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코스의 지각변동
아마 ‘대한민국 베스트 코스 톱 15’를 확인하고 놀랍다는 반응을 보인 독자가 많을 것이다. 새롭게 순위권에 오른 골프장이 3곳이고 소위 명문이라고 불리던 몇몇 골프장 중 눈에 띄게 순위가 하락한 곳도 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전통적인 강호로 간주되던 골프장의 순위는 가히 충격이라 할 만큼 떨어졌다. 이런 변화는 분명 시대와 트렌드를 반영한 것임이 틀림없다. 글_고형승
명문은 함부로 붙이는 게 아니다
이번에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대한민국 베스트 코스 15위권에서도 앞서 언급한 변화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톱 5에 오른 다섯 곳은 모두 프리미엄 회원제 골프장이다. 폐쇄적 운영으로 접근이 어렵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있지만 회원들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세계적 수준의 시설과 서비스를 갖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클럽나인브릿지와 톱 5에 처음으로 진입한 해슬리나인브릿지(5위)다. CJ그룹이 운영하는 이 형제 골프장이 나란히 5위권에 이름을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01년 개장한 클럽나인브릿지는 2007~2008년에 1위에 오른 이후 단 한 차례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무려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말이다. 2009년에 개장한 해슬리나인브릿지는 2013~2014년에 7위로 신규 진입했고 2015~2016년은 순위가 한 계단 상승한 6위였다. 그리고 올해 5위권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CJ는 올해부터 향후 10년간 PGA투어 대회를 한국에서 개최하며 이 두 골프장의 프리미엄에 프리미엄을 더했다. 과거 CJ나인브릿지클래식을 개최하면서 LPGA투어를 국내에 알린 CJ는 이번에는 한국 남자 골프 발전에 힘을 보태기 위해 나섰다. ‘더씨제이컵앳나인브릿지(The CJ Cup @ Nine Bridges)’는 클럽나인브릿지에서 총상금 925만 달러를 걸고 10월에 열린다.
이를 위해 CJ는 코스 전반에 걸쳐 PGA투어 수준에 걸맞은 리노베이션을 단행했다. 먼저 전장을 늘리기 위해 아홉 개 홀에 새로운 티잉그라운드를 만들고 확장 공사를 했다. 현재(4월18일 기준) 95% 정도 공사가 진행된 상황이며 향후 1~2주 안에 완공된다. 이로써 전장은 기존 7159야드에서 약 7300야드로 늘어난다. 또 플레이의 난도를 높이기 위해 페어웨이 폭을 20~30%가량 줄였다. 그린의 변화도 주목해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10여 년간 그린을 관리해오면서 처음 설계했던 그린의 크기보다 사이즈가 많이 줄어들었다. PGA투어 측은 대회 때 원활한 핀 포지션을 위해 그린 면적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린의 확장 공사는 열여덟 개 홀 전반에 걸쳐 진행됐으며 현재 공사는 마무리된 상황이다.
대한민국 베스트 코스 톱 5에 처음으로 진입한 해슬리나인브릿지.
코스 내 벙커에 대한 공사도 함께 진행했다. 일부 홀의 그린사이드 벙커를 그린 쪽으로 더 가깝게 이동시켰고 벙커의 셰이핑과 레벨도 조정했다. 또 페어웨이 벙커의 마운드나 선형에도 손을 댔는데 그 수만 무려 서른일곱 개에 달한다. 또 시간이 흐르면서 무너져 내린 수직벽 벙커를 영국에서 들여온 인조 잔디 재질로 다시 만들고 있다. 이 공사는 5월 말에 마무리된다. CJ가 이번 리노베이션에 쏟아부은 비용만 36억~37억원 선이다. 체질을 개선하며 중량감까지 높인 클럽나인브릿지는 계속해서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골프장으로서 명성을 이어가길 기대하고 있다. 어떤가. 그들의 노력과 열정이라면 대한민국 넘버원 코스라는 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향후에는 해슬리나인브릿지에서도 PGA투어 대회를 번갈아가며 개최할 계획이다. 따라서 해슬리의 순위 역시 당분간은 상승세를 타지 않을까 예상한다.
