린을 첨가하지 않으면 독일제 기관차에 사용할 수 없었다. 신호 및 통신장비는 퇴각하는 소련군에 의해 파괴되거나, 혹은 전진하는 독일 전투부대가 떼어가는 경우도 많아서 매우 부족했다. 철도운행의 당사자의 견지에서 보면, 철도건설 부대도 최선의 방법으로 작업을 한 것은 아니었다. 특히 철도와 교량을 복구함에 있어서 철도부대를 철도역 및 수리공장, 기관차 차고, 접속선, 석탄보급의 필요성, 혹은 하나의 복선이 두개의 단선보다 더 많은 양을 운송할 수 있다는 등 초보적인 주요문제에 대해서는 하등의 주의도 기울이지 않았다. 게르케 장군이 매일 운행하는 열차수를 복선 48대, 단선 24대로 정하기는 했으나, 그것은 대부분 실제와는 거리가 먼 공상적인 수치였다. 더욱이 러시아에서의 궤도 변환은 노획한 화물열차의 활용에 문제를 일으켰다. 간단한 방법은 열차를 소련의 광궤에 맞추어 제작하는 것이지만, 그렇게 만든 열차는 러시아를 벗어나면 쓸 수가 없었다. 결국 노획한 기관차는 궤도조정이 불가능하여 핀란드에 양도되었다.

보급과 작전과의 관계를 더 상세히 조사하기 전에 하나 더 고려해야 할 문제가 있다. 그것은 노획한 물자의 활용에 관한 것이다. 소련의 연료는 액체연료이든 고체연료이든 모두 독일 것과는 종류가 달랐고, 적어도 최소한의 조절을 하지 않으면 사용이 불가능했다. 물론 소련의 식량은 완전히 사용할 수 있지만 퇴각하는 적군은 보급품의 집적소를 만들지 않고 열차에서 직접 각 부대에서 온 차량에 식량을 배급하였다. 이것은 노획할 수 있는 보급품창고의 수가 적었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독일군은 러시아 영토 깊숙히 침공함에 따라 점령지 자원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떤 때에는 병참감 바그너는 전 소요식량 중 후방으로부터 운반해야 할 양은 50%에 불과하리라고 예측하였다. 그러나 기대했던 식량(군마용 사료를 포함)은 전체 보급의 일부에 불과하였다. 러시아자원의 이용이 독일경제에 아무리 유익하다 하더라도 그것이 철도부대나 자동차 수송연대의 필요성을 크게 감소시킬 수 없었다.

3. 1. 북부집단군의 작전과 보급상황

† 빌헬름 리터 폰 레프 원수

1941년 6월 22일에 러시아에 침공한 독일군 3개 집단군 중에서 폰 레프 원수의 북부집단군이 가장 규모가 적었는데 이 점에서 보급도 가장 쉬웠다. 작전 목표도 가장 가까워서 동프로이센에 위치한 기지에서 레닌그라드까지의 거리는 단지 800km에 불과했다. 러시아의 다른 지역에 비해 발틱 해 지방은 좋은 도로와 철도망의 혜택을 받고 있었고, 특히 해안의 부근은 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동북으로 진격함에 따라 삼림이 우거지고 도로의 수는 적어져 갔다. 북부집단군의 병참 재외기관(Aussenstelle)의 책임자는 토페(Toppe)소령이었다. 그는 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휘하에(바그너 직속의 자동차 수송연대와는 별도로) 있는 50개의 트럭부대와 10개의 자동차 수송중대 외에 제빵부대, 식육조리부대 등을 보유하고 있었다. 또한 그의 지휘하에는 틸지트와 굼비넨 지방에 두 개의 보급기지가 있었고 그 기지에는 합계 27,803톤의 탄약과 40,465톤의 식량, 39,899톤의 연료 뿐 아니라 공병 및 통신장비도 보유하고 있었다. 레프 집단군은 3개 군, 즉 제 16 군, 제 18 군, 제 4 기갑집단(제 4 기갑군으로 유명함)으로 나뉘어 있었고, 6개의 고속사단(기갑 및 차량화보병사단)을 포함하여 총 26개 사단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1개 기갑사단은 1일 약 300톤의 물자를 소비하며 다른 사단은 약 200톤을 소비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또한 약 400대의 항공기를 보유한 켈러(Keller)의 제 1 항공전대(Luftflotte)에도 보급이 예정되어 있었다.

† 에리히 폰 만슈타인 원수

우선 제 1 차로 발틱 해 지방의 소련군을 격퇴시키라는 히틀러의 1940년 12월의 명령에 따라 레프 집단군은 오전 3시 5분 국경을 넘고 제 4 기갑집단은 2개 보병사단 사이에 끼어 '선봉부대'로서 진격했다. 전진속도는 특출하게 빨랐으며, 어떤 차량화군단(폰 만슈타인의 제 56 군단)은 6월 26일에 듀나부르크에 도착하여 드비나 강의 도하지점을 점령하였다. 즉 5일만에 거의 300km나 주파한 셈이었다. 그러나 차량화군단은 보급 지원가능한 거리를 이미 넘어서고 있었다. 전진하는 보병대열에 의해 도로에서 밀려난 트럭 부대는 며칠 씩이나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 결과 6월 24일에는 벌써 2개 차량화군단의 보급은 공수에 의해서만이 연료와 탄약의 심각한 부족을 면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 아래에 계속 전진하기 위해서는 전방 보급기지의 설치가 필수불가결했으며 이 때문에 전차대는 7월 24일까지 정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그날 새로이 작전행동을 개시할 수 있었던 것도 북부집단군의 자동차 수송연대의 대부분을 제 4 기갑집단 후방에 집중시킴으로써 가능했다. 그 때문에 제 16 군은 일시적인 진격중단이라는 희생을 감수해야만 했다.

† 한스-게오르그 라인하르트 상급대장

제 4 기갑집단을 구성하는 2개 군단은 드비나 강을 도하한 다음 2개의 축선을 따라 진격했다. 폰 만슈타인 군단은 레닌그라드를 동쪽에서 봉쇄할 목적으로 일멘 호수 쪽으로 향했고 한편 라인하르트의 제 41 차량화군단은 루가 지방을 향해 계속 전진하여 레닌그라드로 곧장 향하는 길을 택하였다. 다시 전진 속도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7월 10일에 라인하르트 부대는 루가에 도달했는데 이것은 듀나부르크에서는 300km, 레닌그라드로부터는 단지 130km의 거리였다. 그러나 이때에는 2개 군단 모두 수목이 우거져 있어 전차에는 부적당한 지역에서 작전을 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전진은 둔해지고, 보병이 따라오지 않아 곤란해졌다. 보병은 훨씬 후방에 뒤쳐져 있었으며 여전히 발틱해 연안 지역 전체에 수백 km 이상의 거리로 펼쳐져 있었다.

이 무렵 북부집단군은 딜레머에 봉착하고 있었다. 현재 조우하고 있는 지역과 같은 곳은 보병쪽이 더 적당하다는 것은 명백했다. 한편 제 4 기갑집단은 보급을 위해서 제 16 군과 제 18 군을 정지시키고, 모든 수송부대를 집중시키기 전까지는 레닌그라드에 도달할 수 없었다. 북부집단군 총사령관 폰 레프는 이같은 근본적인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제 4 기갑집단의 모든 부대는 레닌그라드에 손이 닿을 만한 근거리에 있으면서도 계속 보급상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

기갑선봉부대가 러시아 깊숙히 진입함에 따라 그 배후의 철도 부대는 철도를 독일식으로 수리/변경시키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렇게 하여 7월 10일까지 약 500km가 수리되었으나 수송능력은 여전히 매우 낮았으며 그 때문에 하루에 10개 열차가 필요한 상황에서, 겨우 한 대의 열차만이 듀나부르크에 도착했을 뿐이다. 더욱이 듀나부르크는 전선에서 수백 km 후방에 있었다. 병참역을 전투부대의 전진속도에 맞추기는 매우 힘들었다.

