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조언을 토대로 업체를 선정하다 얼마 전 6개월 된 아들을 봐주시던 이모께서 갑작스레 그만두면서 육아 문제가 현실로 다가왔다. 그래서 베이비시터를 이용해본 선배의 경험담과 해오름 카페의 추천 글을 보고 ‘부모 마음’과 ‘엄마손 베이비시터’ 두 군데 업체를 선정했다.
국내에는 베이비시터 시스템이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체계적인 시스템이 잡혀 있지 않은 상황. 따라서 도우미 수준의 파견 업체들이 많기 때문에 제대로 된 베이비시터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급여는 주 5일 근무가 기본으로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활동하며 한 달에 90만원 안팎이다. 시간제로 고용할 경우 기본 수당 1만5천~1만8천원에 시간당 5천원으로 계산된다. 여기에 시간이 초과될 경우 5천원씩 추가된다.
베이비시터로 활동하는 사람 중 자격증 소지자나 유아교육 전공자는 드물고 자녀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 주부들이 활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업체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베이비시터 교육을 받고 프로그램을 수료한 뒤 아이와 만나게 되는 게 보통.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시터 업체를 이용하는 이유는 아이와 베이비시터가 잘 맞지 않을 때는 업체에 연락을 취하면 다른 베이비시터로 바꾸기도 쉽고, 부모와 베이비시터 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중간자 입장에서 조율을 해주기 때문이다.
명확한 선택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인터넷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한 뒤 지점을 정하고 이메일을 통해 접수를 의뢰했다. 하루 정도 지나자 순차적으로 베이비시터 업체에서 회신이 왔고 여러 베이비시터의 프로필을 받아본 뒤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분을 선정해 면접을 보기로 했다.
기본 프로필보다 아이에게 잘 맞는 사람인지가 선택 기준이다 돌 이전의 아이는 아이를 키워본 주부나 조카들과 함께 생활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좋다. 또한 퇴근 시간이 불규칙한 맞벌이라면 사회 활동이나 개인 활동이 활발한 젊은 사람보다는 50~60대 주부들이 양해를 구하기가 쉽다. 돌 이후의 아이는 학습 및 놀이를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30대 전후의 젊은 베이비시터가 제격이라는 말도 있다.
40대 중반의 푸근한 인상의 주부를 선택해 첫 면접을 진행했다. 퇴근 후 조용한 카페에서 만나 1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는데 프로필에 쓴 기본적인 정보를 주고받았으나 정작 아이와 잘 맞는지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다른 베이비시터와의 면접을 의뢰했고, 장소를 카페가 아닌 집으로 정해 직접 아이 돌보는 모습을 지켜보기로 했다. 베이비시터는 약속 시간에 맞춰 도착했는데 이야기하는 동안 눈을 잘 마주치지 않았다.
“아이를 안고 싶은데 손을 닦지 않아서”라는 말만 반복하고 아이를 안아주거나 달래주지 않고 그냥 쳐다만 보았다. 얼굴 표정도 밝지 않은 데다 “혹 아이를 베이비시터 분 집에서도 봐주실 수 있을까요?” 하는 질문에 “집이 지저분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보통 베이비시터로 활동하면 남의 집에서 아이를 보는 것이 불편해 자신의 집에서 보는 것이 편하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분은 형편이 너무 어렵거나 집 안 상태가 정말 비위생적인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분은 아니구나…’라는 결론을 내리고 면접비 1만원을 봉투에 넣어 추후에 연락을 준다는 말과 함께 돌려보냈다.
다른 업체를 통해 세 번째 베이비시터를 만났다. 면접 시간이 다 됐을 때 업체에서 집으로 전화가 왔다. 못생겼어도 사람은 좋으니 잘 살펴보라는 말을 전하고 싶어서였다고. 세 번째 베이비시터는 정말 업체의 말대로 푸근한 인상은 아니었지만 말투에서 정감이 느껴지는 분이었다. 거실로 들어서자마자 방긋 웃더니 손을 씻고 앉아주겠다며 욕실로 향했는데, 마침 욕실에 사람이 있어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집 안을 둘러보더니 싱크대로 다가가 손을 씻고는 아이를 조심스레 앉았다. 아이는 낯선 사람이 오면 빤히 쳐다보다가 우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번에는 불편해하거나 울지 않아 우선은 안심이 되었다. 이분은 자녀들이 이미 20대를 넘겨 손 갈 일이 없다고 했고, 이전에 아이를 계속 봐왔기 때문에 또래 아이들이 우유를 얼마나 먹는지, 아이의 발달 상황 등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두 번째 분과 마찬가지로 “혹 저희가 늦게 오는 날은 아침에 집으로 아이를 데려다 드려도 될까요?”라는 질문을 하자 흔쾌히 좋다고 하고 오히려 그러면 시간이 추가되더라도 더 편하다고 했다.
이야기 도중 아이가 졸린 지 잠투정을 하자 바로 앉아 재우는 모습을 보고 한번 맡겨봐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본 프로필을 미리 정해놓고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가 거부 반응이 없는지, 아이를 잘 다룰 수 있는 경험 많은 사람인지,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긍정적인 사람인지 직접 아이 돌보는 모습을 보면서 평가하기를 권한다.
베이비시터에게 챙겨주어야 할 것 베이비시터를 바꾸는 건 아이가 문제인 경우는 거의 없고 부모와 문제가 발생하거나 환경이 맞지 않았을 때가 많다. 베이비시터를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되며 호칭 역시 ‘이모님’이나 ‘선생님’으로 존칭해주어야 부모와 베이비시터 간에 신뢰감과 안정감이 생긴다. 베이비시터를 고용한 첫날 출근 전 아이가 한 번에 먹는 우유의 양과 좋아하는 장난감과 싫어하는 행동, 먹어야 할 약과 긴급 연락처를 메모해 전달했다. 퇴근해 돌아오니 아이의 일상을 체크한 메모가 남겨져 있어 안심할 수 있었다.
3일 정도 지났을까, 베이비시터로부터 편한 시간에 연락을 달라는 문자가 왔다. 궁금한 마음에 바로 전화를 걸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생겼다. 바로 점심이었다. 베이비시터의 점심을 챙겨야 한다는 것을 몰랐고, 베이비시터를 위해 따로 식사를 준비한다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루 6시간 한 달 60만원의 급여 외에 식대를 따로 지급하는 것으로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예상치 못했던 돌발적인 상황들이 당황스러웠다.
시간이 초과될 경우 6시 전으로는 5천원, 6시 이후로는 7천원의 추가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사소한 것들이지만 아이를 맡겨놓은 입장에서는 최대한 배려해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