톱 5에서 눈에 띄는 골프장은 웰링턴컨트리클럽과 트리니티클럽이다. 이들은 신규 진입을 각각 3위와 4위로 하면서 신흥 명문으로 떠올랐다. 첫 진입으로 5위권에 들었다는 것을 두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웰링턴과 트리니티는 코스 선정 위원들로부터 골고루 높은 점수를 얻으며 상위권에 랭크됐다. 웰링턴은 신설된 와이번과 그리핀 코스를 잇는 18홀이 그 대상이었는데 뛰어난 홀 밸런스가 인상적이라는 평이 주를 이뤘다. 트리니티는 하루에 스무 팀 내외의 입장객만 받을 정도로 회원 중심의 골프장이다. 웅장하고 럭셔리한 클럽하우스와 최상의 코스 관리가 인상적이라는 반응이었다. 다만 몇 개 홀에서의 전장과 폭이 감점의 요인이라는 평도 있었다.
무시할 수 없는 명문 코스
6위부터 10위까지의 코스를 살펴보면 안양컨트리클럽(6위)과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7위)의 순위 하락이 눈에 띄는 부분이다. 전통적인 명문이라 불리는 안양의 순위 하락은 참으로 안타깝다. 안양은 항상 골프장 평가의 기준이 되어왔다. “그 골프장 안양보다 좋아?” 순위가 떨어지긴 했지만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안양의 순위 하락(2015~2016 베스트 코스 5위) 원인으로 코스 패널들은 코스 관리도 문제지만 더는 코스에서 감흥이나 기대감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을 꼽았다. 고향 집처럼 편안함을 느낄 수는 있을지 몰라도 매력적이거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이변이라면 이변이 바로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이다. 프레지던츠컵과 아시아-태평양아마추어챔피언십까지 국제적인 이벤트를 연달아 치르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골프장 아니던가. 2015~2016년 베스트 코스 리스트에서는 3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번에는 7위로 그 순위가 내려앉았다. 우리의 코스 패널들은 유명세에 원인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회를 치른 이후 예약률이 급격하게 늘었고 심지어 중국인 입장객 수도 늘면서 코스 상태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그 외에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져 향후 순위의 반등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순위가 떨어지긴 했지만 안양이나 잭니클라우스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코스임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그들이 5위권에 포진한 골프장처럼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 평가의 잣대는 더욱 가혹해질지도 모를 일이다.
동메달로는 만족할 수 없다
안타깝게 은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춘천의 제이드팰리스골프클럽(11위)과 이천의 사우스스프링스컨트리클럽(12위)은 매우 근소한 차이로 ‘톱 10’에서 밀렸다. 13위의 핀크스골프클럽 역시 이미 세계적인 코스로 명성이 자자하다. 다만 10위권에 위치한 골프장에 비해 아주 약간의 흠결이 지난 2년간 코스 선정 위원들의 눈에 띄었을 뿐이다. 제이드팰리스의 깊은 페이스드 벙커와 사우스스프링스의 100개가 넘는 수의 벙커 그리고 핀크스의 코스 잔디 상태는 흠이라고 하기엔 다소 미안한 수준이다. 벙커? 그건 코스의 난도를 위해 필요한 부분 아닌가. 또 SK가 인수한 후 최근까지 핀크스 코스에 투입한 금액만도 어마어마하다. 물론 처음엔 미흡한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최근 이들 골프장은 그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이드팰리스는 페이스드 벙커에 덧대어놓았던 고무판 제거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사우스스프링스는 착시 현상으로 인해 홀 공략이 어려웠던 몇몇 홀의 레이아웃을 리노베이션하고 있다.