노획열차를 아직 궤도 변환이 되지 않은 러시아식 광궤 구간에서 운용할 수 있었지만, 표준궤도 구간에서 러시아식 구간으로 바뀌는 지점(Umschlagstellen)이 전 보급조직 상의 난제임이 곧 밝혀졌다. 이리하여 6월 30일에 이미 심각한 혼란이 에이트카우에서 발생했다. 그 3일 후 철도의 한 지점인 샤울렌의 상황은 파멸적이기까지 했다. 그 충격은 군사조직 전반에까지 파급되어 육군 총사령관 폰 브라우히취에게까지 파급되었다. 샤울렌역은 7월 11일에 다시 폐쇄되었다. 열차에서 짐을 내리는데 3시간으로 규정되었지만 실제로는 12시간, 24시간, 혹은 80시간까지 걸리기도 했다. 따라서 각 역은 절망에 가까우리만치 혼란하여, 역의 이용 중에는 철도와 화물처리 능력의 일부만을 겨우 사용할 수 있었다. 혼란이 너무나 심해 열차 전체가 사라져 버렸으며 일부 열차는 다시는 그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 결과 보급조직은 실제로 완전히 붕괴한 적은 없었으나 항상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었다. 경보를 울리지 않은 부대가 있는 날은 한 번도 없었다. 토페는 모든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하루 34개 열차(1대당 450톤)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수송당국으로부터 받은 것은 18개 열차에 불과했고 이 숫자조차 도착한 것은 예외적인 경우였다.

† 에리히 회프너 상급대장

병참총감부 북부집단군 분실(북부집단군 재외기관, Aussenstelle Nord)은 군대가 실제로 물자부족을 겪고 있는 곳은 아무데도 없다고 거듭 주장했으나, 상황은 매우 나빴고 그 책임소재에 대한 논쟁이 일어날 정도였다. 전선부대에 비해 후방 지원부대를 그다지 신용하지 않는 각 지휘관들, 특히 직선적인 성격의 제 4 기갑집단 사령관 회프너는 바그너의 보급부대를 태만하고 융통성이 없다고 비난하고 게다가 자신의 부대에 할당된 열차는 제 16 군과 제 18 군에 의해 약탈당했다고 주장했다. 그에 대해 바그너는 비난의 화살을 철도를 관장하는 수송국장 게르케에게 돌렸다. 바그너에 의하면 게르케는 모든 보급 물자를 수송하기 위한 열차를 충분히 준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르케는 열차에서 화물을 신속하게 내리지 못하였다는 점을 지적하여 책임이 자기에게는 없다고 주장하였다. 논쟁은 육군만의 문제에 한정되지 않고 타 군종 간의 문제로 비약했다. 바그너의 부하의 주장에 의하면 공군은 합의된 숫자보다도 더 많은 철도수송 비율을 차지했고 외부로부터의 방해를 막기 위해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장교를 열차에 태우고 있었다.

그러나 보급의 문제는 이러한 주관적인 생각과는 별로 상관이 없었다. 매일 운행하는 열차의 수가 전선의 보급유지에 겨우 충족될 정도였기 때문에 물자확보의 속도는 늦어졌으며, 새로운 기지를 세우는 것은 진격속도에 보조를 맞출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자동차 수송연대는 견디기 힘든 막중한 부담을 졌다. 도로 사정이 너무 나빠 트레일러의 사용이 불가능했고 따라서 40%의 수송 능력 저하는 물론이고 철도의 능력도 낭비되었다. 한 종류의 품목만을 일률적으로 싣는 열차 대신에 토페는 여러 품목을 실은 열차를 편성하도록 명령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급부대가 전투부대로부터 요구된 보급물자를 7~8일 이내에 조달할 수가 없는 이상, 융통성의 부족을 이유로 보급부대를 비난한다고 해서 부당한 것은 아닐 것이다. 또한 토페의 북부집단군 병참부대가 중부집단군으로부터 증원부대를 요청받았을 때에도 사태 개선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바그너가 회프너에게 주의를 환기시킨 바와 같이, 요컨데 문제는 북부집단군 선봉부대가 4주만에 600km를 진격하여 장거리의 복잡한 보급선의 선두에서 작전행동 중이었다는 점과, 더욱이 그 보급선은 전진을 서두르는 보병과 후방부대에 의해 혼란해져 있었으며 더 불쾌하기 이를 데 없는 빨치산(Partisan)의 공격 목표가 되었다는 것, 그로 인하여 열차에서 하역작업을 하는 것이 예상 이상으로 방해를 받고 있다는 사실 등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KH 병참감 바그너는 북부집단군의 보급상황을 러시아에 진격한 전 독일군 중 가장 양호하다라고 간주하였다. 이러한 평가를 폰 레프는 잘 알아 듣지 못하고 건성으로 들어 넘겼는데 그것도 그럴 수 있는 일이었다.

보급문제가 독일군의 레닌그라드 점령 실패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쳤는가는 매우 말하기 힘들다. 그것은 작전계획 자체에 이미 결함이 있었고 작전의 실시가 히틀러의 신경질과 우선순위를 정할 능력의 결여로 인하여 망쳐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레닌그라드 진격은 발틱해 연안 지방의 다른 지구에 비해 기갑부대의 작전에 훨씬 부적합했다. 때문에 7월 26일 3명의 기갑부대 사령관 — 회프너, 폰 만슈타인, 라인하르트 — 은 전원일치로 레닌그라드 진격에서 기갑부대의 철수를 주장했다.

그러나 양적으로 우세한 적에 직면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북부집단군의 레닌그라드 점령의 가장 좋은 시기는 7월 중순임이 확실했다. 그 무렵 라인하르트 부대는 레닌그라드시에서 130km 이내로 진격하고 있었다. 그러나 7월 중순에는 보급상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공격을 바로 재개하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했다. 회프너 부대는 전투개시 후 최초 2주일 간 자기계획대로 작전했으나 그 무렵 강력한 적과 조우했고, 그로 인해 탄약의 소비량은 증가하였고 추가 보급이 어려웠다. 따라서 비축량은 초기에 비해 50% 이하로 감소됐다. 7월 후반 중 보급부대는 극히 소규모의 공격조차 지원할 수 없었다. 그것은 보급부대가 듀나부르크에서 루가 주변지역으로 기지를 이동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는 동안 공격개시는 일곱번이나 연기되었다. 정세가 너무나 절망적이어서 8월 2일 회프너는 1개 차량화군단으로 레닌그라드 시와 그 주민 250만 명을 공격한다는 비상 수단을 제안했다. 그러나 병참감은 그것마저 지원할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여 그 제안을 거부했다. 8월 8일 공격이 개시되었으나, 이때 레닌그라드는 방어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 곧 시작된 호우로 인해 모든 길은 늪지로 변해 전투부대의 탄약 보급이 어려워졌다. 9월 11일이 되자 히틀러는 전투 지역이 기갑부대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인정하고, 제 4 기갑집단의 철수를 명하여 모스크바 최후 공격으로 전환시켰다. 이 결정과 동시에 히틀러는 레닌그라드를 공군이 담당한다는 결정을 내렸는데, 이로써 마지막 기회를 잃게 되었다.