핀크스의 변신은 가장 놀라우면서도 앞으로 주목해봐야 할 부분이다. 2010년 초부터 잔디 상태가 좋지 않다는 플레이어의 불평이 많았다. 그동안 핀크스를 인수한 SK 측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개선해보고자 했으나 돈과 시간만 허비하고 말았다. 3개월 이상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잔디 전문가들로부터 컨설팅을 받은 후 2015년부터 2년에 걸쳐 코스 전체를 벤트그라스로 교체했다. 핀크스는 1단계 개선 작업인 잔디 교체를 이미 마쳤고 올해부터는 클럽하우스와 스타트하우스, 포도호텔의 재단장에 들어갔다. 현재 클럽하우스는 연회장 두 곳을 제외하고 모두 리뉴얼 작업이 완료됐다. 5월 중순이면 모든 공사는 마무리된다. 핀크스와 연계되어 있는 포도호텔도 2개월 가까이 문을 닫고 공사를 진행했다. 수십억원의 막대한 금액을 리노베이션에 투자한 핀크스를 바라보는 회원들의 시선이 점차 바뀌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회원권 문의도 늘고 있다.
순위 대비 4단계 상승, 12위에 오른 사우스스프링스의 레이크 코스 8번홀.
사우스스프링스는 착시 현상으로 인해 홀 공략이 어려웠던 몇몇 홀의 레이아웃을 변경 중이다.
골프다이제스트 대한민국 베스트 코스 톱 15에 선정된 리스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웰링턴컨트리클럽과 트리니티클럽이다. 완벽한 회원제로 운영되는 만큼 외부인의 출입이 몹시 어렵고 까다롭다. 대신 회원은 주위의 불편한 시선을 피해 자유롭게 골프를 즐기며 라운드할 수 있다. 언제 어느 때 방문해도 최상의 컨디션이 유지된 코스에서 플레이가 가능하다. 회원의 불평불만이 없도록 모든 게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운영된다. 자신 있게 ‘최고’라고 자부할 정도다.
베스트 코스 평가 방식은 운영 방법이나 운영 전략에 점수를 부여하지 않는다.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영업을 하든 말든 우리가 신경 쓸 부분은 아니다. 그건 골프 코스의 고유 권한이다. 골프 코스의 평가와는 전혀 상관없다. 이번에 새로 진입한 트리니티도 웰링턴만큼, 어쩌면 더 프라이빗하게 운영되고 있다. 그들의 방침이다. VIP만을 위한, 아니 오직 VVIP만을 위한 골프장이다. 트리니티는 심지어 코스를 공개하는 것조차도 질색한다. 하지만 코스를 다녀온 선정 위원들의 점수를 바탕으로 아주 객관적으로 평가했다. 트리니티 운영진의 의지든 아니든 그건 상관없다. 코스는 코스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게 우리의 지론이고 독자에게 제대로 된 평가를 알려야 하는 게 우리의 의무다.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최고의 설계가 중 한 명인 피트 다이는 이런 명언을 남겼다. “자연환경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 골프 코스를 설계하기 위해 우리는 드라마틱한 경치, 원산지 식물 그리고 아름다운 지형을 최대한 살려 회원과 리조트 방문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웰링턴이 딱 그런 곳이다. 회원들이 수시로 방문해도 질리지 않을 만큼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모든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지형과 자연을 최대한 살려 디자인함으로써 플레이어에게 다양한 뷰를 제공한다.
웰링턴은 편안하면서도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골프장이다. 미스 샷을 하더라도 리커버리할 수 있는 공간이 반드시 존재하며 볼을 받아주는 편안한 페어웨이와 흥미로운 그린 언듈레이션은 재미를 배가하는 요소다. 그러면서도 도전적이고 전략적으로 플레이해야 하는 까다로운 레이아웃도 빼놓지 않았다. 난도를 높이고 전장도 길게 만들었다. 여기에 모든 수준의 골퍼가 즐길 수 있도록 티잉그라운드도 충분히 만들어져 있다. 그야말로 세계적인 명문 골프장이 갖추고 있는 요소를 전부 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번 베스트 코스 선정 위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3위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코스 설계가 노준택 씨는 웰링턴의 그리핀과 피닉스 코스의 리노베이션을 담당했다. 이번에 선정된 와이번 코스 역시 그의 작품이다. 각각의 코스엔 콘셉트가 있다. 그리핀은 정통 스타일과 편안함을 추구한다. 반면 와이번은 다양한 경관과 전략성 높은 코스로 계획하고 설계했다. 코스의 다양성을 제대로 구현해냈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핀은 이미 완성형 코스로 볼 수 있다. 전체적인 홀의 연결과 조화가 뛰어난 편이다. 어느 한 홀 튀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각각 다르게 보이는 효과를 냈다. 반대로 단순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노준택 설계가에게 “시그니처 홀이 몇 번 홀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는 오히려 “몇 번 같아요?”라고 되물었다. 시그니처 홀이라고 딱히 정해놓은 홀이 없기 때문이다. 선정 위원 중 몇몇은 “뛰어난 홀 밸런스”라는 극찬을 코멘트로 남겼다. 와이번은 자연을 그대로 살리려는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코스다. 원형 보존 지역을 지키면서 계곡, 연못, 능선, 계류, 원시림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자연환경의 특성을 경험할 수 있다. 다이내믹한 변화가 있는 코스다. 다양성을 확실히 보여준다. 전략적으로 플레이해야 좋은 스코어로 완주할 수 있다. 그만큼 샷 가치가 확실히 보이는 곳이다. 미스 샷은 벌을 받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확실히 돌아가야 한다. 대신 잘 친 샷에 대한 보상은 충분하다.
웰링턴에 식재된 잔디는 독특하다. 페어웨이는 중지에 라이그라스를 심었고 그린 주변은 켄터키블루그라스로 조성했다. 라이그라스는 이른 봄에 파릇파릇해진다. 여름에 잠시 죽었다가 늦가을까지 또다시 초록색을 유지한다. 대신 여름에 중지가 올라오면서 라이그라스를 대체한다.
이때는 중지 플레이를 하면 된다. 흔히 말하는 서양 잔디와 조선 잔디를 한 코스에서 경험해볼 수 있다. 골퍼들이 세 계절 동안 기분 좋게 푸른 잔디에서 플레이할 수 있도록 배려한 부분이다. 이번에 웰링턴이 높은 순위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도 다른 골프장과는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도이며 괜찮은 차별화 전략이다. 좋은 코스는 무조건 서양 잔디를 사용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버리게 만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베스트 코스의 새 장을 열어갈 코스
이번 베스트 코스 15위권에 새로 진입한 코스가 3곳이다. 그중 2곳은 톱 5에 선정됐다. 최고임을 인정받은 것이고 그간 기울인 노력의 대가로 베스트 코스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물론 치열한 순위 다툼 속에 밀린 코스도 어쩔 수 없이 생겼다. 글_한원석
웰링턴 와이번 코스 5번홀 그린.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최고의 설계가 중 한 명인 피트 다이는 이런 명언을 남겼다. “자연환경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 골프 코스를 설계하기 위해 우리는 드라마틱한 경치, 원산지 식물 그리고 아름다운 지형을 최대한 살려 회원과 리조트 방문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웰링턴이 딱 그런 곳이다. 회원들이 수시로 방문해도 질리지 않을 만큼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모든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지형과 자연을 최대한 살려 디자인함으로써 플레이어에게 다양한 뷰를 제공한다.