3. 2. 남부집단군의 작전과 보급상황

† 게르트 폰 룬트슈테트 원수

† 셰멘 콘스탄티노비치 티모셴코 소련방원수

† 프리드리히-아우구스트 바인크네흐트 중장

폰 룬트슈테트원수의 남부집단군은 북부집단군보다 더욱 작전 목표가 애매하고 잡다했다. 목표 중에는 크림 반도의 점령외에 우크라이나의 소맥, 도네츠의 석탄, 카프카즈의 석유 탈취가 포함되어 있었다. 남부집단군은 41개 사단으로 구성되어 4개의 야전군(제 6, 17, 11 군 및 제 1 기갑집단)으로 나뉘어져 있었으며, 그 휘하에 다수의 루마니아, 헝가리, 이탈리아의 각 사단이 편입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들 사단의 보급은 매우 곤란했다. 왜냐하면 그들 동맹군은 자동차 수송대의 수가 적었고, 독일군의 보급방식에도 익숙치 못했기 때문이다. 남부집단군은 폴란드 남부의 프리펫트 늪지대에서 출발하여 곧 전차에 이상적인 지역에 도착했다.그러나 프리펫트 늪지대의 북부에 비해 철도의 수가 적었고 땅은 비만 오면 진흙으로 변했다. 소련 진공의 3개 집단군 중, 숫자적으로 가장 많고 티모셴코라는 유능한 소련군 사령관 휘하에 있는 강력한 적과 대치하고 있던 독일군은 폰 룬트슈테트의 남부집단군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전선에서의 전진은 늦어졌고, 자동차 수송연대에 1:2의 비율로 탄약과 연료를 실어 나르려던 계산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곧 알게되었다. 남부집단군은 무엇보다도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아 7월 19일까지 예하의 트럭 수송중대 중에서 거의 반수가 작동불능의 상태였다. 그 다음 날, 세계에서 가장 현대적인 군대를 보급곤란에서 구출해내기 위해 농업용 짐차부대(Panje column)가 편성되었다. 7월 하순은 탄약부족이 계속되어 각 부대의 사령관들은 바인크네흐트(F.-A. Weinknecht) 병참총감부 남부분실장의 편파적인 조치를 비난하고, 집단군과 남부분실이나 각군 사령관들이 서로 열차의 약탈을 비난하여 격렬한 책임전가를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월말까지는 드녜프르강의 전 서안이 독일군의 수중으로 함락되었다. 그러나 보급의 중단과 앞서 말한 바 있는 보병부대가 기갑부대를 따르지 못했기 때문에 제 1 기갑집단은 드녜프르강을 건너 공격을 계속 할 수 없었고, 그 결과 우만(Uman) 주변에서 포위한 적을 약화시키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에발트 폰 클라이스트 원수

이 지점에 도달하여 독일군은 진격을 멈추었다. 드녜프르 강을 건너 계속 진격하기 위해, 전진보급기지 설치작업이 바로 시작되었으나 곤란한 문제에 봉착했다. 그것은 철도의 수송능력이 여전히 저조하였기 때문에 트럭 수송대를 멀리 폴란드-러시아 국경까지 되돌려 보내야만 했다. 공격재개 예정일의 불과 4일 전인 8월 1일 폰 룬트슈테트 집단군의 각 군단은 기본 탄약휴대량의 1/7에서 1/6 수준을 겨우 유지하고 있었다. 사실 비축량 확보가 너무 지체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보급 기지의 설치가 완료되기 전에 공격을 재개하도록 결정되었다. 그 결과 8월의 작전은 보급물자가 부족한 상태에서 행해졌고 물자 부족은 어디서나 끊임없이 발생하였다. 특히 클라이스트 지휘하의 제 1 기갑집단에서는 연료와 탄약의 부족이 극심하여, 도착되는 열차의 물자들을 전황에 맞도록 긴급히 분배해야만 했다. 이 때문에 적재 화물의 명세는 참모장 자이츨러가 병참감에게 전화로 알렸다. 8월 23일까지 탄약부족은 매우 위험한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이때 제 17 군의 관대한 양해와 원조에 의해 제 1 기갑집단은 적어도 잠시동안은 견딜 수 있었다. OKH는 히틀러의 명령이 매우 못마땅하였으나 제 1 기갑집단의 방향을 90도 전환시켜 키예프 북방으로 방향전환할 준비를 했다. 이 준비를 위해 클라이스트 지휘 하의 자동차 수송대를 철수하여 8월말까지 휴식을 취하게 했다. 그러나 예비부품의 심각한 부족으로 인해 이 부대의 수송능력은 편성된 인가수의 60% 이상에 도달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태에서도 전투지역에 대한 작전에서는 심각한 문제를 겪지 않았던 것 같다. 좋은 기후로 인해 차량의 이동이 용이하였고 페르모바이스크 병참역까지의 거리는 별로 멀지 않았다. 그러나 남부집단군이 이용할 수 있는 2개의 철도선의 실제 운행상황은 불충분하였다. 남방의 철도는 홍수로 막혀버렸고 북방의 철도는 혼잡하여 통과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남부지역의 주요보급기지는 혼란이 극심해서 1일 열차운행 목표를 24대씩 세웠으나 9월 한달을 통해 목표를 달성한 것은 겨우 12일에 불과하였다. 게다가 열차들은 물자를 일부 밖에 싣지 않은 채 도착하였다. 드녜프르 강의 철교가 일부 폭파되었기 때문에 강의 동안으로 진격하려던 시도는 난관에 봉착했다. 그 때문에 남부집단군은 9월 말에 경고를 발하여, 만약 드녜프르 강 대안에 철도역 보급소를 전진시키지 못한다면, 작전목적지 즉 크림 반도를 점령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키예프 지역을 소탕한 후 10월 1일 남부집단군은 동부진격을 재개했다. 초기에는 진격이 매우 빨라서 클라이스트는 10월 3일에 벌써 보급가능선을 훨씬 추월해 있었다. 게다가 병참선은 뒤에서 오는 보병부대에 의해 방해받고 있었다. 10월 6일 기상이 돌변하여, 2일 뒤에는 폰 룬트슈테트의 전진은 둔해졌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최악의 조건하에서 남부집단군의 전 트럭수송부대는 정지하지 않을 수 없었고(보유 트럭중 가동되는 것은 48%에 불과했다) 최남단에 배치된 제 1 기갑집단만이 전진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10월 13일에는 멈춰야만 했다. 이때부터 정세는 급속히 악화되었다. 10월 17일에는 상황이 파멸적으로 치달아서 그 3일 후 전투부대에는 보급 지원이 완전히 끊기게 되었다. 따라서 부대들은 전적으로 현지 징발로 지탱하고 있었다. 결빙이 시작될 때까지 실질적인 사태 개선은 기대할 수도 없었으나, 10월 24일부터 날씨가 좋아져 적어도 1개 군단의 로스토프 공격을 위한 보충을 충분히 행했다. 한편 전투부대는 짐차부대의 편성에 의해 급박한 고비를 넘겼는데, 이는 놀랄만큼 도움이 되었다. 드녜프르강 대안에는 표준궤도의 철도선이 연결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제 6 군은 러시아식 광궤의 열차편으로 바꾸는 긴급조치를 했다. 그러나 제 1 기갑집단의 선두부대는 이제 마리우폴 및 타간로크에 위치하게 되어 비행기로 소량의 예비부품, 탄약, 연료 등을 공급받았을 뿐이었다. 또한 훨씬 후방에서는 철도선이 더욱더 악화상태에 놓여졌다. 그 결과 10월 중에 예정된 724대의 열차중 실제로 도착한 것은 159대 뿐이었으며, 더욱이 그 중에는 지난달 계획에서 연기되어 넘어온 열차가 122대나 되었다.

남부집단군이 직면한 문제의 본질을 OKH가 이해하기까지는 약간 시간이 걸렸다. 참모총장 할더가 11월 3일 병 치료를 끝내고 복귀했을 때, 그는 폰 룬트슈테트 집단군이 너무나도 비관적인 처지에 빠져 있으며, 급히 후방에서 지원을 해주어야 할 것이라고 느꼈다. 그러나 다음날 그는 전군이 진흙 수렁 속에 빠진 상황에서, 그곳에서 탈출하는 것은 단순히 말만으로는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였다. 충분하게 기지를 설치하지 않는 한, 지휘관들에게 압력을 가해봐야 소용이 없었다. 이제는 누구나 할 것 없이 결빙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11월 13일에 찾아왔을 때 기온은 곧 영하 20도까지 내려갔다. 도로사정이 호전된 반면 엔진의 시동불능 때문에 사용가능한 트럭의 수가 급격히 감소되었다. 철도의 운행상황은 더 한층 악화되고 드녜프르강의 유빙으로 인해 보급 물자를 운반하는 나룻배의 정기운항이 위험하게 되었다. 전면적인 붕괴위기에 직면하여 남부집단군 재외기관(남부병참분실)은 그 기능을 잃기 시작했다. 예하 부대에게는 각자 연료를 조달하도록 명령이 내려졌고, 우크라이나 지방의 사령관은 OKH의 병참감을 찾아갔다. 이런 보급상황 속에서도 클라이스트가 로스토프에 도착할 수 있었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다.