웰링턴은 편안하면서도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골프장이다. 미스 샷을 하더라도 리커버리할 수 있는 공간이 반드시 존재하며 볼을 받아주는 편안한 페어웨이와 흥미로운 그린 언듈레이션은 재미를 배가하는 요소다. 그러면서도 도전적이고 전략적으로 플레이해야 하는 까다로운 레이아웃도 빼놓지 않았다. 난도를 높이고 전장도 길게 만들었다. 여기에 모든 수준의 골퍼가 즐길 수 있도록 티잉그라운드도 충분히 만들어져 있다. 그야말로 세계적인 명문 골프장이 갖추고 있는 요소를 전부 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번 베스트 코스 선정 위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3위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코스 설계가 노준택 씨는 웰링턴의 그리핀과 피닉스 코스의 리노베이션을 담당했다. 이번에 선정된 와이번 코스 역시 그의 작품이다. 각각의 코스엔 콘셉트가 있다. 그리핀은 정통 스타일과 편안함을 추구한다. 반면 와이번은 다양한 경관과 전략성 높은 코스로 계획하고 설계했다. 코스의 다양성을 제대로 구현해냈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핀은 이미 완성형 코스로 볼 수 있다. 전체적인 홀의 연결과 조화가 뛰어난 편이다. 어느 한 홀 튀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각각 다르게 보이는 효과를 냈다. 반대로 단순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노준택 설계가에게 “시그니처 홀이 몇 번 홀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는 오히려 “몇 번 같아요?”라고 되물었다. 시그니처 홀이라고 딱히 정해놓은 홀이 없기 때문이다. 선정 위원 중 몇몇은 “뛰어난 홀 밸런스”라는 극찬을 코멘트로 남겼다. 와이번은 자연을 그대로 살리려는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코스다. 원형 보존 지역을 지키면서 계곡, 연못, 능선, 계류, 원시림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자연환경의 특성을 경험할 수 있다. 다이내믹한 변화가 있는 코스다. 다양성을 확실히 보여준다. 전략적으로 플레이해야 좋은 스코어로 완주할 수 있다. 그만큼 샷 가치가 확실히 보이는 곳이다. 미스 샷은 벌을 받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확실히 돌아가야 한다. 대신 잘 친 샷에 대한 보상은 충분하다.
웰링턴에 식재된 잔디는 독특하다. 페어웨이는 중지에 라이그라스를 심었고 그린 주변은 켄터키블루그라스로 조성했다. 라이그라스는 이른 봄에 파릇파릇해진다. 여름에 잠시 죽었다가 늦가을까지 또다시 초록색을 유지한다. 대신 여름에 중지가 올라오면서 라이그라스를 대체한다. 이때는 중지 플레이를 하면 된다. 흔히 말하는 서양 잔디와 조선 잔디를 한 코스에서 경험해볼 수 있다. 골퍼들이 세 계절 동안 기분 좋게 푸른 잔디에서 플레이할 수 있도록 배려한 부분이다. 이번에 웰링턴이 높은 순위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도 다른 골프장과는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도이며 괜찮은 차별화 전략이다. 좋은 코스는 무조건 서양 잔디를 사용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버리게 만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가히 최고라고
“한국의 오거스타내셔널”이라는 극찬을 보내는 코스 선정 위원의 코멘트가 와 닿는다. 트리니티는 산속 어딘가에 푹 들어가 있다. 단지 아주 심심해서,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지만, 반드시 흠을 한 가지 잡아야 한다면 15번홀에서 마을이 보인다는 미세한 옥에 티 정도? 코스는 보이는 것보다 어렵게 플레이된다. 전장도 충분히 길다. 하지만 골퍼를 배려하고 모든 수준의 회원이 즐길 수 있도록(이 정도 코스라면 당연하지만) 여섯 개의 티잉그라운드를 사용한다.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면 페어웨이 안착 지점이 어디인지 확실히 보인다. 골퍼가 티 샷을 하면서 불안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과 그로부터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은 무척 인상적이다.
트리니티는 어떻게든 코스를 만들어내려고 욱여넣어 디자인했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좌우 도그레그 홀도 적절히 잘 섞었다. 도그레그 홀이지만 그린과 핀이 잘 보이는 디자인이다. 드로와 페이드 그리고 다양한 구질을 구사해야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어 샷 가치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트리니트의 연습장은 가장 큰 화제다. 가히 세계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연습장조차도 관리가 잘 되어 있다. 당장에라도 코스를 열어 대회를 치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모든 게 잘 갖춰져 있다. 이런 연습장 환경 때문에 코스가 많은 양보를 했다. 적어도 후반 몇 개 홀에선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그건 웬만한 아마추어 골퍼의 눈으론 평가하기 어렵다.