남부집단군의 경우 500km의 한계를 넘으면 작전지원에 보급상의 차질이 생긴다는 경고가 옳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철도수송을 보완하기 위해, 적어도 자동차 수송연대의 일부를 이용할 수 있는 한, 적어도 차량수송부대는 상당한 난국이 있더라도 군의 진격을 지원할 수는 있었다. 사실 제 1 기갑집단이 키예프방면을 향해 북방으로 진로를 급격히 전환하여도, 해결될 수 없는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이때 다른 부대는 실제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녜프르강 대안의 공격은 충분한 보급 준비 없이 개시되었다. 강을 건너 철도를 연장시킬 전망이 거의 희박할 때, 더욱이 폴란드로부터 연장되어 오는 철도가 러시아의 겨울과 전혀 관계없이 심한 혼란에 처해 있을 때, 공격이 개시된 것이었다. 남부집단군 재외기관(남부병참분실)은 현 상황 하에서 작전목표(정확히는 도네츠 분지를 지칭)를 점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예견했다. 그러나 이 견해가 히틀러와 OKH, 더욱이 남부집단군 자신에 의해 검토된 흔적은 전혀 없다. 3명의 집단군 사령관 중에서 가장 신중하다던 폰 룬트슈테트조차도 로스토프 점령 후까지 작전을 정지시킬 생각은 없었다. 로스토프 자체가 보급조직의 지원거리 밖에 있다고 하는 것을 그 자신도 고려하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

4. 모스크바 문전으로의 공격?: 중부집단군의 작전과 보급상황

† 페도르 폰 보크 원수

† 막시밀리안 프라이헤르 폰 바익스 원수

1941년 6월 22일에 히틀러가 러시아로 진격시킨 3개의 집단군 중 최강은 폰 보크 원수 휘하의 중부집단군이었다. 중부집단군은 49개 사단, 4개 군(또 하나의 군, 즉 폰 바익스의 제 2 군은 OKH의 예비대로서 후방에 있었는데 후에 중앙집단군에 추가되었다)으로 구성되었으며 이중 2개 군은(제 4, 9 군)은 보병이 주축이었고, 2개 군(제 2, 3 기갑집단)은 기갑부대가 주축이였다. 이 2개 기갑집단(Panzergruppen)은 보병군 예하에 두었는데, 이러한 조치는 아마 전차부대가 너무 빨리 전진하여 후속 보병부대와의 접촉단절이 생길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이 중부집단군은 좌우 양날개로 분리되어, 그 좌익 첨단과 우익의 첨단에 고속전진부대을 두고, 최종적으로 스몰렌스크까지 3개의 포위전(Kesselschlacht)을 수행하면서 적을 분쇄할 예정이었다. 또 이 시점에서 모든 기동작전은 종료될 예정이었다.

소련 국경수비대의 저항을 제압한 후 폰 보크(Bock)군의 진격은 6월 22일 아침 여세를 몰아 두개의 기갑집단, 특히 우익에 배치된 구데리안(Guderian) 지휘 하의 제 2 기갑집단은 급속히 러시아 깊숙히 진격해갔다. 이 지방은 우크라이나 지방에 비해서는 기갑부대에 적합하지 않았으나, 그래도 북부의 회프너 군에 비하면 정세는 훨씬 단순했다. 그러나 도로는 적고 전진은 무질서했다. 보병의 대집단이 부크(Bug)강의 다리를 차단하고 있었고 우익의 구데리안 군의 보급을 위해 배속되었던 자동차 수송연대는 6월 25일 저녁이 되어도 부크 강을 도하할 수 없었다. 그로인해 6월 23일이 되자 구데리안은 벌써 공수에 의한 연료 지원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똑같은 문제는 제 9 군의 담당 지역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 왜냐하면 제 9 군의 보병부대와 호트(Hoth) 지휘 하의 제 3 기갑집단의 보급부대가 도로 통과의 우선권을 놓고 다투고 있었기 때문이다. 2개 기갑집단의 연료 소비량은 매우 컸으나 조달할 수는 있었다. 그것은 탄약 소비량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고 또 제 2 기갑집단이 알맞은 시기에 바라노비치 근처에서 대량의 러시아군 비축물자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전진을 계속함에 따라 식량은 줄어들어 갔으나 현지 징발로 충당할 수 있었다. 6월 26일 구데리안과 호트는 민스크에서 최초의 포위작전을 완료하였으며 한편 후방의 보병부대들은 비얄리스톡에서 소규모의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었다. 7월 16일 기갑부대들은 스몰렌스크에서 재회했다. 이와 같은 작전이 진행되는 되는 동안, 보급에 있어서는 그다지 큰 문제에 봉착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주파한 거리가 워낙 멀기 때문에, 작전개시 10일 후에는 예비부품의 부족으로 전차의 손실이 생겨났다. 게다가 이 무렵에는 포위망도 매우 엉성하였다. 즉 보병부대가 뒤따라 올 때까지는 몇주일이나 걸렸으며 한편 기갑부대는 기동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서 적의 반격을 격퇴하면서, 한편으로 전진이 부진한 것에 대하여 초조해 하고 있었다. 전투가 수세로 몰리자 연료의 소비량은 급격히 감소했으나 반면에 탄약의 소비는 급격히 늘어 위기가 여러 차례 닥쳤다.

이와 같이 국경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철도만이 장기적인 보급지원이 가능했지만 우왕좌왕 하는 동안에 철도에 문제가 발생하였다. 도로 중심의 독일식 전투방식 때문에 철도선의 대부분이 정비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었고 철도수비대는 수가 너무 적어 상황에 대처할 수 없었다. 이러한 이유와 함께, 더욱이 독일에서 러시아식 궤도로 바꿔 타는 지점이 병목을 형성했기 때문에 철도의 가동상태는 예상에 훨씬 못미쳤다. 그 때문에 제 9 군은 인가된 1일 열차 할당의 1/3 밖에 도착하지 않았다고 불평했다. 상황은 개선되기는 커녕 점점 악화되어 갔다. 7월 8일 이후 철도는 제 3 기갑집단에 대해서만 보급물자를 수송하였기 때문에, 제 9 군은 보급기지와의 거리가 무려 400km 이상으로 불어났고, 또한 그 도로상태가 극히 불량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수송연대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OKH가 사태의 진상을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7월 13일 바그너는 기갑부대에 대해 모스크바진격까지 보급지원이 가능하다는 낙관적인 보고를 보냈다. 그러나 그 다음날 그는 기갑부대는 스몰렌스크 이상은 못 가게 될 것이며 또 보병은 그 서방의 드녜프르에서 정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수정했다.

Figure 4.1. 로스라블 역에서 노획-촬영된 소련제 기관차 사진.

7월 중순부터 보급상황은 (의학적으로 표현한다면) 정신분열증의 조짐을 강하게 드러냈지만 바그너와 할더는 약간의 긴장이 상존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래도 드녜프르강 부근에 새로운 보급기지를 건설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7월 말경에는 기존의 보급기지에 의존한 또다시 작전이 진전될 예정이었다. 바그너와 할더에게는 일선 전투부대가 구원을 바라는 절규가 들리지 않는 듯 했다. 이 무렵 탄약소비량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연료와 식량보급을 대폭 삭감함으로써 그 여력으로 탄약조달이 가능했다. 제 9 군은 스몰렌스크 부근에서 싸우고 있었으나 가장 가깝다는 철도역보급소는 멀리 폴로츠크에 있었다. 기본 휴대연료가 규정상 100km 주행가능량인데, 반해서 단지 40~50km 분 밖에는 없던 상황이었다. 8월 중순경에는 제 9 군과 제 2 군이 모두 하루 하루를 겨우 연명하는 상태였고, 탄약확보는 새로운 공격을 대비해 늘어 가기는 커녕 점점 줄어들었다. 게다가 POL(석유 petrol, 오일 oil, 윤활유 lubricants)의 보급은 극히 불충분했으며, 또한 엔진의 마모도 고려에 넣지 않았다. 스몰렌스크 포위망 속의 러시아군이 저항을 계속했기 때문에 기갑부대의 휴식기간이 1개월이나 연장되었으나(구데리안은 3~4일의 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 그때가 되어도 상황은 불안정한 상태였다. 왜냐하면 차량의 생산계획을 중지하고 전차엔진의 제작으로 대체하자는 계획을 히틀러가 거부했기 때문이다. 한편 스몰렌스크 포위망의 적을 최종적으로 소탕했지만 중부집단군은 여전히 격심한 전투를 계속하고 있었다. 8월 내내 중부집단군은 동부에서 적의 반격에 직면하게 되었으며 이로 인하여 대량 소모된 탄약 보충은 식량을 삭감함으로써 겨우 가능했다. 공격을 위한 비상 재고의 확보는 어림도 없었다.

폰 보크 군의 전진이 멈추려고 할 때 OKH와 히틀러는 작전 지속의 여부에 관해 커다란 견해차를 보였다. 즉 OKH는 모스크바 진격에 의해 붉은 군대를 결정적으로 격파할 것을 주장했다. 그 목적은 모스크바로 진격하여 러시아 군이 철수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히틀러는 우크라이나의 소맥, 도네츠의 석탄과 철강, 카프카즈의 석유, 그리고 크림 반도의 점령에 매우 강한 관심을 표명했다. 크림 반도는 루마니아 유전 공격을 위한 항공모함이란 주장이었던 것이다. 모스크바 진격을 계속할 것을 주장하는 OKH의 제안에 대하여 히틀러는 붉은 군대는 자기들 후방의 위협을 전혀 무시하고 전투를 계속하고 있다고 논했다. 이는 그때까지의 여러 전투에서 붉은 군대는 포위되었을 때에도 저항을 계속하고, 때때로 주력부대를 포위망에서 탈출시키는데 성공한 사실에서 도출된 이론이다. 히틀러는 포위에 관한 붉은 군대의 면역성을 감안할 때, 지금까지 독일군의 작전은 성급한 욕심이 지나쳤다고 말했다. 또한 러시아군의 생명력을 파괴시키는 방법은 천천히 규칙적으로 진격하여 러시아군을 지속적으로 작은 포위망에 몰아넣어 하나씩 소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첫 번째의 계획으로서 키예프 주변 러시아 제 5 군을 섬멸시킬 것을 제안했다. 사실 러시아군은 이때 적어도 4개 군과 감소 편성된 2개 군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작전의 최대의 이점은 남부집단군과 제 2 기갑집단과의 협조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제 2 기갑집단은 스몰렌스크 포위망의 전투에서 간신히 빼돌려져, 최소한 일부 부대는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나머지 중부집단군은 작전에 투입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이것은 보급적 상황에서 볼 때 다행한 일이었다.

† 하인츠 구데리안 상급대장

제 2 기갑집단의 기록에서 보면 구데리안 군은 (주로 독일군의 철도가 8월 말에 고멜 지방까지 연장되었기에) 키예프를 향한 남진 중에 보급지원에 관한 고민은 별로 없었다. 한편 이 작전에 대한 보급지원 관계로 제 2 군의 보급에 약간의 악영향이 있었다. 제 2 군은 고멜에서 고로드냐에 이르는 러시아 철도선의 종점지역에 위치하면서 매일 매일의 식생활 유지조차 불안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었다. 이 철도의 수송 능력은 최초에는 저조했다. 겨우 개선의 성과가 보이기 시작했을 무렵 9월 12일에 있었던 홍수로 인하여 철도역보급소에서 부대에 이르는 도로가 차단되어 부득이 작전을 중지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하에서 제 2 군의 보급지원이 정상화된 것은 9월 15일이 되어서였다. 서서히 비상재고가 확보되어 9월말에는 일단 완료되었다. 그러나 보급상황이 나빴기 때문에 10월 초까지는 제 2 군의 공격개시는 불가능했다.

† 헤르만 호트 상급대장

그 북부지역의 중부집단군 예하 타부대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일상적으로 필요한 소모품을 조달하고, 더욱이 모스크바 공격을 지원할 물자를 확보하는데에는 1일에 30개 열차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었다. 그러나 OKH 수송국장 게르케는 24개 열차만 지원할 것을 약속했을 뿐이며 더욱이 8월 초의 평균지원 실적은 18대에도 못미쳤다. 8월 16일 오르샤-스몰렌스크 선 궤도를 독일식으로 변경시키자 상황은 약간 호전되었다. 그러나 30개 열차편이라는 목표수치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모스크바 진격이 러시아 작전 중 최종적이고 결정적 전투로 발전될 전망이었는데도 OKH는 모든 자원을 집중시키지 않았다. 8월 15일 신경질적인 상태의 히틀러는 북부집단군을 지원하기 위해 호트 휘하의 제 3 기갑집단에 명하여 1개 군단을 증파하게 했다. 이로 인해 1개 군단이 전차의 활용이 극히 어렵고 곤란한 지역으로 끌려 들어갔을 뿐 아니라 거의 180도의 방향전환을 하게 됨으로써 보급지원에 큰 지장을 초래했다. 게다가 육군 총사령관 폰 브라우히취(Brauchitsch)는 중부집단군으로 하여금 5000톤의 수송능력 분량의 자동차 수송연대를 남부집단군에게 나누어 주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와 같은 자원의 분산에 대해 제 9 군은 앞으로의 작전에 보급지원이 불충분하여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솔직히 고백했다. 제 4 군 사령관 폰 클루게는 보급상황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아래와 같이 밝혔다:

† 한스 귄터 폰 클루게 원수

"군의 보급상황을 개괄적으로 말하면 안전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진격거리가 증대함에 따라, 군은 완전히 철도선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철도선은 경상소비를 충당할 뿐이며, 지금까지의 수송사정이 나빴기 때문에 전술적 상황에 따라 전투부대가 필요한 물자를 충분히 얻을 수 있는 큰 규모의 보급창(depot)의 설치는 불가능했다. 군은 하루살이를 면치 못하고 있었으며, 특히 연료공급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했다."

홍수 때문에 8일간 정지된 후에 중부집단군의 비상재고 확보는 9월 12일에 재개되어 월말까지 완료되었다. 그러나 이것도 식량의 삭감에 의해 이루어졌고, 따라서 전투부대는 소요 식량을 현지징발로써 충당했다. 그 외의 부족품은 엔진오일, 차량, 엔진, 타이어, 전차예비부품(히틀러의 명령으로 생산중지) 등이었다. 또 연료의 부족이 너무 심했기 때문에 작전 중지의 위험마저 있었다. 그 이유의 일부는 독일 자체의 공급 능력 부족에 있었으며, 다른 이유는 기지로부터 600km 떨어진 곳에 전개된 6개 군, 약 70개 사단에 대한 보급지원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Figure 4.2. 1941년 말까지 독일 중부집단군 보급기지의 전진상황. 독일군이 보급을 의존한 소련 영내의 주요 철도간선을 확인할 수 있다.

독일군의 모스크바공격은 늦어져 10월 2일에 시작되었으며 처음에는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성공적이었다. 호트와 회프너는 협공작전을 전개하여, 10월 8일에 비야즈마에서 재회하여 약 65만의 소련군을 포위했다. 그 무렵 최남단에 위치한 구데리안은 우익에서 모스크바 방어진의 측면을 포위하기 위해 일대 진격을 단행했다. 그러나 10월 4일 이후 보급 지원에 문제가 발생하였으며 10월 9일에서 11일 사이에 날씨가 변했다. 강우로 인하여 들판은 늪지로 변하고, 몇 개 안되는 사용가능한 도로는 빈번한 교통량 때문에 붐벼서 곧 붕괴되고 말았다. 이후 약 3주간 전군은 진흙탕에 빠져 전진도 후퇴도 못하고 그곳에 머물러 있었으며, 전투 부대는 모든 것을 현지에서 징발하여 부대를 유지했다. 이리하여 가을의 진흙탕 속에서 히틀러의 군대는 붕괴되어갔다. 세계에서 가장 현대적인 군대가 전투에서 공격에 성공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중화기 지원도 없고, 농업용 짐차 밖에 없는 보병의 소부대에 의존하고 있었다.