웰링턴보다 한 단계 순위가 낮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사유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면 인위적인 티잉그라운드를 들 수 있겠다. 지형의 특성상 사각의 평평한 티잉그라운드 설계가 나오지 않는다. 그저 최고의 코스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좋다는 요소는 다 넣어 설계한 코스다. 그런데 그게 100% 어울린다고는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프라이빗함은 대한민국 톱이다. 그 어떤 코스보다도. 트리니티는 들어서면서부터 프라이빗함과 웅장함에 골퍼가 편안함과 위압감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모든 행동이 신경 쓰일 정도로 조심스럽다. 오직 회원만을 위한 코스이므로 대부분의 회원은 이미 이런 환경에 익숙해진 듯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운영은 우리의 평가 항목이 아니다. 따라서 코스로만 봤을 때 톱 5에 들어도 손색이 없다는 건 엄연한 사실이다.
사우스케이프 16번홀 그린.
코스는 바다를 끼고
2016년에 발표한 세계 100대 코스에서 46개 코스가 해변에 자리 잡고 있다. 결국 설계가들이 종전의 자연환경이 아닌 새롭고도 매혹적인 그리고 천혜의 자연경관을 갖춘 지형에 코스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코스가 제자리를 잡는 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골프다이제스트가 2년에 한 번 발표하는 베스트 코스에도 이런 세계적인 트렌드에 발맞춘 코스가 새로 진입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이다. 남해안 아름다운 절벽에 자리 잡고 있는 이 코스에서는 골프백에서 카메라나 휴대폰이 골프 클럽보다 먼저 나온다. 골프다이제스트의 코스 선정 위원들은 사우스케이프의 자연환경과 절경에 찬사를 보냈다. “최고의 비경이 압권, 한국의 페블비치!”…“바다를 가로지르는 파3홀은 세계적으로도 빠지지 않는다.”
사우스케이프는 절벽을 잘 살려 설계한 골프 코스다. 지형도 최대한 많이 살려 설계했다. 최대한 많은 홀에서 바다가 직접 보여야 한다는 오너의 주문이 있었다. 이러한 요청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코스 설계가를 찾았는데 그가 바로 카일 필립스다. 그의 설계 철학도 코스에 잘 녹아 있다. 자연, 사람 그리고 감명(감동). 후반 아홉 개 홀 중 여섯 개 홀이 바다를 끼고 있다. 그리고 여덟 개 홀에서는 바다가 보인다. 자연경관이 이보다 좋을 순 없다. 반면 전반 홀은 해안을 끼고 있다고 말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물론 바다가 보이고 절벽을 끼고 있는 홀도 두세 개 있다. 하지만 후반 나인 홀과 같은 느낌을 전달하진 못한다.
사우스케이프 13번홀 전경.
사우스케이프는 샷 가치라든지 홀의 다양성에서는 자연스럽게 단순해질 수밖에 없다. 다양성을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내륙의 그동안 봐오던 비슷비슷한 코스보다는 확실히 새롭다. 몇몇 홀은 그래서 더 다양하다고 볼 수 있고 점수 또한 높을 수 있다. 난도 역시 골퍼들이 충분히 압박을 받을 정도다. 하지만 자연경관에만 치중하다 보니 홀의 다양성에 문제가 생겼다는 지적이다. 항상 한쪽 방향으로만 절벽을 끼고 있다. 이에 대해 “아름답고 신비한 골프장이지만 코스가 모두 드로 샷을 쳐야 하는 단조로움이 있다”면서 아쉬운 평가를 내린 선정 위원도 있었다.
평가하는 데 있어 이견이 있는 건 당연하다. 사우스케이프는 선정 위원들의 평가를 종합해 점수로 환산했을 땐 다른 코스보다 우위를 점한 부분이 많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관점에 따라 홀 각각의 다양성이라든지, 기억성, 심미성에서는 그 어떤 코스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리고 해안을 끼고 있는 우리나라의 다른 코스보다 월등히 좋다는 평가다. 사우스케이프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히 골퍼들에게 전달된 것이다. 우리의 베스트 코스에서 당당히 10위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덧붙이자면 동경의 대상이 되는 곳도 리스트에선 빼놓을 수 없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