† 아돌프 슈트라우스 상급대장

중부집단군은 진흙탕 속에서 전진도 후퇴도 못하고 정지상태에 있을 때, 11월 7일경에 시작한 결빙기를 맞이했다. 이런 상황은 전 전선에 걸쳐 소량의 보급품의 수송도 불가능했거나 사태 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병참감의 일기를 상세히 조사한 바로는, 문제는 도처에서 직면한 진흙탕의 탓도 있지만 철도선의 가동이 부진한데 원인이 있었다. 철도 수송의 위기는 (특히 연료) 결빙이 시작되는 그 전부터 이미 존재하였던 것이므로, 독일군의 모스크바 점령 실패는 전적으로 겨울이 가까운 느즈막히 공격을 개시한 탓이란 견해는 수정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구데리안의 제 2 기갑집단에서는 10월 11일부터 도로사정으로 인해 중대한 보급상의 문제가 생기고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오렐(Orel)에 도착하는 연료열차의 수가 급격히 감소되었기 때문에 결빙으로 인해 도로가 단단해져서 전술적 상황이 다시 유리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공격재개는 불가능했다. 그 밖에도 슈트라우스의 제 9 군에는 10월 23일부터 11월 13일까지의 20일 간 연료 열차가 4대 밖에 도착하지 않았으며, 11월 11일까지도 결빙이 시작되지 않아 그날 이후 며칠 동안 그 기온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스몰렌스크에서 모스크바에 이르는 간선 자동차도로의 남쪽에서는 제 4 기갑집단이 10월 25일이 되어도 여전히 천천히 전진했고, 전면을 가로막는 적군을 몰아냄과 동시에 OKH에 대해 연료공급을 위한 철도선을 모두 지원하기를 간청하고 있었다. 제 2 군의 상황은 10월 21일부터 심각해졌다. 제 2 군의 보급 동맥인 로스라블에서 브리얀스크 사이의 어딘가에서 물자인도를 요구했으나, 1일에 3대씩 계획된 열차중 실제로 도착한 열차는 1개 열차에 불과했다. 그래서 제 2 군 사령관 바익스는 도로가 악화된 상황에서 열차가 오지 않으면 보급상황은 절망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 사령관 중 폰 클루게만이 반복해서 자군의 비축물자는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었으나 문제는 그 물자를 전투부대에까지 어떻게 수송하는가에 있었으며, 이 목적을 위해 비야즈마에 이르는 철도가 10월 23일 이후 운행가능하도록 공사를 진행시키고 있었다. 그 후 며칠간 위험한 고비가 있었으나, 10월 28일 보급상황은 다시 안전하다고 선언되었다. 이는 당시 전투부대가 사용할 수 있는 비축물자로 볼 때에 명백한 것이었다. 이 지방의 결빙은 타 지방에 비해 빨리 시작된 것 같다. 그래서 도로사정은 좋아지고 폰 클루게의 제 4 군은 11월 6일에서 8일에 이르는 사이 보급상황은 다음 작전을 위해서라는 관점에서 볼 때 안전하다고 반복하여 말할 수 있었다. 11월 13일이 되자 폰 클루게는 낙관적 견해를 바꿨으며 엑슈타인(Eckstein)의 중부집단군 재외기관(병참분실)이 제 4 군의 보급을 빼돌려 타 부대에 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보면 진흙탕 길은 독일군의 진격을 정지시킨 원인 중에서 하나에 불과한 것이었다. 진흙탕 길과 함께 또 하나의 중요한 원인은 철도였는데, 철도는 이미 스몰렌스크 기지 건설에 대단한 어려움을 경험했다. 더욱이 그 스몰렌스크 기지는 새로운 공격을 위한 물자확보에 기여할 수 없었다.

11월 중순 이후 이러한 사실의 중대성은 더욱 명백해졌다. 이제 결빙은 어디에서나 시작되어 도로는 다시 개통되었다. 그러나 차축까지 진흙에 깊숙히 빠진 차량을 꺼내는 작업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으며 그 때문에 많은 차량이 수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을 입었다. 10월 10일 이후 이론상으로는 최소한 전 독일군이 동계용 POL을 지급받고 있었지만 점화장치, 오일, 라디에이타까지도 고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혹한기의 기온이 최악의 영향을 준 것은 철도수송에 대해서였다. 독일제 기관차는 급수 파이프를 보일러의 밖에 장치했기 때문에 파이프의 70~80%는 동파되기 십상이었다. 그 후에 계속된 수송위기는 전보다 더욱 심했다. 11월 12일에서 12월 2일에 이르는 동안 제 2 군에는 전혀 열차가 도착하지 않았으며 그로 인해 도로사정과는 별개의 문제로서 전례없는 심각한 물자부족에 봉착해 있었다. 11월 9일에서 23일까지 제 9 군에는 단 1대의 연료열차가 도착했으며, 이것마저도 빈 열차였다. 그러나 이 기간을 통해 자동차 수송연대는 철도보다도 항상 능률적이었고 어쨌든 군이 근근히 버티게 해줄 수는 있었다. 제 4 기갑집단에 대해 말하자면 후방으로부터 보급 물자(특히 연료)는 11월 7일 이후부터 겨우 도착하였다. 제 4 기갑집단은 10월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예외적 존재였던 것 같다. 그 예하의 자동차 수송연대는 최초 편성의 1/8로 저하되어 있었으나, 보급물자는 열차에 의해 충분한 양이 도착되고 있었다.

그 동안 멀리 동프로이센에서는 히틀러와 OKH가 정세를 검토하고 있었다. 11월 11일 야간회의가 열려 그 석상에서 히틀러는 모스크바 점령의 의향을 확인했을 뿐 아니라 모스크바보다 훨씬 먼 곳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틀 후에, 참모총장 할더가 중부집단군을 방문했을 때 그는 보급 책임자 엑슈타인으로부터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그러나 중부집단군 사령관 폰 보크는 엑슈타인의 의견에 찬성하지 않고, 최후의 노력을 하는 편이 노천에서 러시아의 겨울을 지내는 것보다 낫다고 주장했다. 할더는 준비 부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폰 보크의 의견에 동조하면서 전쟁에는 운이 따르는 것이므로 중부집단군이 공격을 바란다면 그것을 억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리하여 최종공격은 승인되었으나 무엇보다도 철도사정이 나빴기 때문에 이것은 곧 실패로 돌아갔다.

모스크바의 문앞에서 비참한 상태에 놓인 독일군에 관해 붓을 돌리기 전에 겨울 장비에 관하여 수없이 논의되었던 문제에 관해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히틀러가 월동 장비에 관해 군사령관들이 입을 여는 것을 금지하였다는 것은 사실일지 모른다. 하지만 7월 25일 할더는 이 문제에 관해서 예비적인 조사를 했다. 문헌을 조사해보며 겨울보급물자에 관해 수많은 명령, 지시, 회보가 8월 초 이후 OKH로부터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에 특별한 인상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명령들은 이상적인 엄체호를 만드는 방법에서 얼지 않는 POL의 공급, 피복 관련 사항 및 군마의 질병치료에까지 상세히 논의되었다. 이들 문서가 어느 정도까지 구체적인 현실성을 지녔었는지는 기술하기 힘드나, OKH가 단순히 두뇌체조를 하고 있었다고는 보기 힘들다. 게다가 바그너와 그의 부하들은 충분한 양의 겨울 장비를 가지고 있었으나 철도의 위기상황으로 인해 그것들을 운반할 수 없었다는 증거가 있다. 모스크바 공격을 준비하고 게다가 공격개시 후 보급품을 지원하는데 있어서는 철도는 절망적일 정도로 역부족이었다. 거기에다 겨울장비의 운반이라고 하는 새로운 임무를 부과할 수는 없었다. 그 때문에 겨울 장비가 실제로 사용 가능했는가 하는 문제는 부차적인 문제인 것이다.

5. 결론

독일군의 소련 침공은 단일 군사작전으로는 사상 최대였으며 그에 수반하는 보급상의 문제는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 대한 독일군의 대응은 너무나 평범하였다. 독일군이 가까스로 목적지에 도달한 것은, 그 준비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장병들의 의지 덕분이었다. 그들은 최선을 다해 시련을 극복하려 했으며 가능한 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활용하였다.

러시아 작전에 있어서 독일군은 결코 충분한 수단을 구사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는 전투부대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원료나 예비비축물자 및 수송수단에 있어서 더욱 심각했다. 자동차 수송을 유일한 수단으로서 모스크바에 도달하는데는 — 더우기 아르한겔스크나 볼가 강에 이르는 데는 — 실제로 사용한 차량의 수보다 최저 10배의 차량이 필요했으리라 추정된다. 동시에 철도부대도 어떤 면에서 장비부족, 훈련부족이었지만 더욱이 수도 충분하지 못했다. 보급기구의 주된 임무는 결국 철도부대의 두 어깨에 달려 있었다. 철도가 전격전(Blitzkrieg)을 지탱하는데 결코 유연성있는 수단이 아니라는 것은 1914년의 전쟁 혹은 1870년의 경우에도 명백했다. 그러나 철도선을 완전히 무시하고 대부분의 자원을 자동차 수송에 집중시켰다고 해도 독일국방군은 자동차 수송만으로는 대 러시아 전쟁을 수행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차량화를 기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자동차의 대부분을 4개 기갑집단의 배후에 집중케 한 것과 보병부대가 작전 초기에는 별다른 전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독일육군은 선봉 부대를 북으로는 루가 강, 남으로는 드녜프르 강, 중부에서는 스몰렌스크까지 전진시킬 수 있었다. 이들 지점에서 작전은 중지되었는데 이는 작전개시 전에 이미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북부집단군은 새 기지 건설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레닌그라드 점령의 희망이 사라졌다. 남부집단군에서는 상황이 너무나 곤란해 적당한 기지를 완성하지 못한 채 새로운 공격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 결과 드녜프르 강의 동쪽의 작전은 항상 위협에 노출되어 있었으며 따라서 작전의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정지하였다. 중부집단군이 거의 2개월을 들여서 전진보급기지를 설치하였으나, 그래도 일부 중요 물자들, 특히 예비부품, 타이어, 엔진, 오일등의 공급은 항상 부족했다. 타이어의 공급에 관해서는 단 하나의 수식어, '어처구니없는(ridiculous)'을 사용해야 할 정도로 양이 적었다.

보급상황의 악화로 8월 말에는 중부집단군에 의한 모스크바 진격이 불가능했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기껏해야 14~17개의 기갑사단과 차량화사단, 보병사단으로 구성되는 한줌의 부대를 모스크바 진격을 위해 사용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1941년 9월의 시점에서조차도, 이 부대를 가지고 모스크바의 방어를 돌파하는 것이 가능하였을까 하는 문제는 매우 의문스럽다. 더욱이 모스크바 공략은 이 지역이 우크라이나 지방보다 기동전에 부적합했기 때문에 제 2 기갑집단에 보급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것마저도 의심스럽다. OKH가 구데리안군의 키예프 파견을 중지했더라면, 그 휘하의 전차는 그다지 소모되지 않았을 것이며, 따라서 제 2 기갑집단은 보충을 빨리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중부집단군의 주력부대는 별다른 상황 변화가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보급 물자는 다른 철도선에 의해 수송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철도의 가동률은 너무 낮았고, 9월 26일이 되어도 중부집단군의 연료재고는 계속 줄어들기만 하였다. 이 때문에 모스크바보다도 우크라이나를 중요시 한다는 히틀러의 결단에 의해 파생된 지연은 일반적으로 추정되고 있는 6주보다는 훨씬 짧은, 1주에서 2주 정도에 불과하였을 것이다.

모스크바 공격을 위한 기지설정 시에 경험한 곤란으로 미루어 본다면 다음과 같은 이론, 즉 히틀러가 휘하의 군대를 3개의 상이한 축선으로 분산시키지 않고 모스크바 공격에 집중시켜야 한다는 안도 성립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보급적인 상황에서 볼 때 이용가능한 철도나 도로의 수가 적어서 공격부대의 보급지원이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다. 10월 초에 공격을 위해 70개 사단을 집결시킨 결과 철도와 연료 공급에 매우 중대한 곤란이 생겼다. 하물며 그 두 배나 되는 큰 규모의 군대를 지원하기 위한 전진 기지를 설치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독일군이 모스크바에 입성하지 못한 요인에 대한 일반적 견해는 도처에서 볼 수 있었던 진흙탕 길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확실히 악천후로 인해 진격이 2~3주 지연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철도 수송의 위험은 라스푸티차(Rasputitsa), 즉 진흙탕의 계절이 시작되기 훨씬 전에 일어났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10월 중 철도가동률은 절망적인 선까지 저하되었다. 그리고 연료보급은 독일본국에서의 부족 때문에 제로에 가까웠다. 이러한 철도수송의 붕괴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아마 폰 보크는 실제보다도 1주일 빨리 공격을 재개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마침내 결빙이 시작되었을 때는 자동차 수송부대보다도 철도 쪽이 더 피해가 심했다. 자동차 수송대는 11월이 되었어도 귀중한 임무를 계속 완수하고 있었으나, 철도는 기관차의 부족 때문에 거의 제로에 가깝도록 능력이 저하되었다.

그동안 독일군의 패인으로서 진흙탕을 중시한 나머지, 독일군이 궤도차량보다 장륜차량에 보급체제의 기초를 둔 것이 실책이었다고 지적되기도 했다. 분명히 궤도차량만이 10월에 모스크바를 향해 진격해나갈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갑사단에 소속된 약 3000대의 궤도차량을 이런 목적에 사용했어야 했다고 논하는 것은 이 시기의 독일군의 전쟁 방식을 완전히 오해한 것이다. 비록 독일군이 대량의 궤도차량을 생산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그 연료와 예비 부품의 공급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독일군의 야망을 훨씬 능가하는 생산 능력을 갖고 있는 현대의 세계에서도 궤도차량으로 보급물자의 전부 혹은 대부분을 운반하는 군대는 아무 데도 없다.

1941년 러시아 정복을 위해 출발한 독일군은 자원이 매우 제한되어 있는 가난한 군대였기 때문에 성공여부는 (보급 상의 견지에서) 특히 철도, 장륜차량, 궤도차량의 정확한 균형에 의존하고 있었다.1941년의 독일군의 승리는 역사상 최대의 전략 중의 하나였다는 명백한 사실과 보급제도의 상세한 연구에서 볼 때 앞에서 기술한 균형은 어느 면에서 보아도 달성되어 있었고 실제로 채택된 해결책은 그 상황에서는 아마 최선의 것이었다고 보인다. 정치, 경제 및 군사적으로 고찰하면 독일이 보다 천천히, 조직적인 방식으로 러시아 정복을 시도할 수 있었다면 철도에 더욱 크게 의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매우 강력한 자동차 산업이 존재하였더라면 장륜차량과 궤도차량이 보다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제 2 차 세계대전의 전 기간을 통해 완전히 차량화된 군대의 창설에 손댈 수 있는 국가는 교전국 중 단 하나인 미국 뿐이었다.

그러나 이 말을 이용 가능한 자원의 한계 내에서 독일군의 계획과 조직이 항상 이상적이었다고 받아들이는건 곤란하다. 다음의 예가 보여주듯이 사실 이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수송제도를 2개의 기관 즉 수송국장(Chef des Transportwesen)과 병참감으로 나누어 참모총장만이 그 기능을 조정할 수 있게 한 것은 나쁜 발상이었고 끝없는 분쟁만 유발했다. 병참감실의 조직도 불만스러웠는데, 그 이유는 집단군 사령관은 그 휘하의 보급부대를 빼앗기고 한편에서는 OKH, 또 한편에서는 집단군 병참참모 사이의 대립에 쉽게 말려들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집단군 병참참모는 집단군 사령관이 아닌 바그너 휘하의 병참감실 재외기관(집단군 분실)에서 명령을 받고 있었다.

작전계획 수립안에 있어서는 러시아군 화차의 노획과 이용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두었다. 기관차 및 차량이 예정된 수에 이르지 못하게 되자 철도를 독일식으로 궤도 간격을 고쳐야 할 필요가 생겼다. 이 작업은 기술적으로는 어렵지 않았지만 독일군이 보유하고 있던 이상의 다수의 철도부대를 필요로 하였다. 그 결과 독일과 러시아의 쌍방의 철도선로를 모두 사용하지 않으면 안되었고 철도복구에 책임을 진 사령부와 철도를 움직이는 사령부 사이의 협력이 불완전했다. 왜냐하면 전자는 후자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의 철도수송계획 및 그 관리는 매우 불충분했다. 폴란드 총독 프랑크는 비협조적이었으며 군용열차에 절대적인 우선권을 달라는 독일군의 요구를 인정한 것은 겨우 1941년 12월이 되어서였다. 열차의 화물을 내리는 인원은 불충분했고, 따라서 포로를 이용해야 했다. 수송관리는 극도로 허술했기 때문에, 일부 열차는 약탈당하기도 하고 완전히 사라지기도 했다. 현지 주민과의 의사소통은 언어상의 문제로 곤란했고 노선완성과 운전개시 사이에는 때때로 장기적이고 부당한 지연이 생겼다. 조직에는 유연성이 없었는데, 특히 열차편의 취소에 있어서 그러했다.

또한 야전헌병의 수가 극소수였기 때문에 도로의 교통관리는 항상 빈약해서 때로는 심한 마찰을 초래했다. 특히 작전개시 때 고속부대의 보충을 위해 할당되어있던 소형 트럭이 수일 간 같은 장소에 머물러 있었으며 또한 철도경비에 배치된 부대 수도 전적으로 부족했다. 모스크바 전투에서 소수의 제한된 도로를 이용하기 위한 경쟁이 극에 달했을 때가 더욱 심한 현상이 나타났다. 자동차 수송중대는 그 편성이 불안정했고 OKH의 수중에 집결된 부대 수는 불충분하였다. 전투부대는 물자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자주 정상적인 보급 루트를 무시하려 했다. 이러한 결점은 도저히 일소할 수가 없었다. 한편 그와 같은 전투부대와 보급부대와의 협력 문제는 명백한 거부반응에 부딪혔다. 그 결과 전투부대 소속의 차량은 이용도가 낮았으며, 적의 공격에 노출되는 일이 있었다 하더라도, 실제의 피해는 매우 많이 움직이는 자동차 수송연대에 비해 적었다. 야전군(Armee)급 보급장교는 사단의 노획물자에 대하여 적당한 관리를 할 수가 없었다. 따라서 일부부대는 노획차량으로 넘쳐 흐르는가 하면, 다른 부대, 특히 후방부대는 심각한 부족에 당면하게 되었다. 자동차 수송부대의 적재작업은 처음부터 잘못된 계산에 근거하여 행해졌다. 그 결과 연료는 부족하고 탄약은 운반할 차량의 연료부족으로 노천에 방치되어야 했다. 트럭중대의 이용의 효율성도 완전하지 못했다. 그것은 5000톤이나 되는 자동차 수송연대를 폰 보크 집단군에서 폰 룬트슈테트 집단군에게 이양한 사실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양조치에서 믿어지지 않는 사실은, 더욱이 폰 보크가 모스크바에 대한 결정적인 공격을 개시하려 한 바로 그 순간에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독일 본국으로 화제를 돌린다면 차량의 손실예상은 너무도 낙관적이었다. 즉 전혀 재보급을 실시하지 않고 작전만을 수행할 예정이었던 것이다. 전차를 포함한 자주식 차량과 그 예비부품 생산에 대한 비교적 높은 우선권 배정도 실은 충분하지 못했다. 정비부대의 편성도 결점을 지니고 있었다. 대규모의 분해/수리가 필요하게 되기 전에 작전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하여, 대부분의 정비부대를 독일 본국에 잔류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독일군의 여러 문제점들을 나열했지만, 동시에 전체를 조망하는 감각을 잃지 말아야 한다. 보급은 전쟁기술의 일부분을 형성하는데 지나지 않으며 전쟁 그것은 인간 사회의 정치적 관계가 만들어 내는 많은 형태 중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1941년 당시 독일이 2개의 전선에서 전쟁을 수행하면서 러시아를 격파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했던가 하는 것은 당연히 의문시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히틀러가 영국과의 정치적 해결이나 혹은 군사적 수단에 의한 영국의 무력화에도 실패한 후에는, 그에게 전쟁 이외의 또 다른 길이 있었던가의 여부에 관해서 예상한다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러시아에 대한 전선은 위험스럽게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소련의 침공이 임박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제 3 제국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대 소련전이 필요불가결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 전쟁은 보급 이외에도 불안스러운 전략, 흔들리는 통수기구, 부족한 자원의 분산 등의 요인으로 패배했다. 독일군이 크렘린궁이 거의 보이는 곳까지 진격해나간 성과(그 중에서도 보급의 성과)들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위에서 기술한 요인들이 결국 국방군의 패배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그 책임을 져야만 하는 것은 OKH이며, 히틀러는 아니었다. 세세한 전술와 전략 사이에 소재하는 모든 사항과 마찬가지로, 보급에 관해 총통은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한 두 가지 문제를 제외하면 보급분야 — 전쟁이라는 작업의 9/10는 이것이라고 일컬어짐 — 에서 범한 과실은 모두 할더와 참모장교들에게 그 책임이 있다. 1941년의 작전 중 히틀러의 가장 중요한 결정, 즉 구데리안을 모스크바가 아닌 우크라이나로 진격하게 한 것조차도 보급적 측면에서는 당연한 것이었으며, 또한 러시아 수도를 향한 진격의 지연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것이었다. 전쟁에서는 종종 사소한 일이 중요시된다. 그리고 이러한 사소한 것이 여러 차례에 겹쳐서 독일군은 압박을 받고 그 수명을 다해 결핍에 허덕였던 것이다.

[나욱]

이글은 채승병님의 사이트에있는글아닌가요?

[[슈바한][하사]]

전쟁사라기보다는 독일군이 패배한 이유에 대해 연구해본 것 같네요.그나저나 존경하는 에리히 폰 만슈타인 씨의 사진이 있네요-ㅅ-;

[정미르]

발렌슈타인?--;;

[연대장일세]

만슈타인..

[임민규]

이글은 어디서 본것같은데 아마 서부전선과 동부전선의 보급문제와 독일보병의 비자동화로인한문제젬을 지적하는 글같습니다. 물론 대전기간중에도 그전에도 보병의 자동화는 개속지행되었지만 전선이 너무나 넓고 광벙위한데다 산업시설들이 개속해서 연합군폭격으로 성공하진 못 했습니다.

[[풋내기]헤프런]

폰 만슈타인 원수죵.. 이것은 동부 전선의 쿠르스크 전과 독.소전을 말하는 거 같네요

[[풋내기]헤프런]

폰 만슈타인 원수죵.. 이것은 동부 전선의 쿠르스크 전과 독.소전을 말하는 거 같네요

[로깐다]

뒤에서부터 쭈욱 읽으며 올라왔는데 내용이 제일 알찬 좋은 자료네요!~ 흥미나 눈요기로 여기는 게임같은 발상의 수준 이하 글들에 점점 질려가고 있거든요~ 전후 히틀러 개인의 정치력에 대한 내용은 얼마든지 조작이 용이 하겠으나, 경제와 산업적인 측면(군수산업)에서의 고찰은 최근에야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란적 있습니다. 장기화와 전선확대를 생각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43년말에나 가야 전시총동원 체제로 법을 바꾸어 생산능력 활성에 힘썻다는 부분에서 찾는데,과연 그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